[경제칼럼] 경제는 창의에서, 창의는 관심에서 시작된다

한국의 GDP 대비 기초연구 투자
0.69%로 주요국 가운데 1위지만
아직도 노벨과학상 수상자 없어
유한한 자원, 창의로 먹고살아야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교수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교수

영국의 해리 브리얼리는 철강회사 연구원이었다. 1912년 점심을 먹고 공장을 산책하다가 고철 더미에서 반짝거리는 물건을 발견했다. 가까이 가 보았더니 오래전에 자신이 실험하다가 버린 쇳조각이었다.

순간 실망했지만 버린 지 한참 시간이 지났는데도 녹슬지 않고 여전히 반짝거리는 쇳조각이 신기해 연구실로 가져갔다. 녹슬지 않는 스테인리스강(Stainless Steel)은 이렇게 발명되었다.

그가 반짝거리는 쇳조각을 재수 없다고 걷어찼더라면 우리는 오늘도 숟가락의 녹을 닦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작은 관심에 열정과 기술이 합해져 스테인리스강이라는 보석이 탄생된 것이다.

1896년 프랑스 물리학자 기욤에 관한 얘기다. 그는 철에 36%의 니켈을 첨가했더니 온도가 올라가도 열팽창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그 공로로 192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 합금은 '열팽창이 없는 강'(Invariable Steel)의 의미로 '인바'(Invar)라고 불린다. 흥미로운 사실은 니켈양이 36%보다 많거나 적으면 열팽창이 급격히 커진다는 점이다. 신기하게도 36% 니켈이 첨가된 합금에서만 갑자기 열팽창이 없어지는 마법이 일어나는 것이다.

석·박사 과정 학생이 이런 실험 결과를 가져오면 대개 지도 교수는 실험을 잘못한 것 아니냐고 혼을 낼 가능성이 높다. 사소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기욤의 관심이 인바 탄생의 시작이었다.

인바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인바는 전성기를 맞이했다. 인바가 스마트폰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의 핵심 소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인바를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소형 OLED는 삼성, OLED TV는 LG가 세계 1등이지만 필수 부품인 인바는 100%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히타치금속의 인바 제조 기술과 다이니폰프린팅(DNP)의 에칭(Etching) 기술이 합해져 만든 섀도우 마스크(Shadow Mask)를 우리가 고가에 수입하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한일 관계가 최악이다.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 때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일본을 굴복시켰듯이 일본이 인바를 수출하지 않는다면 삼성 휴대폰도, LG OLED TV도 생산이 불가능하다. 전쟁보다 무서운 게 자원 전쟁이고 소재 전쟁이다.

필자는 1988년부터 1997년까지 거의 10년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브라운관 컬러 TV의 섀도우 마스크를 국산화시켰다. 개발 과정이 힘들었지만 가격이 수입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져 보람도 컸다. 개발 효과가 엄청난 OLED 인바 섀도우 마스크 국산화를 위한 연구개발이 시작되었다는 뉴스라도 듣고 싶다.

일본은 1949년 교토대 유가와 히데키 교수가 첫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이래 2018년 노벨생리의학상까지 27명(외국 국적 취득자 3명 포함)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아직 수상자가 없다.

이명박 정부가 노벨상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초과학연구원(IBS)을 만들었는데, 일주일 전 방송 뉴스에 이틀 연속으로 보도됐다. '비즈니스 타고 1년 중 100일 출장' '나랏돈 선심' 'IBS에 퇴직 공무원들 요직 차지'가 뉴스 헤드라인이었다. GDP 대비 우리의 기초연구 투자는 0.69%로 주요국들 중 압도적인 1위다. 이스라엘이 0.49%, 미국이 0.46%, 일본은 0.39%, 중국은 0.11%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포스코 포항제철소 정문에 '자원은 유한(Resources are limited), 창의는 무한(Creativity is unlimited)'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관심은 창의를 부르고, 창의는 경제를 살린다. 인적 자원이 유한한 대한민국은 브리얼리, 기욤의 탄생을 절실하게 기다리고 있다.

정우창 대구가톨릭대 기계자동차공학부 교수. KAIST 공학박사

관련기사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