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그 많았던 반딧불이는 어디로 갔을까

김주영 소설가. 객주문학관 명예관장

김주영 소설가 김주영 소설가

반딧불이 한 번 짝짓기 위해 1년 변신

온몸 풍찬노숙 마다 않고 경륜 쌓아

몽골인은 세 살 때부터 말타기 배워

전사 되면 마상재 달인으로 거듭나

아무리 우겨 봐도 어쩔 수 없네/ 저기 개똥 무덤이 내 집인걸/ 가슴을 내밀어도 친구가 없네/ 노래하던 새들도 멀리 날아가네/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를 마라….

30여 년 전 대중들에게 회자되었던 이 가요의 노랫말 중에 반복되는 "가지 마라 가지 마라 가지를 마라"의 가사에는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이별에 대한 가슴 저미는 듯한 아픔과 숙연함이 배어 난다. 나를 위해 한 번만 노래해줄 법한데도 자신이 지닌 보석 같은 지혜와 눈부신 성과를 숨긴 채, 오늘 밤도 그렇게 울다가 잠이 든다는 대목에는 목이 멘다.

그 대상이 바로 캄캄한 밤중에 혼자서 불을 밝히며 어둠 속을 날아가는 반딧불이다. 애벌레일 때는 늪에서 물달팽이를 먹고 자란다.

그리고 약 250여 일이라는 길고 긴 기간 동안 허물을 벗는 과정을 거쳐 비로소 늪에서 벗어난다. 그것도 모자라 다시 60여 일 동안 땅속에서 번데기로 살아야 드디어 어른벌레가 된다.

그러나 수명 2주의 짧은 기간 동안 낮에는 습하고 어두운 개똥이나 소똥 밑에 숨어 지내다가 밤이면 밖으로 나온다. 그리고 식음을 전폐하고 불을 밝히고 밤하늘을 날아다니며 짝을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른벌레가 되어도 몸길이 불과 1센티미터, 그 작은 벌레가 짝짓기 한 번을 위해 장장 일 년에 걸쳐 여섯 번 이상의 허물을 벗는 변신과 고통을 감내한다.

이것이 그 벌레가 온몸으로 겪는 몸서리치는 경륜이다.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산기슭을 끼고 있는 크레모나 지방은 이미 17세기부터 명품 현악기 제작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곳이다.

특히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 가문이 만들었던 바이올린은 세월이 흘러갈수록 값어치를 더한다. 얼마 전 경매에 부쳐진 그 바이올린의 출품가는 70억원이었다. 그 현악기가 세계적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재료인 나무들이 가졌던 뼈저린 경륜에서 비롯된다.

스트라디바리 가문은 빙하기의 알프스 산록에서 끊임없이 몰아치는 거센 비바람과 천둥소리, 그리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혹한과 눈보라를 견디느라 무릎을 꿇고 옆으로 자라는 나무들을 베어다 담금질해서 이른바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라는 이름을 가진 바이올린을 제작해 냈었다.

무려 백 년 동안이나 이어진 냉해와 인고의 세월을 견뎌낸 나무로 악기를 만들었을 때, 연주장이 아무리 넓어도 객석 구석구석까지 온전하게 퍼져 나가는 천상의 아름다움을 지닌 공명을 얻을 수 있었다.

몽골인들은 세 살 때부터 말타기를 배운다. 그 아이가 자라서 전사가 되면 말 네 마리를 한꺼번에 몰고 황야를 달릴 수 있는 마상재(馬上才)의 달인이 된다. 안장도 없이 달리는 말 위에서 자고, 달리는 말 위에서 먹고, 달리는 말 위에서 활 쏘고 창을 던져도 과녁에서 빗나가는 실수를 볼 수 없다. 그들은 하루 160킬로미터 이상을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는 말의 담력과 질주력에 힘입어 드디어 거대한 유럽 땅을 삽시간에 정복할 수 있었다.

내 편만을 찾을 게 아니다. 반딧불이가 태어날 때처럼 그 분야에서 풍찬노숙을 마다 않고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를 삼고초려를 해서 모셔 와야 한다. 경륜은 위험 부담을 극소화시킨다.

그것을 쌓지 못한 사람은 걸핏하면 원망이 많고 핑계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실패할 경우 권력자의 등 뒤에 숨어서 대중을 향해 화를 내고 비난을 퍼붓는다. 빗물을 받을 그릇이 삐뚤어지게 놓인 걸 깨달았다면, 똑바로 놓을 줄도 알아야 바라는 만큼의 물을 담을 수 있다. 돌에서 물을 짜낼 수는 없다. 인생은 한 닢의 동전, 어디에서나 쓸 수 있지만, 한 번밖에 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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