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자주가 항상 좋은 건 아니다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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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민족의 자주를 명분으로 독재

세계 모든 독재자들의 공통된 모습

북한 정권의 군사 도발 '자주적 악행'

'악행' 눈감고 '자주'만 떼어내 찬양

자주 혹은 주체성이란 일반론적으로는 좋은 것이다. 개인이나 국가나 주체성을 가지고 자주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자주나 주체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주가 악행이나 우행으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로 한정되어야 한다.

국가 혹은 민족의 자주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독재를 하고 독재자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은 세계의 모든 독재자들의 공통된 모습이다. 북한의 김일성-김정일-김정은도 민족 자주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가족 독재를 지속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인류사적 대발명이라고 선전하는 주체사상도 독재의 명분으로 내세운 자주를 억지로 부풀린 것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서도 자주가 독재의 명분으로 이용된 적이 있다. 유신 시기의 집권 세력은 서양의 자유민주주의라는 옷은 한국인의 체격에 맞지 않은 것이며, 한국에서는 한국인의 체격에 맞는 한국식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와 같이 한국식 민주주의를 모색하고 실천하는 것을 민족 주체성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이 말했던 한국식 민주주의란 곧 유신 독재를 말하는 것이고 민족 주체성이란 민족 자주를 말하는 것이다.

개인이나 집단이 자주적으로 수행할 수 없는 일을 자주적으로 실행하게 되면 재난을 당하게 된다. 수영을 배운 적이 없는 사람이 자주가 좋은 것이라 하여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자주적으로 물에 뛰어들면 '자주적 익사'로 귀결된다.

악행의 구실이 되는 자주나 우둔으로 연결되는 자주는 비판되어야 할 '나쁜 자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자주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가족 독재를 자행하고 있는 북한 정권을 우리 민족의 자주적 전통을 계승한 집단으로 미화하면서, 북한 정권의 자주성만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우긴다.

그 사람들은 주민을 굶겨 죽이면서도 핵무기를 만들고 대남 군사 도발 책동을 계속하는 북한 정권의 '자주적 악행'에서 '악행'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자주'만을 따로 떼어내서 찬양하고 있다. 그리고 '악행'마저도 '자주'의 불가피한 파생물로 감싸준다. 그 사람들의 행태는 자주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살인범에 대해 그의 살인 행위는 눈감아 주고 '자주적 인간'이라고 칭찬하며 그 범인의 살인을 '자주'의 불가피한 파생물이라고 변호하는 것과 동일하다.

그 사람들은 또 우리가 한미연합군의 전시작전권을 수행할 역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주국방을 위해서 전시작전권을 한국이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자주는 전쟁에서의 패배를 자초하는 어리석은 자주이다. 그 사람들은 우리가 한반도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할 역량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한반도의 당면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자주는 한반도 당면 문제들의 효과적 해결을 저해하는 어리석은 자주이다.

우리 민족은 매우 오랫동안 강대국에 눌려 살아왔기 때문에 민족 자주라면 무조건 좋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 민족과 대한민국 국민의 이런 심리적 경향은 북한 정권의 '나쁜 자주', 범죄적 자주를 민족의 기상을 살리는 자주로 왜곡하는 북한 정권과 남한 종북 세력의 책동이 사기라는 것을 명확하게 깨닫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또 한미연합군의 작전권을 한국이 행사하게 되면 한반도의 전쟁 발발 시 한미연합군의 패배를 초래할 것이며, 한반도가 당면한 문제를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하면 당면 문제들의 해결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을 깨닫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해 올바로 대처하고 한반도가 당면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해결하려면 국민들이 '자주=항상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하루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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