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론새평] 문정권의 북한핵 폐기 방해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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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 불가능한 폐쇄 독재국가에
경제적 지원 제공하려 계속 시도
국제사회 대북제재 그물망 약화
핵무기 폐기 이행에 역효과 초래

국가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다. 대화(외교적 협상), 제재, 군사력 사용 등이다. 이 세 가지 방법들은 갈등 당사국들의 정치체제와 갈등 사안에 따라 통하기도 하고 통하지 않기도 한다.

대화는 개방적 민주국가들 사이에서는 거의 모든 갈등 사안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갈등 관계에 있는 어느 일방만이라도 폐쇄적 독재국가이면 갈등 사안을 해결하는 방법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갈등의 사안이 폐쇄적 독재국가의 핵무기 개발 저지 같은 비밀성과 휘발성이 높은 군사적 문제이면 대화는 그런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전혀 될 수 없다.

대화가 폐쇄적 독재국가의 핵무기 개발 저지와 같은 군사적 문제를 둘러싼 국가 간 갈등의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그러한 국가와는 진실한 정보를 토대로 한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대화에 의해서 갈등을 해결하려면, 주고받는 말들이 진실해야 하고, 대화 쌍방이 상대방의 말이 진실한 것인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하며, 약속(합의)한 사항이 반드시 이행되어야 하고, 상호 간에 상대방의 약속 이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폐쇄적 독재국가는 자기 영토 내에서 진행된 일을 비밀에 부치고 협상에서 거짓말을 다반사로 한다. 대화 상대방은 독재국가의 발언들이 진실인지 아닌지나 독재국가가 약속한 사항을 이행했는지를 효율적으로 확인할 방법이 없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해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20년이 넘는 국제적 대화는 손톱만큼의 효과도 보지 못한 채 결과적으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방조한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과 유엔은 그런 점을 반성하여 2016년부터는 북핵 폐기를 이끌어내는 방법으로 제재와 무력사용 위협을 적극 동원하고 있다.

국제정치에 있어서 제재의 방법은 격투기에서 사용하는 목조르기와 본질이 같다. 제재의 방법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상대방이 숨을 쉴 수 없도록 있는 힘을 다해서 '인정사정 보지 않고' 목을 조르는 것과 같은 태도와 강도로 제재를 가해야 한다. 상대방이 질식사할까 우려하여 목을 조르는 팔에 힘을 약간이라도 빼게 되면 목조르기는 실패한다.

이러한 사리에 비추어볼 때 문재인 정권의 평화지상주의 대북정책은 심각한 문제점을 내포한 것으로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권은 출범과 동시에 한반도에서의 전쟁 반대를 천명하여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해 북한에 군사력 사용을 위협하는 방법의 약효를 크게 약화시켰고, 북한 독재정권과 화친하는 노력을 지속해왔다. 나아가서는 북한에 대한 제재의 그물을 피하여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려고 시도해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광복절 기념사를 통해 과거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핵 위협이 줄어들고 비핵화 합의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주장하면서, '남북관계의 발전이야말로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시키는 동력'이라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남북관계가 좋았던 시기에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장막 속에서 비약적으로 진전되었다는 사실과 배치되는 주장이며,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유도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북한 목조르기를 방해하는 행위이다.

문 정권이 취해온 대북정책 노선이 그들의 선전처럼 한반도에서 전쟁을 피하면서 북한의 핵무기를 폐기하도록 유도하려는 선의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선의는 북한이 대한민국에 대한 적대성을 버리지 않은 폐쇄적 독재국가라는 사실을 외면한 순진한 선의이고,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유일한 비군사적 대안인 북한 제재를 실패하도록 만듦으로써 불가피하게 미국의 군사력 사용을 초래할 사고력이 부족한 선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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