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시장 소외되는 대구 건설사들 "지역 금융기관 PF 절실"

보수적인 PF 참여에 자금 마련 어려워…소극적 판세 분석도 원인
대구시, 하도급율 높이기 총력…분기마다 상생모임, 건설사 본사 방문도

역외 건설업체가 짓고 있는 대구시 달서구 한 아파트 공사현장. 매일신문 DB 역외 건설업체가 짓고 있는 대구시 달서구 한 아파트 공사현장. 매일신문 DB

대구 건설사들이 아파트분양 경쟁에서 뒤처지는 건 사업지 확보 경쟁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구역에 치중된 민간택지는 브랜드아파트 선호 현상에 밀려 경쟁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 건설사가 부지를 매입, 시행하는 자체 사업의 경우 자금력을 앞세운 역외 건설사에 선수를 빼앗기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 부동산·건설업계는 자금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역 금융회사들의 공격적인 참여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대구시와 구·군이 지역 건설사의 주택 사업 인·허가 기간을 앞당겨주는 등 행정 편의를 지원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적극적인 PF 참여 절실"

태왕은 지난 3월 달서구 성당동에 '성당 태왕 아너스 메트로'를 공급하면서 부산은행을 통해 300억원을 조달했다. 서재와 강북, 방촌 등에 분양할 때에는 대구은행에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을 받았다. 그러나 주거지역과 상업지역이 혼재한 성당동 사업지의 경우 대구은행이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주거지역만 PF가 가능하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태왕 관계자는 "대구은행에 보증서 없이 PF를 요청했지만 70%만 가능하다는 답을 들었고, 결국 부산은행으로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대구 주택건설업계는 "지역 금융기관이 주택건설사업에 지나치게 보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택금융공사의 건설자금 보증이 없으면 PF 참여에 굉장히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대구은행의 '주거용 부동산 PF의 신규 취급 현황'에 따르면 올해 8월 현재 대구은행이 취급한 부동산 PF는 모두 11건, 5천573억원으로 보증서가 없는 PF 취급건수는 2건, 액수는 383억원에 그쳤다.

대구 한 건설사 대표는 "역외 건설사들은 시중은행과 손잡고 대구 분양시장을 집중 공략하는데 지역 금융회사들은 워낙 보수적으로 리스크 관리를 하다보니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브랜드아파트 선호 현상에 밀려

브랜드 아파트 선호 현상도 대구 건설사들을 괴롭히는 원인으로 꼽힌다. 대구 건설사 한 관계자는 "재건축·재개발조합이 한정 입찰 방식으로 대형 건설사 5, 6곳을 지정해 입찰을 진행하기 때문에 경쟁할 기회조차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면서 "조합원 분담금을 낮춰 제안해도 아파트 브랜드로 웃돈이 붙는다는 대형 건설사들의 논리에 밀린다"고 푸념했다.

지역 건설사들의 보수적인 판세 분석도 분양에 소극적인 이유로 지적된다. 또다른 대구 건설사 임원은 "지역 업체들은 분양가를 보수적으로 보고 사업성을 판단하는데 대형 건설사들은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우면 분양가를 더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뛰어든다"면서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되면서 분양가가 치솟지만 완충 작용이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계는 대구시의 지원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보였다. 시가 최대 23%의 지역업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고 있지만, 이를 내세워 수주에 성공한 실적이 없기 때문이다. 용적률 인센티브가 재개발·재건축사업에만 해당되는데다 인·허가 기간 단축 등 행정적 편의는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7월 기준 대구 건설사 하도급 현황. 대구시 제공. 2019년 7월 기준 대구 건설사 하도급 현황. 대구시 제공.

◆대구시, 하도급율 높이기에 총력

역외 건설사들이 주택 시장을 차지하면서 지역 전문건설업체들도 고심하고 있다. 철근 콘크리트나 토목, 골조공사 등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지역 하도급 비율이 높지만, 도색, 내부 인테리어 등의 업종은 가격경쟁에서 밀리면서 일감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구시는 역외 건설사들의 시장 점령을 막고자 지역 건설업체 하도급율을 높이는데 집중하고 있다. 시는 지난해 12월 지역 전문건설업체 하도급률 권장비율을 60%에서 70%로 상향 조정한 데 이어, 올 3월 하도급 전담 태스크포스팀(TF)을 구성, 하도급률 70% 이상과 지역 인력, 장비 자재 85% 이상 사용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분기마다 역외 시공사들과 상생협력 간담회를 여는 한편, 대구시내 50억원 이상 민간건설공사 현장 78곳을 대상으로 하도급 실태 점검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7월 기준 34%(1천39억원)에 그쳤던 하도급 비율을 1년 만에 55%(4천632억원)로 끌어올렸다.

앞으로 시는 신규 현장이 많은 대형 건설사 본사를 방문해 지역 하도급 비율을 높여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우선 19일에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본사를 방문한다. 26일에는 하도급 부진 업체를 대상으로 상생협력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내년 1~3월에는 각 구군과 함께 상생협력지수를 측정해 하도급율에 따라 구군에 지급하는 특별조정교부금을 차등 지급할 것"이라며 "내년에는 지역 중소전문건설업체 10곳을 대상으로 맞춤형 컨설티을 지원, 역량 강화를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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