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 앞마당 피서

고무대야 한가득 물 받아 앞마당에서 즐긴 피서
어린 눈에 보이는 대야 속, 수영장 풀 못지 않아

1986년 여름 대구시내 한 가정집 마당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1986년 여름 대구시내 한 가정집 마당에서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1986년 8월 1일 본지에 실린 사진이다. '무더위가 계속되자 시민들의 상수도 사용량이 65만톤이나 되는 등 크게 늘어났다'는 설명이 붙었다. 대구상수도사업본부에 물어보니 요즘은 하루 평균 90만t이라고 한다. 인구가 크게 늘어났을 것 같지만 당시에도 대구 인구는 200만 명을 넘었다. 생활 패턴 변화를 이유로 들 수 있다. 샤워 습관과 수세식 화장실 보급이 물 사용량과 관계 있다는 것이다.

1986년 퇴근한 가장의 여름 일과에는 '등목'이 있었다. 지역에 따라 '등물', '목물'로도 불린다. 온종일 수고한 이들을 토닥인 격려였다. '수고했어, 오늘도'라 말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기막히게들 알아먹는 사인이었다. 등에 뿌려진 찬물이 목울대를 타고 떨어지면 다 큰 어른의 입은 포효하듯 열렸다. 남녀 차이는 없었다. 성인 여성은 깜깜할 때 했고 성인 남성은 환할 때 했다.

사회통념상 아랫도리 개방이 형법과 직결되는 등목은 주로 어른들의 몫이었다. 반면 아이들은 앞마당 피서로 더위를 버텼다. 냇가나 하천이 가깝다 해도 익사 사고가 두려웠고, 수영장에 가기엔 챙겨야 할 게 많았던 학령기 이전 아이들에겐 앞마당 피서가 알맞았다. 안전하고 단출했다.

준비물은 '다라이'(盥)라 불러야 크기와 재질이 전해지는, 커다란 고무 대야가 전부였다. 마당으로 뙤약볕이 내리쬐면 그늘을 찾아 고무 대야를 들어 옮겼다. 이동 가능한 야외수영장이다. 사진 속 엄마는 빨래를 하고 있고, 여자 아이는 나무에 물을 주고 있다. 남자 아이가 나신으로 물놀이에 한창이다. 흑백사진에서 '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평온'이 전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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