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정치권 바뀌어야 산다] 정치판 뒤흔들 '제2의 이준석' TK도 키우자

(下) 쇄신 시험대는 내년 지방선거
'공천 받으면 당선' 인식 팽배…TK 벗어나면 아무도 몰라
6·11 全大 세대교체 곱씹어야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으로 첫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구시당이 마련한 청년정치연수. 국민의힘 대구시당 제공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구시당이 마련한 청년정치연수. 국민의힘 대구시당 제공

국민의힘 6·11 전당대회가 대구경북(TK) 정치권을 시험에 들게 했다면, 그 시험의 결과 발표는 꼭 1년여 뒤인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이뤄진다. 지역 정치권이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지 못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를 만회할 가장 빠르고 좋은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의 이번 전당대회가 보여준 민심은 '혁신'이고, 그 혁신의 핵심은 결국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동안 지방정치를 지배해왔던 국회의원 측근이나 전직 관료들의 잔치판을 뒤엎고, 지역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인재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이준석 당 대표의 당선으로 시작된 '세대교체론'의 거센 바람은 지역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분위기다. 이 태풍 같은 변화가 1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TK 정치권에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야망보다 공천이 중요한 '팔공산 정치판'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팔공산만 다섯 번 올랐다"며 TK 중진을 향해 날린 날선 비판은 이번 전당대회 결과 현실로 드러났다. 지역 정치권은 늘 그래왔듯 응집력이 떨어졌고, 'TK만 벗어나면 아무도 모른다'는 말은 득표율로 방증됐다.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매일신문과 인터뷰에서 "(TK는) 우리 당 우세지역이다 보니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인식이 있는데, 공천을 받는 데 있어서 가장 좋은 전략은 적을 만들지 않는 것"이라며 "정치인들이 계속 안주해서는 앞으로 TK가 큰 정치인을 배출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런 비판은 여의도에 가 있는 국회의원들은 물론, 지방의원과 자치단체장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TK에서 국민의힘 소속 광역·기초의원들은 더 큰 정치인이 되려는 '야망'보다는 '보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일이 더 잦기 때문이다.

물론 국민의힘 소속 TK 지방의원들은 "우리는 본선보다 더 힘든 당내 경선과 공천 과정을 거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서도 "본선과 공천은 명백히 다르다"는 반박이 제기된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로 공천을 주는 게 아닌 이상 당내 경쟁은 결국 전체 유권자 중 극히 일부인 당원들을 사로잡기 위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중원까지 점령해야 하는 타 지역 본선과는 명백히 다른 경쟁이고, 그렇게 당선된다한들 정치인으로서의 경쟁력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경북도당에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심사를 하는 모습. 국민의힘 경북도당 제공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경북도당에서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심사를 하는 모습. 국민의힘 경북도당 제공

◆관료·법조인만 수두룩한 TK 정치권

이렇듯 TK 정치권 안팎에 정치적 야망 대신 보신주의가 뿌리 깊게 자리 잡으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는커녕 '내리꽂는 민주주의'가 관성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두고 성장한 정치인보다는 고향을 떠난 지 오래된 전직 관료나 법조인들이 손쉽게 지역구를 차지해 금배지를 달고서 주말에만 잠시 대구를 찾는 일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얘기다.

제21대 국회에 입성한 TK 지역구 의원 25명의 출신을 분석해보면, 절반이 넘는 16명이 경찰을 포함한 행정관료(11명) 또는 법조인(5명) 출신이다.

이에 반해 풀뿌리 지방의회에서 시작해 국회의원이 된 사람은 3명(김정재·강대식·구자근)에 불과했다. 이중 김정재 의원은 서울시의원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TK 지방의회가 배출한 21대 국회의원은 25명 중 2명(8%)에 불과한 셈이다.

서울·경기 수도권은 물론, 전체 의원 40명 중 35%인 14명을 지방의원과 기초단체장 출신으로 배출한 부산·울산·경남지역과도 크게 비교된다. 부산에서 구의원과 시의원을 지낸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은 이준석 대표 체제 아래 수석대변인에 내정됐다.

'본선 경쟁력'을 생각하지 않고 공천하는 습관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 동구의원·동구청장을 거친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대구 동을)은 "다른 지역은 지역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사람을 공천하면 패할 우려가 많다는 판단에 지역에 뿌리내린 정치인을 등용할 수 있지만, TK는 소위 낙하산 공천을 하더라도 쉽게 당선되는 여건이기 때문에 풀뿌리 정치인의 등용에 소극적이지 않았나 싶다. 지역에서 여의도로 진출해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절차와 구조를 먼저 갖춰야 한다"고 했다.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구시당에서 마련한 청년정치연수원. 국민의힘 대구시당 제공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구시당에서 마련한 청년정치연수원. 국민의힘 대구시당 제공

◆'대구의 이준석' 나오려면

이 때문에 TK 정치권에서는 '정치인 육성 코스'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지역에서 정치적 자산을 갖고 차근차근 성장해 전국적으로 영향력을 떨치는 정치인을 키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지방선거에 나서려는 이들이 공천권자의 의중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얼굴도장 찍기'로 변질된 갖가지 지역 행사들이다. 지역 정치인들이 정책 연구나 의제 발굴 등 스스로 정치적 역량을 키우기보다 지역 행사나 경조사를 찾아다니며 공천권자에게 '줄서기'를 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한 당원은 "행사는 뒷전이고 국회의원부터 단체장, 시의원에 구의원들까지 한 명씩 인사하면서 시간을 다 잡아먹는 구태가 여전하지 않느냐. 그래놓고 정작 본 행사가 시작되면 죄다 자리를 뜬다. 한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지역 정치권이 국회의원 측근이나 전직 고위 공직자들의 무대로 전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이기 때문에 지역의 혁신 인재나 도전 정신이 있는 사람보다는 공천권자에게 정치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는 안정적인 사람을 꽂아 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들고 나온 '공천자격심사제'가 묘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국민의힘 소속 한 50대 지방의원은 "지금까지 감성과 충성도에 따라 대중없는 공천이 이뤄졌다면 앞으로는 정확하게 그 사람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유권자들 스스로가 '경쟁'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결국 그 기저에 'TK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며 "다른 정당에서 더 강한 경쟁력을 갖춘 후보들이 나온다면 수도권처럼 공천 단계부터 본선 경쟁력을 중요하게 볼 것이다. 결국 정치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이들이 당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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