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속담] 전대 앞둔 국민의힘 '영남당' 논란

과거 회귀? 프레임 대결?…영남 지지·대선 多 놓칠수도
홍문표 "영남 정당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
김웅 "영남 중진 변화 약해 특정 지역 배제아냐"
주호영 "정치적 프레임 씌워 당 위축시키는 행위"
정진석 "민주 호남 비난 안해 영남 유권자 생각을"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김기현 의원(오른쪽)이 전임 주호영 원내대표로부터 축하받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에서 신임 원내대표에 선출된 김기현 의원(오른쪽)이 전임 주호영 원내대표로부터 축하받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영남당' 논란으로 시끄럽다. 논란에 불이 붙은 건 울산에 지역구를 둔 김기현 국회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다. 한쪽에서는 원내에 이어 당권까지 영남 인사가 차지하면 과거 회귀 이미지를 줄 수 있는 만큼 비영남권에서 대표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반면 영남 출신 당권 주자들은 지역주의 조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당권 레이스가 초장부터 주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고 경쟁 후보의 약점을 부각하는 '프레임 대결'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한다.

◆영남 출신 대표는 진짜 과거 회귀?

충남 출신 홍문표 의원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정당의 기본 목표는 정권을 잡는 것인데 영남 정당으로는 어렵다는 것이 대다수 국민의 생각"이라며 "더 큰 정당, 강한 정당이 정권교체의 지름길이다. 비영남에서 당 대표가 나오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서울 송파에 지역구를 둔 김웅 의원도 '영남당' 논란에 "전국 정당이 되자는 것이지 특정 지역을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면서도 "영남 중진들은 국민의 새로운 변화를 읽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원영섭 전 조직부총장은 "영남 다선 의원들은 대선 관리 능력이 없다"며 "영남은 공천이 곧 당선인데 거기서 뭘 관리해봤다고 이야기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지난해 5월 18일 당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모습. 연합뉴스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은 지난해 5월 18일 당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치권은 이를 원내대표 경선 과정에서 불씨가 붙은 영남당 논란을 전당대회로 이어가려는 네거티브 선거 전략으로 풀이한다. '원내사령탑을 울산 출신이 앉았으니 지역 안배를 고려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당권 경쟁력이 높은 주호영 전 원내대표(대구 수성갑)를 비롯한 조경태(부산)·조해진(경남)·윤영석(경남) 의원의 힘을 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이 같은 '영남당 프레임'이 작동하자 권영세(서울)·박진(서울) 의원의 당권 도전설이 거론되는가 하면 서울에서 4선을 지낸 나경원 전 의원이 출마 고심하는 등 수도권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는 모양새다.

정치권 관계자는 "아이러니 한 것은 '비영남 대표'를 주장하는 당권 주자들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당원 비중이 가장 큰 영남, 그중에서도 대구경북(TK)이다"면서 "홍문표 의원은 이날 출마 기자회견 뒤 국민의힘 대구시당으로 향했고, 김웅 의원도 TK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영남당' 논란은 결국 여권에서 만든 프레임을 자당 비영남 주자들이 입맛대로 가져다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남당' 논란에 집토끼 발끈할까?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으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당 지지 기반과 대선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TK 등 영남에 눈물의 칼을 휘두르겠다"며 '총선 승리'라는 미명 아래 영남 중진을 대거 물갈이 했다. 하지만 선거는 수도권에서 참패, 국민의힘 소속 의원 101명 중 영남에 지역구를 둔 의원은 54명(53.4%)으로 절반이 넘는다. 당의 영남 의존도가 더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영남당 논란이 자칫 영남권 지지층의 반감을 불러올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당직자 등과 함께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7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를 당직자 등과 함께 참배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한 인사는 "'영남 배제론'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은 삼국지도 안 읽어봤느냐. 조조가 성을 치러갈 때 집을 비워놓고 가는 걸 본 적 있느냐"며 "전당대회 다음은 바로 대선인데 안정적으로 선거를 치를 생각은 않고 집토끼 다 잃고 선거 치르려고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당원 대부분이 영남에 있고, 소속 의원 대부분이 영남 출신인 당에서 비영남 출신이 당권을 잡는다고 국민의힘이 영남당이 아니게 되느냐"고 지적했다.

앞서 충청 출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민주당이 텃밭인 호남을 비난한 것을 본 적이 있나. 연일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있지 않나"라며 "전국 정당이 되기 위해서 영남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도록 노력해야지, 영남 유권자의 정서를 후벼파듯 하는 발언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년 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바란다면 전라도면 어떻고 경상도면 어떻고 충청도면 어떤가"라며 "적들이 우리에게 거는 영남당 프레임을 스스로 확대 재생산하면, 정권교체고 뭐고 다 도로 아미타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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