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30, 그들은 왜 오세훈 유세에 참여했나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유세에 참여한 노재승(36) 씨. 유튜브 오세훈TV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유세에 참여한 노재승(36) 씨. 유튜브 오세훈TV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서 열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의 유세장에 한 남성이 등장했다. 검정색 비니를 써 '비니좌'로 불린 이 남성은 영등포구에 거주하고 마포구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힌 노재승(36) 씨였다. 그는 단상에 올라 7분간 유세를 했다.

그는 "내가 기억하는 서울시장은 이명박·오세훈·박원순이다. 이명박 전 시장은 서울대중교통망을 완성했고 혁신적인 대중교통 환승 체계를 만들었다. 낙후된 서울 구도심을 빛이 반짝이는 새로운 도심으로 탈바꿈 시켰다"며 "오세훈 전 시장은 디자인 서울, 한강 르네상스라는 기치 아래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한강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들었다. 서울 시민에게 아름다운 공간을 선물했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박원순 전 시장은 뭐 했나. 서울시장이 되더니 멀쩡한 문짝을 뜯어서 테이블 위에 얹고 반일불매운동 선봉에 서서 서울을 퇴보 시키는 역할을 했다. 우리가 십시일반 걷은 세금을 가지고 서민 코스프레를 하며 정치적 도구로 활용했다. 그의 최후의 결말은 굳이 말하지 않겠다. 서울시의 처참한 과오로 남았다"고 말했다.

노재승 씨는 "오세훈 전 시장도 잘못 있다. 나도 그를 마냥 좋아하진 않는다"며 "하지만 누군가 내게 '어떤 후보를 뽑아야 하냐?'고 물으면 난 '누구나 공과 과가 있다. 그걸 함께 살펴 보고 실제로 일해본 사람에게 투표하라'고 말한다. 누군가가 내게 '그 사람의 삶은 내 삶과 동떨어져 보여. 서민처럼 보이는 동네 아저씨 같은 사람을 뽑을래'라고 한다면 난 그걸 '잘못된 투표'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환호성이 쏟아졌다. 그는 휴대전화나 종이 없이 마이크 하나로 유세를 마쳤다. 유세 뒤 그는 '7분 순삭남'이라고 불렸다. '순삭'이란 순식간에 시간이 삭제될 정도로 빠져 들게 하는 순간을 뜻하는 신조어다.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유세에 참여한 신현수(21·여) 씨. 유튜브 오세훈TV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열린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유세에 참여한 신현수(21·여) 씨. 유튜브 오세훈TV

하루 앞선 27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상상마당 인근에서 열린 오세훈 후보의 유세 현장엔 숙명여대 3학년에 재학 중인 2000년생 신현수(21·여) 씨가 올랐다. 그는 "2030 여성의 지지가 많았던 민주당, 최근 그 지지자가 돌아서고 있다. 왜 일까? 우리 사회에 아직도 만연한 성범죄, 그 범죄를 누가 저질렀는지 잘 생각해 주시길 바란다"며 운을 띄웠다.

그는 "그런 일이 있고도 민주당이 후보를 낸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 가지 않는다. 어제 박영선 후보가 20대 지지율이 잘 나오지 않자 '20대는 역사적 경험치가 낮다'며 '취직도 잘 안 되고 미래도 불안하니 이에 대한 불만'이라고 했다. 맞다. 우리 취업 참 힘들고 미래도 불안하다"며 "그 불안 누가 줬나. 박영선 후보의 20대 무시 발언을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이어 "요즘 서울시에서 살기 어렵다. 일자리도 부족하다. 이번 LH 사태에 청년은 분노하고 또 분노하고 있다. 앞으로는 이러한 사태를 막아야 한다. 1년이라는 짧은 서울시장 임기지만 서울 시민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일 할 수 있는 오세훈 후보를 응원한다"고 덧붙였다.

여권 쪽에선 이번 청년 유세를 가리켜 '기획된 상품'이라고 했다. 노재승 씨는 이에 대해 "난 당원도 아니고 당에서 무슨 일을 했던 사람도 아니다. 일반 시민일 뿐"이라며 "이준석 전 위원이 페이스북에 '유세하고 싶은 사람은 신청하라'는 글을 올렸다. '설마 되겠어?'란 마음으로 남겼는데 바로 연락이 왔다. 얼떨결에 했다"고 말했다. 신현수 씨 역시 이런 유세가 있다는 이야기를 아는 언니에게 전해 듣고 바로 신청했던 사람이었다.

이준석 전 위원이 올린 노재승 씨와의 대화. 이준석 전 위원 페이스북 이준석 전 위원이 올린 노재승 씨와의 대화. 이준석 전 위원 페이스북

그들이 유세에 나선 이유는 사소하게 쌓인 분노 때문이었다. 노재승 씨는 "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눈물에 열광하던 사람이자 열린우리당을 응원하던 사람이었다. 탄핵 소추 때 분노했던 '노빠'였다. 소탈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좋아했다"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MBC 100분 토론 진행자일 때부터 굉장히 좋아했다. 내가 싫어하던 한나라당을 공격해 줘서 좋았다. 대학생 때 학교에서 열린 강연에서 맨 앞자리 앉아 사진도 찍고 악수도 청할 정도였다"고 했다.

그에게 전환점이 된 시기는 군 시절 때였다. 노재승 씨는 백령도에서 근무했다. 그 시기에 천안함 피격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이 벌어졌다. 반북 정서가 강해지며 그에게 보이기 시작한 건 여권의 이중성이었다고 한다.

그러다 그에게 야권 정치인이 눈에 들어왔다. "남경필·정병국 전 의원과 박진 의원, 원희룡 지사 등 소장파 정치인이 눈에 띄었다. 이 사람들이 다 나쁜 사람이 아니며 자기 위치에서 다 할 일하는 사람이란 걸 깨닫게 됐다. 다만 유시민 이사장처럼 따뜻한 방식으로 말을 못할 뿐이란 걸 느꼈다"고 말했다.

신현수 씨는 기자 꿈을 가진 20대다. 그는 기자가 가득한 취재 현장을 찾아가 보고 보도된 기사와 비교하다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기사에 나온 거랑 좀 많이 다른 게 보였다. 자극적인 것도 많고 논란을 많이 키우는 걸 보며 세상이 언론에 비치는 것처럼 돌아가는 것만은 아니란 걸 느꼈다"고 했다.

그에겐 홍준표 의원의 유튜브 채널 '홍카콜라'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한다. 그는 "우연히 홍카콜라를 보다가 홍 의원의 사이다 발언을 듣고 빠져 들었다"며 "그러다 홍 의원의 일생 이야기를 들었다. 사형제 부활 등 생각이 비슷한 점도 많아서 좋아하게 됐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돼지 발정제 논란 등으로 젊은 세대에 인기가 없다고 알려졌다. 신현수 씨는 "홍 의원 관련 막말 등 많은 논란은 시골에서 태어난 옛날 사람의 그 시대 가치관으로 봐야지 지금의 잣대로 비난하는 건 맞지 않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언론에선 자극적으로 쓰지만 잘 따져 보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다"며 "권영세·배현진·윤희숙·장제원 의원과 이준석 전 위원처럼 똑 부러지고 말 잘하는 정치인이 좋다"고 했다.

그는 뻔뻔함 때문에 민주당을 싫어하게 됐다. 그는 특히 최강욱 의원을 콕 집어 말했다. "최 의원은 뻔뻔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허위 인턴 증명서 발급해 놓고 당당한 게 이해 안 된다"며 "재판 중에 보이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며 더 싫어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민주당에서 논란이 너무 많이 일어나니까 도저히 좋아할 수가 없다. 게다가 난 우리가 재보궐 선거를 왜 치르는지 알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이 욕을 많이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지금 문재인 정권이 더 별로"라고 덧붙였다.

그에게도 '동원된 인력'이란 꼬리표가 따라 붙었다. 그는 박원순 전 시장이 만든 '민주주의 서울 대학생 서포터즈' 1기 출신이다. 활동하던 도중 박 전 시장은 성추문에 휩싸여 극단적 선택을 했다.

두 사람의 유세가 수십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친여 성향의 누리꾼의 인신 공격인 이른바 '양념질'이 시작됐다. 시인 류근 씨가 2030 세대 비난 세력의 선봉대를 자처했다. 28일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0대 청년의 오세훈 지지율이 60%라고 수구 언론들이 막 쌍나발을 불기 시작한다. 20대 청년이 그 시간에 전화기 붙들고 앉아서 오세훈 지지한다고 뭔가를 누르고 있다면 그 청년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가"라며 "도대체 정상적 사고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어찌 오세훈, 박형준 같은 추물들을 지지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박영선 후보에 이은 2030 세대를 싸잡아 비난하는 목소리였다.

노재승 씨는 "난 10년 전쯤 정치 성향이 바뀐 뒤 내 의견을 말하는 데 있어 오래도록 공격을 받아 왔다. 이제 아무렇지 않다"고 했다. 신현수 씨는 "사람 사는데 다양한 의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제 신상까지 캐며 강남 일베X이라고 하더라. 난 상암동 쪽 산다"며 "그들은 자꾸 역사를 운운하며 주입하고 가르치려 드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난 별로 신경 안 쓴다"고 했다.

※ 2021년 4월 3일 오후 7시 유튜브 채널 '매일신문 프레스18'에서 노재승 씨와 신현수 씨의 라이브 인터뷰가 예정돼 있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관련기사

AD

정치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완독률이 좋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