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보수정당의 위기…이대로는 안 된다

웰빙정당 이미지 지우고 헌신과 솔선수범으로 재무장해야
'시대정신 부합' 이념적 지향 제시못해…혁신적 조직 쇄신도 부진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전국 지방의회 의원 연수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기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전국 지방의회 의원 연수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기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 미래를 지탱해 주는 지속가능한 보수정당 가능할까!

1987년 절차적 민주주의 완성 이후에도 대한민국 정당은 툭하면 간판을 바꿔 다는 시한부 인생을 반복했다. 보수정당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한나라당이 1997년 11월부터 약 14년 3개월 동안 틀을 유지하면서 국내에서도 지속 가능한 정당의 가능성을 타진했다.

하지만 보수정당은 배출한 대통령의 탄핵과 잇따른 전국단위 선거 참패로 또다시 위기를 맞았다. 보수정당을 만들고 키워온 대구경북의 위기이기도 하다.

매일신문은 나라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가장 앞장서 구국의 현장에 뛰어들었고 조국근대화의 첨병이었던 대구경북이 보수정당의 위기를 돌파해보자고 제언한다.

통상 정당은 동일한 정당명으로 분당 혹은 다른 정당과의 합당 없이 수십 년(적어도 4번의 전국단위 선거)을 존재해야 '온전한 지속'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수정당은 불행하게도 그 같은 개념정의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속가능한, 온전한 지속형 보수정당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매일신문은 해외 선진국의 정당사를 살펴보고 전문가들과 함께 한국형 명품 보수정당의 길을 찾아보기로 했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전국 지방의회 의원 연수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기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전국 지방의회 의원 연수에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기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이 보수진영의 '맏이'를 자임하고 있지만 통합당이 직면한 현실은 총체적 위기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의 연이은 패배에도 정당 운영의 기본인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이념적 지향 제시 ▷혁신적인 조직 쇄신 ▷구성원의 인식변화 등의 측면에서 진전된 모습을 조금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통합당이 제20대 대통령선거(2017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2018년), 제21대 국회의원선거(2020년)에서 모두 참패를 기록한 탓에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준비로는 차기 대선을 제대로 치를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온다.

모든 선거의 최대 승부처이자 가장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는 수도권의 선거조직망을 여당이 완전히 장악했기 때문이다.

특히 통합당 내부에선 '자정능력(自淨能力)'을 획기적으로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진다. 위기 때마다 등장하는 땜질식 '비상대책위원회'로 닥친 상황 모면하기에 급급해서는 지속가능한 정당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보수정당 정체성 흔들, 외주기관(비대위)에 정당의 심장 맡겨서야

통합당이 현재 절체절명의 위기인 이유는 '통합당이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 것이냐?'는 국민의 질문에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보수당은 '반공'과 '조국 근대화'를 확실한 정치적 방향으로 제시하며 국민에게 '민주주의 수호'와 '잘 먹고 잘 사는 세상'이라는 가시적인 꿈을 심어줬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시대변화를 제대로 읽고 국민에게 내놓는 밥상을 '업그레이드'하지 못하고 구태에 젖었다. 심지어 '색깔론'과 '지역주의'에 기대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르고 세월을 허비하기도 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취임 후 통합당이 연일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한 국민의 호응도 상당하다. 김 비대위원장은 개혁·진보 정당조차 쉽사리 꺼내지 못했던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를 던지며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켰고 "진보, 보수라는 말 쓰지 말라. 중도라고도 하지 말라"며 "정당은 국민이 가장 민감해하는 '불평등' '비민주'를 잘 해결할 수 있는 집단이라는 것만 보여주면 된다"고 말하며 보수당의 이미지를 순식간에 바꿔 놨다.

하지만 통합당 내부에선 국면전환용 김종인 체제가 내놓은 통합당의 색깔이 언제까지 가겠느냐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다음 지도부가 들어오고 차기 대통령선거 구도가 요동치면 언제든지 핵심지지층을 보듬기 위한 강성 보수로의 회귀가 점쳐지기 때문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당이 어디로 갈지에 대한 치열한 내부 토론과 전당대회를 통한 당심의 확고한 확인 후 당의 진로를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며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정식 지도부가 아니라 비대위가 당의 정체성을 언급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룡조직 정비 시급, 정책 생산과 여론 실시간 수집 기능 강화해야

세상은 제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지만 한국 보수정당의 운용체계는 여전히 20~30년 전에 머물러 있다. 당무처리와 관련해선 시스템보다 리더의 지시와 의중이 우선이고 국민들의 요구를 긴 호흡으로 당의 정책으로 담아내기는커녕 이미 발생한 사회문제 관련 '대책위원회' 만들기에 급급하다.

통합당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당내 상시조직이라면 당의 간판으로 누가 오더라도 시스템으로 리더십을 벌충해 줄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인력활용의 핵심인 공천과정에선 아직 시스템이 작동한 적이 한 번 도 없고 당내 분란만 가중시키는 부작용만 낳았다. 심지어 각종 공직선거에 나설 후보자에 대한 최종 공천결과가 발표되면 당의 역량이 쪼개지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궁극적으로 중앙당과 시도당의 규모를 파격적으로 축소하고 원내정당의 모습으로 '몸집'을 현저하게 줄이자는 의견도 나온다. 정보통신 최강국인 국내 여건을 십분 활용하면 '저비용, 고효율'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조언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노회한 웰빙정당 이미지 벗고 헌신·솔선수범으로 새로운 보수정당 모습 정립해야

"고시 합격하고 승승장구하던 인사가 인생 후반 자신의 프로필에 괜찮은 경력 하나 더 보태기 위해 국회의원이 된 것 아니냐!"

보수정당 정치인이 서민의 삶에 공감하지 못하고 헛발질을 할 때마다 언론인들이 쏘아붙이면서 하는 지적이다. 그동안 보수정당 정치인 가운데 이 같은 이른바 '삽질'을 한 국회의원이 많았다.

구체적으로 유권자의 '머슴'이 되겠다던 선거과정에서의 약속은 온데 간데없고 금배지만 달면 '고관대작 시즌2'의 행보를 걷는 인사들이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국정은 다룰 때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국민을 상대로 핀잔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듯한 겉모습과 달리 보수 정치인 가운데 상당수는 병역을 회피하거나 세금을 탈루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는 남의 얘기였던 것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보수정당에서 '봉사', '헌신' 등의 가치를 제대로 실천한 경우가 많지 않아 국민들과 정서적으로 멀어진 경향이 있다"며 "전문적인 지식이나 탁월한 논리로 무장하고 상대 정당과 경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마음에서 괜찮은 집단으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우리가 할 일 중 앞순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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