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헌 기자의 c'est la vie] 추현호 콰타드림랩 대표

학교밖청소년들을 위한 진로·학업상담 '타임 뱅크' 운영
"청소년들에게 정말 도움 되는 프로그램 제공해야겠다는 책임감 커"
대구 서구청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 청년이 머물고 싶은 고장 만들기에도 앞장

추현호 콰타드림랩 대표가 학교밖청소년들의 무료 공부방인 '타임 뱅크'에서 화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davai@imaeil.com 추현호 콰타드림랩 대표가 학교밖청소년들의 무료 공부방인 '타임 뱅크'에서 화이팅을 다짐하고 있다. 이상헌 기자 davai@imaeil.com

범어네거리는 대구 최고의 번화가 가운데 하나이다. 전국적으로도 유명세를 떨치는 입시학원 밀집지역이자 고급 아파트, 금융회사, 병원, 음식점 등이 몰려 있다. 대구의 간선도로인 달구벌대로와 지하철2호선을 끼고 있어 늘 붐비는 곳이다.

학교밖청소년들이 꿈을 찾는 공간인 '타임 뱅크'는 이런 범어네거리에서도 가장 요지에 둥지를 틀었다. 지하철 범어역 3번 출구 바로 앞 SK텔레콤 매장의 3, 4층이 바로 그곳이다. 위치가 뜻밖이라고 했더니 추현호(36) 대표로부터 우문현답(愚問賢答)이 돌아왔다.

"누구나 선망하는 공간에서 청소년들이 미래를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레 동기 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SK그룹에서 저의 제안을 흔쾌히 후원해 주신 덕분이지만요. 사교육은커녕 이런 저런 사정으로 의무교육조차 그만 둔 아이들이 이곳을 통해 '나도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이야기할 때면 너무 행복합니다."

2018년 설립된 예비 사회적기업 '콰타드림랩'이 지난해 8월부터 운영 중인 '공부방' 타임 뱅크에는 학교밖청소년 10여 명이 주 2회가량 저녁시간에 모인다. 검정고시, 대학입시 고민은 물론 진로 상담도 활발히 이뤄진다. 추 대표와 대구지역 대학생 멘토들은 이들을 위해 기꺼이 무료로 봉사하고 있다.

회사 이름에도 추 대표의 그런 교육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콰타'는 영어 'Quiet Time', 타임 뱅크는 '시간을 기부한다'는 뜻이다. 청소년들이 주변 방해를 받지 않는 조용한 시간을 갖고, 몰입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타임 뱅크 참가신청서를 읽다 보면 청소년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제공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낍니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더 많은 학생과 함께 하지 못해 정말 아쉽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멘토들이 청소년들과 온라인으로 소통하거나 공부를 지도하는 효율적인 방안을 고민 중이에요."

사실 추 대표는 또래들과 꽤 다른 인생을 살아왔다. 대구외국어고 영어과를 졸업한 뒤 진학한 경북대에선 경영학·영문학을 복수전공하는 바쁜 와중에 창업에 도전했다. 첫 사업은 피자 배달 전문점이었는데, 샐러리맨보다는 타인에게 월급을 주는 삶에 더 매력을 느꼈다는 게 그의 고백이다.

사회적기업에 눈을 뜬 터닝 포인트는 2년 동안의 해외 교환학생 시절이었다. 영국 캠브리지대학·옥스포드대학, 미국 하버드대학·예일대학, 호주 퀸즈랜드대학, 슬로베니아 류블랴냐대학에서 소셜벤처, 영어교수법, 출판리더십 등을 공부했다. 그는 그런 경험들을 살려 출판사, 어학원, 카페 경영에도 도전했다.

"솔직히 수도권 대기업, 벤처기업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며 지방에 산다는 답답함이 컸습니다. 왠지 뒤처진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죠. 그런데 해외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제 생각이 짧고 시야가 좁았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제가 성공과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사회를 위해 어떻게 쓸까 고민하다 결국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교육으로 제 인생 진로를 결정했습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전문대학원에서 사회적기업가 석사학위를 받은 뒤 본격적인 사회적기업가의 길을 걷고 있는 그는 자신이 태어난 대구 서구에도 애착이 많았다. 구청의 청년정책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현장 목소리를 전하고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하면서 청년들이 머물고 싶은 서구 만들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청년 커뮤니티의 거점공간이 될 청년센터 건립이 그의 간절한 바람이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들과 얘기하면서 그들의 마음이 공허하다는 걸 자주 느낍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에만 매달려 대학에 진학하지만 꿈이 없는 게 현실이죠.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일자리 매칭보다 청소년 시절부터 적성에 맞는 진로 교육을 지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는 물론 그에게도 시련이다. 영리(營利)를 목적으로 지난해 시작한 국제영어능력시험(IELTS·영연방 국가 대학 입학에 필요한 영어시험) 어학센터는 문을 열자마자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 유학이 사실상 가로막히는 바람에 응시율이 급감한 탓이다.

그래도 그는 청년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것을 권유했다. 자신도 글로벌 비즈니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해외에 공부나 취업을 하러 나가려 해도 형편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들에게 편안한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게 40대에 꼭 해보고 싶은 사업이라고 했다.

"사회적기업은 해야 할 일이 엄청 많은 데 비해 소득은 별로 없어요. 그래도 저는 사회적기업의 성공 모델이 꼭 되고 싶습니다. 이상과 열정만으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간절함과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 계속 노력하다 보면 이뤄진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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