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아내 떠나보낸 남편, 매일신문에 '보은의 성금'

지난 2월 이웃사랑 코너 소개된 조광현 씨…아이 잃고 뇌사상태에 빠진 아내 지난달 세상 떠나
조 씨 "그동안 받은 나눔을 어려운 이웃에게 갚으며 살 것… 매일신문에 고마워"

조광현(가명·55) 씨가 아내를 떠나보낸 후 매일신문에 보낸 편지. 이주형 기자 조광현(가명·55) 씨가 아내를 떠나보낸 후 매일신문에 보낸 편지. 이주형 기자

"매일신문 덕분입니다. 아내를 예수님 곁으로 무사히 잘 보냈습니다"

지난달 31일 매일신문 앞으로 우편 한통이 도착했다. 현금 50만원이 담긴 봉투 안에는 '아내를 떠나보냈다, 매일신문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편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 편지의 주인공은 지난 2월 이웃사랑 코너에 소개된 조광현(가명·55) (매일신문 2020년 2월 18일 자 보도·http://news.imaeil.com/SocietyAll/2020021700311546980) 씨였다. 광현 씨는 오랜 시간 투병 중인 아내 간병을 해왔지만 지난달 20일 아내는 광현 씨 곁을 떠났다.

3일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씩씩하고 또렷했다. 그의 슬픔의 깊이를 감히 가늠할 수는 없겠지만 다행스럽게도 슬픔보다는 평온함이 광현 씨의 마음을 꽉꽉 채우는 듯했다.

광현 씨의 아내 임희숙(가명·54) 씨는 지난 1997년 생후 3일 된 딸아이를 잃은 후 우울증과 당뇨에 시달리며 시름시름 앓았다. 몸조리도 제대로 못해 실신하길 여러 번이었고 깊은 우울증은 희숙 씨를 집어삼켰다. 지난해 12월 아내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웃사랑 보도 후 광현 씨는 일과 아내의 간병 생활에 전념했다. 굴착기 기사인 광현 씨는 낮에는 공사장에서, 밤에는 아내가 있는 병원에서 꼬박 5개월을 지냈다. 아내 치료비, 굴착기 할부금 등 갚아야 할 빚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간절히 빌면 일말의 희망이 보이지 않을까. 신앙생활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끝내 아내는 딸아이가 있는 곳으로 갔다.

마지막 인사는 남편과 아내 단둘이 조용히 치렀다. 광현 씨는 눈을 감고 기도했다.

'아내 영혼을 기꺼이 받아주소서.'

이 모든 걸 하늘의 뜻이라 받아들이고 아내를 보냈다.

조광현(가명·55) 씨가 아내를 간호하다 집으로 돌아와 수건 등 준비물품을 챙기고 있다. 그는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간병에 당장 다음달 병원비가 걱정이라고 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조광현(가명·55) 씨가 아내를 간호하다 집으로 돌아와 수건 등 준비물품을 챙기고 있다. 그는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간병에 당장 다음달 병원비가 걱정이라고 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일주일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었다. 후회는 없었지만 밤마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으로 베개에 얼굴을 묻길 반복했다. 혼자 남은 광현 씨 걱정에 아내가 잘 떠나지 못할까 광현 씨는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런 광현 씨의 삶의 목표는 단 한 가지. 받은 나눔을 되갚으며 살겠다는 것이다. 매일신문에 성금 50만원, 이웃사랑 협력기관 가정복지회에 30만원을 보낸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광현 씨는 "이웃사랑 제작진이 한 시간 넘게 땀을 뻘뻘 흘리며 제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경황이 없어 그동안 인사를 못 드려 마음 한구석이 많이 불편했다. 매일신문과 가정복지회 덕분에 많은 힘이 됐다. 앞으로 어려운 가정을 도와주며 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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