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강아지 동맥관개존증(PDA)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강아지 동맥관개존증(PDA)

하얀털에 까만코,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운 나나(1.35kg. 말티즈, 암컷, 6개월)가 병원을 찾았다. 나나에게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나나의 보호자는 체형이 작은 것 외에는 건강하게 잘 자란다고 생각했던 나나가 검진을 받으러 내원한 동물병원에서 심장 청진에서 심잡음(murmur)이 관찰되며, 초음파 검사를 했더니 선천성 신장질환이 의심된다고 얘길 들었다 하셨다. 어린 강아지가 심잡음이 현저하고 체형이 왜소하다면 선천성 심장질환을 의심하게 된다.말티즈, 푸들, 포메라니언, 비숑 , 요크셔테리어 와 같은 소형 품종에서 관찰되며, 특히 순종 암컷에서 다발하는 선천성 동맥관개존증(Patent Ductus Arteriosus, PDA)이 유력하게 의심되었다.동맥관개존증은 어미의 뱃속에 있던 태아가 탯줄을 통해 혈액을 공급받을 때는 필요했지만 출산 후 폐호흡이 이루어지면 수일내로 자연히 닫혀져야 할 혈관이 남아있는 경우를 말한다. 동맥관개존증이 심할수록 대동맥에서 폐동맥으로 혈액이 와류되면서 원활한 심장 혈액 순환이 방해되며, 생후 1년 이내 70% 정도가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반면에 PDA 혈관을 수술로 잘 결찰해주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진다.건강하다고 여겼던 나나에게 심장병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가족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나나에 대한 종합 건강검진이 이루어졌다. 먼저 X-ray(엑스레이) 검사를 통해 심비대를 확인했고, 심장 초음파 검사를 통해 대동맥과 폐동맥 사이에 혈액의 와류를 확인했다. 심장 청진에서 심잡음이 현저하게 들린 이유는 이러한 비정상적인 혈액의 와류 현상 때문이었다. 보호자에게 최종적으로 나나는 PDA 환자임을 설명드려야 했다.나나는 추가적으로 CT검사를 받아야 했다. 나나의 PDA가 수술이 용이한 단계인지를 분류하고, 결찰할 혈관의 위치와 직경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수술이 빨리 끝날 수 있으며 그 위험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CT검사 결과 나나는 강아지에게서 가장 흔히 관찰되는 type 2 PDA로 확인되었다.나나의 가족들은 주저없이 수술을 결정하셨다. 수술 받는 당일 온 가족들이 함께 동물병원을 찾아왔다. 막둥이 나나가 건강하게 수술을 받고 얼른 회복하기를 가족 모두가 빌었다. 가족들의 바램 덕분인지 흉강 절개 후 PDA 혈관을 찾아내고 결찰하는 수술 과정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예상보다 빠르게 수술이 끝났다.갈비뼈를 제끼고 흉강을 절개한 터라 수술 후에는 가슴 전체를 압박붕대로 감싸주어야 했고 흉강 튜브를 달고 있어야 했다. 하루 정도 통증에 시달린 나나는 바로 다음날부터 음식을 먹기 시작했고 하루가 다르게 건강해졌다. 4일 후 퇴원할 수 있었다. 수술 후에도 별다른 불편함 없이 회복되던 나나는 근 한달 사이 폭풍 성장을 했다. 첫 내원 수술 당시 1.35kg 이었던 체중이 1.9kg으로 증가하였고 몸은 탄탄해졌다. 이제는 호기심 가득한 말괄량이로 변신해 있었다. 심장의 혈액 순환이 정상화되었기 때문이다.행복해하는 나나의 가족들을 지켜보며 잠시 과거를 돌이켜본다.불과 10여년 전 까지 만 해도 강아지의 선천성 심장병은 치료하기도 쉽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보호자가 수술까지 원치 않으셨다. 사회 통념상 개에게 심장수술까지 시켜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던 시절이었다.이제는 반려동물, 동물이 가족의 일원이라는 정서가 확산되었기에 가능한 변화들이다. 동물의 생명을 인간의 존엄에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동물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보편화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2020-10-31 09:00:00

[이상호의 광장] 우리의 고기 밥상은 지속 가능할까?

[이상호의 광장] 우리의 고기 밥상은 지속 가능할까?

우리의 밥상이 바뀌고 있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1970년 136㎏에서 2019년에는 59㎏으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육류 소비량은 5㎏에서 60㎏으로 12배 가까이 늘어났다. 소득 증가와 서구의 식문화 영향으로 이제 고기 없는 밥상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러한 육류 소비 증가로 인해 소비량이 많은 상위 10위 농식품에는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계란, 우유 등 축산물이 6종류를 차지하고 있다.우리뿐만 아니라 전 세계 육류 소비도 50년 동안 7천만t에서 3억3천만t으로 5배 증가했다. 2016년 기준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미국 97㎏, 호주 93㎏, 아르헨티나 87㎏이다. 여기에 중국과 인도 등 인구 대국의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 육류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그렇다면 전 세계적인 육식 소비 증가는 앞으로 지속 가능할까? 경제적 측면에서는 낙관적이지만 환경 문제와 농경지 부족, 동물복지라는 문제가 대두하고 있다.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연간 71억t인데 이는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에 해당한다. 축산업의 온실가스 감축 규제가 강화되면 생산비용 증가로 인해 육류의 안정적 공급이 위협받을 수 있다.축산은 사육 과정에서 곡물용 사료에 의존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전체 농경지의 80%가 필요하다. 하지만 육류를 통해 인간이 얻는 칼로리는 18%에 불과하기 때문에 농경지 이용에 따른 식량 공급의 효율성은 매우 낮다. 도시화와 산업화, 그리고 사막화로 인해 전 세계의 농지가 감소하는 지금 축산 사료 공급을 위한 농경지는 충분하지 않다.이러한 환경 및 농경지 문제뿐만 아니라 동물복지라는 윤리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동물의 삶은 집단 밀식 사육, 수송, 도살로 이어지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윤리적 문제에 대해 동물복지가 강조되고 있다. 사육 동물도 적절히 보호되고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이제 우리 모두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할까? 아니면 축산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육식은 불가능할까? 대안은 식물성 고기와 배양육이다. 식물성 고기는 우리에게도 익숙하지만 배양육은 아직 낯설다. 배양육은 동물을 도축하여 얻는 고기가 아닌 배양시설에서 동물의 세포를 키워서 만들어내는 고기로 '인공고기'로도 불린다. 배양육은 사료와 물 등 자원을 절약함으로써 식량 공급의 안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메탄 등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환경을 보전할 수 있다.배양육은 아직까지 식감이 좋지 못하고 맛이 없다는 불평과 세포 배양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제품의 생산 비용이 높은 편이다. 배양육은 제조 과정에서 유전공학 기술이 사용되는데 식품안전은 논의조차 제대로 되고 있지 않다.축산업은 시장점유율이 높아 안정적 이윤을 창출할 수 있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이 낮은 경영학에서 말하는 '캐시카우'(cash cow) 산업이다. 배양육은 아직 수익성은 낮으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프로블럼 차일드'(problem child) 산업에 속한다. 불확실성은 높지만 성장 가능성은 아이들처럼 무궁무진하다.대안적 육식 소비는 우리에게 가 보지 않은 새로운 도전이며,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기술적 문제점과 위험들이 각처에 도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사료용 농경지 부족과 동물복지의 숙제를 해결하는 뉴노멀의 육식 문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될 것이다. 육식 소비의 변화를 준비하지 못한 미래는 축산업의 위기이지만, 준비된 미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결국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2020-10-30 15:14:15

[이종문의 한시산책] 가을 아침 거울을 보고(秋朝覽鏡·추조람경)-설직

[이종문의 한시산책] 가을 아침 거울을 보고(秋朝覽鏡·추조람경)-설직

지는 잎에 나그네 맘 화들짝 놀라 客心驚落木(객심경락목)밤에 앉아 가을바람 소리를 듣네 夜坐聽秋風(야좌청추풍)아침에 거울 속의 내 모습 보니 朝日看容鬢(조일간용빈)내 한평생 거울 속에 다 들어 있군 生涯在鏡中(생애재경중)가을은 큰 나무 뒤에 숨어 있다가, 어느 날 불쑥 들이닥친다. 겨울 불이 지나간 자리에 풀잎들이 뾰족뾰족 돋아나더니, 맨발로 뛰어나온 온갖 꽃들이 한바탕 벅구통 광란의 축제를 벌이더니, 꽃 진 자리에 신록이 우지끈 다 들고 일어나더니, 이 넓은 천지에 나뭇잎 하나가 시나브로 휘청 떨어지더니, 그것이 신호탄이 되어 가을이 난데없이 불쑥 닥치는 것이다. 어, 어, 어 하는 사이에 정말 난데없이 불쑥 말이다.당(唐)나라 초기를 대표하는 서예가에다 화가와 시인까지 겸했던 설직(薛稷·649~713)도 어느 날 문득 휘청 떨어지는 나뭇잎을 보는 순간, 깜짝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해놓은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는데, 나그네로 정처 없이 떠도는 동안 벌써 가을이 왔단 말인가? 그는 밤이 깊도록 혼자 앉아서 쓸쓸한 가을바람 소리를 듣는다. 세월이 지나가는 회한(悔恨)을 담고 있는 바람 소리에 아마 만감(萬感)이 교차했을 터. 문면에 드러나 있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 날 밤 술이라도 흠뻑 마시면서 회포에 젖었을 것 같기도 하다.다음 날 아침에, 무심코 거울을 쳐다보던 그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그 푸르던 젊은이는 도대체 어디 가고, 주름살 투성이의 웬 낯선 늙은이 하나가 흰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며 거울 속에 우두커니 서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누, 누구시죠?" 하고 하마터면 물어볼 뻔했는데, 다시 보니 자신의 얼굴이다. 파란만장했던 인생의 우여곡절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거울 속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인생 잘못 살았다 싶어서 슬그머니 후회가 되기도 했을 게다."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의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이 한 말이다. 내 나이 어언 예순일곱, 하지만 나는 아직도 내 얼굴에 도무지 책임을 질 수가 없다. 그동안 잘못 살아왔던 흔적들이 여기저기 역력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며칠 전 마을 뒷산의 오솔길을 걷다가, 어린 고라니를 한 마리 만났다. 고라니는 입에다 풀을 문 채로 한동안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갑자기 화닥닥 다급하게 유턴을 하여 마구 달아나기 시작했다. 왜 그랬을까? 내 이마에 깊이 각인된 글씨를 그 사이에 읽었던 게 분명하다. "나쁜 놈!"이라는 주홍글씨 말이다. 어찌 숨길 수가 있겠는가? 마을 뒷산 고라니도 다 알고 있는 것을!이종문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2020-10-30 14:30:00

[기고] 한국산림과학고에서 미래 산림일꾼 키운다

[기고] 한국산림과학고에서 미래 산림일꾼 키운다

"숲은 우리의 미래요 희망이다"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가 있다. 바로 국내 유일의 산림계 특성화고인 한국산림과학고등학교이다. 경북 봉화군 춘양면에 위치하고 있는 한국산림과학고는 2012년 춘양상업고등학교에서 교명을 바꿔 새롭게 거듭났으며 현재는 약 140명의 학생들이 산림 전공 분야의 학업에 매진하고 있다.산림청은 한국산림과학고를 산림 분야 특성화고로 지정하여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산림 분야 특성화고 지원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과 현장 간의 연계 강화를 위한 산학겸임교사 채용을 지원하고, 학생들의 현장실무능력 향상과 취·창업 지원을 위한 자격증 취득, 목공·임업 기계장비 교육 등 맞춤형 교육 과정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또한 4차산업 기술 도입에 대비한 드론, GIS, CAD 등의 교육 및 임업 분야 현장실무교육을 위한 기자재 구입을 지원하는 등 특성화고 지원 사업은 산림 분야 인재 양성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수년간 산학겸임교사로 근무하면서 미래목처럼 가능성을 지닌 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학생들을 보며 가르침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특성화고 지원 사업은 학교와 학생의 성장에 다방면으로 기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꼽는다면 2019년의 전공 인정도서 개발을 들 수 있겠다. 기존 교재는 대학 교재를 재구성해 사용한 탓에 어려운 한자 용어도 많고 편찬된 지 오래되어 산림 분야 환경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 때문에 환경 변화와 학생 수준을 반영하여 자격증 취득 등 취업역량 향상에 도움이 되는 필수 기초 과목 인정도서인 산림경영, 기초 수목생리학을 개발한 것이다. 전공 인정도서 개발로 산림 분야 젊고 유능한 인재 양성에 한발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다.또한 학생들이 직접 산림 현장을 이해하고 느낄 수 있는 현장 중심 교육의 필요성이 증가함에 따라 현직자와의 멘토링 프로그램, 체험학습활동, 채용박람회 등을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진로탐색 및 취업 안정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현장 중심 교육은 학생과 취업처의 미스 매칭을 줄여주기 때문에 '선 취업 후 진학'을 기조로 삼고 있는 한국산림과학고에 꼭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산림청·한국임업진흥원의 산림 분야 특성화고 지원에 힘입어 우리 한국산림과학고의 최근 5년간 취업 통계를 보면 공무원·공공기관에 50여 명, 민간 기업에 70여 명이 취업해 60% 정도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고, 산림 분야 취업 연계성과 취업 안정성도 우수한 편이다.이러한 성과가 지속적으로 창출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산림계열 전문교사와 실습부지 확보가 시급한 실정이다. 미래 임업의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산림청 특성화고 지원 사업의 규모 확대 및 관계 부처의 관심과 협조를 통해 배움이 취업까지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코로나19로 한국산림과학고는 물론 국민 모두가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 국토의 63%를 차지하고 있는 산림은 우리 삶의 터전이자 일터·쉼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용 잠재력이 풍부한 산림에서 학생들이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산림 분야 특성화고 지원 사업은 유지·확대돼야 한다. 맑은 공기와 신선한 자연이 있는 이 숲에 우리 학생들이 미래와 희망을 심어 이 나라의 동량지재(棟梁之材)가 되기를 기대한다.

2020-10-30 12:32:17

[김영환의 시대산책] 북한은 코로나 청정국인가

[김영환의 시대산책] 북한은 코로나 청정국인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군사 퍼레이드 연설에서 "단 한 명의 악성 비루스 피해자도 없이 모두가 건강하니 이것이 얼마나 고맙고 힘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북한이 코로나 청정 지역임을 강조했다. 자신과 간부는 물론 수만 명의 군인과 주민까지 마스크를 모두 벗은 채였다.북한에 코로나19가 퍼져 있는지 아닌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양하다. 북한 내부 소식통의 말을 들어보면 북한에 코로나가 창궐하고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코로나가 아예 없거나 설사 있더라도 극소수인 것이 확실하다. 주변에서 코로나 확진자나 의심 환자를 본 적이 없으며 그런 소문을 들은 적도 없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북한은 소문이 매우 빠르고 널리 퍼지는 나라다. 그런데도 확진자에 대한 소문이 거의 없는 것을 보면 북한이 코로나 청정국이거나 청정국에 가깝다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북한이 감시통제 능력이 뛰어난 나라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전적으로 오해다. 북한이 1960, 70년대 세계 최고 수준의 감시통제 능력을 가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감시통제 능력이 상당히 낮아졌다.작년 중국 등지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창궐할 때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지시를 무시하고 병든 돼지를 몰래 도축해서 먹거나 시장에 내다팔았고 공무원들은 뒷돈을 받고 이를 묵인했다. 그 결과 북한 전역의 돼지들이 초토화되었고 심지어 야생 멧돼지까지 광범하게 전염되었으며 이것이 한국의 접경지역에까지 영향을 줄 정도였다. 감시도 되지 않고 통제도 되지 않는 것이다.북한에서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강력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는데도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가에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북한에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아서? 아니다. 만약 용기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다면 옛날에 체제가 뒤집어졌을 것이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 대한 단속은 꾸준히 하지만 걸려도 뇌물을 주면 대부분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뇌물을 줄 정도의 돈이 있는 중산층 이상이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가장 심한 것도 북한이다. 부정부패가 국가의 감시통제 능력을 크게 떨어뜨리지만 부정부패만이 아니라 북한의 다양한 요소가 국가의 감시통제 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국가의 감시통제 능력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국가의 종합적인 조직력 ▷국민적 단결력 ▷공무원의 행정 능력과 공적 마인드 ▷국가 청렴도 ▷광범하고 체계적인 정보수집망 ▷CCTV나 이에 준하는 정보수집 기기의 질과 양, 조직화 ▷정보처리 기술과 효율성 ▷감시통제를 위한 AI 기술 활용의 질과 양 ▷감시통제에 대한 낮은 법적 제약 ▷감시통제에 대한 국민의 자발적 협조 정도 같은 것들이 있다.이 중 북한의 국가 청렴도는 세계 최악이고 6, 7개 항목에서 확실히 한국보다 약간 혹은 아주 많이 뒤처져 있고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만약 북한이 코로나 청정국이라면 그건 감시통제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운 때문이다. 북한은 원래 폐쇄 국가였는데 국제 제재까지 겹쳐 더 폐쇄적인 국가가 되었다. 그나마 아주 소규모로 교역과 교류를 하던 것이 중국 랴오닝성과 지린성이었는데 랴오닝성과 지린성의 확진자 수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할 때도 100만 명당 3명 수준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환자를 만날 가능성이 극히 낮았다는 것이다.우리 세대는 학교 다닐 때 북한 사회는 감시와 통제가 철저한 사회라고 배워 왔다. 뒤 세대도 비슷할 것이다. 그런 편견을 버려야 한다. 북한 사회는 다양한 영역에서 망가진 사회다. 반면 한국은 감시통제 능력이 끊임없이 높아져 온 나라다. 이것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도 있고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실을 현실로 직시해야 한다.

2020-10-29 16:54:57

[기고] 영주댐의 비극

[기고] 영주댐의 비극

학교만 갔다 오면 가방을 던져 버리고 강으로 달려갔다. 올갱이 잡고 모래무지, 수수미꾸리, 피라미와 숨바꼭질할 수 있는 '달내'(獺川)는 하늘이 주신 놀이터였다. 내 자식도 누릴 수 있었던 이런 행복한 공간은 충주댐 건설로 영영 사라졌다.언젠가 경북으로 마을 답사를 다니던 때가 있었다. 그러던 중 내성천을 만나게 됐다.나지막한 산 아래 오순도순 모여 있는 아름다운 한옥촌보다도 발길을 먼저 끌어당긴 것이 있었다. 드넓은 황금 모래밭, 잠자듯 흘러가는 '내'(川), 물결에 닿을 듯 말 듯 태극을 그리며 겸손히 놓인 외나무다리였다. 어쩌면 이런 완벽한 조화가 있을까. 천지인(天地人) 삼신합일(三神合一)이 예로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마치 엄니 배 속 양수에 떠 있던 태아의 평온함이 느껴져 오는 듯했다. 댐으로 빼앗긴 달래강의 아름다움이 내성천엔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그런데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영주댐 건설 후 내성천은 옛 모습을 크게 잃었다. 그 많던 고운 황금 모래는 어디로 가고 버드나무와 풀숲이 모래사장을 덮고 있다. 명경지수 같던 내성천은 썩고 악취가 나기까지 한다. 1급수 어종은 사라졌다. 마치 잘 살고 있던 사랑하는 이가 어느 날 느닷없이 괴한에게 납치돼 험한 일을 겪고 눈앞에 서 있는 것 같은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이 가슴을 뒤덮는다.이런 희생을 치르고 세워진 콘크리트 산 영주댐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내성천보존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7월 시작된 준공검사는 '2017년 1월 준공검사 종료, 19.5% 수위에 그친 채 끝내 방류, 준공검사 불합격'됐다.이어진 2017년 7월 2차 검사는 '2018년 3월 준공검사 종료, 18.8% 수위에 그친 채 끝내 방류, 준공검사 불합격'되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토목 기술이 세계적인 대한민국에서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왜 지금까지 사회문제화되지 못했는지 반드시 밝혀져야 한다.환경부 '영주댐 처리 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이하 협의체)는 지난 15일 방류를 결정했다. 이에 영주 지역 단체들은 천변에 천막을 치고 방류 중단 철야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7일 환경부 국장 등이 현지를 방문해 영주 지역민과 간담회를 가졌다.영주시장은 '영주댐 처리 방안을 위한 협의체'를 재구성할 것과 환경부와 영주시가 '영주댐 관련 용역을 공동으로 발주'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당연한 요구다.환경부 입맛에 맞는 외지인들로 조직을 만들어 영주댐 문제를 결정하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그동안 영주댐 관련 반복된 용역도 정부와 수자원공사에 의해 일방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런 결과를 영주 지역과 내성천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순순히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는가? 갈등 해결은 그 주체를 중심으로 논의 기구를 만들고 일부 전문가들이 참여해 해결하면 된다. 환경부는 이제라도 지역민 의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충주댐이 건설될 때 대통령은 '세계적인 호반관광도시'를 만들겠다고 공약했다. 그 뒤에도 선거 때만 되면 이런 공약은 단골이었다. 35년이 지난 지금 수리권(水利權)은 박탈돼 지역 발전은 후퇴하고 인구도 준 채, 그간 말잔치는 공약(空約)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댐 때문에 행복해진 곳은 없다. 방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물이 새고 수없는 균열이 생긴 댐체 안전성 여부다. 왜 두 차례 준공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2020-10-29 15:27:02

[김성민의 매일춘추] 시집

[김성민의 매일춘추] 시집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 가운데 책 읽는 소리를 빼놓을 수 없다. 그중에서도 으뜸은 한글을 갓 배운 아이들이 책 읽는 소리다. 듣기에 답답할지 모르지만, 그 소리는 무엇과도 바꾸기 싫을 만큼 귀하고 귀엽다. 그게 만일 내 글이라도 되면 황홀한 지경에 이르기도 하는데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아이들이 차츰 세상을 배워가면서 불쑥불쑥 내뱉는 말들은 그 자체가 시(詩)이다. 아이들의 말은 어른의 말과 달리 이것저것 재지 않는 단도직입이다. 하지만 고학년이 될수록 어떤 고정된 틀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시라는 것은 구성이 이렇고, 글감이 이러하니 이런 식으로 전개하면 되겠지, 하는 틀 말이다. 그렇게 아이들은 어른이 돼가는 것이겠다.1학년 아이가 '풍선'을 소재로 쓴 시를 읽다가 부지불식간 완전 무방비 상태로 크게 한 방 먹었던 기억이 있다. 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다. '풍선은 하늘을 날아다니니까 좋겠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이 생각할 수 있는 범주이다. 이 아이는 마지막에 시인만의 개성을 보여 주고 있다. '풍선은 좋겠지만 나는 싫다. 하늘로 날아가면 엄마 아빠와 헤어지게 되니까.'라는 내용이었다. 이 시를 보는 순간 가슴속을 울리는 뭔가가 느껴졌다. 물론 "이게 뭐야, 시시하게." 이러는 분도 계시리라. 하지만 다시 한번 음미해보면 하늘 나는 재미와 부모와의 사랑을 바꾸고 싶지 않다는 아이의 마음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이때 받은 감동은 어쩌면 죽을 때까지 남을지도 모르겠다. 이래서 시는 울림이 크다고 하는 모양이다. 시는 짧아서 쓱 읽고 나면 무슨 말인지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시간을 들이고 마음을 좀 정갈하게 만든 다음, 읽고 되새김을 하고 음미하다 보면 지금껏 살면서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다. 얼마 전 작은 서점에 가보니 시집을 전시해두고 '시 한잔하시죠'라는 문구를 붙여 두었다. 그랬다, 역시 시는 그냥 읽거나 대충 보는 그런 게 아니었다. 시를 한잔하라니 정말 잔에 시를 가득 부어 한잔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가을이라 그런지 요즘 라디오에서도 더 자주 시를 소개한다. 잔잔한 노래와 시는 정말 잘 어울린다. 내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한 음률과 시의 행간을 듣고 있자면 감성 충전 끝! 한해가 무르익어가는 즈음에 시를 호출하고 시인을 호명해 오는 것에는 무조건 찬성이지만 너무 가을에 몰아서 시를 남용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술이 괜히 비집고 나오기도 한다. 예전에는 연애할 때 시 구절을 연인에게 읊어주기도 했다는데 어찌 보면 이것은 귀여운 오용(?)이 아니었던가.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이 실린 시집은 많이 팔린다고 한다. 나도 서점 동시집 코너에서 어떤 책이 선택되고 있나 눈여겨본 적이 있다. 아쉽게도 동시집 코너에는 사람들이 잘 오지도 않을뿐더러 귀히 오더라도 문제집 고르듯 'O 학년이 읽으면 좋은 동시' 같은 책만 들여다보는 걸 보고 씁쓸하고 쓸쓸했었다. 독자들이여, 이 가을 부디 시를 외롭게 만들지 말아 주시라.

2020-10-29 14:54:43

[기고] 울진 정신

[기고] 울진 정신

필자는 지난 7월 개관한 울진의 국립해양과학관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울진의 매력에 푹 빠졌다. 울진은 금강송 천년대왕송이 우뚝 서 있는 한반도 등줄기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고, 독도와 한반도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자리 잡고 있다. 요즘 관광 레저 교육 시설이 속속 들어서면서 우리나라 최고의 관광 명승지로 발돋움하고 있다.하지만 과거의 울진은 서울에서 아주 먼, 그것도 높디높은 태백산맥을 넘어야 닿는 한적한 바닷가 오지였다. 이런 지리적 조건이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울진 지역민들의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 온 것 같다. 1천 년 이상의 시간을 거쳐 울진 주민들의 의식과 정서에 새겨진 독특한 '울진 정신'은 의리를 중시하는 선비 정신과 강인한 생활력의 보부상 정신으로 집약된다. 선비 정신의 핵심인 의리는 유학에서 말하는 옳은 것, 마땅한 것으로서 선비들의 판단 기준이었다.그리고 울진에는 옳음을 위해 자신을 바친 역사 인물들이 즐비하다. 여말선초 고려 공양왕 복위를 꾀했던 대사간 출신 최복하, 영월에 유폐된 단종 복위에 나섰다가 처형된 최시창 최면 부자는 울진 선비들의 의리를 대표한다. 병자호란 때 인조가 굴욕을 당하자 청 태종을 암살하려고 청나라 수도 심양까지 갔다가 실패하고 목숨을 잃은 장대룡도 있다.울진은 또 구한말 의병운동과 일제강점기하 항일독립운동에 투신한 애국지사들을 많이 배출했다. 영덕 출신 영릉의병장 신돌석 장군의 활동 주무대가 울진이라 울진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고, 러일전쟁 때 일본군과 싸우다 전사한 의병 중장군 최경호, 을사조약 이후 강원도 의병총참모장 이강년 휘하 강원도 남부 의병대장으로 활동 중 전사한 김현규, 관동창의군 중장군 전세호 등 수많은 의병장들이 울진 출신이거나 울진을 기반으로 활동했다. 1931년 일본군 군사시설을 폭파한 간도사건 주모자로 서대문 형무소에서 사형당한 권태상 외에 주병웅 황만영 주진수 진규환 곽종목 전영직 등 수많은 독립운동가도 울진 출신이다.한편 울진은 과거 지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서울에서 가장 먼 오지였기에 귀양 유배지로 유명했다. 한양에서 더 멀어질수록 더 무거운 형벌로 취급되었던 점을 감안하면 울진으로 유배된 사람들은 당대의 거물이었다. 유자광, 이산해 등 수많은 고관대작과 선비들이 귀양을 왔고, 임유후는 화를 피해 자진 은거하기도 했다. 울진 출신 가운데서도 출세와 벼슬을 멀리한 수많은 선비들이 나왔고, 특히 동양의 노스트라다무스로 알려진 격암 남사고는 울진의 독특한 환경이 낳은 거인이다. 강인한 생활력의 보부상 정신은 울진의 자연환경에 기인한다. 지난 2010년 울진 흥부장에서 봉화의 춘양장으로 넘어가는 보부상길이 발굴되어 십이령 금강소나무숲길로 다시 열렸다. 옛날 울진의 보부상들은 소금과 미역, 염장품과 건어물을 바지게에 지고 태백준령 열두 고개를 넘나들었다.장편소설 '객주'를 9권까지 썼던 소설가 김주영은 십이령길을 넘던 울진 보부상길이 발굴되자 9권을 탈고한 지 30년 만에 마지막 10권을 완성했다. 그는 "보부상 대장 격인 행수의 공덕을 기리는 철비, 주막거리, 서낭당 등 보부상의 다양한 현장이 남아 있는 길은 전국에서 울진이 유일한데, 이런 길도 모르고 객주 9편을 썼다니 자괴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울진 보부상들의 억척같은 생활력은 지금도 울진 사람들의 내면에 깊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울진을 대표하는 두 가지 정신, 곧 의리와 생활력은 울진이 새롭게 도약하는 데 있어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

2020-10-28 14:53:15

[도태우의 새론새평] 사람 잡는 ‘사람중심’

[도태우의 새론새평] 사람 잡는 ‘사람중심’

서해에 표류하던 국민이 피격 소각되는 참사가 벌어졌다.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월북 논란 중에도 이 일을 자행한 북한 당국은 20만 명으로 추산되는 사람들을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하여 계속 기본적 인권을 박탈하고 있다. 한편 수만 명의 탈북 여성들은 중국에서 성노예로 인신매매된다.북한에서 사람이란 무엇일까? 1992년 개정된 북한 헌법 제3조는 북한이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 실현을 위한 혁명 사상인 주체사상을 자기 활동의 지도적 지침으로 삼는다"고 한다. 제8조에서는 북한의 사회제도가 "사회의 모든 것이 근로인민대중을 위하여 복무하는 사람 중심의 사회제도"라 한다. 이 헌법에 따르면, 북한의 모든 것이 '사람 중심'이다.대한민국의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구호 역시 10년 이상 사람 중심이다. 민주당이 집권한 지방자치단체마다 '사람 중심 ○○'라는 글귀가 수없이 게시되었으며, 댓글 조작 드루킹의 '경인선'(경제도 사람 먼저) 구호도 사람 중심의 변형일 뿐이다.이렇게 남북이 동시에 집착하는 사람 중심은 북한 헌법의 핵심 개념이다. 어쩌다가 북한 헌법의 핵심 개념이 대한민국 방방곡곡에 나붙게 되었는가? 우리 사회에서 사람 중심 구호를 유포한 인물들은 1970년대부터 북한 체제 이념의 근간을 이룬 주체사상의 세례를 받은 공산운동권 출신이다. 황장엽이 만든 주체사상이 남과 북 사람 중심 구호의 원주소인 것이다.그렇다면 주체사상이 말하는 '사람'은 무엇인가? 황장엽은 이를 '개인적 생명과 구별되는 집단적 생명'이라 부른다. 주체사상이 말하는 사람은 피와 살을 가진 구체적 '개인'이 아닌 추상적 '집단'인 것이다. 사람 중심 구호에서 사람이란 인민, 대중, 민족, 인류와 같이 집단과 전체로서의 사람일 뿐 희로애락과 생로병사를 겪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그러기에 황장엽은 심지어 스탈린, 모택동을 대인배, 위대한 공산주의자로 존경했다. 수천만 명의 사람이 강제수용소에 갇히거나 굶어 죽었지만, 인류의 차원이 한 단계 격상되었다는 것이다.북한이라는 수용소 국가를 70년이나 떠받쳐 온 이 위험천만한 기만의 사상은 놀랍게도 어느 틈에 우리 사회 정치권과 국가기구 제도권의 핵심을 점령한 듯하다.주사파의 범위는 위헌 정당으로 해산된 통진당과 내란 선동으로 수감 중인 이석기, 김정은 위인맞이 단체 부류에서 끝나지 않는다. 집요하게 사람 중심을 외치는 민주당 내에도 주사파가 있다. 북한 영상물에 저작료를 보낸 임종석 전 실장, 주체사상 홍보 단체에 수의계약을 준 이인영 장관은 모두 주사파 전대협 의장 출신이다. 소위 보수 정당에서도 하태경 의원 같은 주사파 출신 인물이 정통 자유민주주의자를 '극우'로 몰아 당에서 쫓아낸 뒤 모든 정당을 사람 중심 정당으로 통합하는 길을 닦고 있다.나라 전체가 사람 중심 구호의 본질과 위험성을 깨닫지 못한 채 폭풍에 휩쓸리고 있다. 주사파 이념 집단의 완고함과 무모함이 물밑에서 계속 작용하기에 우리 사회는 근본적인 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어디서부터 어떻게 이를 극복해 갈 것인가? 우선 사람 중심 구호의 유래와 종착지를 명확히 깨닫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북한의 실상에서 보듯 사람 중심은 전체주의 권력 추구의 이념적 도구일 뿐이다. 사람 중심의 종착지는 북한이 그랬듯이 전체 사람 또는 민족, 국민의 명분으로 개인의 모든 권리를 접수하고 법치의 틀을 파괴한 뒤 절대 권력자 수령의 손에 이 모두를 넘겨주는 것이다.이에 반해, 개인의 근본적 자유를 보호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이 가치를 공유하는 한미동맹은 대한민국 70년 기적과 번영의 역사를 가능케 한 기초이다. 국민 개개인이 더욱 선명하게 이를 자각하고 축복의 원칙을 지켜가야 한다.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명시된 '인간으로서의 존엄'은 모든 개인에게 침범되어서는 안 될 기본적 인권을 보장한다. 이것이 사람 잡는 '사람 중심'과 정반대 편인 '사람을 살리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2020-10-28 14:45:11

[강준영의 매일춘추] 근대 문화는 고부가가치 자산

[강준영의 매일춘추] 근대 문화는 고부가가치 자산

요즘엔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싸악 밀어버리고 현대적 건물들을 세우는 것을 당연하다고 인식한다. 우리는 일제 시대와 전쟁을 겪은 후 '새마을'이라는 국토 쇄신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의 대한민국을 이뤄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해야 할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새마을 방식으로 밀어버리고 사라지게 하면 안 된다. 전쟁 이전의 전통과 역사가 문화재청을 중심으로 존재하고 있다면, 전쟁 이후의 근대 문화는 지역 곳곳에 살아 숨 쉬는 고부가가치 자산이다. 지자체 스스로가 새롭게 리뉴얼(Renewal)해서 근대문화 유산들을 지켜내야 한다.리뉴얼이란 기존의 것을 있는 그대로 새롭게 만든다는 것이다. 기존의 것을 그대로 살리고 현대적 감성을 입혀 그것이 생성된 그때 그 시절의 감성과 지금의 세련되고 편리성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현재 트렌드 중 레트로(Retro)는 과거를 그대로 수용하고 현재적으로 해석하여 과거의 향수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다. 현재의 젊은 청년들은 레트로 감성에 푹 젖어 들어 복고풍의 디자인의 옷을 입고 낡은 한옥을 개조한 카페를 찾아다니며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복고를 감성화 시키고 있다.지역마다 지역의 오랜 전통과 근대, 현재가 혼재되어 그곳의 독특한 문화예술을 담고 있다. 오래되고 낡은 것들을 부셔버리고 새로운 것을 들어서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되고 낡은 전통을 현대적 감성으로 리뉴얼해야 된다. 오래된 건물은 그것을 그대로 살려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감성적으로 리뉴얼하고, 오래된 길은 그때 시간을 그대로 살려서 더 아기자기한 이야기가 가득한 길로 리뉴얼해야 한다. 그 지역의 문화 예술은 있는 그대로 새로운 현대적 감성을 입혀 고부가가치 관광자산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그 지역의 오래된 시간의 역사와 전통, 독특한 아름다움이 사라지지 않으려면 지역의 전통문화예술을 그대로 살려 리뉴얼하고, 지역의 특색을 살린 개발이 필요하다. 난개발을 억제하고 자연을 그대로 살려 그곳의 지역적, 지형적, 기후 등이 어우러져 그 지역의 통합된 문화예술 콘텐츠로 매력을 지녀야 할 것이다. 그렇게 이룩하고자 하려면 오랜 시간 머물고 있는 전통과 역사의 흔적들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리뉴얼하여 근대시간에 형성된 근대문화예술까지 새로운 감성으로 접할 수 있게 해야 한다.오래된 이야기가 가득한 길, 오래되고 낡은 집, 특히 사람이 떠난 빈집, 지역의 문화예술, 지역의 자연, 그 지역의 전통, 역사 등을 있는 그대로 살려 현대적 감성으로 리뉴얼하여 고부가가치 관광 콘텐츠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경험하게 하는 것은 거대한 조형물이 아니라 이야기가 가득한 소소한 콘텐츠들이다.

2020-10-28 14:36:30

[최재목의 아침놀] ‘텃새’보다 ‘철새’가 낫다

[최재목의 아침놀] ‘텃새’보다 ‘철새’가 낫다

계절 따라 이동하지 않고 그저 한곳에 1년 내내 머무는 새를 '텃새'라 한다. 텃새는 '텃세(勢)'를 부리기 마련이다. 까치, 갈매기 같은 텃새는 철새에게 조폭처럼 텃세를 부린다고 한다. 정치계뿐만 아니라 사람 사는 세상 어딘들 텃세가 없으랴만, 나는 텃새보다 철새가 좋다.철새는 정해진 계절에 번식지와 월동지로 이동하는 새를 말한다. 알을 낳고 새끼를 기르고,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이가 풍부하고 온도가 알맞은 서식지가 필요하다. 철새마다 이동의 횟수, 방향, 거리는 다르다. '이동'은 생명을 지속시키는 지혜이리라. 빛이나 바람은 이미 존재한다(Es gibt). 이것이 철새들에게는 자연의 증여물(선물)이며, 그들은 이에 감사히 기대며 살아가되 나그네, 유목민처럼 떠돈다.저 노마드의 철새. 그렇게 먼 길을 잘도 찾아다닌다. 인간들보다 훨씬 영성적이다. 정주(定住)하며 온갖 텃세를 부리는 인간은 원자력 같은 영속적 에너지를 개발하는 등 스스로 신(神)인 양 얼마나 오만스러운가. 이곳저곳 옮겨 다니는 '철새 정치인'을 비하하는 동안 우리는 철새들의 명예를 훼손해왔다. 철새들이 보는 인간 세계는 얼마나 가증스러울까. 정체성 없는 '철새 정치인'들은 '이득'만을 목표로 하나, 철새는 '생명의 자연'에 충실한 것이다.철새에도 종류가 있다. 제비, 뻐꾸기와 같은 것을 '여름 철새'라 하고 두루미, 가창오리와 같은 것을 '겨울 철새'라 한다. 그리고 봄과 가을 두 번 월동지로 이동할 때 한 지역만을 지나가는 도요물떼새 같은 부류를 '통과 철새', 다른 말로 '나그네새'(여조·旅鳥)라고 부른다. 하지만 내겐 왜 세 종류의 철새가 모두 '나그네새'처럼 보일까.언제부턴가 우리는 '떠나간/갈' 사랑을 철새에 비유하여 노래했다. 가수 박건은 '사랑은 계절 따라'에서 "가을에 만난 사람 겨울이면 떠나가네"라고, 가수 김부자는 '당신은 철새'에서 "그리우면 왔다가 싫어지면 가버리는/ 당신의 이름은 무정한 철새"라며 철새를 '무정한' 것이라 했다. 가수 펄 시스터즈가 부른 '철새'에서는 "철새를 따라 떠나는 사랑/ 아, 꽃 피던 사월 다시 오려나"처럼, 철새를 되돌아올 '희망'으로도 읊는다."먹구름 울고 찬 서리 친다 해도/ 바람 따라 제비 돌아오는 날"이라는 가수 조영남의 노래 '제비'(번안곡)에는 여름 철새인 제비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 있다. 이미자의 노래 '섬마을 선생님'에서는 "해당화 피고 지는 섬 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 서울엘랑 가지를 마오"라며, 설렘에서 시작하지만 떠날 것을 암시한다. 이처럼 '왔다 가고, 갔다가 다시 온다'는 믿음에서 철새는 호출되고, 인간사의 애증・애환을 담아 노래되었다. 그러나 '텃새'는 지겹기에 그리워지지도, 노래로 불러지지도 않는다.철새는 오고 가야 할 때를 잘 알고 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이형기의 시 '낙화'에서처럼 결별할 때 결별하는 섭리를 따른다. 박목월이 '난'(蘭)이란 시에서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 (…) 여유 있는 하직은/ 얼마나 아름다우랴"라고 했듯, 뒤도 안 돌아보고 뚝 떨어져 나가는 저 '하직'(下直)의 지혜를 철새는 터득하고 있다. 타이밍 맞춰 떠나는 단호함, 용기가 멋스럽다.김수영이 시 '폭포'에서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라 했듯 떠날 때는 매몰차야 한다. 페루 민요 '철새는 날아가고'에서 "멀리 멀리 떠나고 싶어라/ 날아가 버린 백조처럼/ 인간은 땅에 얽매여 가장 슬픈 소리를 내고 있다네"라 했듯, 슬픈 텃세들의 땅을 떠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누군가 탈당을 하고 떠나더라도 '배신자'라며 비난하지는 말자. 얼마나 조직・패거리의 텃새가 심했으면 절망하고 떠나겠는가.우리는 누구나 철새일 수 있다. 이왕 철새이려면, 이익(利)・혜택(惠)에 골몰한 '소인・졸장부 철새'가 아닌 도덕(德)・정의(義)를 좇는 '군자・대장부 철새'로서 세상을 가로질러 가야 하리라.

2020-10-28 11:30:58

[종교칼럼]택배 노동자와 예수

[종교칼럼]택배 노동자와 예수

우리는 일과 함께 살아왔고, 일과 함께 살아갈 것이다. 우리 삶과 일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다.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도,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도 일이 필요하다. 그렇다. 일은 단지 인간의 생물학적 필요에 그치지 않고, 올바른 삶의 원동력이다. 그런데 최근 택배 노동자의 잇따른 죽음은 충격이다. 퇴근도 하지 못하고 31시간이나 일하다 쓰러진 택배 노동자. 생존을 위한 그들의 노동은 우리 모두의 고통이다. 일할 권리, 일하다 죽지 않을 권리도 중요하지만 행복하게 일하고, 일이 행복이 되는 세계를 그려볼 수 없을까?팀 던럽은 '노동 없는 미래'에서 그런 세계를 그려본다. '우리들이 가진 에너지와 재능을 소득을 올리거나 이익을 내는 데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 만족을 위해 쓸 수 있는 세상은 없을까. 급여나 각종 수당을 못 받게 될까, 일자리를 잃게 될까 두려워 새벽같이 출근하고 뼈 빠지게 일하는 게 아니라 가족과 더 많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세상은 없을까.' 그러면서 그는 고대 그리스인들의 일상을 통해 예술과 교육에 많은 시간을 쏟고, 뭔가를 배우는 데 큰 성취감을 느끼며 사는 사회를 그려본다. 그렇지만 그는 일과 삶의 가치에 대한 우리 생각이 바뀌지 않는 한 일로부터 해방은 요원함을 피력했다.언제부터인가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가족이 아니라 일이 되었다. 일은 의식주를 해결하는 방법이고, 사회적 신분을 가르는 수단이고, 은퇴 후 안락한 삶을 보증하는 증서가 되었다. 기술 발전으로 인간이 하던 단순 노동은 기계나 로봇이 한다. 곧 일을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온다 해도 우리는 기계가 우리의 일을 대신하는 것이 불안하고, 로봇이 일자리를 빼앗아갈까 두려워한다.수렵채집 생활에서 농업혁명은 인류사의 대전환이었다. 농업혁명은 기후변화에 관계없이 안정된 생활은 물론 인류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하지만 평균적인 농부는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하고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고 한다. 농업혁명은 잉여농산물을 저장하고, 부를 축적할 수 있었지만 인류의 생활은 나아지지 않았다. 지금은 어떤가. 인류는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지만 최근 통계에 따르면 약 8억3천900만 명이 가난에 허덕이고 34억 명의 노동인구 가운데 2억400만 명이 실직 상태이다. 일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극소수는 행복할지 몰라도 많은 사람이 불행해질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일과 그 가치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이 깊이 다가온다. 신약 성경 마태복음 20장에 포도원 일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포도원 주인은 포도원에서 일할 노동자를 구했다. 그는 일꾼들에게 하루에 한 데나리온씩을 약속하며 포도원 일을 시켰다. 포도원 주인이 제3시(오전 9시)에 인력시장에 나가니 일을 찾는 사람이 있어 포도원으로 보냈다. 주인이 제6시(낮 12시)와 제9시(오후 3시)에도 인력시장에 나갔는데 여전히 일을 찾는 사람이 있었다. 제11시(오후 5시)에도 나갔다. 아직도 인력시장에는 일을 찾는 사람이 있었다. 포도원 주인은 그들을 불러 일을 시켰다.유대인의 노동 시간(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 끝났다. 주인은 하루 일과가 끝난 노동자들에게 똑같이 한 데나리온씩 일당을 지불했다. 그런데 뒤끝이 좋지 않았다. 포도원에 먼저 와서 일한 노동자들의 불만과 원성이 자자했다. 급기야 예수님은 불공정한 업주가 되셨다. 과연 그럴까? 예수님은 사람의 일을 노동의 가치로, 노동을 생산성과 성취로 평가하지 않았을 뿐이다. 예수님은 일을 잘하고, 많이 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그렇다. 예수님은 일의 생산성이나 가치에 관계없이 사람은 누구나 생존할 것이 있어야 함을 보여주신 게 아닐까!

2020-10-28 09:34:37

[경제칼럼] 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 조건부 허가제를 도입하자

[경제칼럼] 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 조건부 허가제를 도입하자

대구 부동산 시장은 지난 10여 년간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0년대 중반까지 건설업체는 현풍, 연경, 도남, 경산 등 대구시 외곽 지역에 이미 조성된 택지개발지구에 집중적으로 신규 아파트를 건설했다.외곽지에 조성된 택지가 점차 고갈되어 감에 따라 최근에는 도심 지역 재개발·재건축 시공권을 수주하기 위한 건설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재개발·재건축 시공권 수주 경쟁에 있어서 대형 건설업체는 지역(지방) 건설업체에 비해 자본력, 홍보 마케팅 수단 및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 절대적인 경쟁 우위를 지니고 있다. 또한 조합 및 조합원의 대기업 브랜드 선호 현상과 입주 후 브랜드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대형 건설업체의 수주 쏠림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다.지역 자본의 역외 유출 억제 및 지역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대구시를 비롯한 대부분 지방 도시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대한 지역 건설업체의 사업 수주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고 있다.대구시는 2018년 11월부터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대해 지역 건설업체(20%)와 지역 설계업체(3%)에 추가적인 용적률을 허용하는 '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제'(최대 23%)를 시행하고 있으나 그 효과는 매우 저조하다.일반적으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정비예정지구 지정, 추진위원회 설립, 정비지구 지정·고시, 정비계획 수립, 조합 설립 및 승인, 시공사(건설업체)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순으로 진행된다. 시공사(건설업체)는 조합 승인 이후에만 선정할 수 있다. 그러나 용적률은 시공사(건설업체) 선정 단계보다 훨씬 앞선 정비지구 지정·고시 단계 혹은 정비계획 및 건축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적용된다.실무적으로 시공사(건설업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를 선행적으로 허용해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사업 승인을 취득한 선례는 거의 전무하다.대부분의 재건축·재개발 조합은 법적 허용 용적률 범위 내에서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인허가 절차를 수행하며, 이를 기준으로 주민 설명회, 조합원 동의, 조합 설립 및 시공사 선정 과정을 진행한다.지역 건설업체가 시공사로 선정되면 조합은 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받기 위한 정비계획 및 인허가 사항에 대한 변경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조합은 변경된 인허가 조건에 대한 주민 설명회와 주민 재동의 절차를 다시 거쳐야 한다.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사업 절차가 복잡해지고 사업 시기가 지연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제는 절차적인 측면에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부정적 측면을 내포하고 있다.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제의 최대 저해 요인은 지역 건설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함으로써 유발되는 불확실성이다. 이를 해소하려면 재개발·재건축 사업 초기 단계부터 지역 건설업체의 실질적인 참여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그 방안 중 하나는 지역 건설업체 '조건부 용적률 인센티브 허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조건부 용적률 인센티브 허가제란 지역 건설업체의 시공 참여를 전제 조건으로 용적률 인센티브를 선제적으로 허용해 정비계획 및 각종 인허가를 조건부 승인하는 제도이다. 물론 시공사가 역외 업체로 변경되면 조건부 승인받은 정비계획 및 인허가 조건은 변경 심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제는 단순히 지역 건설업체만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제도가 아니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조합의 일반 분양 수익금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조합원의 자기분담금을 줄여주는 효과로 귀착된다. 따라서 조합은 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합원의 자기분담금을 최대한 경감할 필요가 있다.대구시는 조합과 조합원을 대상으로 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제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지역 건설업체의 사업 초기 참여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제는 최근 정부에서 권장하고 있는 '소규모 가로주택 정비사업'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지역 건설업체는 지자체의 편파적인 지원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에 대비한 특화된 평면설계 및 시공 차별화 등을 통해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과거 우방과 청구는 지역 건설업체 용적률 인센티브제 없이도 주택 건설 명문 기업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날렸다.

2020-10-27 15:55:13

[김성호의 매일춘추] 내가 라면을 먹는 이유

[김성호의 매일춘추] 내가 라면을 먹는 이유

식사 준비를 전적으로 아내에게 의존하는 나같은 남편들이 혼자서 끼니를 해결해야 할 때, 등산이나 낚시 등 야외에서 간편하게, 한밤중에 출출하여 입이 궁금할 때, 그것도 아니면 왠지 그 매콤한 맛이 생각나서…. 다양한 이유로 우리는 라면을 먹는다. 라면은 이제 우리 식탁에 없어서는 안 될 음식이 되었다. 심지어 수천m 상공의 비행기 안에서도 라면을 기내식으로 먹을 수 있으며, "제대로 익지 않았다" "너무 짜다"라며 여러 차례 퇴짜 놓은 모 대기업 간부의 사례처럼 라면은 간혹 갑질 도구로도 사용된다. 또한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이영애가 유지태에게 "라면 먹고 갈래요?"라고 하듯이 남녀 간 수작 걸기에도 라면은 유용하다. 그 결과 한국인의 한 사람당 라면 소비량은 연간 70~90개 이상으로 라면의 원조인 일본과 중국의 2배에 달할 정도이다.이렇게 라면은 이제 간편식, 기호 식품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라면이 없었더라면 수많은 자취생은 다 굶어 죽었을 거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라면은 아직도 어떤 이들에게는 비교적 싼값(물론 상대적이다)에 허기를 면할 수 있는 식품이기도 하다.1986년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세 개나 딴 임춘애 선수는 "라면 먹으면서 운동했어요. 우유 마시는 친구가 부러웠구요"라는 우승 소감 때문에 '라면 소녀'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사실 임 선수는 이 별명이 억울하다. 비록 가난한 환경에서 운동했지만, 라면만 먹고 자란 것도 아니고 이 이야기도 임 선수가 직접 한 말도 아니다. 임 선수의 코치가 육상부의 열악한 환경을 이야기하며 "육상부에 지원이 부족해서 간식으로 라면만 먹는다"고 이야기한 것을 기자가 '가난을 극복한 영웅적 사연'으로 왜곡해서 "임춘애를 비롯한 육상부 선수들이 라면만 먹고 운동한다"라고 기사를 쓴 것이다.그리고 영화 '넘버 쓰리'에서 배우 송강호에 의해 임춘애 선수의 라면은 헝거리 정신의 상징으로 묘사된다."이게 다 라면 먹고 이룬 거야. 뭐 복싱뿐만이 아니야. 그 누구야. 현정화, 현정화 걔두 라면만 먹고, 음? 금메달 3개씩 따버렸어.""임춘애입니다. 형님!""……나가 있어."아무튼 이후 임춘애는 많은 후원도 받았고 은퇴 후 국숫집 사장님이 되었다고 한다. 라면 때문일까?그런데 라면에 얽힌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으로 허기를 면하려다가 불이 나서 중화상을 입고 투병 중이던 인천의 초등학생 형제 중 동생이 결국 세상을 떠났다.'엄마를 기다리며/ 라면을 끓여 먹는다/ 혼자 먹는 라면은/ 처음 반은 맛있는데/ 나머지 반은 맛이 없다/ 그래도 다 먹는다./ 그래야 잘 때 덜 배고프니까!'(김애란 시집 '난 학교 밖 아이' 중 '내가 라면을 먹는 이유' 일부)오늘따라 유난히 이 시가 가슴 아프게 와 닿는다. 라면조차 못 먹고 간 아이, 부디 저 세상에서는 배곯지 않기를 바란다.

2020-10-27 14:10:32

[서명수의 일상중국] 항미원조전쟁 유감

[서명수의 일상중국] 항미원조전쟁 유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10월은 온통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서 북한을 지원) 전쟁이다. 6·25전쟁을 중국에서는 '항미원조 전쟁'이라 부른다. 교묘한 언어 조작이다. 중국의 6·25전쟁 참여는 1950년 6월이 아니라 10월이었다. 펑더화이(彭德怀)가 지휘하는 중국인민지원군은 그해 10월 19일 압록강을 건넜다. 중공군의 첫 승리는 10월 25일로 기록된다.시 주석 집권 후 단 한 차례도 제대로 챙기지 않던 6·25전쟁 참전 기념식이었다. 중국 최고 지도자의 참석은 장쩌민 전 주석 재임 때인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23일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항미원조 전쟁 70주년 기념식'에서 "항미원조 전쟁은 '정의로운 행동'(正义之举)이었으며 위대한 항미원조 전쟁 승리 정신을 영원히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항미원조 전쟁은) 제국주의 침략 확대를 억제하고 중국의 안전을 수호한 것"이라며 "전 세계에 중국인이 세계 평화를 수호하는 단호한 결심을 충분히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다.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을 제국주의의 침략이라고 규정하는 시 주석의 인식은 '역사 왜곡'이다. 북한이 뜬금없이 제국주의의 선봉이라는 말인가? 선전포고도 없이 전쟁에 뛰어든 중국의 개입은 엄연한 '군사적 침략'이다. 반미(反美) 정서를 앞세워 '항미원조'라고 규정했지만 틀렸다. 우리나라를 지원한 것은 '유엔군'이다. 차라리 '항련원조'(抗聯援朝·유엔에 대항하고 북조선을 지원하는) 전쟁이라고 불러라. 중국이 참전하지 않았더라면 한반도는 통일된 나라로 재탄생했을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에 '통일국가'가 들어서는 것을 무력으로 막았다. 6·25전쟁의 2막에서 우리 국군은 궤멸한 북한군이 아니라 주로 중공군과 전투를 벌였다. 적군은 중공군이었다. 중국의 노림수는 한반도의 분단을 고착화시키는 것이었다. 시 주석은 한술 더 떴다. 19일 베이징 군사박물관에서 열린 항미원조 전쟁 7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 "평화를 수호하고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역사적 결정을 단호하게 내렸다"며 "세계 평화와 인류의 진보에 큰 공헌을 했다"고 주장했다.북한 김정은은 다음 날 평안남도 회창군의 '중국인민지원군 열사능'을 찾아 헌화하고 중국의 지원에 감사 인사를 보냈다. "조·중(북·중) 두 나라 군대와 인민이 운명을 하나로 연결시키고 생사고락을 같이하면서 피로써 쟁취한 위대한 승리는 세월이 흐르고 세기가 바뀐 오늘에 와서도 변함없이 실로 거대한 의의를 가진다." 서로 맞장구를 친다. 시 주석도 쓰촨성에 있는 '인민해방군상이군인휴양소'를 찾아 6·25전쟁 참전 부상자들을 위문했다. 일주일 사이 세 차례나 항미원조 전쟁 행보다. 신화사와 인민일보 등 중국의 관영 매체는 항미원조 정신을 설명하는 관영 기사로 도배됐다. 시 주석의 왜곡된 역사 인식은 2017년 방미 때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하는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트럼프는 시 주석이 '중국은 한국과 수천 년 동안 많은 전쟁을 벌였고, 실제로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사실 시 주석의 이 같은 인식은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종종 드러난다. '세계테마기행'을 촬영하면서 중국 오지마을을 다닐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대개 반겨주지만, 북한과 구분하지 못하고 같은 나라로 인식하거나 미국의 식민지로 알고 있는 사람이 꽤 있었다. "한국, 북조선과 같은 나라 아닌가? 언제 독립했어? 미국의 위성국(식민지)으로 알고 있었는데…"와 같은 반응이다.우리는 중국의 역사 왜곡 행태에 대해 웬일인지 스스로 눈을 감는 일이 많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국에 가서 중국은 '대국' 우리는 '소국'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고 하지 않았던가. 국가 지도자의 그릇된 처신은 '국격'을 낮춘다. 2017년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베이징의 허름한 서민식당에서 이틀씩이나 '혼밥'을 먹은 홀대는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시 주석이 주도한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참석한 장면에서도 아쉬운 대목이 있다. 그날 입은 박 전 대통령의 황금색 재킷은 의전상 문제가 많다. '전승절' 같은 중국의 엄중한 행사에서 외빈이 피해야 할 복색(服色)이었다. 중국이 북한과 항미원조 전쟁을 함께 치른 혈맹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순간, 중국의 본심은 우리의 우방이 아니라 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어설픈 논리로 미·중 사이의 줄타기 외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해준 셈이다.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2020-10-26 14:15:52

[신병주교수의 역사와의 대화] 성주 태실과 사고에서 찾은 역사의 향기

[신병주교수의 역사와의 대화] 성주 태실과 사고에서 찾은 역사의 향기

경북 성주군에는 조선 왕실의 뿌리를 보여주는 주요한 역사 유적들이 있다. 월항면에 소재한 세종대왕자 태실과 성주 사고가 대표적이다. 조선 왕실에서는 왕자녀가 출산하면 태(胎)를 백자 항아리에 담은 후, 명당을 찾아 태를 묻었다. 태는 태아의 생명력을 부여한 것이라 여겨 태아를 출산한 후에도 이를 소중하게 보관한 것이다. 태실(胎室)은 태를 봉안한 곳을 말한다.조선 왕실의 태실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데, 성주군에 가장 많은 태실이 소재하고 있다. 그만큼 성주 지역이 조선시대부터 풍수지리적으로 명당터임을 입증하고 있는 것이다. '세조실록'의 1462년(세조 8) 9월 14일의 기록에는 "우리 세종 장헌대왕께서 즉위한 21년(1439년)에 유사(有司)에 명하여 땅을 점치게 하고 대군과 여러 군의 태를 성주 북쪽 20리 선석산의 산등성이에 갈무리하게 하고 각각 돌을 세워 이를 표(標)하였는데, 주상(세조)의 성태(聖胎)도 또한 그 가운데 들어 있어 표하여 이르기를, '수양대군의 실(室)'이라 하였다"는 기록이 보인다.현재 성주군 월항면에는 세종대왕의 적서 19명의 왕자 중 문종을 제외한 18왕자의 태실 18기와 단종이 원손으로 있을 때 조성한 태실 1기가 조성되어 있다. 월항면 이외에도 성주군에는 가천면 법림산에 단종대왕 태실이, 용암면 봉산에 태종대왕 태실이 소재해 있다. 성주군은 전국 최대의 태실이 군집을 이루고 있는 역사적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세종대왕자 태실 옆에 태실문화관과 함께 전국에 산재한 태실의 미니어처를 모아둔 생명문화공원을 조성했다. 태실 방식의 변화 과정 및 생명을 중시한 조선 왕실의 모습을 직접 체험할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성주에 사고(史庫)를 설치한 것도 주목된다. 조선 왕실에서는 왕이 승하하면, 실록청을 구성하여 사관들이 작성한 사초(史草)와 관청의 업무 일지에 해당하는 시정기(時政記)를 중심으로 실록을 편찬했다. 실록이 완성되면, 4부를 간행하여 실록과 같이 중요한 국가 기록물만을 따로 보관하는 사고에 봉안했다. 조선 건국 후 사고는 궁궐 안의 춘추관과 충청도 충주에 두었다가, 세종 때 경상도 성주와 전라도 전주에 사고를 설치하도록 하였다.실록을 여러 곳에 분산 보관하여, 완전히 소실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한 것이었다. '세종실록' 1439년(세종 21) 7월 3일의 기록에는 "춘추관에서, '청하옵건대, 경상도 성주와 전라도 전주에 사고를 지어서 전적(典籍)을 간직하게 하소서' 하니 왕이 그대로 따랐다"는 기록이 보인다. 성주에 태실과 사고를 조성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이 세종이라는 점도 흥미롭다.세종의 지시로 성주에 사고가 설치된 후에, '태조실록' 15권, '정종실록' 6권, '태종실록' 36권을 보관하게 함으로써 본격적인 성주 사고 시대가 시작되었다. '성종실록'에는 실록을 바람과 햇볕에 말리는 작업인 포쇄(曝曬)를 위해 성주 사고에 관리를 파견한 기록도 보인다. 그러나 성주 사고는 몇 차례 수난을 겪기도 했다. 중종 대에는 사고에 화재가 발생, 왕이 이를 크게 염려하여 발생 원인을 조사하도록 한 기사가 보인다.결국 "관노(官奴) 종말(從末)과 그의 아들 말이(末伊) 등이 사고의 누각 위 중층(中層)에 산비둘기가 모여 잠자는 곳에서 불을 켜 들고 그물을 쳐서 비둘기를 잡다가 불이 창 틈으로 떨어졌고 비둘기 둥우리로 인하여 불이 났는데 마침 바람이 세차게 불었으므로 걷잡을 수 없이 타버렸다"는 진술을 받았다.1592년 임진왜란으로 인하여 성주 사고는 춘추관, 전주 사고와 더불어 소실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최근 성주군은 성주 사고 복원과 더불어 읍성, 성벽, 북문 등을 복원하여 역사테마공원을 본격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조선 왕실을 상징하는 대표적 유적지인 태실, 사고와 더불어 역사를 담은 공간들이 복원되어, 성주군이 역사와 문화의 향기가 넘치는 지역임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2020-10-26 13:54:36

[김태선의 디자인,가치를 말하다] 디자인 기질과 성향 그리고 기후위기

[김태선의 디자인,가치를 말하다] 디자인 기질과 성향 그리고 기후위기

참 신통하다. 10월 23일, 서리가 내린다는 가을의 마지막 절기(節氣), 상강(霜降)이 되니 경기 북부와 강원 산간 지역의 기온이 갑자기 영하로 떨어지고 해당 지역엔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 때문일까? 지난주 금요일 저녁 길거리는 한산했다. 이렇게 우리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많은 영향을 미치는 날씨와 기후는 그 지역의 자연 식생 분포를 결정하고 문화의 지역 차를 발생시키는 기본 요인이다.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비슷한 위도에 위치한 이탈리아는 여름에 특히 고온건조한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철 강렬한 태양이 뜨겁게 달군 열기를 식히기 위한 분수를 도시 곳곳에서 볼 수 있고, 사람들은 오후에 '시에스타'(la siesta)라고 불리는 낮잠을 즐기며, 시원한 실내 환경을 위해 대리석과 유리로 된 건축, 제품이 많다. 이처럼 지역의 기후와 풍토는 지역의 전통을 형성하고 고유한 디자인적 특성(기질과 성향)을 만든다.지역의 환경과 기질을 담은 디자인은 핀란드의 디자인 거장 '알바 알토'(Alvar Aalto)를 생각하게 한다. 그의 디자인에는 핀란드의 풍토와 전통이 스며들어 있다. 그는 화려한 색채와 금속 사용이 유행했던 당시 디자인 추세를 거부하고 핀란드의 풍부한 나무 자원에 주목하고 곡목 합판 기술을 개발해 핀란드의 호수와 산의 곡선에 영감을 받은 핀란드의 자연을 닮아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 스타일을 탄생시켰다. 그러한 그의 대표 디자인 중 하나가 아르텍 스툴 60(Artek Stool 60)이다. 이 디자인은 핀란드를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 아르텍(Artek)사에 의해 1933년 처음 생산된 후, 지금까지 1억 개 이상 판매된 베스트셀러 제품이다. 자작나무를 재료로 원형 상판에 세 개의 다리로 구성된 매우 간단한 구조와 형상의 이 의자의 특징은 다리에 있다. 'L자형'으로 굽은, 상판으로 연결되는 이 다리 덕분에 하중을 더욱 견고하게 지탱할 수 있고 높이 쌓아 보관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높은 공간 효율성을 갖는다.지역의 풍토와 기질을 담은 디자인은 문화 다양성의 기초 자원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태어난 나라가 있는 디자인, 일종의 모국어를 가지고 있는 디자인은 지속될 수 있을까? 지난 추석 연휴, 봄의 전령사인 벚나무가 꽃을 피웠고, 전국 곳곳에서 이와 같은 이상 개화 현상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54일의 역대 가장 길었던 장마와 연이은 태풍 때문에 평년보다 낮은 기온의 지속으로 나무가 계절을 착각한 것이라 한다.가을의 끝자락에 철 모르고 핀 가을 벚꽃의 향연에 이상기후를 우려하는 소리가 들린다. 실제로 기상청에 따르면 2020년 1월 평균기온은 10년 전보다 2.78℃ 올랐다. 기후 위기는 계절의 전환점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다. 지구온난화 상황이 지속된다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각 지역의 식생, 풍토적 고유성은 유지될 수 있을까? 지금 인류는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문명을 형성하고 있는 것일까?김태선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과 교수

2020-10-26 13:52:33

[세계의 창] 10월 26일에 대한 단상, 박정희와 이토 히로부미

[세계의 창] 10월 26일에 대한 단상, 박정희와 이토 히로부미

10월 26일은 공교롭게도 70년의 시차를 두고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사를 상징할 두 인물이 암살당한 날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9년 62세 때, 일본 초대 총리를 역임하고 한국 통감으로 있던 이토 히로부미는 1909년 68세 때였다. 두 사람은 160㎝ 정도의 단신이었으며, 장례식은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최초의 국장으로 치러졌다. 총을 맞은 직후 박정희는 "나는 괜찮아"라는 외마디를 남겼고, 이토 히로부미는 "누가 쏘았나"라고 중얼거렸다고 한다. 두 사람이 마지막 남긴 말의 맥락을 파악하기는 어려우나, 긴 여운으로 남았다. 그들의 업적은 한국과 일본에서 더 큰 영향을 남겼다.박정희와 이토 히로부미의 삶에는 닮은 구석이 많다. 두 사람은 지독히 가난한 농부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성장 과정은 끊임없는 성취욕으로 점철되어 있다. 박정희는 사범학교 졸업 후 발령받은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군사관학교를 거치며 위를 향해 달렸다. 해방 후에는 남로당에 가입을 하고, 군에서 퇴출당하고, 다시 군으로 돌아가는 등 순조롭지 않았다. 첫째 부인과는 제대로 된 결혼 생활을 하지 못했으며, 둘째 부인과의 결혼 후에도 여성 편력이 회자되기도 했다.이토 히로부미는 가난을 못 이겨 아버지가 최하급 무사 집안의 양자로 입적하면서 신분이 바뀌었다. 어릴 때는 나무칼을 차고 동경하던 무사 흉내를 내면서 노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고 한다. 일본 우익의 정신적 지주인 요시다 쇼인의 문하에서 공부를 했으나, 공부보다 중재 능력이 뛰어났다고 한다. 21세 때 양이(洋夷)를 위해 영국 공사관에 불을 지르고 천황 옹호를 위한 암살 사건에도 가담한다. 이듬해 영어사전 하나에 의지해 영국 유학을 결행하여 근대문명에 눈을 뜬다. 약 반년간의 유학 경험을 바탕으로 영어를 할 줄 아는 신지식인으로 메이지 신정부에 참여했다. 첫째 부인과는 몇 번의 만남도 없이 이혼을 하고, 둘째 부인과 결혼을 했으나 여성 편력이 심했다고 한다.이러한 배경을 가진 두 사람은 업적 지향적이고 권력욕도 강했다. 박정희는 한국 역사상 가장 긴 18년간 장기 집권했다. 이토 히로부미는 27세 때 효고현 지사를 시작으로 일본 역사상 유일하게 총리를 4번 역임했다. 헌법과 내각제도는 그가 만들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은 국가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받는다. 한국의 경제성장은 박정희 정권에서 시작되었다. 그가 '조국 근대화의 기수'로 불리는 이유이다. 이토 히로부미는 '근대 일본을 만든 사나이'라는 별칭답게 일본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박정희는 일본의 경험에서 국가 발전의 영감을 얻었고, 이토 히로부미는 영국 유학을 통해 근대국가 일본을 착상했다. 일본이 동양의 영국을 지향했고, 한국의 경제발전이 일본 따라가기를 한 배경이다. 이토 히로부미 총리가 일으킨 청일전쟁의 배상금은 일본 산업화에 박차를 가했고, 베트남전쟁의 참전 대가는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력이 되었다. 국가 발전에 전쟁의 이용도 불사하는 점도 닮았다고 할까. 물론 다른 점도 많다.박정희를 암살한 김재규는 거사에 가담한 부하에게 "좋아, 자유민주의를 위하여"라는 말을 남기고 권총을 받아 갔다.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에게 총격을 가한 후 "꼬레아 우라"(대한 만세)를 외쳤다. 두 사람의 어린 시절은 비교적 유복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은 사건 후 엄청난 고초를 당하며 4개월, 7개월 만에 각각 형장의 이슬이 되었다. 그 후 한국은 이토 히로부미를 극복하고 안중근 의사가 꿈꾸던 독립국가가 되었고, 박정희의 기반 위에 김재규가 '그리던' 민주화를 이루었다. 박정희와 김재규, 이토 히로부미와 안중근은 서로 생사를 가른 대척점에 있는 인물들이다. 그러나 역사적 평가에서는 모두 '조국을 위해서'라는 점으로 수렴되는 부분이 있는 듯하다. 위인(爲人)에 대한 평가는 시간이 걸리고, 위인(偉人)들에게는 시대 소명이 있는 것 같다.이 글은 위 인물들을 칭송, 비난하고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박정희와 이토 히로부미의 사망일이 같고 죽음의 모습이 비슷하기에 그들의 궤적을 더듬다가 발견한 행적을 열거한 것일 뿐이다.

2020-10-26 13:23:11

[한철승의 매일춘추] 빠른 배송에 목숨 걸지 마오

[한철승의 매일춘추] 빠른 배송에 목숨 걸지 마오

출퇴근길에 자유로를 이용한다. 이름처럼 시내에서는 낼 수 없는 속도의 자유를 준다. 종종 90km 제한속도 구간에서 100km가 넘는 속도를 보는 건 예사다. 주변의 흐름을 맞추다 보면 전혀 빠름을 인지하지 못한다. 밖에서 봐야 이런 상황이 제대로 보인다. 외국인들이 한국인의 특성으로 말하는 '빨리빨리' 문화처럼 말이다.최근 배송업체는 로켓 배송, 총알배송, 새벽 배송, 당일배송 등 배송 서비스명을 보면 하나 같이 속도를 지향하고 있다. 내일 아침 식사 재료를 전날 밤 12시에 주문해도 배송이 되는 나라, 대한민국이다. 지금 우리의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받고 있는 서비스 중 하나다.자연스럽게 소비자의 배송 완료의 심리적 기준이 만 하루가 되었다. 극단적으로는 오늘 주문하고 난 직후부터 배송 상황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기도 한다. 조급증에 가까운 집착이다.오래전 미국에 사는 지인이 홈트레이딩용 기구 구매 관련 이야기를 하다가 두 번 놀랐다. 처음은 배송이 한 달 걸렸다는 사실이고 다음은 배송 사항에 '한 달 이내' 배송이라는 명시가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우리나라라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었다. 하루와 한 달, 좋고 나쁨이 아니라 관점의 차이다.최근에 택배업체는 팬데믹 상황 속 주문량 증가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60%에서 100%까지 증가했다. 이 뉴스와 대비되는 또 다른 증가 소식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올해 14명의 택배기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인과관계는 파악해야겠지만 늘어난 주문량을 '제때' 처리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심야까지 진행되는 살인적 노동이 많은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늘어나는 주문량과 한정된 인력과 시간 거기에 속도전, 택배업계는 폭발적인 주문과 치열한 속도 서비스를 유지하면서 승자독식의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전장의 병사인 택배기사가 하나 둘 쓰러지고 있는 꼴이다.업체가 취할 조치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배송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모든 소비자는 빠른 배송을 원한다는 전제를 재구성해야 한다. 배송의 본질은 물건을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다. '빠른 배송'과 '일반 배송'의 구분이 있으면 한다. 고객에 입장에서는 빠른 배송을 위해 '시간'도 함께 구매해야 한다. 당연히 비용 지불의 요인이 생긴다.업계는 일반 배송에는 빠른 배송보다 저렴한 비용 책정이 수반되어야 하며 택배기사는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하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 이런 합의를 통해서 택배 문화를 개선한다면 현재 발생하는 택배기사의 죽음이라는 불행을 감소시키는 방편이 될 것이다.속도에 목숨 걸다가 말 그대로 상황이 되고 있다. 소수의 희생을 담보로 하는 편익은 받는 쪽도 불편하다. 조금 천천히 와도 좋다. 물건이 아무리 중요한들 사람의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다.

2020-10-26 11:16:42

[기고] 독도사랑운동으로 변경해야

[기고] 독도사랑운동으로 변경해야

올해는 대한제국 칙령 제41호가 반포된 지 120주년이 되는 해이다. 독도의 날인 10월 25일이 바로 칙령 반포일이다. 정확히 120년 전 이맘때 울릉 전도와 죽도, 석도를 관할 구역으로 해서 울도군이란 새 이름으로 개칭한 것이다. 독도가 대한민국 고유 영토임을 세계에 선포했다는 의미를 갖는다.올해는 또한 NGO 단체에 의한 독도수호운동이 본격 시작된 지 15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독도수호운동이 제한된 원년으로도 불려지게 되었다. 따라서 2020년은 독도수호운동이 많이 감소한 해였다.2008년부터 민간 차원의 독도수호운동을 펼쳐온 필자에게 이러한 시간은 그간의 운동을 회고하고 새 방향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었다.첫째, 독도수호운동의 대상을 누구로 하였는가에 대해 심도 있게 성찰해 볼 필요를 느꼈다. 독도수호운동의 대상은 일본이라고 우리는 별다른 의심 없이 말한다. 그런데 십수 년간의 운동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 지한파는 오히려 감소했고, 일본 정부는 독도 망언과 왜곡 행위에 더 골몰하고 있다.결과적으로 지금껏 독도운동 단체들이 진행해온 방식으로는 독도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독도수호운동이 감정적인 반일운동으로 일본이라는 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고유 영토를 부정하는 자를 대상으로 해야 함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닐까!일본 내에도 독도 문제에 대해 우리와 생각을 같이하는 일본인이 다수 있었다. 독도 침탈을 자행한 아베 전 정권과 일부 우익을 규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일본인 전부를 대상으로 하는 일장기 태우기나 불특정 한국 방문 여행객들에게 봉변을 주는 행동에는 이들도 동감하지 못한다. 독도수호운동을 주창하는 현수막이나 구호에서 신중한 용어 선택이 필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둘째, 그래서 그간 아베 정권의 주장에 공감하지 않는 다수의 일본 국민을 배려하는 데 소홀했었다는 반성을 해본다. 적극적인 사고와 행동으로 독도수호운동을 전개해왔지만 아베 정권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내 지한파를 잃는 결과만 불러왔다.독도수호운동은 일본과 한국이 탁구대 네트를 놓고 핑퐁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탁구대 네트만을 고집하지 않고 네트 넘어 우리와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배려가 이제 필요하다.셋째, 앞으로 독도수호운동가는 독도 문제에 대해 더 수준 높은 전문가가 되어야 함을 주창하고 싶다.독도는 우리가 현점하고 있는 고유 영토이다. 국제적으로 소란을 확대하는 것은 현점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 독도 현점자로서 우리가 독도수호운동을 국가적인 차원에서 전개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선제적으로 추진하는 것도 잘 생각해야 한다. 독도 문제를 국제분쟁화하려는 일본의 속셈에 말려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제 새로운 스가 정권이 일본에서 출범했으므로, 이들이 어떻게 나서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때이다.독도의 고유 영토를 부정하는 자들을 대상으로 독도수호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국적은 다르지만 생각을 같이하는 사람들조차 배제하는 방식은 자제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독도수호운동 전문가가 갖춰야 할 덕목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2020-10-26 11:07:55

[기고] 실천적 독도교육 강화해야

[기고] 실천적 독도교육 강화해야

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었다. 1900년 10월 25일 고종 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에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다.일본 정부는 1905년 독도를 시마네현에 불법으로 편입했고, 2005년 2월에는 조례로 '죽도의 날'을 지정한 이후 기념행사까지 매년 개최하는 등 독도가 자기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무엇보다 우려스러운 점은 자라나는 학생들이 배우는 교육 내용을 통해서도 이러한 주장을 반복적으로 각인시키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독도 역사 왜곡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08년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으로 꼽히는데, 이때를 시작으로 일본 정부는 학교에서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가르치기 위한 발판을 확대해 왔다.일본은 2008년 7월 중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일본과 한국 간에 독도에 대한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내용을 명시했다. 2018년 3월 일본 문부과학성은 일본의 독도 영유권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아 고교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했으며, 작년 3월에는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고 있는 초등학교 4~6학년 교과서 9종이 검정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올 3월에도 사회과 역사 등 3개 과목에 대부분 일본 정부의 시각으로 독도가 기술된 중학교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즉, 일본 정부는 2000년대 후반부터 학습지도요령 개정 및 교과서 검정을 통해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내용을 포함시키는 등 왜곡된 역사 인식과 부당한 독도 영유권 주장이 해를 거듭할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독도 역사 왜곡을 끊임없이 지속하는 것은 미래 세대에 그릇된 역사관·영토관을 주입하는 부끄러운 시도이고 미래지향적 관계 개선에 역행하는 행태임이 분명하다.따라서 일본의 이러한 야욕과 도발에 적극적으로 단호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스스로가 독도를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즉, 독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갖고 독도를 제대로 알고 있어야만 한다.먼저, 우리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서도 학년에 맞게 독도의 역사부터 지리, 자연환경, 현재 가치, 그리고 미래까지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내용이 반드시 수록돼야 한다. 이를 통해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아무리 우겨도 독도가 왜 우리 땅인지, 어떻게 해서 지켜야 하는지를 논리적으로 주장할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할 것이다.즉, 학교 교육을 통해 학생들에게 독도에 대한 올바른 역사적 진실을 전달하고 제대로 이해시키며, 대외적으로도 독도가 우리의 영토임을 천명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여기서 가장 중요한 점은 독도 교육을 마냥 교실에 앉아 자료나 교재를 읽고 보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한 명이라도 더 독도에 가서,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고 생각할 수 있는 체험과 활동 중심의 실천적 독도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도 독도에 대한 잊지 못할 소중한 기억과 함께, 독도는 언제나 우리 땅이라는 인식을 평생 간직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독도의 날에는 독도가 우리나라 동쪽 끝에 있는 외로운 섬이 아닌, 우리의 자랑스러운 영토로서 국민 모두가 사랑하고 아끼는 아름답고 가치 있는 섬으로 남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0-10-25 14:58:35

[노동일의 이른 아침에] 차라리 윤석열 해임을 건의하라

[노동일의 이른 아침에] 차라리 윤석열 해임을 건의하라

장관도 총장도 편들기 싫다. 여당도 야당도 손들어주기 싫다. 꼴 보기 싫고 역겨울 따름이다. 법무부 장관도 검찰총장도 국회의원도 모두 주권자인 국민을 대신하여 나라 일을 보는 사람들이다. 언필칭 공복이라 하지만 한마디로 머슴들이다. 주인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머슴들끼리 멱살잡이를 하는데 누구 편을 들고 누구 손을 들어준다는 말인가.문을 닫는 공장과 가게들이 날로 늘어가는 대한민국의 위기 상황이 그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가. 공직자들이 밤을 새워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이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하는 일이 시정잡배보다 못한 막말과 삿대질 공방이라니. 꼴 보기 싫고 역겹지 않으면 이상하다.법무행정, 검찰 개혁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마구잡이 장관에 안하무인 총장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합리적으로 그런 일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절차가 마련되어 있다. 문제된 수사지휘권도 검찰청법에 정해진 대로 행사하면 그만이다.2005년 서울중앙지검은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했다.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보고 받은 천정배 법무장관은 헌정 사상 첫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천 장관이 김종빈 총장에게 수사지휘서를 보내 불구속 수사를 지시한 것이다. 김 총장은 천 장관의 지휘를 수용하면서 사직의 변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김 총장은 "역대 장관이 지휘권 행사를 자제한 것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 우려 때문이다. 장관이 구체적 사건의 피의자 구속 여부를 지휘한 것은 심히 유감이다"면서도 "지휘권 행사가 타당하지 않다고 따르지 않는다면 총장 스스로 법을 어기게 된다"고 했다. 수사지휘권 행사의 모범 사례이다.검찰총장이 검찰 수사를 지휘하지만 법무부 장관은 수사와 관련해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장관은 검찰총장을 통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검찰청법 제8조의 정신이 그것이다.추 장관은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과 라임사건 관련 두 번이나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헌정 사상 몇 번째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검찰의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 우려 때문에 자제해야 하지만 꼭 필요하다면 발동할 수 있다. 문제는 검찰총장을 배제하는 지휘권 행사이다. '검찰총장만을 지휘한다'는 규정을 볼 때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장관 스스로 사건 처리 방향을 지시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윤석열 총장 역시 문제가 있긴 마찬가지다. 장관의 지휘권 행사가 위법·부당했다면 따르지 말았어야 한다. 최소한 위법·부당함을 지적하고 이의를 제기했어야 한다. 본인 스스로 위법·부당한 지시는 따를 필요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뒤늦게 국회에 출석해서 책상을 두드리며 큰소리 치는 걸 작심발언이라고 박수 칠 이유가 없다. 마구잡이 장관에 안하무인 총장이라고 한 건 그런 이유에서다.윤 총장 사퇴 압박은 추 장관만이 아니다. 여당 의원들은 물러나라는 말을 아예 노골적으로 한다. 정의로운 검사라며 윤석열 검사를 칭송해 마지않던 자신들의 발언이 멀쩡하게 존재하지만 말을 바꾸는 데 추호도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다. 정치는 그래야 하는지 몰라도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이다.적폐청산 과정에서 사갈시하던 인사에 대해 이제 대망론까지 펼치는 야당 역시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쨌든 이런 혼란이 지속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나라의 기강이 허물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윤 총장의 말처럼 문재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재신임한 게 사실이라면 여권은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 장관도 의원들도 윤 총장 사퇴 압박을 중지해야 한다. 하지만 윤 총장이 도저히 그 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여당은 정식으로 해임을 건의해야 마땅하다.해임은 못하고 스스로 물러나게 해야만 할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야당 정치인 수사를 하지 않고, 측근과 가족 수사에 관여한 검찰총장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한시라도 직에 머물 수 있는 자격이 없다. 공식적으로 해임을 건의하여 인사권자의 판단을 구해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언행을 이쯤에서 그치기 바란다. 인사권자는 대통령이지만 궁극적 인사권자는 국민이니까 말이다.

2020-10-25 14:44:57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정선(1676-1759), ‘어초문답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정선(1676-1759), ‘어초문답

한 짐 가득한 지게를 벗어 지게작대기로 받쳐 놓은 나무꾼과 낚싯대와 망태를 내려놓고 삿갓도 벗어놓은 어부가 마주 앉은 '어초문답'이다. 겸재 정선은 제목을 왜 '어부와 나무꾼이 질문하고 대답하다'라고 적어 넣었을까. 한담이나 대화가 아니라 문답을 하고 있다니? 그 이유는 이들이 그냥 땔나무 하고 물고기 잡다 만난 장삼이사가 아니라 중국 북송 때 사상가 소옹(1101-1077)의 「어초문대(漁樵問對)」에 나오는 어자(漁者)와 초자(樵者)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의 주제는 이들의 문답을 빌어 설명되는 소옹의 우주관, 세계관에 대한 공감이다.소옹은 그가 저술한 책의 한 장면이 그림으로 그려지며 존경받았을 뿐 아니라 그 자신도 고사인물화 화외소거(花外小車)의 주인공이다. 소옹은 사는 곳을 안락와(安樂窩)라 하고 스스로 안락선생이라고 했는데 봄가을이면 작은 수레를 타고 낙양의 꽃구경을 다녔다. 남의 집 꽃을 구경하러 다닌 대 철학자 소옹의 소박한 풍류가 후세에 화외소거라는 그림으로 기념된 것이다.소옹은 어자와 초자로 설정한 캐릭터의 일문일답 문답체로 우주의 원리와 세상의 의리에 대해 쉽게 설명했다. 그 중에는 나무로 불을 때 물고기를 요리하는 것을 예로 들며 이 때 땔감인 나무는 불의 몸체가 되고 불은 나무를 부리는 작용이 된다는 체(體)와 용(用)의 상호성에 대한 담론도 나온다. 나무꾼이 "소인(小人)이 없어질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하자 어부는 그럴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며, 음이 없으면 양을 이루지 못하듯이 소인이 없으면 군자(君子)를 이루지 못한다고 대답한다. 다만 군자가 융성하거나 소인이 활개 치는 '때'의 성쇠가 있을 뿐인데 임금과 신하가, 아버지와 자식이, 형과 아우가, 남편과 아내가 각각의 자리에서 도리를 다해 소인이 되지 않고 군자가 되는 것이 좋은 세상이라고 했다. 잘 될 때는 군자가 많고 소인이 적으며, 망할 때는 소인은 많고 군자는 적은데 군자가 많으면 떠나는 것은 소인이고 소인이 많으면 떠나는 것은 군자라고 했다. 이 그림의 어자와 초자를 보며 조선의 양반사대부들은 이들이 나눈 문답의 의미를 되새겼을 것이다.어초문답은 숙종이 총애한 화원 이명욱의 그림을 비롯해 몇 점이 남아 있는데 중국식 멜대 대신 지게를 나무꾼의 상징물로 그린 화가는 정선이 유일하다. 이 그림이 들어 있는 '경교명승첩'은 정선이 양천현령으로 근무하던 1740년 무렵 완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유의 운반기구인 지게가 그림으로 그려진 최초의 예로 여겨진다. 어초문답은 중국, 일본에서도 그려졌다. 동아시아 회화에서 공유된 화제(畵題)라는 보편성이 갖는 규율을 대부분의 화가들이 따랐지만 정선만은 지게라는 조선의 개별적 특수성을 아무렇지 않은 듯 끼워 넣었다.

2020-10-25 06:30:00

[박순석의 동물병원24시] 진돗개 앞다리 골절

[박순석의 동물병원24시] 진돗개 앞다리 골절

골절상을 입은 진돌이(1살. CM. 13㎏)가 병원을 찾았다. 선한 눈빛의 진돌이는 온몸이 하얀 백구였으며 낯선 동물병원 스텝들에게도 거리낌없이 다가왔다. 해맑은 표정과는 달리 오른쪽 앞다리는 붕대가 칭칭 감겨진 채 불편한 듯 들고만 있었다.진돌이는 두달 전 사고로 앞다리가 부러졌다. 인근 병원에서 수술은 받았지만 뼈가 아물지 못해 재수술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리 상태는 갈수록 나빠져 우리 병원을 찾아왔다고 보호자가 말했다.성장 과정의 개는 골절이 발생하더라도 수술 후에 빨리 회복되는 편이다. 두달 전 사고난 진돌이도 생후 9개월령이었으니까 수술을 집도한 수의사도 진돌이가 잘 회복될 것이라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진돌이는 그러지 못했다. 오히려 부러진 골단면이 안정적이지 못한 채 더 나쁜 상황으로 진행됐다.1차 수술에 적용된 외부 핀고정 수술은 골절부위를 최소로 절개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며 뼈를 잘 맞닿게 고정시켜준다면 빠른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외부 고정핀이 변형되거나 개가 수술받은 다리를 빨리 디딜려는 경향으로 인해 뼈가 안정되게 고정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뼈가 붙으려면 부러진 골단면이 잘 맞춰지고 움직이지 않아야 되는데 골단면의 움직임이 많아지면 오히려 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진돌이는 쾌활하고 아픔을 잘 참다보니 초기 수술 후 수술받은 앞다리의 움직임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됐다.진돌이가 본원에 왔을 때는 이미 골단면의 유합이 지연되어 골융해가 진행되었기 때문에 인공뼈를 첨가하여 재수술해야 정상적인 회복이 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바로 수술이 진행됐다. 외부 고정핀을 제거하고 피부를 절개했다. 조금이라도 염증이 의심되는 유착 조직들이 보이면 깨끗하게 제거했다. 이미 융해가 되어버린 골단면에는 인공뼈 가루를 채워 넣고 플레이트를 이용해 골단면을 단단히 고정시켰다.진돌이 처럼 체형이 크고 활달한 개들은 순간적으로 수술받은 다리를 강하게 디딜 수 있다. 수술 하는 수의사가 개의 성격이나 품종의 특성을 고려하여 골절 수술의 방법과 재활 과정을 달리하는 이유다. 수술 후에도 보호자분들이의 관심과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들처럼 골절수술 후 단단한 깁스를 장착하기 어려운 개의 특성 상 보호자가 경과를 잘 관찰하여 알려줘야 한다.골절 수술을 받았거나, 무릎뼈 탈구 수술을 받은 개는 재활치료에도 많은 신경을 쓰셔야 재수술의 여지를 줄일 수 있다. 진돌이도 수술 후 2주 정도 집중적으로 재활 치료가 이루어졌다. 두 달 동안 힘든 수술이 반복되면서 위축된 다리 근육과 관절 기능을 되살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재활 과정은 무리하지 않게 즐거운 상황을 유도하며 서서히 운동량을 증가시켜야 한다. 자칫 강압적으로 재활을 유도하다 보면 개가 통증에 따른 두려움 때문에 재활을 기피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진돌이는 수술 후 2주가 되면서 수술받은 오른쪽 앞다리를 자연스럽게 디디며 산책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골절부위가 완전히 회복되는 한 달 정도는 과격한 충격이 앞다리에 가해지지 않도록 보호자분들에게 신신 당부드렸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한다.)

2020-10-24 09:00:00

[광장] 객토(客土)와 글로벌 대구

[광장] 객토(客土)와 글로벌 대구

객토(客土)라는 낱말을 한자로 풀이해 본다면 손(님) '객'에 흙 '토'이니 '손님 흙'이라는 말이다. 어느 집에 식구가 아닌 바깥사람이 올 때 손님이라고 표현한다. 다시 말해 내부 구성원이 아닌 바깥사람, 객식구를 손님이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로 시골에서 농사짓는 논이나 밭에 본래부터 있던 흙이 아니라 외부에서 덧붙여진(지는) 흙을 객토라고 한다. 한마디로 손님 흙이라는 뜻이다.고래로 우리 지역은 이 손님을 매우 정중하게 대우했다.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 즉 조상의 제사를 잘 받들고 손님을 잘 대접하는 것이 으뜸가는 예의범절이요,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집에 손님이 오면 융숭하게 대접한 후 돌아갈 때는 여비까지 후하게 줘서 보내드렸다. 그러니 아침저녁으로 거지가 밥을 얻으러 와도 인상을 찌푸리지 않고 자기들이 먹는 밥상 못지않게 한 상 잘 차려 같은 마루에서 동석해서 먹거나 아니면 마루 아래 섬돌에서라도 편안하게 먹게 하는 대우는 했다.왜 그랬을까? 거지들을 대접하는 건 인간에 대한 예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성리학에서도 '남을 불쌍히 여기는 타고난 착한 마음', 측은지심(惻隱之心)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쳤으니까 사람들은 자기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거지들에게 측은지심을 가졌을 것이다. 이건 과거 전통적인 우리 사회가 가졌던 매우 귀중한 가치이자 덕목이었다고 볼 수 있다. 아마 이런 생각들이 발전해 근대에 와서 동학의 '인내천'(人乃天·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거대한 사상이 생겼는지도 모르겠다. 손님을 귀하게 대접하는 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손님을 통해 바깥세상의 소식도 듣고 견문도 넓히는, 즉 세상 돌아가는 사정을 알 수 있는 열린 통로로 생각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즉 개방된 사회로의 메신저가 바로 손님이었다.객토는 학문적으로는 "농지 또는 농지가 될 토지에 흙을 넣어서 토층(土層)의 성질을 개선하고, 그 토지의 생산성을 높이고자 실시하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고 "객토의 역사는 1429년에 편찬된 '농사직설'(農事直說)의 종도조(種稻條)에 '정월에 얼음이 풀리면 갈고, 거름을 넣거나 혹은 새 흙을 넣음이 또한 득이 된다'라는 구절로 보아 500∼600여 년 전부터 지력 증진 수단으로 실시해 온 것 같다"(네이버 지식백과)고 밝히고 있다.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쯤에 늦가을 나락 타작을 끝내고 나면 나는 리어카를 끌고 아버지는 지게를 지고 동네 야산 비탈이나 이웃 논에서 남는 흙을 퍼다 우리 논에 객토를 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추위가 막 닥치던 때인데도 야산 비탈의 그 싱싱하고 풍성해 보이던 탐스럽던 흙에 대한 기억은 회갑을 지낸 지금도 내 마음을 설레고 따뜻하게 한다.현재 고향 단촌에서 마늘과 벼농사를 짓고 있는 초등학교 친구에게 전화를 해 확인해 보니 1모작을 하는 논에는 12월이나 1월쯤 객토를 하고, 2모작을 하는 논에는 10월 말까지는 타작(추수)을 하고 곧이어 마늘을 심기 때문에 기간이 짧아 객토를 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객토는 바깥 흙을 끌어와 농지의 흙을 좋게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라고 한다. 한때 대구광역시의 시정 슬로건이 '컬러풀(colorful) 대구'였다. 굳이 우리말로 풀어보자면 '다양한 가치를 존중하는 대구'쯤이 될 것이다. 지심을 돋우기 위해 논밭에 객토를 하듯, 선진적인 대구의 정치사회 문화를 키우기 위해 폐쇄된 정신을 객토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바깥의 새로운 흙을 받아들이고, 열린 사회, 개방된 글로벌한 국제도시 대구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2020-10-23 15:10:24

[기고] 대구의 관광산업을 발전시키자

[기고] 대구의 관광산업을 발전시키자

대구는 관광의 불모지라고 한다. 대구를 찾는 관광객 중 많은 사람들이 대구에는 볼거리가 없다고 말한다. 다른 지역으로 가다가 잠시 쉬는 곳이라고 인식한다. 휴식공간과 관광 환경이 미약하다는 뜻이다. 많은 대구시민들은 예전부터 타 지역으로 관광을 가고 있다. 휴일과 공휴일에는 대구에서 타지로 관광을 떠나는 관광버스 행렬을 볼 수 있었다. 대구 관광의 자화상이다. 관광업을 키워야 대구가 발전한다.관광업은 모든 산업 중의 꽃이다. 관광은 '굴뚝 없는 공장'이라고 한다. 관광은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없어도 고용 창출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이기 때문이다. 관광은 '보이지 않는 무역'이라고도 한다. 효율적으로 외화 획득을 할 수 있다. 국제친선, 문화교류, 국위선양 등의 역할도 한다.관광은 서비스산업이다. 자연환경과 문화유적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시켜 견문을 넓히고 휴양과 위락을 취할 수 있게 한다. 관광산업을 발달시키면 지역에 고용을 창출하고 종사자의 임금을 향상시킨다. 관광객의 소비는 숙박비, 음식비, 오락비 등의 다양한 형태로 지출됨으로써 지역 주민들의 소득을 향상시킨다. 나아가 지역 경제 발전을 앞당긴다.관광을 통해 대구경북을 홍보할 수 있고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부강한 나라가 되려면 관광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대구의 관광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우리나라는 산이 70%를 차지하는 산림 국가이다. 우리나라 금수강산 속에는 아름다운 경관과 유명한 명산이 많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기 위해서는 접근성이 좋도록 관광지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아름다운 경관, 역사적·문화적 유산이 많은 곳에 케이블카 설치를 고민해 보는 것은 어떨까?관광을 쉽고 편하고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장치가 케이블카이기 때문이다. 유럽의 명산 알프스산맥을 끼고 있는 스위스·독일·오스트리아 등은 케이블카가 성황이다. 300곳 이상 보유하고 있는 덕분에 세계관광대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대구경북에도 케이블카 건설 사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삭도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케이블카는 총 57곳이다. 대구는 3곳, 경북은 4곳이다. 대구 달성군, 경북 포항, 영덕 등의 지자체는 케이블카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에서 케이블카 건설을 하는 이유는 관광객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 노약자들의 이용 편의 제공 등을 위해서이다.케이블카는 많은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라고 한다. 관광지에 케이블카가 없으면 관광객을 유치하기 힘들다고 한다. 이처럼 관광과 케이블카는 필연적인 관계라는 주장이 나온다. 관광지 활성화의 뿌리가 케이블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전국 각 지자체는 지역 발전과 지역 경제 살리기를 위해 케이블카 건설 사업에 나서고 있지만 무조건 개발 반대가 환경보전이라는 주장도 있다. 시대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케이블카 기술도 발전하고 환경 기술도 개선됐다. 케이블카에서 얻은 이익 일부를 다시 환경보전에 재투자해 자연환경도 지키도록 해야 한다.올해는 대구경북의 관광의 해이다. 유명한 관광명소로 도약할 수 있도록 대구경북 500만 시·도민이 함께 힘을 모아 노력해야 한다. 관광의 해를 맞아 대구경북이 공동 사업으로 명품 환경을 개발해 전국에서 유명한 관광 명소를 조성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

2020-10-22 15:30:59

[춘추칼럼] 근근이 먹고산다

[춘추칼럼] 근근이 먹고산다

'우리 집은 아빠가 선생질을 해 근근이 먹고산다.' 지금도 이 문장을 떠올리면 가슴이 아파온다. 이 문장은 우리 집 아들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 다닐 때 여름방학 숙제로 쓴 일기장에 들어 있던 문장이다. 마침 그때는 나도 아들아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던 시절인데 여름방학이 지나고 여름방학 숙제 검사를 하던 아들아이 담임 선생님이 일부러 나를 불러서 보여준 문장이기도 하다. 아들아이가 일기장에 쓰기는 했지만 이 말은 애당초 아들아이의 것이 아니다. 아이의 엄마가 아들아이에게 자주 해준 말이다. 그러기에 아이가 그것을 외워두었다가 마침 일기장에 아무것도 쓸 거리가 없는 날 이 말을 기억해내고 무심히 옮겨 적은 것이다.우리가 살던 집, 아주 작은 단독주택 앞에는 동네 사람들이 홍가가게라고 부르던 조그만 구멍가게가 있었다. 그 가게에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장난감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에 다니는 아들아이는 그 장난감들에 눈독 들여 살았다. 들락날락 가게 문을 드나들며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을 것이다. 그러나 아이에게 장난감을 넉넉하게 사줄 만한 돈이 아내에게 있을 까닭이 없었을 터. 늘 푼돈으로 쪼개어 써도 돈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쌀값, 연탄값, 반찬값을 제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었으니까 말이다.그런데도 아이는 새로운 장난감에 마음을 뺏기고 자꾸만 엄마에게 장난감을 사달라고 졸랐으리라. 그럴 때마다 아내가 아이의 등짝을 한 대씩 때리면서 했던 말이 바로 그 말이다. "우리 집은 아빠가 선생질을 하여 근근이 먹고산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조르던 아이나 아이의 등짝을 때리며 경각심을 심어주던 아이의 엄마나 그것을 바라보던 나나 참으로 한심한 인물들이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한심한 사람은 바로 나. 그래, 학교 선생으로 일한다는 사람이 아이에게 장난감 하나 시원시원 사주지 못하고 아내에게 그런 소리를 하게 만들고 또 아이에게는 그걸 또 일기장에 쓰게 했단 말인가!이제 와서 가족들에게 참 미안하고 송구한 심정이다. '근근이'란 말은 일상 흔하게 쓰이는 말이 아니다. '어렵사리 겨우'란 뜻의 부사이다. 또 이 말은 한자에 그 뿌리를 둔 말이기도 하다. '근근이'에 쓰여지는 근(僅)이란 글자는 여러 가지 뜻인데 한결같이 부정적이며 마이너의 뜻이다. '겨우, 거의, 가까스로, 다만, 단지(但只), 희미(稀微)하게, 적게'의 뜻이 그것들이다.정말로 그 시절 우리 가족의 삶이 그러했다. 매우 왜소하고 매우 부족하고 매우 썰렁하고 매우 춥게 살던 시절이다. 아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형편이나 상황이 조금 바뀌긴 했지만 우리가 사는 것은 근근이 어렵게 사는 삶이다. 시간이 그렇고 건강이 그렇고 인간관계가 그렇고 세상 돌아가는 형편이 두루 그러하다.오늘날 우리는 단군 임금 이래 가장 잘 사는 세상을 살고 있다. 들쑥날쑥이 있기야 하겠지만 의식주가 그런대로 해결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한껏 보장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이런 나의 발언이 선뜻 짐작이 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대로 나잇살이나 먹은 내 눈으로 보기엔 우리는 지금 분명히 잘 사는 사람들이다. 그냥이 아니라 기적처럼 잘 사는 사람들이다.그런데도 사람들은 불평불만이 많고 자기만 낙오자라고 투덜거린다. 마이너라고 루저라고 한숨을 짓는다. 모두가 상대적 비교 탓이다. 자기의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남의 것만 흘낏거린 탓이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에 앞서 자기의 것을 소중히 아름답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자기 자신을 보다 더 사랑하고 아끼고 자랑스럽게 여길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자존감을 높여야 할 일이다.'근근이 먹고산다'는 이 말을 우리는 지나치게 부끄럽게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상 우리는 모두 오늘날도 여전히 근근이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오히려 안쓰럽고 아름답고 눈물겨운 사람들이다. 비록 근근이 먹고살지만 마음만은 더욱 너그럽게 부드럽게 풍부하게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길이 정말로 물질로 마냥 풍요로운 오늘날 우리가 잘 사는 길이라 생각한다.

2020-10-22 15:25:56

[매일춘추] 삶의 장소, 벽 없는 미술관

[매일춘추] 삶의 장소, 벽 없는 미술관

프랑스의 작가인 앙드레 말로(Andre Malraux)는 문화부 장관시절에 벽에 그림을 걸지 않고 감상할 수 있도록 도시를 미술관처럼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예술품의 복제 이미지로 가득 찬 '벽 없는 미술관'으로 모든 시대의 모든 예술을 감상하고 소유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었다. 말로의 '벽 없는 미술관'의 논쟁이 남긴 숙제는 여전히 답보상태다.지금 한국에서 필요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장소 맥락적인 '벽 없는 미술관'이 현실이 되는 길은 뭘까. 그것은 공공미술이 다만 도시의 미관이나 포토 존이 아니라, 특정 장소가 가진 기억과 지역민의 의식을 담아 과거와 미래를 품고 새로운 문화를 통한 감성생태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공공의 미술은 공동체의 삶의 장소인 의식주를 위한 집과 상업시설 그리고 공장 등 문화 활동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형성되어 있는 곳에 개입해 특정장소에 녹아들어야 한다.요즘은 어디를 가나 미술관이나 화랑 밖 도심의 거리에 설치된 미술품이나 조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이는 체감하지 못하는 가운데 삶의 장소에서 만나는 '벽 없는 미술관'이 일상이 되고 있음이다. 이처럼 거리에서 만나는 미술이 삶 속에서 도시인의 감성 속으로 녹아들어야 하는 공적인 미술의 존재이유는 무엇일까.도시민의 기억과 의식이 만나는 공공미술은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전시되는 작품과는 달리 도시의 복합적인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하나의 중요한 연결고리를 가진다. 공공미술이 불특정 다수라는 열린 장소(미술에 관심 없거나 부정적인 시각 포함)에 설치되는 것은 상황에 따라 수많은 변수가 발생한다. 그렇기에 공공미술은 유사한 벽화나 조각이 아니라, 그 장소가 가진 공동체의 기억을 공유하는 감성생태, 지역민의 감성생태를 위한 창의적인 시각을 담아야 한다. 감성생태는 지역민의 삶을 둘러싼 도시의 환경과 도시가 가진 정서, 도시민의 기억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예술이 생생하게 살아나 숨 쉬는 문화도시를 위한 공공미술은 인문학과 미학의 결합, 기술과 예술이 상호작용하는 방법적 모색을 필요로 한다. 그 시작은 도시 곳곳에 숨은 보석을 발굴해 지역 공동체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가치 발굴의 원석(장소개념과 의미)은 시민의식과 예술가의 상상력을 결합하는 것에 있다. 이는 모방이 아닌 창의성이 담길 때, 삶과 예술이 만나는 '벽 없는 미술관'이 될 수 있다.모방이 아닌 창의성을 위한 시각과 태도는 같은 것을 다르게 보게 하는 힘이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거나 살아가는 곳은 같은 시간 같은 날이 아니다. 다시는 없을 새로운 시간이자 처음 맞는 새날이다. 같은 도시에서 몇 년 혹은 수십 년을 살면서 매일매일 다른 시간 다른 삶 속에 있다는 것, 내가 살아가는 도시 구석구석에서 새로운 것을 발굴하고 공유할 수 있는 가치로 만드는 것은 선입견을 벗고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오늘 지금 이 순간부터 허물을 벗고 새로운 눈으로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 그 눈에 비친 삶의 장소, 바로 벽 없는 미술관이 된다.

2020-10-22 14:14:44

[강규형의 새론새평] 조정래 작가의 망언을 보며

[강규형의 새론새평] 조정래 작가의 망언을 보며

조정래 작가는 최근 등단 5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그는 150여만 명에 이르는 친일파를 단죄해야 하는데, "토착 왜구라고 부르는 일본 유학파, 일본 유학을 다녀오면 무조건 다 민족 반역자가 된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국수주의 또는 종족주의는 종종 사회의 흉기가 된다는 것을 세계사는 가르쳐줬다. 조 씨의 주장은 거의 망언에 가까운 내용이니, 일본에 유학했다고 친일파나 민족 반역자가 된다는 한심한 기준으로 보면 항일운동하다가 옥사한 윤동주 시인도 도시샤(同志社)대에서 유학했으니 민족 반역자다.고구려 중심의 민족사관을 가진 함석헌 선생도 도쿄고등사범학교를 나왔으니 친일파. 릿쿄(立敎)대 대학원을 나온 통일혁명당(통혁당) 사건의 주역 중 한 명이자 한국 종북 세력의 거두 박성준 교수도 친일파. 일본 여자와 결혼한 진중권 전 교수는 그럼 아예 일본인 그 자체가 되나? 이러니 "딸을 일본 극우파가 세운 고쿠시칸(国士舘)대로 유학 보낸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숨은 토착 왜구였네!"라는 조롱이 나오는 것이다.진중권은 조 씨의 이런 주장에 대해 '광기'에 가까운 얘기라고 비판했다. 이에 조정래는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 "저는 그 사람한테 대선배"라며 "인간적으로도 그렇고 작가라는 사회적 지위로도 그렇고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분개했다. 논쟁을 하다가 갑자기 나이·선배 타령 하는 것도 대단히 '꼰대'스럽지만, 조정래는 자기 스승인 서정주 선생을 격하게 비판하지 않았나.조정래의 선친은 일본에서 일본불교 교육을 받고 와서 일본식 대처승 풍습을 따라 부인을 얻고 애를 낳았는데 그 아이가 조정래였다. 해방 후 일본식 불교의 영향력을 줄이고 일본식 대처승 제도를 약화시키기 위해 전통적인 비구(比丘·독신자)승적인 조계종 중심의 한국불교로 이끈 사람은 바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었다. 조 작가 선친은 일본 유학생이니 그의 주장대로라면 졸지에 자기 부친이 친일파가 되는 것이다.덧붙여 조 작가는 '태백산맥'을 "국민 90%가 읽었고" 그 소설이 가진 "'오늘의 현실성'이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비결"이라고 얘기하니 나가도 너무 나갔다. 소설 태백산맥은 허구에 기초한 그야말로 소설이라는 근래 학술 연구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역사소설이다 보니 역사적 사실과 틀리는 부분이 너무 많다. 역사관도 매우 편향적이다. 학자들의 반론에 조 씨는 논리적·실증적 재반론 대신에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에 대해 "일본인보다 더 일본인 같은 친일파"라는 비방으로 답해 왔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전 유성구 소재 모 서점에서는 일본 작가가 쓴 소설을 모아둔 서가에 '왜구소설'이라는 팻말을 붙였다. 처음 이 얘기를 들었을 때는 장난이나 페이크뉴스로 알았다. 그러나 사실이었다. 한국에서는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작가들의 소설과 여타 문학작품들이 큰 인기를 끌고 많이 팔린다. 그런데 일본 작가들의 소설을 '왜구소설'이라고 하면 그 소설을 번역하고 출간하는 사람들은 물론 읽는 독자들은 다 '왜구'를 사랑하는 민족 반역자 겸 친일파가 돼 버리는가. 그 서점은 아예 일본 작가의 책들을 팔지 말아야 했다. 그런데 잘 팔리는 '왜구소설'을 판매해서 돈은 벌고 싶나 보다. 그렇게라도 하면 자기가 줏대 있는 애국자라는 생각이 드는가 보다. 세계적 조류에 뒤떨어진 종족주의에 기댄 정신적 자위행위를 통해 쾌감을 얻는 전형적 방식이다.일본을 향해 '죽창을 들라'는 등의 반일 선동과 일본 상품 불매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일본제를 더 선호하는 역설은 이미 뉴스거리가 안 될 정도로 흔하다. 죽창 선동을 한 조국 전 법무장관은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정점일 때 기자회견에 일본제 볼펜을 들고 나왔다. '나의 반일 감정도 어쩌지 못하는 부드러운 필기감'이라는 광고 카피로 그 일본 회사의 모델로 출연해도 될 만큼 그 볼펜은 자연스럽게 '명품'으로 널리 선전이 됐다. 반일 감정 선동과 중국 추종에 둘째 가라면 서러웠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도 집에서 쓰는 세컨드 카(second car)는 일제 고급 렉서스 차량이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런 수준의 반일 종족주의는 탈피해야 한다.

2020-10-21 15:43:42

[기고]중기협동조합의 중소기업 인정을 환영한다

[기고]중기협동조합의 중소기업 인정을 환영한다

"중소기업협동조합도 '중소기업자'인가요?"협동조합 이사장인 필자는 그간 선뜻 그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었다.우선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과 소기업·소상공인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공동 사업을 하고 개별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업계의 정책 애로를 해소하는 등의 목적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조직이다.한 예로 대형마트가 들어서 동네 슈퍼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을 때 동네 슈퍼 사업자들이 모여 만든 슈퍼조합에서 지방자치단체와 정부의 지원을 받아 공동 물류센터를 만들고 '나들가게'라는 공동 브랜드를 통해 경쟁력을 키워 살아남을 수 있었다.또한 국내 경기 침체로 개별 중소기업 판로에 어려움이 생기자 대구경북기계조합에서는 대구시 등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개별 중소기업들이 해외 전시회를 통해 신시장을 개척할 수 있게 돕기도 했다.하지만 정작 이런 활동을 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따른 중소기업협동조합은 기존 중소기업자 인정 범위에서 제외되고, 영리기업을 비롯해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과 사회적협동조합,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른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은 중소기업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모순이 있었다.중소기업협동조합은 자체 연구소를 만들어 중소기업계에 필요한 공동 연구를 진행해도 정부나 지자체의 중소기업 연구인력 지원사업 참여가 배제됐고, 각종 부담금 및 사용료 감면 등 수많은 중소기업 지원사업 참여에 제약이 있었다. 필자가 그간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중소기업 지위를 묻는 질문에 답할 수 없었던 이유다.이러한 제도적 모순을 극복하고자 중소기업중앙회에서는 중소기업협동조합도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지난 9월 24일 중소기업 범위에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포함하는 내용의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을 이끌어냈다. 현재 시행령 개정 등 후속 조치 중이다.법 개정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중소기업자로 정부와 지자체의 중소기업 시책을 활용해 조합원 회사 간 공동 R&D·수출·구매·판매·공동시설 조성 등에 직접 참여가 가능해졌다.중소기업협동조합의 한 사람으로 만감이 교차한다.가끔 공상과학 영화에서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했을 때 우리 인간들은 각개전투보다 조직을 구성, 체계적으로 대응해 승리하는 것을 볼 때 우리는 승리감과 쾌감을 느낀다. 마찬가지로 코로나19가 불러온 이러한 미증유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개별 경제주체보다는 이들로 구성된 협동조합을 통해 유기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경제 활성화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육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중소기업법 개정으로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중소기업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시의적절했다.정부와 지자체는 4차 산업혁명 시기에 플랫폼 기능을 갖춘 중소기업협동조합을 통해 지원사업의 효과와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최근 대구시와 경상북도에서 '중소기업협동조합 육성과 지원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제도 개선과 지자체의 지원 노력이 합쳐진다면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 경제는 다시금 활력이 넘치는 상황으로 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중소기업자 간 연결의 힘'인 중소기업협동조합을 적극 활용해 현재 우리가 마주한 코로나19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더욱 튼튼한 중소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길 바란다.

2020-10-21 15: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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