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종교칼럼]자기만의 색(色)을 찾아보자

[종교칼럼]자기만의 색(色)을 찾아보자

색은 힘이 있다. 빨간색은 정열과 기억력을, 파란색은 희망과 상상력을 자극하지 않는가. 색은 우리에게 특별한 감정과 표현을 불러일으킨다. 색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 각 정당들도 색상에 따라 그들의 정체성을 드러내곤 한다. 희망과 치유는 녹색, 진보는 빨강, 신뢰와 보수는 파란색. 하지만 프랑스 혁명 때는 파란색이 새로운 가치인 진보, 꿈, 그리고 자유를 상징했다. 그런가 하면 5월은 젊음과 상상력, 꿈의 색이 아름다운 경연을 펼치는 계절이다.하이멘달(Heimendahl)이 언급한 '파랑'이 떠오른다. "하늘과 바다의 색으로서 파랑은, 이미 자신의 본질적 특성이 끝없이 먼 곳과 심연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파랑에는 무지개 소년이 꿈을 찾아 떠난 것같이 먼 곳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다. 서양의 소설과 동화에서 푸른 꽃은 '경이로움에 대한 동경'을 상징한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중세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에서 파랑은 '신성한 천상'의 세계를 묘사할 때 사용되었다. 파랑은 천상의 색이었고, 짙은 파랑의 사파이어를 명상하는 것은 천상을 명상하는 것이었다. 사파이어는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 무한한 하나님의 세계로 진입하는 색이었다.'파랑'이 들어가는 낱말들은 대부분 밝고 희망적이다. 주식 시장에서 우량주는 블루칩(blue chip)이라 부른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코로나19 의료진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블루라이트 캠페인까지 일어났다. 블루오션(blue ocean)과 레드오션(red ocean)이란 말에서 보여주듯 블루는 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색이 되었다. 레드오션이 이미 존재하는 모든 산업이라면 블루오션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 미래 산업이다. 블루는 미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무한한 상상력을 품고 있다. 젊음을 상징하는 블루진(blue jeans) 역시 '제네바 상인의 파랑'(Blue de Gênes)이라는 말에서 왔다.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iant)는 『행복의 조건』에서 청소년 시기에 어떤 인생을 살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불행한 유년기를 보낸 사람은 정신질환을 앓을 가능성이 높고, 놀이를 통해 인생을 즐기지 못하고, 자신은 물론이고 세상을 신뢰하지 못하고, 쉽게 친구도 사귀지 못한다'고 했다. 우리는 어떤 젊은 시절을 보냈고,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시간을 만들어 줄 것인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상의 기준에 자신은 물론이고, 가정과 아이들까지 맞추려 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성격과 외모, 학력과 직업, 꿈까지 세상의 기준에 꼭 들어맞아야 직성이 풀린다.그러나 이 세상 어디에도 성공을 보장하는 절대기준은 없다. 이 땅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완벽한 환경도, 완벽하게 준비된 인간도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하는 것은 '가능성'이고, 이 땅에 존재하는 것은 희망과 꿈과 젊음의 정열뿐이다. 조셉 콘래드(Joseph Conrad)는 『승리』에서 "젊은 시절에 희망을 품고 사랑을 하고, 그리고 삶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마음을 가진 남자에게는 재앙이 있는 법이라네"라고 했다. 구약성경에서 요엘은 '하나님은 꿈을 꾸게 하고 이상을 보게 한다'고 했다.(요엘2:28) 아름다운 오월, 우리 어린이들이 희망을 노래하며 마음껏 꿈을 꾸는 푸른 계절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2020-05-06 15:47:52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코로나19’ 말만 들어도 오줌 쌀 것 같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코로나19’ 말만 들어도 오줌 쌀 것 같다.

단어만 들어도 오줌을 지릴 것 같다. '코로나19'가 바로 그 단어이다. 자영업자들에게, 사업가들에게, 소상공인들에게 이 단어는 죽음만큼 무서웠다. 실제로 코로나는 우리를 죽음 문턱까지 데려갔다. 돈이 돌지 않으니 직장과 가정은 무너져갔다. 음식점은 문을 닫았고 학교는 개강조차 못 했다. 실제로 3월 28일, 황금네거리에서 한 50대 남성이 분신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 코로나로 인한 생활고 때문이었다.그러던 중 황금연휴가 찾아왔다. 석가탄신일부터 근로자의 날까지 4일간의 연휴를 선물 받았다. 연휴의 토요일 밤, 나는 지인과 동성로의 한 골목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의도치 않았지만, 하필 그곳이 클럽 골목에 있었다. 의도한 것 같지만 진심으로 우연이었다. 우리가 갔던 술집 포함 클럽 골목은 더 이상 코로나의 흔적을 볼 수 없었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사람도 다수였다. 대구의 20대는 모두 클럽 골목으로 집합한 듯했다. 서연이도 있는 것 같고 재윤이도 있는 것 같았다. 그곳에 끼어 있었던 마흔인 나는 혹시 20대들의 심기를 해칠까 맨 구석 자리에 가서 조용히 술을 들이켰다.지난주에 의뢰받은 광고 생각이 났다. 대구시청 청년정책과의 '생활 방역' 광고가 바로 그것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너머 이제는 생활 자체가 방역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마스크를 강조하기 바쁘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마스크를 벗어도 좋다'라는 메시지를 만들었다. '마스크 안 쓰면 바로 왕따로 직행하는데 마스크를 벗으라니?' 메시지는 때로 역설적으로 표현했었을 때 더 강력하게 기억된다.'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강한 인물이 누구일까?' 우리 팀은 고민했다. 그 결과 찾은 사람이 이순신 장군이였다. 그에게 마스크를 씌워주고 오히려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역설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서브카피가 그 의외성을 해결해주면 되니까.'마스크를 벗어도 좋습니다. 이순신 장군보다 강하다면'이렇게 카피에서 의외성을 해결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마스크에 대한 인식 재정립이 필요했다. 아직도 마스크는 부수적인 것으로 생각하는 그 인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이제 마스크가 옷입니다'라는 카피를 썼다. 우리에게 더 이상 마스크는 마스크가 아니다. 마스크는 이제 옷이다. 외출할 때 옷을 입는 것처럼 마스크를 입어야 한다는 것을 어필했다.술자리 후 지인들과 클럽 골목을 조심스레 빠져나왔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놀다가 코로나가 다시 오면 어떡하지?' 직원들 앞에서 "이번 달은 일감이 없어서 월급을 못 주겠다"라는 말은 생각하기도 싫다. 그것은 영화 엑소시스트에서 귀신들린 딸이 계단을 거꾸로 내려오는 것 이상의 두려움이다. 그냥 내려오기도 가끔 미끄러지는 계단을 요가 자세처럼 내려오니 말이다. 이렇게 놀다가 코로나가 다시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대로 광고에 옮기고 싶었다.딸린 식구가 많은 나 같은 사람에게 코로나는 생각하기도 싫은 대상이다. 하지만 공익을 위해서 필요한 메시지다. 모호한 말보다 언제 돌아오겠다는 구체성이 더 무서울 듯했다. 그래서 쓴 카피가 '방심할 때 돌아올게'이다.그러니 제발 방심하지 말자. 우리 회사에서 만든 광고처럼 방심할 때 코로나는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다시는 우리가 코로나 관련한 광고를 만드는 일이 없길 희망한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5-06 09:57:06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기침하는데 심장병이라고요?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기침하는데 심장병이라고요?

루(10살, 푸들)가 기침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 가까운 동물병원에서 감기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검사를 다시 했더니 심장병이 의심된다며 본원으로 의뢰된 경우였다. 보호자는 루가 산책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는 편이라며 심장질환이 있다고는 믿지 않았다. 상담 중에도 애꿎은 검사비와 개만 고생시킬까 걱정이었다.심장의 기능 평가는 X-ray(엑스레이)와 심장초음파 검사가 주로 활용된다. 체형이 다양한 개와 고양이는 X-ray 상의 심장의 크기를 흉추뼈의 갯수로 환산하여 평가한다. 심장의 긴축과 잛은 축의 길이를 흉추뼈의 갯수로 환산한 수치를 VHS라 부른다. 개의 정상적인 VHS는 8.5~10.5 이다. 루의 경우는 VHS가 13.2로 심비대가 심각한 경우였다. 다행히 루는 흉곽이 넓고 기관지협착이 없어서 심비대가 심한 편임에도 불구하고 기침 증상이 덜한 편이었다.심장초음파는 심장 질환을 구분하고 기능을 평가하는 가장 정확한 검사다. 심장 내 심방과 심실, 대동맥과 폐동맥의 직경을 비교하면 어떠한 부위에 질병이 있음을 예측할 수 있다. 혈액의 흐름을 영상으로 평가하여 판막의 기능 이상을 진단하기도 하며, 때로는 종양이나 선천성 질병을 진단하기도 한다.루는 좌측 심장에 있는 이첨판이 두꺼워져 변형이 심했으며 그로인해 혈액의 역류가 심한 상태였다. 우측 심장에 있는 삼천판도 기능부전으로 혈액이 역류되고 있었다. 대동맥 직경과 좌심실의 직경을 비교한 LA/AO수치는 2.75로 평가됐다.반려동물의 심장초음파는 사람에 비해 검사하기가 훨씬 어렵다. 흉곽 안에 위치한 심장의 특성 상 갈비뼈 사이로 초음파를 밀착시켜야 심장을 관찰할 수 있다. 동물을 두 명의 간호사가 검사용 베드에 눕혀 30분 이상 달래가며 검사가 이루어진다. 심장초음파 전문의는 동물이 뒤척이거나 호흡하는 틈을 노려 심장의 운동 영상을 확보하고 평가한다. 체형이 작은 만큼 심장의 크기도 성인의 1/20에 불과하기 때문에 매우 정밀한 검진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루의 검사 결과들을 자세히 듣고 나서야 보호자는 루의 심장질환을 인정했다. 루가 복용하는 심장약은 기침증상을 줄여주고, 폐부종과 흉복수(가슴과 배에 물이 차는 것)를 예방하기 위해 꾸준히 먹으며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루 처럼 심장질환이 있는 반려동물의 식이 관리와 관리법을 소개한다. 동물이 과체중이라면 먼저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 심장의 혈액 방출력이 약해진 만큼 체형이 가벼워야 심장의 부담이 준다. 먼저 먹는량을 감량하여 체중을 줄이자. 체중을 10% 정도 줄인 후 가벼운 산책부터 운동량을 증가시켜 나갈 것을 권한다. 심장질환이 있는 반려동물에게 무리한 운동을 통한 체중 감량은 매우 위험하다.고체온은 심장에 해롭다. 더위 노출로 인한 체열 상승, 가둬두거나 묶어두는 개의 햇빛 노출, 실내 난방 등으로 반려견의 체온상승은 과호흡과 혈압상승을 동반할 수 있다. 개와 고양이는 체온이 상승하면 호흡을 통해 열을 발산시키려 하는데 이러한 과호흡이 오래되면 고체온증이 유발되면서 탈수와 혈압이 급상승해져 심장에 매우 위험하다. 추위를 느끼지 않을 정도의 환기가 잘되는 환경이 유리하다.수분은 충분히 공급한다. 탈수는 혈액의 점도를 높여 말초혈액 순환을 방해하며 혈압이 상승되어 심장에 부담을 준다. 넉넉하게 수분을 섭취하여 소변색이 맑아지는 것이 유리하다. 반려동물이 스스로 물을 잘먹지 않는 경우라면 사료를 물에 불려 먹일 수도 있다. 야채(브로컬리, 토마토 등) 를 잘 먹는 반려견이라면 익힌야채를 이용한 간식이나 스프를 제공할 수 있다. 과일은 당도가 높아 권장하지 않는다.가벼운 산책이나 놀이 운동은 권장한다. 산책 자체가 힘들정도로 심부전이 악화된 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적당히 심장에 부담주는 정도의 가벼운 산책이나 놀이운동은 심장에 이롭다. 심장도 근육이기 때문이다. 근육은 사용이 줄면 위축되며, 일정 정도 이상의 부담을 가하는 운동을 할 때 신진대사와 면역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동물이 행복해 하는 정도의 운동량이 적합하다. 내원하신 보호자분들에게 동물이 언제부터 아팠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최근이라고 답한다. 하지만 검사를 해보면 의외로 경과가 오래된 질병들이 많다. 검진 결과를 들으신 후에야 눈여겨 보지 못했던 증상들이 이전부터 관찰되어 왔음을 인정한다. 기침으로 내원한 루가 심장질환으로 밝혀지듯이 동물의 질병은 보이는 증상 만이 다가 아니다. 사람의 40대에 해당되는 6세 이후의 개와 고양이에게 건강 검진을 권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2020-05-06 07:22:55

[특별기고]코로나 위기 이후의 국가 위기

[특별기고]코로나 위기 이후의 국가 위기

인류가 직면하는 위기는 크게 네 가지이다. 기후변화, 에너지 부족, 물 부족, 식량 부족이다. 1970년대 이후에는 식량 부족이 가져오는 위기를 '식량 안보' 차원에서 강조했다. 곡물 공급 부족으로 붕괴된 구(舊)소련 체제가 대표적 예이다. 1979년 미국이 취한 1천700만t의 밀, 옥수수 소련 수출 금지 조치가 소련 체제 붕괴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수년 전 중동과 북아프리카 독재국가의 붕괴도 식품 가격 폭등에서 시작되었다.'코로나19' 위기 이후 가장 우려되는 것이 식량 위기다. 식량 위기가 바이러스 등과 복합적으로 일어나면 속수무책이다. 대비가 되어 있지 않고 처리해본 경험도 없다. 국가 간에 전쟁에 버금가는 치열한 생존 투쟁이 벌어질 것이다. FAO(국제식량농업기구)에서는 조만간 '식량 위기'가 올 것을 예고하고 있다. 국제 쌀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고, 공급망도 흔들린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은 지난 3월 말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다가 최근 수출 물량을 대폭 줄여 재개했다. 베트남의 쌀 수출 금지 내지 축소가 계속되면 세계 쌀 시장 공급량이 10~15%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의 밀 수출 축소도 우려된다.쌀뿐만 아니라 다른 곡물이나 축산물, 수산물 파동도 우려된다. 캄보디아, 베트남, 인도, 러시아, 프랑스 등에서 먹을거리 수출 중단이나 제한 등의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자국의 식량 비축을 강화하고 식료품 사재기가 일어나거나 곡물 수급 상황이 더 악화되면 강력한 수출 금지를 행할 것이다. 식량 위기는 노동력 부족이나 공항, 항만 등 수송망 차질에서도 야기되고 심리적 요인도 파동으로 이어진다.우리나라 식량 수급 상황은 구조적으로 매우 취약하다. 곡물 수요량에 비해 공급량이 너무 부족하다. 연간 곡물 수요량은 약 2천100만t이나 생산은 450만t 수준이다. 부족분 1천600만t 정도를 외국에서 수입해야 한다. 이 중 1천100만t 정도가 사료용이다. 축산물 소비가 많아 사료용 곡물을 수입하지 않을 수 없다. 소득 증대와 소비 패턴 다양화로 축산물 소비 증대는 불가피하다. 사료용 곡물 소비가 많은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22%에 불과하다. 그나마 쌀은 자급하고 있어 당장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농지가 도로나 주택, 공장이나 창고 용지로 전환되어 해마다 2만㏊가 줄어든다. 다른 곡물 자급률도 낮다. 보리나 콩은 25%, 옥수수는 4% 수준이다. 밀은 전체 소비량의 99.1%를 수입한다. 취약한 식량 수급 구조와 육류 소비 증대로 식품 수급 구조가 매우 취약하다. 식량 수출 국가가 수출 문을 닫으면 5천만 국민의 먹을거리가 당장에 위협 받는다.다가오는 식량 위기에 대비한 장단기 대책이 필요하다. 위기 대비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품목별 수급 상황을 장관이 챙겨야 한다. 대통령 주재 점검회의를 통해 부처별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매점매석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통망을 점검하고 비상 대비 훈련도 필요하다. 여러 위기가 복합적으로 닥쳐올 경우에 대비하여 독립적인 위기관리센터를 설치해야 한다. 식량의 공공 비축과 수입 관리, 해외 곡물 수입망 확충이 필요하다.무엇보다 중단된 '국가곡물 조달 시스템'을 재추진해야 한다. 식량의 중장기 안정 공급을 위해 농업 생산 기반을 확충하여 우량 농지를 보전해야 한다. 농업기술 개발과 품종 혁신, 비료, 농약, 농기계 산업을 국가기간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먹을거리의 생산과 유통, 소비, 수출입 전반을 점검하고 안정 공급 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복합 위기에 국가적으로 대비하라는 교훈을 남긴다.

2020-05-05 19:43:22

[경제칼럼]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

[경제칼럼] 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

지난 4월 15일 총선이 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됐지만 경제위기는 이제 시작이라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전국을 달구던 선거는 끝났지만 코로나19에서 시작된 전 세계 경제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현재 코로나19 전 세계 확진자 수는 350만 명을, 사망자는 24만 명을 훌쩍 넘겼다.한국에서의 코로나19는 진정됐고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를 이행한다고 선언했지만 미국, EU 등 주요 경제대국들은 봉쇄돼 있고 경제 현장은 여전히 마비 상태다. 경제 활력을 측정하는 중요 지표 중 실업 관련 지수가 급증하는 상황이 이를 말해준다.4월 말에는 미국산 유가가 한때 마이너스 40달러까지 떨어지기도 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이는 원유 1배럴을 40달러 주면서 판매한다는 것인데 상상 속 일이 현실에서 발생했다. 수요와 공급이 지배하는 시장에 전례 없는 기이한 현상이 실제 일어난 것이다.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원유 시장마저 초유의 기현상이 나오고 있다면 지금 경제 상황은 우리들이 예상하고, 이해하는 이전의 지식 수준을 뛰어넘는 변화가 발생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경제 주체인 기업들의 위기는 가계 경제의 위기를 초래한다. 실업자 증가와 같은 고용 불안으로 인해 가계 경제에 큰 타격을 주어 소비 침체의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기에 그러하다.현재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긴급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가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을 줄이고자 경제 활성화를 위한 비상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현 시점에서 필요한 조치들로 보여진다. 하지만 고용 불안과 실업 증가는 재난지원금의 모든 노력들을 무위로 만들 우려가 크다.가장 근원적인 경제 활성화는 기업 살리기가 돼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가계가 살고 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본 토양이 된다. 정부와 지자체는 기업 살리기에 중점을 두고 향후 지원 청사진을 보다 과감하게 그려야 한다. 기업이 살아야 위기를 극복하고 가계 경제가 소비를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가 살아난다. 지원받은 기업에 사회적 경제적 책임을 다하도록 촉구하며, 충분한 지원과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독도 잘 쓰면 약이 된다는 말이 있다. '호메시스 효과'라고도 하며, 진통제에 소량의 마약 성분이 쓰이는 경우를 의미한다. 벌의 독은 치명적이지만 봉침으로 활용될 때 약이 된다. 자외선은 피부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적당한 햇빛은 비타민D를 합성시키는 약이 된다. 독성이 있는 물질이라도 소량을 사용하면 오히려 인간 생리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는 의미이다.경제에도 독을 잘 쓰면 약이 된다. 즉 호메시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IMF 위기와 금융위기 때 우리는 정보화 IT, BT산업 등 신사업에 지원하고 투자해 굴뚝산업 위주에서 산업 구조조정, 일자리 창출 등을 이루어 낼 수 있었다.기업에 대한 지원은 우선 규제개혁에서 시작해야 한다. 핀테크 산업 육성을 위해 도입한 규제 샌드박스처럼, 기업을 옥죄고 있는 규제들을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모래사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노는 것처럼 기업들이 의욕을 가지고 새로운 영역에서 자유롭게 놀게 만들어야 한다. 각종 규제로 인해 출시할 수 없었던 상품을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하고, 문제가 있으면 사후 규제해야 한다.향후 발전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 산업에도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코로나19 진단키트와 관련한 뛰어난 검진과 생산 능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주목받지 못했을 것이다. 북한과 관련한 뉴스에만 관심을 두는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이제 위기이자 기회가 왔다. 정부는 규제부터 풀어야 한다. 독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규제를 풀어야 한다. 우리가 잘 활용하면 약이 된다.4·15 총선의 표심은 '경제를 회복시키고 일자리를 지켜 달라'는 요청이다. 코로나19의 진정한 극복은 방역 완성이 아니라, 기업 일자리 지키기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그 핵심이다.

2020-05-05 15:59:35

[박창원의 기록여행] 어린이는 애새끼가 아니다

[박창원의 기록여행] 어린이는 애새끼가 아니다

'8·15 해방과 함께 이 어린이날도 긴긴 첩복에서 소생의 호흡을 내뿜었으니 올해는 제5회째의 어린이날을 맞게 되는 것이다. 어린이야말로 나라의 생명 나라의 보배다. 결코 연장자들의 재롱감이나 애새끼여서는 안 된다. 명일을 위하여 그들 자신을 축복해야 할 것이다.'(매일신문 전신 남선경제신문 1950년 5월 5일 자)해방 뒤 다섯 번째의 어린이날이었지만 기쁨보다는 반성이 뒤따랐다. 혹독한 일제의 탄압 속에서 지금의 어른들이 그 어린 시절을 커온 것처럼 지금의 어린이들 역시 고초를 겪으면서 자라고 있다는 이유였다. 말하자면 어른들이 비참한 현실을 개선시키지 못했다는 지적이었다. 게다가 어른들의 잘못된 인식도 문제 삼았다. 어린이를 놀잇감이나 애새끼로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어린이를 존중해야 한다는 뜻에서 애새끼로 빗댄 듯하다.그렇다면 어른들의 어린 시절은 어땠고, 어린이들의 고초는 또 뭘까. 어른들이 겪었던 어린 시절은 일제강점기의 어린이날이었다. 어린이날은 방정환과 색동회 주도로 1923년 5월 1일 선포되었다. 몇 해 뒤에는 전국 곳곳에서 어린이날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일제의 핍박으로 어린이날 행사는 이내 중단되었다. 어린이가 독립운동의 씨앗이 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었다. 어린이를 인격체로 존중하고 씩씩하게 자라도록 하자는 어린이날의 첫 구호는 그야말로 공염불에 그쳤다.어린이날은 해방 후에 5월 5일로 바뀌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때 어른들이 겪은 참담했던 어린이날의 분위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해방이 되었지만 어린이들에게 해주고 싶어도 해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 입에 풀칠하기도 빠듯한데 선물 하나 사줄 수 없는 형편이었다. 교육 당국도 가난하기는 꼭 같았다. 기껏 5월 첫 주를 어린이 주간으로 정해 생색을 내는 정도였다.무엇보다 어린이들은 어른보다 더 심한 굶주림에 허덕였다. 밥을 굶다 보니 학교에 다니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식량난이 심해지면서 대구 지역 초등학생의 절반 정도가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고 굶었다. 게다가 점심을 굶는 아이 열 명 가운데 둘은 아침에 죽을 먹고 오는 아이였다. 또 점심을 굶은 아이 절반은 돌아가서 저녁에 죽을 먹었다. 특식 배급 등으로 결식 문제를 해결해 왔던 일제강점기 때보다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던 것이다.해방 이듬해 첫 번째 맞은 대구의 어린이날 행사는 달성공원 광장에서 열렸다. 대구 시내 초등학교 학생과 중고등학생, 시민 등 수만 명이 참석했다. 다양한 기념 연예가 펼쳐졌고 귓가에 익은 동요가 하루 종일 울려 퍼졌다. 오후에는 공회당에서 초등학교 아동연합학예회가 열렸고 영화관에서는 어린이용 영화가 할인 요금으로 상영됐다. 그야말로 1년에 딱 하루는 애새끼가 아니라 대접받은 어린이의 함성이 진동하는 날이었다.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어린이날의 어린이 함성은 갈수록 힘 빠진 소리로 들린다. 어린이들이 줄어서일까.

2020-05-04 17:30:00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결혼 선물과 빅토리아 웨딩종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결혼 선물과 빅토리아 웨딩종

코로나19가 안정되어가니 계절의 여왕 5월에는 그동안 취소되었던 젊은이들의 결혼식도 다시 많아질 것이다. 전통적으로 결혼하는 부부에게는 축복의 의미가 담겼거나 생활에 필요한 선물을 주는 풍습이 있었다. 미국 여성지는 세계의 특이한 10대 결혼 선물을 소개한 바 있다. 부지런함을 뜻하는 독일의 뻐꾸기 시계, 마음에 사랑을 새기라는 베트남의 분홍 석필, 마당에 뿌리를 내리는 네덜란드의 백합 구근, 살림 밑천인 프랑스의 빈티지 린넨, 인도의 금은보석을 장식한 행운의 줄과 함께 우리나라의 금슬 좋은 목각 기러기 한 쌍 등이었다. 페루의 음식과 꽃을 담은 성스러운 바구니와 수단, 신부를 위한 향수도 독특한 선물이다. 결혼식에서 신혼부부와 춤출 수 있는 자격을 사는 멕시코의 현금 선물도 포함되었다. 사랑과 희망을 담은 각 민족의 독특한 선물이다.중세 이후 서양의 전통 결혼 선물은 면화와 종이류, 가죽류, 린넨, 과일이나 꽃, 나무와 금속 생활용품, 모직류와 도자기 등 필요 생활품을 주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익숙한 다이아몬드와 보석은 귀족이나 부유한 집안에 국한된 선물이었다. 경제 발달과 함께 도시가 형성되며, 부부가 예물을 주고받고 하객들은 부부에게 선물하는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했다. 20세기 초 미국의 인기 결혼 선물은 시계, 도자기, 유리와 크리스털, 가전제품, 목제가구, 은제품, 필기구와 탁상용품과 몇몇 생활용품이었다. 이때 처음으로 다이아몬드 등의 보석 및 금제품과 시계가 결혼 선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미국 신혼집 대부분에는 선물로 받은 시계 라디오나 토스터 오븐, 프랑스제 냄비가 있었고, 도자기, 크리스털 등의 생활집기, 린넨, 장식 화병도 인기가 있었다.우리나라는 대부분 축의금을 전달하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선물 증정은 않는다. 서양에서도 지금은 리셉션 식사비를 기준으로 선물과 축의금을 결정한다지만 일반적이지는 않고 돈을 결혼식장에서 직접 전달하는 경우는 없다. 프랑스는 결혼식장에 초청되면 원하는 부부가 품목을 문의하고, 지정된 상점에 물건 대금을 지불했다. 미국에서도 하객들이 부부의 웨딩 선물 목록 중 선택하여 선물했으나, 이제는 해당 금액을 수표로 준다고 한다.19세기 영국의 전성기를 구가한 빅토리아 여왕은 결혼하는 부부에게 아름다운 유리종을 선물했었다. 이것이 알려지며 영국 사회에는 결혼식 선물로 높이 30㎝ 정도의 화려한 유리종을 선물하는 풍습이 유행했는데, 이를 '빅토리아여왕 웨딩종'이라 한다. 손잡이는 여러 가닥의 물방울 모양 매듭을 만들었고, 파리에서 수입한 접착제로 유리종 몸체와 붙였다. 그러나 큰 유리종은 보관이 어려웠고, 잘 깨졌기에 지금까지 전해지는 것은 많지 않다. 웨딩벨은 이민자에 의해 미국으로 전파됐는데, 입으로 불어 만드는 큰 유리종은 상당히 비쌌다. 미국의 필그림회사는 웨딩벨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하여 크기는 작으나 견고하고 명쾌한 소리의 크리스털 종을 만들었다. 전통과 현재의 요구가 잘 부합한 실용적인 인기 선물이었다. 이 종은 싼 가격으로 '가난한 자의 웨딩종'이라 불렸다. 그러나 유리종의 청아한 소리를 듣는 부부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부자가 된다. 참 소박하고도 아름다운 결혼 선물이었다.

2020-05-04 17:30:00

[기고] 뉴노멀이 아니라 노멀이다

[기고] 뉴노멀이 아니라 노멀이다

카뮈의 페스트를 꺼내어 다시 읽었다. 구구절절이 가슴을 쳤다. 수백만 명이 죽은 전쟁 역사를 알아도 가까운 친척 한 명의 죽음보다는 실감이 덜한 법이다.두 번이나 읽은 소설인데도 이번에는 느낌이 남달랐다. 우리가 몇 달간 겪은 일들과 너무나 흡사하기 때문이었다.어떤 재앙이나 "이 또한 지나간다"고 쉽게 이야기하지만 그 과정은 항상 쉽지 않고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당혹스러움, 어느 정도 위험한지 공포감,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절망감, 끝난 후의 생활은 어떻게 될 것인지 불안감.처음 중국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발생했다고 했을 때, 의사로서 모든 병을 안다고 자만하면서 단순 독감을 가지고 너무 호들갑을 떤다고 주위를 안심시켰다.2월 19일부터 슈퍼 전파자로 인해 대구 지역에서 폭발적인 환자가 생기기 시작했다. 매일 환자가 급격히 늘었다. 모두가 당황했다.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공문이 날아들었다. 너도나도 현장으로 달려갔다. 현장이 어떤지도 모르고 나도 병원 문을 닫고 달려갔다. 의사가 하는 일은 우주복 같은 방호복을 입고 감염 환자들이 있는 병동으로 들어가 회진을 하고, 검체를 채취하는 일이었다.덜컥 겁이 났다. 의사 생활 40년째이고 온갖 험한 환자들을 본 외과의사지만 이건 처음 겪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본 환자 중에 20대 젊은이가 2명 있었다. 너무 무섭다고 떨고 있었다.이건 당신이 위험해서가 아니라, 전파력이 강해서 이런 조치를 취한다고 안심시키고 아는 지식으로 여분의 시간을 천천히 보내고 병실을 나왔다. 잠시라도 안심하고 나보고 건강 조심하라는 말에 병실에 달려온 보람을 느꼈다.아직 병은 진행 중이지만, 처음 약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한국의 대응이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역량이 이 정도였는지 나조차 몰랐다.사회적인 질병이 생기면 각 사회가 지닌 다양한 사회 역량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나는 이제까지 미국의 사회시스템을 아주 신봉하고 있었다. 의사로서 미국의 학문 세계는 따라잡기에 너무나 멀리 있는 대제국이었다. 의료시스템이 문제가 있다고는 알았지만 저 정도인지는 몰랐다.일본 또한 항상 나를 기죽이는 나라였다. 기초과학이나 원칙을 얘기할 때 따라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본의 진짜 모습을 이번에 보았다. 사실 어떻게 보면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그 모습 그대로인데 우리가 훌쩍 컸다고 생각한다.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를 덮치자 전 세계에 나가 있던 한국인들이 속속 귀국했다. 한국이 가장 안전하고, 사회시스템이 가장 믿을 만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이번 사태 이후를 뉴노멀의 시대라고 말한다. 많은 전문가가 나와서 답은 없다고 겁을 주고 있다.그런데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난 반세기 급격한 경제 팽창주의와 신자유주의가 과거와는 다른 뉴노멀이었다. 이제 돌아갈 곳을 잊고 있었던 노멀한 사회다. 우리가 아는 사회다. 각자 자기 일 성실히 하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다.소설 페스트는 말한다. 페스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없어졌다. 공포, 갈등을 거치면서 결국 사람들이 각자 할 일을 하면서 서로 연대함으로써 그 상황을 극복했다.세균은 또다시 올 것이다.

2020-05-04 17:30:00

[세계의 창] 예측 가능성으로 충만한 사회가 되어야

[세계의 창] 예측 가능성으로 충만한 사회가 되어야

나는 선장 출신이다. 선박을 이용한 대양 항해의 발전 단계에는 수백 년 동안 큰 진전이 있었다. 1492년 콜럼버스 이전에는 누구도 유럽을 벗어나서 대양 항해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중해의 끝단에 있는 스페인의 지브롤터를 벗어나면 선박은 낭떠러지에 떨어지는 것으로 사람들은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용기 있는 자들은 예측 불허의 바다로 나갔다. 나무로 만든 배와 돛으로 대양을 항해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바다는 위험 그 자체였다. 17세기에는 10척의 선박이 출항하면 7척만 돌아왔다는 기록이 있다. 20세기에 들어와서 철선이 만들어지면서 항해의 안전성이 높아졌다. 이제 사람들은 선박을 안전한 항해와 귀항이 가능한 운송수단으로 인식하게 되었다. 예측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 예측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역이 이루어진다. 선박을 통해 특정 상품을 상대방에게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이 수출자와 수입자에게 있지 않다면 국제무역은 이루어질 수 없다. 우리는 물과 공기와 같이 그 존재를 잊어버리고 느끼지 못하고 살지만 예측 가능성의 기능은 대단히 중요하다.선박 하나만을 두고 보더라도 인류는 선박의 안전 항해 확보라는 예측 가능성의 증대를 목표로 꾸준히 노력해왔음을 알 수 있다. 문명의 큰 흐름도 예측 가능성을 달성하려는 지향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음을 발견할 수 있다. 필자의 전공인 상법학도 예측 가능성의 달성에 그 이념을 두고 있다. 계약상 분쟁에도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해결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해야 거래가 활발히 성사될 수 있다. 상법에는 표준계약서의 사용 등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많은 법제도가 마련되고 있다.그런데, 최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 예측 가능성이 전혀 없는 깜깜이를 지향하는 것 같아 혼란스럽고 미래가 불안하다. 선거제도를 보자. 우리나라는 정당의 당원이나 국민의 투표로 그 지역 국회의원 후보를 정하는 경선제도가 도입되어 있다. 신인들은 아무래도 기존 정치인에 비하면 인지도가 열악하니 가산점도 부여한다. 그런데,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원래 예측된 제도상 경선을 거치지 않고 전혀 모르는 인물이 후보자로 공천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제도의 실시는 사람들이 추구하는 예측 가능성에 반한다. 지역에서 예비후보자들은 몇 년에 걸쳐 경선을 준비해 왔을 것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전략공천으로 예상치 못한 인물이 경선 후보로 지명된다면, 다음에는 누가 경선을 준비하겠는가? 그렇다면 전략공천 지역을 적어도 6개월 전에는 공고해야 한다. 선거구 획정도 마찬가지다. 경북에는 대혼란이 왔다. 어떤 정당에서 각 선거구에 후보자를 발표한 다음 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선거구가 획정되어 그 정당에서 이를 바꾸어 발표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예측과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다.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이 출마할 선거구를 축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인데, 하루아침에 선거운동을 해야 할 지역이 변경되다니….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두 가지 점은 예측 가능성의 증대라는 인류가 지향하는 큰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이 불확실하거나, 예기치 못한 전략공천 상황이 또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 과연 우수한 사람들이 정치에 뛰어들겠는가?우리나라의 각계각층은 예측 가능한 사회를 달성하는 것을 큰 목표로 삼고 나가야 한다. 장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들은 미래에 드는 비용은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란 불확실한 것이기 때문에 경시하게 된다. 사고가 발생한 이후에야 수습한다고 야단을 친다. 먼 미래의 일,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예측하고 그 준비를 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한 번 경험한 부정적인 것들은 두 번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완벽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고 확인하도록 하자. 그렇게 하면서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 각 분야를 예측이 가능하게 만들어 국민들이 안심하고 미래를 보면서 안정적으로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하자. 예측 가능성의 확보야말로 우리나라 정치, 사회, 교육 등 모든 분야의 이념이자 지향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20-05-04 17:30:00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타이스 명상곡, 변학도와 오거돈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타이스 명상곡, 변학도와 오거돈

▶알렉산더 '이수스 전투' 모자이크이제는 전설이 된 테너 파바로티의 미성으로 듣던 산타 루치아. 나폴리만의 산타 루치아항은 79년 쾌락의 도시 폼페이를 집어삼킨 베수비오 화산을 병풍으로 둘러친다. 아름다운 항구에서 지하철로 3정거장 거리에 나폴리 국립박물관이 나온다. 1749년부터 폼페이에서 발굴한 핵심 유물들이 탐방객을 기다린다. 2층 모자이크 전시실로 가면 '이수스 전투'가 위용을 뽐낸다. 폼페이 파우노의 집에서 발굴한 B.C 1세기 모자이크다.알렉산더와 당시 세계 최대 제국 페르시아 다리우스 3세가 B.C 333년 터키 남부 이수스에서 펼쳤던 세기의 대결을 담았다. 가로 5.82m, 세로 3.13m에 무려 150만 개의 미세한 테세라(대리석 조각)를 사용한 대작이다. 투구도 안 쓰고 공격 중인 알렉산더의 용맹과 겁먹은 다리우스 3세의 표정이 절묘한 대조를 이룬다. 승리한 알렉산더는 수도 페르세폴리스로 가 주인 잃은 제국의 안방에 똬리를 튼다.▶페르세폴리스 불태운 기생 타이스이란 남서부 역사 고도 페르세폴리스를 찾은 건 2001년 3월이니 19년 전이다. 건물 주춧돌만 남아 역사의 무상함을 일깨운다. 왜 잿더미가 됐을까? 시칠리아 출신 B.C 1세기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켈리오테스는 '비블리오테카 히스토리카'(역사박물관)라는 세계사 책에 한 여인의 역할을 두드러지게 묘사한다. B.C 330년 알렉산더가 심포지온(회식) 도중 술 취한 상태에서 총애하던 헤타이라(기생) 타이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는 거다. 페르시아가 B.C 480년 아테네 파르테논 신전을 불태운 복수로 페르시아 궁전을 불태우자는 취지였다. 디오도로스는 알렉산더, 타이스, 헤타이라들, 장군들 순서로 횃불을 던져 궁전을 잿더미로 만들었다고 적는다.▶알렉산드리아 성자 타이스B.C 323년 이라크 땅 바빌론에서 알렉산더가 33세의 나이로 급사한 뒤, 타이스는 이집트 총독이 된 연인 프톨레마이오스 장군을 따라 이집트로 간다. 알렉산드리아에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를 연 프톨레마이오스 1세의 후궁이 돼 3명의 자식을 낳는다. 타이스라는 이름은 알렉산드리아에서 800여 년 뒤, 전혀 새로운 차원으로 재등장한다. 흑해 서부 루마니아 콘스탄타(옛 스키타이 땅)에서 태어난 동로마제국 신학자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는 알렉산드리아의 성자 타이스 이야기를 6세기 '타이시스'(Thaisis·타이스의 삶)라는 기록으로 남긴다. 세속적인 기생에서 기독교 성자로 변신한 게 놀랍다.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는 현대인이 쓰는 달력(그레고리력이나 그리스 정교에서 쓰는 율리우스력)의 기본 연도, A.D(Anno Domini·주님의 해) 발명자로 알려져 있다. A.D 2020년이라고 쓸 수 있는 것은 이 사람 덕이다.▶타이스 명상곡기생과 성자가 뒤섞인 타이스는 잔잔한 피아노 선율에 실린 바이올린의 애절한 음색 '타이스 명상곡'으로 19세기 말 다시 태어난다. 프랑스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가 1890년 소설 '타이스'(Thais)를 쓰고, 작곡가 쥘 마스네가 이를 1894년 오페라로 바꿔 무대에 올린다. 배경은 5세기 동로마제국 알렉산드리아. 2막 1장에 수도사 아타나엘(소설에서 파푸누스)이 쾌락에 탐닉하는 기생 타이스에게 새 삶을 권한다. 2막 2장에 타이스는 고뇌 끝에 타락한 삶을 접고 기독교 귀의를 다짐한다. 타이스 명상곡은 이 대목, 2막 1장과 2장의 막간곡(entracte)으로 연주된다. 세속에서 신성으로 귀의하는 순간 영혼의 울림을 담는다. 하지만, 오페라는 역설적으로 아타나엘이 육욕을 누르지 못하고 타이스를 향한 일그러진 욕정에 불타오르며 막을 내린다.▶춘향전 변학도와 부산 오거돈일그러진 욕정은 춘향전 변학도로 옮겨붙는다. 1700년경 처음 등장해 무려 120종의 이본이 생길 만큼 인기 높은 춘향전에 기생 점고 장면이 나온다. 남원부사 변학도는 부임하자마자 기생부터 불러들인다. 2011년 출간된 '창악집성'(하응백 엮음, 휴먼 앤 북스)의 판소리 가사를 보자. "그때여 사또는 동헌에 좌정후 여봐라 호방형리 듣거라. 이 고을에 미인 미색이 많다 허니. 다른 점고는 삼일 후로 미루고 우선 기생 점고부터 하렸다…." 명을 받은 호방이 불러들여 부르는 기생 이름만 무려 20명…. 변학도를 돌려세울 공직자가 부산시장이었다.이 사람의 심포지온(회식) 사진을 보면 여직원들을 좌우는 물론 앞에도 앉혔다. 집무실로 불러 성추행도 모자라 관용차 성추행 의혹도 불거졌다. 불법 인권침해다. 피해자 인권은 뒷전인 채 소속 정당의 총선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한 흔적만 두드러져 더 답답해진다. 공직자의 도덕성을 조선시대 탐관오리 변학도 수준으로 전락시킨 시장의 소속 정당이 유례없는 총선 대승을 거뒀다.

2020-05-04 17:30:00

[기고] 코로나 19가 발생한 해 어버이날

[기고] 코로나 19가 발생한 해 어버이날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조심하고 긴장된 나날을 보내는 2020년에도 어김없이 5월이 왔다. 그런데 신록의 계절 5월이 예년의 아름답고 화창한 계절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모두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서로 예방 수칙을 지키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경상북도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해 다중이 모이는 행사를 중지했다. 매년 개최하던 어버이날 행사를 금년에는 취소했다. 안타까움이 크다.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부부의 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다. 특히 8일은 어버이날로서 부모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미덕을 기리고 되새기는 날이다.우리나라 어버이날은 1956년 제정된 어머니날을 시작으로 1973년 개정된 '각종 기념일에 대한 규정'에서 어버이날로 개칭됐고 그해 5월 8일을 제1회 어버이날로 정했다.어버이날은 과거부터 내려오는 효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 효경(孝經) 첫째 장구인 개종명의(開宗明義)는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로 시작한다. 사람은 누군가의 자식이었다가 나이가 들면서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살아가게 된다. 산업화를 거치고 도시화가 일반화된 요즘 효의 의미와 가치도 많이 변했다.나이 든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3대 이상의 가족이 함께 생활하거나 가까이 살면서 서로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것이 요즘 우리의 삶이다. 가족의 정을 나누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스마트폰과 유튜브 같은 SNS가 한몫을 하고 있다.특히 올해는 코로나19 감염병 예방을 위해 사람들의 생각과 일상생활이 크게 바뀌었다. 자영업을 하는 아들도, 직장생활을 하는 딸도 코로나19의 그늘을 피해갈 수 없는 이 마당에 어버이날을 맞아 자식들의 방문은 물론이고 보내주는 용돈에도 손사래를 치는 것이 코로나 시대 부모의 마음이다.경북도에는 65세 이상 어르신이 전체 도민의 21%인 56만 명이다. 금년 2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어르신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어르신들이 함께 어울려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경로당, 노인복지관, 노인교실, 취미클럽 등의 시설은 휴관으로 이용하기가 어렵게 됐고, 적으나마 수입이 생기는 노인 일자리사업도 중단됐으며 각종 단체가 운영하던 무상급식도 축소됐다.경북도가 이번 코로나19와 관련해 도민의 안전을 위해 가장 관심을 기울인 부분은 면역력이 약한 어르신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양로원, 요양원 등 노인생활시설이었다. 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르신을 위해 마스크 등 위생물품들을 지원하였지만 넉넉하지는 않았다.코로나19가 노인생활시설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강력한 조치인 시설 입소자와 종사자를 통째로 격리하는 코호트격리를 2주간에 걸쳐 선제적으로 시행했다. 그 결과 노인시설에 대한 확산을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그런 조치를 잘 참고 따라준 시설 관계자와 어르신들께 고마움을 전한다.감염병이 발생하는 어려운 시기에도 부모님을 존경하고 편안히 모시려는 효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아울러 갑작스러운 감염병으로 연로하신 부모님과 가족을 잃은 슬픔을 겪은 분들을 위로하며 돌아가신 분들을 충분한 예의를 갖춰 보내드리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다가오는 어버이날을 맞아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다.이번 어버이날에는 감염병 예방 수칙을 잘 지키면서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부모님을 찾아뵙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어버이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

2020-05-03 18:30:00

[이른 아침에] 보수 세력·정당에 미래가 있으려면

[이른 아침에] 보수 세력·정당에 미래가 있으려면

지난주 초까지 계속된 미래통합당의 내홍은 총선 참패 후 질서 있는 퇴각으로 후일의 전쟁을 대비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곧 물러날 지도부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정하고 김종인 위원장을 모시기 위해 애면글면한 게 사달의 시작이다.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지, 비대위로 간다면 누구를 대표로 내세울지, 조기 전당대회로 새 지도부를 꾸릴지는 21대 국회 새로운 당선인들이 결정하도록 맡겼어야 한다. 반성과 수습은 고사하고 내부 총질에 여념이 없는 모습을 보고 보수의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비대위 문제 등 당의 진로는 8일 선출되는 원내대표를 포함해 21대 당선인들에게 맡겨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했으니 당연히 새 사람들이 결정해야 할 일이다. 그나마 다행이다. 당선인들이 우선 고민해야 할 것은 보수 정당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다. 개혁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이다. 벌써 40대 대선 주자 운운하는 것은 당내 갈등부터 부르는 성급한 김칫국이다. 난파된 배를 수리하기도 전에 선장부터 내정하자는 얘기와 다를 바 없다.향후 그려야 할 보수의 청사진은 한마디로 "정체성 확립은 분명하게, 정책적 대응은 유연하게"라고 말할 수 있다. 영국 보수당의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영국 보수당은 1945년 7월 총선에서 노동당에 참패한다. 1935년 총선에서 얻은 432석의 절반도 안 되는 213석에 그쳤다. 보수 대학살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2차 대전 전쟁영웅 윈스턴 처칠이 이끄는 보수당이었지만 국민은 이들을 외면했다. 전쟁 후 국민의 요구가 달라진 사실을 주목하지 못한 결과였다. 먹고사는 문제, 생존의 문제에 봉착한 국민을 위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복지국가의 비전이 제시되었지만 보수당은 그에 필요한 사회개혁을 사회주의로 터부시했다.선거 참패 후 보수당은 비로소 시대의 흐름을 수용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게 된다. 1947년 발표한 '산업헌장'에서 보수당은 산업에 대한 국가 개입, 노사 간 협력 인정, 국가보건서비스(NHS) 설립 등 복지에 대한 국가책임을 대폭 수용하는 개혁 방안을 발표한다. 청년보수운동과 재정 및 당 후보 충원 구조 개혁을 통해 젊고 유능한 청년들이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길을 만들었다. 중·하류층 출신이지만 나중에 쟁쟁한 보수당 총리가 된 에드워드 히스, 마거릿 대처, 존 메이저 등이 정치에 입문할 수 있었던 것도 과거의 귀족적 정당에서 탈피한 보수당의 개혁 덕분이었다. 향후 20년은 집권이 불가능하다고 자조했던 보수당은 1951년 정권 탈환 후 1964년까지 장기 집권 시기를 구가하게 된다.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세력이 가야 할 길이 분명히 보이지 않는가. 여당의 실정이 두드러짐에도 불구하고 국민이 야당을 외면한 것은 시대 흐름과 국민의 요구를 수용하지 못한 보수 세력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현 정부 일자리 정책에 문제가 있지만 일자리 자체가 사라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보수정당의 대안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긴급재난구호금 얘기가 나왔을 때 재정건전성을 들고 나온 것은 당장 굶고 있는 국민에게 나중에 있을 잔치를 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대안도 공감 능력도 부족하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보수주의란 모든 변화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곧 사라져버릴 일시적인 시대적 유행이나 사고방식에 저항하며 사회적 균형을 잡는 것이다." 영국 보수당이 경제·사회정책 등 현안에 대해 최대한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노동당과 거의 차이가 없었던 데는 이 같은 인식이 바탕에 있었기 때문이다.영국 보수당은 정책적 유연성과 별개로 보수주의의 이념적 정체성만은 분명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통합당을 비롯한 우리나라 보수 정당이 말하는 이념적 정체성은 완고한 고집으로 느껴지기 쉽다. 국민들에게 왜 보수주의가 사회주의보다 우월한지 한마디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회주의자들은 국민에게 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믿는다. 보수주의자들은 국민에게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믿는다." 영국 보수당이 밝힌 보수의 정체성이 우리나라 보수의 정체성이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2020-05-03 18:30:00

[매일춘추] 너도 그렇다   

[매일춘추] 너도 그렇다  

최근 대구지역 대학들이 1학기 강의를 모두 화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일찍이 결혼하여 열심히 육아중인 친구들도 초등학생인 자녀의 화상수업을 돕느라 바쁘다는 소식을 전하고, 대학에서 강의중인 친구는 전에 없던 화상수업으로 수업준비 시간이 배가되었다고 어려움을 토한다.한편, 재수까지 하며 어렵게 대학에 들어간 사촌은 모니터 너머로 교수님과 학우들을 만났지만 그다지 재밌어 보이지도, 강의가 귀에 잘 들어오는 것 같지도 않아 보인다.딤프 사무국에서도 최초로 화상 이사회를 진행했다. 연세가 많아 접속이 힘들진 않으실까 조심스레 걱정을 가졌던 이사님들께서도 문제없이 이사회에 참석하셨고 생각보다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이 모든 것들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신풍속도라고 봐야하겠다. 세상이 정말 바뀌고 있다.공연장에서 마지막으로 공연을 본 것은 지난 연말쯤인 것 같다. 일을 하면서 정말 수백 번을 보았다고 생각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객석에 앉아 다시 보니 같은 무대지만 새롭고, 배우들의 연기는 새삼 놀라웠다. 역시 하늘 아래 같은 공연은 없는 것인가? 볼 때마다 다른 호흡과 감동으로 다가오는 작품을 보면서 정말 명작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생각을 하며 함께 관람한 친구에게 열변을 토했던 기억이 있다. 뮤지컬이란 것도 자세히, 오래 보아야 예쁘고 더 사랑스러운 모양이다.딤프(DIMF)에도 자세히, 오래 보아야 이쁘고 사랑스러운 뮤지컬이 한 편 있다. 뮤지컬 '투란도트'가 그것이다. 투란도트는 지난 2011년 초연된 이후 거의 매년 딤프 축제기간에 무대에 오르면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해오며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동유럽에 라이선스까지 수출하는 쾌거를 올린 작품이다.뿐만 아니라 이미 국내에도 많은 팬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중독성 있는 음악은 언제나 호평을 받고 있지만 물가에 내놓은 아기처럼 항상 마음이 쓰이는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올해는 투란도트 10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순간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가 많은 것을 어렵게 한다. 그래서 딤프에서는 투란도트를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상영회를 준비했다.어린이날까지 딤프 유튜브를 통해서 투란도트 전막을 즐길 수가 있다. 뿐만 아니라 딤프가 가진 모든 아카이브 자료들을 탈탈 털어 축제가 전해왔던 많은 기쁨의 순간들을 나누려고 준비하고 있다. 축제라는 것이 대중들을 위한 것이지만 시간과 마음을 들여 찾아가지 않으면 닿을 수가 없기에 이렇게나마 짧게라도 경험해보시길 바래본다.무대라는 것,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가장 큰 캐릭터는 배우와 관객이 직접 만나 시너지를 내는 생동감에 있을 것이다. 코로나의 여파로 공연계가 어려워지고 있지만 무대가 전해주는 짜릿한 생동감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되지 못할 것이다. 이에 준비한 유튜브가 전하는 작은 위로가 다가오는 10월, 딤프 축제의 순간까지 조금이라도 버틸 위안과 힘으로 전달되길 바래본다.

2020-05-03 18:30:00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신한평(1726 또는 1735-1809?)  ‘자모육아’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신한평(1726 또는 1735-1809?) ‘자모육아’

오월이라 어린이가 주인공인 그림을 올리고 싶어 신한평의 풍속화 '자모육아(慈母育兒)'를 택했다. 신한평은 영조, 정조, 순조시대에 걸쳐 40여 년을 도화서 화원으로 근무했고, 왕의 초상화를 그리는 어진(御眞) 제작에 세 차례 뽑힌 어용화사이다. 영조 49년, 정조 5년, 정조 15년이었다. 조선 숙종 때부터 어진을 그리게 되면 화사의 선발에서부터 제작, 봉안 등의 절차를 임시기구인 도감을 설치해 제도적으로 관리했다. 왕의 초상화를 지칭하는 용어가 어진으로 통일된 것도 숙종 때다. 어용(御容), 성용(聖容), 진용(眞容), 진영(眞影), 여영(御影), 왕영(王影), 왕상(王像) 등이 있었는데 어용은 조선말까지 어진과 함께 사용되었다.어진을 그리는 일은 왕을 직접 보고 그리는 도사(圖寫), 승하한 뒤에 그리는 추사(追寫), 기존의 어진을 본떠 그리는 모사(模寫)의 세 유형이 있었다. 조선후기 어진도사에는 왕의 얼굴을 그리는 주관화사 1명, 몸 부분 곧 옷을 그리는 동참화사 1명, 설채(設彩)를 돕는 수종화사 4-6명 등 총 6-8명이 동원되었는데 많을 때는 13명이 되기도 했다. 신한평은 세 차례 모두 수종화사로 참여했다. 이 때 어용을 그린 주관화사는 각각 변상벽, 한종유, 이명기였고, 동참화사는 세 번 모두 김홍도였다. 강세황이 "무소불능(無所不能)의 신필(神筆)"이라고 한 김홍도는 한 번도 주관화사가 되지 못했다. 도화서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인 초상화에 있어서만큼 김홍도의 시대에도 쟁쟁한 대가가 많았다.금상(今上)을 지척에서 대면하고 관찰해 "용안을 모시는" 일은 단순한 그림 제작이 아니었다. 화원 최대의 영광이었고 일이 끝나면 포상으로 벼슬이 내려지는 특혜가 따랐다. 신한평이 영조 50년(1774년) 당시 신지도에 유배되어있던 이광사를 그린 초상화가 전하고 있어 그의 초상화 실력을 잘 보여준다. 어진도사의 공로를 치하하는 수로지은(酬勞之恩)으로 신한평이 신지도 만호(萬戶)에 제수되었을 때 그린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인지 이광사의 아들 이긍익은 『연려실기술』에서 조선의 명화가로 정선, 강세황, 김홍도, 심사정 등과 나란히 신한평을 꼽았는데 '이광사 초상'을 보면 수긍이 간다.지금 전하고 있는 신한평의 작품은 10점 미만이다. 그 중에 풍속화 '자모육아'가 있어 그의 아들이 혜원 신윤복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세 아이와 엄마를 현실감 나게 그린 '자모육아'는 실제 모델을 보고 사생했음이 분명하다. 신한평의 외동딸과 두 아들 윤복과 윤수, 그리고 그의 아내였을 것 같다. 그렇다면 엄마 뒤에 서서 있는 울고 있는 남자아이는 장남인 어린 신윤복이 된다. '일재(逸齋)'로 호를 크게 썼고 그 아래 백문방인 '산기일석가(山氣日夕佳)'를 찍었다. "산 기운은 해 저녁에 아름답고"는 도연명의 시 '음주'의 한 구절이다.신한평은 미인도도 잘 그렸다. 정조 때 대 수장가인 김광국이 신한평에게 미인도를 주문한 일화가 『석농화원』에 나온다. 그림은 전하지 않고 신한평의 미인도에 대해 "풍만한 살결과 어여쁜 자태가 너무나 실감나서 오래 펼쳐볼 수가 없었다. 오래 보았다가는 이부자리를 망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라는 김광국의 솔직한 감상평만 전한다. 미술사 연구자 * 지난 회 이도영 '세검정' 화제 중 '잔춘일(殘春日)'은 '전춘일(餞春日)'의 오기임을 죄송한 마음으로 정정합니다. 지적해 주신 허(許)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2020-05-03 06:30:00

[2020 세상 읽기] 300 : 한국의 부활, 21대 국회의 사명!

[2020 세상 읽기] 300 : 한국의 부활, 21대 국회의 사명!

식스팩에 근육질로 다져진 몸매, 불타는 듯 강렬한 눈빛, 화려하고 역동적인 액션은 금세 영화에 몰입하게 만든다. 조국을 위해 앞 뒤 보지 않고 직진하는 스파르타인들의 근성에 강한 애국심마저 느끼게 된다. 특히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무릎 꿇지 않고 마지막까지 당당히 싸우다 최후를 맞는 스파르타 전사 300명의 희생은 눈물겹다. 이상 영화 '300'의 이야기이다.공교롭게도 스파르타 전사 300명은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와 같다. 국회의원으로 선출되기 전, 국민을 위한 그들의 결의와 맹세는 스파르타 삼백 전사들 못지 않다. 그러나 막상 국회의원이 되어 4년이 흐르면 초선이어서 당의 거수기 역할 밖에 할 수 없었으니 재선 의원으로 만들어 달라고 읍소한다. 재선 뒤, '한 게 뭐있냐'라는 비판에는 3선이 되어 상임위원장이 되면 막대한 예산을 가져올 수 있다며 또 한 번 읍소한다. 심지어 중진이 되어 계파싸움에 휘말릴 때면 대권 대망론을 내세우며 정치적 생명을 이어가는 마술을 부린다.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여 법률을 제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그러나 공천받기 위해서는 당론에 묶여있어야 하며, 핵심 지지층과 지역 단체장 등 정치적 경쟁자, 그리고 지역 유지들의 눈치를 봐야 기에 지역숙원사업과 예산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기에는 인프라 예산만큼 좋은 것은 없다. 인프라 건설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된다는 장밋빛 전망을 보여주지만 낙수효과 등 효과성 측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또, 나날이 조세저항이 커지고 있는 현실에서 시민단체의 눈은 피할 수 없으며 지역구 쪽지예산이라도 가져올 때면 언론의 질타를 맞기도 한다. 기껏 가져온 예산은 과도한 지방비 매칭으로 차라리 국비를 따오지 말라는 볼멘소리와 지역현실과 맞지 않는 특정 R&D예산에 대한 반갑지 않는 목소리를 들을 때면 국회의원 자리가 마냥 좋아 보이지만은 않는다.재개발, 재건축의 호재는 지역 국회의원들을 가장 존재감 있게 만드는 공약이지만 필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낳아 임대상인들에게는 악재가 되며 그를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기존의 저소득층 원주민을 타 지역으로 떠나게 만드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속출한다. 또, 좋은 학군에, 새 아파트에 살고 싶은 서민들의 소망은 '거액의 대출'이라는 요단강을 건너게 만든다. 그 결과 가계의 가처분 소득은 줄고 소비는 줄일 수밖에 없기에 그 만큼 지역경제는 위축된다. 비싼 아파트에 사는 가난한 서민들이 늘고 있다는 얘기도 틀린 얘기만은 아니다.얼마 전, 우리는 21대 국회의원 300명을 코로나 태풍의 한 가운데서 선출했다. 정당을 떠나 코로나 사태가 주었던 우리 사회의 숙제들은 21대 국회가 풀어야할 숙명이 되어 버렸다.코로나의 위력은 막강했다. 인류의 이동과 교역을 가로막을 만큼 그 위세는 대단했으며 세계화의 후퇴, 보호무역 강화, 빈부격차 심화, 개인주의 성향이 강화될 거라는 예상을 나오게 했다. 이런 점에서 코로나 이후, 자유질서가 가고 '성곽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고 말한 前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의 말은 수긍이 간다. 어쩌면 컨테이너로 상징되는 세계화의 물결이 멈추고, 중요한 생산시설이나 장비를 자국으로 옮기고 빗장을 걸어 잠그는 새로운 '뉴 노멀'의 도래는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코로나 사태는 분명히 끝날 것이다. 하지만 인류를 위협하는 바이러스는 또 창궐할 수 있기에 이동제한과 자가 격리, 조업중단 등 경제적 셧다운의 가능성은 늘 상존할 수 있다.이러한 현실에서 필연적으로 '직업과 노동의 종말'을 부르는 4차 혁명에 대한 대응책과 수출위주의 우리 경제에 근본적 체질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텅 빈 도로, 승객이 없는 버스, 문 닫은 가게가 즐비한 도시의 모습과 무급휴직이 다반사 되는 현실은 수면 아래에 있던 '기본소득'이라는 어젠다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으며 이번 기회에 전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시적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게 만들었다.찬성론자들은 기본소득이 상시적 재난에 대비하고, 복잡한 복지시스템을 단순화해 중복을 막고 '송파 세 모녀'와 같은 복지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기본소득이 기존의 각종 보조금, 사회보험, 복지 수당 등을 통폐합시켜 행·재정의 낭비를 제거할 수 있고, 내수경제 활성화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어쩌면 상시적 기본소득제도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에게 복지 포퓰리즘 공약의 유혹이나 낭비성 지역 인프라 예산의 압력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줄 수 있을 지도 모른다.외환위기(1997년)나 금융위기(2008년) 등 국가 재난 후, 공직 등 안정된 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확산되었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만연된 공직선호 현상은 다원화된 사회발전을 추진함에 있어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연금제도나 정년보장이 공직선호의 주된 이유라면, 기본소득은 불확실한 미래를 어느 정도 담보하여 창업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고, 사회적 보호망을 강화시켜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삶을 추구하는 인재양성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지식기반산업 등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 거라 본다. 또한 고도의 압축성장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각인된 부정적 신념 중 하나가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인데 기본소득은 저소득층의 생활고로 인한 범죄를 줄일 수 있고, 자력갱생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기에 형사정책적 측면에서도 그 의미가 있다.우리나라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의료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다. 의료보험제도는 상부상조 정신에 입각한 한민족 특유의 '긍휼'이 바탕이 된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의 건국이념과는 달리 반만년 역사를 가진 우리민족의 영원한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사상은 어쩌면 기본소득 개념과 가장 부합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제도는 많은 장점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재원 문제, 도덕적 해이와 역차별 문제, 각종 연금 등과의 통·폐합 문제 등 많은 난제가 내포되어 있다. 의료보험제도처럼 세계인들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기본소득제도가 21대 국회에서 만들어지기를 기대하며 마키아벨리가 남긴 명언을 이 칼럼에 남기고 싶다."어떤 정치체제를 지키고 싶으면 필요한 경우에 그 정치체제의 이념에 어긋나는 일도 과감하게 해치울 만한 용기를 가져야 한다."국가는 국민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맹세를 기본소득제도로 실천해 보면 어떨까? 그 실천적 과제가 21대 국회의원 300명의 용기와 헌신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자유기고가 이상철

2020-05-02 06:30:00

[광장] 927년 공산전투와 대구 지명(상)

[광장] 927년 공산전투와 대구 지명(상)

통일신라 말기, 신라의 국력이 쇠퇴해짐에 따라 후백제 견훤과 고려 왕건이 후삼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격전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 가운데 우리 지역 팔공산에서 벌어진 공산(동수)전투는 견훤과 왕건이 목숨을 건 한 판의 처절한 전투였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결과적으로 견훤에게 크게 패해 쫓기던 왕건이 천신만고 끝에 살아나 후삼국을 통일해 가는 과정은 한편의 역사 드라마이다.TV 연속사극 '태조 왕건'은 2000년 4월〜2002년 2월 총 200회에 걸쳐 방영돼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인기 드라마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드라마 '태조 왕건'을 통해 대구의 공산전투가 소개돼 대구 지역 브랜드를 홍보할 좋은 기회를 가졌으나, 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 아쉬움도 있다. 당시 팔공산 곳곳에서 벌어졌던 크고 작은 여러 전투를 비롯해 파군재(동구 지묘동)에서 왕건 군사가 궤멸되어 왕건 홀로 퇴각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지명들은 치열했던 전투 상황과 왕건의 심정을 잘 나타내준다. 필자는 927년 팔공산에서 일어났던 공산전투에 관해 역사적 자료와 구전을 토대로 2차례에 걸쳐 지명 유래를 추적해본다.신라의 수도 경주를 침탈하기 위해 쳐들어오는 견훤의 군사적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신라 경애왕은 고려 왕건에게 도움을 청한다. 처음에 태조 왕건은 공훤 장군으로 하여금 1만 명의 군사를 데리고 신라를 도우러 가게 한다. 그러나 상황이 다급하여 왕건이 정예 기병 5천 명을 직접 거느리고 출정하게 된다. 때는 고려 태조 9년(927년)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이었다. 개성에서 출발하여 빠르게 행군한 왕건 군대는 마침내 팔공산 기슭 칠곡 부근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날이 저물어 팔공산 자락에서 숙영을 하게 되었고, 그곳이 지금의 팔공산순환도로변에 위치한 대왕골이다. 이곳 지명은 대왕골, 대왕암, 대왕재(동구 덕곡동과 칠곡군 동명면 기성리 경계) 등으로 불리고 있는데, 대왕은 바로 왕건을 의미한다. 당시 기병 5천 명이 대왕골(현재 대구선명학교와 송광매기념관 등이 위치한 곳)에서 숙영하는 동안 왕건은 수행 장군들과 대왕암에 앉아 전략을 숙의했던 것으로 전해온다. 그때 왕건이 앉았던 바위가 대왕암이며 지금도 그 자리에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사람은 대왕골에서 송광매기념관을 운영하는 권병탁 전 영남대 교수이다. 그는 이 이야기를 나이 드신 지역 주민들에게 오래전부터 들어왔다고 한다. 즉, 공산전투와 관련한 최초의 장소는 대왕재가 되는 것이다.여기서 하룻밤을 보낸 후, 왕건 군대는 곧바로 지금의 동화사 방면으로 진군하여 일단의 견훤 측 소규모 병사들과 교전하여 승전하고 주력부대를 치기 위해 다시 진군하게 된다. 이때 견훤의 주력부대는 영천 은해사 옛터 부근(태조지)에 매복하여 왕건 군사를 기다리고 있던 중이었다. 이러한 계략을 모른 채 이곳까지 오게 된 왕건 군대는 매복하고 있던 견훤 군대로부터 불시의 공격을 받아 상당수의 군사를 잃어버린다. 퇴각하던 왕건 군대가 먼 길을 온 탓에 체력이 떨어지고 사기도 저하된 상태에서 지묘동 작은 고개를 지나고 있을 때였다. 사기가 오른 견훤 군사들이 진군나팔을 불었고, 그 나팔 소리를 들었던 지묘동의 작은 고개가 바로 나팔고개다. 동화천변을 따라 퇴각하던 왕건 군대는 동화천이 금호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에서 동화천 건너편에 주둔하던 견훤 군대와 다시 전투를 벌여 여기서는 왕건 군대가 승기를 잡게 된다. 동화천을 두고 양 군사들이 쏜 화살은 동화천 바닥을 가득 메우게 되었고, '화살로 가득한 내(川)'라는 의미의 살내 또는 전탄(箭灘)이 유래되었다.

2020-05-01 18:30:00

[기고] 고사(枯死) 직전 원전산업 다시 살려야

[기고] 고사(枯死) 직전 원전산업 다시 살려야

세상만사가 살리기는 어렵지만 죽이기는 쉽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좋은 정책을 만들기는 어려워도 '망치기'는 쉽다.원자력건설산업은 세계 최고의 기술, 막대한 수익성, 무궁한 세계시장, 반도체와 자동차를 능가하는 에너지산업이다. 30년간 쌓아온 기술이 탈원전정책으로 3년 만에 고사 직전에 놓였다. 한창 건설 중이던 신한울 3·4호기를 중단시켰다. 내년과 후년 준공 계획이었던 신고리원전 5·6호기는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고, 경북 영덕에 건설하기로 한 천지원전 4기는 부지만 물색하다 하세월이 됐다. 잘나가던 두산중공업이 파탄 직전에 처해 자구 노력으로 연명하는 처지가 됐고, 삼성 한화 SK GS 현대건설 등 굴지의 원전 건설사들도 중대한 어려움을 맞아 원전산업을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기술이 사장되고, 전문인력이 고사하면서 세계 최고의 원전 강국이 시장에서 아예 퇴출될 위기다.2017년 현재 원자력발전소는 세계 30개국에서 449기를 운용하고 있고 27개국에서 164기가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1기당 평균 10조원임을 감안하면 1천640조원의 시장이 당장 열려 있다. 2014년 세계원자력협회(WNA)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세계적으로 1천500조원이 원전 건설에 사용될 것이며 이 중 아시아에서 800조원이 투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40년까지 원전 발전용량이 60%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정부가 발목을 잡는 동안 중국과 러시아 등이 세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2017년부터 중국은 최소 11개국에 원전을 건설하기로 했고 러시아는 동구권과 러시아의 위성국가에서 시장 우위를 점거, 우리의 진출을 가로막고 있다. 인도 폴란드 베트남 루마니아 영국 등에서 원전 건설 쟁탈전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우리는 '지붕 쳐다보는 닭' 신세가 됐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켜 탈원전 정책의 근거가 된 일본도 지난해 원전 재개를 천명했는데 우리는 여전히 '원전산업=재앙산업'이란 인식을 바꾸지 않고 있다.당연히 해외 진출은 더 어렵게 됐다. 사태가 이런데도 정부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기간산업을 대상으로 40조원을 지원하면서 두산중공업 등 고사 직전의 원전산업에는 근로자 해고 방지를 위한 인건비 정도를 지원한다고 한다. 기업이 인력을 고용하는 이유는 생산에 참여하기 위한 것인데 원전을 못 짓게 하면서 인력을 유지하라는 것은 기업을 두 번 죽이는 것 아닌가? 정부는 최근 원전해체연구소 설립을 위해 3천223억원을 투자하는데 한수원 등 기관에서 2천억원을 출연토록 했다.해외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연구해 온 사업이니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 그러나 이 또한 시체놀이에 불과하다. 한수원 등이 재원을 마련하려면 채권을 발행해야 한다. 더군다나 원전 해체는 빨라도 10년 뒤에야 실전에 들어간다. 해체 인허가만 2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우선 빚을 내 투자하더라도 갚을 능력을 마련해야 한다. 돈줄을 꽉 막고 10여 년간 멀쩡한 건설인력과 기술은 고사시키면서 신장개업으로 없는 기술과 부족한 인력수급을 위해 돈을 퍼부으라니 밑 빠진 독에서 물을 대라는 격이 아닌가. 당장 연못에 고기를 두고 왜 다시 못을 파는가? 원전산업을 망쳤다는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탈원전정책'을 파기해야 한다.

2020-04-30 18:30:00

[매일춘추] 쉼표의 음악이 던져주는 삶의 메시지

[매일춘추] 쉼표의 음악이 던져주는 삶의 메시지

우리는 이따금씩 내가 살아온 지난날을 되새기고는 한다. 앞을 향해 너무나 달려오기만 하진 않았을까. 봄이 성큼 다가온 지금, 앞으로에 대한 건실한 설계도 좋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 아닌 '쉼'이 아닐까.'쉼'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작곡가, 바로 존 케이지이다. 그의 수많은 음악 가운데, '침묵의 음악'이라고 불리는 작품 '4분 33초'는 현대음악사에 중요한 전환점을 새기기도 했지만, 나에게는 쉼이라는 의미를 던져주기도 했다.어느날, 한 연주자가 천천히 피아노가 놓여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자리에 앉은 피아니스트는 피아노 뚜껑을 열고 그 위에 악보를 올려놓았다. 청중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숨죽이며 곧 이어질 연주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대했던 피아노 소리는 좀처럼 들려오지 않았다. 연주자가 청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무대에서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청중들은 기대했던 피아노 소리 대신 공연장 주변을 스쳐 지나가는 바람 소리, 그리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기침소리를 포함하여 삿대질을 하며 고성을 지르는 사람들의 소리, 웃음소리 등의 소음을 들었을 뿐이다.연주회에 참석했던 청중들은 지금까지 들어왔던 음악과는 완전히 다른 음악 연주를 들었다. 정확하게는 연주를 하였지만 연주되지는 않은 음악, 음악은 음악인데 소리가 없는 음악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그날 그 곳에 모였던 청중들은 음악 대신 소음을 들었다. '이게 무슨 음악인가'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어쩌면 지금도 혹자는 그렇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바로 이 시도가 음악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열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만들어진 음악. 이 작품을 보면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된다. 음표만이 음악(연주)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기존 관념에서, 쉼표도 음악을 전달하는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그것은 아주 의미 있는 작업이기도 했고, 사람들에겐 충격이기도 했다.여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충격이 '여유'와 '쉼'으로부터 온다는 사실이다. 인류 역사의 누적된 연주 역사에서 '4분 33초'의 연주는 매우 작은 여유에 불과했을 것이다. 그 여유가 수백년간 빼곡한 음표들로 연주되어온 음악사 전체를 돌아보고, 우리도 모르게 갇혀 있었던 '연주'에 대한 관념을 바꿀 기회를 얻었다.이러한 반란은 쉼에서 비롯된 셈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대화보다 침묵이 좋은 열쇠가 될 수가 있고, 작품에서도 채움보다 여백이 더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다. 이처럼 비워낸 후 새로 시도하는 움직임이 좀 더 값질 것이다.우리의 일상에도 마찬가지다. 채우기에 급급해 앞만 보며 살아온 지친 일상에 가끔 이러한 '쉼'이 필요하다. 이번 달에는 뒤를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 존 케이지의 빈 악보가 보여준 것처럼 휴식 역시도 우리가 해야 하는 중요한 일 중에 하나임을 잊지 않기를….

2020-04-30 18:30:00

[춘추칼럼] 좋아요 어법

[춘추칼럼] 좋아요 어법

최근 몇 년, 청소년들을 만나고 젊은이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기회를 많이 가졌다. 아니, 젊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 자체가 날마다의 생활이기도 했다. 거의 날마다 전국의 중학교나 공공기관을 찾아다니면서 문학 강연을 했기 때문이다.젊은이들, 특히 10대나 20대 젊은이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동안 새롭게 느끼고 배운 것이 있다. 그들의 어법이 매우 분명하고 깔끔하다는 것이다. 주저함이 없고 굴절하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라는 말은 아니다. 말하자면 자신감 같은 것이다.이것은 매우 반갑고 좋은 현상이고 하나의 바람직한 변화이다. 그만큼 그들의 내면세계가 클린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여유로움이 있다는 것을 말해 주는 증거이다. 예를 들어 '좋다'는 말도 그렇다. 예전 사람들은 직접 대고 좋다고 말하지 않았다.약간은 미온적이고 보류하는 쪽의 표현이라 할까. '좋은 것 같아요' '그런 것 같아요' 정도로 에둘러 얼버무렸다. 그러나 요즘 친구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냥 곧바로 '좋아요'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그것도 번번이 그렇게 말하고 주저하지 않는다.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바로 이거야. 이것이 우리가 원하는 어법이야. 그만큼 우리의 삶의 형편이 좋아지고 젊은 사람들의 세상이 밝아진 것이다. 이러한 어법 하나에도 우리의 소망이 들어 있고 내일에의 가능성이 숨 쉬고 있음을 본다.나의 시 가운데 이런 짧은 시 하나가 있다. '좋다'란 이름의 작품이다. 언뜻 보면 뭐 이런 글이 무슨 시인가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은 분명히 시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 주는 작품이기도 하다.시를 한 번 들여다보자. 시의 제목까지 합쳐서 총 15개 글자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좋다'는 뜻의 단어가 역시 제목까지 합쳐서 네 번이나 나온다. '좋다'란 말이 아닌 말은 '하니까'와 '나도' 두 개의 단어뿐이다. 시 전체가 '좋다'란 단어가 변형되어 반복되었다고 말해야 할 것이다.그런데도 독자들은 이 시에 그 나름대로 감동이 있다고 반응한다. 지금 우리는 서로서로 좋다는 느낌을 많이 가져야 하고 또 그렇게 말하면서 살아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렇다. 아니다, 싫다가 아니고 그렇다, 좋다이다. 그래야 한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처음 내가 이 시를 쓰게 된 동기는 우리 집 손자 아이 때문이다. 세 살쯤 되었을까. 마침 아이가 말을 배울 때였는데 우리 집에 오면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만화영화를 자주 보았다. 아이가 좋아라 보는 프로그램 가운데 붉은색 커다란 부리를 가진 앵무새가 나오는 영화가 있었다.그 앵무새는 툴툴거리기를 잘하고 화를 내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 영화를 자주 보아서 그랬을까. 아이에게 말을 걸면 제일 자주 하는 말이 '싫어요'였다. 그러면 안 되는데…. 나는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할아버지가 부르는데도 '싫어요'라고 말하는 저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는 어떻게 말을 할까.그런 생각을 바탕에 두고 쓴 시가 바로 '좋다'란 시이다. 그렇다면 이 시를 한번 '싫다'는 말을 넣어서 바꾸어 읽어보자. '싫어요/ 싫다고 하니 나도 싫다.' 대번에 분위기가 달라지고 세상 모습까지 뒤집히는 것을 느낄 것이다. 이렇게 말 한마디가 중요하고 무섭다.이제 우리는 부디 좋다는 말을 자주, 많이 하면서 살아야 하겠다. 나아가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면서 살아야 하겠다. 좋다는 말이나 긍정적인 말을 자주, 많이 하면서 살다 보면 우리들의 삶이나 세상이 조금씩 좋아지고 긍정적인 것으로 바뀌지 않을까.정말로 그건 그렇다. 상황이나 삶이 긍정적이고 좋아서 좋고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좋다는 말, 긍정적인 말을 자주 하고 자주 들어서 상황이나 삶이 좋은 것이 되고 긍정적으로 바뀌는 세상 말이다. 이것이 우리가 바라고 원하는 세상이 아닐까.그것이 진정 그러할 때 오늘날 젊은 세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좋아요 어법'은 그 자체로서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용기를 주고 꿈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부디 우리 좋다는 말을 자주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2020-04-30 18:30:00

[특별기고] 소상공인의 매출 절벽, 착한 선결제 캠페인으로 극복하자

[특별기고] 소상공인의 매출 절벽, 착한 선결제 캠페인으로 극복하자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전 세계로 확산되며 20만 명 이상의 목숨을 빼앗아갔고 공장, 기업, 학교, 시장 등 우리의 일상은 멈춰버렸다.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일상조차 힘들게 되자 사람들로 넘치던 거리는 한산해졌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먼저 직격탄을 맞은 분들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이는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소상공인이 폐업할 때 지급하는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건수가 크게 늘었다. 노란우산 공제금은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가 폐업 신청을 하거나 사망한 경우, 영업 당시 납입한 공제금을 지급하는 제도로, 지급 사유 98%가 폐업으로 소상공인 업황을 파악하는 주요 지표로 사용된다.대구경북지역 소상공인은 지난 1월부터 3월 25일까지 1천947곳이 폐업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1천709건) 대비 13.9%(238건) 증가한 수치다. 코로나19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어 앞으로도 이런 상황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소비자의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로 100보다 낮으면 부정적인 경제 전망을 의미하는데, 우리나라의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78.4)와 최대 낙폭(-18.5p)을 기록했다. 대구경북의 경우 74.6으로 전국보다 3.8p 낮고 1월(97.6)보다 23p나 하락했다.이처럼 생존 위기에 몰린 자영업자를 위해 정부는 긴급고용안정지원금, 대출, 세제 혜택 등 재정을 풀고 있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며, 국민의 연대와 협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매출 절벽에 처해 있는 소상공인을 위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착한 선결제 대국민 캠페인'을 4월 27일부터 5월 26일까지 1개월간 전개한다. 착한 선결제 캠페인은 평소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 동네 가게 등 소상공인 업소에 선결제하고 재방문을 약속하는 착한 소비자 운동이다.다행히 은행, 대학 등 각계에서 정성을 보이고 있다. KB금융그룹이나 우리금융그룹 등에서는 상생을 위해 전국 각 지점에서 자주 이용하는 인근 식당에 억대 규모로 선결제하였고, 체육문화 행사비를 온누리상품권으로 지급하였다. 경일대는 스쿨버스 임차료 1억원을 선결제하는 등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었다.정부에서도 선결제 활성화를 측면 지원하기 위해 음식점업 및 숙박업, 관광업 등 피해 업종에 대한 신용‧체크카드 등 소득공제율을 오는 6월까지 일률적으로 80%로 확대하는 작업을 추진 중에 있고, 선결제 인증샷을 찍은 착한 소비자에게는 특별재난지역에서 생산하는 제품을 경품으로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 중에 있다.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에서도 지역 유관기관의 자발적인 동참을 유도하고 SNS 이벤트나 전광판 광고 등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당장의 매출 절벽을 극복하고 시련을 버텨내고 이겨낼 용기와 희망을 드리고자 애쓰고 있다.지역 주민께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면서 존폐 위기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아름다운 동행에 동참해 주시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버틸 수 있는 큰 힘이 될 것이다."당장 내일이 힘든 자영업자이지만, 당장 오늘 더 힘든 당신을 응원합니다." 칠성시장 야시장 상인들이 자신들도 영업하지 못하던 때에 고생하는 의료진을 위해 보낸 도시락에 적힌 격려의 글이 생각난다. 이제는 우리가 그들을 응원하고 그들에게 힘을 보태줘야 할 때이다.

2020-04-30 18:25:03

[강규형의 새론새평] 대통합 전략 실패한 통합당, 당의 가치 사라졌다

[강규형의 새론새평] 대통합 전략 실패한 통합당, 당의 가치 사라졌다

21대 총선의 후유증은 상당히 클 것이다. 투개표에서 선거부정이 없었다는 전제하에 요약하자면, 요번 총선에서 여당의 압승은 난데없는 우한 바이러스 사태가 가장 큰 요인일 성싶다. 사회가 정상적으로 가동될 수 없는 예측불허의 상황에서 방송 등 선전선동 기구들을 장악한 집권 세력이 자신들의 우한폐렴 초기 대응 실패를 교묘히 성공 스토리로 윤색하는 데 성공했다. 거기에 덧붙여 사회보장으로 위장한 노골적인 매표(買票) 행위가 통했다.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서울 광진구의 고민정 후보 지원 유세에서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 주시면 저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 하겠다"는 역대급 악성 매표 행위를 스스럼없이 행했다. 이제 고 씨가 당선됐으니 국민 전부가 '하사금'을 받을 차례인가? 설사 지원금이 전 국민에게 지급된다 해도 그게 고 씨의 당선 때문이라는 괴상한 논리가 성립되니, 이런 난센스 같은 상황을 어떻게 변명할 것인가. 이것은 노골적인 선거법 위반이다.이외에도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무기력도 지적을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다. 리더로 내세운 '황교안'이라는 상품은 어떤 감흥도 주지 못했다. 황교안이라는 잠재적 대권 후보가 조기 탈락한 것이 자유우파 세력에게는 다행이라고까지 자조하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황 전 대표가 택한 전략은 '대통합'이었고 그가 기용한 책사는 박형준 전 의원이었다. 한 유튜브가 잘 요약했듯이 요번 총선은 황의 '대권욕'과 박형준의 '몽상'이 빚은 '대참사'였다. 박 전 의원은 설득력 있게 말하는 재능은 있으나, 지금까지 자신이 주도한 여러 승부에서는 거의 언제나 참패하는 징크스도 갖게 됐다. 더군다나 막후에서 좌지우지한 사람이 소위 정치 브로커인 유모 씨라는 항간의 소문은 기자들의 취재로 거의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이런 중차대한 일에 이런 류의 사람을 주요 전략가로 썼다는 사실은 황교안 리더십의 수준을 보여줬다.필자는 누누이 요번에 제1야당에서 통합과 혁신은 같이 갈 수 없다고 강변했었다. 대통합은 우파의 제 정파들을 끌어안아야 가능한 것이기에, 거기에는 혁신이 자리 잡을 여지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우파 세력의 분열을 막기 위해 이 전략을 쓴 것까지는 이해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 통합은 소위 중원, 즉 중도층을 공략하는 데 집중됐다. 총선 주도 세력의 평소 지론이 탈이념 중도실용이니 능히 예측 가능한 수순이었다. 하지만 이런 방향이 너무 치우친 형태로 진행되면서 정당의 생명인 가치와 이념이라는 공통분모는 철저히 무너졌다.특히 유승민계에겐 유 의원의 불출마 대신에 지나친 특혜가 주어졌으며, 안철수 측이 지역구 후보를 안 내는 대신에 안철수계 인사들에게도 엄청난 배려가 행해졌다. 대신 그동안 자유한국당을 지켜온 인사들은 오히려 찬밥 신세가 됐고, 광화문을 가득 채웠던 진성 우파 세력은 철저히 무시됐다. 특히 '조국 사태'로 격발된 10월 항쟁의 정신은 사라졌다. 자유우파적 가치가 실종된 혼이 없는 정당, 잡탕밥인 정당이 됐다. 그 결과 실체 없는 중도층 흡수는 실패했고, 고정 지지층이 있는 영남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처참한 패배가 기다렸다. 결사적으로 당이 막으려 했던 패스트트랙을 오히려 지지한 안철수(국민의당)계 사람들이 별 반성도 없이 무조건 공천받는 당에게 무슨 가치와 기준을 기대할 수 있겠나. 결과는 이들의 전원 낙선이었다.유승민계는 영남에서 주로 공천을 받아 쉬운 당선을 따낸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이 새로운 주도 세력이 돼서는 안 된다. 이런 공천을 주도한 김세연 의원도 책임을 면할 수 없지만, 오히려 차세대 지도자로 추대되는 움직임조차 있으니 통합당은 아직도 정신을 덜 차린 듯하다. 정치적 상상력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기력하다.영남지역에서 비교적 쉽게 당선된 의원들의 면면을 보면 몇 명 인사들을 제외하고는 차세대 리더로서의 자질이 보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도 문제다. 특히 "대구 코로나"라는 집권세력의 특정 지역 희생양 만들기의 역풍으로 사실상 전원 당선된 대구경북지역에서 기대주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엄연한 사실은 우익 정당뿐 아니라 이 지역에 어두운 미래를 예견한다. 해결해야 할 난제이다.

2020-04-29 18:38:30

[신창환의 같이&따로] “우리 모두 잘 해왔습니다.”

[신창환의 같이&따로] “우리 모두 잘 해왔습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영국 시인 T. S 엘리엇이 쓴 '황무지'라는 시의 첫 구절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라일락이 피는 4월의 피폐해진 현실을 보면서 엘리엇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땅의 황폐화를 의미하기보다는 전쟁 이후 유럽의 정신적 황폐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일 것이다.오늘은 4월의 마지막 날이다. 시인의 말처럼 우리에게도 2020년 4월은 잔인한 4월이었고 황무지와 같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예년에 비해 강추위 한번 없이 따뜻했던 지난겨울, 우리는 꽃피는 봄을 기대하면서 가족과 함께 설 연휴를 보냈다. 하지만 설 연휴가 지나자마자 유난히 길고도 힘들었던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1월 말 중국 우한에서 폐렴 질병이 유행한다고 할 때 이것이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인지도, 우리 사회와 전 세계에 이렇듯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전혀 알지 못했다.알지 못했기에 공포심과 두려움은 더욱 커졌다. 급속도로 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대구는 바이러스의 근원지처럼 주목받았고 모든 일상들이 차단되었다. 마치 대한민국의 외딴섬처럼 대구는 인식되고 심리적으로 어려운 상황 속이었지만, 대구 시민들은 동요하지 않고 차분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정부의 코로나 대응 정책에 잘 따랐다.3월 22일부터 4월 5일까지 15일간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다시 4월 19일까지 2주간 연장된 사회적 거리두기, 그리고 현재의 생활방역까지 3개월 동안의 길고 긴 시간을 잘 견디어왔다. 정부의 신속한 정보 공개 및 방역대책 덕분에 코로나바이러스를 남의 일처럼 여기던 일본, 미국, 유럽 국가들이 이제는 우리의 대응에 대해 칭찬하며 벤치마킹하고 있다. 초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차분한 시민들의 대응은 어려운 위기를 잘 버틸 수 있는 힘이 되었다. 정부의 대응도 적절했지만, 대구 시민의 높은 시민의식도 코로나 확산을 막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길고 길었던 사회적 거리두기도 완화되고 이제는 조금씩 우리의 일상생활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종교 행사, 도서관 및 공공시설의 이용, 각종 공인시험도 지난 주말부터 재개되었고, 오늘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를 맞아 강원도와 제주도의 숙박시설은 코로나 이전의 예약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잔인하게 시작된 봄이었지만 개나리, 목련, 벚꽃은 우리에게 봄이 왔음을 알렸고, 만개한 라일락은 꽃향기를 통해 여름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다. 생명은 태어나고 자연의 생기는 여전히 지속되듯이 우리의 일상도 이제는 생기를 찾아가고 있다.내일은 5월의 첫날이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시작된다. 이번 주말 기온이 최고 29℃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예보를 접하니 여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한참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던 시점에, 기온이 올라가면 바이러스가 약화되어 코로나 전염병이 종식될 것이라는 뉴스가 돌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동남아시아에서의 코로나 발병 사례를 볼 때, 기온 상승에 따른 코로나바이러스 소멸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전문가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비합리적인 생각마저 드는 것은 필자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한때 고립된 지역으로 전 세계가 주목했던 대구에서 우리는 잔인한 봄을 잘 이겨내고 버텨 왔다. 엘리엇은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라고 쓰면서 황무지 같은 현실에서도 생명을 얘기하면서 희망을 던지고 있다. 어렵고 힘들었던 지난봄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든 시간이었다. 아직 바이러스와의 싸움이 온전히 종식되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잘 이겨낸 서로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자. "우리 모두 잘 해왔습니다."4월의 마지막 날에 5월은 싱그럽게, 활기차게 그러면서도 조심스럽게 맞이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따뜻한 춘풍 속에서 신선한 향기를 흩날리는 라일락꽃의 싱그러움을 맛볼 수 있는 5월을 말이다.

2020-04-29 17:30:00

[기고] 이순신 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기고] 이순신 정신으로 위기를 기회로

4월 28일은 전 국민으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성웅 이순신 탄생 475주년 기념일이었다. 왜 또다시 이순신인가. 장군은 모든 공직자와 인류의 사표이자 시공을 초월한 영원한 리더십의 표상이기 때문이다.노산 이은상 선생은 1975년 7월에 발간한 충무공의 생애와 사상에서 장군의 근본 정신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사랑, 정의, 지극한 정성, 자력(자강불식)으로 보았다. 이 근본 정신들이 상호융합해 합일되어 성인에 가까운 고매한 인격을 형성했고, 인격을 바탕으로 수십 가지의 리더십이 발현되었다.최근 국민 여론조사에 의하면 5천 년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분이 장군과 세종대왕이다. 저명한 역사학자 한영우 교수는 최근 발간된 세종평전에서 "대왕이 10학에 정통했다는 것은 박사학위를 10개쯤 받았다는 말과 비슷하지 않을까"라고 했다. 장군 또한 난중일기, 임진장초, 각종 문집, 언행 등을 보면 사서삼경, 역사, 무경칠서 등 인문학과 군사 전략전술, 최첨단 과학기술 소양이 깊고 넓었다.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충무공 마니아이고 경제계에서 장군을 연구하는 이가 많은 이유는 장군은 핵심 역량을 가지고 전승이라는 대성과를 거두었고, 명량해전이라는 위기 극복 과정에서 큰 지휘력을 발휘해 대성공을 이루었기 때문일 테다.장군은 난중일기에서 이를 '차실천행'(此實天幸·이것은 실로 천행이다)이라고 쓸 만큼 지나칠 정도로 겸손했다. 매 전투마다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제로베이스에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임했다. 당시 조정에서는 지원을 거의 할 수 없어 자력으로 군비 조달, 무기 개발, 군량미 확보 등을 위하여 소금 굽기, 고기잡이, 둔전 경영, 해로통행첩 발급을 시행하는 등 사실상 당대의 훌륭한 CEO이기도 했다.세계 초인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장군이 거북선을 건조하고 해로통행첩 제도를 발굴, 시행한 것처럼 이 세상에 없는 과학기술과 제도를 창제하고 후발 국가들과의 초격차를 유지해야 한다. 장군은 현대 리더십의 상징인 진정성, 소통, 공감, 미래통찰력의 달인이었다.현재 우리나라와 세계는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취약계층의 경제적, 정신적 고통은 대단히 크다. 장군이 백성, 피난민을 대하듯 나와 내 가족의 일처럼 돕고 지원해야 한다. 위기 극복을 위해 중앙정부, 지방정부, 전 국민의 자제와 협조, 각종 기부,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전 세계가 우리나라에 대해 가장 모범적으로 코로나19에 대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있다.그중에서도 고도의 전문성, 과학, 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분석, 투명성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한 시간보다는 더 잔다"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세계에서 극찬을 하고 있다. 이성호 대구시의사회 회장은 호소문에서 "이 위기에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대구와 시민을 구합시다. 저도 두렵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제가 제일 위험하고 힘든 일을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이들이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이고 작은 이순신이다.코로나19 사태 이후에도 해외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당하고 각종 제도와 질서는 큰 변화에 직면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국난 극복의 DNA가 있다. 각계각층의 리더들이 이순신의 정신인 '사즉생'(死卽生)의 자세로 솔선수범하고 희생하고 헌신해서 큰 위기를 큰 기회로 만들어야겠다.

2020-04-29 15:31:48

[종교칼럼]가난을 팔고 부자 되세요

[종교칼럼]가난을 팔고 부자 되세요

사월의 신록은 싱그럽다. 어린 양처럼 순하기까지 하다. 늘 푸른 소나무와 겨우내 외롭게 서 있던 나목에서 싹을 틔운 연두색 숲은 절묘한 색의 대비를 이룬다. 뭉게구름이 피어나듯 찬란하다. 햇살에 비친 숲속 나뭇잎은 어린 소녀의 얼굴이다. 마냥 청순하고 아름답다. 대자연은 생명의 합창들로 가득하다. 폐부 깊숙이 무한한 화음이 들린다. 김순애(1920∼2007)의 '그대 있음에'를 들으며 자연을 찬탄한다. 주말이면 코로나로 움츠린 사람들이 내가 사는 낙화담과 학선정 주변을 찾는다. 가족들은 텐트를 치고 정성 들여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눈다. 푸른 하늘 아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맘껏 웃으며 얘기를 나눈다.부처님 당시 가섭 존자가 길을 가는데 가난한 노파가 우물가에서 울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존자가 그 이유를 물었다. "제가 오랫동안 굶주려서 많이 힘듭니다. 주인이 나를 또 박대하기까지 합니다. 내 신세가 하도 처량해서 울고 있습니다." 존자는 노파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 가난을 파십시오." 노파는 그 말의 뜻이 의아해 되물었다. "가난을 팔아요? 가난도 누가 삽니까? 아, 팔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팔지요?" 존자와 노파의 말이 이어졌다. "제가 사겠습니다." "어떻게 팔 수 있습니까?" "보시를 하십시오." "아이고, 존자님, 내가 가진 게 뭐 있다고 보시를 합니까?""할머니, 저 우물에서 물 한 그릇 떠서 저한테 주실 수 있죠?" "그거야 뭐 돈 안 드니까, 할 수 있죠." "그게 보시입니다." 물 한 그릇 떠서 올리니까, "잘 마셨습니다. 할머니, 지금부터라도 구걸하거나 원망하는 마음을 연습하지 말고 이 보시 공덕을 생각하시면서 마음을 편안하게 지니십시오."바라기만 하고 구걸하는 마음으로 살면 계속 가난을 면할 수 없다. 없는 가운데서도 보시하는 인성을 가지면 점차 나아진다. 어떤 마음을 품느냐에 따라 현실로 나타난다. 부유한 마음을 연습하면 부자가 되고, 구걸하는 마음을 연습하면 거지가 된다. 남이 보시하는 것을 따라 기뻐하는 것만으로도 같은 공덕이 된다.돈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일곱 가지 보시가 있다. 그걸 '무재칠시'(無財七施)라고 한다.첫째, 몸으로 일을 하거나 봉사를 한다. 둘째, 마음으로 상대방을 배려하고 따뜻하게 대한다. 셋째, 부드러운 눈빛으로 상대방을 바라본다. 넷째, 온화한 얼굴로 웃음을 나눈다. 다섯째, 따뜻한 말로 사랑이 담긴 말을 전한다. 여섯째, 자리를 양보해 준다. 일곱째, 방을 내주는 것으로 잠자리를 제공한다.이런 일은 돈이 없어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러면 나와 상대방 마음이 따뜻해진다.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들이 도처에서 들려온다.봉사와 나눔, 기부를 통해 빈부격차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소외된 이웃의 삶을 향상시킬 의무가 있다. 자신의 부와 시간을 나눠 개인이나 복지단체, 종교단체, 무료급식소 등에 참여하면 좋겠다. 급식과 미용봉사, 한방 침뜸, 의료봉사, 교육봉사, 상담봉사, 돋보기안경이나 지팡이 기부, 치매상담, 재능기부를 하면 상호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개인, 사회, 국가가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 비록 작은 돈이라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유니세프에 후원해 가난과 불평등을 해소해 가야 한다."내가 세상을 접했을 때 삭막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세상에 도착하기 전에 나의 아버지가 나를 위해 나무를 심었다. 그래서 나도 내 뒤에 올 사람을 위해 나무를 심는다."('탈무드'에서)처칠은 "인간은 '얻음'(what we get)으로써 생계를 꾸려 나간다. 그러나 삶은 '줌'(what we give)으로써 만들어간다"고 했다. 성경은 "지극히 작은 자에게 주는 것은 하늘에 보화를 쌓는 것"이라 했다.가난을 벗어나는 일은 자기도취나 인색, 탐욕과 교만에서 절대 나오지 않는다.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데서 온다.

2020-04-29 14:28:41

[취재현장]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해지는 두 순간

[취재현장]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해지는 두 순간

지난 주말 가족과 달성군 강정보로 드라이브를 갔을 때였다. 사람이 없을 거라는 생각에 무작정 향했지만 바글바글하던 사람들로 바람을 쐬기는커녕 핸들을 다시 되돌려야만 했다. 실은 그리 놀랍지 않은 풍경이었다. '코로나19' 현장을 취재하며 이미 많이 마주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지난 두 달간 시행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는 옅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지면서 지침은 단지 참고할 매뉴얼에 불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결이 다른 두 모습으로 좁혀졌다. 내일이란 없는 듯 하루살이 불나방 같던 이들에게는 수오지심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생업을 이어가던 이들에게는 측은지심이 든 것이었다.수오지심은 주말마다 일었다. 많은 젊은이들이 어울려 부둥켜 안고 마셨다. 동성로의 노래방에는 평일 낮임에도 마치 불타는 금요일 밤을 연상시키듯 직원들이 서빙으로 분주했다. PC방에는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가 무색할 만큼 손님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고, 보드게임 카페에는 학생들이 마스크를 입에 걸친 채 한창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밤에는 말할 것도 없었다. 젊은이들로 넘쳐나는 술집은 지금이 2020년 4월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손님과 종사자 대부분은 마스크를 벗고 있었다. '거리두기'란 단순 구호에 그친다는 듯 귓속말을 하거나 상대방과 몸을 접촉한 채 춤을 추기도 했다. 인기 있는 술집에 들어가기 위해 좁은 계단에 다닥다닥 서서 줄지어 기다리는 것은 물론 담배를 피우며 침을 뱉는 이들도 수두룩했다.측은지심은 절박한 삶에서 나왔다. 생계의 '절박함' 앞에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치였다.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말에서는 서글픈 비장함마저 묻어났다. 취업준비생도 예외는 아니었다. 취업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코로나 감염이라는 전선을 뚫어야 했다.대구의 한 공무원 학원 자습실의 열기는 꺼질 줄 몰랐다. 자습실 책상 위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 칸씩 띄어 앉아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지만 자리가 다 찬 것과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다. 코로나19로 불안하지 않으냐는 물음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하면 돼)에 가까웠다."그런 것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냐. 시험이 다시 언제 진행될지 불안한 게 제일 크다"는 답이었다. 자칫 위험할 수 있는 그 공간에서 수험생들은 거리를 두라며 밀어내는 사회에서 밀려날까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었다.대구도시철도에서 전동차와 역사를 청소하는 노동자들도 잊히지 않는다. 온갖 이물질과 취객을 싣고 오는 전동차 안에서 취객을 흔들어 깨우다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는 온데간데없었다. 두렵지만 낯선 이에게 손을 내밀어야 했고 어깨를 흔들어 '접촉'해야 했다. 그게 그들의 밥줄이었다.가족의 생계를 위해 거리를 좁혀가는 이들과 따분함을 떨쳐내려 거리를 좁혀버린 이들의 간극은 커 보였다. 여러 사람을 태워야 해 미안하다며, 결제를 끝낸 신용카드를 살며시 의자 위에 얹어주며 또 미안하다고 사과하던 택시운전사의 모습은 벚꽃 풍경 대신 올해 봄 뇌리에 박힌 기억이 됐다.코로나19에서 그를 지켜주는 방패, 마스크와 택시에 비치된 소독제 하나만 들고 생계 전쟁에 뛰어든 누군가의 가장이었다. 그는 또다시 누군지도 모를, 미지의 손님을 찾으러 바쁘게 떠나고 있었다.

2020-04-28 20:05:22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가 옮기는 질병, 알고보니 인간 책임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가 옮기는 질병, 알고보니 인간 책임

나비(코숏·7살) 보호자가 첫 아이를 임신하여 축복받는 와중에 인터넷에 고양이를 멀리하라는 내용을 접하고 걱정스러워 병원을 방문했다. 검사 결과 나비는 지극히 건강했으며 임산부와 태아에 끼칠 염려는 전혀 없다고 설명드렸다.고양이가 인간에게 전파시키는 몇가지 질병들이 있다. 톡소플라즈마, 묘조병, 피부병이 잘 알려져 있으며, 최근에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SFTS)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질병들의 공통점은 고양이가 병원체를 옮기는 매개 역활을 한다는 점이다. 역설적으로 고양이가 깨끗한 환경에서 지내면 인간에게 질병을 전파할 가능성은 희박해진다.톡소플라즈마는 임신 초기의 여성분들이 염려하는 질병이다. 쥐를 생식하는 고양이의 1% 정도가 분변으로 충란을 배출되며, 그 분변을 임신 초기의 여성이 만졌을 때 감염될 수 있다. 쥐를 먹지않는 반려고양이가 톡소플라즈마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에 국내 여성들이 톡소플라즈마에 노출될 가능성은 고기를 덜 익혀 먹거나 농사와 야외 활동 시에 흙 속에 포함된 충란을 접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고양이를 통한 톡소플라즈마 감염이 염려스럽다면 입자가 고운 벤토나이트 고양이 모래를 사용할 것을 추천한다. 고양이가 변을 배설하면 마치 '맛동산' 과자처럼 표면에 붙어 변을 말려버리기 때문에 위생적이다. 그리고 화장실 청소는 매일 치워줘야 한다.묘조병은 고양이에게 할퀴거나 물렸을 때 바르토넬라 헨셀라(bartonella henselae) 균이 상처에 감염돼 상처부위가 잘 낫지않고 임파절이 붓고 열을 동반하는 질병이다. 이 균은 벼룩을 통해 감염되었거나 벼룩 배설물을 접촉한 고양이에게 잠복되어 있을 수 있다.. 위생적이지 못한 공간을 배회하는 집고양이의 10% 정도에서 이 균이 발견된다고 보고되고 있다. 예방은 쉽다. 중성화수술을 시켜주고 고양이가 외출하지 않도록 하면 된다. 혹여 낯선 고양이에게 할퀴었다면 경미한 상처라도 깨끗이 소독할 필요가 있다. 길냥이를 보살피는 캣맘들이 가장 조심해야 할 질병이다.고양이 피부사상균은 곧잘 사람에게 전파된다. 캣맘이나 보호소에서 봉사하시던 분이면 한 번쯤 경험하셨을 것이다. 공장식 사육 환경에서 자란 어린고양이에게 잠복돼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 감염되면 고양이를 자주 안는 팔이나 목부위에 특유의 원형 가려움증을 동반한다. 고양이가 치료되면 가족들의 증상도 자연히 호전되는 편이다. 새로 입양한 고양이는 수의사에게 검진받을 것을 권장한다. 피부검사와 곰팡이 배양검사를 통해 진단받을 수 있다. 의심되는 고양이에게는 약용샴푸를 처방되기도 한다.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SFTS)은 풀에 존재하는 작은소참진드기가 원인이다.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질병인 만큼 고양이에게도 위험하다. 외출한 고양이 몸에 진드기가 숨어 옮겨올 수 있다. 진드기가 출몰하는 3월부터 11월 사이에는 고양이의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하게 외출해야 한다면 외부기생충예방용 목걸이 착용을 권장한다.고양이 카페 처럼 많은 수의 고양이가 어울리는 공간일수록 위생 관리는 더 철저해야 한다. 눈이 닿지않는 구석구석을 매일 청소하고 소독할 필요가 있다. 가정이라 하더라도 고양이 수가 많아지면 질병의 잠재 요인들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여야 한다.고양이 공장식 사육은 여러 측면에서 금지돼야 한다. 뜰창에 가두어 키우는 밀집 사육은 그 자체가 고양이 학대이며 질병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생명을 경시하다보니 불법적인 자가치료와 약물 오남용이 빈번해진다. 이러한 행위들은 고양이를 입양하는 가족들의 건강 마저 위협한다.고양이를 사육하는 직업인이라 해서 고양이를 물건인양 취급해서는 안된다. 경제적인 논리와 사육자의 편의성을 고려하여 자가치료가 만연해져서도 곤란하다. 고양이와 개는 가축 이상으로 수 만년을 인류와 함께 동거동락해 온 반려동물로서 존중받고 보호받을 가치가 있다. 이제 국민 정서는 반려동물을 보살피고 배려하는 행동을 정의롭다고 인식한다. 우리가 아이들을 보살피며 행복해하는 이유와 같다.동물을 다루거나, 동물과 관련된 먹거리와 용품, 약품을 취급하는 모든 사람들이 동물복지와 관련된 소양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2020-04-28 18:30:00

[매일춘추] 이쾌대의 좌절된 자유와 이상

[매일춘추] 이쾌대의 좌절된 자유와 이상

1930년대부터 1945년까지 세계를 전장으로 만든 일본은 보국을 강요하였고, 많은 조선인들은 전쟁의 도구로 끌려가 희생되었다. 화가 이경희(1925-2019)는 이 때 징집되었다가 천운으로 살아왔다고 증언하였다. 본적지인 한국에서 징병검사를 받겠다며 일본에서 귀국하였고, 비행기병으로 선발되어 훈련을 받고 가미가제용 비행기를 탈 순서를 기다리던 중 1945년 8월 15일 해방을 맞이하였다.사선에서 돌아온 그의 운명처럼 해방은 말 그대로 억압의 해소와 자유를 가져다줘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은 여전히 또 다른 강력한 힘들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1945년부터 1950년 사이 많은 사람들은 사상과 진영을 두고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었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강요받았다. 화단도 예외가 아니었다.이쾌대(1913-1965)는 해방 후 좌익미술단체에 가입하였다. 하지만 1947년 '신천지' 2월호에서 김일성과 스탈린 초상화에 집중하는 사회주의 미술의 현실을 비판하였다. 이후 좌익 예술인 검거로 불안을 느낀 이쾌대는 정치적 경향을 배제한 진정한 민족미술의 건설을 표방한 '조선미술문화협회'를 결성하고, 성북회화연구소를 열어 작품제작과 미술교육에 전념하였다. 혼란의 와중에서도 이쾌대는 작품을 통해 민족해방이라는 큰 꿈을 꾸었던 것 같다.해방즈음부터 시작해 1940년대 말까지 그린 군상 시리즈는 '군상Ⅰ(해방고지)'를 비롯해 100호에서 200호에 이르는 대작 4점으로 구성되어있다. 작품에서는 민족적 수난에서 시작하여 현실의 고난을 헤쳐나가는 민중의 모습, 해방을 맞이하는 환희와 희망 등 자신이 꿈꾸었던 민족의 이상을 대서사시로 펼쳐 보였다. 탄탄한 데생과 기본기를 바탕으로 표현한 인물의 사실적인 묘사, 미켈란젤로를 연상시키는 근육질의 나신의 군상, 이야기를 끌어가는 역동적인 구성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역작이었다.그러나 그의 작품은 두 진영 모두에게 비판받았다. 당시 좌익에서 대두된 '혁명적 로맨티시즘과 리얼리즘' 논쟁은 좀 더 선명한 리얼리즘을 구현한 확실한 정치적 입장을 요구하였고, 그의 사상을 의심하고 예의주시하던 남한에서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의 표현을 위축시켰다. 붉은 치마를 입은 여인을 그린다는 이유로 파출소에 불려가 '자신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 민족주의자'라 주장했던 일화도 있다.또한 개인의 자유의지 없이 극심한 혼란기에 강요받은 정치적 입장과 부역은 엄청난 후한으로 다가왔다. 한국전쟁 전 그는 남한진영에서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하여 사상전향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고 어머니의 병환 때문에 서울에 남아있던 이쾌대는 북한군에게 과거 보도연맹에 가입한 일로 또다시 정치적 전향을 강요받아 인민군 종군화가로 활동하였다. 그리고 많은 고민 끝에 결국 그는 사랑하는 가족을 둔 채 북한으로 가는 선택을 한다.

2020-04-28 18:30:00

[경제칼럼] 지식재산권도 소통이 우선이다

[경제칼럼] 지식재산권도 소통이 우선이다

계절의 여왕 5월이 목전이다. 어느 때보다 잔인한 4월을 겪은지라 5월을 맞이하는 각별함이 사뭇 남다르다. 5월은 기념일이 많기로도 유명하다. 특히 가족을 포함한 소중한 관계를 기념하는 일정이 다수이니 지금 같은 시기에 더 의미 있게 여겨질 5월이다.아무래도 현업이 지식재산 관련 업무이다 보니 특별히 눈길이 가는 기념일은 발명의 날이다. 1441년(세종 23년) 4월 29일(양력으로 5월 19일)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발명한 날을 기념일로 정한 것이다. 1957년 5월 19일부터 시행되었으니 꽤 오래전에 기념일로 지정된 셈이다.발명은 자연법칙을 이용한 기술적 사상의 창작으로서 고도한 것을 말한다. 특허법에서 정한 발명의 정의이다. 또한 특허법은 발명을 보호 장려하고 그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기술의 발전을 촉진해 산업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특허법 제1조)하고 있다. 결국 발명은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이며, 그 전제로서 이용이 도모되어 기술 확산을 통한 인류 공영이 전제돼야 한다. 흔히 특허는 독점적 권리이며 자신의 발명을 제3자 침해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으로만 인식되는 것과 분명 구분되는 정의이다.특허 제도가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가에 대한 반론 역시 일부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허 제도가 혁신을 주도했는지에 대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오히려 특허권은 자신의 부를 지키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다소 극단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최근에는 소위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 일컫는 '특허경영전문회사'(NPE: Non-Practicing Entities)의 등장으로 특허권의 폐해에 대한 주장이 힘을 얻기도 했다. NPE는 실제 개발이나 발명을 하지 않으면서 매입한 특허를 기반으로 소송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개인이나 단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는 바가 없음을 이유로 많은 사회적 비난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논란의 여지를 떠나 특허법은 지속적으로 그 보호 영역을 넓혀왔다. 발명의 보호 대상을 확대해 비즈니스 모델(BM 특허)도 특허로 독점적 권리화가 가능하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도 발명의 대상으로 하는 법 개정이 일부 국가에서 추진 중이다. 더불어 산업화가 추진되면서 지속적으로 특허권은 강화되었으며, 그 주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선진국들이다.우리나라도 최근 특허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훗날 특허사를 연구하는 이들은 2019년을 꽤나 의미 있는 한 해로 기록할 듯하다. 고의 침해 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법제화가 이루어졌고, 미완성 발명의 범위를 완화하는 판례와 나아가 발명의 본질에 기초해 특허 침해의 균등 범위를 확대하는 판례도 종전과 분명히 대비되는 대법원의 판단이다. 기술 우위의 독점권을 보다 폭넓게 인정함에 따라 특허권자의 보호를 한층 강화했다고 할 수 있다.특허 제도가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개발한 제품이 손쉽게 복제된다면 누구라도 선투자에 인색할 수밖에 없다. 마땅히 산업발전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개발 결과에 부여된 독점적 지위를 부의 창출, 유지를 위하거나 혹은 자국 보호의 무기로만 활용한다면 이는 진정한 특허법 취지에 어긋나는 것이다.최근 코로나19로 WHO가 팬데믹을 선언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자국 우선주의가 국제적 이슈화하고 있다. 국가 간 왕래와 소통에 우선해 자국민 보호를 위해 일정 부분 어쩔 수 없는 조치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 단연 경제 재건이 우선될 터이다. 이런 와중에 기술 선진국을 중심으로 행여 특허권이 자국 이익 보호를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스러움이 단순한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최근 예외 없이 국가 간 공조, 소통과 협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 시대 지성들의 호소 또한 지식재산권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닌 것이다.

2020-04-28 13:43:33

[권미강의 생각의 숲] 코로나바이러스의 충고

[권미강의 생각의 숲] 코로나바이러스의 충고

지난 4월 22일 한 통의 편지가 인류에게 보내졌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패닉 상태에 빠진 2020년 지구의 날에 있었던 일이다. 공포의 코로나바이러스가 서명한 편지는 "지구가 속삭였지만 당신들은 듣지 않았습니다"로 시작된다. 코로나바이러스인 나는 인류를 벌주기 위해 온 것이 아니라 전쟁과 이기적인 삶으로 지구가 점점 병들어 가는데도 결코 욕심을 버리지 않는 인류를 깨우치기 위해 왔다고 역설한다.'대규모 홍수, 불타는 화염, 강력한 폭풍과 무시무시한 돌풍, 수질오염으로 죽어가는 해양동물들, 녹아내리는 빙하, 혹독한 가뭄….' 이런 현상들이 지구의 절규였음을 알아차렸어야 했다고 다그친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 소수의 욕심에 의해 일어나는 분쟁은 증오를 낳고 살육을 저지르고 결국 스스로 멸망을 자초하는 길로 가고 있음을 따끔히 지적한다.그러면서 코로나바이러스인 자신이 지구의 숨통을 터 주고 인류의 그릇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려고 왔으며 지구가 느꼈던 고통을 인류에게 주고 있다고 했다. '지구에 불이 타고 있는 것처럼 고열을 일으켰고, 대기가 오염으로 가득 찬 것처럼 호흡곤란을 가져다주고, 지구가 약해지듯이 허약하게 만들고 즐겁던 외출도 빼앗고 세계를 멈추게 했다'며 자신의 의도대로 되었노라 일갈한다. 그로 인해 인류는 고통스럽지만 '지구의 곳곳이 맑은 하늘색을 찾고 공기의 질도 달라졌으며, 물이 깨끗해지고 돌고래들이 다시 보인다'고 확인시켜 준다.'인간들이 삶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새겨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됐다'며 '자신이 떠나고 지금의 고통이 사라진 후에 서로 싸움을 멈추고 물질적인 삶에서 이웃을 사랑하고 지구 안의 모든 생물을 보살피는 일을 시작하라'는 다독임으로 끝을 맺는다. 아프지만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 편지는 '디 아시안 엔'의 에디터인 비비안 알 리치(Vivienne R Reich)가 쓴 편지글 형식의 칼럼이다.이 편지는 온라인을 통해 세계 곳곳에 전해졌다. 한 언론인에 의해 작성된 편지였지만 진짜 코로나바이러스가 보내는 인류에 대한 경고인 듯 많은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편지 내용처럼 코로나19로 인해 세계 곳곳의 공기의 질과 하늘색은 지구 본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하늘도 오랜만에 맑아졌으며 인도 북부에서는 40년 만에 230㎞ 떨어져 있는 히말라야 산맥이 보이고 국립공원 도로에는 동물들이 느긋하게 낮잠을 즐기는 사진들이 언론에 보도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인간 활동의 제한이 가져다준 모습이다. 개인 위생 수칙이 강화되면서 눈병이나 독감 같은 유행병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아프리카의 최빈국인 '차드'의 시인 '무스타파 달렙'(Moustapha Dahleb)의 시에서처럼 코로나바이러스는 부자건 가난하건 인류는 한 배에 탄 운명 공동체라는 걸 확인시켜 줬다. 운명 공동체 인류에게 지구는 어머니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품에서 태어난 생명들 중 가장 총명하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은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위해 어머니의 가슴에 못을 박고 마구 짓밟았다. 어쩌면 코로나는 가이아의 매질인지도 모른다. 모든 생명과 함께 더불어 평화롭게 살라는 매질. 인류가 쌓아 올린 탐욕의 바벨탑은 코로나로 인해 무너져 내렸다. 이제는 다시 겸허해질 때다.

2020-04-27 17:30:00

[일상중국] 대륙의 스케일, 그 끝은...

[일상중국] 대륙의 스케일, 그 끝은...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서는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던 춘절을 전후해서 각각 1천 병상과 1천500병상 규모의 '훠선산'(火神山) 병원과 '레이선산'(雷神山) 병원 건설이 결정돼 10일, 15일 만에 완공돼 지난 3월 초 곧바로 환자를 수용했다.야전병원 형태이긴 해도 설계부터 기초 공사, 치료 장비 설치까지 다 갖추고 개원하는 데 불과 10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실화다. 3억위안의 긴급 예산이 투입됐고, 24시간 철야로 건설공사를 하는 전 과정이 인터넷에 생중계될 정도로 코로나병원 건설은 중국 내에서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이른바 '대륙 스케일'이 빛을 발한 셈이다.인구 1천200만 명의 대도시를 전격적으로 봉쇄하는 '봉쇄령'을 발동하고, 실제로 두 달 이상 완벽하게 우한을 봉쇄한 것도 중국이 아니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중국식 관리체제의 '대륙 스타일'이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중국의 최대 쇼핑 축제로 자리 잡은 '광군제'(光棍節·빼빼로데이) 때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초당 거래 횟수가 5억 명을 돌파, 2019년 매출 규모가 50조원을 기록했다. 이날 알리바바는 1분 36초 만에 100억위안(1조7천억원)을 달성할 정도로 대륙의 쇼핑 스케일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기자들에게 '기레기'라는 접두사를 붙이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 기자들의 위상은 여전히 높다. 국영방송 중앙TV(CCTV) 기자가 지방 취재를 가면 고위 관계자가 영접을 나가고, 경찰차로 에스코트를 해주는 것이 당연시되고 현(縣)과 촌(村) 단위 소도시에서는 대대적인 환영 행사를 열어주기도 하는 곳이 중국이다. 중국 매체는 지방정부가 운영하거나 지방정부와 관련된 기업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기자들의 신분 역시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중국의 방송, 신문사 등을 언론자유를 보장받는 서방의 매체들과 다르다는 점에서 '언론'이라고 하지 않고 매체라고 부르는 것은 그 때문이다.기자들이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사상과 사회주의 영도체제를 고양시키며 대중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회주의의 전도사'라는 사명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도 기자들이 간혹 고위 공직자의 비리를 보도하거나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다가 구금되거나 해고되기도 하고, 매체가 아예 폐간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도 하지만 중국 기자들은 중국공산당의 방침에 충실하게 따르는 순한 양과 같은 존재로 보는 게 맞다.중국 매체 중에서도 CCTV 종사자들의 위상이 가장 높다. CCTV의 아나운서와 기자들도 최고지도자가 교체되는 시기에는 종종 시련을 겪기도 한다. '저우융캉(周永康) 스캔들'에 연루된 CCTV 여성 아나운서들만 20여 명에 이른다. 스캔들도 '대륙 스케일'이다.2013년 중국 매체로서는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인터뷰를 한 루이청강(芮成綱)이라는 CCTV 기자 겸 아나운서는 중국 기자의 남다른 '대륙 스케일'을 증명했다.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010년 G20 서울정상회의에 참석했을 때, 질문자로 나서 논란을 빚은 바 있는 루이청강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집권한 직후인 2013년 7월 생방송 직전, 전격적으로 체포됐다. 그의 죄목은 간첩죄와 부패 혐의였고 6년형을 선고받아 세간을 놀라게 했다.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인터뷰 도중 '큰누나'(大姐)라고 불러 버릇없다는 인상을 준 그의 진짜 죄목은 '공용정부'(共用情夫)였다.후진타오(胡锦濤) 전 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전 정협 부주석의 부인 구리핑(谷麗萍)을 비롯한 20여 명의 고관대작 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소문이 확인된 것이다. 20여 명에 이르는 고관 부인들의 구명 로비도 소용 없었다. 오히려 일개 아나운서이자 기자가 고관대작 부인들의 공용정부였다는 점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됐다. 대륙의 기자다운 엄청난 스케일의 불륜 스캔들이었다.6년의 형기를 마치게 되는 루이청강은 올 12월에 출소하게 된다.그가 인터뷰한 박 전 대통령도 감옥에 있다. 인터뷰를 한 당시 루이청강에게 써줬다는 '人生在世, 只求心安理得就好了'(살아가는 동안 도리에 맞게 맘 편히 살면 그것으로 좋은 것이다)라는 경구. 대륙 스케일로 살아 온 루이청강에게 그 경구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궁금하다.

2020-04-27 1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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