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백옥경의 과학둘레]올여름 최고의 피서는

[백옥경의 과학둘레]올여름 최고의 피서는

어디론가 멀리 가고 싶다고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하니 기다렸다는 듯 너도나도 공감의 반응을 보인다. 마음 맞는 이들과 미지의 곳으로 가보자는 모의는 공염불이라도 즐겁다. 올해는 여러 이유로 피서에 대한 열기가 실종되었지만 그래도 여름은 떠나야 제맛인 계절이다. 여름이 가기 전에 멀리 한번 다녀와 보면 어떨까. 저기 멀리 우주라면.좁은 의미의 우주는 지구를 둘러싼 대기권 밖 지상 118㎞ 높이 이상의 공간이다. 멀리는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와 이웃한, 빛의 속도로 250만 년이 걸리는 안드로메다 은하까지 가늠해볼 수 있으나 우주에는 1천억 개가 넘는 별을 가진 은하가 1천억 개도 넘게 있으니 넓은 의미에서 우주는 헤아릴 수 없다.지상 400㎞ 높이는 어떨까. 그곳에는 시속 2만8천㎞의 속도로 90분마다 한 바퀴씩 지구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이 있다. 미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가 협력해 건설해 놓은 축구장만 한 크기의 우주인 거주 공간이다. ISS는 더 먼 우주로 나가기 위한 중간 기지이며 그곳에서 우주에서의 생존과 현상을 밝히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ISS로 가기 위해 카자흐스탄에 있는 바이코누르 발사기지로 향한다. 그곳에서 러시아제 소유즈 우주선을 타고 갈 것이다. 좀 전에 저압 상태 적응을 위해 여압복을 갖춰 입었다. 몸을 구겨 넣어야 할 정도로 비좁은 우주선 귀환 모듈에 올라타 준비 완료를 외친다. 점화. 연료와 산화제가 폭발해 엄청난 굉음과 함께 로켓이 요동친다. 화염을 뿜으며 추진력을 얻은 로켓은 온몸에 압도감을 전달한다. 곧이어 하단 부스터가 떨어져 나가고 로켓이 수직 상승을 계속한다. 지구 중력의 세 배가 되는 G포스로 몸이 짓눌려 숨을 쉬기조차 힘들다. 페어링이 분리되고 바깥이 보인다. 그도 잠시 2단과 3단의 분리를 위한 또 다른 충격이 이어진다. 잠시 후 주위가 고요하다. 우주선이 지구 중심의 저궤도를 돌기 시작한 것이다. 발사 후 십 분이 되지 않아서다. 조금씩 추력을 더해 궤도를 상승시킨다. 태양전지판을 번쩍이며 우주정거장이 지나간다. 속도를 더해 그것을 앞지른다. 그리고 180° 유턴. 도킹 포트가 보인다. 철컥. 성공이다. 드디어 육중한 우주정거장의 해치가 열린다.최근 국제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한 민간 우주산업체 스페이스X가 개발한 유인우주선 크루드래곤이 체류 임무까지 마치고 지난주 무사히 지구로 귀환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주도해온 우주개발사업이 민간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이로써 그동안 정체되었던 우주 탐사는 동력을 얻게 되었다. 오랫동안 그려오던 우주 관광 시대도 열리게 되었다. 우리에게는 아직 먼 나라 이야기지만. 스페이스X는 내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 관광을 시작한다고 한다. 열흘간 우주에 다녀오는 비용이 600억원이 넘는다니.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데 천문학적 비용까지 드는 여행을 가려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있다.ISS 내부는 무중력 상태다. 엄밀히 말해 지구 중력으로 인해 지구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 상태다. 그것이 추락하지 않고 지구 중심의 궤도를 도는 이유는 중력을 상쇄할 만큼 알맞게 빠른 속도로 날고 있어서다. 그곳에서는 인체의 장기와 혈액조차 제 위치를 잡지 못한다. 밀폐된 환경으로 호흡에 의한 이산화탄소 증가도 문제다. 신선한 물을 구할 수 없어 몸에서 나온 물도 증류해 사용한다. 근육과 뼈의 감소뿐 아니라 시력 저하, 방사선 노출로 인한 위험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감수하고 우주에 가보려는 이유는 무얼까.ISS에서 1년간 체류하고 돌아온 우주인 스콧 켈리는 그의 저서 '인듀어런스'에서 우주에서의 삶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에메랄드빛으로 물든 짙고 푸른 지구를 내려다보면 아웅다웅 다투며 살아가는 지구에서의 삶이 보다 넓은 관점으로 바라봐진다고. 그리고 자신이 가진 모든 수완을 발휘해 생존하고 있다는 느낌, 살면서 어떠한 난관에 부딪혀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는 느낌, 살아 있는 하루하루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매미 소리 잦아들 무렵 까마득히 먼 우주가 내 마음에도 있다는 걸 느낀다면 올여름 최고의 피서를 다녀온 게 아닐까.

2020-08-10 16:30:00

[세계의 창] 다주택자를 변호하며

[세계의 창] 다주택자를 변호하며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자유는 남에게 해를 가하지 않는 한 허용된다. 민주주의의 원리인 평등은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주의는 가진 자의 것을 뺏어서 없는 자에게 주는 것이므로 개인의 자유를 유린한다. 자유와 양립하는 평등은 기회의 평등이므로 자유민주국가에서 평등은 결과가 아닌 기회의 평등이다.그럼에도 현 정부는 결과의 평등을 추구하고 있다. 높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는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것이다.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부동산 정책도 무주택자와 임차인을 돕겠다는 것이다. 대신 영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상공인들이 타격을 받고 임대사업자와 다주택 소유자들이 세금 폭탄을 맞았다. 무산자를 위해 다주택 임대사업자, 영세사업자, 중소상공인 등 소위 '쁘띠 부르주아'를 핍박하는 '결과의 평등' 정책이다.쁘띠 부르주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반이다. 이들이 생업을 위해, 사업 확장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무주택자는 전세와 월셋집을 구할 수 있고 저임노동자는 취업 기회를 얻는다. 지금 정부의 정책은 서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쁘띠 부르주아를 계급의 적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다며 정부는 지난 3년간 무려 23차례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내었다. 최근 통과된 부동산 3법은 종부세율을 최대 6%로, 양도세율은 최대 72%로, 법인의 주택 양도 추가 세율은 20%로 높였다. '임대차 3법'은 2년 계약을 4년으로 연장하고, 전월세 상한제(5% 이내 상승), 전월세 신고제로 세입자의 권한을 강화하였다. 다주택 소유자의 투기가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고 진단하고 그들에게 징벌적 규제와 세금 폭탄을 안긴다.그러나 서울 아파트 가격은 안정되기는커녕 현 정부 들어 오히려 52% 뛰었고 전세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졸속으로 통과시키느라 야당과의 협의를 무시하였으니 정책 실패의 책임도 전적으로 정부 여당의 것이 되었다.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이나 최저임금 상승 등 반(反)시장 정책의 실패를 반복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정부 의도대로 국민들이 (어리석게) 따를 것이라 믿는 정책 담당자들의 치명적 자만에서 나온다. 국민들은 훨씬 똑똑하다. 정책이 바뀌면 상황에 맞는 최선의 결정을 하려고 노력한다. 책상머리의 관료와는 달리 자신의 돈과 재산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부동산 투기의 원인은 대부분 정부의 그릇된 정책 때문이다. 예컨대 아파트 분양가를 시세보다 훨씬 낮게 상한제로 묶어 놓으니 분양만 받으면 고액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으므로 투기가 일어나는 것이다. 다주택자를 탓하지 말고 분양가를 자유화해야 한다.다주택자가 있기에 세입자가 주거지를 구할 수 있다. 주택 임대 수익과 부동산에 의한 자산 증식을 탐욕으로 매도하지만 타인에게 강제나 위해를 가한 것은 아니다. 정당한 부의 증식을 불로소득으로 매도하고 타도 대상으로 삼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탐욕과 사익 추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것을 없앤다고 사회가 더 잘되는 것이 아니다. 베르나르드 망드빌은 1705년 그의 저서 '벌들의 우화'(The Fable of the Bees)에서 사익 추구가 사회 번영을 낳는 반면, 사익을 악으로 규정하고 금지하는 사회가 피폐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벌들이 개인적 이득을 위해 일할 때는 근면, 혁신을 통해 사회 전체가 경제 풍요와 안락한 문화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벌들은 물질적 사익 추구가 사악하다고 죄의식을 느낀다.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적인 도덕적 행동만을 하기로 했다. 그 결과는 경제적 빈곤과 문화의 부재라는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사회였다.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107명이 다주택 소유자라고 한다. 공직자라고 해서 다주택의 처분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 그들의 탐욕과 이기심도 일반인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대신 반시장적 부동산 입법과 규제를 폐기함이 옳다고 본다. 부동산도 다른 재화와 다를 바 없이 자유로운 시장이 합리적인 가격과 공급을 가져다준다. 세율은 낮추고 규제는 완화하여 수요자와 공급자의 자발적인 거래에 맡긴다면 부동산 가격의 등락도 그들의 책임이 되므로 정부가 욕먹을 일도 없을 것이다.

2020-08-10 11:39:00

[매일춘추] 가슴을 후벼 파는 말

[매일춘추] 가슴을 후벼 파는 말

돌아가신 은사님은 글을 쓸 때 몇 가지 당부 말씀이 있었다. "간결하게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작성해라. 초고가 나오면 50번 정도 천천히 읽어보아라. 생각이 없는 책을 함부로 내지 마라. 쓰레기 같은 글로 나무를 죽게 하는 것은 자연에 대한 범죄행위다."이 말씀은 글쓰기에 대한 엄중한 자세를 요구하는 가르침이었다. 흔히 글을 잘 쓰기 위해 '삼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많이 읽고(多讀), 많이 쓰고(多作), 많이 생각하라(多商量)" 지식공유사회에서는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소리다. 대중지성을 손쉽게 이해 할 수 있는 초(超)연결사회에서는 지식을 합리적으로 재구성하고, 통합・조정하는 '코디네이터'의 능력이 더 필요하다. 그 원천의 기본은 '생각하는 공감능력'이다. 생각 없는 책읽기와 글쓰기는 기본체력 없이, 마라톤 완주코스에 무모하게 도전하는 초짜와 같다.우리의 일상은 메시지로 긴밀하게 서로 소통한다. 소통의 기본은 말하기와 듣기다. 최근 단골 선술집에서 불편한 사건이 발생했다. 친한 사장의 생활개그가 너무 웃겨서, "가시나! 완전히 미쳤구나!"라고 기분 좋게 사투리말로 맞장구를 쳤다. 다음 날 한 통의 정중한 문자가 왔다. "저도 고향이 경상도라, 대표님 말에 악의가 없는 줄 알지만, 대구 사투리를 모르는 주위의 알바생들이 주인을 무시하는 '언어폭력'이라고 불쾌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음에는 서울말로 꼭 맞장구 쳐주세요."한마디로 공감능력이 부족했다. 내 위주로 소통을 해석했다. 실수를 바로 사과했다. 소통은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부터 시작된다. 공감능력이 없는 일방적 소통은 갑질의 사회적 폭력이다. 생각 좀하면서 소통할 나이다.요즘 나보다 더 공감능력이 없는 정치권의 괴물들이 세 치의 혀끝으로 시민들의 애닮은 삶을 가슴속 깊이 후벼 파고 있다. 예리한 빈정거림의 칼날을 사용하고 있다. "부산은 초라하고, 서울은 천박한 도시다. 피해자의 2차 가해 등을 방지하기 위해 박 시장이 죽음으로서 답하신 것이 아닐까. 월세가 정상, 누구나 월세 사는 세상 온다. 집을 사고팔면서 차익을 남기려는 사람은 범죄자다." 이제 정치권에게 소통의 품격을 바라지 않는다. 최소한 주권자에게 막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권력자의 메시지 품격이 천박하면, 불통의 매듭이 꼬이기 시작한다.소통은 존중이다. 최근 아내가 묻는다. "당신, 다음 생에도 나하고 결혼할 거야?"/ "안 해요. 내가 너무 고생시켜서. 다음 생에는 다른 남자와 편하게 살아!"소통은 배려다. 후배가 친절하게 대답한다. "너는 2%가 부족해."/ "고맙습니다. 형님! 98%를 인정해주셔서…"곤란한 소통의 질문은 고도의 답변기술이 필요하다. 오만하게 불통하다가, 옹골지게 민심에게 반격 당한다. 역사의 오랜 사회법칙이다.

2020-08-10 10:55:40

[기고]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 환경 공론화 기구가 필요하다

[기고]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 환경 공론화 기구가 필요하다

얼마 전 수자원공사가 개최한 '낙동강 물 환경 관리 방안 토론회'는 환경부가 영풍 석포제련소 문제에 대해 매우 복잡한 속내를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행사였다. 토론자 중 한 명인 김창수 부경대 교수는 석포제련소 문제를 대표적인 낙동강 물 갈등 사례 중 하나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낙동강의 물 갈등은 복합 갈등의 성격이 강할 뿐만 아니라 갈등이 생성된 이후 상승기에 있기 때문에 일률적인 조정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주장은 학자로서 당연히 내릴 수 있는 진단이지만, 토론회를 주관한 수자원공사와 중요한 이해관계자인 환경부의 어려운 상황도 어느 정도 반영한 분석으로 보인다.문재인 정부 들어서 환경부는 역대 장관(김은경 장관, 조명래 장관)의 석포제련소 방문기를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해당 사태가 부처 차원에서는 초미의 관심사임을 드러낸 것이다. 이는 해당 부처가 제련소에 행정 처분을 내리는 것과는 또 다른 시선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제다. 사건의 이해당사자이면서도 중재 기관이기도 한 환경부의 깊은 고민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행정 당국이 일도양단적 입장을 내놓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일'이 벌어지고 나서 5년 후, 10년 후를 더 깊게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생태와 문명과의 관계 같은 거대 담론을 고민하기 어려운 존재가 인간이다. 인간의 생존과 안정 본능을 형이상학적인 생태철학으로 마냥 억누르기가 쉽지 않다. 현대사회에서는 경제와 일자리 문제가 인간 생존과 안정의 기본이다. 환경부 장관과 환경부 당국자들도 그 사실을 너무 잘 알 것이다.하지만 안동댐으로부터 100㎞ 이상 떨어져 낙동강 상류 수계에 영향이 미미하다 하더라도 영풍의 환경 문제 자체는 과학적으로 따져 볼 만한 사안일지 모른다. 오염 논란이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는 사실을 사측도 깊게 인정해야 한다. 대신에 당국과 시민사회가 매우 건조하고 명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의 일방적 종식이 아닌 완전한 해결을 목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그러자면 환경부도 막상 규제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책 수립과 집행의 관점에서 석포제련소 이슈를 재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만약 환경부가 감독과 처분 이외에 영풍 문제에 발을 제대로 담그기 부담스럽다면, 이미 설치한 공론화 기구라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지금 운영되고 있는 낙동강상류환경관리협의회가 정말로 진지한 소통 채널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절실하다. 당장 몇몇 소속 위원들의 법적 문제와 관련된 크고 작은 잡음이 들려온다. 정치운동과 시민운동을 병행해서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일부 위원도 있다. 왜가리가 중금속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는 학술적 결론이 났는데도 장외에서 비난하며 전문가를 비방하는 참여자도 있다고 한다. 공론화 기구가 이런 논란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과학자 중심의 거버넌스가 더욱 강조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안동댐 상류 퇴적물 내 비소, 카드뮴의 용출(용해로 인한 금속의 성질 발현) 경향은 낮다"는 안동대 김영훈 교수의 지적이 인상적이다. 이런 식의 생산적 토론이 주류를 이루게 되면 영풍 문제에 대한 보다 효과적인 대안도 나오게 되고, 환경부 당국자들의 복잡한 심사도 정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2020-08-10 06:30:00

[이른 아침에] 국정 운영은 투쟁보다 어렵다

[이른 아침에] 국정 운영은 투쟁보다 어렵다

검찰 개혁·남북문제 등 우격다짐부동산은 두더지 잡듯 땜질 처방국민과 싸운 정책 결과는 대실패이해와 협조 구하는 국정 전환을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서실 소속 수석비서관 5명이 한꺼번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다. 청와대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들이 일괄 사표를 낸 것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일은 아니다.2017년 3월 13일 당시 한광옥 비서실장과 모든 수석비서관들이 사표를 제출했다. 날짜에서 보듯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책임을 지겠다는 의사표시였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광우병 파동에 따른 청와대 참모진 사퇴 표명이 있었다. 2005년 1월 노무현 정부 청와대의 김우식 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급 6명이 사표를 제출하는 일이 있었다. 이기준 교육부총리 사퇴에 대해 청와대 인사추천위원회 멤버 모두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이다.정국이 어려울 경우 인적 교체로 돌파구를 만드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문제는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이다. 대통령 국정 운영에 대한 보좌를 잘못한 책임을 묻는 게 인사 쇄신의 일차적 목적일 것이다. 국민 여론을 무마하고 국정 운영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하는 등 다목적일 수도 있다.이번 일괄 사퇴 이유는 어느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명확하지 않다. "최근의 상황에 대한 종합적 책임을 진다는 뜻"이라는 청와대 해명은 모호하다. 최근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결정적 역할을 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문책인가. 언론은 대체로 그렇게 보는 듯하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인사수석, 홍보수석, 민정수석 등이 집값 폭등 과정에서 잘못한 게 무언지 어리둥절하다. 정책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정책실과 국토교통부 장관 등 부동산 정책 책임자들이 멀쩡한 것을 보면 언론이 잘못 짚은 게 분명하다. 다주택 소유 참모들을 바꾸어 들끓는 여론을 진정시킨다? "부동산 민심 역풍에 부담 컸던 듯"이라는 해설은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결과는 어떤가. 여론 무마는커녕 조롱의 대상이 되고 있을 뿐이다. 민정수석이 시세보다 비싸게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인 직후 사표를 낸 시점도 여론 악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직보다 집", "역시 청와대보다 강남 아파트지", "권력은 짧고 아파트는 영원하다"는 등 여론의 역풍을 예상 못했다면 안이한 상황 인식이다.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노 실장 등 전원 교체는 힘들다는 게 중론인 걸 보면 당장 국정 쇄신의 동력을 만들기도 어렵다.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이다", "집 값이 급등한 일부 지역은 원상 복귀돼야 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문 대통령의 언급이다. 현실과 너무도 동떨어진 인식이 아닐 수 없다.대통령이 부동산 폭등은 당연하다고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쉽지 않은 문제라는 인식 하에 조심스레 정책을 폈어야 한다. 지지 않겠다는 자세로 국민과 싸운 정책의 결과는 보는 대로다. 걱정은 그런 기조가 여전하다는 사실이다. 일사천리로 통과시킨 부동산 관련 법률의 부작용에 대한 대처가 그것이다. 전세나 월세 폭등에 대한 염려는 세금 지원으로 잠재우려 한다. 높은 월세 전환율 우려가 나오면 전환율 규제 법을 만들겠다고 나온다. 부동산 관련 가짜 뉴스 처벌법을 만들겠다고도 한다. 정부가 장려했던 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이겠다고 하다가 반발이 나오자 물러선다. 야심 차게 발표한 주택공급 방안은 당장 여당 의원과 자치단체장들부터 막고 나선다.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야 할까. 정부와 여당이 이제라도 국정 운영의 기조를 바꾸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두더지 잡듯 땜질식 처방은 한계가 분명하다. 국정 운영은 투쟁보다 어렵다는 사실부터 인정하고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겸손한 자세로 전환해야 한다. 운동권, 과거 인연, 특정 지역을 벗어나 최고의 인재를 모아야 한다. 고언하는 사람들을 적대세력으로 모는 편협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한 근본적 성찰과 방향 전환이 없다면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걸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 박근혜 정권의 실패는 정파적 시각에서 반길 일이 아니었다. 대한민국의 실패였고 우리의 전진을 더디게 한 것이었다.따라서 보수·진보의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이 상징하고 있지만 부동산만의 문제도 아니다. 이른바 검찰개혁, 남북문제 등도 우격다짐이긴 마찬가지다. 정권의 실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실패가 되풀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

2020-08-09 15:50:14

[금융칼럼] 부동산 규제 내용과 향후 전망

[금융칼럼] 부동산 규제 내용과 향후 전망

수도권과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인상에 대해 정부는 6월 17일과 7월 10일, 8월 4일 연이어 규제책과 공급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가격인상을 진정시키지 못한 정부가 연이어 새로운 대책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대구경북에서 체감하는 정도는 서울·경기·대전 등의 지역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청사와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주택의 공급대책, 교육환경구축 등 부동산 정책의 성공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함에도 지금과 같은 규제책만으론 역부족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먼저 이번 규제정책은 다주택자의 종부세 인상폭이 크게 강화됐다는 점이다. 0.6~3.2%인 세율이 1.2~6%로 지난해 발표 때 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2주택 이상 취득 시 취득세가 8%, 3주택이상은 12%로 현행 1~3%보다 4배 강화됐다. 물론 이사 등 일시적인 1가구2주택인 경우에는 일반 취득세율이 적용된다.단기 양도 세율이 높아져 분양권 전매 실익도 사라졌다. 주택 구입 후 1년이 채 안된 경우 매각할 때 양도세율은 70%, 1년에서 2년 미만 인 경우는 60%세율이 적용된다. 분양권의 경우 2년 동안 보유했더라도 분양권 상태에서 매각하면 60%의 세율이 적용된다.이제껏 절세 수단이었던 부동산 법인에 대한 규제강화로 신탁을 통한 보유세 절세 전략을 쓸 수 없게 되었다. 법인 설립을 통한 절세수단을 사용할 수 없게 됨은 물론 법인에 대해 추가적인 양도세율이 부가돼 법인세 부담도 늘어난다. 결국 부동산법인을 통해 부동산을 보유하는 것이 오히려 불리해졌다.다주택자의 4년 단기, 8년 장기 주택임대사업 또한 전면 폐지됐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해 제도권 주택임대사업자를 양성키로 한 정부정책은 폐기수순을 밟고 있는 것 같다.이 같은 정책은 지방의 주택 투자심리를 상당히 위축될 수 있다.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시장 가격안정'으로 변함이 없다. 시장을 안정시키려고 앞으로도 추가 규제책을 준비할 수도 있다. 과반이 넘는 여당의 국회 입법 실행력도 매우 크다.지방의 대도시는 주택보급률이 높다. 전국 평균 주택 보급률을 100%를 이미 오래전에 넘어섰고 서울은 97%로 전국평균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100%에 근접해 있다.수도권에 인구과밀현상으로 인해 상승되는 가격보다 다주택자의 투기과열로 인해 상승되는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주택정책이 지방에는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지방 주택부동산 시장의 위축도 가속시킬 것이다.그래서 지금은 지방의 소형주택에 투자할 경우라면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실제 거주할 주택을 구입할 의사가 있는 실수요자라면 정부의 규제정책은 크게 염두에 두지 말고 장기적인 투자관점에서 전문가와 상담해 구입의사 결정을 하는 것도 좋겠다.박동훈 인투자산관리&재무설계 대표

2020-08-09 15:21:56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강세황(1713-1791), ‘태종대'(太宗臺)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강세황(1713-1791), ‘태종대'(太宗臺)

강세황이 개성과 근처의 명승지를 답사하며 그린 '송도기행첩' 16점 중 '태종대'이다. 태종대는 개성 북쪽 성거산에 있는 명소다. 사진으로 대략 짐작해 볼 수 있는 박연폭포와 달리 성거산 태종대는 실제 모습이 궁금하다. 여기를 답사하고 기행문을 남긴 김창협(1651-1708)이 "시냇물이 빙 둘러 흐르고 대(臺)의 옆에 입석(立石)이 있으며, 그 꼭대기에 노송이 구불구불 기이하게 걸려 있다"고 한 것을 이 그림과 맞추어 상상해 볼 수밖에.김창협의 묘사대로 시냇물이 우람한 바윗돌들 사이로 흐르는 가운데 앞 쪽의 널찍한 바위가 태종대, 그 왼쪽이 입석, 입석 위에 소나무 두 그루가 있다. 이 계곡의 물로 먹을 갈고 채색을 풀었을 테니 그 수기(水氣)가 그림에 스며있을 것 같다. 갈아 놓은 먹을 물로 다시 묽기를 조절해 가며 먹빛으로 명암 효과를 냈다. 먹색의 농담으로 덩어리 감을 나타낸 커다란 바위들이 물에 잠겨 있기도 하고, 층층이 쌓여있기도 하고, 삐죽하게 열 지어 서있기도 한 가운데 녹색 소나무가 빽빽이 송림을 이루고 있어 여름 피서지로 제격이었을 듯하다. 흐르는 계곡물은 하늘색이 살짝 비치는 불투명한 흰색을 바위 위에 덧칠했는데, 물 위로 드러난 부분에도 살짝 더해 물기를 준 것은 수석(水石)의 풍광을 실감했기에 나왔을 것 같다.태종대에 앉아 종이를 펼쳐놓고 이 풍경을 그리고 있는 사람은 강세황 자신이다. 맑은 물을 만나 일행이 웃통을 벗고 또는 버선을 벗고 물에 발을 담그는 중에도 강세황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명문가의 양반사대부로서 '환쟁이'의 일을 하고 있는 자신을 붓을 들고 종이를 펼쳐 놓은 모습으로 객관화시켜 그려 넣을 수 있을 만큼 화가라는 자의식이 강렬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자의식이 있었기에 강세황은 조선화가들 중 가장 많은 자화상을 남겼던 것이다. 자화상을 초상화의 꽃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를 넘어 회화의 꽃이 자화상이다.'송도기행첩'은 개성유수 오수채를 위해 그린 것이고 애초에 이런 제의를 수락했기 때문에 이 여행과 사생이 이루어졌다. 실경산수는 그 장소를 체험해야하는 그림이라 여행의 기회를 제공하는 후원자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정선의 금강산그림은 서울 장동에 살았던 안동 김씨 집안의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김홍도의 금강산 그림과 진경산수 실력은 김홍도를 단련시킨 든든한 후원자 정조 때문에 가능했다.강세황은 이 화첩의 그림을 '세인 부증 일 목격'(世人不曾一目擊), "세상 사람들이 일찍이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라고 자부했다. 강세황은 도전의 기회를 얻어 이를 실현했고, 오수채는 부임지의 기념물로서 그 곳 풍경을 간직하게 되었다. 오수채라는 후원자의 존재로 인해 개성의 명소는 인문지리의 꽃인 실경산수화로 남을 수 있게 되었고, 우리는 이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2020-08-09 06:30:00

[2020 세상 읽기] 식구(食口)

[2020 세상 읽기] 식구(食口)

우리 사회의 오랜 관습이나 분위기 같은 것이 어느 순간 확 바뀌어있음을 실감할 때가 있다. 가장 놀라운 것 중 하나는 '남아선호' 관념의 변화다. 결혼하면 대 이을 아들 낳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무의 하나였던 우리네였다. 아들 낳으려다 줄줄이 딸부자집이 되기도 했고,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해 평생 냉대받고 죄인처럼 살아야 했던 여성들도 적지 않았다. 철옹성같던 남아선호가 언제적 얘긴가 싶게 요즘은 '여아선호' 가 대세이다.공공장소에서 홀연 담배연기가 사라진 것도 그러하다. 아파트 뒤란 같은데서 눈치 보며 담배 피우는 흡연족이 때로 안쓰러워 보일 정도이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닫기 버튼을 누르던 습관도 이전만큼 자주 볼 수 없다. 기질 탓인지 바뀌는 것도 '빨리빨리'다.요즘 또하나 피부로 느끼는 변화상은 '1인 가구' 급증세이다. 행정안전부 통계에 따르면 2020년 6월 현재 우리나라 주민등록 가구의 38.5%가 1인 가구로 역대 최고치라고 한다. 그 다음이 2인 가구(23.1%).2000년대초만 해도 노부모가 결혼한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움직일 수 있는 한 자식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다" 며 따로 사는 예가 많다.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미혼 자녀들도 늘어나는 추세라 이래저래 1인 가구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집 수요는 오히려 늘어나는 현상과도 맞물려 있다.집집이 식구들로 오글오글했던 때가 있었다. 1970, 80년대만 해도 한집에 자녀 서너명은 보통이었다. 7, 8남매도 더러 있었고, 10남매를 넘나드는 집도 아주 드물지는 않았다. 조손 3대가 사는 집은 10명 내외 식구들로 북적였다. 빠듯한 살림에 지지고 볶으면서도 칡넝쿨처럼 서로를 보듬으며 살았던 시절이었다.하지만 어느샌가 1인 가구가 주류인 세상이 됐다.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보기)' '혼행(혼자 여행하기)' 등 '혼'자 돌림 라이프 스타일이 등장한지도 꽤 됐다.'혼술'이나 '혼영' '혼행' 은 개성이나 취향에 따른 것이라 별 문제가 없다. 반면 '혼밥'은 좀 다르다. 단촐한 밥상을 앞에 두고 홀로 밥을 우물거리노라면 세대를 막론하고 옆구리가 허전해지는건 왜일까.사실 가족이 있어도 저마다 분주한 탓에 함께 밥 먹을 기회가 좀처럼 없는 것이 현대인의 생활이다. 하지만 두레밥상이 있던 시절은 달랐다. 그땐 아침저녁으로 온 식구가 둘러앉아 밥을 먹었다. 고교생 때 였던가, 아침에 여덟 식구가 두 개의 밥상으로 나뉘어 부지런히 수저를 놀릴 때면 늘 라디오에선 경쾌한 멜로디의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인사를 나눕시다 명랑하게, 일년은 365일~♬". 밥을 먹는 우리의 마음도 절로 명랑해지곤 했다.밥상에선 종종 아버지의 지적도 있었다. 밥 한숟갈에 이삼십번은 씹어라, 흘린 밥 알은 주워먹어라, 젓가락으로 반찬 휘정거리지 마라 …. 두레밥상은 곧 밥상머리 교육의 현장이었다.주전부리 부실하던 그 시절, 비오는 날의 수제비나 '정구지 찌짐', 포실포실 분이 나는 찐감자 등은 두레밥상 위의 행복이었다.롱다리 식탁의 등장으로 숏다리 두레밥상은 자취를 감추었다. 식구 수도 줄어 급기야 1인 가구가 대세이다. 냉장고엔 음식물이 가득하지만 사람들은 "입맛이 없다"고들 한다.시인 공광규의 시 '얼굴반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으려나.'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식구(食口)'란 '함께 밥 먹는 사람'이다. 오늘의 우리에게 가족은 있으나 식구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입맛 돋궈주는 정겨운 '얼굴반찬'이 없어지는 것이다. 식구를 불러모으던 두레밥상이 문득 그립다.장맛비 그치자 기다렸다는 듯 매미 소리 그득하다. 7년여 시간을 땅 속에서 견디다 나온 매미가 나무 위에서 목청껏 노래하는 날은 고작 2주 내외.끝자락 비가 다시금 오락가락 하는 사이 매미들이 또 맹렬히 울어댄다. "매미든 사람이든 한번 왔다가 가는 건 도긴개긴 아닌가요~ 하수상한 이 세상, 모쪼록 재미나게 사세요~"라고 외치는 듯 하다.전경옥 언론인

2020-08-08 06:30:00

[광장] 잡초

[광장] 잡초

마당이 있으면 잡초와의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정말이었다.봄에는 전쟁이 아니라 놀이다. 쉬엄쉬엄 놀이 삼아 뽑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장마에 접어들면 모기에 물리고 땀 범벅이 되면서 잡초를 뽑지만 돌아서면 또 무성하게 자란다. 오기가 생기고 잡초에 대해 적개심도 생긴다. 바둑 둘 때는 누워서 천장을 보면 벽지 무늬가 전부 바둑판으로 보이더니, 잡초와 싸움을 벌일 때는 어디를 가나 잡초만 보인다. 그리고 적개심으로 뽑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걷다가 도로의 잡초를 보면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그것을 뽑고 있다. 거리의 잡초는 나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데 왜 뽑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그냥 잡초이니까?3년 전부터 잡초는 정리만 하고 완전 제거하기를 포기했다. 처음에는 내가 키우는 채소, 꽃을 방해하는 잡초를 그냥 둔다는 것이 속이 상했다. 그런데 잡초 뽑기를 포기하자 또 다른 재미있는 현상들이 보이기 시작했다잡초의 사전적인 의미는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면서, 농작물 성장에 방해를 주는 풀이다. 그렇다면 잡초를 나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도록 이해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잡초에 대해 적개심을 버리고 관찰을 하고 공부를 하자 잡초의 다양한 꽃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선 꽃이 예쁘다. 민들레의 노란 꽃이 화려하게, 개망초의 흰꽃이 우아하게, 토끼풀의 작은 분홍꽃이 귀엽게 보였다. 정리되지 않고 어지러운 면은 있었지만 따로 돈 들이고 공들일 필요 없이 꽃밭이 되었다. 그리고 알고 보니 잡초도 먹을 수 있는 것이 많았다. 개망초 잎을 전으로 구워도 좋고, 민들레 잎을 샐러드에 섞어도 약간 쓴맛이 입맛을 돋우었다.과거 요리하는 사람이 텃밭에서 금방 따온 허브로 음식을 내면 우선 기가 죽었다. 뭔가 우아한 분위기가 풍겼다. 그런데 알아보니 지금 허브란 것이 애초에는 들에 피는 잡초였다. 허브라고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내 텃밭에도 처음 씨를 뿌려 둔 것이 몇 년이 지나자 알아서 자라고 있다. 관리하지도 않는데 매년 넘쳐날 정도로 자란다. 땅을 뒤집고 흙을 갈아도 집요하게 자란다. 손님이 오면 그냥 허브 가지를 꺾어서 유리병에 꽂고, 잎으로 요리만 해도 손님들은 기가 죽는다. 우리가 이용하기에 따라 잡초가 되기도, 음식 재료가 되기도 한다는 것을 느낀다.대표적인 잡초는 토끼풀이다. 번식력이 놀랍다. 그런데 토끼풀을 뽑으면서 뿌리를 보니 주위에 작은 혹이 보였다. 자료를 찾으니 질소균을 고정하는 뿌리혹이었다. 질소는 식물이 자라는 데 꼭 필요하다. 스스로 질소 고정을 못 하는 다른 식물 입장에서는 질소를 공급하는 토끼풀이 꼭 필요한 친구인 셈이다. 농부에게 그런 사연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몰랐지만 척박한 땅에는 먼저 토끼풀을 심으라고 어른들이 얘기한 것이 기억난다고 했다. 땅에 토끼풀이 많은 이유를 알게 되니 토끼풀이 귀하게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가 몰라서 그렇지 모든 잡초는 자기 존재 의미를 가지고 자연에 꼭 필요한 존재는 아닐까?무엇보다 잡초를 이해하니까 잡초에 대한 적개심이 없어졌다. 이제는 길에 보이는 잡초를 뽑지도 않는다. 어떤 꽃이 피었는지 살피기도 하고, 시멘트로 꼭꼭 눌러도 틈으로 풀이 자라 나오는 우리나라가 축복받은 땅이라는 생각도 든다.잡초 때문에 느낀 것들이 있다. 고정관념이나 여론에 사로잡혀 사물이나 사람을 판단하지 말자. 대상을 천천히 관찰하고 최종 판단은 나중에 하자. 세상에 필요 없는 존재는 없다고 생각하자. 모든 사람이 해롭다고 생각해도 나에게는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자.

2020-08-07 09:48:41

[ 매일춘추]  대구 십일미

[ 매일춘추] 대구 십일미

전국 어느 곳을 가든 그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있다. 지역의 대표음식은 지역의 특성과 환경에 따라서 생겨난 향토음식이다. 대구도 전국적으로 음식문화와 향토음식이 가장 발달한 고장이다. 대구를 대표하는 대구십미(大邱十味)가 있으며 곳곳에 경쟁력 있는 먹거리 타운이 활발하게 조성되고 있다. 대구시음식선정위원회가 선정한 대구십미는 대강 이러하다. 전쟁 통에도 양반이 어찌 밥과 국을 섞어 먹으랴 해서 탄생한 따로국밥, 6·25 피란시절에 먹을 것이 없어 당면 따위를 간단하게 넣고 먹었던 납작만두, 오로지 멸치만으로 국물을 우려낸 누른국수, 1960년대 성당못 근처 도축장 인근 식당에서 소와 돼지의 부산물 요리로 처음 개발된 막창, 우동을 경상도식으로 얼큰하게 개발한 야끼운동, 달성군 다사읍 부곡리 논에서 양식한 저가의 메기를 매운탕으로 개발한 논메기 매운탕, 매콤달콤 반고개 무침회, 1950년대 소주 안주로 개발된 뭉티기, 복어불고기, 동인동 찜갈비. 이들 모든 음식은 당시 시대상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상 10가지 중에서 아마 한 가지를 더 선정하라면 평화시장 닭똥집도 들어가지 않았을까? 평화시장 닭똥집만큼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음식이 없기 때문이다. 닭똥집 튀김과 평화시장의 만남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50년대 이후 경부선의 수송량 증가로 넓은 부지에 많은 선로를 확보한 역이 대구에 필요해졌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신암동에 1969년 동대구역이 생기면서 아무것도 없이 허허벌판이던 이곳에 평화시장이 생겼다. 한 동안은 칠성시장에 버금갈 정도로 큰 시장이었지만 이 역시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평화시장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그때 평화시장을 살린 것이 닭똥집이다. 지금은 장사를 그만 둔 이두명·나춘선 부부가 1972년 '삼아통닭' 자리에서 도계업을 했었다. 그 무렵, 시장 닭똥집 골목 간판이 있는 도로변에 요즘은 구경할 순 없지만 매일 아침 인력시장이 섰었다. 추운 겨울 날, 모닥불을 드럼통에 피워놓고 불을 쬐고 있노라면 어디선가 나타난 봉고차가 공사 현장에 필요한 만큼 사람들을 실어 날랐다. 선택을 받은 사람은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선택받지 못한 사람은 시장에서 낙심한 마음을 막걸리로 달랬어야 했다.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에 그들에게는 안주는 사치요 그렇다고 막걸리로만 낙심한 마음과 배를 채울 수 없었기에 이들 부부는 마땅히 쓸 곳은 없지만 버리기 아까운 닭똥집을 밀가루를 바르지 않고 그냥 튀겨서 서비스 안주로 주었다. 이것이 닭똥집 골목의 시초였다. 서비스 안주로 나가던 것이 반응이 좋아지자 이들 부부는 닭똥집에 밀가루를 발라 한 접시를 천원에 판매하였고 어느새 삼아통닭은 서민들의 목로주점으로, 닭똥집은 서민들의 음식으로 변해 갔다. 지금은 평화시장 닭똥집 골목도 현대식으로 많이 바뀌었지만 십여 년 전만 해도 좌대에 앉아 다른 사람 눈치 볼 것 없이 정을 나누던 그런 장소였다. 이처럼 평화시장의 닭똥집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대구의 대표음식이다. 대구의 십일미다.

2020-08-06 14:15:11

[춘추칼럼] 찰나의 권력으로 오만에 빠지면 실패한다

[춘추칼럼] 찰나의 권력으로 오만에 빠지면 실패한다

민주국가 의회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일방 표결로 통과시켰다.지난 4일에는 세금 인상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3법(소득세·법인세·종부세법)도 표결로 일방 처리했다. 민주당은 국민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법안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회법(제58조)이 규정한 소위원회 법안 심사, 축조 심사, 찬반 토론 같은 절차를 무시했다. 21대 국회는 삼권분립 헌법 정신과 국회법을 깡그리 무시하면서 오로지 청와대 하명에 따라 군사 작전하듯 법안을 밀어붙이는 통법부로 전락했다. 미래통합당은 "입법 독재의 완성"이라고 반발했고, 정의당조차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원의 입법권마저 침해했다"고 비판했다.현재 민주당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유신 독재 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하명을 받아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했던 '유정회'가 떠오른다. 이런 와중에 윤석열 검찰총장의 작심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그는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헌법의 핵심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는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하는 진짜 민주주의를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은 선출된 권력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작금의 '신종 독재'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당장 정부 여당에 역풍이 불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는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앞서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고, 서울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통합당에 역전되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향후 정부 여당이 정책 실패에 무감각해지고 국민 공감 능력을 잃는다면 이런 추세는 더 악화될 것이다.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 정치에서 경험적으로 입증된 이른바 '집권 4년 차 증후군'이 있다. 절대 권력을 누렸던 역대 대통령들이 집권 4년 차로 접어들면서 예외 없이 국정 운영 리더십에서 큰 위기를 맞이했다. 통상 역대 정부는 집권 초기엔 인사 실패로 휘청거리고 중반에는 정책 실패로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며 임기 말엔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인사 비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대통령은 '레임 덕'(lame duck)이 아니라 정치적 뇌사 상태에 빠지는 '데드 덕'(dead duck)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현 정부는 작년 조국 장관 임명과 같은 인사 대참사로 도덕적 파탄을 맞이했고, 올해는 총선 압승에도 불구하고 남북 관계 경색, 인천국제공항 정규직 전환과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민심이 급격하게 이반되고 있다. 향후 정권 핵심 인사들이 연루된 비리가 터지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현 상황으로 봐서 민주당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그 후엔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 간의 충돌로 집권 세력은 깊은 혼돈에 빠져들지 모른다. 임기 말에 관료 사회가 등을 돌리면 권력 누수 현상이 심화되고 결국 현 정부도 역대 정권과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런 실패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 정부는 인적 쇄신을 통해 최고 정책 전문가를 등용하고, 새로운 국정 과제의 성과를 도출해야 하며, 야당과의 협치를 강화해야 한다.한국리서치는 매월 정부가 추진하는 12개 정책에 대한 국민 평가를 실시한다. 7월 3주 차 조사 결과, 주거·부동산 정책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는 19%로 가장 낮았다. 정책 중요도 평가에선 일자리∙고용 정책을 최우선으로 꼽은 응답이 58%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으로 사회 안전(47%)과 주거·부동산(45%)이었다. 주거∙부동산 정책은 3월 넷째 주 조사 결과와 비교했을 때 중요도가 10%포인트 증가했다. 주거·부동산을 최우선 과제라고 인식하는 비율이 아주 높은 반면, 긍정 평가가 지극히 낮다는 것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여당은 집값 폭등을 이전 보수 정부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야당과 머리를 맞대고 협치를 통해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최고의 부동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단언컨대, 정부가 정책 실패를 무시하고 찰나의 권력에 도취되어 다수결 폭력이라는 오만함에 빠지면 결국 '집권 4년 차 증후군'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2020-08-06 13:32:38

[이종문의 한시산책] 샘물을 노래함(영수석·詠水石)-정약용

[이종문의 한시산책] 샘물을 노래함(영수석·詠水石)-정약용

언제나 샘의 맘은 바깥세상 치닫는데 / 泉心常在外(천심상재외) 험한 돌 괴롭게도 앞을 딱 가로막네 / 石齒苦遮前(석치고차전) 그래도 우여곡절 다 헤치고 지나가서 / 掉脫千重險(도탈천중험) 태연하게 술술 흘러 골짜기를 나간다네 / 夷然出洞天(이연출동천)널뛰기의 유래를 알고 있느냐고? 잘 모르겠지만 민간 속설에 따르면 널뛰기는 담장 밖의 세상을 보고 싶어 하는 여성들의 간절한 욕망의 소산이라고 한다. 그네타기도 같은 이유로 이 세상에 태어났을 가능성이 있다. 널뛰기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더 큰 세상, 더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 때문에 그네가 태어났을 수도 있으니까.강가에서 어린 날을 보낸 사람들은 대개 다 기억하고 있지 싶다. 황혼녘이 되면, 유난히도 많은 피라미들이 수면 위로 폴짝폴짝 뛰던 것을. 왜 그럴까? 잘 모르겠다. 혹시 저녁놀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물론 강물 속에서도 저녁놀을 볼 수는 있지만. 그것은 구두를 신은 채로 발등을 긁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터. 그래서 피라미는 저녁놀을 두 눈으로 똑똑하게 보기 위해서 수면 위로 냅다 뛰는 것이다. 청어가 바다 위로 뛰는 것도 혹시 바깥세상에 대한 궁금증 때문일지도 몰라. 그러다가 더러 바닷가의 마른 나뭇가지에 두 눈을 관통 당해 겨우내 과메기가 되기도 하고. 바깥세상을 꿈꾼다는 것은 이토록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좁은 세상에서 더 넓은 세계를 동경하는 것은 위의 시에 등장하는 샘물도 마찬가지다. 깊은 산속에서 솟아난 샘물은 솟아난 순간부터 바다를 향해 머나먼 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이 순조로울 리가 없다. 출발하자마자 험상궂은 바윗돌이 앞을 딱 가로막기 시작하니까. 그 험한 돌을 돌아나가도 우여곡절이 곳곳에서 도사리고 있다. 천길만길의 아찔한 벼랑이 난데없이 불쑥 나타나면, 눈을 딱 감고 뛰어내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파란만장의 장애물들을 모두 다 뛰어넘고 나면, 샘물은 결국 골짜기를 벗어나서 최종적인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우와! 바다다, 바다!그런데 가만, 이 작품이 노래하는 것이 과연 샘물일까. 그렇지는 않다. 아마도 다산 자신이 살아갈 삶을 샘물을 빌려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 게다. 결과적으로도 다산의 삶은 이 시에서 노래한 샘물과 같다. 정치적 부침과 무려 18년 동안의 귀양살이가 바로 샘물의 파란만장과 다를 바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리하여 마침내 학문의 바다에 닿아 500권이 넘는 저서를 남겼고, 루소, 드븨시, 헤르만 헤세와 함께 유네스코 선정 '2012 올해의 기념 인물'에 오르는 세계적 거인이 된 것도 바다가 된 샘물과 다를 바 없으니까.이종문 시조시인, 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2020-08-06 13:18:17

[ 매일춘추] 전시를 여는 사람들

[ 매일춘추] 전시를 여는 사람들

일반적으로 갤러리에서 전시를 열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전시의 준비는 기본적으로 누가(전시 기획자), 언제(전시 일정), 어디에서(전시 공간), 무엇을(전시 주제 및 내용), 어떻게(전시 구성 및 방법), 왜(전시 기획의도)의 기준을 통해서 진행된다.전시 준비 중 어느 미술품 운송·설치 관계자가 "작품이 안전하게 전시장까지 도착했을 때 가장 뿌듯하다"라고 하며 조심스럽게 작품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그는 안전하게 운송해 온 작품이 전시장에 설치되었을 때 비로소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그때야 비로소 필자는 미술품 운송·설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차렸다. 예술 작품이 이동할 때 회화, 조각, 도자기, 사진,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에 따라 재료의 특성을 파악한 포장의 기술이 필요하다. 예술 작품의 포장은 주로 완충재, 에어캡, 크레이트(나무상자) 등으로 마무리하여 무진동 차량으로 이동한다. 무진동 차량은 미술품 운반을 위해 특수 제작된 차량으로, 충격 완화는 물론 온·습도 조절까지 구비되어 있다. 이것은 작품 파손을 최소화시키는 장치이다. 예술 작품 중에는 온·습도에 매우 민감한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 외국의 작품이 국내로 반입되는 경우에는 포장에 더 신경 쓰고 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물감이 녹아내리거나 훼손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에 도착한 작품은 컨디션 체크를 거친 후에야 본격적인 설치가 가능하다. 따라서 예술 작품의 특성을 고려한 포장과 운송이 제대로 이루어져야만 전시를 열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운송 과정에서 작품 파손이나 훼손이 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전시회 개최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최근 국내의 한 미술관에서는 전시 작품 운송 과정에서 1억원 상당의 작품이 일부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되었다. 안전한 규칙에 따라 포장하지 않은 결과로 한국화 작품의 모서리 일부가 훼손된 것이다. 그리고 광주 비엔날레 전시 작품 중 스위스에서 전달받은 35억원 상당의 설치미술품이 파손되어 온 사례도 있었다. 전시를 여는 사람들 중 필자가 만났던 미술품 운송·설치 관계자들처럼 작품의 특성에 대한 꾸준한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전시를 여는 데 있어서 작품의 특성에 따른 적절한 포장과 안전한 운송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들은 작품의 특성에 따른 완벽한 포장과 안전한 운송의 방법을 진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술품 포장 및 운송·설치 관계자는 전시를 여는 사람들 중에서 또 다른 분야의 전문가이다. 그들은 경우에 따라 작가의 작업실을 사전 방문하기도 하며 작품의 특성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여 포장과 운송의 정확도를 높인다. 그것이 작품에 대한 예의이고 성공적인 전시회 개최를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전시를 여는 사람들'의 활약 덕분에 예술 작품은 관람객들에게 빛나게 선보일 수 있는 것이다.

2020-08-06 13:11:01

[기고] 통합신공항으로 대구경북 미래가 바뀔 것

[기고] 통합신공항으로 대구경북 미래가 바뀔 것

우여곡절 끝에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부지가 군위 소보면, 의성 비안면 일대로 확정되어 대구경북 지역 발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었다.항공산업 분야 특성화 대학인 경운대학교는 신공항과 불과 9㎞ 떨어진 곳에 위치해 신공항의 안정적인 이전과 신공항에 바탕한 대구경북 지역 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어 무거운 짐을 진 느낌이다.2000년대 초반 경운대가 항공 분야로 특성화 방향을 잡고 항공운항학과를 비롯한 항공산업 전 분야의 인재 육성을 목표로 관련 학과를 개설할 때 우려의 시선이 많았다.항공산업 자체가 워낙 미래지향적인 데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져 왔고, 관련 인프라도 적은 탓에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실제로 대학 주변의 항공산업 관련 기반은 미미했다.경운대는 항공 분야 연구 역량 강화 및 인재 양성이라는 본연의 목표 이외에 관련 산업 클러스터를 확충하고, 결집시키는 데도 나서야 했다. 대학 구성원들은 항공산업 전도사가 되어 항공산업의 중요성과 발전 가능성을 지역사회에서 환기시켜야 했다.그 결과 영천의 항공부품 클러스터, 구미의 항공스마트캐빈 클러스터 등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또한 대학 내에 자체적으로 항공정비기술원, 비행교육원, 무인비행교육원 등 국가가 공인하는 항공 분야 핵심 3개 교육원을 개설해 전문성을 인정받은 항공 분야 인재들을 양성하였고, 풍부한 항공 전문 인력이 배출되어 지역의 항공산업 기반이 튼튼하게 되었다.이런 상황에서 통합신공항은 형성기 대구경북 항공산업의 폭발적인 발전을 이끌어 대구경북의 미래를 안정적으로 열어갈 항공산업의 꽃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지역 생산 유발효과는 36조원에 달하며, 관련 일자리는 40만 개 이상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공항 주변에는 공항 근무자를 위한 미니 신도시가 건설될 것이며, 정주 여건 개선을 위한 인프라와 문화시설도 들어설 것이다.또한 대구 등 각 지역과 신공항을 잇기 위한 도로망이 재정비될 것으로 보인다. 공항철도, 연계 고속도로 신설 등이 입안 단계에 들어갔다.이런 교통 인프라 확충을 기점으로 경북도와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관광산업 육성을 위한 노력들도 함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통합신공항이 가져온 고무적인 변화이다.항공산업은 이제 대구경북의 핵심산업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항공산업과 관련된 연관 산업 분야는 무수히 많다. 항공운항, 항공부품, 항공정비, 항공물류, 공항운영, 항공보안, 관제, 통신, 항공인테리어, 항공서비스, 무인기 등 셀 수 없는 분야가 있다.창출 가능한 지역 생산 유발효과는 거의 무한대이다. 그러기에 항공산업은 지역의 새로운 신사업 성장 동력이 될 것이며, 통합신공항으로 인해 현실화의 속도가 빨라질 것이다.현재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에 대비해 발전 전략을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항공산업 각 분야에서 관련 학과를 갖추고 전문 인력을 배출해온 경운대도 교육의 질을 높여 통합신공항에 양질의 인력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항공교육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통합신공항 부지 확정을 계기로 낙후된 대구경북의 미래를 위해 지역사회의 협업과 능동적인 움직임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이다.이런 움직임들이 국토의 균형 성장과 국가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2020-08-05 15:19:39

[오정일의 새론새평] 미국 대통령선거 예상

[오정일의 새론새평] 미국 대통령선거 예상

3개월 후 미국 대통령선거가 있다. 대체로 언론은 조 바이든의 승리를 예측한다. 미국 내 모든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하는 리얼 클리어 폴리틱스(Real Clear Politics)에 의하면 7월 셋째 주 기준 바이든이 도널드 트럼프에 8%포인트(p) 차이로 앞서 있다. 양자 대결에서 8%p는 작은 차이가 아니다. 선거에 따라 지지하는 정당이 달라지는 9개 주(州)의 경우 지지율 차이는 5.3%p이다.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아이오와,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주만을 보면 차이는 4%p로 줄어든다.미국의 대통령선거 방식은 특이하다. 후보는 자신이 이긴 주에 배정된 대의원을 모두 가져간다. 대의원 수가 적은 주에서 크게 이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작은 차이라도 대의원 수가 많은 주에서 이겨야 한다. 2016년 대통령선거에서 트럼프는 득표율은 낮았으나 더 많은 대의원을 확보해 당선되었다. 여론조사에서 확실하게 우세한 주를 바탕으로 계산한 대의원 수는 트럼프가 63명, 바이든이 118명이다. 현재 누구의 몫인지를 알 수 없는 대의원 수는 274명이다. 우연의 일치이지만 바이든이 확실하게 우세한 캘리포니아주를 제외할 경우 두 사람의 예상 대의원 수는 같다.금년 3월 이후 트럼프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경기 침체, 인종 갈등이라는 악재(惡材)에 시달렸다. 트럼프의 지지율은 이미 바닥을 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률이 여전히 높지만 사망률은 낮다. 금년 3월 하루 2천 명이었던 사망자는 7월 기준 500명으로 감소했다. 백신과 치료제도 개발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미국 경제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사라진 일자리의 3분의 1이 복구되었다. 금년 4월 45%까지 떨어졌던 전년 대비 자동차 1대의 연료 사용량이 6월 말 기준 90%로 회복되었다.최근 실시된 워싱턴 포스트와 ABC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바이든이 인종 갈등과 코로나바이러스에 잘 대응할 것이라는 응답이 많다. 그러나 "누가 미국 경제를 잘 운영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47%가 트럼프를, 45%는 바이든을 선택했다. 바이든의 무역 정책은 트럼프와 다르지 않다. 바이든 역시 관세 부과를 통한 국내 산업 보호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두 사람의 차이는 실업 대책에서 드러난다. 바이든은 실업 급여 지급과 부자에 대한 증세(增稅)를 주장한다. 미국 민주당의 주장대로 계속해서 방역을 강화하면 실업률이 높아지므로 실업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증세가 불가피하다. 트럼프는 중소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서 고용을 유지하려고 한다. 트럼프의 실업 대책은 코로나바이러스에 취약하지만 증세는 필요하지 않다. 이러한 정책적 대립은 트럼프에게 불리하지 않다.미국 대통령선거의 초점이 트럼프라는 사실도 바이든에게 불리하다. 바이든은 유권자의 관심 밖에 있다. 워싱턴 포스트와 ABC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트럼프 지지자의 72%, 바이든 지지자의 67%가 '트럼프' 재선을 위해 또는 재선을 막기 위해 투표한다고 응답하였다. 반면, 바이든 지지자의 24%, 트럼프 지지자의 21%만이 '바이든' 당선을 위해 또는 당선을 막기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하였다. 지지자의 응집력도 트럼프가 강하다. 같은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자의 70%가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응답하였다. 바이든 지지자의 경우에는 이 비율이 40%에 불과하다. 투표율이 높지 않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투표 의향은 당락(當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현재 시점에서 내가 판단한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50%이다. 변수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사망률이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사망자가 많을수록 트럼프의 재선 가능성은 낮아진다. 다른 하나는 실업률이다. 금년 11월까지 미국의 실업률이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수준은 되지 않을 것이다. 실업률이 유권자가 허용할 수 있는 수준일 것인지가 관건(關鍵)이다. 미국 대통령선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2020-08-05 11:30:00

[매일춘추] 대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대학’도시다

[매일춘추] 대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대학’도시다

휴가를 맞아 부모님을 뵈러 온 동생의 손에 두툼한 서류 뭉치가 들려져 있었다. 휴가까지 가지고 온 서류가 궁금해 들여다보니 얼마 남지 않은 조카의 대학 수시모집 관련 서류였다. 평소엔 직장 일로 바쁘니 휴가기간 동안 자식의 서류를 읽어 봐주기로 약속하고 가져온 것이다. 덜컥 약속은 했지만, 달랑 두 쪽짜리 기록을 가지고 졸업한 세대인 동생에게 수십 장에 달하는 생활기록부는 낯설고 당혹스러운 경험을 안겨주었다. 아들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어설픈 반성을 들으며, 대학 입시에 관한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기생충'에서 동생 기정은 사수생인 오빠 기우에게 연세대 재학 증명서를 위조해 준다. 기우는 아빠에게 "전 이게 위조나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 내년에 이 대학 꼭 갈 거거든요"라고 말한다. 기우는 왜 이 대학에 가려고 하는 걸까? 비록 가짜이긴 하지만 기우의 연세대 재학 증명서는 사수생인 기우가 부잣집 과외 아르바이트 자리를 얻기 위한 패스이다. 그 종이 한 장의 신뢰성은 여동생 기정을 미국 시카고대 나온 미술치료사 제시카로 보증해 주었고, 아빠 기택과 엄마 충숙을 취직시키는 연줄이 되었다.기우는 그 대학에 들어갈 수 있을까? 상류층은 막강한 '경제 자본'을 이용해 자식들에게 '학력 자본'을 안겨 삶의 수준을 세습하려 한다. 이 과정에서 대학 입시의 스펙 전쟁이 시작된다. '2019학년도 서울대 수시 합격생 현황'에 따르면, 서울대 입시에서 수시전형으로 합격한 학생 중 봉사, 동아리, 교내 수상 등 각 영역에서 최고 실적을 기록한 스펙은 봉사활동 489시간, 동아리 활동 374시간, 교내 수상실적 108건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 1학기까지 교내 상장을 108개 받았다면 매주 1번은 상을 받은 셈이 된다. 여기에 조국과 나경원 자녀의 예에서 보듯, 금수저를 문 아이들은 부모의 '사회관계 자본'을 이용해 국내외 영문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황금빛 스펙을 손에 쥔다.원래 수시전형은 수능 위주의 정시모집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도입됐다. 학교생활의 공식 기록인 학생부를 토대로 학생의 잠재력을 평가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평가 기준이 모호해 공정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정확한 합격 기준을 몰라 일단 최대치로 준비하고 보자는 스펙 인플레이션이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화 에서 사수생 기우가 아버지 기택에게 "내년에 이 대학에 꼭 갈 거예요!"라고 다짐하지만, 현실적으로 아무런 스펙이 없는 그가 연세대에 들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 논쟁에서 드러났듯이 명문대는 일부 유력인사들이 자녀에게 계급을 세습시키기 위한 변칙과 반칙이 난무한 격전장이 되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통로가 봉쇄되었을 때 그 사회는 병든 사회가 된다. 대학은 그 통로를 공정하게 열어주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하고, 우리의 지금 교육 현실에 대한 깊이 있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2020-08-05 11:19:47

[종교칼럼] 코로나19와 진정한 종교 생활

[종교칼럼] 코로나19와 진정한 종교 생활

조깅을 아침마다 학교 안에서 하지만 옆 조산천 변으로 나가기도 한다. 그럴 때에는 넓은 바위 위나 모래사장에 촛불, 쌀, 과일들을 차려 놓은 모습들을 만나곤 한다. 다른 곳에서도 경험한 것이기에 이것은 사람들이 무엇인가 간절히 바라는 기도를 하고 간 자취란 것을 짐작한다.예전에는 이런 것을 미신 행위로 여기고 눈살을 찌푸리며 사과나 배를 한두 개 주워 들고 가면서 먹거나 아는 사람에게 주곤 했다. 요즘은 아직도 이런 행위가 있는 것을 의아해하며 그곳에서 기도한 사람의 청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게 된다.오래전 하양성당의 주임신부로 일할 때 이곳의 종교 분포를 어느 정도 파악한 적이 있다. 성당 하나에 열 개 정도의 개신교 교회가 있고 이보다 많은 수의 절이 있으며, 남묘호렌게쿄 등 각종 종교들이 마치 종교박람회처럼 구석구석 자리 잡고 있다. 대문 옆에 대나무를 세워 놓은 무당집들도 있고 점집들도 있으며 어떤 낯선 이름의 도사를 앞세워 운세를 봐주는 시설도 있다. 이러한 각종 종교 시설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은 이들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정신적으로나 금전적으로 기여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우리들로 하여금 좀 더 깨어나게 하여 일반 생활 영역에서는 물론 종교 영역에서도 진위 여부를 냉철하게 가려 보게 하고 있다. 우리가 다 알지 못하는 각종 의식들을 동원하고 수많은 말들로 장식을 했지만 모아서 종합해 보면 결국 막연한 주술적인 행위나 그러한 기도에 불과한 것은 코로나19 사태에서 어떤 긍정적인 역할도 하지 못하기에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여러 가지로 우리를 힘들게 해온 코로나19는 다른 편으로 우리에게 많은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말들을 한 종교단체들 중 실제로 그러한 일이 일어나도록 할 수 있는 종교와 그렇지 않은 종교를 분별할 잣대를 알려주고 있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올바르고 진정한 종교는 다시 활력을 찾아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해나갈 것이다. 다른 기회에는 처리하기 힘들었던 자신 안에 있는 쇄신되어야 할 요소들을 이번 기회에 쇄신하여 신선함을 회복하기도 할 것이다.많은 화려한 말들과 의식들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왔지만 진정성이 결여되어 결국은 그들을 속이며 등쳐 먹기만 했던 사이비 종교들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의식이 깨어난 사람들을 다시 불러 모으기에는 역부족일 것이고, 시간 속에서 서서히 도태되고 말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서 우리는 어떤 종교가 사람들의 구원에 도움이 되는 진짜 종교이고 어떤 종교가 그렇지 않은 가짜 종교인지 알게 될 것이다.코로나19는 또한 우리에게 긴급히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참으로 소중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하는 것이 좋은 것과 하지 않는 것이 나은 것들을 분별할 잣대들도 알려주고 있다. 지금 일자리를 잃고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을 보면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의식주를 마련하는 일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기에 일자리 유지와 창출은 대단히 중요한 사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다른 편으로는 덜 움직이고 덜 소비해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많은 만남들과 부산함으로 정작 매우 중요한 나 자신과의 만남, 나 자신이 되는 데 필요한 고요한 시간, 독서와 성찰, 명상과 기도를 소홀히 해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비록 코로나19에 의해 강요되기는 했지만 이전보다 다소 고요해진 삶의 방식과 현명한 판단력을 유지하여 참된 종교적 삶으로 진정한 나 자신이 되고 이웃도 그렇게 되는 데 한몫해 나간다면 삶의 보람을 느끼며 행복해질 것이다.

2020-08-05 10:05:46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공장서 구조된 고양이 '심심이'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공장서 구조된 고양이 '심심이'

출근할 때마다 반가운 동물병원 고양이 친구들이 있다.해리, 샤베트, 탄야, 다비, 챠샤, 그리고 오늘부터 심심이가 합류했다. 다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버려졌거나 구조돼 동물병원에 정착한 고양이들이다. 사연은 각각 다르고 적응하는 기간도 달랐지만 이제는 각자 자기만의 자리를 차지하며 내원하는 고객들이랑 환자 친구들을 위로하고 있다. 참 신기하게도 동물병원에 오시는 고객들이나 환자 친구들을 전혀 불편하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동물병원 고양이 스탭들로 인정해주고 있다.병원 생활 7년 차 이상인 터줏대감 '해리'와 '샤베트', TV동물농장에서 구조되어 한쪽 앞다리를 절단했지만 온 병원을 헤집고 다니는 '탄야', 경남 창녕 하천가에 버려진 품종묘 중 한마리인 '다비', 냥줍(길거리 새끼 고양이를 입양한 경우를 표현하는 말) 되어 온 노랭이 '챠샤', 다섯마리의 고양이들이 자기들의 공간에서 내원하는 고객들과 동물 환자들을 맞이한다.오늘 아침에는 진료실에 들어서자 소파 아래서 고개를 내미는 낯선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엔 검진 받으러 온 고양이 환자겠지 생각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런데 피하지 않고 자기 몸을 비비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심심이임을 눈치챘다. 털을 깎아서 더 몰라봤지만 입원실 밖에서는 처음 마주하는 경우라 무척이나 생소하면서도 대견스러웠다. 아팠던 동물이 건강을 회복하고 나를 신뢰하고 마음을 열어줄 때가 수의사로서 가장 보람차다.심심이는 유난히 애틋한 사연을 가지고 있다. 지난 5월 김해 고양이공장에서 구조되어 본원으로 위탁 입원된 두 마리 중 한 마리였다. 구조하러 가신 분들의 말로는 고양이공장의 고양이들은 뜬창에 갇혀진 채 전염병과 피부병이 만연되어 있었으며, 분양 시기에 질병으로 가치가 없어진 고양이들이 천덕 꾸러기 취급받으며 뜬창 한 켠에 나눠져 있었다고 했다. 심심이 주변에는 죽은 고양이 사체가 놓여있었다고 했다.심심이와 함께 입원한 동그리는 지난 달 입양됐다. 동그리는 구조 당시 눈병이 심해 각막이 뿌옇게 변해있었으며 눈주변 피부는 심하게 짓물러 있었다. 피부병도 심했다. 두달여 치료를 받은 후에야 호전되어 지난 달 새 가족에게 입양되었다. 입양하신 분은 달서구의회 의원이셨다. 본인도 시각 장애를 가지고 계신 터라 동그리가 더 마음에 쓰였던 모양이다.그 분은 동그리를 몇 번 더 보러 오신 후에야 입양을 결정하셨다. 만성적으로 바이러스성 질환에 노출된 고양이는 평생 그 질병으로부터 완치되기 어려우며, 면역이 약해지면 곧 잘 증상이 반복된다는 설명을 들으셨기 때문이다. 넉넉하지 않은 처지에 병원비 부담을 걱정하셔야 했다. 유기냥이, 구조냥이, 길냥이를 잘 보살피겠다는 의지만으로 입양해서는 곤란하다. 치료와 건강 관리를 위한 경제적인 여건도 충분히 고려해야 했다.심심이는 동그리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피가 섞인 콧물이 딱지져 입주변이 짓물러 있었고 재채기를 할 때마다 핏물이 주변으로 튈 정도였다. 몸도 말라있었고 피부병도 만연해있었다.심심이는 동그리가 떠나간 후에도 오랫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으며 서서히 건강이 회복되었다. 여전히 만성 바이러스 질환이 언제라도 재발될 수 있는 처지지만 동물병원을 활보하며 동료 고양이들과 어울려 지내는 모습이 대견스럽다. 피부병이 있고 털도 듬성듬성 깎여있어 이쁜 모습은 아니지만 스탭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이 있다수익증대를 목적으로 고양이를 뜬창에 가두어 밀집 사육하는 생산업을 고양이공장이라 부른다. 고양이공장을 강아지공장 이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라고 비난하는 이유가 있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수의 고양이들을 키우면 전염성질환들이 만연해질 수 밖에 없다. 대부분의 고양이 바이러스성 전염성 질환은 완치가 어렵고 평생 잠복 상태로 유지되며 바이러스를 재확산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분양된 새끼 고양이들은 겉으로는 건강해 보이더라도 이미 다양한 바이러스들이 잠복되어 있으므로 면역이 약해지는 시기에 질병화될 가능성이 높다.고양이 사육 환경은 개보다 더 넓고 높은 공간이 필요하며 전염성 질병이 의심되는 개체는 반드시 격리해 보살필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반려묘 붐이 일고 있다. 누구나 이쁘고 사랑스러운 고양이의 집사가 되고 싶어한다. 사랑스러운 새끼 고양이를 사고자 결정하기 전에 한번 쯤은 심심이를 떠올려보자. 귀여운 새끼고양이의 탄생을 위해 수 많은 고양이들이 희생 당하지 있지는 않았을까 고민해야 한다. 사지말고 입양하자는 취지이다. 수의학박사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 동물농장 동물수호천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원장은 개와 고양이,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치료한 30여년 간의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동물의학정보와 반려동물문화를 알리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동물명은 가명을 사용하고 있음을 양지부탁드립니다)

2020-08-04 18:30:00

[경제칼럼] 주택 수요가 변하면 공급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경제칼럼] 주택 수요가 변하면 공급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현 정부는 지난달 22번째 '7·10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 부동산 시장의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주택자는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는 투기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따라서 이제까지 발표된 부동산 대책은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대출 규제 방안과 다주택자의 보유 주택 처분을 압박하기 위한 퇴로 없는 전방위적 세금 인상 등과 같은 수요 억제 정책에 치중해 왔다.주택 문제를 해결하려면 현상에 대한 이해와 정확한 원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공급은 충분하나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 때문에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는 정부의 주택 시장 진단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먼저, 주택 보급률과 주택 공급 목표(기준)는 상이한 개념이다. 우리나라 주택 보급률은 전국 104.2%, 서울 95.9%, 수도권 99.0%, 대구 104.0%로, 일부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소유 형태별로 보면 자가 보유율은 서울 42.7%, 경기 53.5%, 대구 59.8%로, 다주택자는 주택 재고량의 약 50%를 투기적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다주택자가 여러 채의 주택을 매점매석식으로 보유함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매물 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주택 보급률(총가구수를 총주택수로 나눈 값)에 적용된 총주택수에는 노후불량주택도 포함돼 있다. 서울시의 경우 총주택의 7.2%인 17만6천 호가 40년을 경과한 노후주택이다. 특히 단독주택의 25.6%인 10만1천683호는 경과 연도가 40년을 초과한 노후주택에 해당한다. 대구시의 경우 총주택의 8.03%인 5만3천185호가 40년이 지난 노후주택이고, 단독주택의 26.7%인 4만2천662호는 40년이 경과된 노후주택이다.노후주택은 주거 서비스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불량주택이다. 현실적으로 노후주택에는 경제적 형편상 어쩔 수 없이 거주하는 영세한 포로 거주자(Captive User)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노후주택은 20, 30대 젊은 수요층 및 실수요자들이 거주를 꺼리는 단독주택에 집중돼 있다.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고 시장 수요자들이 외면(기피)하는 노후불량주택은 주택 공급을 위한 목표량(주택 공급 기준)에 포함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40년 이상 경과된 노후주택을 제외한 대구시의 주택 보급률은 98.9%로, 공실률 및 멸실률을 감안한 적정 주택 보급률 102.0%에 미달하는 수준이다. 주택의 양적 및 질적 기준에서 현재 대구 주택 시장은 적어도 과잉 공급된 상태는 아니다.자동차와 주택은 물리적 수명까지 사용하는 상품이 아니라 경제적 수명까지 사용하는 대표적인 경제재다. 운행 가능한 노후 차를 새 차로 바꾸는 것이 유지관리비 측면에서 비용이 절감된다면 대다수 소비자는 노후 차를 폐차하고 새 차를 사게 된다.주택 역시 안전진단을 통해 물리적으로 사용 가능한 기간까지 강제적으로 거주하도록 강요할 것이 아니라 재개발 혹은 재건축을 통해 보다 높은 사용 가치(임대료)를 창출할 수 있는 다른 부동산으로 변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둘째, 금융위기 이후 밀레니얼 세대(1980∼2000년대 출생한 20, 30대 세대)가 주택 시장의 핵심 수요 계층으로 진입함에 따라 주택 수요는 다양한 패턴으로 변화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의 결혼 지연 및 기피 현상으로 인해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주택에 대한 수요는 양적·질적으로 다양한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다.밀레니얼 세대 신혼부부 대다수는 맞벌이하기 때문에 외곽의 신도시보다는 교통과 편의시설 접근성이 양호한 역세권 주택을 선호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주로 도시의 아파트에서 태어나 도시환경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도시환경적 유전자와 연어처럼 도시 귀소본능을 지니고 있는지도 모른다.이들은 단독주택보다 아파트, 중대형 아파트보다 소형 아파트, 구축 아파트보다 신축 아파트, 신도시보다 기존 도시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하다. 이처럼 변화된 핵심 수요 계층의 주거 욕구를 기존에 공급된 재고 주택이나 신도시 개발로 충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므로 그들의 눈높이와 선호도에 부응할 수 있는 정책으로 변화돼야 한다.이제 주택 공급 정책은 개발 시대의 양적 공급 정책에서 탈피해 수요의 다양성과 새로운 주거 욕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는 수요 지향적·질적 공급 정책으로 전환돼야 할 시점이다.

2020-08-04 14:06:33

 [매일춘추 ] 국가균형발전-독일의 경우

[매일춘추 ] 국가균형발전-독일의 경우

지난주 라는 여름계절학기를 종강했다. 꽤 오래 이 강의를 담당해온 필자는 독일이 국가균형발전을 성공적으로 이루게 된 역사적 배경을 특별히 강조하는 편이다. 이번에 이 문제에 학생들의 관심이 유독 크다고 느꼈는데, 느닷없는 집권여당의 공공기관 추가 지방 이전 계획 때문이었던 것 같다.매일신문 사설(7월 27일자)은 이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 차원에서 시급히 추진해야 할 국정과제"를 "정부·여당이 뚝심 있게 추진하"라고 썼다. 진영을 초월한 정론지의 직필이었다. 왜 우리 정치권은 "대구경북특별자치도, 대전충남특별자치도 식으로 지역을 권역별로 묶어 입법·재정·인사·조직 권한을 부여하는 분권화 전략"(한겨레 7월 27일, 김형기 지방분권개헌국민행동 상임대표) 같은 국가개조론에 버금가는 국가균형발전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는가?분산과 분권 반대 단골 메뉴인 '국가경영 효율성 저하'라는 것만 해도 그렇다. 사실이 그렇지 않음을, 오히려 그 반대임은 지방분권 모범국 독일이 증명한다. 기본적으로 독일인들은 '흩어져' 산다. 8천372만 명의 유럽 최대 인구국 독일 제1의 도시인 수도 베를린은 고작 340만 명에 불과하다. 베를린에 국회, 총리관저, 재무부 등 주요 국가기관이 있으나, 헌법재판소, 중앙은행, 금융감독청 등 많은 정부기관들은 여러 지방도시에 흩어져 있다. 메이저급 신문·방송사, 대기업의 본사도 수도에 있지 않다. 대표적인 독일 주가지수 '닥스30'의 30대 상장기업 본사와 전체 기업의 99.7%를 차지하는 중소(강소)기업들 역시 수많은 지방 (중)소도시에 자리 잡아 독일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훌륭히 해내고 있다.고속도로(아우토반)를 보면 흩어져 사는 그들의 모습이 보인다. 독일 고속도로망은 방사형이 아니라 격자형으로 짜여 있어 국가의 중심이 지방도시 곳곳에 분산되어 있음을 잘 보여준다. 독일에서 분산과 분권은 바늘과 실이다. 분권 없는 분산, 분산 없는 분권은 있을 수 없다. 국가라는 큰 울타리 안에서 국민은 모두 균등한 생활수준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컨센서스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컨센서스를 가능케 하는 제도적 장치가 '재정균형제도'인데, 각 주의 경제력 균형을 유지하게 하는 일종의 안전판이라 할 수 있다.교환교수 등의 일로 독일을 여러 차례 방문했고 생활도 해 보았지만, 필자는 매번 독일의 '감동적인(!)' 국토균형발전상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외국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말처럼, 필자는 독일 갈 때마다 '우리는 왜 이렇게 못 살까' 라고 고민에 잠기는 대책 없는 애국자가 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이번 여름계절학기에서 학생들과 비대면 수업을 하다 애국병이 또 도졌다. 아무리 '비정상이 정상이 되는 이상한 나라'가 되었어도, 5천178만 국민 중 2천596만(2020.7.1. 기준)이 수도권에, 1천만 명이 서울에 몰려 사는 이 나라가 과연 정상일까?

2020-08-04 11:50:35

[기고] 코로나 이후 사회복지 현장에 변화가 필요하다

[기고] 코로나 이후 사회복지 현장에 변화가 필요하다

2020년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확산은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사회현상을 경험하게 하였다. 너무나 일상적인 생활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도 일깨우는 계기가 되었다.이제는 수많은 위기 상황을 겪고 극복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로나19 이후 사회복지 현장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되짚어 보아야 할 시점이다. 기존의 사회복지서비스 제공 방식과 전달체계에도 새로운 대응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먼저, 사회복지시설별(이용자의 특성) 감염병 예방을 위한 대응 매뉴얼이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 거주시설을 이용하는 사회복지 대상자의 경우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으며 장애인의 경우는 면역력이 취약한 사람들이 많다. 아울러 함께 생활하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세부적인 매뉴얼도 마련되어야 한다.매뉴얼은 코로나19를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복지 종사자와 복지 전문가, 보건 및 의료 전문가 등이 함께 참여해서 시행 가능하고, 거주시설과 이용시설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어야 한다.둘째,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재가복지서비스가 확산되어야 한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거주시설에서 감염병이 발생할 경우 집단감염으로 이어지고 사망자가 증가하였다. 이는 그동안 시설 중심 사회복지서비스의 취약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요양시설을 선호했던 이용자와 그 가족들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에 취약한 요양시설의 단점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지역사회 내의 복지 제공 기관과 단체를 중심으로 하는 재가서비스의 확대와 지원체계가 확산되어야 한다.셋째, 개별 또는 소규모(집단)의 복지서비스 제공과 전달체계의 전문화가 요구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대구와 경북의 대부분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경로당, 무료급식소 등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과 기관들이 휴관하였다. 이들 기관을 이용하여 서비스를 이용하던 많은 사회복지 대상자들과 지역 주민들은 복지서비스 사각지대로 전락하게 되었다.이러한 상황은 그동안 집단적으로 제공하던 사회복지서비스를 개별 또는 소규모(집단)의 사회복지서비스로, 제공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역사회 중심의 사회복지 대상자와 주민들이 겪는 심리적인 고충을 상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하고 제공할 수 있는 인력과 전달체계가 전문화되고 보강되어야 한다.넷째, 민간과 공공의 거버넌스가 제도화되어야 한다. 코로나19로 많은 후원물품이 접수되었지만, 정작 필요한 곳에 나누어 지원할 수 있는 체계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시·군·구별로 행정과 민간의 복지시설과 기관 및 단체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가 준비되어야 한다. 기존의 사회복지 대상자는 물론 고용보험 사각지대의 노동자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들을 신속하게 발굴하고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체계가 제도화되어야 한다.코로나19는 그동안의 사회관계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감염병 확산에 대비한 새로운 교환과 소통의 사회관계 방법을 찾고 적응하고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감염병 확산에 대응하는 매뉴얼 개발과 서비스 방식 변화 그리고 협력체계 제도화 등 전달체계에 대한 변화와 대응 방안이 새롭게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문가 및 사회복지사들의 경험과 지혜를 모야야 할 때이다.

2020-08-03 18:01:16

[김태선의 디자인, 가치를 말하다] 요즘 라떼는...

[김태선의 디자인, 가치를 말하다] 요즘 라떼는...

"라떼는 말이야…." TV 방송 프로그램에서, 어떤 출연자가 옆에 있는 다른 출연자에게 이 표현에 대해 물으니, 꼰대를 일컫는 말이라고 간결한 설명을 전했다. '왜? 라떼와 꼰대가 무슨 연관인데?' 이해하진 못했지만, 신조어를 알게 된 것으로 자족하고, 일단은 넘어갔다. 그런데 그 이후에도 궁금증은 가시질 않아서, 찾아봤다. 인터넷 검색창에 '라떼'를 쓰자마자, 연관검색어로 등록된 '라떼는 말이야'(Latte is horse)가 떴다. 이 말은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 어른'들이 자주 쓰는 상투적 표현을 놀이화(化)한 멘트다. 말하자면, 요즘 애들은 '꼰대 짓'을 '꼰대 놀이'로 바꿔 놨다. 요즘 애들답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뜨끔했다. 혹시 나도 그런 말을 한 적은 없는지 기억을 살핀다. '나 때는 말이야, 예전엔 말이지', 이 표현에는 지나간 시간이 들어 있다. 그런데 이 지나간 시간이 문화적 힘을 갖게 되면, 우리는 이를 '레트로'(retro-respect의 줄임말)라고 부른다. 그렇지 않아도 요새 레트로가 대유행이다. '힙지로' '미스/미스터 트롯' '싹쓰리'까지.일상 제품에서도 레트로 스타일이 인기를 얻고 있다. 스메그(Smeg)의 시그니처 제품인 FAB 시리즈. 이 시리즈는 이탈리아 가전제품 기업인 스메그가 1950년대 스타일에 영감을 받아 1990년대에 디자인한 제품 라인이다. 1950년대 당시 가전제품에서 유행하던 동글동글하고 작고 깜찍한 형태에 블랙, 빨강, 파랑, 파스텔민트, 분홍, 라임 등의 색상에 크롬 손잡이로 사람들의 눈길을 잡는다. 그리고 제품 전면에 붙어 있는 S, M, E, G라는 4개 글자의 반짝이는 로고는 멀리서도 스메그임을 알려준다. 1997년 출시되자마자 화제가 되었고, 국내에는 2013년 처음 소개되었다. 당시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의 팝업 매장에서 국내에 첫선을 보이자마자 준비된 물량이 다 팔려 나갔다. 한철이겠지 했던 스메그의 인기는 아직도 여전하다. 일명 '강남 아줌마'에게 한정된 관심이라는 평가를 넘어 1인 가족, 젊은 층 등을 중심으로 타깃을 확장하며, 프리미엄 가전으로 가구와 가전의 경계를 허물고 집안 인테리어의 아이콘이 되었다.가전업계는 스메그의 성공 요인으로 획일화된 시장에서의 차별화된 디자인을 말한다. 이를 방증하듯 요즘 레트로 대신 뉴트로(뉴 레트로, New Retro의 줄임말), 영트로(영 레트로, Young Retro의 줄임말)라는 용어가 자주 쓰인다. '요즘 레트로'는 중장년층에게 묵직한 추억을 파는 대신, 요즘 사람들에게 새로운 놀이가 되었다. 최신 스타일이 아닌 과거의 스타일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 복붙(복사붙이기)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질은 지키면서도 시대의 흐름을 더했기 때문이다. 종래의 레트로가 '과거에 대한 그리움'이라면 요즘 레트로는 '변하지 않는 지속적인 가치'를 말한다. 변화와 혁신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본질을 바꾸고 뜯어고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은 지키면서도 본질이 새로운 가치가 되도록 하는 방법에 있다. 본질을 놓치면, 꼰대 놀이가 아니라 젊은 꼰대가 되고, '예전엔 말이지'가 '예전 같지 않네'가 되기 십상이다.

2020-08-03 16:39:05

[일상중국] 톈안먼의 마오쩌둥 초상화- 마오의 제국

[일상중국] 톈안먼의 마오쩌둥 초상화- 마오의 제국

중국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 성루에 내걸린 마오쩌둥(毛澤東)의 대형 초상화는 '신중국'의 상징이다.중국을 여행하는 외국 관광객뿐 아니라 중국인들도 평생 한 번은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 가서 직접 보고 싶어 할 정도로 마오의 초상은 중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마오쩌둥은 도대체 중국인에게 어떤 존재로 각인돼 있길래, 지금도 톈안먼 광장 성루에 내걸려 있게 된 것일까? 그가 '신'(神)적인 존재라도 되는 것일까? 사실 마오는 개혁개방 이후 재물신(財物神)으로 추앙받고 있기는 하다. 적잖은 중국인들은 마오의 초상을 신줏단지나 부적처럼 지니고 다니면서 부자의 꿈을 꾼다.그가 사망한 지 올해로 44년이 지났다. 중화인민공화국, 즉 '신중국' 건국을 선포한 1949년부터 마오의 초상은 톈안먼의 일부처럼 그 자리에서 71년째 중화의 부활, '중국몽'(中國夢)을 지켜보고 있다.'마오쩌둥이 없었다면 신중국은 없었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언급처럼 마오의 초상화 없는 톈안먼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코로나19 시대가 계속되면서 중국 입국이 어려워져 중국 여행을 당분간 꿈꾸지 못하게 되었고 중국인들의 베이징 톈안먼 관광도 까다로워졌다. 수도 베이징에 대한 코로나 재확산 우려 때문에 국제항공편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 착륙이 전면 금지 조치로 직항편이 사라졌고 내국인의 베이징 입성 검색도 엄격해졌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등 공산당 지도부의 거처, 중난하이(中南海)가 지척인 톈안먼 광장에 대한 경계와 방역도 강화됐기 때문이다.톈안먼 마오 초상에는 적잖은 비밀이 담겨 있다.마오가 사망하자 마오 초상화는 한때 톈안먼 성루에서 끌어내려져 폐기 처분될 뻔했다. 1976년 9월 갑작스럽게 마오가 사망하자, '대약진운동'과 '대기근' 및 '문화대혁명' 등 마오 시대의 과오를 지적하는 비판이 봇물 터지듯 제기됐다. 스탈린 사후 대대적인 격하운동으로 스탈린 동상이 모두 파괴된 상황이 중국에서도 재연될 뻔한 것이다. 덩샤오핑은 '공칠과삼'(功七過三)이라는 논리로 공과 논란을 마무리 짓고 초상화 존치를 결정했다. 수천만 명의 인민과 지식인들을 희생시킨 과오와 상처에도 불구하고 마오를 끌어내릴 경우에 중국공산당 운명도 인민의 손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초상의 존치를 결정한 것이다. 톈안먼의 마오쩌둥은 그렇게 해서 살아남게 됐다.덩샤오핑은 한 서방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마오 주석을 우리 당과 국가의 창시자로 영원히 기념할 수밖에 없다"며 "그의 공과를 말하자면 착오는 2차적인 것이고, 그가 중국 인민들을 위해 한 일은 결코 말살할 수 없는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지금 톈안먼 성루에 있는 초상은 건국 초기 그것과는 다르다. 1949년 국공내전에서 승기를 잡은 후 베이징에 입성한 중공인민해방군이 처음 내걸었던 '마오 초상'은 크기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고 '팔각모'를 쓴 마오쩌둥이었다.지금과 같은 초상이 정착된 것은 8번 판본이 바뀌고 난 후였다.두 달 후인 10월 1일이면 코로나 경계령 속에서도 '신중국' 성립(成立·건국) 71주년 기념 퍼레이드가 톈안먼 광장에서 치러질 것이다. 톈안먼 성루에 내걸린 마오의 초상화도 '국경절' 사나흘 전까지 새로운 초상화로 교체된다. 높이 6m, 너비 4.6m, 무게가 무려 1.5t에 이르는 마오의 초상화는 매년 국경절 직전에 교체하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요즘은 특수 제작한 물감을 사용해서 초상화가 빨리 변색되지는 않지만, 과거 베이징의 강렬한 태양과 직사광선에 초상화가 장시간 노출되면서 변색되는 등의 현상 때문에 매년 초상화를 교체하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정착됐다.'죽은' 마오쩌둥이 지배하는 신중국은 '마오(毛)의 제국'이다.

2020-08-03 16:37:05

[신병주 교수 역사와의 대화] 240년 전 여름, 박지원 열하를 가다

[신병주 교수 역사와의 대화] 240년 전 여름, 박지원 열하를 가다

240년 전 여름 박지원은 한양을 떠나 북경으로 향했다. 청나라 건륭제의 고희연에 참석하는 사신단의 일원으로 청나라에 간 것이다. 1780년 5월 25일 한양을 떠났고, 6월 24일 압록강을 넘었다. 8월 1일 북경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열하로 향했던 것은 건륭제가 여름의 더위를 피해 열하에 있는 피서 산장에서 휴가 중이었기 때문이다. 박지원 일행은 북경을 거쳐 8월 9일 열하에 도착하였고, 이후 다시 북경을 경유한 후 한양으로 돌아왔다. 박지원은 이때 견문 내용을 일기 형식의 기록으로 정리했는데, 1783년에 완성한 「열하일기」가 바로 그것이다. 열하까지 간 여정은 대략 압록강에서 북경까지 약 2천300여 리, 북경에서 열하까지 700리로 육로 3천 리의 긴 여행이었다. 먼 거리와 끊임없이 다가오는 산과 강, 변화무쌍한 날씨가 일행을 힘들게 했지만, 박지원은 가는 곳마다 세심하게 여행 스케치를 했고, 이를 명품 기록으로 남겼다.「열하일기」는 총 26권 12책으로 구성되었다. 각 책 표지의 우측 상단에는 '도강록'(渡江錄)과 같은 소제목을 써서 열람하기 편하게 하였다. 「관내정사」는 산해관에서 연경까지의 일정을 기록한 것으로, 이 부분에는 박지원의 대표적 한문소설 「호질」이 실려 있다. 「태학유관록」은 열하의 태학에서 머물렀던 6일간의 기록으로, 중국의 학자들과 두 나라의 문물 제도에 대해 논평한 것을 기록하였다. 홍대용의 지전설(地轉說) 등을 중국인들에게 소개하면서 지구의 자전 등에 관심을 보인 내용이 나타난다. 「환연도중록」은 열하에서 북경으로 다시 돌아오는 과정을 기록한 것으로 교량, 도로, 배의 제도 등 도로와 교통에 대한 관심이 나타나 있다. 「피서록」은 열하의 피서 산장에서 중국의 저명한 학자들과 시문을 주고받은 내용을, 「옥갑야화」는 옥갑에서 비장들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옥갑야화」에는 양반들도 생산에 종사해야 함을 강조한 '허생전'이 수록되어 있다.「열하일기」 곳곳에서 박지원은 관찰한 사물 하나하나와 견문한 내용의 느낌을 비롯하여 구체적인 여정과 거리, 만난 사람들의 행태까지를 폭넓게 담았다. 조선의 토속적인 속담을 섞어 쓰기도 하였고 하층 사람들과 주고받은 농담을 아무렇지 않게 기록하였으며, 한문 문장에 중국어나 소설체 문체를 사용하는 등 판에 박힌 글과는 전혀 다른 글을 썼다. 특유의 해학과 풍자를 가미하여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한 점도 「열하일기」의 또 다른 미덕이었다. 박지원이 무엇보다 관심을 쏟은 것은 청나라의 발전상이었다. 가는 곳마다 그들의 문물을 살펴보았고, 선진 문물 중에서 조선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였다.「일신수필」에 실린 '수레를 만드는 법식'에는 이용후생(利用厚生)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지원의 생각이 집약되어 있다. '무릇 수레라는 것은 하늘이 낸 물건이로되 땅 위를 다니는 물건이다. 이는 뭍 위를 달리는 배요, 움직이는 방이라 할 것이다. 나라의 큰 쓰임에 수레보다 더 나은 것이 없다. … 우리 조선에도 수레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바퀴가 완전히 둥글지 못하고, 바퀴 자국이 궤도에 들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수레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 조선은 바위가 많아 수레를 쓸 수 없다고 한다.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나라에서 수레를 이용하지 않고 보니 길을 닦지 않는 것이요, 수레만 쓰게 된다면 길은 저절로 닦일 것이니, 어찌 거리가 비좁고 고개가 험준함을 근심하겠는가?'라는 부분에서는 수레를 만들 것과 수레 이용을 위한 도로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 박지원을 조선 후기 북학파(北學派)의 중심인물로 꼽는 것은 국부(國富)나 민생에 필요하다면 청나라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선진 학문 수용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강조했기 때문이다. 240년 전의 저술이지만 「열하일기」의 기록이 지니는 의미가 여전한 울림을 주는 것은, 주변국에 대한 정확한 정세 파악과 합리적인 대응이 현재에도 유효하기 때문은 아닐까?

2020-08-03 16:33:59

[세계의 창] 집값 폭등은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세계의 창] 집값 폭등은 지속가능성의 문제다

"결혼, 살 집이 있어야 하지."젊은이들의 이런 대화에서 한발 더 들어가 보자. 결혼을 해도 집 장만의 가능성은 거의 없고, 그래서 결혼을 주저한다는 말이다. 결혼을 못 하는 사회가 지속가능할까. 부동산 문제는 빈부 문제를 넘어 지속가능성의 문제가 되었다. 이보다 심각한 일이 있을까. 다주택이 죄인가라고 항변하는 정치인도 있다. 공감 능력의 문제다. 누군가 주거용이 아닌 집을 덤으로 가지니 집값이 오르고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마저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제 잃어버린 30년이라고 한다. 일본의 장기 불황을 상징하는 말이다. 1990년대 초에 시작된 경기 침체는 회복 기미가 안 보이고, 절망을 이야기하는 평론이 늘고 있다. 30년 전만 해도 일본은 가장 안정적이고 선망받는 국가였다. 빗대어 세계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일본형 사회주의라고 했다. 안정적인 자민당의 장기 집권, 전 국민의 80% 이상이 중류층, 특유의 집단(전체)주의 등을 두고 한 말이다.잃어버린 30년, 일본의 침체는 부동산 가격의 폭등에서 시작했다.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많아지면서 1986년 도쿄 도심의 땅값이 1년 만에 53.6% 상승했다. 이듬해에는 도쿄의 전체 평균 지가가 54% 오르고, 전국의 땅값도 들썩였다. 또 1년 후 수도권 땅값 상승률은 65.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동산 불패 신화가 움트고 자금은 부동산으로 더욱 몰린다. 주식시장도 덩달아 과열되고, 경제 전반에 거품이 일었다.1990년대 초반 부동산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자 그 여파로 디플레이션이 엄습했다. 거품과 함께 일본의 성공도 사라진다. 자산을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가 확대되고, 집이 없는 사람은 평생 집을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은 미래에는 격차가 더 벌어진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고, 이 격차는 인생에 대한 희망의 격차가 되었다. 하류층에 속한다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중산층이 무너지고, 계급사회의 도래를 예견한다. 사회적 격차와 장래에 대한 불안은 젊은이들의 결혼 문제에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되어 자녀를 가지기 위한 경제적, 심리적 안정성이 무너진 것이다. 결혼을 해도 보다 적게 아이를 낳게 되고, 저출산 고령화가 고착된다.근대화와 함께 저출산은 피할 수 없다.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는 아기 수) 2.0명은 인구 재생산의 마지노선이다. 그 이하가 되면 인구가 감소한다. 그래도 출산율 1.50까지는 자력으로 회복 가능한 최저 수준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들은 출산율 1.50을 최후의 방어선으로 여기고, 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5년 출산율이 1.26으로 떨어지면서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자력으로는 사회 기반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획기적인 출산 정책이 '무조건' 성공해도 한 세대가 지난 후에나 회복이 가능하다. 일본 사회의 이러한 제 현상을 총합하여 요시미 슌야 교수는 '종말의 예감'이라고 했다.('헤이세이 일본의 잃어버린 30년')한국은 어떤가.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 가격의 거품이 용케도 아직 꺼지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 외는 다 닮았거나 정도가 더 심각하다. 달리 말하면 부동산 정책이 연착륙을 하지 못하고 잘못되면 일본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보여주는 출산율의 경우, 한국은 2018년에 0.98, 2019년에 0.92를 기록했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다.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국 사회는 재생 가능성이 없고,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자연 소멸한다.한국의 비혼과 저출산의 가장 큰 원인의 하나는 집값이다. 그러니 집값을 못 잡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은 참이고, 진실이다. 악마와 손을 잡더라도 해결해야 하는 이유이다. 보유세 강화, 토지 공개념, 지역균형발전 등등 모든 것을 다 해야 한다. 나라가 소멸하고 내 집만 남아 있으면 뭐 하나. 30년 전의 일본처럼, 부동산 가격 폭등이 우리가 이룬 성과를 앗아갈지 모른다. 그들을 따라가서야 되겠는가. 일본이 고마울 때도 있다. 우리가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먼저 가주니 말이다.

2020-08-03 13: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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