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산책] 북한의 방역 수준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고도로 통제된 사회 인식과 달리
북한의 전염병 감시는 매우 허술

코로나19 한번 퍼지면 제어 불능
관광 포기하고 국경 봉쇄를 선택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중국의 양돈산업을 초토화시키고 한국의 양돈농가를 공포에 떨게 했지만 전 세계의 양돈산업 중 돼지 사육 마릿수당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북한이다. 북한의 ASF 피해는 북한 당국이 한 번도 공식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지만 북한 내부 소식통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참혹한 수준이다.

한국과 중국에서 감염된 돼지와 그 주변 돼지를 살처분하는 것과 달리 북한에서는 주변 돼지뿐만 아니라 감염이 확인된 돼지도 먹거나 내다 팔아 문제를 더 크게 키웠다. 중국에서 ASF 여파로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한 것과 반대로 북한에서 ASF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사람들이 워낙 돼지고기를 많이 내다 팔아 돼지고기 가격이 폭락했다는 것은 북한의 방역 수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다. 북한의 돼지 감염이 워낙 광범위해서 야생 멧돼지까지도 널리 감염되었고 이것이 휴전선을 뚫고 남한에까지 내려온 것이다.

흔히 북한을 고도로 조직되고 감시되고 통제된 사회로 인식하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허황되고 잘못된 인식인지를 강연 등 기회 있을 때마다 이야기하고 있지만 한 번 고정된 이미지를 바꾸기는 매우 어렵다. 북한 사회는 10가지 영역 중 8, 9개 영역에서 조직 수준이나 감시통제 수준이 대단히 낮다. 전염병에 대한 감시통제, 마약에 대한 감시통제, 절도강도강간 등 일반 범죄에 대한 감시통제, 부정부패에 대한 감시통제, 지하시장경제나 시장 교란에 대한 감시통제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감시통제 수준이 매우 떨어진다.

한국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으로 감시통제 수준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개도국에 비해 그 수준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에이즈(AIDS)에 대한 북한의 통계는 접하기가 매우 어렵지만 다른 것에 비춰봤을 때 에이즈에 대한 북한의 감시통제도 아주 허술할 것으로 보인다.

반체제 세력에 대한 북한의 감시통제는 매우 철저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도 않다. 한국의 경우 반체제 세력의 발언이나 활동이 아주 극단적인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허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공안 당국에서는 반체제 세력 내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어떤 활동을 하고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지를 거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반체제 활동에 대해 워낙 잔인하게 처벌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철저히 자신의 성향을 숨기고 누가 어떤 성향을 갖고 있고 어떤 활동을 하는지 잘 알기가 어렵다. 보위원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엉뚱한 사람을 고문하여 간첩으로 만드는 경우도 허다하고 보위원에게 뇌물을 주고 위험에서 벗어나는 경우도 대단히 많다. 그리고 체제를 지지하건 반대하건 똑같이 김일성 3대에 대한 찬양가를 부르는 일이 어릴 때부터 익숙해져 있다 보니 겉모습에서 반체제 성향의 사람을 적발하기는 극히 어렵다. 이런 측면들을 고려해 볼 때 북한에서 아무리 반체제 발언이나 활동에 대한 처벌이 잔혹하다고 하더라도 반체제 세력에 대한 종합적인 감시통제 수준이 한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에 북한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에 대한 우려 때문에 중국과의 국경을 완전 폐쇄해 버렸다. 일반인들의 왕래는 당연히 불가능하고 대형 국영 무역회사 간부나 외교관들도 국경을 넘는 허가 얻기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최근 몇 달간 줄줄이 북한으로 귀환하던 중국 체류 북한 근로자들도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비자 기한이 곧 만료되는 사람들은 영락없이 불법체류자가 될 신세다. 중국에서 잡힌 탈북자들의 북한 송환도 전면 중단시켜 버렸다. 최근 3년 동안 북한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진행 중이고 북한의 무역적자도 매년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그에 대한 돌파구의 하나로 관광산업을 선정하고 금강산-원산 지구와 백두산 지구에 대한 대대적인 개발을 진행해왔고 중국 정부로부터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받기도 했다.

북한의 현재 처지가 그렇다 보니 북한의 마지막 생명줄인 관광을 포기하고 국경을 완전 봉쇄하는 고강도 조치를 취한 것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ASF를 처리하는 북한 당국의 능력을 볼 때 일단 코로나19가 북한에 퍼지기 시작하면 통제가 불가능하고 차라리 국경을 전면 봉쇄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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