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장기기증은 사랑이다

박병욱 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우리 교회에서는 '아나바다 운동'을 한다. 아나바다 운동은 '아껴 쓰고, 나누어 쓰고, 바꾸어 쓰고, 다시 쓰는' 운동이다. 소위 생활용품 재활용 캠페인이다. 아예 교회 출입구 옆에 방을 하나 만들어서 중고품 가게처럼 운영을 한다. 내가 정성스레 세탁하고, 정비한 물건들을 아침에 기증했는데 그 물건들이 저녁에 모두 팔린 날은 지구를 구한듯 정말 기분이 좋다. 자원재활용은 나라를 지키고 지구를 살린다. 로보트 태권브이같이 나라를 지키는 자부심, 마블의 히어로들 못지않은 영웅심을 느낀다.

장기기증은 우리 몸의 아나바다 운동이다. 우리 몸도 남에게 기증할 것이라서 더욱 아껴 쓰면 나중에 나누어 쓰고, 바꾸어 쓰고, 다시 쓸 수 있다.

대구광역시에서 '장기 및 인체조직 등 기증장려에 관한 조례'가 2017년 통과되었다. 시민들의 장기기증 활성화와 인식 개선을 위하여 매년 9월 9일을 '장기기증의 날'로 지정했다. 한 사람이 죽어서 9명에게 장기를 기증할 수 있다는 뜻이라 한다. 올해는 처음으로 동성로에서 기념행사도 했다. '장기기증의 날'을 계기로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고 이웃사랑과 생명나눔운동이 더욱 활성화되기 바란다.

내가 처음 장기기증서를 받았을 때 나도 모르게 시신기증을 떠올렸다.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일단 나의 죽음을 생각하니 대면하기가 어색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죽음을 회피하고 억압한다. 나 역시 그러했다. 책에서 죽음이란 주제를 읽고 연구할 때와 나 자신의 죽음을 생각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그다음에는 장기기증을 생각했다. 와닿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각막기증을 고려했다.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각막기증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신기하게 다른 장기도 기증할 마음이 생겼다. 그것도 기꺼이.

죽음 후에 내 육신이 가야 할 곳은 화장장의 뜨거운 불속이든지 차갑고 어두운 땅속이다. 죽음 후에 내 육신이 가야할 길을 확인하고 나니 내 육신의 부속품들을 나누어 줄 수 있는 것도 행복이 되었다. 불속이나 땅속이 아닌 다른 사람의 따스한 몸속으로 들어간다. 내 장기의 새 주인, 새 생명을 찾아주는 것이다. 내 장기가 필요한 사람의 몸속에서 알콩달콩 사랑받으며 콩닥콩닥 뛰는 모습이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은가? 내 몸의 부활이라고 이름 붙여도 하나님이 무어라 하시지 않으리라.

어차피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갈 몸인데,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고통을 경감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생각만 해도 얼마나 행복한가?

죽어서도 할 일을 주어서 감사하다. 죽어서도 선행을 할 수 있다니 감사하다. 평생을 사용하고 폐기 직전의 나의 장기를 받아주고 사용해 준다면 감사한 일 아닌가? 장기기증은 사랑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그 일을 상업적으로 한다고 가정해보라.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한 사람이 또 한 사람과 공감하는 일, 한 생명이 또 한 생명에게 생명을 주는 일은 고귀한 일, 성스러운 일이다. 장기기증이 확산되어야 이식받을 기회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보장된다. 그러면 생명의 빈익빈 부익부도 막을 수 있다.

내 육신에게 새 생명의 길을 열어주자. 이웃에게 새 생명의 시간을 선사하자. 장기를 주어도 축복이고, 장기를 받아도 축복이다. 사랑할 수 있어서 축복이다.

대구중앙교회대표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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