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기고] 119와 함께하는 슬기로운 산행

[기고] 119와 함께하는 슬기로운 산행

봄이 오고 여름에 가까워지는 매년 이맘때면 산은 우리에게 갖가지 아름다운 꽃과 신록, 따스한 바람과 햇볕을 선물하며 우리를 오라 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언택트 시대에는 밀폐된 실내보다는 안전한 야외, 특히 산을 찾는 가족·친구 단위의 사람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안전하게 산행을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작년 한 해 대구소방안전본부의 산악 사고 119 구조 출동은 350건이며, 이 중 조난 및 실족·추락이 53.1%, 개인 질환 5.1%, 탈진 3.4% 등의 유형을 보였다. 요즘 같은 국가적 방역 위기 상황에서 지쳐 있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한 안전한 산행 3단계 수칙을 안내해 드리고자 한다.1단계는 산행을 하기 전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들이다. 너무 가벼운 옷차림은 자칫 저체온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땀이 잘 흡수되고 체온을 유지해 줄 수 있는 등산복을 입고 여벌의 옷과 양말을 준비하면 좋다. 또한 등산화, 장갑, 마스크, 모자, 등산 스틱 등과 같이 필요에 따라 관련 장비를 갖추고 배낭도 몸무게의 10%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휴대전화와 보조 배터리를 꼭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2단계는 본격적인 산행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들이다. 일몰 한두 시간 전에 산행을 마치고, 하산할 때는 체력의 30% 이상이 남아 있을 정도의 코스를 선정하고 산행 시작 전에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몸의 근육을 풀어 준다. 산행 중 길을 잘못 들었다고 판단되면, 계속 가지 말고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좋으며 하산 시 내리막에서 뛰거나 서두르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걸어야 한다. 정해진 등산로를 벗어나거나 과도한 음주를 하는 것 역시 삼가야 한다. 등산로에 설치된 119 구조 위치표지판을 확인하고 사진을 촬영하며 지나가는 습관을 가지면 사고를 당했을 때 신속히 구조될 확률이 크게 올라간다. 또한 등산로 일부 지정된 장소에 임시 응급 처치가 가능한 구급함이 설치되어 있는 곳도 알아 두면 좋다.3단계는 산행 중 부상을 입거나 조난 등 만일의 사태에 대처하는 요령이다. 사고 시에는 등산로에 설치된 119 구조 위치표지판 번호를 이용해서 자신의 위치를 파악해 신속히 119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119에 신고해 사고 위치와 환자 상태 등을 알려 주며 2차 손상 예방을 위해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119 구조대원들이 위치를 찾기 용이하도록 휴대전화의 GPS 기능을 켜 두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선물들을 만끽하며 오르는 요즘 산행은 코로나19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힐링하기에 이만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산행 안전 수칙을 잘 알아 두어 돌이킬 수 없는 부상과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 도움이 필요할 땐 언제 어디서나 국민에게로 달려가는 우리 119와 함께하는 슬기로운 산행으로 건강하고 활기찬 생활을 하자.

2021-05-17 12:17:23

[세계의 창]특허 공유를 반대하며

[세계의 창]특허 공유를 반대하며

지난 5월 5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의 특허권(지식재산권) 포기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을 돕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민주당 좌파의 사회주의적 공동 소유 주장에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원래 온건파였지만 민주당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와 힘겨운 싸움을 치른 이후 좌파의 영향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 역시 좌파가 득세하고 있다. 민주당은 빌 클린턴의 온건파가 버락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으로 세력이 약화되었다. 지금 민주당의 좌향좌는 오바마의 집권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흑인이라는 신선감으로 돌풍을 일으켜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흑인의 지위 향상을 위한 기념비적 사건이다. 그러나 그는 초선 상원의원으로 있을 때 거의 100% 좌파적 투표를 했으며 대통령 재임 8년간, 의료보험의 국영화와 국가 주도의 탈화석연료 등 사회주의적 정책을 시행하면서 많은 민주당원이 좌경 정책에 익숙해지고 이를 용납하게 된 것이다.현재 민주당의 대표적인 좌익 정치인은 라시다 틀라입,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 코리 부시, 자말 보우먼 등 사회주의자 4인방이다. 이들 하원의원은 미국 민주사회주의자 조직(Democratic Socialists of America)의 회원이기도 하다. 특히 오카시오-코르테즈 하원의원은 다음 선거에서 상원에 진출하려고 하고 있어 지역구가 겹치는 상원의 여당 대표인 찰스 슈머가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중도파였던 슈머도 좌 선회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상원의 버니 샌더스는 스스로 자타가 공인하는 사회주의자이며 엘리자베스 워런 역시 좌익 성향이 강하다. 좌익 투표 지수에서 상원에서 1위였던 카말라 해리스 의원은 부통령이 되어 있다.코로나19 백신은 중국과 러시아가 개발한 백신도 있지만 효과가 투명하게 검증되었다는 소식이 없다. 이를 제외하면 현재 사용되는 코로나19 백신은 95% 예방 효과를 갖는 화이자와 모더나, 혈액 응고 부작용이 보고되지만 76% 효과를 갖는 아스트라제네카이다. 이들 세 백신은 모두 사기업이 개발해 특허를 받은 것이다.신약을 성공적으로 개발해 시판하기까지는 약 26억 달러의 비용과 12~15년이 소요된다고 한다. 신약을 시장에서 판매하자면 이에 앞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사전 임상시험을 통과하면 3차례의 임상시험으로 효능과 부작용을 점검받는다. 이를 모두 통과하면 실제 위급 환자들에게 투약하여 안전성과 효능을 다시 검증받아야 한다. 신약의 특허권은 (미국의 경우) 20년간 유효하지만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수익을 내는 기간은 평균 10년에 불과하다고 한다.신약이 비싼 까닭은 첫째 위에서 본 대로 개발비용이 많이 들고 잔여 특허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둘째 대부분의 신약 개발 사업은 실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약 5천 개 중 사전 임상시험, 임상시험, 위급 환자 시험을 통과하여 시판에 이르는 것은 1개에 불과하다고 한다. 수많은 실패 신약의 비용을 소수의 성공 신약의 수익으로, 그것도 특허권이 남아 있는 10년 동안에 만회해야 한다. 원가 대비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특허권을 최초로 제정한 나라는 1421년 이탈리아의 도시국가 플로렌스이다. 최초 특허품은 필리포 브루넬레시가 발명한 대리석 운반용 도르래였으며 특허 기간은 3년이었다. 이후 영국(1623), 미국(1790), 프랑스(1791) 등 각국이 특허권 채택으로 발명과 발견을 고취하여 산업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현재와 같은 정보지식사회에서는 지식재산권 즉 특허권 보장이 더욱 요구됨은 물론이다.바이든 대통령이 주장하는 코로나19 백신 특허 공유는 소탐대실이다. 사기업의 지식재산권을 국가가 훼손함으로써 백신을 개발할 인센티브에 치명적 역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개도국에 대한 백신 원조는 필요하다. 작년의 초스피드 작전(Operation Warp Speed)과 같이 개발·검증 기간을 줄여 주는 동시에 정부가 대량의 백신을 구입하여 내국인의 접종을 늘리는 동시에 개도국에는 백신을 원조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생각된다.

2021-05-17 11:48:59

[매일춘추] 지금 업데이트 하시겠습니까

[매일춘추] 지금 업데이트 하시겠습니까

모바일뱅킹을 이용한 후 은행에 갈 일이 거의 없었는데 보안카드 유효기간이 만료되어 오랜만에 은행에 갔다. 얼마 전까지 있었던 지점은 그새 사라졌기에 결국 다른 동네까지 찾아갔다. 예전처럼 번호표를 뽑고 대기하고 있었더니 직원이 어떤 업무인지 물어본다. 목적을 설명하자 직원은 밖에 있는 기계에서 할 수 있는 업무라고 했다. 카드 발급도 기계로 된다고? 기계 앞에서 한참 버벅거렸다. 어쩔 수 없이 직원이 나와 발급을 도와주었고 기계에서 쏙 하고 나온 보안카드를 받아들고 은행을 나서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미안한데 고맙고, 신기한데 어색한. 이전에도 키오스크 방식은 생활 곳곳에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비대면 시스템은 우리가 미처 예상치 못한 곳까지 파고들었다.필자의 하루 일상만 되돌아보아도 누군가를 '직접' 만나지 않아도 해결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아졌다. 밤 12시 전, 새벽배송 앱으로 장을 보면 바로 몇 시간 뒤 문 앞에 식재료들이 도착한다. 새벽배송을 이용한 이후 마트 가는 일이 크게 줄었다. 아이들은 ZOOM으로 비대면 수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화상채팅을 하며 게임을 한다. 놀이터에서 노는 것보다 더 익숙한 모습이다. 쉬는 날에는 영화관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OTT 서비스를 통해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볼 수 있고 배가 고프면 배달 앱을 통해 터치 몇 번이면 맛집의 먹거리들이 집으로 찾아온다.집 밖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택시를 이용할 때 앱으로 출발지점과 도착지점을 설정하고 호출을 누르면 내가 있는 곳으로 택시가 온다. 목적지를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고 미리 등록한 카드로 결제가 되기에 택시 기사와 인사 외에는 대화를 나누지 않는다. 그리고 키오스크 주문방식도 이제는 패스트푸드점 뿐만 아니라 작은 식당, 카페에서도 볼 수 있으며 결제방식 역시 달라져 신용카드만큼이나 모바일 간편결제를 많이 이용한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내 최대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는 2018년부터 현금결제를 받지 않는 매장을 점점 확대하고 있다. 덴마크처럼 현금이 없는(cash-free) 사회로 가는 것도 시간 문제인듯하다.이렇게만 보면 평범한 소시민으로서 비대면, 비접촉 사회에 잘 적응하는 듯 보이지만 종종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겨우 트렌드를 따라가나 싶으면 새로운 서비스들이 속속 등장한다. 며칠 전 길에서 공유 킥보드를 타보려다 포기했고, 음식점 입구에서는 열 체크를 위해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가 QR코드 찍고 들어가는 뒷사람을 멋쩍게 바라보기도 했다. 일터에서도 비대면으로 온라인 모임을 해야 하는데 아직 화면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하기만 하다. 직접 만나는 것보다도 더 부끄러운 건 왜일까.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시스템으로 업그레이드되는 속도는 더 빨라졌지만 이를 따라가는 인간의 업데이트 속도는 천차만별이다. 컴퓨터도 휴대폰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으로 업데이트를 해야 한다. 컴퓨터는 클릭만 하면 자동으로 업데이트가 되지만 비대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인간의 업데이트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기존 정보를 최신 정보로 바꾼다'는 업데이트의 정의에 비춰 본다면 우리는 최신 정보를 꾸준히 배워야한다. 평생 배우는 것도 쉽지 않지만 아뿔싸! 인간에게는 더 큰 복병이 있었으니 정든 기존 정보를 버리는 것이 배우는 것보다 더 힘들 줄이야.

2021-05-17 11:35:05

[매일춘추] 그럴 수도 있지

[매일춘추]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버릇을 가진 친구가 있다. 나는 병원에 의지하는 대신 달리기를 해. 그럴 수도 있지. 요즘엔 뜨개질이 너무 재밌어. 그럴 수도 있지. 요새 살이 너무 많이 쪘어. 그럴 수도 있지.그는 어떤 일이든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나른하게 대꾸했다. 나는 여유롭게 느껴지는 그 대답이 좋았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그 말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특히 내가 강의하는 학생들의 난해한 글들을 마주할 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말하는 순간이 꽤 늘어났다.사실 '그럴 수도 있지'는 내 생활에 평화를 주었다. 나와 다른 상대방의 삶을 깊이 받아들이지 않으니 마음이 편했다. 상대방은 나의 '그럴 수도 있지' 태도를 배려로 받아들이기도 했다.친구는 최근 유기견 봉사활동을 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얘기를 전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일 하시네요"라고 말하며 친구를 추켜세우는데, 그런 상황이 너무 불편하다는 말을 덧붙였다.그 친구가 겪은 위화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나는 유기견 출신의 늙은 개를 키우면서 비슷한 말을 종종 듣기 때문이다. 길바닥에서 주웠으니 유기견이라고 불리는 게 맞긴 하지만, 처량하게 유기된 상태는 아니었다. 길을 잃은 아주 작은 개였을 뿐.나는 첫눈에 그 작은 개와 사랑에 빠졌다. 개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집사'가 되었다. 반려동물 문화에 호의적인 사람을 만나면 모든 집사가 그러하듯 내 새끼를 자랑하기 위해 멍석을 깐다. 그러나 잡종 유기견을 14년간 키웠다는 말을 전하게 되면 대다수의 반응은 하나였다. "대단하세요."불쾌하진 않지만 불편하다. 우리는 특별히 좋은 일이나 대단한 일을 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을 들을 정도로 특별한 일을 한 게 아니라서 듣기 거북해진달까. 봉사활동도, 유기견 보호도 오롯이 나를 위한 일일 뿐이다. 특히 나는 어떤 사명감을 가지고 일부러 잡종 유기견을 골라 키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좋은 일 하시네요" 같은 말은 잘못 끼워진 퍼즐 조각처럼 위화감이 들곤 한다.얼마 전, 알고 지내는 수의학과 학생으로부터 "누나, 좋은 일 하시네요"라는 말을 또 들어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나는 내 감정을 조목조목 설명하는 대신 '그럴 수도 있지' 태도로 받아들였다.사실 '그럴 수도 있지'는 얼핏 들으면 이해하고 있다는 표현 같지만, 실상은 이해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 태도가 자칫 사람 간의 이해에 무관심해지는 지경으로 이를까 걱정되기도 한다. 어쩐지 요즘 들어서는 이상한 뉴스나 낯선 사건을 목격하게 되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말이 튀어나올 때도 있기 때문이다. 그 몰이해의 순간이 조금 서글프게 느껴진다.

2021-05-17 06:30:00

[기고] 달성습지를 국가정원으로

[기고] 달성습지를 국가정원으로

최근 대구시는 5년간 끌어 오던 팔공산 구름다리 사업을 철회하기로 했다. 지역 명산 팔공산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산악형 구름다리를 대구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지역 관광산업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고자 한 야심 찬 계획이 결국 무산된 것이다.물론 일부 시민단체의 환경 훼손 우려와 종교단체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큰 것 또한 사실이다. 그렇다고 재추진을 주장하는 것은 또다시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만 유발할 뿐이다.우리 지역에는 팔공산 외에도 자연환경이나 역사·문화적으로 볼 때 대구의 명소이자 대표 관광지로 개발할 만한 곳이 얼마든지 있다. 그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낙동강과 금호강, 진천천과 대명천이 합류하는 곳에 형성된 달성습지이다.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광활한 범람형 하천습지로 143종의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이 서식하는 지역 수변공간 중 가장 자연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생태의 보물 창고라 할 수 있다.또한, 달성습지 주변에는 문화와 휴식을 함께 누릴 수 있는 4대강 사업의 상징 디아크와 강정고령보, 자연의 소중함을 교육적으로 알리는 생태학습관, 피아노 조형물과 주막촌이 어우러진 유서 깊은 사문진나루터, 맹꽁이와 억새풀이 가득한 대명유수지, 아이들과 함께하기 좋은 추억의 장소 화원동산과 유원지 등 다양한 관광자원이 산재하고 있다.달성습지를 중심으로 조성된 다양한 지역의 관광 명소들은 도심에서 접근성이 아주 좋아 시민들의 휴식처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사문진나루터에서 출발해 강정고령보까지 4㎞를 돌아오는 '달성습지 노을 유람선'은 시민들과 관광객들로부터 인기가 높아 여러 번 방문해 탑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하지만 현재 많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찾아오는 디아크 문화관에서 달성습지와 사문진나루터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나가 강창교를 경유해 3㎞가량을 우회해야 하는 실정이다.이런 번거로움으로 인해 관광객들이 한 곳만 방문하게 되어 인접한 두 관광지 간의 시너지를 저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대구시가 지역의 관광산업을 살리기 위한 해법으로 금호강으로 단절된 달성습지와 디아크를 연결하는 금호강 보행교를 설치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두 지점 사이에 보행교가 놓인다면 강정고령보, 디아크에서부터 달성습지, 대명유수지, 생태학습관, 사문진나루터, 화원동산까지 연결되어 자연스럽게 일일 관광벨트가 형성, 대구 제일의 관광지로 거듭날 수 있다.또한 보행교의 설치는 자전거를 이용해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특별한 라이딩 환경을 제공하여 지속적으로 찾아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대구와 같은 광역시의 관광산업은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높고 자원이 집약된 주요 관광 거점을 중심으로 개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관광산업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얼마 전 출범한 대구관광재단은 높은 접근성과 다양한 관광자원이 집약된 '달성습지 관광벨트 조성'을 주요 사업으로 선정하고 적극 추진해야 한다.아울러, 대구시는 달성습지와 일대의 관광지 개발을 지역의 대표 관광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달성습지가 순천만, 울산 태화강에 이어 전국 세 번째 국가정원이 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대구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21-05-16 15:12:46

[이른 아침에] 그저 여성이라는 이유에서?

[이른 아침에] 그저 여성이라는 이유에서?

'논문 내조' 등 각종 의혹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은 기어이 임혜숙 씨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 임명하고 말았다. 후보자들 중 낙마 1순위로 꼽혔던 터라 그의 임명은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졌다.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여성할당제를 지키기 위한 정권의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이 정권의 집권 초기만 해도 장관 중 여성의 비중이 30%로 OECD 평균에 근접한 바 있다. 그러던 것이 집권 후반으로 갈수록 그 비중이 떨어져 성평등을 약속한 대통령의 공약이 무색해진 상황. 그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것일까? 공직윤리의 기준에 현격히 미달하는 인물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장관 자리에 앉혔다.최악의 수다. 임혜숙 후보자와 관련해 제기된 의혹은 모두 14개라고 한다. 가족 동반 출장이 13회, 제자 논문에 남편 이름 올리기가 18번, 그 밖에도 NST 채용 절차 위반, 다운 계약서 작성 등 거의 비리 백화점 수준이다. '여자 조국'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그가 한 나라의 장관이 됐다.왜 그랬을까? 임명권자의 입장은 "성공한 '여성 롤 모델'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임 후보자를 지명했다"는 것이다. 취지는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그 방식은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 공직 후보의 자격에 미달한 이가 '성공한 여성 롤 모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런 조치는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일단 성평등 정책에 찬성하는 측에선 '이게 과연 성평등'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여성할당제의 취지는, 잠재적 능력은 있으나 구조적으로 차별당해 온 여성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자는 것. 그저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이유에서 자격이 안 되는 이를 구제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근본적으로 벗어난 것이다.다른 한편, 성평등 정책에 반대하는 안티 페미니즘 진영에서는 이 조치에서 여성할당제를 폐지해야 할 이유를 본다. 우려스러운 것은 이 백래시의 물결에 몇몇 국민의힘 정치인들이 편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이준석 전 최고위원과 같은 이는 이 사태가 '할당제 폐지'라는 자신의 소신을 입증해 준다고 믿는다.윤희숙 국회의원도 숟가락을 얹었다. "반듯하고 능력 있는 여성을 열심히 찾는 게 아니라, 능력과 자질이 모자라도 여자라 상관없다는 게 문재인식 페미니즘이다." 이 발언은 적어도 의미론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의 말대로 '반듯하고 능력 있는 여성을 열심히 찾는' 것이 여성할당제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문제는 화용론, 즉 이 발언이 발화되는 맥락에 있다. 사실 윤희숙 의원과 이준석 전 최고 사이에는 이 문제에 관해 넘을 수 없는 인식의 간극이 존재한다. 즉, 윤희숙 의원은 적어도 여성할당제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반면 이준석 전 최고는 여성할당제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본다. 두 견해는 양립할 수 없다.윤희숙 의원이 진정으로 여성할당제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면 일단 이준석의 안티 페미 선동에 제동부터 걸었어야 한다. 하지만 그는 이제까지 이준석의 안티 페미 선동은 묵인하고 용인해 왔다. 이런 맥락에서 행해진 발언은 '문재인식 페미니즘'이 아니라 페미니즘 자체에 대한 공격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그의 발언 중에서 '문재인식 페미니즘'이란 표현은 임혜숙 장관의 임명이 일회적인 사건이 아님을 함축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발언은 할당제에 맞춰 능력 없는 세 여성 장관을 기용하는 바람에 국정이 엉망이 됐다고 한 이준석의 혐오 발언과 맥락을 같이한다. 그저 덜 무식해서 덜 용감한 것뿐이다.김종인 비대위 아래서 성평등 정책을 강화하는 신정강정책을 채택한 바 있건만, 20대 남성의 몰표에 고무됐는지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는 외려 안티 페미니즘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재보선 표심의 완벽한 오독에 기초한 백래시는 보수의 발목을 잡는 새로운 덫이 될 것이다. 이 경향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2021-05-16 15:11:35

[광장] 그리스 희극과 문재인 정부 ‘표현의 자유’

[광장] 그리스 희극과 문재인 정부 ‘표현의 자유’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이 거닐었을 아테네 아고라의 판아테나이카 도로를 걷다 보면 귀족회의가 열리던 아레오파고스 바위에 이른다. 여기서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신들의 공간 아크로폴리스에 아테네의 상징 파르테논 신전이 반겨 준다. 신전 동쪽 벼랑 아래 포도주의 신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극장이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B.C. 534년 극작가 테스피스의 연극이 막을 올렸다. 인류사 연극의 출발이다. 아테네 연극은 B.C. 490년 마라톤 전투, B.C. 480년 살라미스 해전 승리 뒤, 비약적으로 발전한다. 숙적 페르시아를 두 번 물리친 군사력에다 그리스 문명권 국가들의 델로스동맹 기금을 유용한 경제력, 각지에서 몰려든 인재들이 B.C. 5세기 아테네 문화 황금기를 일군 덕분이다. 국가가 매년 두 번 개최한 연극 경연 축제도 촉매였다. 디오니시아(City Dionysia)로 불린 봄철 대축제는 비극 위주, 이보다 3개월여 앞선 겨울철 레나이아(Lenaia) 축제는 희극 작품 경연 뒤, 당선작을 무대에 올렸다. B.C. 5세기 아테네 희극의 특징은 정치 풍자다. 무능, 오만하면서도 위선 가득한 정치인과 세태를 고발한 최고의 희극 작가로 아리스토파네스(B.C. 446~385)가 역사에 길이 남는다. 인간 본성의 심연을 파헤친 3대 비극 작가 아에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에 비견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아리스토파네스는 약관 20세이던 B.C. 427년 디오니시아에서 '연회하는 사람들'로 2등, 이듬해 '바빌로니아 사람들'로 1등을 거머쥔다. 이어 레나이아 희극제에서 B.C. 425년 '아카르나이 사람들', B.C. 424년 '기사들'로 연거푸 1등에 오른다. 우리가 이 두 작품에 주목하는 이유는 아테네 최고 권력기구 스트라테고이(장군단, 10명의 장군 스트라테고스로 구성)의 핵심 정치인 클레온을 신랄하게 비판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대목은 아테네 정계 최고 실력자 클레온이 자신을 풍자 비판한 아리스토파네스에 그 어떤 권력도 휘두르지 않은 점이다. 권력자를 비판하는 작품이 국가 주관 연극제의 1등상을 탈 수 있고, 또 그런 작품과 작가에 대해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던 아테네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가 살아 숨 쉬던 아테네 직접민주주의의 성숙한 면모가 2500년 흘러 한국 사회에 어떻게 투영될까?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을 비판하는 30대 젊은이를 모욕죄로 고소했다 접었다. 방송에서 정치 얘기 한 마디도 않고, SNS에 몇 줄 정부를 비판한 JK 김동욱은 프로그램에서 쫓겨나 생계를 잃었다. 방송에서 민주당 찬가를 외치는 김어준은 4년 넘게 서울 시민 혈세 20여억 원을 주머니에 챙기는 중이다. 정치 비판이 온전할 수 없고,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할 리 없다. 오죽하면 한 대학생 단체가 "표현의 자유를 원해서 죄송하다"는 대자보를 전국 대학가에 붙였을까.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일 '포털 뉴스 알고리즘 공개법'을 꺼내 들었다. "전두환 정권 보도 지침을 떠올린다"는 비판처럼 포털 뉴스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겠다는 의도가 비친다. "쿼바디스, 도미네"(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라고 묻던 베드로는 예수님 말씀에 깨달음을 얻고 순교한 뒤, 성인 반열에 올랐다. "대한민국 표현의 자유는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 이들은 대접은커녕 핍박에 시달리는 나라, 민주국가라면 한 번도 경험해서는 안 되는 나라로 접어들었다.

2021-05-15 06:30:00

[이종문의 한시산책] 모란을 읊음(영모란(詠牧丹)) - 王溥(왕부)

[이종문의 한시산책] 모란을 읊음(영모란(詠牧丹)) - 王溥(왕부)

대추꽃은 아주 작지만 탐스러운 열매를 맺고 棗花至小能成實(조화지소능성실)뽕잎은 부드럽지만 명주 실을 만든다네 桑葉雖柔解吐絲(상엽수유해토사)참 우습군, 모란꽃은 됫박만큼 크건마는 堪笑牧丹如斗大(감소목단여두대)아무 일 못 이룬 채로 해마다 빈 가질세 不成一事又空枝(불성일사우공지) 핀 줄도 모르는 새 슬며시 피었다가, 진 줄도 모르는 새 슬며시 지고 마는 꽃들이 있다. 위의 시에 등장하는 대추꽃도 그런 꽃들 가운데 하나다. 깨알 가운데서 작은 깨알보다는 조금 더 큰 꽃, 훅 불면 그냥 꺼질 것 같지만 막상 불어봐도 참으로 의연하게 버티고 있는, 자세히 보면 연초록 별처럼 아름다운 꽃! 하지만 너무나도 작아서 있는 듯 없는 듯한 대추꽃은 꽃으로서는 그 명함을 내밀기가 정말 어렵다.그러나 바로 그 작은 꽃에서 우리 모두의 군침을 삼키게 하는 붉고도 탐스러운 대추가 열린다. 장석주 시인이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달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대추 한 알')라고 노래한 바로 그 대추다.그런데 모란은?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모란은 꽃송이 하나가 작은 방석보다 조금 더 크다. 그러다 보니 대추꽃 천 송이를 모아보아도 활짝 핀 모란꽃 한 송이보다 더 작을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모란은 '꽃 중의 왕(花中王)'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얼마나 눈부시고 화려한가. 대추꽃 1만 송이를 모아보아도 단 한 송이의 활짝 핀 모란 꽃만 한 강력한 이미지를 구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래서 시인 김영랑도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모란이 피기까지는')"라고 노래하면서,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다리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모란에게는 화려한 겉모습만 있을 뿐 결실이라고 할 만한 알맹이가 아무것도 없다. 꽃은 그토록 화려하고도 탐스럽건만, 그 결과가 정말 허망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그런데 가만. 이 시에서 시인이 노래하고 있는 것이 과연 대추와 모란일까?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게다. 대추 같은 사람과 모란 같은 사람, 겉모습과는 달리 속이 꽉 찬 사람과 겉모습은 화려하지만 속이 텅빈 사람을 노래하고 있을 게다. 묵묵한 가운데 시대의 흐름과 국민들의 요구에 차곡차곡 화답한 정권과 구호는 참으로 화려했는데 막상 쭉정이만 남은 정권에 대해 노래한 것일 수도 있을 게다.이종문 시조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명예교수)

2021-05-15 06:30:00

[이희수의 술과 인문학]맥주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이희수의 술과 인문학]맥주를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

시저와 안토니우스를 사랑의 노예로 만들어 버리고, 그로 인해 로마 제국을 멸망의 길로 이끄는 원인을 제공한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Cleopatra)는 2천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미인의 대명사로 일컬어지고 있다. 실제로 그녀의 매력은 고혹적인 미모가 아니라 발랄한 재치와 탁월한 화술, 놀라운 지성에서 뿜어져 나오는 것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어쨌든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라는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의 말처럼 세계사의 판도를 바꿀 정도로 매력의 소유자였음은 분명하다.그녀는 미를 가꾸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투자를 하였다. 클레오파트라는 매일 목욕물 대신 맥주 거품으로 목욕을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맥주 비법은 유럽, 특히 맥주로 유명한 독일 지방에서는 대대로 미인을 꿈꾸는 여인들에게 애용되어 왔으며, 맥주 거품이 주름살 제거와 피부 미백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 비법은 체온보다 1∼2도 높게 데운 욕탕에 맥주 750ml 정도를 부어 혼합한 후 분위기 있는 음악을 틀어놓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며 목욕을 하면 된다.술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인류 문명의 발전도 없었다. 인간의 삶에서 적당한 알코올은 심리학적·사회적으로 일상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사회적 교류를 원활하게 하며 삶의 기쁨을 느끼게 한다. 전설적인 미다스 왕의 묘지에서 출토된 물질을 화학적으로 분석해 보니 모두 동일한 냄비에 들어있었던 보리, 포도, 꿀로 밝혀졌으며 이 혼합물은 고고학자 패드릭 맥가번의 표현대로 허브와 향신료가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 신석기 시대 그로그(술)였다.역사의 시작 바로 그때부터 인간은 특히 마시는 음료에서 흥미로운 풍미를 얻기 위해 여러 재료를 섞어서 모든 가능성을 시도했다. 이는 최초의 맥주는 칵테일 혼합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요즘 갈수록 맥주 세계에 동참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고 특히 홈술 열풍에 편의점 칵테일 매출 상승과 점차 전문화되고 있는 홈술 수요에 맞춰 맥주 칵테일도 다양한 콘셉트로 새로이 등장하고 있다. 맥주 칵테일은 갈증을 해소하는 이상의 다른 부가적인 면을 가미해 두 가지 이상의 다른 맥주를 블렌딩하거나 탄산음료나 시럽, 리큐어, 증류주 등을 혼합하고 창의적인 깜짝 놀랄만한 장식이 들어가기도 한다. 칵테일 재료로서 맥주는 많은 요소를 동반한다. 맥주의 다양한 색상은 시각적인 효과를 높여주며, 맥주의 쓴맛과 독특한 향과 맛은 밸런스를 높여준다. 스페셜티 맥주는 과일, 향신료, 오크 숙성 풍미 등 감미로운 맛과 분위기를 더해줄 수 있다.맥주효모는 맥아를 익혀 만든 맥즙을 발효시킨 것으로 바로 이 맥주효모에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섭취하지 못하는 영양분이 많이 들어있다. 특히 맥주가 피부에 좋은 이유는 맥주의 원료인 효모에 함유된 여성 호르몬 성분이 피부에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맥주효모는 셀레늄을 비롯한 항산화 미네랄의 가장 확실한 보급원이며, 맥주효모에 풍부히 들어 있는 스테로이드 물질은 여성 호르몬을 만드는 원료로 세포의 노화 방지 및 호르몬 장애를 근본적으로 해소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마이크로브루어리(Microbrewery)로 통칭 되는 소규모 양조장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며 주목받고 있고, 다양하며 특색 있는 우수한 품질의 크래프트 맥주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맥주 시장에서도 수입 맥주의 다양화, 하우스 맥주 및 소규모 양조장의 증가로 인하여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고 삶의 하루가 조금씩 지쳐 올 때는 클레오파트라가 미를 가꾸기 위해 매일 목욕물 대신 사용했다는 맥주와 함께 무더위를 날려보자.시원한 맥주 한잔이 갈증을 해소해주고 삶에 지친 우리의 몸을 녹여 줄 것이다. 사람과 술은 뒤끝이 좋아야 한다. 적당한 음주는 우리의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 만족한 삶을 위해서는 일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건강과 열심히 일하고 때때로 한잔의 술잔을 즐길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2021-05-14 14:20:00

[임언미의 찬란한 예술의 기억] ‘풀팅’을 기억하십니까

[임언미의 찬란한 예술의 기억] ‘풀팅’을 기억하십니까

1987년 5월 극단 연습실, 작품 연습을 위해 배우들이 하나둘 모여든다. 지난 밤 마신 술기운 탓에 두통이 남아있지만 대본을 받아든 두 눈은 생기가 가득하다. 이번 공연은 오랜만에 2주간 장기공연으로 진행된다. 긴 공연기간만큼 관객 수가 걱정이다. 관객이 적게 들면 공연할 맛도 나지 않을 뿐더러, 제작비는커녕 단원들 출연료도 챙기기 힘들기 때문이다. 공연 기간 내내 홍보를 해야 하기에 포스터는 1만 장 정도로 넉넉히 준비했다.몇 차례 대본 돌려 읽기를 끝내고 단원 몇몇이 일어나 포스터를 주섬주섬 챙겨든다. 지난 밤 시내 지도를 펼쳐두고 미리 구역을 정해뒀기에 그곳을 향해 빠르게 움직인다. 사람들 눈에 잘 띄는 몇 곳에 도착하니 아뿔싸, 영화 포스터가 먼저 자리 잡고 있다. 옆에 있던 막내 단원이 그 위에 '덧빵(덧붙이기의 은어)' 하자고 제안한다. 큰일 날 소리다. 영화 포스터를 잘못 건드렸다가는 다음날 시내 전 구역에 붙은 연극 포스터가 모조리 떼어지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영화 홍보 담당자는 연극보다 더 숫자도 많고 전문적으로 움직이기에 그 위에 '덧빵'을 하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격이다. 아쉽지만 빈틈을 찾아 하나 붙여놓고 옆 구역으로 이동한다.팔뚝에 잔뜩 붙여둔 테이프가 하나씩 뜯길 때마다 털이 뽑혀 나가지만 좀 더 빨리 움직여야하기에 통증을 느낄 겨를이 없다. 테이프로 붙이면 쉽게 떨어진다고 풀통을 지고 나선 몇몇 선배들도 있다. 이른바 '풀팅(풀붙이기의 은어)'이다. 그냥 풀만으로 붙이는 것보다 풀 속에 본드를 조금 섞으면 접착력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다음날 아침 뜯겨져 있는 포스터를 가슴 아프게 바라볼 바에는 뗄 때 고생할 청소부 아저씨들 생각은 접어 두는 편이 낫다.조를 나눠 몇 시간 꼬박 다니니 2천장 정도 소진됐다. 남은 것은 며칠 뒤 다시 붙이기로 하고 집으로 돌아간다. '며칠이라도 잘 붙어 있어야 할 텐데, 괜히 불법 광고물 부착이라고 벌금이나 물게 되진 않아야할 텐데…'라는 걱정을 안고 말이다.몇몇 연극인들에게서 들은 '공연 포스터를 옆구리에 끼고 대구 시내를 누비던 그 때 그 시절'을 글로 재현해봤다. 예나 지금이나 문화예술 행사를 기획하면 홍보 걱정이 제일 크다. 예술인들에게는 큰 비용이 드는 TV나 신문 광고보다는 '포스터'를 통한 홍보가 꽤 중요했다. 해당 행사를 기억시킬만한 문구와 사진, 그림을 한 장에 함축시켜 전달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공연을 알리는 데 한 몸을 바친 포스터들은 공연이 끝나고 나면 그 공연의 역사를 기록하는 소중한 자료가 된다. 시대별‧용도별로 제작 기법이 달랐고 담긴 내용도 가지가지다. 옛 포스터 자료들을 들춰보면 용도에 따라, 제작 경비에 따라 포스터 크기와 재질에도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멀리서도 눈에 잘 띄어야하기에 서체와 크기, 색깔 등에 꽤 많은 공을 들였다. 공연 제작자와 친분이 있는 화가가 포스터 제작을 도와준 경우도 많다.1952년과 1953년 대구국립극장에서 열린 김상규 신무용발표회의 포스터는 아주 화려한 색채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이 두 장은 현재 대구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공연 포스터이다. 그림을 그린 이를 찾을 수 있다면 더 가치가 높아질 자료다. 1957년 6월 대구현악회 창단 공연 포스터는 서양화가 백태호 화백이 직접 글씨를 써서 디자인해줬다. 1960년대 초반 대구관현악단 공연 포스터의 그림과 디자인은 서양화가 이경희 화백이 대부분 맡았다.1973년 대구의 전문 음악인들이 참여해 만든 최초의 오페라 의 공연 포스터와 무대미술은 서양화가 이묘춘이 맡았다. 이후 대구오페라단의 공연 포스터는 서양화가 이경희와 강우문, 그리고 백낙종 화백이 그려줬다. 1982년 제1회 정기공연 작품을 무대에 올린 대구시립무용단의 포스터는 A4용지 두 장을 이어놓은 크기로 펼쳐놓은 앞면은 포스터로, 뒷면은 공연 정보가 담겨 있는 팸플릿으로 활용됐다. 포스터 그림은 서양화가 추영근의 작품이, 아래에는 무용단원 단체 사진이 실려 있다.1980년대 이후 사진기가 널리 보급된 이후부터는 사진을 포스터에 활용한 경우도 많다. 컴퓨터가 보급된 이후로는 화가들의 '손맛'보다는 전문적인 포스터 서체와 디자인이 널리 활용됐다. SNS와 유튜브를 최고의 홍보수단으로 보는 요즘 청년예술가들에게는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들이다.

2021-05-14 14:03:00

[매일춘추] 스승의날이 오면

[매일춘추] 스승의날이 오면

필자에게는 스승의날이면 꼭 전화라도 드려서 안부를 묻는 몇 분의 선생님이 계신다. 필자는 복도 많아서 참으로 훌륭하신 선생님들에게 지도를 받았다.첫 번째 선생님은 필자가 작곡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음악의 본질을 일깨워 주신 분이시며, 교수로 지휘자로 대구 음악계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치셨다. 교수로 재직하시면서 동료 교수들을 채용하실 때는 늘 자신보다 능력 있는 분들을 발탁하셨다.한 번은 선생님께 "그분들의 명성이 선생님보다 보편적으로 높게 평가되고 있는데 그것이 부담스럽지 않으십니까?"라고 겁도 없이 질문을 드렸다. 선생님의 답은 명료하였다."나보다 실력 있는 사람들이 나의 친구가 되어야 나에게도 발전이 있다."이 말씀은 필자의 삶에 큰 의미를 부여한 명령이었다.필자는 대학시절에 광주사태 등 민주화 과정을 격은 탓에 대위법이란 과목을 제대로 공부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고민을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본인보다 더 능력 있는 분이 계시다며 필자를 그 선생님께로 안내해 주셨다.이 두 번째 선생님은 대구에서 필자의 첫 선생님과 동료 교수로 같이 활동하셨지만 후일에 서울대 교수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을 역임하셨다. 그리고 이 선생님께서 대한민국 2세대 대표 작곡가 마에스트로 김달성 교수님을 소개해 주셔서 필자는 대학원 과정을 그 교수님 문하에서 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김달성 선생님께서 필자에게 던지신 첫 요구는 "먼저 세상에 유익을 끼치는 인간이 돼라!"라는 말씀이셨다. 대학원 3학기를 마칠 무렵 선생님은 뇌종양 때문에 거의 1년을 무의식 상태로 병원에 누워계셨지만 수술의 성공으로 불사조처럼 의식을 회복하시고 20여 년을 건강하게 활동하셨다.선생님께서는 필자가 유학을 마치고 오페라 작곡가로 활동을 시작하였을 때 한 가지 큰 숙제를 주셨다."한국은 원래 좁은 땅에서 아웅다웅 싸우는 민족이 아니었다. 한국뿐 아니라 유라시아에 흩어져 사는 고려인들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대한민국이 지녔던 근원적 대국 정신을 작품으로 만들어라!"필자는 "과분한 숙제를 제가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사양하듯 반문하였다. 선생님은 "이 선생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내가 하고 싶었지만 못 이룬 일이니 거절하지 말라!"라고 하셨다.그 후, 작고하시기 전 1년을 다시 거의 무의식 상태로 병상에 계셨다. 병문안을 갔을 때 선생님께서 순간적으로 의식을 회복하셔서 "이 선생 왔어?"라고 말씀하시며, 한동안 눈을 마주치며 손을 잡고 약한 음성으로 대화를 하였다. 그때도 선생님은 "내가 준 숙제 꼭 해줘!"라고 당부하셨다. 그 후에 가족들로부터 이 대화가 선생님의 거의 마지막 대화였다고 전해 들었다. 그 유언적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그리고 이미 작고하셨지만 필자의 작품들이 합창을 비롯한 성악과 깊이 연관되어 있도록 귀를 열어 주신 합창지휘자이셨던 선생님, 서울 진학을 위해 짧게 지도를 받았으나 살아 생전 길게 필자의 성장 과정을 기다려 주셨던 존경하는 선생님, 그리고 또 한 분, 대학과정의 지도교수이셨으며 그야말로 아버지같이 이끌어 주신 팔순의 선생님. 이분들의 관심이 한 작곡가를 만들어 주셨다.

2021-05-13 11:36:48

[기고]경제 잘 아는 차기 지도자를 희망하며

[기고]경제 잘 아는 차기 지도자를 희망하며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이 5년 뒤면 작년 말(48.7%)보다 21%포인트나 증가한 69.7%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가 폭으로 보면 IMF에서 선진국으로 분류해 조사한 35개국 가운데 2위이고,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호주, 일본 등 9개국 중에선 가장 높은 수치다.2020년 말 기준 국가 채무는 847조 원으로 전년도보다 124조 원 급증해, 1인당 국민 채무도 1천634만 원으로 전년 대비 239만 원 늘었다는 기사도 있다. 국가 채무에 공무원, 군인연금, 공적연금 충당 채무 1천44조 원을 합치면 나랏빚 총액은 1천985조 원으로 지난해 GDP 총액(1천924조 원)마저 넘어섰다고 한다. 국민들이 나중에 갚아야 할 돈이라는 점에서 후손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미래의 불확실성은 최근 20, 30대가 '영끌'이라는 표현을 써 가며 빚을 내 부동산, 주식을 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을 초래했다고 본다. 집 한 채를 마련하기 위해 30년간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한다는 현실이고 보면 그들의 방식이 맞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국가 부채의 큰 비중을 공적연금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자리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공적자금과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어 부담을 증가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또한 개인 채무의 가장 큰 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점에서, 집값을 안정화시켜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가장 쉬운 경기부양책이 부동산 가격 상승이고, 가장 쉬운 일자리 증가가 단순 노무에 해당하는 공적 일자리와 토목공사로 수십 년간 써 왔던 방식이지만, 백신 접종도 진행되고 있고,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임을 감안해 본다면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정부는 과거 구태에서 벗어나 저성장, 저출산, 양극화를 극복하기 위한 비전을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장의 목적만을 이루기 위해 정책을 추진하다 국민에게 어려움을 떠넘긴 것은 지난 IMF 사태면 충분하다. 외국발 위기로 인해 국내 경기까지 바닥을 친 것은 리먼브라더스 사태면 충분하다.IMF 사태는 수많은 기업의 부도를 야기했으며 국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진행되었다. 금 모으기로 대변되는 위기 극복 DNA가 뼛속 깊이 새겨져 있는 우리 국민들의 힘이 아니었으면 그리스처럼 나라가 부도나 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준비된 상태에서 벌어진 지난 일본의 수출규제는 오히려 소재, 부품, 장비로 대표되는 대일 무역 불균형을 과감하게 개선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기술 독립을 이루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필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라는 표현을 좋아한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해 오던 정권 유지만을 목적으로 한 근시안적 정책의 남발이 아니라, 일자리는 상공인들이 만들어야 하고 정부는 이러한 일자리가 양질의 일자리화될 수 있도록 중소 상공인들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토대를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내년이면 벌써 대선이다. 국가 정책 입안 실패의 손실을 세금으로 충당하려 하지 않는 지도자, 근시안적이지 않은 미래를 볼 줄 아는, 한마디로 경제를 아는 지도자가 필요한 때다. IMF를 넘어선 국민들이 자녀들에게 무용담처럼 자랑스럽게 위기 극복 이야기를 하듯, 코로나19 사태를 넘어선 우리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후손에게 무용담을 들려줄 수 있는 미래를 희망해 본다.

2021-05-13 11:35:29

[춘추칼럼]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춘추칼럼]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한 소녀가 오디션 프로그램에 나와서 부른 노래를 감탄하면서 들었다. 어쩜 저렇게 노래를 잘하나! 귀에 쏙쏙 박히는 노랫말에 홀린 듯 몰입해 들었다.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오늘 이 순간이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다'라는 가사로 유추하자면, 이 노래는 '안티에이징'을 대놓고 주창한다. 나이의 제약은 걷어치우고 오늘 내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을 누리자! 나이가 아무것도 아니라지만, 나이에 따라 우리 인생은 다른 시기로 옮겨가고, 나이를 먹으며 필연적으로 다른 형태의 삶을 겪는다. 나이와 생물학적 신체, 나이와 삶의 형태와의 관계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임을 부정할 수 없다.늙음은 한물간 퇴적층이 아니다. 하지만 다들 나이 듦을 기피한다. 젊음이 늙음에 견줘 더 가치가 있다는 사회 통념이 늙음을 기피하는 태도를 부추긴다. 늙음은 인생이란 자산을 한 푼도 남김없이 거덜 낸 노름꾼이 아니건만 늙음에 대한 반감은 꽤나 넓게 퍼져 있다. 본디 젊은이가 제 아버지나 교사를 상스럽게 낮춰 부르는 '꼰대'가 이즈막엔 나이 듦을 싸잡아 혐오하는 용어로 바뀌었다. 나이 든 자는 다 꼰대 취급을 받는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늙음을 기피하는 세태를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과연 늙음은 수치고, 하찮음이며, 쓸모없음으로의 전락인가? 안티에이징은 현대 의학의 힘을 빌려 노화를 늦추자는 것이다. 늙음을 폄하하고 젊음을 숭상하는 세태가 안티에이징의 유행을 낳는다. 동안(童顏) 숭배도 그 유행의 한 조각이다. 나이가 들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흑발에서 백발로 변한다. 이 자연스러움을 한사코 기피하는 세태가 우스꽝스럽다.물론 청춘은 풋풋하고 아름다운 시절이다. 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 한 구절을 꿸 만한 지적 능력이 없더라도 젊은 생의 추동력은 눈부시다. 불의와 부조리에 반항하고, 꿈을 향해 나아갈 때 젊음은 근력과 재능이 넘치고, 생은 약동한다. 하지만 여러 모순을 품은 채 불안정을 드러내고 실수가 잦은 것도 사실이다. 제 안의 윤리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경험의 결핍과 부족 속에서 방탕에 빠질 때 젊음은 '혼란의 동맹군'(크리스티안 생제르)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청춘이 무조건 아름답다는 말만은 하지 말자.늙는 일은 누구에게나 낯선 첫 경험이다. 노화는 인생의 과정일 뿐이다. 모든 생명체는 노화를 겪는다. 노화는 개체가 죽음에 이름으로써만 끝난다. 다들 망각하지만, 늙은이도 한때는 청춘이었다. 난자가 정자와 결합하고 수태가 이루어진 생의 첫 순간부터 인간은 늙음을 향해 달려간다. 늙음은 추락도, 불명예도 아니다. 이것은 약속된 생의 프로그램일 뿐이다. 우리는 늙으면서 상실과 쇠락을 겪는다. 늙음이 자랑스러운 훈장은 아니지만 숨기고 싶은 수치나 악덕도 아니다. 늙음이 빛나는 순간 그것은 쇠락 속에서 통찰과 지혜, 황혼의 평화와 같은 덕목을 드러내는 인생의 원숙기인 것이다.한국계 미국 이민 가족의 고통과 슬픔을 그린 영화 '미나리'에서 한국 할머니 연기를 한 배우 윤여정 씨가 오스카상에서 여우조연상을 거머쥐었다. 아시아 배우로서는 두 번째라고 한다. 한국 영화사 100년 만에 거둔 이 놀라운 성과를 낸 주인공은 배우 윤여정 씨다. 나이 74세의 배우는 오스카 수상식장에서 한 점의 주눅 듦 없이 당당했다. 윤여정 씨의 희끗희끗한 머리칼과 주름이 많은 얼굴을 보면서 '늙음이 저렇게 아름답구나' 했다. 누가 늙음을 잔인한 간수이자 감옥이라 하는가? 나이야 가라, 나이야 가라! 늙음이 추하다는 소문은 유언비어이다. 그건 헛소문이고, 가짜 뉴스다. 청춘이란 영예는 거저 얻어진 것이지만 노년의 충만함과 완숙 경험을 표상하는 백발은 공짜로 얻은 게 아니다. 윤여정 씨, 당신이 한국의 배우여서 자랑스러워요! 늙음이 별처럼 빛날 때 젊음과 노년은 그 자체로 가치의 우열 관계가 성립되지 않음을, 그리고 백발이 보여주는 창조주와 같은 위엄은 숱한 시련과 수고의 결과라는 점을 새삼 깨닫는다.

2021-05-13 11:35:06

[특별기고] 대구경북 RIS 탈락, 서글픈 지역의 처지

[특별기고] 대구경북 RIS 탈락, 서글픈 지역의 처지

과연 우리나라에서 대구경북은 어떤 의미인가? 최근 들어 이 질문이 이렇게 낯설게 다가온 적이 없다.누구는 이렇게 얘기하곤 한다. 국가가 어려울 때 나라를 구한 곳이 대구경북이었다고. 6·25전쟁 당시 최후 방어선이 낙동강이었고, 국가 외환위기(IMF) 당시 금 모으기 운동으로 금융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정신적 및 실체적 운동을 보여 준 곳이라고. 다른 사례는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 대구경북은 어떤 존재인가?필자는 최근 교육부와 연구재단의 올해 '지자체-대학 협력기반사업(RIS)'에 경북대-대구대 컨소시엄이 탈락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안타까움을 넘어 지역의 대학 교육을 담당하는 총장으로서 대구경북의 대학 중심 지역 혁신 체제 구축 처지가 서글퍼진다. 이번에 발표한 RIS사업 선정 평가는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RIS사업은 지난해 교육부가 대학-지역 간 협업 체계 구축을 통해 대학의 지역 혁신 역량을 강화하고자 마련했다. 대학들이 핵심 분야와 연계해 교육 체계를 개편하고 지역 기업, 연구소,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다양한 지역 혁신기관과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과제를 수행하는 것을 지원한다. 국고 1천80억 원 등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이 사업은 필자가 경북대학교 총장 시절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에게 대학을 중심으로 한 대구경북의 혁신적 발전에 대한 아이디어를 말한 것이 첫 모델이었다. 그것은 대경혁신인재양성프로젝트(휴스타)로 실현됐고, 현 정부의 RIS사업으로 발전한 것이다.2019년 전국에서 대구경북이 최초로 시도한 휴스타 사업은 당시 그야말로 혁신적인 시도였다. 국비 지원 없이 대구시가 418억 원, 경상북도가 19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등 지방정부의 강한 의지도 보였다. 지방정부가 주도해 지역 대학, 연구·지원기관, 지역 기업이 함께 기업 수요에 맞는 혁신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 인재가 지역에 정착해 기업의 성장을 주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도입한 것이었다.더욱이 2019년 10월 개강한 휴스타 혁신 아카데미 1기는 최근 로봇, 의료,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49명이 지역 기업 등에 취업하는 등 80% 수준의 높은 취업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지역 기업 맞춤형 교육을 받은 휴스타 혁신 인재를 채용하고자 사업에 신규 참여하려는 기업들의 문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이렇듯 대구경북이 선도적 역할을 하는 RIS사업인데, 이번 선정 평가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새 캠퍼스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에 초점을 맞춘 충남대전세종 지역 사업이 왜 선정됐는가? 학령인구 감소에 대처해 버추얼 기반 대학으로서 지역 산업을 위해 인재 육성을 하겠다는 대구경북의 계획이 왜 탈락했는가?대구경북권 대학의 계획은 학령인구 감소에 대비하려는 의지가 돋보이는 계획이었다. 과연 대구경북 지역의 탈락은 무슨 의미인가? 학습 수요자가 모자라 공간이 남아도는 현 상황에서 새 캠퍼스를 짓겠다는 계획은 무의미하다.지난해 탈락은 그렇다고 치자. 경북대는 코로나19 방역 전쟁 속에서 생활관을 기꺼이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사업 아이디어를 제공한 원조 대학이라는 책임으로 신청했고 결국 전남대, 경상대, 충북대에 고배를 마셨다.그건 타 지역에 비해 코로나19 타격이 컸던 만큼 여유가 없었다고 위로하자. 그러나 올해의 탈락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올해 경북대 계획은 참으로 훌륭했다.적어도 올해 충남대전세종과 대구경북은 동시에 선정됐어야 한다. 지난해 충북이 선정된 마당에 충남대전세종이 올해 기어이 선정돼야 하는가?정부는 그토록 균형발전을 바란다고 하면서, 대구경북의 계획이 교육부의 추진 방향인 학령인구 감소에 충분히 대응했음에도 결국 버림받은 것이다.RIS사업은 대학을 통한 지역 혁신이다. 510만 인구가 사는 대구경북은 대학을 매개로 한 지역 혁신 사업의 이니셔티브를 잃어버렸다. 나라를 위한 그 많은 노력으로 헌신해 온 대구경북 시도민은 어떤 말로 위로를 받을 것인가?이제는 우리 스스로 답해야 한다. 어느 지역도 대구경북의 절박함과 미래 준비의 의미를 모른다고. 그렇기에 대구경북의 혁신은 우리가 해결해야 한다고.

2021-05-12 16:49:02

[매일춘추] 노력하는 천재

[매일춘추] 노력하는 천재

요즘 각종 매체들을 접하다 보면 '천재'라는 단어가 자주, 그리고 꽤 많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요리천재, 공부천재, 연기천재 등 각 분야에 '천재'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유행인마냥 여기저기 쓰이고 그런 말에 환호하고 동경하는 우리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천재(天才)'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 혹은 그런 재능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하늘이 내려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는 없으나 확실한 것은 '천재'가 가진 대단한 재능의 희소성에 비해 그 말이 너무 쉽게 쓰여진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대상을 높이 평가하고 치켜세워주기 위해 선택한 단어겠지만, 그 이면에는 노력보단 타고난 재능을 더 높이 평가하고 대단하게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반영되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특별한 재능이 필요하다 생각되는 분야에서 쓰임이 두드러지는 것을 보면 말이다.이런 천재 마케팅이 요란해질수록 노력의 가치가 빛바래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가끔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천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인물들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고의 노력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더욱 천재라는 말을 칭찬으로만 쓰기엔 조심스러워진다.서양 음악사에서 대표적인 천재로 거론되는 인물로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1756~1791)를 들 수 있다. 그가 남긴 보석같은 작품들이 천재성을 입증해주는 것 외에도, 3살에 이미 클라비어(피아노의 전신인 악기)를 연주하고 작곡을 시작했다는 이야기, 교황청이 유출을 금지한 성가곡 '미제레레'를 한 번만 듣고(실제로는 몇 번 들었다고 알려져 있다.) 필사를 했다는 에피소드와 심지어 35세란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것까지 '천재는 단명한다'라는 이미지에 영향을 준 것을 보면 그는 명실상부한 '천재' 음악가임에 틀림이 없다.그러나 이런 모차르트조차 그의 편지글에서 "사람들은 나를 천재라고만 생각하는데 나처럼 연습과 노력을 많이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한 것을 알게 된다면 결국 노력 없는 천재는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는 에디슨의 명언을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누군가 "그 1%의 재능은 아무나 가지는 것이냐"라고 되물을 수는 있겠지만 그 논란은 우선 뒤로하고, 천재 역시 뼈를 깎는 노력이 바탕이 되어 그 잠재력이 폭발했을 때 나타난다는 것을 잘 설명해주는 말이라 생각이 된다.천재라는 타이틀에 가려 노력하는 것을 평가절하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천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거장들도 엄청난 노력을 통해 그 반열에 오른 것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2021-05-12 14:36:15

[기고] 언위심성(言爲心聲)

[기고] 언위심성(言爲心聲)

A가 후배와 함께 친구를 만났다."어이 친구! 오랜만이야.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간단한 인사가 끝나자 옆에 있는 후배를 보고 친구가 묻는다. "누구?"A가 말한다. "어, 내 후배야" "인사해!"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말이다.그러나 친구가 "누구?"라고 물었을 때 "아! 내가 친동생처럼 아끼는 대학 후배야"라고 소개한 후 후배에게 "저 친구는 둘도 없는 죽마고우, 절친인데 아주 멋진 친구야! 인사 드려라"고 했더라면 어땠을까?B가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가면서 하는 말, "잘 먹고 갑니다". 이처럼 "잘 먹고 갑니다" 혹은 "수고하세요"라고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그러나 "사장님! 오늘 식사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반찬이 깔끔하고 담백해서 제 입에 딱 맞았습니다. 특히, 청국장은 일품이었어요!"라며 엄지척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기분이 한껏 좋아진 사장님은 B를 기억하게 될 것이고 다음에 오면 서비스 하나라도 더 주지 않을까?이게 끝이 아니다. "이렇게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주방 이모님은 어떤 분인지 얼굴 한번 보고 싶네요"라고 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요, 화룡점정이리라.'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이처럼 말이 갖는 힘이란 그 무게를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무겁고 크다 하겠다.'말의 품격'이란 책에서 작가 이기주는 언위심성(言爲心聲), 즉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그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고 했다. 말은 자신의 생각을 겉으로 표현하는 '마음의 소리'이다.명심보감에서도 '이언지언(利言之言) 난여면서(煖如綿絮), 상인지어(傷人之語) 이여형극(利如荊蕀)'이라 했다. '사람을 이롭게 하는 말은 솜처럼 따뜻하지만 사람을 상하게 하는 말은 가시처럼 날카롭다'며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한편, 이성계가 조선 건국의 주역이었던 무학대사에게 농담조로 묻는다."대사! 나는 그대가 사기꾼으로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시오?" 잠시 생각하던 무학대사가 말하기를 "저는 전하가 부처처럼 보입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흐뭇해진 이성계가 "정말로 제가 그렇게 보입니까?"라고 하자 무학대사가 "시안견유시(豕眼見惟豕) 불안견유불(佛眼見惟佛)이지요"라고 했다. 돼지의 눈으로 보면 돼지처럼 보이지만 부처의 눈으로 보면 부처처럼 보인다는 말이다.그야말로 언중유골이요 촌철살인의 백미라 하겠다.이처럼 말은 그 사람의 심성을 알 수 있는 '마음의 소리'이다.그러나 요즈음 정치권에서는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쓰레기'니 '돌대가리'니 하면서 인격 모독은 물론 '이 새끼 저 새끼'라는 직장 상사의 막말 갑질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조선시대 정조는 "내 평생, 천한 마부한테도 이놈 저놈이라 부른 적이 없다"고 했다.왕조시대 군왕도 이럴진대 자유민주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아무 말 대잔치가 그야말로 가관이다. 자라나는 새싹들의 인성을 생각하고 내 가족과 사랑스러운 자식을 생각해서라도 좀 더 부드럽고 품위 있는 말을 쓸 수는 없을까?국가와 국민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다고 목이 터져라 외쳐 대던 이들의 입에서 좀 더 품위 있고 인정미 넘치는 향기로운 덕담이 요구되는 작금(昨今)이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티 없이 맑고 밝은 어린이들의 화사한 미소를 보면서 언위심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1-05-12 14:11:24

[취재현장] “4년 만의 가상화폐 열풍, 투자 성공하면 ‘한강뷰’?”

[취재현장] “4년 만의 가상화폐 열풍, 투자 성공하면 ‘한강뷰’?”

홍준헌 경제부 기자최근 한 단톡방(단체대화방)에서 결혼을 앞둔 30대 친구 A가 "지난해 여윳돈 2천만 원으로 사 뒀던 MFT 등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화폐)들이 최대 10억 원까지 불었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그는 4월 중순 급락장에 최고 수익의 반토막인 5억 원까지 떨어지자 이를 부랴부랴 현금화한 뒤 신혼집 마련 자금에 쓴다고 했다.가상화폐를 지녔던 동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급등락하는 시세를 살피느라 근무 중에도, 잠자리에서도 수차례씩 차트를 들여다봤다. 2원짜리 코인이 0.4원으로 떨어져 -80% 손실이 났을 땐 '결혼이 물거품이 되는 건 아닐까' 걱정도 컸다.A는 "한때는 가상화폐로 100억 원을 벌고서 일찍 퇴사하는 장밋빛 꿈도 꿨다. 실상은 손실권에도, 수익권에도 하루하루가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올 상반기 최대 화두는 '가상화폐'다. 지난해 주식에 열 올리던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세대가 가상화폐로 옮겨간 모양새다. A 같은 특수 사례가 재빨리 퍼지다 보니 많은 이들이 그런 성공담을 각자의 미래로 여겨 도전한다.내 집 마련, 결혼을 걱정하는 2030 청년층의 관심이 특히 뜨겁다. 2017년, 이미 지나간 '가상화폐 광풍' 끝에 어떤 결과가 오는지 지켜본 바로는, 현 상황이 불안하기만 하다.그해 1월 2일 국내 거래소에서 132만 원에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하반기 1천만 원대로 올랐다. 지금처럼 '성투' 사례가 쏟아졌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의 유망성에 기대하는 이들이 넘쳐 났다. 가상화폐 효용을 다룬 토론회가 연일 화제였다. 각국 정부가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했다.열풍은 급랭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2018년 1월 초 국내 거래소에서 2천500만 원대를 찍은 뒤 급락해 같은 해 연말 426만 원으로 80% 이상 떨어졌다. 성공 사례는 말 그대로 소수에 그쳤다. 뒤늦게 가상화폐 존재를 알고 뛰어들었다가 운 좋게 본전치기로 그친 경우가 많았다. 감당 못 할 손실에 거액 빚을 지는 사람이 잇따랐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도 속속 나왔다.그리고 4년 만에 비트코인 가격은 다시 올라 최고 8천%까지 뛰었다. 가상화폐 사용처·기술은 크게 진보하지 않은 채, 투자자들 심리만 '사자'로 돌아서며 가치가 급등했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의 정확한 가치도, 등락 원인도 모르겠다"고 한다.일찍 투자했던 이들이 후발 투자자들에게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을 쥐여 주고 떠났던 과거 악몽이 언젠가 다시 재연될 수 있다는 걱정이 든다. 최근 급락장에서도 누군가는 무리를 해 투자했다가 물렸을지 모를 일이다.정부와 금융 당국은 통화 체계의 안정성, 개인의 불행 최소화, 범죄 이용 방지 등을 이유로 가상화폐 투자를 억제하고 있다. 청년들은 "정부가 계층 이동 사다리를 걷어찬다. 투자할 자유를 보장하라"며 분노한다. 정작 더 나은 삶을 위해 정부에 요구할 근본 대책은 경기 개선이나 집값 잡기일 텐데도 말이다.'인생은 한강뷰 아니면 한강물'이라는 자못 무서운 우스개마저 나돈다. 가상화폐 투자에 성공하면 고가 아파트에서 살고, 실패하면 죽음밖에 없다는 극단적 농담이다.부디 이처럼 가상화폐만이 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없기만 바란다. 변동성 높은 가상화폐 시장에서 '한강뷰' 인생을 얻는 이는 또다시 소수에 그칠 것이다. 너무 큰 욕심은 성공 투자로부터 멀어지는 지름길이다.

2021-05-11 14:59:33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브랜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남양유업이 시끄럽다. 지난달 열린 심포지엄에서 한 말 때문이다. 당시 남양유업은 불가리스가 코로나19를 저감하는데 77.8%의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발표는 남양유업의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질병관리청이 실제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며 남양유업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결국 홍원식 회장은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브랜드는 사람과 닮았다. 브랜드가 하는 모든 행동이 브랜딩이다. 브랜드를 무생물이라 보면 꼭 이런 탈이 난다. 브랜드도 엄연히 심장이 있는 사람과 같다. 우리가 어떤 사람에게 호감을 느낄 때를 상상해보자. 외모는 물론 그의 말투, 패션, 환경, 인성 등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아무리 잘생기고 예쁘더라도 진실성이 없다면 그(그녀)를 사랑할 수 없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큰 매력을 가졌더라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아이의 성적이 좋아진다는 안마 의자, 냉난방비가 40% 절감된다는 창호제조사 등도 마찬가지다.브랜드는 로마와 닮았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고사성어처럼 브랜드 역시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10개의 브랜드가 탄생하면 9개는 망한다. 간신히 하나의 브랜드가 살아남아 사람들과 대화한다. 반면, 이런 말도 있다. '로마는 하루저녁에 무너졌다' 브랜드 역시 그렇다. 이룩하기는 수십 년이 걸려도 무너지는 데는 단 몇 분이 걸린다. 그것이 제조 공정의 문제일 수도 임직원의 행동의 문제일 수도 혹은 말실수일 수도 있다. 정말 힘들게 성을 쌓았지만, 순간의 실수 때문에 브랜드라는 성이 무너지고 마는 것이다.브랜딩을 할 때 늘 페이크(속임수)의 유혹을 받는다. '이렇게 과장해서 말하면 더 좋은 브랜드가 되겠지?'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에 더 열광하겠지?'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한순간이다.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사람들은 무섭게 돌아선다. 그리고 아무도 찾지 않는 브랜드가 되고 만다.당신은 기업의 대표인가? 아니면 기업의 직원인가? 직분과는 관계없이 대표든 직원이든 모두 그 브랜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다. 결국 모든 것이 브랜딩이다.좋은 브랜드가 되고 싶다면 기억하라. 브랜드도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진실한 마음으로 사람들과 대화해야 한다는 것을.

2021-05-11 13:04:45

[경제칼럼] 천 개의 아이디어보다 한 번의 실행

[경제칼럼] 천 개의 아이디어보다 한 번의 실행

옛말에 '관주위보'(貫珠爲寶),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많아도, 그것을 엮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는 말이다.우리는 종종 소위 '대박'을 터뜨려 돈과 명예를 거머쥔 서비스나 제품을 보며 '아, 나도 상상해 본 적 있는 아이디어였는데!'라고 아쉬워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좋은 아이디어가 많이 있을지라도 그것을 머릿속에만 두었느냐, 실행에 옮겼느냐가 결국 혁신이라는 큰 차이를 만든다.많은 이들이 대기업이나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기업)은 세상에 없는 가치를 추구하는 혁신가들에 의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의외로 혁신은 작고 사소한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의해 탄생하기도 한다.물론 실행이 곧 성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실행하지 않으면 성공할 확률은 0%일 뿐이다. 처음부터 실행이 거창한 행위일 필요는 없다. 매일 아침 컴퓨터를 켜고 무언가를 끄적여 보는 작은 실행에서조차 미래를 바꿀 힘이 나올 수 있다. 아이디어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자만이 혁신을 쟁취할 수 있다.퍼스트 펭귄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는가? 세상의 끝, 남극 대륙에 서식하는 펭귄들은 생존을 위해 바다에 뛰어내려야 한다. 수많은 천적이 도사리고 있는 바닷속에 뛰어드는 일은 그들에게 두려움 그 자체이다. 머뭇거리는 펭귄들 사이, 단 한 마리의 펭귄이 과감하게 바다로 뛰어들고 이윽고 다른 펭귄들도 연이어 입수한다. 이때 두려움을 극복하고 위험 속으로 용감하게 뛰어든 펭귄을 퍼스트 펭귄이라 하며, 불확실한 환경을 무릅쓰고 도전을 실행한 이 퍼스트 펭귄은 무리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게 된다.여기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1949년, 37세의 젊은 무명 작가 잭슨 폴록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장르를 창조해 미술사에 대변혁을 일으켰다. 잭슨 폴록 이전에도 그의 '행위'와 비슷한 아이디어들이 있었지만, 그들을 제치고 잭슨 폴록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그의 실행이었다.그는 이젤에서 캔버스를 끌어내렸다. 물감을 붓고, 뿌리고, 튀기며 캔버스라는 대상을 그리는 도구가 아닌 행위의 흔적을 담는 공간으로 여겼다. 그는 말했다. "저는 생각나는 것을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냥 해보는 것, 그것이 제 그림의 시작입니다." 이러한 과감한 시도는 그의 작품 'No5'를 1천800억 원이라는 역대 경매가 1위에 낙찰되게끔 했다. 한 번의 실행이 시대를 대표하는 창조의 꽃을 피운 것이다.'나다움'을 중시하는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를 합친 신조어)는 본인의 아이디어를 펼쳐 보이고 싶은 의욕과 열정이 강하다. 이제까지는 개인이 아이디어가 있어도 아이디어를 펼칠 기회나 제도조차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았다.하지만 최근에는 3D 프린터, 레이저 기기 등을 활용해 개인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와 같은 아이디어의 실현을 위한 지원책이 점점 늘고 있다. 젊은 세대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서 혁신이 탄생하기를 기대한다면, 그들에게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해 주고 그들의 과감한 실행을 뒷받침해 줄 기관들의 노력 또한 필요할 것이다.처음부터 일어나는 혁신은 없다. 아무리 기발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이는 단순한 아이디어에 그칠 뿐이다. 실행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실패에 대한 위험을 감수해야 하고, 도전을 위한 용기도 필요하다. 하지만 꾸준한 실행과 성찰의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는 조금씩 성장한다. 누구나 머릿속에 한두 개씩 가지고 있는 작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려고 노력할 때, 그 아이디어의 실행은 혁신의 씨앗이 될 수 있다.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개인의 용감한 실행이다. 천 개의 아이디어보다 더 가치 있는 한 번의 실행, 지금이 시작해야 할 때이다.

2021-05-11 11:19:14

[매일춘추] 나쁜 습관 지우기

[매일춘추] 나쁜 습관 지우기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공연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여러 공연을 준비하느라 바쁜 요즘, 연습실 가는 길에 습관처럼 카페에 들린다. 연습 일정에 따라 들르는 카페는 여러 군데지만, 어느 카페를 가든지 메뉴판도 보지 않고 주문을 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요."플라스틱 컵에 가득 담긴 얼음을 달그락거리며 연습실에 도착하면, 먼저 도착해있던 동료들 곁에도 '잠이 와서 깨려고, 피곤해서, 목이 말라서' 등 다양한 이유를 가진 커피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피로를 줄이고 집중력을 높여준다고 해서 '체력 회복 포션'(온라인 게임에서 획득하면 체력을 회복하는 물약)이라고도 불리는 이 음료들은 연습실을 채우는 열기와 같은 속도로 사라져간다.매일 적게는 1잔, 많게는 3잔까지 마셔대던 커피에 결국 중독되고 말았다. 어느 날,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는 것 같은데도 두통이 심하고 이유 없이 짜증이 나서 동료들에게 두통약을 구하니, 카페인 금단현상 중에 두통과 신경과민 증상이 있다며 카페인 중독이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었다. 카페인도 금단현상이 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해서 놀랐지만, 더 놀라운 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진 습관이 신체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독증상을 만들었다는 사실이었다.하지만 커피 같은 경우엔 술이나 담배 같은 중독과 달리 심한 금단현상이 나타나는 게 아니라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실제로 커피를 마시지 않은지 5일 정도 지나자 두통 증세도 사라졌다. 또다시 카페인 중독 증상을 겪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물과 이온음료로 대체하며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런데 지난 주말, 공연장에 가기 전 동료와 카페에 들렀다가 아무 생각 없이 커피를 주문해버렸다. 금단현상보다 습관이 더 무서웠다.어떤 행동이 습관으로 만들어지는 데는 21일이 걸리고, 그 습관이 몸에 배기 까지는 3달이 걸린다고 한다. 좋은 습관을 만들기는 긴 시간이라 많은 사람들이 의지를 견고하게 다지기 위해 모임을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나쁜 습관이 생기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퇴근하고 마시는 맥주 한 캔, 입이 궁금해서 찾는 각종 간식들이 습관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만들어진 습관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아봤더니 나쁜 습관을 대체할 수 있는 좋은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라는 내용이 있었다. 나쁜 습관을 없애기 위해서도 최소한 21일에서 석 달이 필요한 것이다.여태껏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에만 신경을 쓰고, 나쁜 습관을 만들지 않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 며칠간의 나의 하루를 천천히 되짚어봤더니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있던 많은 행동들이 건강한 삶을 방해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나쁜 습관 지우기, 지금 당장 시작해야겠다.

2021-05-11 10:23:38

[종교칼럼]종교간 대화 3

[종교칼럼]종교간 대화 3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이념인 민주주의와 시장원리가 종교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고, 이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어느 특정 종교를 국교로 선포할 수 없고 특별하게 지원할 수도 없는 것이 종교자유를 원칙으로 하는 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에 일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에 다양한 종교들이 공존하고 있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고 물리적인 힘이나 정치·사회적 조치를 동원한 인위적인 행위로 변혁을 가할 수는 없다.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종교 간의 차이와 평등을 인정하면서 현존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회질서나 개인의 생활에 부담을 주는 무질서한 가르침이나 의식 또는 집회를 하는 종교단체가 있다면 공공기관이 나서야지 어느 특정 종교단체가 나서서 자신의 이념이나 잣대로 처리할 수는 없는 것이다.그러므로 어느 한 특정 종교단체가 먼저 할 일은 다른 종교단체들이 그 나름대로 존재하도록 놔두어야 한다. 종교단체들의 생존과 번성은 사람들의 선택에 달린 일이다. 사람들이 지닌 세계관과 정서 그리고 자유의지로 알아서 할 일이다. 내가 신봉하는 종교에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세력을 키워준다면 나에게 기쁜 일이지만 이러한 일을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강요해서 할 수는 없는 일이고 그렇게 하려고 시도하더라도 통하지 않을 것은 누구나 다 안다.종교간 대화를 하려는 의지는 좋은 것이지만 내가 속한 종교의 신념을 강요하거나 세력을 키우기 위해 다른 종교들을 설득하는 일에 급급해한다면 무리가 따르고 결과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종교간 대화를 시도할 때에는 교리적인 문제는 가능한 대로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한 문제를 주제로 삼을 경우에는 선한 의지로 모였을 경우에도 결국 논쟁과 반목만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종교간 대화의 주제는 환경보호, 평화증진, 사회복지, 인권, 식량문제, 종교간 우정, 빈곤퇴치, 다문화 가정 돕기와 같은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사람에게 유익하고 보편적이며 구체적인 사항들이 좋을 것이다. 이런 일들을 잘 하는 종교는 자신이 진리를 신봉하는 단체임을 스스로 증명할 것이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교묘한 이론으로 결국 사람들을 오도하고 곤란에 빠뜨리며 등쳐먹는 존재에 지나지 않는 사이비란 것을 스스로 드러내게 될 것이다.오늘날 4월 초파일에 몇몇 성당에 석가탄생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리고 12월 성탄절에 몇몇 절에 비슷한 현수막이 걸리며, 가톨릭교회의 성직자가 절을 방문하기도 하고, 스님이 성당을 방문하기도 하는 것은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면서 서로 싸우지 않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만족할 수 있는 일이지만, 좀 더 자주 만나 지역사회의 평화와 복지 증진을 위해 함께 활발한 협력을 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우리나라 개신교의 일부 교파는 다른 종교단체의 존재를 인정하기를 주저하면서 자신의 종교단체만이 참된 구원을 중재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교회로 오지 않는 사람은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주장까지 하곤 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개신교 안에서도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외면당하고 신봉자의 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것과 더불어 종교간 대화와 평화로운 공존의 중요성을 인지하여 대화의 장으로 나오는 개신교 교파의 수가 많이 증가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우리나라의 3대 종교단체인 개신교와 가톨릭 그리고 불교가 서로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여 종교 간에 평화를 정착하고 나아가 우리나라에 평화를 정착하는 작업에 일조하는 것은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 될 것이다.신부, 천주교대구대교구 소속

2021-05-11 10:22:11

무릎에서 들리는 “딱딱” 소리의 신호. 그대로 방치하면?

무릎에서 들리는 “딱딱” 소리의 신호. 그대로 방치하면?

직장인 A(40)씨는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실내생활 증가로 운동량이 줄고 체중이 증가하면서 무릎에서 '딱딱' 소리가 나며 통증이 시작됐다. 일시적인 현상인줄 알았지만 통증과 무릎 관절이 시린 느낌이 심해지자 병원을 찾은 A씨는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무릎관절 질환은 흔히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있지만 최근에는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한 체중증가가 요인이 된 젊은층 환자도 늘어나고 있어 각별한 자기관리와 건강 유지가 중요하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퇴행성 무릎 관절염 환자수는 지난해 기준 약 376만명에 달하며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 노년층환자수가 전체 비율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노인성 질환이다. 다만 최근에는 비만, 잘못된 자세와 격한 운동 등의 이유로 젊은 나이에 관절염으로 고생하는 환자들도 늘고 있다.무릎 퇴행성관절염의 초기 증상은 무릎을 굽힐 때 관절에서 '딱딱' 소리가 나고 가벼운 통증이 동반된다. 이외에도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아침 기상시 다리가 무겁고 뻣뻣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한방에서는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위해 추나요법, 침, 약침 치료를 병행한다.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신체 일부 그리고 추나 테이블 등의 보조기구를 이용해 환자의 신체구조에 유효한 자극을 가해 구조적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수기요법이다. 뼈와 관절, 인대의 균형을 맞추고 움직임의 장애를 해소해 통증을 호소하는 관절의 치료에 효과적이다.침 치료는 막힌 경락을 소통시켜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조화가 깨어진 몸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 항상성이 유지되도록 도움을 준다. 또한 무릎 통증 발생시 질병을 생기게 한 외부 유해 자극을 제거하고 몸의 저항력과 면역력을 높여 치료에 도움을 준다 .약침요법은 천연 한약제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해 경혈에 한약을 주입하는 치료다. 뼈재생, 연골재생, 관절 재생에 도움을 주며, 소염작용을 통해 빠르게 통증을 감소시키고 관절과 주변 인대와 근육에 영양을 보충해준다.그러나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환자의 꾸준한 운동 및 생활관리다. 체중이 증가할수록 무릎에 큰 하중이 가해지기 때문에 식이 요법과 운동을 통한 무릎 건강 유지가 중요하다. 꾸준한 운동을 하되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무릎을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평지 걷기, 자전거 타기, 통증이 심한 경우 물속에서 걷기 운동 등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추천한다..정장원 대구 수월한방병원 수성점 원장

2021-05-11 09:52:34

[의창] 코로나 19와 예방접종

[의창] 코로나 19와 예방접종

전염병은 심리학에서 시작해서 수학의 단계를 거쳐 의학의 단계에서 극복한다고 한다. 초기에는 병에 대한 정보가 없어 알 수 없는 괴담과 불안이 덮친다. 이후로 병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집계되는 환자수, 사망자수, 노출자수 등의 숫자들이 매스컴을 점령한다. 그 다음으로는 백신과 치료약들이 개발되면서 전염병이 극복된다는 것이다.아직도 폭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는 몇몇 나라들이 있기는 하지만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 19예방접종으로 이 골칫덩어리 바이러스 대응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상상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코로나 백신이 개발됐으며 전세계 나라들이 백신접종에 사활을 걸고 있다.백신이 개발되기 전 우리들은 백신이 개발되기만 하면 코로나 감염이 종식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우리가 간과한 문제가 있었다. 코로나 19백신 제조사 모더나의 스테반 방셀 CEO는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그는 이어 "우리는 이 바이러스와 영원히 함께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코로나19가 토착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공중보건 및 감염병 전문가들의 예상이다.화이자의 코로나백신 효과가 95%라는 것은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이지 전파를 예방하는 효과가 아니다. 설령 집단 면역에 도달한다고 하더라도 고위험군은 여전히 조심해야하고, 감염 또는 백신 접종으로 인해 생긴 면역력이 얼마나 지속할지도 뚜렷하지 않다. 매년마다 코로나백신 접종을 해야할 수도 있는 것이다. 변이 바이러스 출현, 백신을 맞았는데도 감염되는 환자의 발생 등 다양한 요인을 봤을 때 코로나19종식이나 집단 면역 달성은 어렵다.그렇다고 코로나 예방접종이 필요없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전략적 목표가 코로나 19의 완전 종식이 아닌 피해 최소화로 독감을 관리하는 수준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개인 위생 및 건강을 챙기고 매년 독감 접종을 하듯이 코로나도 그렇게 관리돼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치료약 개발이 반드시 필요하다. '타미플루' 라는 치료약이 있어 독감에 대한 별다른 불안과 걱정이 없듯, 코로나 19의 치료약이 개발된다면 독감처럼 코로나 19를 이길 수 있다. 결국 우리는 백신을 맞으며 코로나 19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성취가능한 목표를 가지고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4월부터 대구파티마병원은 동구지역 만 75세 이상 어르신 코로나 예방접종에 참여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을 약 7천명의 노인들에게 접종하는 사업이다. 필자도 예진 의사로 3일 동안 진료를 봤다.내원하시는 어르신들도 얼마나 질서있게 잘 따라 주시는지 전체적으로 예방 센터가 돌아가는 시스템을 보면 일사불란하고 완벽하다. 예진을 하면서 접종 후 부작용 및 주의 사항을 설명해 드린다. 어디서 들으셨는지 예방접종 부작용에 대해 알고 있고, 집에 해열진통제를 구비해 두신 어르신들도 많다.설명을 마치면 어르신들이 꼭 물어보시는 말씀이 있다. "이거 좋은 거(화이자백신) 맞지요?", "주사 맞으면 코로나 안 걸리는 거 맞지요?" 깊게 생각하면 한없이 복잡하지만 현재까지의 최선의 전략이 예방접종이기에 "그렇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안심이 된 듯 접종을 하러 가신다.코로나 19는 지금 어느 단계쯤에 있는가? 심리학의 단계를 지났고, 수학의 단계도 건넜다. 현재 의학의 단계한복판에 있다. 마지막인 의학의 단계를 빨리 지나서 이 전염병의 굴레에서 빨리 벗어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이동원 대구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2021-05-11 09:52:22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의 음식 이야기] 댁의 식품은 안전하십니까?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의 음식 이야기] 댁의 식품은 안전하십니까?

산업의 발달은 생활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식생활에도 간편화와 편리함을 추구하면서 다양한 가공식품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노인 및 1인 가구가 증가함에 따라 편의식품 시장의 빠른 성장과 함께 가공식품의 소비는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은 외식산업에서 배달 서비스와 밀키트(meal kit)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밀키트는 즉석에서 먹는 간편 가정식과 달리 필요한 식자재를 미리 손질해 간단하게 요리해 먹을 수 있도록 재료를 팩이나 키트에 넣어 만든 제품으로 모든 준비가 완료되어 있어서 칼을 사용할 필요가 없고 소비자가 자신의 기호에 맞도록 변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급성장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가 식품을 선택함에 있어서 영양과 안전성을 기본으로 하면서 기호성과 간편함까지 추구하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한 다양한 가공식품이 생산되고 이용되는 것은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 되었다.시대의 흐름이 이렇다 보니 고객의 편의성을 위해 가공된 식품이 우리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 며칠 전 냉장고를 열어보니 유통기한이 임박한 페퍼로니(소시지의 일종으로 주로 피자류에 사용됨)가 눈에 띄었다. 유통기한이 지나기 전에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프라이팬을 달구고 소시지를 굽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그동안 피자를 만들어 먹을 때면 토핑용으로 당연히 사용했던 소시지에 그렇게나 많은 기름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었다. 굽는 내내 키친타월 여러 장을 적셔도 모자랄 만큼 흘러나오는 기름을 보면서 다시는 이토록 기름지고 짠맛의 소시지는 사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포장 겉표지의 식품 성분 표시를 읽어보니 '돈지'라고만 쓰여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돼지 기름이 들어있다는 소리인지?우리나라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 의하면 가공식품은 '농, 임, 축, 수산물 등 식품원료를 분쇄, 절단, 혼합 등의 물리적 조작을 가하고 여기에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여 제조, 가공, 포장한 식품'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가공과정에서는 원재료의 상태 변화가 불가하므로 정제된 설탕, 소금, 지방을 과량 함유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비타민, 무기질, 식이섬유 등은 제거되므로 가공식품은 심각한 영양 불균형 상태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대인이 섭취하는 식품의 90% 정도가 가공을 거친 식품이라니 우린 너무 많은 가공식품을 섭취하고 있지 않은가를 생각하게 된다. 영양의 불균형과 함께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점은 가공식품에 사용되는 다양한 식품첨가물에 대한 이해와 경계심이다. 가공식품은 보존 기간을 늘리고 색과 맛, 향, 조직감 등을 향상하고 영양소 강화 등의 이유로 다양한 식품첨가물을 사용한다.물론 안전성이 입증된 것만 허용범위 내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성분에 따라서는 식품 중에 오래 잔류하거나 식품 성분과 반응하여 분해하거나 심지어는 독성이 강하여 지속적인 섭취 시 건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성분들도 있기 때문에 가공식품류의 습관적이고 연속적인 섭취는 지양해야 한다.특히 노인층, 어린이, 만성질환자, 특정 식품첨가물에 민감한 반응을 일으킨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가공하지 않은 유기농산물, 유기축산물, 무농약식품, 무항생제축산물, 무첨가 식품으로 인증받은 자연식품을 선택하고 이용해야만 한다. 가공식품을 선택할 때는 포장지에 표기된 식품첨가물의 종류와 함량을 습관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여러분들도 이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식품 성분 및 영양 표시등을 확인하려는데 깨알같이 작게 쓰여 글씨들로 도저히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그렇다. 그럴 때면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은 후 갤러리에서 사진을 확대해서 보면 된다. 돋보기 기능이 되어 꼼꼼히 살펴볼 수 있으니 꼭 활용해 보길 바란다. 세상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다. 자신이 먹는 식품과 그 식품의 안전성을 알고자 하는 노력은 다양한 식품 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되고 이는 곧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될 것이다. 푸드스토리텔러 노유진

2021-05-10 14:03:30

[세계의 창] 모사드, 이스라엘의 코로나 비밀 병기

[세계의 창] 모사드, 이스라엘의 코로나 비밀 병기

미국의 국무장관, 재무장관, 법무장관, 국토안보부장관의 공통점은? 정답은 유태인이다. 미국의 외교와 재정, 법, 안보를 총괄하는 주요 장관이 모두 유태인이라는 것은 미국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이 유태인이라는 뜻이다. 흔히 유태인의 막강한 힘을 이야기할 때 뉴욕이 언급되기도 한다. 세계 금융의 수도라 불리는 뉴욕의 다른 이름이 '쥬욕'(Jew York)이라는 농담은 그만큼 유태인들이 세계의 돈을 지배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조지 소로스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 같은 거부들이 유태인이라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한 유태인이 노벨상 수상자의 22%에 이른다는 데도 사람들은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인다.막강한 유태 파워에 이름을 올리는 또 다른 기관은 모사드이다. 이스라엘의 정보부 모사드는 미국의 CIA, 러시아의 KGB, 영국의 MI6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기관으로 꼽힌다. 2차대전 종전 후 독일에서 멀리 떨어진 아르헨티나로 도망친 나치 전범 아이히만을 14년 만에 체포해 교수형에 처하게 한 것은 모사드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힌다. 이런 모사드가 최근 이스라엘의 코로나19 집단면역 달성의 제1 공로자라는 말이 나온다. 이스라엘은 인구 900만 명 정도의 작은 나라이지만 초기에 많은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당국을 초긴장 상태에 빠뜨렸다. 예루살렘 등 전 세계 사람들이 몰려드는 관광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지만 900만 인구의 10%에 이르는 84만 명의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은 이스라엘에는 충격적인 불명예였다.지난해 초 요시 코언 모사드 국장이 보건부 장관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었다. 도대체 정보기관의 수장이 보건부 장관을 만날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러나 모사드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이스라엘의 코로나 대응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염병 대처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장비, 요시 코언 국장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학교병원에 해당되는 시바메디컬센터에 코로나 장비 지휘통제소를 설치하고 자신이 직접 이 기구를 지휘했다. 모사드는 코로나 초기 필수 장비인 산소호흡기와 진단장비 등을 전 세계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조직을 활용해 구매했다. 고성능의 스파이 장비 구매를 전담하던 81부대까지 동원됐다. 장비만 구할 수 있다면 이스라엘과 외교관계가 없는 나라와도 접촉했고, 이미 다른 나라들이 구매 계약을 완료한 장비도 이스라엘 쪽으로 돌렸다.코로나 발발 초기인 2020년 3월 19일, 진단 키트 10만 개가 특별기 편으로 이스라엘에 도착했다. 이는 이스라엘 보건부가 아닌 모사드가 주문한 것이었다. 모사드의 능력은 완제품 구매에 그치지 않았다. 산소호흡기 제작 기술을 확보해 이스라엘에서 산소호흡기를 제작하도록 했고 마스크 제작 기술도 들여와 매달 2천500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하도록 했다. 이 모든 과정에 요시 코언 국장이 직접 나섰다. 자신이 각국의 정보 수장들에게 전화해 구매 절차에 시간을 줄이도록 했고, 필요하다면 그 나라의 통치자들과 직접 통화했다. 이스라엘에서 모사드는 자국민을 보호하는 수호천사로 여겨지기도 한다. 1972년 뮌헨올림픽 때 자국 선수 11명이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들에 희생됐을 때 이스라엘 정부는 20년에 걸쳐 가담한 테러리스트를 모두 찾아내 응징하도록 했다. 살해당하기 몇 시간 전, 가족들은 꽃다발과 함께 카드를 받는다. '우리는 잊지도 않고 용서하지도 않는다.'(We never forget or forgive)스파이 기관의 특징은 목표 달성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의 목표를 타격하는 것, 어떤 대가를 지불하더라도 자국의 승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런 정보기관이 코로나 대응에 동원됐으니 결과는 어땠겠는가. 이스라엘은 가장 빨리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나라가 됐다. 지도자의 처음이자 마지막 임무는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것, 국민들의 안녕과 복지를 책임지는 것이다. 모사드가 코로나19 대응에 나서도록 한 것은 이스라엘 지도자의 결정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옳은 판단을 하는 것, 그것이 지도자가 할 일이다. 결정하고 책임지는 것, 그것이 지도자다.

2021-05-10 13:31:19

[기고]세계 일류 미술관 탄생을 기대하며

[기고]세계 일류 미술관 탄생을 기대하며

영화 '올 더 머니'(All the money)를 봤다. 미국의 석유 재벌인 폴 게티(Paul Getty)의 손자 납치 사건 실화에 기초한 영화다. 게티는 1960년대 세계 최고 부자로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부를 쌓았으나, 자신의 집에 유료 공중전화를 설치, 외부인들은 돈을 내고 전화를 이용하게 할 정도로 구두쇠였다. 심지어 손자를 유괴한 납치범이 몸값으로 1천700만 달러를 요구하자, 이를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협상을 통해 몸값을 300만 달러로 낮춘 후에는 세금 공제가 가능한 최대 금액인 220만 달러를 지불하고, 나머지 80만 달러는 아들에게 연리 4%로 갚게 한다. 수전노 게티였지만, 사후 그의 부와 평생 수집한 예술품은 게티 미술관과 게티 센터로 재탄생한다. 미국 LA 교외에 위치한 게티 센터는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LA 최고의 명소가 되었고, 구두쇠 게티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인물로 재평가된다.이 외에도 개인 컬렉션을 바탕으로 한 세계적 미술관으로 독일의 철강왕 티센의 컬렉션을 기증받아 스페인 정부가 1993년 건립한 마드리드의 티센 보르네미자(Thyssen Bornemiza) 미술관, 영국의 사업가 헨리 테이트 경(Sir. Henry Tate)이 1897년 런던에 설립한 테이트 갤러리(2000년 테이트 브리튼과 테이트 모던으로 분리) 등을 들 수 있다.최근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남긴 예술품이 화제다. 2만3천 점에 달하는 방대한 수량도 수량이지만, 60건에 달하는 국보·보물급 문화재와 피카소, 고흐, 자코메티 등 세계적 화가의 명작 등, 질적인 면에서도 세계 어느 개인 컬렉션에 뒤지지 않는다. 삼성가는 이 작품들을 국립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과 작품 연고지 미술관 등에 기증하기로 했다.여기에서 과연 이 귀중한 컬렉션을 여기저기 흩어 놓는 것이 최선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티센이 스페인 정부에 미술품을 기증할 때 붙인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가 '컬렉션을 한 장소에 보관, 전시할 것'이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우리나라도 이건희 컬렉션을 갖고 세계 일류 미술관을 하나 건립한다면 국격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이를 위해서는 컬렉션도 컬렉션이지만, 미술관 건물 자체도 최고의 명품으로 지어야 한다. 뉴욕타임스지가 2015년 꼭 가 봐야 할 세계적 명소 52곳 중 하나로 선정한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한 예다. 앞서 언급한 게티 센터는 미술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리차드 마이어 작품이다.미술관 건립 장소로는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인근 부지나 송현동 옛 미국대사관 부지 등이 거론되곤 한다. 그런데, 왜 서울이어야만 하는가? '서울 공화국'을 비판할 때하고 마음이 바뀌었는가? 몇몇 지자체가 미술관 유치를 주장하고 나섰다. 다 그 나름의 일리가 있지만, 오백년 도읍지 서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도록 육성할 수 있는 문화·관광 도시는 천년 고도 경주이다. 1980년대 철강산업의 쇠퇴로 침체의 길을 걷고 있던 스페인의 빌바오는 1997년 구겐하임 미술관을 유치함으로써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드는 활기찬 도시로 바뀌었다. '이건희 미술관'과 함께 세계적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날 경주를 기대하여 마지않는다.

2021-05-10 11:27:51

[매일춘추] 해봐야 안다

[매일춘추] 해봐야 안다

굳이 안 해봐도 되는 일을, 남들이 말리는데도 불구하고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있다. 어찌 보면 매우 비효율적인 유형인데 참으로 안타깝게도 내가 그렇다. 직장 생활이 성격에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일찌감치 깨닫고 20대의 많은 날들을 무용한 일들만 골라 하며 지냈다. 목적지도 없이 세계 여행을 다니기도 했고, 친구들과 낄낄거리며 돈 안 되는 일들을 벌이기도 했다.그러다 대구로 이사 온 후 어렴풋이 책방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몸소 실천하기에 이르렀다. 구체적 계획이나 포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단 '해보면 되겠지'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말이다. 그렇게 6년이란 시간이 흘렀고, 역시나 해보니 알겠다. 책방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걸.가끔 책방을 준비 중인 분들이 찾아와 책방의 수익구조에 대해 물어보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의 동네책방들은 책 판매만으로는 운영이 힘들다. 물론 어딘가에 책 판매로 훌륭히 수익을 창출하는 책방이 있을지도 모른다. ㈜동네책방 통계에 따르면 2015년 97곳이었던 동네책방은 2017년 283곳, 2019년 551곳, 2020년 634곳으로 증가했다. 이런 통계만 본다면 전국적으로 동네책방들이 성업 중인 것 같지만 그 이면에는 생긴 수만큼 사라지는 많은 책방이 있다.공간 임대료는 점점 오르고 책은 온라인 서점에서 할인된 가격에 구매하는 시대로 변한 지 오래다. 하물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조차 동네책방에서 책을 보고난 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핫플레이스가 된 유명 책방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손님들은 많이 오지만 대부분 인증사진만 찍고 나간다. 그렇기에 책방 운영을 위해서는 책 판매 이외에 책방만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지자체의 문화 지원사업을 신청하기도 하지만 혼자 운영하는 곳들은 이 많은 일들을 감당하기 버겁다.그래서 책방을 준비하는 분들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독보적 프로그램이 있지 않은 이상 운영이 어렵다고 솔직히 이야기한다. 책을 좋아한다는 낭만적 이유만으로 뛰어들었다가는 차가운 현실에 부딪히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봐야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하고 싶은 일이 많았던 20대의 어느 날, 한 직장에서 20년 가까이 일한 선배에게 한 곳에서 오래 일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그 선배는 그 일이 좋아서 그런 게 아니라 할 수 있는 선택이 이거밖에 남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그때는 갸우뚱했던 그 말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무턱대고 시작했던 많은 일들을 통해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게 되었고 굳이 안 해도 되는 일은 덜하게 되었다. 이것저것 가지치기를 하고 나니 나에게도 많은 선택이 남아있진 않았다.일본의 인기 그림책 작가인 요시타케 신스케는 '있으려나 서점'이라는 책에서 서점에 대해 이렇게 정의했다. "희망과 실망, 욕망, 타인의 인생과 본 적이 없는 풍경, 세계의 비밀과 또 하나의 자신 등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살 수 있는 곳"이라고.책방을 하고나서 책을 팔아서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도 알았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을 파는 너무나 매력적인 일이란 것도 알게 되었다. 역시 해봐야 안다.

2021-05-10 11:12:01

[매일춘추] '이나리'라는 이름

[매일춘추] '이나리'라는 이름

얼마 전 현대백화점에 갔다. 볼일을 보고 저층으로 내려갔더니 교보문고가 보였다. 나는 서점만 보면 일단 들어가는 습관이 있다. 더구나 나의 첫 소설집이 출간된 직후였다. 반가운 마음에 곧바로 들어가 한국문학 코너를 서성거렸다. 찾고 있는 건 당연히 내 책이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장 눈에 띄는 중앙 판매대에 내 책은 보이지 않았다.검색대를 이용해 내 책을 확인했다. 딱 한 권. 재고 현황이 드러났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눈에 띄는 판매대로 올려놓고 싶었다. 나는 단 한 권뿐인 내 책을 찾기 위해 한국문학 코너를 샅샅이 뒤졌다.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눈에 띄질 않는 거다. 할 수 없다. 마지막 수단이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나는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이 책을 찾는데요."직원은 내가 찾는 책의 제목과 작가를 확인하더니 금세 찾아냈다. 책은 가장 구석의 책꽂이에 꽂혀 있었다. 나 혼자 찾을 땐 그렇게 안 보이더니. 괜히 직원의 눈치가 보였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직원에게 책을 받아든 다음이었다.나는 서점에 단 한 권뿐인 이 책을 중앙에 전시하고 싶은데, 책을 찾아주신 직원이 내게서 멀어지지 않는 거다. (물론 그는 업무로 바빴다) 직원은 근처에 있고, 직원이 직접 찾아준 파란 책은 내 품에 있고. 눈에 띄는 중앙 판매대에 그 책을 올려놓고 돌아서기엔 여간 머쓱한 일이 아니었다. 한참을 주저하던 나는 결국…, 샀다.참고로, 집에 내 책이 없을 리가 없다. 심지어 많았다. (내가 저자인데!) 그래도 결국 샀다. 심지어 정가를 지불하고. (난 저자 할인도 받을 수 있는데!)그래도 체면을 챙긴 부분은 포인트 적립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무심코 내 이름을 불러주고 적립까지 했다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꽤 머쓱하고 창피하다.짐작하기 어렵지 않겠지만, 내 이름은 순 한글이다. 1980년대 한글 이름 짓기 유행의 결과물이고,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한 부모님의 애정이다. 나는 내 이름을 좋아한다. 받침이 없어서 발음하기 쉽고 영문 표기도 간단하다. 외국인조차 내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할 수 있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이나리 씨' 대신 '나리, 들어오렴'이라는 말을 가끔 듣기는 하지만 그다지 불쾌하진 않다. 오히려 내 얼굴을 보고 상대방이 더 죄송해하기 때문에 미안할 뿐.나는 등단한 이후로 아주 조금씩 더디게 소설을 발표했다. 일부러 더디게 발표한 건 아니다. 기회가 그렇게밖에 오지 않았다. 몸보다는 마음이 힘들었다. 7년간 느린 속도를 유지한다는 건, 아예 멈추는 것보다 잔인했다. 어찌 됐든 올해 내 이름으로 된 소설집을 출간했다. 책 표지에 새겨진 내 이름을 보면 아직 쑥스러운 마음이 크다. 발음도 쉽고 표기도 쉬운 이름인데, 세상에 이 이름을 알리는 건 너무 어렵다. 그래도 이제야 간신히 이름값 비슷한 걸 하고 있다."지난날의 장미는 이제 그 이름뿐, 우리에게 남은 것은 그 덧없는 이름뿐."움베르토 에코의 그 유명한 소설, '장미의 이름'의 부분이다. 그 덧없는 이름뿐이라도 이제 남길 것이 있기 때문에 조금은 뿌듯한 기분을 유지하고 싶다. 내 이름이 좀더 무거워졌다.

2021-05-10 06:30:00

[노동일의 이른 아침에] ‘김부겸 총리’의 첫 번째 과제

[노동일의 이른 아침에] ‘김부겸 총리’의 첫 번째 과제

# 2020.1.28. 전국 검찰청의 직접 수사 부서를 폐지·축소하는 내용의 검찰 직제 개편안이 시행됐다. 직제 개편으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도 폐지됐다. 취임 한 달도 안 된 추미애 법무부 장관(당시)의 첫 '검찰 개혁' 작품으로 신라젠, 상상인 그룹, 라임자산운용 사건 등을 수사하던 합수단이 공중분해된 것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 축소 명분이었지만 의구심이 많았다. 관련 사건마다 여권 정치인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권력형 비리 의혹이 한창 커지고 있을 때였다.# 2020.10.26. 추 장관은 국회에서 "합수단이 증권 범죄에 대한 포청천으로 알려졌지만, 부패 범죄의 온상이었다"고 말했다. 여의도 포청천, 부패 범죄의 온상 중 어떤 게 맞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주식시장의 움직임은 진실을 반영한다. 합수단 폐지 소식이 전해진 1월 14일, 신라젠은 최고 4.94% 상승했고 상상인과 상상인증권은 각각 최고 11.41%, 24.31% 올랐다.# 2021.1.11. 금융위원회에서 검찰에 이첩하는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건수가 2016년과 2017년 각각 81건에서 2020년 57건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검찰로 이첩된 57건 가운데 검찰이 처분을 완료한 사건은 고작 6건. 51건(89.4%)은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다. 합수단 폐지 후 자본시장 관련 범죄 대응 역량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2021.1.22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이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국민의힘 청주 상당구 지역위원장을 지낸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은 라임펀드 판매 재개를 위해 우리은행에 청탁한 혐의로 5월 7일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초대형 사기 사건의 로비 통로로 의심되는 대어는 하나도 걸리지 않고 잔챙이(?)만 잡은 그물이 신기할 따름이다.# 2021.4.19. 금융감독원은 신한은행의 라임펀드 불완전 판매 책임에 대해 개인투자자는 40~80%, 법인은 30~80%의 손해배상 비율을 결정했다. 금감원이 우리·기업은행 등의 책임을 인정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금감원의 이런 결정은 심각한 문제가 있다. 우선 '투자는 자기 책임'이라는 대원칙에 어긋난다. 더 큰 문제는 사라진 엄청난 돈의 행방을 추적할 동력을 잃는 것이다. 은행 돈으로 일단 피해자들의 입막음을 하고 나면 수사기관이 권력 핵심을 건드릴 수도 있는 수사에 열심을 낼 리 만무하다. 이익은 범죄자가 챙기고, 최종 손해는 은행의 주주인 국민이 뒤집어쓰는 꼴이다.# 2021.5.6~7.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에서 라임펀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의 딸, 사위, 손자·손녀가 12억 원을 투자한 라임 '테티스 11호'가 '특혜성 맞춤 펀드'라는 의혹이다. 매일 환매가 가능하고, 환매 수수료와 성과 보수가 모두 0%인 자체가 특혜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자는 딸과 사위가 손해를 봤다면서도 펀드 구성이 특혜라는 지적에는 "그래 보인다"고 답했다. 야당은 "총리가 되려면 가족 투자 특혜 의혹부터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면 여당은 "김 후보자 딸 부부도 피해자"라고 엄호하고 있다.김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의 인준 동의를 거쳐야 한다. 야당이 의혹을 해소하라며 반대하고 있지만 거대 여당이 있는 이상 총리 취임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당부하고 싶다. 청문회 과정에서 김 총리의 첫 번째 과제가 자연스레 드러났다고 본다.수많은 피해자를 남기며 경제의 혈맥인 금융 시스템을 좀먹는 증권·금융 관련 범죄를 척결하는 일이다. 총리가 되면 관련 의혹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겠다, 문제가 있다면 내 가족부터 책임지게 하고, 유사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시스템을 점검하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부동산 투기와 함께 걱정되는 것이 증권·금융 쪽의 전문적인 범죄"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아는 정치인 김부겸은 적어도 범죄에 대해 정파적 시각에서 눈을 감을 인물은 아니라 믿는다. 마지막 공직이어도, 혹시 더 큰 꿈을 가지고 있어도 더욱더 올곧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

2021-05-10 06:21:31

[기고] 수도권에 대응하는 행정 통합, 지금부터

[기고] 수도권에 대응하는 행정 통합, 지금부터

"처녀여, 당신은 망토로 등불을 가리고 어디로 가십니까? 내 집은 캄캄하고 적막하니 당신의 등불을 좀 빌려주십시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의 시집 '기탄잘리'에 나오는 문장이다. 캄캄한 현실을 밝혀줄 빛을 갈구하는 절절함이 전해진다.대구경북 행정 통합도 절박함에서 시작됐다. 행정 통합은 콘크리트 벽처럼 굳어진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지방이 나아갈 새로운 길을 비춰줄 희망의 등불이다.최근 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는 행정 통합을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 진행하는 것으로 최종 보고했다. 행정 통합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코로나19 대응, 대선 일정 등을 종합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방향은 맞지만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행정 통합 시작은 대구·경북에서 했지만, 중앙정부 각 부처 차관을 중심으로 한 범정부지원단(TF)이 꾸려지고, 국회는 물론 충청권과 부산·울산·경남 등에서도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국가 전체적인 틀 개선 차원에서 타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심각하게 기울어진 수도권과 지방이란 운동장을 그대로 둔 채 이길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국가적 공감일 것이다.세계적인 기업 구글의 본사는 워싱턴D.C나 뉴욕이 아니라, 샌프란시스코 인근 마운틴뷰(Mountain View)라는 인구 8만 명의 작은 도시에 있다. 구글러(Googler)들은 세계 어디서 근무하든 구글에 근무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반면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의 경우 서울에 근무하는 직원과 지방에 근무하는 직원 간 자긍심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정치·경제와 교육, 문화, 주거 환경 등 인프라가 과도할 정도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보니 수도권에 살면 성공한 인생 같고 지방에 살면 2등 시민처럼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비정상적인 구조는 바로잡아야 한다. 행정 통합이 그 시작이다.다행히 지난 몇 개월간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시·도민들 사이에서도 대구·경북은 '각자 따로'라는 인식이 많이 사라진 듯하다. 통합신공항 프로젝트만 해도 처음에는 대구 시민들 사이에서 왜 그 멀리까지 가느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제는 대구 인근 외곽으로 옮긴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다.유럽이 경제 통합을 먼저 한 후에 하나의 EU로 통합했듯이, 시·도민들의 행정 통합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지금부터 통합에 버금가는 협력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선 시·도민의 삶과 가장 밀접한 버스 환승제 확대 등 교통·관광·환경 분야에서부터 대구시와 논의를 깊이 있게 진행할 것이다.특히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현재 대구 도심에 비싼 부지를 깔고 있는 여러 공단을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여유 있는 영천·칠곡·구미 등으로 이전해 최첨단 스마트 시설로 업그레이드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전하고 남는 대구 부지에는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문화·예술·교육 서비스 기관 등을 유치·조성하는 플랜을 함께 검토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또 타 시도와 협력해 행정 통합에 대한 국가 차원의 법적·제도적 근거 마련도 계속 준비해 나갈 것이다.대구·경북 행정 통합 추진은 마침표가 아니라 콤마(comma), 즉 쉼표다. 잠시 숨을 고르고 시·도민들에게 통합의 장점을 가시적으로 시현(示現)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시 힘을 모아 희망의 등불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 나가야 한다. 운명은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2021-05-09 15: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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