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기고] 코로나19, 국가직 소방에 꼭 필요한 청렴

[기고] 코로나19, 국가직 소방에 꼭 필요한 청렴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4월 1일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지방공무원법 제정 이후 47년 만에 국가직으로 전환되었다.그동안 지방직 소방 시스템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인력, 장비 수준과 보유량 등에 편차가 있었다. 또 소방공무원의 근무 여건과 복지의 차이로 국민에게 균등한 수준의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불가능했다. 특히 시·도 인접 지역에서 화재 등 재난이 발생할 경우 현장에서 가까운 소방서가 아닌 담당 소방서에서 출동해야 하므로 신속한 초기 대응이 어려웠다.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소방공무원은 화재와 구조, 구급 등 재난 현장에서 언제나 최상의 소방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 지난해 발생한 강원 고성·속초 산불 현장에는 전국에서 소방차와 인력이 동원됐다. 올해 2월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전국의 구급차 1천586대 중 147대가 대구에 몰려와 확진자 이송을 도왔다.일사불란하게 재난에 대처하는 모습은 국민에게 감동은 물론 안심을 전해 줬다. 이러한 소방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국가직 소방'의 시대를 맞아 지역에 관계없이 균등한 안전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이고, 어느 지역에서 민원 업무를 보더라도 같은 수준의 청렴친절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청렴 문화 조성은 소방 조직을 지키는 최우선 과제다. 국민이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곳이 소방인 만큼, 소방 조직이 청렴하지 못하여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면 국민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따라서 소방공무원에게는 다른 어느 직업보다 더 높은 청렴 의식이 필요하다.청렴은 공직자의 기본 덕목이자 공직사회에서 항상 강조되는 단어다. 이전의 청렴은 금품 수수, 청탁 등의 부정부패 방지에만 적용되던 개념이었다면, 현재의 청렴은 공직자로서의 기본 자세와 민원 친절에 대한 부분이 더 중요하게 평가된다.공직자는 자신이 담당하는 일에 대하여 열과 성을 다하고 혈연·지연 등 특혜 없이 공평무사하게 일을 처리하며, 양심에 가책이 없어야 한다. 민원 업무 시 민원인들이 간혹 제공하던 음료수와 교통 편의 등도 당연시해서는 안 된다. 민원인과 대면할 때 내 가족과 친구처럼 한 발 더 다가가고, 한 번 더 인사해야 한다.대구소방은 '부패 Zero, 청렴 1등급' 달성을 목표로 시민 감동 민원 서비스를 위한 청렴 모니터링과 부서별 청렴 평가제를 실시한다. 아울러 시민 감동과 민원 만족도 향상을 위해 현장민원실과 행복민원벨 등도 운영한다.무엇보다 소통하는 대구소방을 위해 소방공무원 반부패·청렴 교육을 강화하고, 본부장과 함께하는 청렴토론회·청렴정책 공유를 위한 공감캠프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청렴도 향상에 매진한 결과 지난해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측정한 전국 소방 민원 분야 외부 청렴도 점수 1위를 달성하였다.그러나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해치는 일이 알려지기도 했다. 직원들에게 돌아가야 할 공용 마스크를 빼돌린 경찰관과 신천지교회 예배 사실을 숨기고 방역 업무를 하다 동료를 감염시킨 보건소 공무원, 확진 판정을 받았음에도 자가 격리 의무를 어기고 주민센터를 방문한 공무원 등이다. 모두 함께 전염병 종식을 위해 힘든 시기를 보내는 중에 드러난 청렴 의식이 결여된 사례다.어려운 시기이지만 지금까지 지켜왔던 청렴의 가치를 마지막까지 굳건히 지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위해 관심과 지지를 보내준 국민이 더욱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청빈정직(淸貧正直)의 자세로 맡은 바 임무를 다해야 한다.

2020-07-06 16:33:47

[세계의 창] 작아지는 일본

[세계의 창] 작아지는 일본

1868년 일본의 메이지유신은 근대 아시아에서 획기적 사건이다. 그 후 일본은 중국을 대신해 아시아의 맹주였다.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일본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1980년대에 일본의 위상은 하늘을 찔렀다. 세계 최고의 일본(Japan as No.1)이 글로벌 경제를 이끌어야 한다는 기관차론(Japanese locomotive theory)이 등장한다. 한때 ODA(공적개발원조)가 미국을 능가했고, 일본의 세기(Pax-Nipponica)를 예측하는 호사가들의 시나리오도 회자되었다. 한일 관계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여기까지였다. 1990년대에 들어 일본 경제는 침체의 늪에 빠지고, 정치도 혼란을 거듭했다. 잃어버린 20, 30년의 시작이다.2010년은 일본에게는 위기와 굴욕의 순간이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주었다. 이를 상징하듯, 같은 해 9월 조어도(센카쿠) 부근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을 들이받는 사건이 발생한다. 중국 선장을 구금하자 중국은 전자제품의 핵심 원료인 희토류 수출을 제한했다. 일본 정부는 곧바로 중국 선장을 석방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G2 반열에 오른 중국에 일본이 속절없이 무너진 것이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을 재개하고 전세기로 선장을 데려왔다. 중국의 개혁, 개방 이후 일본은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위해 ODA를 비롯해 중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이를 발판으로 중국은 급성장했고, 일본에 부메랑이 되었다. 충격이었다.10년의 시차를 두고 꼭 같은 일이 한국과 일본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듯하다. 작년 말 일본에서 '이제 일본은 후진국'이라는 책이 화제를 불렀다. '일본은 가까운 장래에 1인당 GDP(국내총생산)에서 한국에 추월당할 것이다'는 경고였다. 몇 년 전부터 IMF와 세계은행 등도 머지않아 한일 관계가 역전될 것이라는 예측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세계적 투자가 짐 로저스는 2018년 일본 관련 주식을 전부 팔았다. 2019년에 펴낸 일련의 저서에서는 '망하는 일본 흥하는 한국'을 설파했다.지난 1일로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한 지 꼭 1년이다. 강제 동원 문제가 원인이었으나 풀릴 기미가 없다. 수출규제로 한국 경제에 결정적 타격을 가한다는 예상은 빗나가, 외려 일본이 손실을 입었다는 평가다. 한일 관계 악화로 양국이 입은 피해는 강제 동원에 대한 배상액보다 훨씬 크다. 1차 공격의 패배를 만회하려는 듯, 일본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한국의 G7 참가,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WTO 사무총장 출마 등에 사사건건 반대하며 한국을 옥죄려 한다. 2차 보복 조치도 예고하고 있다. 수출규제로 인한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추가 공격을 하겠다는 것은 일본의 한국 정책이 경제적 손익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말한다. 강제 동원 문제가 해결되어도, 아베 정권이 바뀌어도, 관계 호전이 쉽지 않다는 것을 예견한다(다소 변화는 있겠지만).일본은 왜 이토록 한국에 대해 안달일까? 최근의 한일 관계는 미중 관계와 무척 닮았다. 남중국해 문제, 무역, 과학기술, 코로나 문제 등 미국은 전방위적으로 중국을 공격한다. 왜일까. 패권 불안이다. 미국은 자신의 패권을 위협하는 중국이 더 크기 전에, 성장을 늦추거나 저지하려 한다. 중국이 타고 오르는 사다리를 걷어차야 하는 것이다. 일본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지금 아시아에는 근대 이후 일본 중심으로 형성된 역학관계에 근본적 변화가 일고 있다. 아편전쟁 이후 약 200년 만의 질서 재편이다. 일본은 아시아 패권국의 지위 상실을 용인하지 못한다. 마지막 자존심일까. 한국에 대한 옹졸한 대응은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초조감의 표출이라는 분석이다. 그럴수록 일본은 작아진다(아베 총리의 코로나 마스크처럼). 오히려 한국이 여유가 있다.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관용을 낳는 걸까. 반일 구호보다 소리 없는 불매운동이 그들을 더 불안하게 한다. 이제 한일 관계는 자기 주장에 자존심을 걸고 논의할 단계는 지났다. 어떠한 틀(framework)에서 문제를 해결할지, 관계 악화로 인한 손실이 얼마나 큰지에 대한 인식 재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2020-07-06 16:30:20

[신병주교수의 역사와의 대화] 선조들의 무더위 극복기

[신병주교수의 역사와의 대화] 선조들의 무더위 극복기

코로나19의 위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무더위까지 기승을 부리는 계절이다. 전통시대에도 무더위는 극복해 나가야 하는 대상이었다. 푹푹 찌는 무더위에도 체면을 갖추기 위해 갓을 쓰고 도포를 차려입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답답하다. 그래도 전통시대에도 더위를 극복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총동원되었다. 먼저 얼음은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대표 음식이었다.신라 시대 경주에 석빙고 유적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얼음을 이용해왔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겨울철 한강의 얼음을 떠서 동빙고와 서빙고에 보관하였다. 동빙고는 한강변 두뭇개, 지금의 성동구 옥수동에 있었고, 서빙고는 지금의 서빙고동 둔지산(屯智山) 기슭에 있었다. 동빙고의 얼음은 주로 제사용으로 쓰고, 서빙고의 얼음은 한여름인 음력 5월 보름부터 7월 보름까지 종친과 고위 관료, 퇴직 관리, 활인서의 병자, 의금부의 죄수들에게까지 나누어 주었다.얼음은 겨울에 네 치 두께로 언 후에야 뜨기 시작하였다. 난지도 등지에서 갈대를 가져다가 빙고의 사방을 덮고 둘러쳤는데 냉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였다. 얼음을 빙고에서 처음 꺼내는 음력 2월 춘분에는 개빙제(開氷祭)를 열었다. 얼음은 3월 초부터 출하하기 시작하여 10월 상강(霜降) 때 그해의 공급을 마감하였다고 한다. 나라에서 설치한 빙고가 있었지만, 얼음의 수요가 늘어나 공급이 부족하게 되자, 18세기에는 사적으로 얼음을 공급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게 되어 한강 근처에만 30여 개소의 빙고가 설치되었다고 한다.선비나 백성들은 계곡이 있는 산의 산행을 통해 더위를 이겨냈다. 선비들 중에는 산행을 통하여 더위도 이기고 스승과 제자들이 회합하는 시간을 가졌다. 산행에서 느낀 감흥과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들을 담아 기행문으로 남겼는데, 16세기 영남의 선비 조식은 지리산 기행문인 '유두류록'을 남겼다. 선비들이 즐겨 찾았던 산은 백두산, 한라산, 금강산, 지리산, 오대산, 묘향산, 속리산, 가야산 등 예나 지금이나 명성이 높은 산들이었다.서울에서는 삼청동이나 북악산, 인왕산, 남산의 계곡들이 대표 피서지였다. 조선을 대표하는 실학자 정약용은 1824년 여름에 '소서팔사'(消暑八事), 즉 '더위를 씻어버리는 8가지 방법'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다산시문집'에 전하는 8가지 소서법은 소나무 단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 타기,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 하기, 시원한 대자리에서 바둑 두기, 연못에서 연꽃 구경하기, 숲속에서 매미 소리 듣기, 비 오는 날 한시 짓기, 달 밝은 밤 발 씻기 등 여덟 가지였다.전통시대 더위를 쫓는 대표적 물품은 부채였다. 조선시대 풍속화에는 부채를 들고 한가롭게 더위를 피하는 선비들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19세기의 학자 이유원은 '임하필기'에서 부채의 여덟 가지 장점인 팔덕선(八德扇)이 기록되어 있다. 팔덕이란 바람 맑은 덕, 습기를 제거하는 덕, 깔고 자는 덕, 값이 산 덕, 짜기 쉬운 덕, 비를 피하는 덕, 햇볕을 가리는 덕, 독을 덮는 덕 등 8가지로 부채의 실용성을 흥미롭게 표현하였다.우리 속담에 '단오 선물은 부채요 동지 선물은 책력(冊曆)'이라는 말이 있다. 음력 단오는 곧 여름이 시작되니, 더위에 대비하여 부채를 준비하라는 뜻이 담겨져 있다. 조선후기 서울의 풍속을 기록한 '경도잡지'(京都雜志)에는 '단오에 부채를 서울 관원에게 나누어주는데, 부채 면에 새나 짐승의 그림을 그렸다'고 하여 부채에 그림 그리는 풍습은 오래도록 이어졌음을 알 수 있다. 정선이 부채에 그린 세검정 모습은 세검정의 복원에 큰 도움이 되기도 했다.코로나와 무더위의 기세를 피해 조용하고 한적한 산과 계곡을 찾아볼 것을 원한다. 여력이 되면 정약용이 시에서 읊었던 더위를 식히는 여덟 가지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2020-07-06 16:30:00

[일상중국] 사대(事大)와 공중(恐中)의 짬뽕

[일상중국] 사대(事大)와 공중(恐中)의 짬뽕

중국이 두려운가? 아니면 미국에 맞서는 중국이 존경스러운가? 우리는 같은 이웃 나라인데도 일본에 대해서는 일말의 주저함 없이 맞상대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좀처럼 비난하거나 항의하는 등 외교적 대응을 하지 않는다.유난히 문재인 정부는 중국에 대해 비난하거나 부정적인 언급을 애써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궁금했다.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 '일국양제 50년'이라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을 파기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직까지 정부의 입장을 알지 못한다.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홍콩보안법을 제정, 시행하면서 그동안 시위를 주도해 온 민주 인사들을 줄줄이 체포하는 등 홍콩의 남은 미래는 잿빛으로 변했다.중국과의 갈등을 서슴지 않는 미국은 원색적으로 중국을 비난하면서 홍콩보안법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고 아시아 금융 허브로서의 특별한 위상을 가진 홍콩에 대한 특별 대우를 전격 박탈하는 제재에 나섰다. 일본과 영국, 독일, 프랑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스위스 등 27개국도 공동성명을 통해 홍콩보안법을 비판했다. 이들 국가 역시 중국이 주요 교역 상대국이다. 정부가 홍콩 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중국을 두려워하기 때문이 아닐까. 인류의 보편적 권리인 인권에 관한 문제인데도 인권변호사 출신이 대통령이 된 국가에서 아무런 입장이 없다.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애써 침묵하는 것과는 다른 이유다.반면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취하자, 청와대 민정수석은 '죽창가'를 SNS에 게시하면서 반일 선동에 나선 바 있다. 중국과 일본을 대하는 정부의 태도는 천양지차다.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부당한' 보복 조치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만나 풀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정부 차원에서 강력하게 항의하거나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등의 수단을 동원하지도 않았다.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소국(小國)이 대국(大國)에 대항해서 되겠느냐, 사드 배치를 하면 단교 수준으로 엄청난 고통을 주겠다"면서 외교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겁박을 가해도 항의하거나 주한중국대사를 초치해 경고하지도 않는다. 이 정부의 대(對)중국 '눈치보기'는 눈물 겨울 정도로 딱하다.'우한발(發)'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1월 말,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 차단이 필요하다며 중국인 입국 금지를 강력하게 요청하는 의사 단체의 권고에 대해서도 정부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신천지로 불거진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로 대구경북이 쑥대밭이 됐어도 방역 당국은 신천지 탓만 늘어놓을 뿐 코로나 발원지 책임론은 도외시하고 중국을 감싸는 태도로 일관했다.정부의 대중국 저자세 외교 기조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논란이 일었다. 취임 7개월여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한 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한·중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방중 일정은 국빈 방문이라는 형식과 달리 별다른 환대를 받지 못했고 그래서 식사 때마다 홀로 밥을 먹어야 하는 '혼밥' 사태가 벌어졌다. 2003년 취임 후 첫 방중에 나섰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진타오 전 주석으로부터 극진한 대접을 받고 중국인들에게 감동까지 안겨줬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베이징대 연설은 국민에게 충격을 준 '외교 참사'였다. 중국을 '대국'이라 치켜세우면서 우리나라를 '소국'이라고 낮췄는데 이런 표현은 정상 외교에서 볼 수 없는 저자세 외교라는 지적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이며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고도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우리나라도) 중국몽과 함께하겠다"고도 했다. '중화제국의 부활'이 중국의 꿈이라는 것을 천하가 다 아는데, 문 대통령의 중국몽 동참은 '굴종적 사대주의의 최종판'이라는 독설을 자초했다.문 대통령이 사대주의자는 아닐 것이다.지금까지의 사정을 되짚어보니 문 대통령은 사대(事大)라기보다는 중국을 두려워하고 있는 공중(恐中)에 가깝다. 아니 '사대'와 '공중', 그 두 가지 기조가 복합돼 있는 것 같다. 친중(親中)과 지중(知中)이 사대와 '공중'처럼 종잇장 한 장 차이로 구분할 수 없듯이 말이다.'무작정 사대'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외교의 기본은 당당함과 대등한 관계라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그렇게만 한다면 중국이 오히려 축구에서처럼 '공한증'(恐韓症)을 갖게 될 것이다. 상대를 모르면 두렵다. 이 정부의 '중국 공부'가 바닥 수준이라는 것을 새삼 재확인한다.

2020-07-06 16:30:00

[김태선의 디자인,가치를 말하다] 결국 한 끗 차이

[김태선의 디자인,가치를 말하다] 결국 한 끗 차이

매번 '어마어마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 일주일 새로운 이벤트도 없었고, 엄청나게 더 먹은 것도 아닌데 집 안 한 편에 쌓여 있는 재활용 쓰레기양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 재활용 쓰레기의 9할을 차지하는 것은 생수병, 주스병, 비닐 등 단연 플라스틱이다.코로나19로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일시적으로 완화되고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배달 음식과 택배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일회용품이 미친 듯이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재활용 쓰레기 배출량을 계산한 결과, 플라스틱은 총쓰레기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작년 대비 25%까지 증가했다.반면, 국제유가의 급락으로 플라스틱 재생 원료의 경쟁력은 떨어지고, 재생 원료 수출의 급감으로 지난 4월 PET 재생 원료 판매량은 9천116t으로 46% 감소했으며 재활용 쓰레기 수거 업체들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수거 포기 상태에 직면했다. 우리가 더 사용하고 덜 재활용한 만큼 플라스틱 쓰레기는 이 땅 어딘가에 쌓여가는 중이고, 8월이면 집 앞에 플라스틱 쓰레기산이 생길 수 있다는 경고가 들려온다.플라스틱! 버려지는 순간 골칫거리지만, 버려지지만 않는다면 가볍고, 저렴하고, 새지 않고,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요샛말로 '띵'작이다. 그래서 몇 년 전엔 플라스틱 판타스틱이란 전시도 열렸었다. 플라스틱은 의자의 역사도 바꿨다. 전통적으로 의자는 나무로 만들어 왔지만, 플라스틱은 다리가 없는 첫 번째 일체형 의자를 탄생시켰다.유려한 곡선이 아름다운 '팬톤체어'(Panton chair)가 그것이다.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1926~1998)에 의해 디자인된 이 의자는 1967년 처음 세상에 나온 후 지속적인 소재 연구를 통해 현재는 100% 폴리프로필렌으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만큼 열을 가하면 재가공이 가능하고 합성 물질과 천연 섬유로 분리가 가능해 완전 재활용도 가능하며, 의자의 일부는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다.게다가 팬톤체어는 50여 년 전 디자인되었어도 여전히 감각적인 데다 내구성이 좋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진정한 스테디셀러로 평가받는다. 변치 않는 디자인은 생산설비를 바꾸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설비 구축을 위해 자원을 소모하지 않아도 되고, 인위적 폐기를 부추기지 않는다. 그래서 팬톤체어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지만 지속가능한 디자인이다.표면적으로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문제로 보이지만,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을 대하는 우리들의 행동양식이 문제이다. 플라스틱도 천연자원인 원유에서 왔다. 우리가 그 원유에서 인위적으로 특정 물질을 추출, 합성해서 온갖 종류의 플라스틱을 만들어냈다.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그것이 우리 손에 들려 있는가 아니면 버려졌는가, '상품'과 '쓰레기'는 결국 한 끗 차다. 플라스틱을 합성하는 기술만 있고 분해하는 기술을 만들지 못한 지금, 기술의 완성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에 있다. 결국 플라스틱이 판타스틱한 '띵'작일지, 대환장 '땡' 처리 대상일지는 우리의 인식 전환에 달려 있다.

2020-07-06 16:30:00

[이른 아침에] 권언유착과 공작정치

[이른 아침에] 권언유착과 공작정치

"물론 조국을 자랑스러워할 이유야 수천 가지가 넘지. 그런데 막상 대려고 하면 하나도 떠오르지 않지." 독일에서 들었던 노래 가사다. 요즘 '검찰 개혁'이라는 말을 들으면 이 가사가 떠오른다. 나도 검찰 개혁에 찬성했다. 아니, 지금도 찬성한다. 검찰을 개혁해야 할 이유도 수없이 많다. 근데 정작 대려고 하면 떠오르는 게 없다. 왜 그럴까?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대통령은 그에게 "산 권력에도 칼을 대달라"고 당부했다. 그 말이 빈말이 되는 데에는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정작 그의 검찰의 칼이 조국을 향하자, 당정청은 물론이고 어용 언론과 어용 지식인, 광신적 지지자들이 일제히 검찰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들의 '검찰 개혁'은 애초에 공정이나 정의를 위한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검찰총장을 향한 공세는 파상적이었다. 1차 공격은 정권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자들과 한겨레신문의 협업으로 이루어졌다. 그들은 검찰총장에게 성 접대의 누명을 씌우려 했다. 본인을 향한 공격이 불발로 끝나니, 주변을 공략하기 시작한다. 2차 공격은 그의 장모를 향했고, 한창 진행 중인 3차 공격은 그의 측근을 향하고 있다.발단은 채널A 기자의 무리한 취재였다. 그가 빌미를 제공하자, 그들은 곧바로 '윤 총장의 측근 한동훈 검사장이 채널A 기자와 짜고 수감 중인 이철 씨를 협박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리를 캐내어 4·15 총선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냈다. 그리고는 MBC의 함정취재를 활용해 이 허구를 현실로 만들려 했다.채널A 기자가 유시민을 낚으려고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작 한 검사장은 "유시민에는 관심 없다. 신라젠 사건은 다중 피해가 발생한 서민·민생 금융범죄"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보도를 반박한 서울중앙지검에서도 이 발언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한 검사장은 애초에 유시민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총선 얘기도 마찬가지다. 녹취록을 보면 총선 얘기는 제보자 지모 씨가 꺼낸다. 하지만 채널A 기자는 미끼를 물지 않고 '선거 전이든 후든 상관 없다'고 대답한다. 기자는 선거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결국 '검사와 기자가 짜고 유시민의 비리를 캐서 총선에 영향을 끼치려 했다'는 스토리의 골격이 무너진 셈이다. 이 음모론, 누구의 작품일까?단서는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의 SNS에서 찾을 수 있다. 제보자 지모 씨와 채널A 기자가 세 번째 만나던 날, 황희석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최강욱 의원과 찍은 사진을 올리며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고 썼다. 이것으로 보아 문제의 음모론이 최강욱-황희석이 "작전"을 위해 작성한 시나리오라고 추정하는 게 합리적일 게다.제보자 지모 씨가 거짓말을 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언론에 나와 자신이 이철 씨의 "오랜 지인"이라고 했으나, 실은 그와 전혀 면식이 없었다고 한다. 그를 이철 씨와 연결시킨 것은 여당 의원의 법무법인에서 일하는 변호사였다. 또 지모 씨는 이철 씨가 로비를 한 정치인들의 리스트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이철 씨는 그런 말을 한 적 없단다.문제의 지모 씨는 사기·횡령·협박죄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이 또한 처음이 아니다. 조국 사태 때는 언론플레이에 수상한 금융 브로커들을 활용했고, 한명숙 복권운동에도 역시 전과를 가진 이들을 증인으로 내세웠다. 황당한 것은 사기 전력이 있는 이가 거짓말까지 해가며 연출한 음모론 시나리오가 법무부 장관의 머리에까지 입력됐다는 데에 있다.진상도 밝혀지기 전에 장관은 사건의 성격을 '검언유착'으로 규정하고 들어갔다. 왜 그러는 걸까? 문제의 한 검사장은 이미 좌천되어 쫓겨나 있던 상태이니, 윤석열 총장을 노린 공작이라고 봐야 할 게다. 사상 두 번째로 이루어진 지휘권 발동 사태. 그 시작에는 사기꾼을 동원해 벌인 사기극이 있었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다. 이 사람들, 무서운 사람들이다.

2020-07-05 15:36:15

[기고] “사랑해요, 건강보험” 심평원 설립 20주년

[기고] “사랑해요, 건강보험” 심평원 설립 20주년

7월은 건강보험 시행 20주년이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설립 20주년이 되는 달이다. 올해 시작과 더불어 코로나19가 우리의 삶을 덮쳤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이 아직도 진행되는 가운데 건강보험 시행 20주년을 맞는 올해는 특히 감회가 새롭다.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재난 사태를 성공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무엇보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의료현장에서 헌신적으로 노력한 의료진, 그리고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등 정부의 감염병 예방수칙을 잘 준수해 온 국민들의 노력 덕분이다.또 하나, 중요한 요인은 한국의 건강보험제도 및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국내외 전문가뿐만 아니라 많은 국민이 이야기하고 있다.지금의 건강보험은 1977년 의료보험이 도입된 후 12년 만인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거쳐 2000년 7월 시행되었다. 몸이 아프면 치료를 받던 치료 중심에서 예방과 건강관리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심평원은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중추기관으로서 직원 현장 파견, 국민안심병원 지정, 해외 입국자를 대상으로 증상 모니터링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적극 대응해 오고 있다.신속하고 폭넓은 진단검사가 가능했던 것은 진단검사와 치료약제의 신속한 승인, 검사비용 지원 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적절한 치료를 위해서는 확진환자 중증 정도에 따라 의료기관 입원, 생활치료센터로의 전원, 입소 등 환자 관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환자이력관리시스템을 개발하였고, 의료기관별 음압병상·시설 현황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환자에게 배정할 수 있었던 것은 음압격리병상 모니터링 시스템이 활용되었다.평소 의약품 안전정보를 제공하는 DUR(Drug Utilization Review) 시스템과 ITS(International Traveler Information System) 시스템이 감염병 발생국 방문 입국자, 확진자의 접촉자 등 고위험군 정보를 의료기관에 실시간 제공하였고 국내 완제의약품의 생산, 수입, 유통 정보를 관리하는 의약품관리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약제의 수급 상황을 파악하였다. 온 국민을 힘겹게 했던 마스크 공급의 불안정 해소를 위해서는 단 1주일 만에 '마스크 중복 구매 확인 시스템'을 개발하여 제공하고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여 활용토록 하였다.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조기 발견, 적절한 치료, 지역사회 확산 방지 등을 위한 다양한 조치들이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소개되고 있고, 많은 국가들이 부러워하면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국민의 높은 의식 수준, 우수한 의료진의 노력, 적절한 정부의 방역정책, 건강보험이라는 든든한 제도적 뒷받침,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이 어우러짐으로써 가능하였다.21세기 들어 우리는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등 수많은 감염병의 위험에 노출되어 왔다. 앞으로도 이러한 신종 감염병의 위험은 계속될 것이며, 이에 대한 철저한 방역 체계 수립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건강보험의 다양한 기능과 축적된 운영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지난 20년간 한국의 건강보험은 사회계층 간의 의료 이용 격차를 해소하고 국민 건강수준을 크게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안전한 의료 환경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해 왔다. 앞으로도 한국의 건강보험은 국민의 기대 수준과 의학기술의 발전에 맞는 국민건강 수호자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0-07-05 15:32:34

[매일춘추] 대구의 재발견

[매일춘추] 대구의 재발견

대구는 낙동강과 그 지류인 금호강으로 둘러싸이고 신천이 관통하는 기름진 들판을 중심으로 일찍부터 살기 좋은 자연적 조건을 갖추고 구석기시대부터 문화의 꽃을 피웠다. 신석기시대를 거쳐 특히 청동기시대의 유물인 지석묘(고인돌)와 고대 부족국가시대의 고분군이 많이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사실은 옛날부터 존재한 이 지역의 상당히 큰 정치세력들과 생활상을 알려준다. 현존하는 전 세계 고인돌 6만여 기 중, 82.5%인 4만 9천510기가 한반도에 치중해서 있고 대구에도 약 3천여 기가 있었다.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의 정원석과 근대개발에 의해서 모두 사라지고 현재는 약 100여 기 정도만 남아 있을 뿐이다. 모두 현존한다면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는 전남 고창과 화순지방 보다도 더욱 유명한 거석문화의 도시, 고인돌의 도시였을 것이다. 또 구암동, 대명동(교대, 영남이공대), 비산동, 내당동, 두산동, 앞산정상, 불로동 등이 토착지배세력의 고분군 지역이거나 고분이 현존하고 있는 곳이다.비산동 제 37호 고분군에서 발견한 금동관은 신라 천마총에서 발견한 금동관보다 상위의 것이다. 일본인들이 발견하였지만 다행히도 국립대구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지금의 서문시장 자리가 예전에는 큰 못이었는데 비산동, 내당동에 소재하고 있던 88개의 모든 고분군의 흙으로 이 못을 메웠다. 대구에 존재하던 모든 고분군 역시 일제강점기부터 근대 개발사에서 거의 사라지고 불로동 지역의 수백 기와 군데군데 몇 기 정도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러한 특성들은 옛날 옛적부터 이 지역의 산과 물이 좋아 사람이 살기 좋은 터였다는 명백한 증거일 것이다.대구는 풍수지리학적으로 한반도를 호랑이에 비교했을 때 비슬산과 팔공산에 둘러싸인 아늑하고 따뜻한 자궁자리다. 또는 암탉이 알을 품고 있는 포란 형상이란다. 그래서 예전부터 인물이 많이 탄생했었고 최근에는 몇 분의 대통령이 배출된 고장이며 비록 인재(人災)는 간혹 발생했으나 천재지변과 내란, 외환, 우환이 적었다. 대한민국 근대에는 부패한 여당과 맞서는 대단한 진보도시였으며 6·25 때도 마지노선을 지켰고 조국이 위태로울 때 마다 선구자처럼 들고 일어나 국채보상운동이라든지 2·28 같은 각종 학생운동, IMF 때도 금 모으기 운동을 최초로 시작한 곳이다. 또 미녀도 많은 도시다. 물론, 한민족이 아플 때 마다 어루만져 주다보니 옛날부터 약령도시가 발달하였고 최근에는 세계적인 의료도시로서 각광받고 있다. 사람들마다 정이 넘쳐 나는 도시다.만약에 일제의 수탈을 피하고 자연 친화적인 발전을 이루었다면 대구는 스톤헨지와 로마가 부럽지 않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멋진 역사문화 도시가 되어 있지 않았을까?다시 한 번 세계의 중심도시로 우뚝 설 날이 멀지 않았음을 의심해마지 않는다.

2020-07-05 15:30:00

[2020 세상 읽기] 이제는 국민이 주인공인 헌법을 가질 때

[2020 세상 읽기] 이제는 국민이 주인공인 헌법을 가질 때

완전성을 상징하는 숫자 '3'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나 신화 속에 깃들어 있다.그리스도교의 삼위일체, 불교의 삼존불, 고대 로마의 3신과 게르만 신화의 최초의 신도 삼형제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단군신화의 환인, 환웅, 단군은 삼신으로 모셔졌고, 세상의 이치를 '천(天)·지(地)·인(人)'으로 구성하여 삼태극으로 그려 내었다. 이처럼 성스럽게 여겨졌던 3이라는 숫자는 오늘날 국가 통치원리와도 무관치 않는데 대표적인 것이 3권 분립이다. 인류는 고대 신분사회, 암흑의 중세시대, 그리고 절대군주제의 폭정과 파시즘을 거치며 주어진 질서에 대한 의심과 권력의 집중과 전횡을 막으려는 인간관을 가지게 된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우리 헌법도 입법권은 국회에,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한 정부에,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여 3권 분립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국회의원의 장관 등 각료 겸직과 정부의 법률안 제출권 등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결과 여당이 국회 과반이상을 차지하거나 여당의원들이 총리나 장관으로 입각할 경우, 입법부가 행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기가 어렵다. 사법부도 그 수장인 대법원장을 대통령이 임명하기에 행정부의 우위는 부인하기 어려우며,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으로 있는 점, 4대 권력기관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국정원장)을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권력이 행정부에 집중된 면이 있다.21세기가 한참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1987년 체제인 6공화국 헌법을 가지고 있다.헌정사상 최초, 여야 간의 합의로 탄생된 현행 헌법은 민주화 시대를 연 상징과도 같지만 이제는 상생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헌법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개헌이 경제와 민생 등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된다며 개헌 반대의 목소리를 들을 때면 '개헌은 도대체 언제 해야 되냐'고 오히려 되묻고 싶다. 이제는 개헌을 할 때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 방향성은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고 잠재된 독재를 방지하는 데 있다.먼저, 국회가 행정부를 실질적으로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감사원을 대통령 직속이 아닌 국회의장 직속으로 하여 행정부의 권한남용과 정부회계에 대한 실질적 감독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례상 여당 다선의원이 국회의장이 되는 방식을 바꾸어 국회의원 총선거 시 국회의장과 부의장을 지역구가 아닌 전국단위로 국민들이 직접 선출케 하여 의장단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시켜 감사원을 지휘하게 해야 한다. 또한 삼권분립을 훼손할 우려가 있는 국회의원의 각료 겸직을 금지하여 본래 역할인 행정부 견제와 입법 활동에 전념케 해야 한다. 부수적으로 총리나 장관이 되기 위해 국회의원 자리를 거쳐 가는 폐해도 방지할 필요가 있다.두 번째로, 사법부의 위상 및 대표성 강화를 위한 대법원장 선출방식 변경이다.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하므로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 물론 대법원장도 직접 국민이 선거로 선출하면 좋겠지만 직선제의 적합성여부, 법원이 가지는 전문성 등을 고려해 보면 선뜻 정답을 찾을 수 있는 여건은 아니다. 차선책이지만 전체 법관들이 선거로 대법원장 후보를 복수로 선출하여 그 중 2인을 국회가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이럴 경우, 조직 내 신망을 받는 인사가 대법원장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조직 내 민주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본다.세 번째로, 대통령 중임제와 부통령 신설이다.현행 헌법은 대통령 5년 단임을 직접 헌법에 명시할 만큼 독재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그러나 단임제는 레임덕과 짧은 임기 내 성과에 대한 압박을 가져와, 근시안적 국정운영을 초래하였고 포퓰리즘의 먹이감이 되었다. 국가 발전의 장기적 비전실행을 위해 중임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한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나올 때 마다 회자되는 것이 책임총리제이다. 하지만 총리는 선거로 직접 선출되지 않아 민주적 정당성이 미약하며 그 운영에 있어서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부통령제 신설을 주장하고 싶다.대통령 선거를 정·부통령 러닝메이트로 하여 국정의 운영권을 나눈다면 대통령제의 폐해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부통령이 경제나 외교, 안보 등의 전문가일 경우 안정적 국정운영에 큰 도움이 되며 부통령후보가 정당 간 연정의 형태로 추진될 경우 협치와 공화주의의 완성으로 귀결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마지막으로, 지방분권과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이다.원칙적으로 자치입법권·자치행정권·자치재정권·자치복지권 등 지방자치권을 확대·보장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견제장치도 필요하다.먼저, 공적결정에 대한 민간참여 보장과 공직개방이다.현행 주민자치위원회의 기능과 독립성 및 위상을 강화시켜 지방자치단체의 핵심결정에 있어 공론화 과정에 그 참여권을 보장하고 과거 제2공화국 헌법에 명시된 읍·면·동장 선거를 부활하여 일선행정의 결정권과 집행권을 분권화시켜 풀뿌리 책임행정을 구현할 필요가 있다.특히 전문성이나 대표성을 요하는 직위들은 과감히 민간에게 개방하여 만성화된 관료주의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사실 요즘 국민들은 웬만한 고위공무원들보다 똑똑하다. 맘카페에서 정책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정치인들도 상당수 있다는 말이 들릴 정도니 말이다.또 하나는 부단체장의 직접 선출로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최근 부산시장 사태에서 보듯이 보궐선거까지 중앙에서 임명된 부단체장이 1년 가까이 시정을 이끄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근본취지와 맞지 않다. 지자체장 선거도 정·부 러닝메이트로 하여 유고나 궐위 등 비상시에도 시정추진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부단체장이 해당 지역에 필요한 분야인 경제, 보건, 문화, IT산업 등의 전문가일 경우 지역발전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아울러 중앙정부와의 관계에 있어선 기존의 협력관제도를 개선·확대하여 다양한 중앙부처의 인력들과 지방정부 인력들이 상호 협력·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으면 좋겠다.우리 민족이 반만년 역사의 경험과 투쟁 속에서 얻어낸 가장 위대한 성과를 표현한다면 그것은 바로 "국민이 주인이다."는 문장으로 집약될 수 있다. 하지만 주인이 모든 일에 관여할 수는 없기에 대리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 머슴처럼 일하겠다며 큰절을 연신해대던 대리인이 알고 보니 '하자투성이'일 경우, 분하고 괘심한 마음은 숨길 수 없다.요즘 구매한 상품은 웬만하면 교환·반품이 가능하나 선출된 정치인들의 리콜은 쉽지 않다. 그렇기에 국민소환제 신설과 주민소환제 요건 완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하나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이와는 별도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따른 사회적·경제적 비용을 아낄 수 있는 현실적인 아이디어를 하나 내 보자면, 종전 국회의원 지역 선거에서 2위 득표자에게 그 직을 승계케 하면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독려하고 선거 전 후보자 간 야합을 방지하는 동시에, 특정지역에 특정정당이 싹쓸이 하는 현상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본다. 또한 후보들이 선거법을 준수하는 경향이 강해질 거라 예상되며 보궐선거 비용 또한 아낄 수 있다.아무리 청렴하고 위대한 철인이라도 너무 강한 권력은 늘 위태롭다. 세계 최고의 헌법으로 손꼽히는 바이마르 헌법은 세계 민주주의 국가에 많은 영향을 끼쳤으나 나치 정권을 탄생케 하였다. 아무리 법이 훌륭해도 대리인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면 주인인 국민은 어느새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한 번의 선거 승리로 국가권력의 자의적 지배를 허용하는 나약한 법치주의는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영원히 지킬 수 없다. 제7공화국의 시대를 열 새로운 헌법에는 주권자인 국민이 단순히 유권자의 지위를 넘어 헌법 안에서 '영원한 캐스팅보터'로서 권력을 견제·감시하고 국가의 주요사항을 결정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내장되었으면 좋겠다.패권정치의 부활은 결국 피의 보복을 부를 뿐이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분권'과 '협치'라는 아름다운 정치기술로 이제는 국민이 주인공인 헌법의 시대를 열자!자유기고가 이상철

2020-07-04 06:30:00

[광장] 뜻하지 않게 의뢰받은 정원 이름 '모네 연못정원'

[광장] 뜻하지 않게 의뢰받은 정원 이름 '모네 연못정원'

10여 년 전 학교 기숙사의 조그마한 연못정원 설계를 맡은 적이 있다. 참으로 난감하게도 그 일을 의뢰한 총장은 모네정원을 만들어주기를 요청했다. 의뢰인은 가보지도 않은 채, 모네의 유명한 그림만 보고는 막연히 그런 정원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매사 열심히 사시는 분의 말씀이라 거절할 수는 없었지만 일을 맡은 나로서는 고민이었다. 몇 달의 시간을 보낸 후 나는 모네정원이 아닌 바이올린정원이라면서 의뢰인에게 설계안을 보였다. 그랬더니 의뢰인은 못내 아쉬워하면서 이름이라도 모네연못이라고 명명하기를 원했다. 그래서 지금도 그 연못의 정식 명칭은 모네연못이다. 모네의 정원을 보고 싶어서 인터넷 검색을 했는데 엉뚱한 정원이 나와서 당황하신 분도 있을 것이다.나의 의뢰인은 모네의, 연못 중심의 아름다운 정원을 상상한 것 같다. 모네는 왜 그런 연못정원을 만들었을까? 모네의 연못정원은 프랑스 지베르니의 집에 실제로 있는 곳으로 그곳은 그가 그림을 그리고 산책을 한 그의 삶의 터전이었다. 30여 년 전 그곳을 방문한 일이 있는데, 이미 오래전의 일이라 내 기억도 상당히 퇴색해 있다. 당시 나는 '모네의 정원'을 비롯한 멋진 그림을 기대하며 지베르니의 모네 집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실망스럽게도 그 집의 반은 요리 기구로 채워져 있었고, 반은 일본 채색화가 전시되어 있었다. 모네의 그림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그러나 수많은 꽃으로 장식된 정원과 정원 깊숙이 감춰져 있는 연못을 보면서 그림과는 다른 기쁨과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모네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녹색의 아치형 일본식 나무다리와 다리 아래로 늘어진 수많은 바빌론 능수버들 그리고 물 위에 떠 있는 수련과 한쪽에 멈춰진 녹색 나무배가 내 눈앞에 현실로 펼쳐져 있었다. 모네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이 현장을 화폭에 담으려고 수없이 찾았을 것이다. 모네의 연못정원은 화가로서뿐 아니라, 생활인으로서의 모네의 삶이 녹아있는 곳, 순전히 그 자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었다. 단지 우리는 그 연못정원을 보면서 모네라는 한 화가의 삶을 엿볼 수 있을 뿐이다.그렇다. 정원은 주체자의 삶의 일부이다. 헤르만 헤세는 정원 가꾸는 일이 귀찮다면서도 매일 나가서 정원 일을 했다고 한다. 그 연장선상에서 생각한다면 대학 기숙사의 연못정원 역시 학생들의 삶의 공간이다. 나는 오랜 고심 끝에 모네의 정원 모방을 포기하고, 학생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서의 연못정원을 설계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연못정원의 주제를 음악으로 정했다. 연못의 형태는 바이올린을 연상하게 그렸다. 또 무대도 필요했다. 무대에 앉으니 초화류(草花類)의 청중도 장식으로 필요했다. 그리고 무대의 장막으로 능수버들을 심었다.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모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지베르니의 모네정원을 방문한다. 학교 기숙사의 모네의 연못정원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만들어가는 현재진행형의 공간이다. 두 정원은 이름은 같으나 주체자가 다른 공간이다. 주체자가 다르니 장소도 만든 사람도 당연히 다르다. 지금도 나는 모네의 정원이 학생들에게 힐링의 공간으로 느껴지기를 바란다. 내가 만든 모네의 정원을 오가면서 그들이 타향살이의 외로움을 위로받고, 힘을 얻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어느 날, 그들 중 누군가가 프랑스 지베르니의 모네정원에 서서 바이올린의 선율이 흐르던 기숙사 옆 바이올린정원을 떠올릴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 행복한 감상이 그들 삶을 더욱더 풍요롭고 자유롭게 만들어 줄 수도 있을 것이다.

2020-07-03 15:50:04

[기고] “형님! 어떤 경쟁에서도 이길 방법 있심더!”

[기고] “형님! 어떤 경쟁에서도 이길 방법 있심더!”

한국 사회는 물론 전 세계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전염병을 만나 고통과 시련을 겪고 있다. 특히 대구시민들은 정신적 충격과 육체적 고통으로 속칭 '멘붕' 상태에 빠져들었다.그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4·15 총선이라는 또 다른 폭풍 하나가 지역사회를 휩쓸고 지나가면서 한국 근대사회의 고질병이었던 동서의 깊이 팬 골에 또 한 번의 상처를 남겼다. 50년 동안 해결해 왔던 국민적 숙제가 우리 앞에 유령의 모습으로 다시 어른거린다.이러한 코로나19 사태와 사회적 갈등이 우리 지역 실물경제에 엄청난 충격으로 와닿아 있음은 대구의 경제를 견인하는 성서공단이 써낸 지표에 고스란히 나타난다.공단의 가동률은 1년 전인 2019년 1분기 71.84%에서 2020년 1분기에는 66.13%로 하락했고, 올해 말쯤에는 가동률이 더욱더 곤두박질칠 것이다.어두운 앞날이 예고되고 있지만 우리는 그 심각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산업 현장의 중소기업 경영자들과 일과를 보내는 필자로서는 절박한 경제 현실과 심각성에 전 국민은 현실적 위기감을 가져야 하고, 정부와 정치권은 기업 규제 관련 법안을 좀 더 심도 있게 재고해야만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야만 사업을 포기하려는 중소기업이 줄어들 것이다.아주 오래전부터 격의 없이 지내다 서로가 일상의 바쁜 관계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가 1년여 만에 만나게 된 고향 후배와의 얼마 전 대화는 필자의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하면서 머리에 오버랩돼 왔다.그 후배는 척박하고 어려운 깡촌 마을에서 1960년대 후반에 태어나 70년대 후반에 한국 산업 역군의 전형적인 과정으로 여겨졌던 공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술자격증으로 대기업 현장 직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이후 가내공업으로 독립해 외환위기(IMF) 등으로 몇 번의 부도 과정을 거쳐 이제는 연 매출 270억원 규모의 중소기업 하나를 운영하고 있다.그렇게 어렵게 세운 기업을 1년 정도 전부터 규모를 줄이고 동남아시아로 투자처를 옮겨야겠다고 한번씩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 후 오랫동안 보지 못하다가 얼마 전 만난 그 고향 후배가 결기에 찬 말을 했는데 필자는 그 말에 함의된 깊은 의미를 눈치채지 못했고,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몇 잔의 술이 들어 간 후 그 후배는 갑자기 "형님! 기업을 하면서 여지껏 몰랐습니다만 그 어떤 경쟁에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을 알았심더~"라고 말했다.필자는 그 소리에 이 후배가 드디어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해 기업 경영을 우량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으로 생각하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그것이 어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필자의 아둔함이었다는 것을 좀 지나 알게 됐다.몇 잔의 술과 분위기가 어우러질 때쯤 그 후배의 취기 어린 눈에 물기가 젖어들면서 던진 말에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아팠다."형님! 어떠한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멋진 방법은 말이죠…. 그건 경쟁을 포기하는 것입니다."'아뿔싸!' 내 눈에는 코로나19에 걸려 병상에서 헤매고 있는 것이 지역 기업의 처절한 모습같이 어른거리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그러나 필자는 국난 극복의 고비마다 저력을 보여왔고, 이번 코로나19 대처에 있어서도 세계적인 모범 모델로 인정받은 우리 대구시민의 힘이 지역 경제를 병상에서 일으킬 것이며 그 후배 또한 결코 기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2020-07-02 15:59:41

[시대산책] 후계자 김여정

[시대산책] 후계자 김여정

흔히 사람들이 북한은 모든 것이 엄격하고 융통성이 없는 사회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그 반대다. 한국은 법치국가이기 때문에 법률과 명령, 자치단체 조례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정교하며 광범하다. 융통성을 발휘하기 시작하면 이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가능하면 융통성 없이 엄격하게 지킨다. 그러나 북한은 법이 그렇게 정교하지도 않고 광범하게 포괄하고 있지도 못한 데다 법치국가가 아니다 보니 법을 한국처럼 그렇게 엄격히 집행하지도 않는다. 법의 사각지대가 많은 데다 법규가 있더라도 융통성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북한은 부정부패가 아주 심하기 때문에 법령이 유연하고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범위가 넓을수록 뇌물을 뜯어낼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기 때문에 관료들은 이런 현상을 아주 좋아한다. 이렇게 융통성이 많은 북한이지만 딱 한 가지에 관해서는 절대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다. 바로 수령제와 관련된 것이다. 북한은 헌법 위에 '유일사상 10대 원칙'이 있다. 다른 법은 지키지 않더라도 '유일사상 10대 원칙'은 절대 어겨서는 안 된다. 매우 엄격해서 그 어떤 융통성도 발휘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아무리 지위가 높더라도, 아니 지위가 높을수록 더 철저히 지켜야 하는 것이 '유일사상 10대 원칙'이다. 수령의 가족이라도, 2인자, 3인자라도 절대 봐주는 법이 없다. 김정일이 가장 아끼던 여동생 김경희도, 그리고 그녀의 남편이자 오랫동안 2인자로 간주되어 왔던 장성택도 이를 철저히 지켰고, 선을 조금만 넘는 것처럼 보이면 철퇴가 가해졌다.최근 대북전단과 관련한 남북 갈등의 전면에 김여정이 나섰다. 이런 악역에 최고 지도자의 최측근 가족이 나섰다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긴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각종 미디어나 군중집회에서의 김여정에 대한 태도는 더욱 충격적이다. 몇 가지 사례들을 살펴보자. ①"김여정 제1부부장은 5일 대남사업 부문에 지시를 내렸다"(6월 5일 통전부 담화) ②"김여정 동지는 8일 북남 사이의 모든 통신연락선을 완전 차단해 버릴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6월 9일 '조선중앙통신' 보도) ③"위원장 동지와 당과 국가로부터 부여받은 나의 권한을 행사한다"(6월 13일 김여정 담화) ④"다음 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혔다.(6월 13일 김여정 담화) ⑤"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뻔한 술수가 엿보이는 이 불순한 제의를 철저히 불허한다는 입장을 알렸다."(6월 17일 '노동신문') ⑥조선중앙TV는 17일 문재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를 비난한 김여정의 담화 전문을 그대로 읽었다. ⑦청년동맹·직업총동맹·여성동맹 등 노동당 외곽기구 주도의 대북전단 항의 군중집회에선 예외 없이 '김여정 동지 담화 낭독'이 이뤄졌다.위의 내용들 중에 단 하나라도 북한에서는 수령과 후계자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쓸 수 없는 표현들이다. 지도자의 가족이든 최측근이든 아무리 높은 권력직에 있는 사람이건 절대 쓸 수 없다. 이런 규정들이 매우 정교하고 엄격해서 조금이라도 위반하는 사람이 있다면 총살이나 정치범수용소행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신문이건 방송사건 통신사건 그 결재 라인에 있었던 사람들은 모조리 고강도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령제 위반 사항은 이를 지시한 선전선동부 간부만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이런 지시를 그냥 실행하기만 한 신문사나 방송사 관련자들도 광범하게 처벌받기 때문에 김여정이 후계자가 확실하지 않은 조건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표현들이 다양한 미디어와 군중집회들에서 광범하게 사용되었다는 것은 김여정이 이미 후계자로 임명된 것이 확실하다는 것이다.김정은이 언제 갑자기 사고로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에 후계자를 지명해 놓는 것이 안전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젊은 김정은이 건강하다면 과연 후계자를 지명할 마음이 생길까? 김정은이 건강한데도 만일을 대비해서 후계자를 지명해 놓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할 용기가 있는 간부가 있을까? 젊은 김정은이 후계자를 지명해 놓았다는 것은 어떤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건강 이상이 있다는 신호로 봐도 될 것 같다.

2020-07-02 15:50:54

[매일춘추] 예술 작품의 ‘제목’

[매일춘추] 예술 작품의 ‘제목’

얼마 전 전시장에 찾아온 관람객들이 물었다. "이번 전시는 캡션(명제표)이 없네요?" 그들은 작품의 사이즈나 재료, 제작연도 보다 '제목'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듯했다. '제목에 의존하지 않고, 작품을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에게 이름이 있듯 작품에도 '제목'이 있고, 우리에게 신분증이 있듯 작품에는 '명제표'가 있다. 주로 작품의 제목, 사이즈, 재료, 제작연도가 적혀있는데, 바로 이 명제표를 통해 관람자는 작품의 세부 정보를 얻게 된다. 그렇다면 '제목'에 대한 요구는 언제부터 생겨나기 시작했을까? 한 연구에 의하면 18세기 이후 근대적 형태의 전시회가 자리를 잡고 미술 시장이 형성되면서부터이다. 다른 작품과의 구별을 위해 붙여진 '제목'은 미술사적인 해석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모든 작품에 제목이 있는 것만은 아니다.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해보자면, 제목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그리고 작품과 제목의 불일치이다. 마르셀 뒤샹의 'L.H.O.O.Q'(1919)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Mona Lisa'(1503~1506)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독특하게도 화면 하단에 'L.H.O.O.Q'라는 제목을 적어놓았는데, 프랑스어로 발음하면 '그 여자의 엉덩이는 뜨겁다'는 말이 된다. 바로 이 제목을 통해 감상자는 작가의 의도를 엿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무제'와 같이 제목이 없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감상자는 제작 의도를 쉽게 파악할 순 없겠지만 다양하고 풍부한 해석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는 화면에 파이프를 묘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파이프가 아니다'라고 했다. 작품과 제목의 불일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처럼 '제목'의 유무에 따라 감상자는 작품의 제작 의도 파악, 미술사적인 접근, 사고의 전환 등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같은 작품이라도 '제목'에 따라 의미는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뭉크의 '절규'가 '환희'였다면, 그에 따라 감상자의 생각은 물론 미술사적으로도 해석이 달라졌을 것이다. 전시장에서 초등학생 저학년 정도의 아이를 만났던 날이다. 그 아이는 식물 형태의 그림을 보고 "바나나 같아요"라고 했지만 작품의 제목은 '정원'이었다. 바로 이것이다. 작품의 제목이 '정원'이 아닌 '바나나'였다면, 우리는 바나나의 형태가 작가에 의해 재해석 됐다고 생각했을 거다.오늘도 전시장을 찾은 일부 사람들은 '명제표'의 행방을 묻거나 자연스럽게 허리를 굽혀 그것을 바라본다. 우리는 작품의 '제목'에 의존하고 있진 않을까? 물론 '제목'은 18세기 이후부터 오늘날까지 작품과의 구별 혹은 미술사적인 해석 등을 위해 분명 필요하다. 그렇지만 작품을 감상할 때 제목이나 명제표에 의존하기보다는, 제목을 맞추어본다던가 또 다른 제목을 붙여보는 등 폭넓고 재미있게 감상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2020-07-02 15:30:00

[기고] 공사장 용접·불티, 작다고 방심할 수 없다

[기고] 공사장 용접·불티, 작다고 방심할 수 없다

최근 공사현장의 용접·불티로 크고 작은 화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특히 지난 4월 29일 경기도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가연성 가스와 용접 등 불씨가 발생하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 38명이 숨지고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이뿐만이 아니다. 국가화재정보 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공사장 용접·불티로 인한 화재는 2천310건이 발생했고 181명의 사상자가 나왔다.무엇보다 용접작업 때 발생하는 불티는 1600~3000℃ 정도의 고온체로 작업 장소의 높이에 따라 수평 방향으로 최대 11m까지 흩어진다. 불티는 크기가 작기 때문에 화재가 시작될 때까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공사장 용접 화재의 주요원인을 살펴보면 관계자 등의 화기 취급 현장 감독 소홀과 작업현장 임시 소방시설 미설치, 가연물질 제거 조치 미이행, 무자격자 용접 작업 등 부주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해마다 반복되는 공사장 용접 작업 화재는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경우가 많다. 화재를 예방하고 피해를 감소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화재 예방 안전수칙을 지켜야 한다.첫째, 용접 작업 전 건축물 안전관리자에게 사전허가를 받아야 하고, 사업주는 화재 예방을 위해 화재감시자를 지정해 배치해야 한다.둘째, 용접작업 전 해당 장소에 물통과 건조사(마른모래), 소화기를 비치하고 용접 불티 등을 받는 불꽃받이나 방염시트를 설치해야 한다.셋째, 용접작업 중 가연성·폭발성, 유독가스 존재 및 산소 결핍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하며, 용접가스 실린더나 전기동력원 등은 밀폐 공간 외부의 안전한 곳에 배치하고 작업자는 무전기 등 관리자와 비상연락수단 확보 및 개인보호장비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넷째, 용접작업 후 작업장 주변에 불씨가 남아 있는지 30분 이상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마지막으로 불꽃을 사용하는 용접·용단 기구를 사용할 시 소방기본법 시행령 제5조에 의거, 작업자로부터 반경 5m 이내에 소화기를 갖추고, 작업장 주변 반경 10m 이내 가연물을 쌓아두거나 놓아두면 안 된다. 또한 특정 소방대상물의 건축, 대수선, 용도변경, 설치 등을 위한 공사현장에서는 간이소화장치, 비상경보장치, 간이피난유도선 등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이런 내용은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산업안전보건법', '용접·용단 작업 시 화재예방 기술지침'에 포함돼있다.용접·용단 작업이 원인이 돼 화재가 발생하면 근로자를 고용하지 않고 작업하는 경우 소방기본법에 따라 1회 100만원, 2회 150만원, 3회 이상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해 작업하는 경우에는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안전조치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공사장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용접작업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건축공사장 용접작업 시 화재 안전수칙을 준수해야 하며 무엇보다 공사장 내 관계자의 자발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많은 공사장 화재로 인명·재산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 법령 강화, 불나면 대피 먼저, 소화기 사용법 등 소방안전교육 확대로 안전의식을 더욱 강화해야 반복되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공사장 관계자 및 작업자는 현장 안전관리 준수사항을 잘 지켜 귀중한 인명, 재산피해가 없도록 더욱 노력을 기울여주길 간절히 당부드린다.

2020-07-01 17:04:21

[최재목의 아침놀]  젊음이여, 뒷배 없이 홀로서 가라

[최재목의 아침놀] 젊음이여, 뒷배 없이 홀로서 가라

"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이육사는 이렇게 노래했으나, 어쩌랴! 이 땅엔 한동안 주저리주저리 스토리텔링할 희망의 청포도도 전설도 없을 듯하다. 지속되는 코로나 사태, 마이너스 성장, 취업난으로 젊음은 불안한 시대를 건너고 있다. 비대면 온라인 시대가 정착하는 지금은 현대가 저무는 가을인가,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봄인가.심정이 착잡한 요즈음, 젊은 세대 앞에 서면 좀 난감하다.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지 자문해 본다. 솔직히 '이렇게 저렇게 살아라!'며 조언할 용기도 언어도 부족하다. "그냥, 살아봐!"라며 혼자 속으로만 중얼대고 있다. 왜냐하면 더 이상 기성세대에게 청년들이 기대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뒷배 없이 그냥 홀로서 가라!"고 권하고 싶다. 뒷배란 '보이지 않게 뒤를 봐주는 사람'(후견인), '배후'(백), '부모 찬스' 같은 것이다. 이런 것에 젊음은 개의치 않아야 한다.길의 좌표를 잡던 창공의 별도, 아우라 있는 어른들의 덕담도 사라졌기에, 깜깜한 삶의 길을 홀로 걸어가야 한다. '차라리 잘됐다'고 나는 생각한다. 새로운 길은 새로운 정신으로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낡은 사유는 좀 비껴 서고, 신선한 기풍이 잰걸음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어야 한다. 비록 미숙하고 불완전한 걸음이더라도, 젊음이 이 시대의 전면에 나서도록 도와야 한다.하여, 젊음이여! 어떤 기존의 이념에도, 철학에도, 도덕에도, 가치에도 기대지 말고 당당히 자신의 삶을 살아갔으면 한다. 지나간 건 모두 저네들의 삶이었고, 이제부터는 당신들의 몫이라 생각하라. 폐허와 황무지 위에 새로 집을 지을 각오를 하자. 무근거・맨바닥에서 출발해야 한다. 직업도, 결혼도, 인생도 스스로 구상하라. 기성세대들 신경 쓰지 말고, 자신의 양식과 판단을 믿고, 서로와 서로의 지성을 연결하며, 해결해 가는 게 차라리 낫다.더 이상 기성세대에게 기대고 배울 것은 없다. 교육도, 정치도, 관습도 이제 신물 나지 않는가. 그 무엇에도 기대지 말고, 무소의 뿔처럼 홀로서 가라. 백척간두에서 '진일보'해야 한다. 진일보의 '진'은 나아갈 '진'(進)이 아니라, 참 '진'(眞)이어야 한다. 발 디딘 곳의 진실을 스스로 찾고, 삶을 위한 진리를 캐물어라. 그 방법론은 원효가 말한 저 "두 변을 떠나되 그 중간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는 '이변이비중'(離邊而非中)을 권하고 싶다.이쪽도 저쪽도 떠나라(離邊)! 그렇다고 그 둘을 아우르는, 중간이라는 또 하나의 지점이 있다고도 생각 말라(非中). 이쪽도 저쪽도, 그렇다고 둘을 아우를 중간마저도 차 버려라. 둘이건 하나건 모두 환상이다. 진실은 그대들 자신의 '삶'이리라. 어떤 개념과 사상은 단지 그것만을 이야기한다. 다른 편을 포용하지 않는다. 내 생각을 담을 언어와 그것을 펼칠 필드는 그대들이 만들어야 한다.쉽게 무언가를 선택하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줄 서는 것과 같다. 어떤 줄이든 같은 유니폼으로 같은 방향을 쳐다보는 것처럼, 편향성을 갖는다. 줄 서는 것은 편하나 그것이 썩고 끊어지면 함께 몰락한다. 고독하고 불안할 땐 패거리 속에 몸을 숨기고자 한다. 이것은 단독자의 자유를 버리고 도피하는 것이다. 그때 집단적 이념과 가치의 노예로 전락하고 만다.그렇다. 자유로우려면 고독을 견딜 수 있어라! 기댈 뒷배를 걷어차라! 기존의 가치와 이념, 관습과 도덕을 일단 의심하며 새로 모색하라. 벽 쪽이 아니라 나를 향해 제사상을 차리라던 해월 최시형의 '향아설위'(向我設位)처럼, 젊음 쪽에서 세상을 새로 읽는 법을 찾아야 한다. 쳐다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해방되어, 스스로가 배우로 살아갔으면 한다. 그러려면 "안 하는 편을 택하겠다"(I prefer not to)는 필경사(筆耕士) 바틀비처럼, 기성세대의 명령에 무행위[無爲]로 맞서며,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서자.뒷배 없이 홀로 갈 수 있는 젊음이 희망이다. 칠월, 꽃보다 더 붉어야 할 젊음 앞에 몇 자 고백해 본다.

2020-07-01 16:30:00

[종교칼럼] 신불의 꽃 백련(白蓮)이 피다.

[종교칼럼] 신불의 꽃 백련(白蓮)이 피다.

연꽃이 피는 7월이다. 백련이 피는 연밭을 산책하며 향기를 듣는다.꽃 중에 가장 크고 향기로운 꽃이 연꽃이다. 전국의 연지(蓮池)는 백련과 홍련의 출렁임 속에 많은 사람들과 차인(茶人)들을 설레게 한다. 연(蓮)과 함께하는 축제와 차회(茶會)가 열린다. 연과 함께 있노라면 연잎의 아름다운 자태와 연꽃의 우아함, 향기에 취해 무아(無我)의 경지에 도달한다.연꽃은 군자의 상징으로 동서양의 많은 문인, 사상가, 철인들이 서정을 붙이고 송가를 불러 애찬했다. 무릇 연꽃 피는 계절은 예나 지금이나 차인들과 문인, 학자, 예술인들을 집 안에 머물러 있게 하지 않는 것 같다.인도에서는 백련(白蓮)을 '신(神)의 어머니'라고 하여 '라지브'라고 한다. 인도 최고 경전인 리그베다의 '마하파라다'(mahabharata)에 따르면 태초의 세상에는 물만 있었다. 그 물속에서 비슈누(visunu) 신이 나타나 세계를 창조할 때 그의 배꼽에서 흰 연꽃이 피어났다. 그 꽃잎에서 창조의 신 브라만(Brahman)이 탄생하여 세상의 모든 생명들을 낳게 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이유로 인도 사람들은 흰 연꽃을 지구에서 가장 성스러운 꽃으로 추앙한다. 국화로 제정했으며, 경사스러운 행사에 백련을 신불(神佛)에게 올리고 찬탄한다.옛 그리스에서는 연꽃을 영생의 상징으로 보았다. 연꽃이 태양보다 먼저 피고 먼저 지는 것을 보며 태양신이 부활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시인 호머는 그의 서사시 '오딧세이'에서 연꽃의 열매를 먹으면 나라도 집도 친구도 모두 잊어버리고 열락(悅樂)의 세계에 들어간다고 표현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신전의 벽과 기둥, 조상(彫像) 주변에 연꽃, 파피루스, 종려 등을 조각하여 모든 예술의 모티브로 이용하였다. 연의 씨앗은 2천 년이 넘어도 발아해서 부활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시경(詩經)에서는 여인을 사모하는 애틋한 마음을 연꽃에 비유했다, 저 유명한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는 "연꽃 피는 날이면 아아! 이내 마음 길을 잃고 헤매니, 내 어찌하리오"라고 노래했다. 도연명과 백낙천은 국화를 사랑하였지만 중국 송나라의 대학자 주돈이는 119자의 문장으로 연을 칭송하는 애련설(愛蓮說)을 지었다."물과 육지의 초목과 꽃 중에 사랑할 만한 것이 매우 많다. 당나라 이래로 세상 사람들이 목단을 사랑했는데 나는 홀로 연을 사랑하노라. 진흙에서 나도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고 속은 텅 비어 있고 겉은 곧으며 넝쿨과 가지도 뻗지 아니하고 향기는 널리 풍기어 더욱 청아하며 물 가운데 맑고 깨끗하게 서 있으며 가히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매만질 수는 없다."연꽃은 최대 가치 격인 군자에 비유되었다. 군자가 세속에 처신하면서 악에 물들지 않는 것처럼 불교뿐만 아니라 동서양에서도 청빈과 고고함에 비유되어 선비들의 사랑을 받았다. 옛 선인들은 매란국죽(梅蘭菊竹) 사군자(四君子)보다도 연꽃을 으뜸으로 칭송하였다. 고대 민속에서 연은 창조, 부활, 염원, 청정, 다산, 장수, 풍요를 상징했다.망월사 백련연지에는 연꽃 봉오리가 수많은 병사가 창을 들고 서 있는 것처럼 많이 올라왔다. 일주일 뒤면 하얀 연꽃이 물결을 이룰 것 같다. 재작년 연밭을 넓히기 위해 옆의 땅과 소나무밭을 매입하고 정비하였다. 그곳에 작년 강진 금당지에서 옮겨온 백련 씨앗을 심었다. 금년에는 꽃을 엄청 피울 것 같다. 꽃이 많이 피는 토종 연근 종자로 바꾼 보람이 나타난다. 비로소 사바세계인 예토에 향기롭고 성스러운 극락세계의 연꽃 '푼다라카' 하얀 백련이 피어난다.처렴상정(處染常淨)의 연꽃처럼 모든 것을 수용하고 모든 것을 맑게 하는 진리를 전한다.세상이 그렇게 맑고 향기롭기를 염원한다. 서정주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2020-07-01 15:16:00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인의 영혼은 투명해야 한다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인의 영혼은 투명해야 한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야."어린왕자는 말했다. 광고하시는 분은 이 말에 공감할 것이다. 그들은 끊임없이 설득한다. 상업 광고를 만들어 지갑 속 지폐를 꺼낸다. 공익 광고를 만들어 세상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 돈을 꺼내든 1회용품을 쓰지 않든 설득이 우선이다. 설득이 없다면 성공한 광고도 없다.대구광역시 가정위탁지원센터의 광고 의뢰를 받았다. 위탁이라는 말이 생소했다. '가정을 위탁한다고?' 알고 보니 부모의 돌봄을 못 받는 아이들을 대신 돌봐주는 일이었다. 즉, 일정기간 아이의 부모가 되어주는 것이다. 광고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부모가 필요한 아이에게 부모가 되어 준다니 얼마나 감동적인 일인가. 피가 섞이지 않은 아이를 내 자식처럼 돌본다니 말이다. 나 자신이 아이가 되어 보았다. 얼마나 부모가 그리울까? 부모의 빈자리가 얼마나 크게 느껴질까? 누구에게 그 애달픈 마음을 고백할 수 있을까? 생각은 꼬리의 꼬리를 물었다. 그 마음이 묻어 있는 곳을 찾고 싶었다. 아이의 마음이 가장 잘 표현된 곳을 말이다. 그곳은 바로 일기장이었다. 일기장이라면 아이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을 것 같았다.나에게도 아빠가 있으면 좋겠다.나에게도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그렇게 써내려간 글이다. 별다른 수사법보다 이렇게 담담한 글이 더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그리고 아빠, 엄마를 그려보았다. 잘생기고 예쁘게 그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가장 멋진 부모님의 모습을 그렸다.드디어 아이디어 발표일. 광고주는 아니나 다를까 이 시안을 선택했다. 그림일기가 아이의 마음이 가장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나름 뿌듯했다. 우리 팀의 생각이 광고주와 통했다고 생각하니 기뻤다. 그렇게 시안을 넘겨드리고 일을 마무리 되는 듯했다.며칠 뒤 센터로부터 다시 연락이 왔다. 그리고 그들의 말에 난 큰 충격을 받았다. 사실, 시안의 수정 사항에 관련한 전화였다. 광고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정말 별 것 아닌 수정이었는데 그것이 나를 엄청나게 부끄럽게 만들었다. 내용은 이랬다. 광고에 아빠와 엄마가 떨어져 있으니 편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걱정된다는 것이었다. 즉, 이 광고를 보고 편부모 아래의 아이들이 상처 받을까봐 걱정된다는 말이었다. 그 말이 뭐라고 나는 그렇게 부끄러울 수 없었다.보통 광고주를 만나보면 느낌이 있다. 기업에 따라 영혼이 다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만 벌면 된다는 광고주의 영혼은 어둡다. 반면, 이런 공익적인 일을 하는 분을 만나면 영혼의 깊이 다르다. 그래서 더 도와드리고 싶다. 이 광고를 보고 혹시나 아이가 상처받을까봐 전화하는 모습이 내겐 큰 감동이었다.동시에 부끄러웠다. 나는 왜 그 아이의 마음을 미리 챙기지 못했을까? 나 자신이 아이가 되어 봤다고 믿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어쩌면 나도 지극히 세일즈의 관점에서 접근한 일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었다. 역시 위탁지원센터에 계시는 분들은 영혼이 달랐다. 내가 이길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결국 광고는 그 따뜻한 마음을 반영했다. 카피는 '나에게도 가족이 있으면 좋겠다'로 수정되었다. 사람은 만남을 통해서 성장한다고 그랬던가? 광고인이 그렇다. 지구의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그것이 광고인의 가장 큰 특권이다. 센터 사람들을 통해서 나의 영혼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 있다. 광고인은 진심으로 투명한 영혼을 가져야 한다고. 정말 투명해야 광고주의 영혼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 그들과 같은 영혼을 가져야 그 마음을 잘 알릴 수 있다고 말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7-01 15:05:05

[도태우의 새론새평] 5·18 신화를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도태우의 새론새평] 5·18 신화를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5·18 신화의 입구에 ''라는 황석영 작가의 책이 있었다. 사망자 수 2천 명부터 사망 경위까지 여러 세부 항목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지만, 5·18로부터 10년이 지나지 않은 1980년대 대학가에서 저 책의 영향력은 쓰나미와 마찬가지였다.40년이 지난 오늘, 5·18은 아직도 역사이기를 거부하고 한층 더 신화와 성역으로 치닫고 있다. 1980년대 골방에 숨어 저 책을 읽던 운동권 세대가 부정선거 의혹이 제기된 4·15 총선을 거치며 모든 국가 사회기관을 접수한 양상이다. 그들은 '역사왜곡금지법' '5·18왜곡처벌법'을 통과시키려 한다.양향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역사왜곡금지법'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여 폄훼하거나 피해자 및 유가족을 이유 없이 모욕하는 경우 최대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5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회 이상 재범 시 곧바로 징역형을 부과할 수 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5·18 특별법 개정안'은 인터넷과 출판물에서 5·18을 왜곡하면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5·18에 대해 조금이라도 깎아내리는 말을 하는 것은 아우슈비츠 대학살 같은 반인도범죄를 옹호하는 일이기에 처벌되어도 마땅하다고 한다. 정작 국제적인 반인도범죄의 표상인 북한 정치범수용소 20만 피감금자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체계적이고 대규모로 인권 범죄를 자행하는 김정은에 대해서는 위인맞이 행사를 해도 관용해야 한다.5·18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비상계엄 전국 확대에 항의한 평화적 시위와 같이 자유민주화운동의 요소를 분명히 품고 있지만, 좌익 사상범 등 2천700여 명을 수감 중인 광주교도소를 며칠간 무장공격한 것과 같이 자유민주화운동으로 볼 수 없는 요소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반란수괴 등의 죄로 무기징역을 확정한 1997년 대법원 판결조차 "3공수여단 11대대 병력이 1980. 5. 21.부터 같은 달 23.까지 광주교도소의 방어 임무를 수행하던 중 무장 시위대로부터 전후 5차례에 걸쳐 공격을 받았는데, 같은 달 22. 00:40경에는 차량 6대에 분승하여 광주교도소로 접근하여 오는 무장 시위대와 교전하고, 같은 날 09:00경에는 2.5톤 군용트럭에 엘엠지(LMG) 기관총을 탑재한 상태에서 광주교도소 정문 방향으로 접근하면서 총격을 가하여 오는 무장시위대에 응사"했다고 증거한다.5·18의 심각한 양면성을 무시하고 1995년 '5·18 특별법'을 제정한 이래 우리 사회는 25년간 '역사 바로 세우기'에서 '역사 왜곡 금지'를 거쳐 '역사 새로 쓰기'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4·19나 1987년 6월과 달리 5·18의 성역화는 한국사를 절대 선과 절대 악으로 양분하여 지고지순한 5·18 계승 세력 대 악마적 적폐 세력 간의 싸움이란 틀을 고착시킨다. 5·18을 절대화할수록 자유체제 건국과 6·25, 산업화와 평화적인 민주화 이행, 자유통일이라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정방향이 망각되고, 친일·독재·분단 세력 대 자주·민주·통일 세력 간의 영구한 대립만이 신념화된다.이제 더는 두려움과 움츠러듦으로 자유인의 상식이 가리키는 진실을 덮고 순응할 수는 없다. 1980년대에도 자유롭던 대학가의 정부 비판 대자보 부착이 처벌되는 데서 보듯 이미 우리 사회의 가치 역전과 권력 역전은 지나칠 정도로 진행되었다.'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를 외쳤던 열정을 되살려 일그러진 운동권 공화국의 핵심에 놓인 거짓 신화와 성역화를 거부할 때다. 5·18은 자유민주화운동을 분명히 포함하지만 그에 포함될 수 없는 요소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이를 지적하는 자를 역사 왜곡으로 처벌할 때, 그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자유헌정에 반하는 요소를 성역화하여, 이것을 비판하는 자를 국가가 처벌한다면, 이미 그 국가는 자유체제이기를 멈추고 다른 체제로 변성된 것과 마찬가지이다.5·18은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화화와 성역화의 방향에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순을 품은 삶의 역사로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할 때 진정한 국민 통합, 생명의 역사, 축복의 통로가 시작될 것이다.

2020-07-01 15:04:53

[매일춘추] 대구는  ‘사람을 살리는’ 도시다

[매일춘추] 대구는 ‘사람을 살리는’ 도시다

위기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다. 잘못 대처할 경우 개인이나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이나 피해를 주는 '중대한 위협'이 된다. 그러나 대개 위기를 이야기하면 가장 많은 반응 중 하나는 설마 우리한테 그런 일이 생기겠어! 하는 태도다. 올 2월 초까지만 해도 "설마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대구까지 전파되겠어!"라며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는 단숨에 강을 건너와 대구의 일상적인 업무를 마비시키고, 미래 활동을 어렵게 만들어 도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위기에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은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는 거다. 그러나 모든 위기를 예방하는 건 불가능하다. 위기가 다가왔을 때, 위기를 감지하고 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 영향을 최소한으로 막아 평상에 가까운 상태로 회복시키는 '위기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를 실패할 경우 인명 피해, 재산상 손실, 이미지 손실을 입고 쇠락의 길을 걷는다.안정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한국전쟁이라는 위기에 대처하는 마을 사람들의 잘못된 태도로 전통마을이 붕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언례(이혜숙)는 어린아이 둘을 홀로 키우며 사는 과부다. 전쟁이 나기 전까지는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해주며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낸다. 그러다 전쟁이 난 어느 날 밤 미군에게 겁탈을 당한다. 그 일이 일어난 뒤, 마을 주민들은 언례를 따돌리는 정신적인 폭력에 허드레 일감도 주지 않는 경제적인 폭력까지 가한다. 결국 언례는 성폭력이라는 직접적인 계기가 아니라, 마을에서 소외되는 정신적 압박과 굶주림이라는 육체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마을을 붕괴시키는 불씨가 된다. 결국 '사람을 저버린' 마을 공동체는 무너진다.이 세상에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나 조직은 없다. 그리고 위기관리에 공짜는 없다. 부단한 연구와 관찰, 대비가 요구된다. 위기관리에서 최선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차선책은 위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이때 중요한 건 정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사람을 살리고 보호하는 일에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대구는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그 어떤 도시보다 슬기롭게 잘 관리해오고 있다.무엇보다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먼저 살피는 나눔과 온정의 손길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여기에 모든 생업이 멈춘 예술인에 대한 배려까지 놓치지 않았다.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다. 위기는 위험을 동반하지만, 잘 관리하면 전화위복의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계기로, 대구 하면 '사람을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도시, 위기관리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도시라는 이미지 창출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위기는 곧 기회다.

2020-07-01 14:27:05

[취재현장] 참외 농민 위한 시설 참외 농민이 발 벗고 나서야

[취재현장] 참외 농민 위한 시설 참외 농민이 발 벗고 나서야

성주참외에 있어 2020년은 아주 특별한 해다. 올해는 성주참외가 본격 재배된 지 50주년인 동시에 미래 50년을 준비해야 하는 원년이다. 그만큼 정리해야 할 일도 많고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찮다.성주참외는 반세기 동안 많은 것을 이뤘다. 전국 참외 재배 면적의 70% 이상을 점유하면서 명품 반열에 올라섰고, 단일 품목으로 조수입(비용 포함 수익) 5천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농특산물 중 거의 유일하게 서울 청량리나 가락시장이 아닌 산지유통센터에서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성주참외가 지금의 위상을 자랑하는 것은 농민, 행정기관, 농협 등이 힘을 모아 숱한 어려움을 이겨냈기에 가능했다. 성주참외는 2008년 '마니다라 참외'로 큰 피해를 입었고, 2014년에는 특정 종묘 회사의 일부 품종을 사용한 참외 농가들이 농사를 망쳤다. 그나마 작황이 괜찮은 농가도 출하 성수기 때 터진 세월호 사고로 판로를 잃었다.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도 성주참외에 큰 타격이 됐다. 사드 배치 당시 성주참외가 사드 전자파에 오염될 수 있다는 허무맹랑하고 무책임한 말이 횡행하면서 민심은 더욱 흉흉해졌고 참외값은 곤두박질쳤다.다행히 올해는 위기가 전화위복이 됐다. 코로나19로 큰 어려움이 예상됐지만 외국 과일 수입이 줄면서 성주참외는 높은 가격이 이어져 상대적으로 덕을 봤다.하지만 코로나19로 성주참외 미래 50년 준비에는 차질이 생겼다. 올해 성주군은 '성주참외 50년사'를 단단히 기념할 작정이었다. 올 초 이병환 성주군수는 성주참외 50년사 준비추진위원회에서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의 성주 농업을 되짚어보고, 2020년을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원년으로 삼아 성주 미래 50년을 준비하겠다"면서 올해를 성주참외 역사의 터닝포인트가 되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그렇지만 20·30대 젊은 층이 원하고, 미래 소비층이 친근하게 다가올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 리뉴얼 작업은 착수 보고회만 열렸을 뿐이다. 대한민국 대표 과일 성주참외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 계획했던 전국 순회 행사는 무산됐다.더 큰 문제는 아직도 비상품화농산물자원화센터(이하 자원화센터) 설치 부지를 확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원화센터는 저급 참외 등 비상품화 농산물을 퇴·액비, 기능성 원료 등으로 자원화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설이다. 다른 것들이야 코로나19 탓으로 돌릴 수도 있지만, 부지 선정 작업이 무산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참외 농민도 자원화센터가 명품 성주참외 품질과 명성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 시설임을 알지만 내 집 앞, 내 동네 앞은 안 된다고 하고 있다.성주군은 2008년부터 저급 참외 유통 근절을 통한 가격 안정을 위해 저급 참외를 수매하고 있으나 처리 물량 한계로 연간 저급 참외 발생량 일부를 수매하는 데 그치고 있다. 수매하지 못한 저급 참외는 논·밭두렁에 방치돼 환경 오염은 물론 명품 성주참외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다. 자원화센터가 얼마나 시급한 사안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자원화센터 설치로 가장 큰 덕을 보는 쪽도, 설치되지 못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는 쪽도 모두 농민이다. 사업비까지 확보된 사업이 부지 문제로 차일피일하면서 성주참외 명성이 위협받고 있다. 명품 성주참외는 반세기 노력으로 이뤘지만 그 위상을 잃는 것은 반나절이면 족하다. 누구보다 참외 농민이 나서서 "내 집 앞, 내 동네 앞에 자원화센터를 설치하라"고 외쳐야 한다.

2020-07-01 06:30:00

[경제칼럼] 부동산 정책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경제칼럼] 부동산 정책도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어렸을 적 놀이터에서 모래집을 지으면서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집 다오"라고 노래를 부르며 놀았었다. 새집을 달라는 이유도 모르고 그냥 아이들과 함께 따라 불렀다. 그 새집 마련이 최근 왜 이리 힘들게 되었는지 그 당시 노래가 문득 떠오른다. 서민들의 꿈은 내 몸을 뉠 수 있는 나만의 집을 갖는 것이다. 평생의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독주택이 주된 거주 수단이었던 시절, 집 앞에 이름을 새긴 문패를 다는 것은 꿈이고 집안 행사였다.꿈이자 동요의 대상이었던 부동산에 시장 왜곡이 발생하고, 서민들의 거주가 불안정해지자 현 정부 정책의 주된 대상이 됐다. 정부 출범 후 3년 동안 21번의 부동산 대책이라고 하니 참 많이도 했구나 싶다.대한민국은 고유의 '전세'라는 제도를 가지고 있다. 집주인에게 목돈을 맡기면 집을 빌려주는 우리만의 독특한 제도이다. 최근 반 전세, 월세가 증가하고 있지만 전세가 우리에게는 비중이 크다. 하지만 전세가격이 상승해 주택가격과의 차이가 좁혀지고, 상대적으로 시가의 20~30% 적은 돈으로 전세 보증금을 안고 주택을 구입하는 이른바 갭 투자가 태동해 시장에서 유행하게 된 것이다.전세(임대차)제도는 서민들에게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주거를 제공하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갭 투자에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최근 여러 사례에서 보여 주고 있다. 편리함과 독창적인 전세제도가 갭 투자로 인해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는 통로가 되고 있는 것이다.상황이 이러하자 정부와 국회는 임대차보호 3법이라는 강력한 정책적 수단을 들고 나왔다. 기존의 주택임대차보호법상이 임차인 보호에 추가해 전월세 거래신고제, 세입자가 원하는 기간 동안 거주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 임대료 인상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 등이 주로 언급되고 있다. 개인의 사유 재산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반론 등 현재 장점과 단점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전세 제도 자체가 우리만의 고유한 제도이다 보니 전 세계의 주거 안정을 위한 케이스와 비교해 대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한국은행의 최근 금융안전보고서(2020년 6월)에 의하면, 우리나라 가계·기업의 빚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었다. GDP 대비 민간 신용 비율은 201.1%로 처음으로 200%를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결과라고 보여지나 결과적으로 소득인 GDP는 하락세인데 가계와 기업의 빚은 늘어나고 있다.더군다나 전세보증금은 개인 간 거래여서 은행을 통하지 않는 경우 정부의 가계부채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숨은 가계 빚이 대규모로 있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 750조원에서 80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집주인이 전세를 놓는 경우 사실상 빚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새로운 신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반복적인 갭 투자의 유혹에 빠지게 되는 셈이다. 집주인의 보증금 부채를 금융 부채로 평가해 관리해야 부동산 시장의 유동성이라는 거품을 제거하고 진정한 안정이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현재 부동산 시장에 코로나 불황으로 인한 저금리로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되는 상황에서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대책은 결국 땜질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에 전세를 안고 여러 주택을 구입하는 투기 사례를 막기 위해서는 집주인인 임대인의 보증금 부채를 차등적이고 다양한 방법으로 민간 부문의 금융 부채로 평가해 관리해야 한다. 넘쳐나는 유동성 관리가 부동산 시장의 기본에 충실한 장기 대책이라 생각한다.정부뿐만 아니라 무주택자, 1주택자 등 실수요자들도 조급해 하지 말아야 한다. 조급한 마음에 내린 결정은 시장을 왜곡하게 되고, 결국 투기에 이용당하고 말 것이다.경제에서 심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라고 불리는 세력들이 지수 하락 후 상승이라는 이전의 경험에서 코로나로 인한 폭락장의 큰 하락과 붕괴를 막았다.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집고 빠른 안정을 가져온 사례이고, 심리전에서 승리한 것이라고 일단 평가하고자 한다.부동산 시장 참여자의 심리는 신중하게 결정된 정부 정책을 유지하고,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기본과 원리를 준수할 때 유지된다. 무조건 수요를 차단하고 공급을 조정하며 가격을 억누르는 정책과 결정만으로는 투기와 시장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2020-06-30 16:01:30

[매일춘추] 인성교육진흥법, 그 후

[매일춘추] 인성교육진흥법, 그 후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을 갖춘 국민을 육성하여 국가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15년 7월부터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 제1조(목적)다. 잊어버리고 있다가 이번 1학기 강의 참고용으로 찾아봤더니 여전히 시행 중이었다. 인성을 '세계 최초'라는 법으로 함양하겠다는 과감한(!) 발상에 지금도 놀란다. 과문 탓인지 이 법이 국민의 '건전하고 올바른 인성' 함양에 기여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 법이 인간의 격까지 높일 수 있다고 믿는 풍토에 일침을 가하고 싶어진 이유다. 국민의 품격을 근본적으로 높일 방도는 없는가.독문학도로서 필자는 200여 년 전 괴테와 실러의 독일 고전주의가 내세운 '인간의 미적 교육'을 독문학사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인류사의 찬란한 일출"(헤겔)에 독일 지식인들도 열광했다. 그러나 혁명이 유혈참극으로 화하자 열광은 혐오로 변한다. 늦어도 '죄인 500명이 죄 없는 50만 명을 구한다"는 인민재판식 선동에 따라 며칠 만에 천 수백 명의 목이 잘려 나간 1792년 '9월학살' 이후 괴테와 실러는 '독일적인' 사회개혁 방법론을 심각하게 고민한다."모든 계몽은 인간의 성격에서 나온다. 정치 영역의 개선도 개인의 성격을 고귀하게 만드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1795년 실러의 '인간의 미적교육론' 핵심 구절이다. 개인의 성격, 곧 인성이 사회발전의 출발점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개인의 성격을 어떻게 고귀하게 만든다는 것인가? '아름다운 예술'을 통해서였다. "아름다운 예술이야말로 깨끗하고 순수한 마지막 샘물"이기 때문이다. 문학을 포함한 예술은 인간의 의식을 서서히, 그러나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유독 독일 사회가 문학과 예술을 통한 인성의 고양을 중시하게 된 배경이다. 독일 사회의 보수성을 보여주는 대목이지만, 보수성은 사회적 안정성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독일에는 현재 38개 국립극장, 28개 주립극장, 92개 시립극장이 경쟁적으로 수준 높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으며, 매년 4천만 명 이상이 극장을 찾아 연극, 오페라, 음악회 등을 즐긴다. 놀라운 것은 극장 운영자금이다. 미국은 개인이나 사기업에, 영국은 복권판매 수익금 등에 의존하지만, 독일은 대부분 공공예산이다. 정신문화를 국가와 공공기관이 보존해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하게 자리 잡은 덕이다.언필칭 한국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K팝 문화강국임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흔쾌히 선진국 반열에 든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법제도로 국민의식을 조금은 끌어올릴 수 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거기에는 국민의 품격이 국가 이미지로 이어지고, 국가 이미지는 국가 경쟁력으로 연결된다는 고도의 전략적 사고가 자리 잡을 틈이 없다. 필자는 이 나라의 책임 있는 정책입안자들에게 법이 아닌 문화예술로 승부하는 독일 문화정책의 느림의 미학을 눈여겨보라고 권하고 싶다. 몸에는 역시 슬로푸드가 좋다.

2020-06-30 14:41:28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버뮤다의 흑인 노예 사라 바세트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버뮤다의 흑인 노예 사라 바세트

숨을 쉴 수 없어요! 무릎에 목이 눌렸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조지 플로이드는 이 말을 반복해서 외쳤지만, 백인 경찰 데릭 쇼빈은 숨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 눌렀다. 미국에서 경찰의 폭력이나 인종 차별에 관한 사회적 문제들은 지난 수십 년간 반복되었던 일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모두가 우울한 가운데 일어난 이번 일은 엄청난 후유증을 낳고 있다. 분노한 흑인들을 중심으로 차별에 대한 항의 시위가 일어났고 일부는 폭동화되고 있다.18세기 영국 식민지였던 서인도제도의 버뮤다섬에 사라 바세트라는 할머니가 살았다. 노예로 끌려온 흑인과 백인의 혼혈인 뮤라토 혈통이었는데, 당시 흑인들과 뮤라토인 대부분은 지배층 백인들의 노예로 살았다. 그녀도 백인의 노예였는데, 주인은 나이가 많아지자 값어치가 없다며 그녀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하여 노예에서 풀려나 궁색하게 살고 있었다. 1730년 백인인 포스터 부부와 그들의 하녀가 갑자기 아팠는데, 여러 치료에도 병세가 호전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하녀가 집에서 숨겨둔 독극물을 찾았다며 경찰에 신고하였다. 독극물을 숨겨두었던 범인을 찾는 조사가 시작되었고, 이 집의 노예였던 바세트의 손녀 벡크가 취조를 못 견디며 할머니가 그녀에게 독극물을 투여시켰다고 증언하였다. 할머니는 강하게 무고를 주장하였으나, 교구의 마녀 재판은 독극물에 의한 살인미수죄로 화형 판결을 내렸다.그녀는 매우 더웠던 6월 21일 버뮤다 해밀턴 항구의 크로우 거리에서 화형되었다. 그녀는 시종일관 평온하였고, 유머를 잃지 않았다. 화형 장면을 구경하기 위해 자기보다 앞서가는 군중들에게 "그렇게 빨리 서둘러 갈 필요가 없네. 내가 거기에 다다를 때까지는, 아무 볼 것도 없어"라고 했다.전설에는 그날 그녀를 불태웠던 장작불이 꺼진 뒤, 잿더미에서 보라색 '버뮤다 신세계 붓꽃'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처형 전 "내가 죽은 자리에는 무죄를 증명하는 증거가 나타날 것"이라 했는데, 버뮤다인들은 불덩이가 꺼지자 활짝 핀 보라색 꽃이 나타난 것이라 믿었다. 버뮤다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이다. 평생을 노예로 살았으나, 나이 들어 주인에게서 버려진 후 누명을 쓰고 화형당했던 그녀의 이야기는 버뮤다 민중들에게 구전되었다. 희망도 없이 살던 이 섬의 흑인 노예들은 할머니를 통하여 자신들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보았고, 마침내 노예 해방 운동을 위해 봉기하게 된다.버뮤다섬 해밀턴시에는 양손이 묶인 채로 화형대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그녀의 당당한 최후가 동상으로 세워져 있다. 그러나 작은 청동 종 속의 그녀는 다른 모습이다. 구부러진 허리의 초췌한 늙은 노예 할머니의 모습이다. 공식적으로 노예제도가 폐지되었으나, 여전히 차별에 시달리고 있는 바세트의 후예 미국 흑인들은 이 종이 들려주는 무거운 소리로 그녀와 공감하고 있는 것 같았다.

2020-06-29 17:00:00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숙청의 역사. 태종과 문재인,정몽주와 윤석열

[유물로 읽는 동서양 생활문화] 숙청의 역사. 태종과 문재인,정몽주와 윤석열

◆정릉…형제 참살서울 정릉은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이자 조선 초대 중전 신덕왕후 강씨의 묘다. 개성 권문세족 강씨는 함경도 무장 이성계가 중앙 정치 무대의 실력자로 우뚝 설 수 있도록 한몫 거들었다. 장성한 이성계의 첫 부인 소생 아들들을 제치고 강씨 소생 막내아들 방석이 세자가 된 것은 강씨의 영향력이 반영된 결과다. 1398년 강씨가 죽었을 때 덕수궁 옆 영국대사관 언저리에 무덤을 조성했다. 경복궁 코앞이자 도성 안에 만든 거대 능에 강씨의 권세가 묻어난다. 하지만, 태종 이방원은 계모 강씨 소생 이복동생인 세자 방석과 방번 형제를 참살하고 권력을 잡았다. 이어 강씨의 능을 도성 밖 오늘날 정릉으로 옮겼다. 맑은 물 흐르는 정릉 계곡 유래다.◆도담삼봉…개국공신 주살정릉 계곡물은 한강으로 흘러든다. 한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단양에 이른다. 도담삼봉. 충주댐이 조성되면서 호수처럼 물이 많아진 도담상봉 절경 앞에 조선 건국의 기초를 다진 정도전 동상이 우뚝 섰다. 정도전은 이 마을에서 태어나 호를 삼봉으로 지었다. 정도전은 유교를 국가의 기본 철학으로 삼고, 민본사상에 입각한 이상적인 왕도정치, 그리고 현대 민주주의 내각책임제와 유사한 재상정치 시스템을 고안해 낸 당대 최고의 정치개혁가다. 이성계의 신임 아래 국왕은 국가의 상징이고 역량 있는 재상 중심의 관료 국가를 추진하던 정도전은 왕권 중심 군주 국가를 꿈꾸던 이방원의 권력욕에 무참하게 주살됐다.◆여주…처가 일족 몰살한강 하류 여주로 내려간다. 4대강 사업으로 곱던 금모래 은모래 백사장은 어딜 가고 콘크리트 보와 제방만 흉한 모습을 드러낸다. 여주대교 앞 영월루 공원에 '여흥민씨관향비'(驪興閔氏貫鄕碑)가 맞아준다. 여흥은 여주의 옛 고을 명칭이다. 고종 비 명성황후 민씨, 숙종 비로 장희빈에 수난당한 인현왕후 민씨가 여흥 민씨다. 조선 왕가 민씨 중전 계보는 태종의 비이자 세종의 모후인 원경왕후 민씨에서 비롯된다. 민씨가 남편 태종의 형제 참살과 정도전 주살에 이은 권력 장악에 힘을 보태며 날린 부메랑은 친정으로 돌아온다. 태종은 외척 견제를 명분으로 장인 여흥부원군 민제, 처남 민무구 4형제 등 처가 일족을 몰살시켰다. 외할아버지와 외삼촌들을 따르던 세자 양녕대군이 미치지 않으면 제정신이 아닌 거다. 태종은 심지어 아들 충녕대군 이도, 즉 세종의 장인 심온에게도 역시 외척 견제 명분으로 사약을 내렸다.◆개성 선죽교…원칙의 충신 척살선죽교를 찾은 것은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6월이다. 숭양서원에서 황진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던 서경덕의 풍모를 되새기고, 정몽주의 충절을 떠올리며 옷깃을 여미었다. 이어 선죽교. 고려 왕건이 개성을 도읍 삼으며 남대문 남쪽에 만든 선죽교는 옛 모습 그대로다. 고려를 부흥시키기 위해 신의정성을 다하던 뛰어난 외교관이자 행정가 정몽주는 1392년 3월 선죽교에서 이방원의 수하 조영무, 조영규 일당의 철퇴를 맞고 쓰러졌다. 그해 여름 고려는 문패를 내리고, 이성계가 새 왕에 올랐다. 태종을 탄생시킨 사실상의 1등 공신 조영무는 태종의 극진한 총애를 받아 궐 안 여인까지 손댈 정도의 내 세상 권세를 누렸다.◆문재인 정부의 정몽주는?지난 5월 8일 이광재 국회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은… 태종 같다"고 말했다. 섬뜩하다. 어떤 충신을 숙청하며 권력을 공고하게 다지려 할까. 노무현 정부 국정상황실장으로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 윤건영처럼 막강 권세를 휘두르던 이광재는 노무현 정부 때 밝혀진 주요 뇌물 사건만 썬앤문 1억원, 삼성그룹 6억원 등이다. 이렇게 드시고도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 사면을 받아 출마 권한을 얻어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원주의 국회의원이 됐다. 태종이 정몽주 앞에서 읊었다는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부패하더라도 칡덩굴처럼 얽혀서 권력을 공고히 다지면 그뿐인 모양이다. 그 걸림돌이 혹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헌법주의자 윤석열 검찰총장인가? 태종과 그 수하들에게 원칙을 지키는 정몽주가 걸림돌이었듯이 말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찬성표를 던지고도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정당에 칡덩굴로 얽힌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요즘 윤석열에 무지막지한 철퇴를 들이댄다.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정몽주 묘소에 정몽주 어머니의 평시조 시비가 탐방객을 맞는다. 충신 아들에게 들려준 시를 윤석열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까마귀 싸우는 골짜기에 백로야 가지 마라, 성난 까마귀가 흰 빛을 시샘할까 걱정되니, 맑은 물에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2020-06-29 17:00:00

[세계의 창]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을 충분히 활용하자

[세계의 창] 비대면 화상회의 방식을 충분히 활용하자

이제 드디어 한 학기가 마무리되었다. 2020년 1학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학생들과의 수업이나 학술 활동에 큰 변화가 있었다. 학생들과의 수업은 동영상 강의로 진행되고, 학술 세미나는 웨비나(webinar) 방식으로 개최됐다. 특히 웨비나의 대중화는 깊은 인상을 나에게 남겨주었다. 웨비나는 웹과 세미나의 합성어인데, 사람들이 현장에 모이지 않고 줌(zoom)과 같은 실시간 화상회의 프로그램에 들어가서 대화를 하는 방식이다. 최근 4차례 웨비나에 참석하였다. 웨비나는 아래와 같은 특징을 가진다.첫 번째, 지리적인 한계를 완전히 뛰어넘는다는 점이다. 세미나를 위해서는 사람이 현실적으로 어떤 장소에 모여야 한다. 그렇지만 웨비나에서는 가상의 망에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가 반드시 특정한 장소에 모일 필요가 없다. 서울에서 개최되는 행사임에도 부산, 대구에서는 물론이고 도쿄, 싱가포르, 홍콩에서도 참여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동 중인 차 안에서도 세미나에 참여할 수 있다. 과거에는 불가했던 것이다.두 번째, 참여자들에게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부산에서 서울로, 홍콩에서 서울로 사람들이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사무실이나 집에서 가상의 망을 통하여 만남을 가지기 때문에 비용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하여 사람들은 더 많이 모임에 쉽게 참석할 수 있게 된다.세 번째, 발표자가 발표 자료를 화면에 띄우고 청중에게 보다 상세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동 녹화 기능이 있어서 이를 유튜브에 올리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공유할 수 있게 된다.네 번째, 새로운 장비를 구입할 필요 없이 기존의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컴퓨터를 활용하여 인터넷망에 접속이 가능하다는 점이다.이와 같이 많은 장점을 지닌 웨비나 소통 방식을 대구경북 지역의 행사모임에 적용한다면, 아래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재경영덕군향우회 등 군 단위, 도 단위 향우회가 서울에 있다. 향우들이 목표로 하는 고향의 발전에는 고향 주민들과의 소통이 필요하다. 5시간씩 차를 타고 고향 사람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행사는 항상 서울 사는 사람들만의 것으로 제한되고 만다. 재경향우회 회원과 고향 주민들 사이의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웨비나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서울에서 개회식을 하면서 군수가 현지에서 웹에 연결하여 축사를 할 수 있다. 향우회 주최 세미나에 군의 공무원이나 주민들이 웹상에 접속하여 회의에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역으로 군에서 개최되는 각종 행사에도 서울 향우들이 영상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이제는 군민들을 위해 대학이나 문화원이 개설하는 인문학 강좌도 서울 혹은 군 소재지에서 개최가 가능하게 된다. 40명의 신청자를 서울과 군민들로부터 받아 10회의 강좌를 개설한다. 서울에서 2회, 군 소재지에서 2회 그리고 웹상에서 6회로 강좌를 기획하면 된다. 과거에 불가하게 여겨졌던 서울과 군민 간의 인문학 강좌가 가능해질 것이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강사도 가상망을 통해 지방에서 열리는 강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행사 주최자 입장에서는 강사 섭외가 수월해질 것이다.군 단위 고등학교의 후배들을 지도하기 위한 멘토링 제도의 운영이 쉽지 않다. 이것은 선배들이 고향의 모교에 직접 내려가서 후배들을 만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선배 1명이 후배 5명을 담당하여 수시로 고향의 후배 학생들과 웹상으로 연결, 조언을 해 줄 수 있게 된다.지역 관광 홍보에 줌을 충분히 사용하여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지역의 관광지에 관심 있는 예비 관광객들을 망에 들어오도록 한 다음, 관광해설자가 그 관광지를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맛보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에 감동받은 사람들은 더 쉽게 그 관광지를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을 영어, 일본어, 중국어로 하게 되면 외국인들도 유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코로나 사태가 가져온 소통 방식의 변화는 우리 대구경북에도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온라인 화상회의와 같은 비대면 소통 방식을 잘 활용하자.

2020-06-29 16:45:43

[기고] 일자리 창출의 든든한 울타리, 일학습병행

[기고] 일자리 창출의 든든한 울타리, 일학습병행

형설지공(螢雪之功)이라는 말이 있다. 공부로 성공하는 사람은 밤에 반딧불을 가져다가도 공부를 한다는 뜻이다. 예나 지금이나 성공을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취업난이 지속되면서 신입사원 채용 경쟁률이 수십 대 일, 높은 곳은 수백 대 일에 이른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그만큼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하지만 피나는 노력 끝에 겨우 취업에 성공한 젊은이들이 막상 기업 현장에서는 실무의 벽에 부딪혀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아는 것은 많은 데 비해 경험이 적어 업무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다.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파악해 독일과 스위스에서 시행하고 있는 '도제제도'를 국내 실정에 맞게 도입했다. 2014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일학습병행'이다. 기술자와 후계자가 함께 일하며 기술을 전수하는 도제식 교육훈련을 통해 근로자의 직무 능력을 강화하는 제도다.기업은 취업을 원하는 청년을 학습 근로자로 채용해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기반으로 교육훈련을 통해 업무에 필요한 기술을 직접 가르친다. 구직자들은 무의미한 스펙 쌓기 대신 선(先)취업해 학습 근로자가 된 뒤 기업의 훈련에 참여해 실무 능력을 쌓아가는 시스템이다.그러나 일학습병행은 도입 초기에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 기업은 업무시간 외에 별도의 시간을 내 학습 근로자를 교육해야 하고, 학습 근로자는 실무를 하면서 따로 교육훈련을 받아야 해 육체적, 심적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게다가 법적 근거 없이 제도를 운영하다 보니 기업의 지원과 학습 근로자의 권익 보호를 위한 장치가 미흡해 지속적인 고용 유지에 한계를 드러냈다. 학습 근로자가 모든 과정을 마치더라도 수료증 외에 별도의 공인 자격이 주어지지 않아 만족도가 낮았다. 좋은 취지에서 시작된 사업이 시행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미운 오리새끼'가 된 것이다.이에 정부는 2019년 제도 개선 및 보완에 나서 '산업현장 일학습병행 지원에 관한 법률'(일학습병행법)을 제정, 올해 8월 29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한다. 일학습병행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학습 근로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일학습병행법이 제정되기 전 일학습병행에 참여하는 기업의 담당자들은 "사업이 갑작스레 종료돼 지원이 끊기는 게 아닌가"하는 우려를 했다고 한다. 이제는 법적 근거가 명확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된 것이다.학습 근로자는 학습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을 법적으로 보장받아 일학습병행으로 인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또한 차별적 처우 금지와 일학습병행 자격 취득 가능, 외부 평가 합격 시 계속 고용 등을 규정함으로써 안정적인 고용과 근로조건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법률 제정이라는 날개를 달아 학습 근로자에게는 권익 보호를 위한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기업에는 맞춤형 인재 양성의 지름길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된 것이다. 사업 주관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과 수행기관인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DGMC)도 제도 확산과 지원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일학습병행이 일자리 미스 매치와 취업난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훌륭한 제도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법 시행 원년을 맞아 모두가 행복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아름다운 '백조'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2020-06-29 15:30:00

[매일춘추] 천개의 별, 대구문화예술의 리좀(rhizome)

[매일춘추] 천개의 별, 대구문화예술의 리좀(rhizome)

2019년은 일제의 만행과 핍박 속에서 민족이 독립 의지를 갈망하고 표출한 3·1 만세운동이 일어난지 100년이 되는 해였다. 아카이브 구축 업무로 대구문학관에서 근무할 당시에도 '거화(巨火)를 찾습니다'전(展)을 통해 3·1 만세운동과 관련하여 지역에서 활동했던 문학인들과 그들이 발간한 미발굴된 프린트판 동인지 '거화'를 조명하였다. 이에 앞서 대구미술관에서도 '1919년 3월 1일 날씨 맑음'전(展)으로 지역기관 중 가장 앞서서 3·1 만세운동을 기념 전시하였다. 문학관도 이 전시에 소장 자료와 함께 지역 문단을 중심으로 형성된 '근현대기 문화예술인 교류-대구문단을 중심으로' 리좀을 제작하여 협업하였다. 리좀(rhizome)은 들뢰즈와 가타리의 공저 '천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은유적, 철학적 용어로 지하경(뿌리줄기식물)을 의미한다. 관계도에 있어서 근대성의 표상방식이던 위계질서로 고착된 '수목형' 형태가 아닌 포스트모더니즘에서 전화된 수평적 형태로 경계와 영역을 벗어나 실재와의 접촉을 통해서 만든 복합 다양한 관계망을 말한다. 대구미술관과 대구문학관 기획전시에 활용된 '근현대기 문화예술인 교류' 리좀은 하나하나 장르와 분과별로 분산, 나열되어 있던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을 접점이 되는 사건을 중심에 두고, 이를 매개로 형성된 관계를 조사, 연구하여 서로 엮어서 구축한 일종의 근현대 문화예술인들의 관계 조망도였다. 조선 말기의 흥선대원군과 석재 서병오, 이여성과 김원봉, 추사 김정희로 시작되어 근대 위창 오세창과 월탄 박종화, 빙허 현진건, 이상화, 간송 전형필의 연결, 독립투사 장진홍과 이육사, 백기만, 유치환에서 현대의 박목월, 구상, 이중섭에 이르기까지 지역과 중앙을 망라한 예술인들 간의 관계를 통해서 우리 지역에서 형성된 문화예술의 지형을 새롭게 바라보는 작업이기도 하였다.우선적으로 문학사에서 서로 연관되는 인물이 중심이었지만 이 작업을 진행하며 그 사이사이 이질적인 다방면의 문화예술인들과 각계 인사, 독립투사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과도 다양한 연결고리가 형성되어 있음을 발견하였으며, 조선말에서부터 근현대 시대의 변혁을 맞이하는 커다란 흐름 속에서 문학이 여타의 예술 문화적 장르와 그 궤(軌)를 같이하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도 있었다. 한국전쟁기, 초토(焦土)에서 피란문화의 르네상스를 맞이한 지역이 대구임을 생각해 볼 때 우리가 사는 이곳을 중심으로 한 당시 문화예술인들의 관계 또한 실로 다양하였을 것이다. 대구문화예술의 아카이브 구축에 있어 그 세밀함도 중요하지만, 상호 간의 융화로 새롭게 표현, 발현되는 것이 문화예술임을 감안할 때 문학, 미술, 음악, 공연 등 경계를 넘어 다양한 문화예술인 및 각계 인사를 총망라하여 리좀을 확장해 봄은 어떨까? 이를 바탕으로 지나온 100년 동안 대구라는 토양 위에서 자양분이 되어온 문화예술인들과 문예활동을 올바르게 현창하여 가치확산을 추구한다면 앞으로 다가올 100년, 지역 문화예술의 새로운 세대들에게 다양한 소재로 활용되어 시민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지역 고유의 크나큰 문화유산이 될 것이다.

2020-06-29 14:59:14

[기고] 지방 소멸과 ‘1:8:25:81’ 공식

[기고] 지방 소멸과 ‘1:8:25:81’ 공식

지난해 10월 말 서울에서 지인 10명을 모시고 자칭 '선비길' 탐방이라는 이름으로 토·일 1박 2일로 경북 북부 지역을 여행했다.토요일 아침 일찍 출발, 영주 무섬마을에서 우리 선비들의 생활상을 본 데 이어 오후에는 소수서원을 찾아 '기폐지학 소이수지'(旣廢之學 紹而修之)라는 소수의 의미를 새기고,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 서서 떨어지는 낙조를 보았다.그리고 순흥 선비촌에서 1박 후, 안동 도산서원으로 가서 아플 때 매화분을 치우게 한 이황 선생의 깨끗함과 절개를 듣고, 석주 이상룡 선생의 임청각 방문으로 여행은 끝났다.여행의 끝에 모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여행은 이제 단순한 먹거리, 볼거리가 아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해 정신적인 품격 함양이 필요하다"고 얘기했고, 후에 각자 그 코스 그대로 지인들을 데리고 왔었다고 들었다.지금 대한민국의 지방 도시들은 지방 소멸, 인구 소멸의 키워드에 몰입해 어떻게든 정주 인구를 늘리기 위한 수많은 정책들이 지자체마다 여기저기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지방 소멸이라는 단어는 지방의 문제를 한마디로 쉽고 누구나 공감하게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장점은 있지만 지방의 문제를 정주 인구, 특히 가임 여성 인구의 문제로 좁게 해석하게 함으로써, 지자체들 간 인구 유치 경쟁에 몰입하게 만든다는 비판이 있다.더 나아가서는 과연 정주라는 문제가 단위 개별 지자체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에 직면하게 한다.지방 소멸이라는 단어를 만든 일본도 이 단어가 가지는 한계를 깨닫고, 지방의 문제를 정주가 아닌 이동의 시각으로 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1:8:25:81'이라는 공식이 있다.일본의 경우 지방 인구 1인이 감소하면 1년간 그 지역 내에서 순환되는 재화의 감소가 연간 1천250만원이라고 한다. 이것을 만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인구 1인을 다시 채우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해외 관광객 8명이 지역에서 1박을, 국내 관광객의 경우는 25명이 1박을, 숙박을 하지 않는다면 국내 관광객 81명이 다녀가면 인구 1인이 줄어든 1천250만원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이를 위해 일본은 홋카이도, 오키나와 등 전국 11개의 광역관광 주유 루트를 지정, 수도권에 편중된 점(点)으로 된 관광지를 선(線)으로 이어 지방 관광을, 이동을 활성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그 결과 일본 방문 외국인 관광객이 2015년 1천974만 명, 2017년 2천869만 명, 2018년 3천만 명을 돌파했고 올해 4천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김난도 교수가 쓴 트렌드 코리아를 보면 경험 소비가 소유보다 소비자의 행복에 더 크게 기여한다고 한다.이동을 통한 경험 소비의 확대가 소유하면서 사는 정주보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에 더욱 잘 맞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쩌면 이제 지방 소멸의 문제에 대한 답은 어떻게 이동을 강화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해야 할 수도 있다.지난해 방문했던 지인들도 무섬마을, 소수서원, 부석사를 각각 점으로는 방문했지만 이렇게 하나의 '길'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1박 2일로 돌아본 것은 처음이라고 얘기했었다. 대구경북의 통합 위에, 끊어졌던 점들을 선으로 연결하듯, 광역관광 루트를 만드는 것이 이동을 촉진하기 위한 그 시작일 수 있다.

2020-06-28 16:51:41

[매일춘추] Grand Finale

[매일춘추] Grand Finale

흘러가는 시간을 곱씹을 수 있다는 것이 어색하기만 했던 6월도 거의 다 끝이 났다. 폭염과 장마가 번갈아 찾아오는 날씨 속에 숱한 야외행사들이 혹여 영향을 받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기 일쑤였던 6월의 모습은 사라지고 날씨가 이렇게 무더웠던가, 비가 이렇게 자주 왔던가, 이때쯤이면 나는 뭘 하고 있었던가 하는 생각만 머릿속을 스쳐갔다. 또한 2020년의 절반이 이렇게 끝이 났구나 하는 아쉬움에 마스크 뒤에 숨어 오늘도 작은 한숨을 뱉어본다. 매일 땀에 절여지고, 늘 마음을 졸이고, 밤 10시쯤이 되어서야 겨우 첫 끼를 뜨던 축제이지만 후련함 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 아쉬움이 클수록 마스크가 없이 생활하던 때가 더 그리워진다.딤프(DIMF·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은 매년 18일간 진행이 된다. 매주 스케줄에 맞춰 쏟아져 들어오는 해외 공연팀들과 국내 최고의 제작진과 배우들이 함께하는 창작지원작, 각 지자체에서 지역을 대표해 만든 작품들을 선보이는 특별공연 그리고 국내외 대학생들의 펼치는 선의의 경쟁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까지 짧다면 짧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버텨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치열한 18일을 보낸다. 하지만 가장 흥분되고 떨리는 순간은 다름 아닌 딤프어워즈가 있는 축제의 마지막 날. 딤프어워즈는 축제 기간 진행되는 전 공연과 함께 지난 1년간 대구지역에서 진행되었던 작품들을 총 망라하여 시상하고 축하하는 진정한 축제의 자리이다. 뉴욕 브로드웨이에는 토니어워즈가 런던 웨스트엔드에는 올리비에 어워즈가 있듯이 한국에는 딤프어워즈가 있다. 물론 국내에도 몇몇 뮤지컬 시상식이 있긴 하지만 현재 가장 오랜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유일한 시상식이자 전 세계적으로도 뮤지컬 단일 분야 시상식으로는 독보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렇듯 축제 기간 동안 그리고 지난 1년간 달려온 모든 이들의 땀과 눈물, 노력이 화려한 조명 아래 큰 빛을 발하는 날이 이 딤프어워즈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조명을 잠시 꺼두기로 한다. 다만 전 세계 모든 관객과 뮤지컬 종사자들이 건강하게 다시 만날 날을 온 맘 다해 소망해보는 것으로 그 아쉬움을 달려보려 한다.첫 매일춘추 원고를 써내려가던 3개월 전이 떠오른다. 내 안의 이야기들을 어떻게 풀어내면 좋을까, 뮤지컬을 그리고 딤프에 대한 나의 생각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 그 생각 하나만으로 노트북 앞에 앉았던 날이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코로나로 인해 아쉽고 또 아쉬운 마음들만 무수히 쏟아낸 건 아닌지 하는 뒤늦은 후회도 남는다. 하지만 모두에게 낯설기만 한 팬데믹의 나날들 속에서 어쩌면 당연한 내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우리가 기약도 없이 이 상황들을 안고 가야한다고도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 속에서 우리들만의 방식을 찾아야겠다. 바이러스가 끝이 없듯이 삶이 계속되는 한 사람과 문화의 관계에도 끝은 없다. 의식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삶에 풍요를 안기는 것이 문화이기 때문이다.우리는 지금 아무것도 분명한 것이 없는 불확실의 시대에 서있다. 하지만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모두가 축배를 드는 딤프어워즈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날이 속히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2020-06-28 15:30:00

[이른 아침에] ‘볼턴 회고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이른 아침에] ‘볼턴 회고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태평양을 사이에 둔 한미 양국을 흔들고 있다. '그 일이 일어난 방'이라는 제목처럼 볼턴의 책은 당대에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운 백악관 내부 모습을 폭로하고 있다. 미국 정가는 볼턴의 책이 오는 11월 대선에 미칠 영향력에 관심을 쏟는 듯하다. 우리는 볼턴이 밝힌 북핵 협상 관련 기록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김여정의 언어 폭탄에 이은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군사적 도발 예고, 김정은의 군사 행동 보류 지시 등으로 모두 예민해진 시점에 회고록이 공개되어서일까. 볼턴의 책은 본토에서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관심 대상이 된 것 같다. 청와대와 전·현직 참모들도 말을 보태고, 정치권과 언론도 한마디씩 거든다.이른바 진보 진영은 볼턴이 일본과 함께 "한반도 통일의 역사적 전환이 될 천재일우의 기회"를 방해한 존재라고 본다. "존 볼턴 스스로 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해 눈물겹게 애쓰는지 말하고 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의 말이다. 반면 소위 보수 진영에 볼턴은 구세주다. 트럼프가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한 채 영변 핵시설 파괴와 제재 해제를 교환할 수도 있었던 재앙적 선택을 볼턴이 막았다는 것이다.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분식평화, 남북 위장평화 쇼와 관련된 여러 의문에 대해" 국정조사라도 하겠다고 한다. 언론의 시각도 진영에 따라 극단으로 나뉜다. 아쉬운 건 바로 이 지점이다. 정치권과 언론은 늘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초당적 대처를 주문한다. 하지만 실제는 대개 구두선에 그치고 만다. 이번 사안 역시 마찬가지다.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외교 비사가 공개된 마당에 '토착분단세력' '대국민사기극'으로 상대 진영 비난과 험담만 주고받을 뿐 진지한 성찰과 대안 모색에는 관심이 없다.국제 정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식견과 경험 부족, 참모들의 분열이 초래한 백악관의 외교적 난맥상은 사실 새롭지 않다. 볼턴 회고록은 그에 관한 자세한 실상을 밝힌 것뿐이라는 게 6월 25일 자 미국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의 평가이다. 포린 폴리시의 분석은 우리 청와대와 진보 진영의 평가와는 결이 많이 다르다. 볼턴은 이란 문제와 관련, 미국 국익보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익을 앞세운 인물이다. 볼턴은 트럼프가 이란과의 협상 결정을 내리면 즉시 그만두려고 두 줄짜리 사직서를 준비했다고 한다. 반면 북한과의 협상은 큰 불만이 없었다. 볼턴은 김정은의 북한에 대해 '용인할 수 있었다'(can stomach)고 한다. 사실이라면 북핵 협상 실패는 볼턴의 방해보다 '완전한 핵 폐기'라는 미국의 원칙에 북한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이를 포함해 볼턴 회고록은 다방면에서 우리에게 큰 과제를 안겼다. 볼턴이 새로운 비밀을 폭로하진 않았어도 미국 외교의 깊숙하고 내밀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다. 외교문서 해제 시에나 알 수 있는 일들을 시차를 두고 중계한 것이다. 그만큼 우리에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물론 자신의 관점에서 본 사실관계이기 때문에 의도치 않은 왜곡이 있을 수 있다. 이를 놓고 보수·진보가 진영에 따라 아전인수만 해서는 우리가 얻을 게 없다. 이념을 떠나 모든 전문가들을 모아 상황과 맥락을 덧붙이며 볼턴 회고록을 분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실패를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미래의 지침을 만들기 위해서이다. 북핵 해법은 미국에만 맡길 수도 없고, 볼턴만 없으면 만사형통일 수도 없다. 한반도 평화가 우선인 대한민국. 체제 생존이 당면 과제인 북한. 국민과 언론에 비치는 모습이 가장 큰 관심사인 미국 지도자. 그 사이에서 비핵화와 제재 해제를 놓고 벌이는 협상이 수월할 리 만무하다. 트럼프가 재선이 되든,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든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피지기라고 백전백승할 수는 없지만 지피지기면 백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최근 북한 도발에 직면하여 민주당과 통합당은 외교안보 연석회의를 가진 바 있다. 다시 한번, 아니 여러 번 정치권이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 볼턴 회고록을 놓고 지피지기를 위한 분석과 대안 모색이 있어야 한다. 북한 핵 문제는 보수·진보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020-06-28 14:3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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