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광장] 왜 팔공산인가?

팔공산 지명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고문헌은 '점필재집'이다. '점필재집'은 김종직의 시문집으로 김종직 사후(死後) 5년째인 1497년에 간행되었다. 팔공산 지명은 '점필재집' 제7권 '시편'에 수록된 한시 '범어역 노상에서 보고 느낀 것을 적는다'(凡於驛路上記所見)의 내용 중 '팔공산 아래는 의당 가을이 아니로구나'(八公山下不宜秋)에서 확인할 수 있다.조선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팔공산은 중악(中岳), 부악(父岳), 공산(公山) 등으로 불려져 왔다. 중악의 기원은 '삼국사기' 권 제32 '잡지' (雜志)의 '제사(祭祀)와 樂(악)'에 잘 나타난다. "3산(山)·5악(岳) 이하 명산대천을 나누어 대사(大祀)·중사(中祀)·소사(小祀)로 구분하고, 그중에 중사는 5악으로 동악을 대성군의 토함산(吐含山), 남악을 청주(菁州)의 지리산(地理山), 서악을 웅천주(熊川州)의 계룡산(鷄龍山), 북악을 내사군(奈巳郡)의 태백산(太伯山), 중악을 동·서·남·북악의 중간에 위치하는 압독군(押督郡)의 공산(公山)으로 한다."이처럼 팔공산은 신라시대 이래 중악, 부악, 공산 등으로 불려져 오다 조선시대에 들어서 비로소 팔공산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다. 팔공산 유래에 대해서는 몇 가지 설이 있다. 먼저 8개 고을에 걸쳐 있는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이다. 그러나 팔공산이 행정구역상으로 8개 지역에 걸쳐 분포한 적은 없다.둘째, 동화사 창건 설화에 나오는 팔간자설이다. 조선시대는 '숭유억불'의 이념체계를 지향하던 시대다. 따라서 불교와 관련된 팔간자의 '팔'(八)을 차용하여 공산을 팔공산으로 개칭했을 리는 없다.셋째, 고려 태조 왕건과 후백제 견훤 간에 벌어진 팔공산의 공산전투에서 왕건이 크게 패하여 도주할 때, 왕건의 여덟 장수가 팔공산에서 순절했다는 것에서 유래한다는 설이다. 그러나 공산전투에서 왕건과 함께 전투를 하다 순절한 장수로는 신숭겸과 김락 두 명이다. 그래서 고려 예종은 두 장수의 원혼을 달래주려고 '도이장가'를 짓기도 했다.넷째, 중국 지명을 차용했다는 설이다. 사대부의 중국에 대한 모화(慕華)사상이 강했던 조선시대에는 중국 지명을 차용한 경우가 많았다. 383년 전진(前秦)과 동진(東晋) 간에 벌어진 비수전투의 격전지에는 팔공산(八公山)이라는 지명이 존재한다. 아마도 당시 비수전투가 고려 태조 왕건과 후백제 견훤 간에 벌어진 공산전투만큼이나 치열했던 탓에 팔공산 지명이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이처럼 팔공산의 지명 유래에 대한 설이 다양하게 전해오고 있으나 가장 합리적인 유래설은 중국 안휘성(安徽省)의 팔공산 지명 차용설이라 생각된다. 팔공산은 전라북도에도 한자어까지 동일한 지명이 존재한다. 섬진강 발원지로 진안군과 장수군에 걸쳐 있는 해발 1,151m에 달하는 높은 산이다. 즉 한자어까지 동일한 지명이 2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특정 지명을 차용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능케 해준다.조선시대에 제·개정된 지명 대부분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팔공산 지명의 중국 유래설을 중국 관광객 유치에 활용해보면 어떨까?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가 재물과 관련된 '8'(八)이고, 정성껏 기도하면 한 번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갓바위가 있는 팔공산은 중화권 관광객에게는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갈 것이다.

2019-03-23 02:30:00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 혁신의 길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의 사이바로 그 사이에서 변화와 혁신 시작내가 사는 곳에서 직접 느낀 문제들머리 맞대고 해결 노력하는 게 최선봄이 왔다. 누군가에게는 올 거 같지 않던 봄이, 또 누군가는 그렇게 기다렸건만 끝내 보지 못한 봄이 왔다. 계절이 바뀔 때면 '앞으로 내 인생에서 이 계절을 몇 번이나 더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변하지 않는 사실 속에 겨울이 가고 봄이 온다는 '변화'가 담겨 있다.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도 비슷하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유한성은 그대로이지만 결국 그 안에서 변화는 계속되고 있다. 인간은 조금 더 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간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20세기에는 이 말이 주는 느낌이 비교적 명확했다면, 지금 21세기에는 쉽사리 설명하기 힘든 주제가 되었다. 전자는 '혁명'이라는 단어로 표현되었다. 혁명은 확실한 언어로 설명되거나 이해되었다. 그것은 동시에 과거 많은 이들이 혹했던 이유이기도 하다.요즘에 '세상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맥락에서 이야기되거나 이해된다. '혁명'의 자리에 '혁신'이 자리 잡는가 하면, 이와 연결하여 '실험'과 '창조성' 같은 단어들이 뒤따른다. 사회에서 '실험'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이러한 모든 것은 개인의 변화보다는 각자가 살아가는 조건으로서 사회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그 변화는 근본적인 세상의 변화라기보다는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의 변화이고 새로운 관점의 발견이다. 그것은 세상은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한 자각에서 출발한다.이에 대한 영국의 대표적인 혁신기관 네스타(NESTA)의 대표 제프 멀건(Geoff Mulgan)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는 이 시대의 모든 이론이 아주 단순한 오류에서 출발했다고 비판했는데, 그 오류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사회 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혁신은 복잡한 문제를 복잡하게 해결해 가는 과정이다. 복잡한 문제를 단순하게 바라보거나 처리하는 일을 보게 된다. 그것은 유무형의 폭력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상대는 복잡한데 단순하게 반응하면 온전한 관계라고 할 수 없다. 이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변화를 이끌고자 하는 새로운 실험과 도전이 바로 '혁신'이라 할 수 있다."뭔가 옳은 일이 이뤄지길 바란다면, 당신이 직접 하는 게 최선이다." 샤를로트 드 빌모(Charlotte de Vilmorin)의 말이다. 프랑스에서 장애를 갖고 태어나 휠체어를 타야 했던 그녀는, 2015년 휠체어 탑승 차량을 알아보다가 엄청난 비용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고는 스스로 방법을 찾다가 몇 달 후 장애를 가진 이들을 위한 개조용 차량 공유 플랫폼 휠리즈(Wheeliz)를 열었다. 프랑스에 장애인을 위한 개조 차량이 10만 대 정도 있다는 것에 착안하여 공유 플랫폼을 연 것이다. '휠리즈'는 2017년 유럽에서 가장 혁신적인 프로젝트로 꼽혔다.혁신은 가까운 곳에서 시작된다. 내가 사는 곳에서, 내가 직접 느끼는 문제들을 바꾸거나 해결하기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구체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터가 더 나은 공간으로 바뀌고, 우리의 공동체가 더 건강한 관계로 바뀌는 것을 추구할 때, 그리고 이것을 단순히 추상적으로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구체적인 계기와 활동을 조직하고 수행할 때 변화는 시작된다.기술은 발달하고, 세상이 바뀌고 있다. 다른 한편, 세상은 그대로이다. 겨울은 가고 봄이 온다. 꽃은 피고 진다. 사람은 태어나고 죽는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 사이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바로 그 사이에서 변화와 혁신은 시작된다. 변화와 혁신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온전하게 하루하루를 살아내는 개인만이 가능하다. 비록 주어진 환경과 조건이 공평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차이가 드러나는 서로 다른 조건 위에서 비로소 변화를 위한 혁신은 시작된다는 사실이다.한때 우리 사회가 왜 이렇게 바뀌지 않는지 궁금했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는 것의 '사이'에서, 서로 다른 조건의 '사이'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내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유일한 길이다. 그 '사이'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축복이다.

2019-03-21 16:32:25

이중섭 작 '동촌 유원지'

[김영동의 시대와 미술]이중섭의 대구

전선택 선생이 대구에 정착하고 어느 날 학교 선배인 이중섭을 대구역 부근서 만나 칠성동 단칸집까지 모셔가 한 끼를 대접한 일이 있었다. 이중섭은 1950년 말 월남해 남한에서 5년 남짓을 살고 세상을 떠났는데 마지막 개인전을 대구서 연 셈이다. 이중섭은 1936년 오산고보를 졸업했고 1937년에 입학한 전선택과는 여섯 살 차이로 학창 시절 만난 인연은 없지만 피난지에서 선후배로 함께 나눈 그날을 평생 잊지 못한다. 물고기나 어린아이를 소재로 한 전선택 선생의 많은 그림들을 보면 그의 영향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이중섭은 어린 시절 평양의 외가서 보통학교를 다니고 정주에 있는 오산학교로 진학해서 임용련 백남순 부부를 미술교사로 만났다. 졸업 후 일본 유학을 거쳐 고향 원산으로 귀국했다가 활동의 제약을 받자 6·25 전쟁 중에 월남했다. 처음 제주도에서 약 1년간 가족과 함께 머물렀는데 그때의 흔적을 현재 서귀포시는 이중섭미술관을 지어 기념하고 있다. 피난 생활의 곤궁함을 면할 길이 없자 후일을 기약하고 아내와 두 아들을 일본으로 보낸 다음 홀로 남게 된 그는 부산과 통영, 진주 마산 등지로 전전하다 휴전으로 평온이 복구된 서울로 상경했다.오직 헤어진 가족들과의 재회만을 꿈꾸며 그림에 매달려 왔던 그는 통영 전시에 이어 1955년 1월 서울 미도파화랑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여점의 작품이 팔렸으나 여전히 경제적인 문제로 애태우던 그를 시인 구상이 그의 대구 전시를 적극 주선했다. 그러나 야심적으로 준비했던 대구전시도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병까지 얻고 말았는데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며 대구와 구상의 왜관 집을 오가며 요양했다. 8개월여 대구서 머문 동안 제작한 그림들이 상당하겠지만 '구상의 가족'과 '왜관 성당 부근' 그리고 대구사람이라면 다 알 수 있는 '동촌 유원지' 풍경 등은 쉽게 특정된다.팔공산과 금호강이 분명한 강물 위에 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과 백사장 모래톱에는 야영객들의 천막 그리고 키 큰 미루나무 아래로 평상을 내놓은 간이음식점 모습 등이 영락없는 '동촌 유원지' 광경이다. 전경에 군복 차림 남자의 손을 끌며 걷는 중섭이 보인다. 고개를 젖히고 팔을 쳐든 몸짓을 볼 때 낮술이라도 한잔 든 듯하다. 하늘에서 별안간 굵은 소낙비가 내리는 형국을 빠른 연필 스케치 위에 담채로 슬쩍 표현했지만 이중섭의 예술의 완숙기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이후 1년 뒤 그가 불귀의 객이 되리라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미술평론가

2019-03-21 11:23:55

김내성 _마인1회 _(_조선일보_, 1939년 2월 4일)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또 다른 '김내성'을 기다리며

문학이란 묘한 것이어서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열정을 사람들에게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소설가 김내성의 경우가 그랬다. 김내성은 명문 와세다 대학교에 유학하여 법을 전공하며 엘리트 관료로서의 안정적 미래를 착실하게 밟아가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갑작스레 소설가가 될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우연히 읽은 몇 권의 추리소설, 즉 문학 때문이었다. 어찌 보면 범죄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법학과 추리소설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취업의 기회를 얻기 어려웠던 1930년대 식민지 조선현실에서 소설가가 되겠다는 김내성의 선택은 비현실적일 정도로 낭만적이었다.열정에 능력까지 더해진 덕분이었을까. 김내성은 일본의 추리소설전문잡지 문예현상모집에 조선인으로서는 최초로 당선되는 영광을 얻는다. 이로 인해 추리소설가를 향한 그의 열망은 '소명'에 가까울 정도 확고해지게 된다. 그래서 대학을 졸업하자 추리소설가가 되겠다는 포부를 내걸고 조선으로 귀국한다. 추리소설이 일반화되어 있지 않던 조선에서 김내성은 최초의 추리소설전문작가로서 쉬지 않고 추리소설을 발표한다. 우리문학 최초의 장편추리소설인 '마인(魔人)'(1939)은 김내성의 낭만적 열정의 결과물이다.소설은 세계적인 무용가인 공작부인 주은몽이 개최한 무도회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후 주은몽을 둘러싼 무시무시한 범죄가 발생하고 탐정 유불란이 그 범죄사건을 해결해간다. 당시 소설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팜므 파탈적 여주인공의 등장과 경성 시내를 휘젓는 자동차 추격 장면, 여기에 애절한 로맨스의 첨가. 이런 흥미로운 소재 덕분일까. '마인'은 추리소설이 여전히 뿌리 내리지 못하고 있던 조선에서 대중적 호응을 얻는다. 그러나 일본어로 발표한 처녀작과 비교할 때 연애담이 강조되고 추론의 과정은 약해지는 등, 추리소설로서는 퇴보한 형태를 보이고 있었다.당시 조선은 초등교육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서, 추리소설의 지적 추론과정을 즐길 수 있는 독자가 별로 없었다. 여기에 더하여 유교이데올로기로 인해 문학은 교훈적이며, 도덕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들 머리에 깊게 박혀있었다.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모험 연애소설에 가까운 '마인'은 이러한 조선적 현실을 감안한 '조선식 맞춤형 추리소설'이었다. 이렇게 해서라도 김내성은 조선에 추리소설을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마인'으로부터 팔십여 년이 지났다.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같은 일본추리소설가의 소설이 한국의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순위에 이름을 올린 지 이미 꽤 되었다. 그러나 무엇 때문인지 한국추리소설가의 소설은 순위에서는 물론 진열대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팔십여 년 전, 척박한 문화적 풍토 속에서 순문학중심주의에 저항하며 김내성이 이루어낸 노력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높은 교육열과 놀라운 과학 발전 덕분에 추리소설을 읽을 수 있는 대중들도 마련되어 있는 이 시대, 왜 더 많은 '김내성'이 나오지 않는 것일까. 대중문학에 대한 한국사회와 문단의 인식이 팔십여 년 전에 그대로 머물러 있지나 않은 것인지 돌이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03-21 11:07:45

이상길 대구시 행정부시장

[기고] 한국물기술인증원, 반드시 대구로!

3월 22일은 UN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무엇인가를 아낌없이 흥청망청 쓰는 행동을 할 때 '물 쓰듯 한다'라는 말로 표현하곤 한다. 이는 예부터 주변에서 맑고 깨끗한 물을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까닭일 것이고 기본적으로 물이라는 천연자원이 부족함이 없었던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국제연합환경계획'(UNEP)에서 발표한 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1이 극심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앞으로 '물 쓰듯 한다'라는 말을 쉽게 쓸 수가 없게 될지도 모른다.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블루골드'산업으로 일컬어지는 물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세계 물시장의 가치는 2020년이면 약 1천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2006년 물산업 육성 방안에 따라 5개년 세부 추진 계획을 수립하여 추진해 오고 있으며, 대구시는 물산업 시장을 선점하고 물산업 허브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2015년 세계물포럼을 유치개최하였고, 국내 유일의 국가물산업클러스터를 유치하여 준공을 앞두고 있다.국가 차원의 물산업 육성을 위한 환경부의 '물산업클러스터 기본계획 수립 및 타당성 조사' 보고서(2014)에 의하면,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조성 방향은 첫째, 물기업 집적단지 및 물산업 진흥 시설 조성 등 클러스터 기반 조성, 둘째, 물산업 전 주기 지원 체계 조성 및 기술 인·검증 인프라, 연구개발 및 사업화 지원 등 물기업 경쟁력 강화, 셋째, 국가산단 입주 기업과의 물산업 가치사슬(value chain) 체계 마련 및 해외 협력, 수출 지원 강화 등 협력 네트워크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물산업클러스터는 물산업 연구·혁신 활동, 기술 검증, 실증화, 물산업 창업·생산 활동까지 물산업의 가치사슬 완성을 통한 전후방 연관 산업의 극대화를 도모하는 세계적인 수준의 복합단지로 조성되어야 한다. 이곳에서 연구개발부터 해외 진출까지 원스톱 서비스가 이루어지게 하려면, 인·검증 지원과 실증화 시설 같은 혁신 활동 지원 체계는 물산업클러스터에 반드시 구축되어야 할 시설이다.환경부의 타당성 조사 보고서에서도 제시되었듯이 물기술인증원은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시설이라 할 수 있으며, 또한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에 설립할 경우, 1천500억원 이상의 국가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 국가물산업클러스터 내 물융합연구동 시험 장비(194종 248개)와 한국물기술인증원 시험 장비는 91.7% 중복되기 때문에 타 지역에 설립할 경우 중복 투자 및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는 것이다.그리고 지금까지 문제 되어 왔던 한국상하수도협회, 정수기협회의 셀프 인증, KC의 실험 데이터 없는 성적서 남발 등 인검증 기능에 대한 공신력과 신뢰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국가물산업클러스터의 실증화 시설을 통해 실제 규모의 성능 시험을 할 필요가 있다.곧 한국물기술인증원의 입지가 결정될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물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이 현명한 선택을 할 순간이다. 한국물기술인증원이 국가물산업클러스터에 설치되어 국가 물산업 허브 조성 및 수출 국가 도약의 계기가 되고 대구가 글로벌 물산업 중심도시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2019-03-21 11:05:33

이현석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매일춘추]나의 성실한 연출자

연출가, 특히 극(劇) 연출가는 문자(文字)로 된 작가의 대본을 현실화(現實化)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공연장이 되었든 혹은 길거리가 되었든 작가가 그의 상상력과 사상을 발휘하여 문자로 만들어 놓은 허상(虛像)의 것을 현실에 실현(實現)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그래서 무엇보다도 대본을 면밀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퇴고(推敲)라는 말에서 보듯 작가가 그 시대적 상황과 등장인물들의 여러 배경 상황을 고려하여 각고(刻苦)의 노력 끝에 쓴 대사의 어휘를 연출자의 무지(無知)로 마음대로 그 어휘를 바꿔 버린다면 아마도 그 극의 전체 내용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바뀌어 버릴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물론, 특별한 경우에 연출자가 조금씩은 의도적으로 작가와는 다른 시각으로 대본을 바라보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작가의 사상이나 시간적, 공간적 배경과 주제에 맞게 대본에 쓰여진 텍스트를 왜곡 없이 표현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지녀야 할 것이다.그렇다고 해서 연출가는 무조건 대본에 쓰인 대로만 작품을 만드는 맹목적인 존재는 아니다. 작가의 의도를 면밀하게 파악한 한 후 그 작품을 무대에 표현하는 과정에서 연출자만의 사고와 생각의 방식을 접목하여 현실화시킨다. 그래서 같은 대본이지만, 연출자가 누구인지 그 연출자가 얼마만큼의 역량을 가졌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작품으로 표현되기도 하는 것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본다면 연출가는 어쩌면, 누군가의 꿈을 현실화(現實化)시키기는 아주 매력적인 일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작가가 머릿속으로 자신이 꿈꾸던 상상의 이야기를 글로 써 놓으면 연출가는 그것을 현실에서 직접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사람인 것이다.우리는 누구나 꿈을 가지고 미래의 인생을 계획하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인생이 하나의 공연 작품이라면, 나의 인생이라는 작품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직접 대본을 쓰고 내가 직접 연출을 해야만 한다. 연출자가 좋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잘 쓰여진 대본을 원하듯이 우리가 원하는 멋진 인생의 연출을 위해 내 인생의 대본을 써 나가야 하는 시기부터 그것이 잘 현실화될 수 있도록 탄탄한 내용과 구성의 대본을 먼저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또한, 연출의 과정에서는 성실한 연출자의 자세로 나의 대본에는 나의 어떤 사상과 가치관을 담아 놓았는지 면밀한 대본의 파악 과정을 진행해야 함으로써, 다가올 나의 인생이라는 무대를 잘 연출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내가 꿈꾸던 나의 인생은 지금의 나의 모습과 얼마나 닮아 있는 것일까? 삶이 팍팍하고, 상황이 어렵다는 핑계로 충실히 순수한 마음으로 잘 써 놓은 대본을 무시한 채 대본과는 동떨어진 연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 다가올 나의 인생무대를 위해, 성실한 연출자로서 한번 더 나의 인생대본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지기를 제안 해 본다. 경산오페라단 예술감독 이현석

2019-03-21 11:05:19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 ] '북·미' 거명관행의 문제점

'미·북' 아닌 '북·미' 호칭 일반화한미 동맹에 심각한 악영향 초래국가의 존립에 도움을 주는 동맹더 중요시하고 존중해줘야 마땅언제부터인가 한국인들은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거명할 때 '북·미'라고 말하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북·미 관계'니 '북·미 회담'이니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북·미' 거명 관행의 일반화는 더욱 심해졌다. 문재인 대통령부터 집권당의 전체 당원과 행정부의 거의 모든 공무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북미'라고 말하고 있다. '북·미' 거명 관행의 일반화는 미국이 그것의 함의를 파악하게 되면 한·미 동맹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한국인의 언어생활에서는 복수의 인간이나 집단을 동시에 언급하게 될 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존중해야 할 대상을 먼저 언급하고 덜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덜 존중해도 될 대상을 뒤에 언급한다.이러한 관행은 복수의 국가를 동시에 언급할 때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한과 북한을 동시에 언급할 때는 반드시 '남·북'이라 말하고,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언급할 때는 반드시 '한일'이라 말하며, 한국과 미국을 언급할 때는 반드시 '한·미'라고 말한다. 만일 한국인 가운데 '일·한'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는 친일파로 매도당할 것이다.북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정부와 주민은 남북 회담을 언급할 때 언제나 '북·남 회담'이라고 말하고, 북한과 중국을 말할 때 '조·중'이라고 말한다. 대한민국과 중국을 동시에 언급할 때는 '중국과 남조선'이라고 말한다. 결코 '남·중'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만일 어떤 북한 주민이 '남·북 회담'이라고 말하게 되면 그는 반혁명분자로 처벌될 것이다.이러한 한국인의 어법에 비추어볼 때,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부와 국민이 미국과 북한을 동시에 언급할 경우 '미·북 관계'니 '미·북 회담'이라고 말하지 않고 '북·미 관계'니 '북·미 회담'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북한을 미국보다 더 중요하고 더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뜻한다.북한은 대한민국을 공격하려는 적이고, 미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을 도와주는 동맹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미·북'이라 말하지 않고 '북·미'라고 말하는 것은 적을 동맹보다 더 중요하고 더 존중해야 할 대상이라고 선전하는 것과 같다.그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적의 공격을 도와주고 대한민국에 대한 동맹의 지원을 약화시키는 행동이다. 나아가서는 미국으로 하여금 한국과의 동맹을 파기하도록 충동하는 행동이다.'북·미' 거명 관행을 선택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오늘날과 같은 남북 화해 시대에 북한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주장은 화해 추구 과정과 화해 성공을 구분할 줄 모르는 잘못된 주장이다. 우리가 북한과 화해를 추구하는 동안에도 북한은 여전히 우리의 적이다. 화해 추구 과정에서 진전이 없으면 다시 싸우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의 적이 아니게 되는 것은 남북 화해가 실질적으로(말이나 문서를 통한 선언으로서가 아니라 실효적 행동을 통해) 성공한 시점부터이다.'북·미' 거명 관행을 선택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북한이 우리와 같은 민족 국가이므로 이민족 국가인 미국보다 더 중요시하고 존중해야 할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그러한 주장은 국가의 존립을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잘못된 주장이다.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는 국가의 존립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하는 개인·집단·국가를 중요시하고 존중해야 하며, 국가의 존립에 피해를 주는 개인·집단·국가를 배격해야 한다. 그 대상이 동족이냐 이민족이냐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 이러한 이치는 6·25전쟁 때 동족 국가인 북한이 대한민국을 공격하여 멸망시키려 했고, 이민족 국가인 미국이 멸망의 위기로부터 대한민국을 구원해 준 사실을 상기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2019-03-21 02:30:00

윤상화 시인·사회학 박사

[기고] 독서운동을 제2의 3.1운동으로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다.3·1운동은 1919년 3월 1일, 일본의 잔인한 무단 정치와 민족 문화 말살 정책, 경제적 침탈 등의 무자비하고 잔혹한 식민 통치에 분연히 일어선 민족 저항운동이었다.우리의 선열들은 일본의 악랄한 탄압과 억압 속에서도 아랑곳하지않고 오직 나라를 되찾겠다는 구국의 일념으로 3·1운동을 펼쳤다.3·1운동은 당시 국민 1천679만 명의 10%인 106만 명이 참여하여 세계 식민지 해방을 위한 투쟁의 단초가 된 비폭력 평화운동이었다. 종교인, 노동자, 농민, 학생, 기생 등 모든 계층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세계사에 길이 남을 독립운동이었다.대구는 1907년 2월 21일 나라의 빚을 갚기 위해 남녀노소,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전 시민이 참여한 국채보상운동을 전국에서 최초로 펼쳐 들불처럼 번져갔다.1919년 3월 5일에는 대구가톨릭대학교의 전신인 성유스티노 신학교에서 만세운동의 불길이 대구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다. 3월 8일에는 서문 밖 장날을 기해 계성학교, 대구고등보통학교, 신명여학교 학생들이 시장에 모인 시민들과 함께 섬유회관 맞은편 서문 큰 장터에서 출발하여 지금의 중부경찰서인 대구경찰서를 거쳐 대구백화점 인근에 위치한 달성군청으로 행진하며 독립 만세운동을 펼쳤다.3·1운동은 단순한 조선의 독립과 자주운동에 그치지 않고 민주와 자유, 평등, 진리와 정의, 나아가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의 책무까지 결의를 다짐했다.나라를 잃은 암울하고 참담한 절망 속에서도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을 꿈꾸는 담대한 대의야말로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계승해 자손만대에 물려주어야 할 값지고 고귀한 정신이라고 생각한다.지금 전국 방방곡곡에서 100년 전 기미년 3월에 울려 퍼진 독립 만세운동을 재현하여 선열들의 높은 뜻을 되새기며 제2의 3·1운동을 펼치고 있다.호국 충절의 고장인 우리 대구는 독서운동을 제2의 3·1운동으로 추진하여 지구촌을 이끌어갈 세계 시민정신으로 승화시키는 일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는 "독서운동이야말로 선진국으로 진입하여 지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길이며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중요하고도 시급한 시대적 책무"라고 천명했다.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선진국들은 100년 전부터 독서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국민 80% 이상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대구시에서는 2007년 경영 마인드를 함양하고 창조적인 지식 역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처음으로 독서 경영을 실시했으며, 독서아카데미, 북페스티벌 등으로 책 읽는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우리 대구가 독서운동을 범국민 책 읽기 운동으로 확산시켜 국가 100년 대계를 개척할 혁신적인 정신문화를 구축, 위기에 처한 경제 난국을 극복하고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의 선진국 기반을 굳건히 다지고 민족의 염원인 남북통일의 주춧돌을 마련하자. 나아가 1천 년의 세계를 이끌어갈 위대한 대한민국, 초일류 통일국가를 건설하고 세계 평화와 인류 번영에 기여하여 애국선열들의 숭고한 3·1운동 정신을 활짝 꽃피우기를 소망한다.

2019-03-21 01:30:00

이숙현 동화작가·구미 금오유치원 원장

[책마담] 숨은 ___ 찾기

얼마 전 '사람과 책을 잇'는 아름다운 지역서점 삼일문고에서 '동시랑 프로그램'이 열렸습니다. 동시랑 만나 가까워지길 바라며 네 번의 다채로운 시간으로 엮은 '동시 붐업 프로젝트'가 시작된 첫날. 김성민 작가가 자신의 책, "브이를 찾습니다"(창비) 동시집 가운데 '오토바이 도넛' 동시를 보여주며 물었어요."여기, 숨어 있는 도넛이 하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나는 얼른/ 동그랗고 가운데 구멍 뚫린/ 도넛 두 개를 골라/ 부릉!/ 힘차게 시동을 걸어 놓고/ 다른 녀석들한테 이렇게 외쳤어// 어이, 꽈배기!/ 배배 꼬지만 말고 운전대나 잡으시지// 거기, 찹쌀 도넛!/ 안 떨어지게 찰싹 달라붙으라고// 그런 다음/ 부릉부릉 부르릉!/ 고렇게 할머니 집으로 신나게 달려갔지 숨어 있는 도넛, 무엇일까요 찾으셨나요? 소리 내어 읽으면, 입안에서 톡 튀어나오는 도넛 이름. 그날도 누군가 '고렇게!'라고 외쳤어요. 웃음 방울이 팡팡 터졌고, 사람들 입꼬리가 올라갔지요. 숨어 있는 뭔가를 찾고 나면, 달라진 시간을 맞게 돼요. 숨어 있다는 건 잘 드러나지 않을 뿐 분명 있다는 건데, 있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없는 듯 여기며 살아가는 시간과 있는 것을 '여기 있구나!' 발견하고 찾아내어 더하며 살아가는 시간은 다를 수밖에요. 문득, 당신이라면 제목의 빈칸을 어떻게 채울지 궁금해집니다. 지금 이 순간, 얼굴 맞대고 대답을 기다린다면, 당신은 둘레 숨은 것들 가운데 무엇을 찾아내실까요?그날 오후, 시인들과 가까이 마주 앉은 자리에서 우연히, 살아있는 말(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말(馬)은 마음을 움직이는 말(言)에 닿고, 글을 쓰는 사이, 몽골 초원을 내달리던 말(馬)에 이르렀어요. 울란바토르 청년들에게 한글을 가르친 적 있는 이십 대의 나, 태어나 처음으로 말 달리던 날이 떠오른 거지요.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 새삼 얼얼했던 엉덩이 감각까지 와락, 되살아났어요. 주저하다 겨우 말 위에 올라탄 나는, 어느 순간, 말에게 몸을 바짝 붙이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지요. 나를 품어주는 듯한 드넓은 하늘과 푸른 땅… 온 세상이 낯설고 새로웠습니다. 마음에게 말 걸기 좋은 봄날 어쩌면 동시란 시인의 말을 타고 빤한 일상을 가르며 또 다른 세상을 만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삼일문고에서 백민주 시인이 "너 먼저 뛰어내려.// 싫어, 무서워.// 너 먼저 뛰어내려.// 용기 있는 녀석만/ 들을 수 있는 말// -야! 첫눈이다."("첫눈에 대한 보고서"(브로콜리숲) 동시집 가운데 표제작) 동시를 떨리는 목소리로 낭송하는 순간, 이제까지와는 다른 첫눈, 용기 내어 폴폴 뛰어내린 첫눈이 눈앞에 나타난 것처럼요.첫눈의 '용기' 헤아리다 윤지회 작가를 떠올립니다. 위암 4기 진단을 받고 수술, 항암 투병 중에도 떨리는 손으로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은 그녀. 아프지 않던 때 같으면 3일 만에 완성할 그림을, 두 달에 걸쳐 완성하면서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우주로 간 김땅콩"(사계절) 그림책을 세상에 내놓은 그녀의 놀라운 이야기,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그녀 덕분에 요즘 부쩍, 일상에 숨은 무엇, 소중한 무엇을 날마다 발견하고 있거든요.(인스타그램에서 '사기병, #sagibyung'을 찾으시면 작가의 항암 그림일기를 만나볼 수 있어요. 낯모르는 이들이 댓글로 줄줄이 달아 놓은 따스한 응원과 격려의 마음도요) '힘들고 어려운 시간들'을 '따뜻함으로' 꽃피워 희망, 사랑의 마음 돌보게 하는 그녀의 그림일기가 이 봄날, 당신에게도 가 닿으면 좋겠습니다. 그녀에게로 향하는 우리들의 밝고 환한 마음도 생명 기운 북돋우는 데 커다란 힘이 되어준다면… 정말 좋겠습니다.좋은 동시랑 노닐며, 내 안의 숨은 마음에게 말 걸기 좋은 봄날, 하루하루 새롭게 하는 '숨은 ___ 찾기' 해보지 않으실래요?

2019-03-20 18:30:00

권미강 프리랜서 작가

[권미강의 생각의 숲] '니나'를 위한 '노나메기'

말로써 5천 년을 넘게 이어왔는데 우리말이 참 생경스럽다. 말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사는 방식과 주어진 환경에 따라 그 뜻이 있기 마련이다. 한 아침방송을 통해 들은 '니나'라는 말이 '민중'이라는 순우리말이라니, '아'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통일운동가 백기완 선생이 10년 만에 탈고하고 출간한 소설 '버선발 이야기'다.백기완 선생은 1964년 한일회담 반대운동을 시작으로 평생을 통일운동과 시민운동에 바쳐왔다. 백범사상연구소와 통일문제연구소 등을 설립해 자주적인 겨레의 정신을 잃지 않고, 잊지 않도록 노력해온 분이다. '장산곶매 이야기' '우리 겨레 위대한 이야기'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 등을 저술한 선생은 1932년생이다. 올해로 여든일곱의 나이에 소설집을 낸 것이다.선생이 쓰는 언어들은 대부분 순우리말이다. 한 살매(일생), 달구름(세월), 말뜸(화두), 바랄(희망), 땅별(지구), 온이(인류), 누룸(자연) 등등 듣는 순간 잃어버린 소중한 것을 찾은 듯 미소가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다. 책 제목인 '버선발'은 '맨발, 벗은 발'이라는 뜻으로 '버선발'이라는 아이가 세상을 겪으며 자유와 희망을 일궈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평생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권력과 부패에 맞서 싸운 선생은 꿈꿔온 '다 같이 잘살되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인 '노나메기'를 이야기로 풀어낸 것이다.우리 땅에서 낳았으니 우리말과 우리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것이 사람살이의 이치가 아니겠냐는 선생에게 세상은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기도 했다. 18년 군사정권이 막을 내리던 때, 보안사령부로 끌려가 82㎏이던 몸이 38㎏이 될 정도로 모진 고문을 당했다. 그런 핍박을 견디며 지금까지 겨레 정신을 지켜온 선생은 자서전 같은 이야기를 고운 겨레말에 담아 세상에 내놓았다. 감히 기쁘고, 감사하다. 이렇게 소중한 또 하나의 우리 것을 지켜낸 것이다.

2019-03-20 18:30:00

전영평 대구대 명예교수

[전영평의 귀촌한담] 산골 나물이야기

봄은 나물의 계절이다. 초봄부터 늦가을까지 산골에는 도처에 나물 풍년이다. 불현듯 우리 동네엔 무슨 나물들이 있을까 궁금하다. 학계마을 할머니들과 나물 종류 세어보기 공부를 해본다.할머니들은 눈을 반짝이며 무릎을 당기신다. 크게 덤불나물, 나무나물, 산나물, 들나물이 있단다. 덤불나물에는 다래순, 찔레순이 있고, 나무나물에는 가죽잎, 오가피잎, 엄나무잎, 뽕잎, 재피잎, 두릅, 들미순이 있다. 산나물로는 취나물, 불초, 곰취, 곤달비, 미역초, 신부쟁이, 고무이, 수리취, 모싯대, 음바구, 작두삭, 삽초삭이 있다. 들나물에는 머위, 냉이, 쑥, 달래, 지부, 미나리, 고구마순, 고비, 아주까리, 돌나물, 방풍, 대나물, 도라지 등이 있다 하신다. 세어보니 마흔 종류가 넘는다.우리 마을에 이렇게도 많은 나물이 있다는 사실에 할머니들도 사뭇 놀라시며 재미있어 하신다. 할머니들과 모처럼 공부하면서 노는 이런 분위기가 나는 참 좋다. 들에는 달래, 머위, 쑥이 한창이다. 같은 나물이라도 산에서 나는 것이 훨씬 향도 좋고 맛도 좋다. 마을회관서 점심식사 때 밥상에 오르는 가장 흔한 반찬은 단연 나물이다. 할머니들은 나물 반찬이 참 맛있다고 하시지만, 도시 음식에 익숙한 나는 나물 반찬에 잘 적응되지 않았다. 이런 나에게도 봄 마중 달래, 냉이, 머위, 두릅순은 입맛을 돋운다. 살짝 데친 엄나무순은 정신 줄을 놓을 정도로 맛이 좋다. 귀촌의 식도락은 나물로 충분할 수도 있지만, 식사가 끝나면 인생 여정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즐거움이 그 안에 있다. 의롭지 않게 부귀를 누림은 나에겐 뜬구름 같도다!' 논어 술이편에 나오는 귀한 말씀으로 위안과 반성의 기회를 삼는다.오늘은 나물 숫자가 많아서 귀촌한담을 신나게 썼다. 봄처녀 나물 캐듯이! 기후변화로 냉이도 쑥도 본래의 향을 잃었고 미세먼지가 자욱한 날도 많아 슬프다. 하지만 설중매가 빨간 꽃잎을 터트리는 봄, 그 봄을 오늘은 잠시 즐겨야겠다.

2019-03-20 18:30:00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메리 크리스마스

해방 다음해 10월 1일 대구에 폭동 사건이 일어났다. 대부분 공산당원인 폭도들이 공무원들이 쌀을 다 먹는 바람에 시민들이 굶어 죽게 되었다며 난동을 일으켰다. 재물을 부수고 사람을 몽둥이로 때려죽이고 칼로 도려내는 피의 난동은 대구 시내에서 시작되어 경북도로 이윽고는 남쪽지방 전역으로 번져나갔다. 남로당의 적화 혁명 시도는 이렇게 시작되었고 6.25사변으로 이어지게 된다.힘없는 시민들은 죽음의 수용소에서 희망 없는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고통의 동토(凍土)에 위안의 날이 생겼으니 크리스마스다. 해방 후 미국 군정 때 크리스마스가 휴일로 정해지고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은 12월 25일을 '기독탄생일'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법정 공휴일로 지정한다. 일반인들은 이 날을 '성탄절'이나 '크리스마스'로 부르고 선물용 카드 같은 데서는XPIΣTOΣ(그리스 말로 크리스토스)의 준말인 X-mas라고 많이 쓴다. 그리스도(Christ)의 미사(Mass)라는 뜻이다.천주교에서는 '주님 성탄대축일'이라고 쓴다. 예수님이 12월 25일 이 땅에 오셨다는 말은 근거 없는 소리다. 성경에도 없고 어디에도 그런 말은 없다. 아무도 예수님이 태어난 날을 모른다. 봄의 어떤 날이라는 말도 있고 1월 7일(유럽 성공회)이라고 하는 곳도 있다. 날짜가 지금처럼 정해진 내력은 초대 교회 때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 메시아 잉태한 날과 사망일이 같다는 것을 바탕으로 예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3월 25일에 임신기간 9개월을 더해서 12월 25일이 생일 날로 정해지게 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우리는 학자들이 아니므로 예수님이 언제 탄생했는지는 크게 관심이 없다. 다만 훌륭한 어른이 이 땅에 오셨다는 사실이 기쁘고 행복할 따름이다. 한반도의 민초(民草)가 해방, 전쟁 등 혼란과 고통의 바다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 크리스마스는 가뭄의 단비였다. 이 날은 신성한 성인의 생일인데다가 통행금지가 없는 자유의 밤까지 주어지니 예수교 신자이든 아니든 온 국민에게 이 날은 축제의 날이 되는 것이다. 큰 잔치에는 불청객이 자주 끼어들 듯 난데없이 산타클로스가 사슴타고 나타나 선물을 뿌리니 축제가 더욱 풍성해진다. 이 양반은 예수 탄생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터키 지역 대주교로 '성 니콜라우스'라고 불리던 사람이다. 성 니콜라우스는 네덜란드어로 '신테르클라스'라고 하는데 이 게 오늘 날의 산타클로스의 어원이 된다.이렇게 루돌프 사슴타고 오는 복덩이 영감과 미국 군인들이 교회나 자선단체를 통해 먹을 것, 입을 것, 놀 것 등을 제공하니까 크리스마스는 풍성하고 즐거운 날, 희망의 날이 되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 무렵에 동성로, 향촌동에는 캐럴이 요란하고 청춘 남여의 흐름이 홍수처럼 넘쳐흘렀다. 동네마다 있던 전파사에서는 11월부터 크리스마스 캐럴을 틀기 시작해서 1월 말까지 굉음(轟音)을 질러대었다.나라의 곳간이 차게 되자 외국인들이 주던 과자, 옷가지, 장난감 등의 구제품이 시시하게 느껴지기 시작했고 그들도 더 이상 주지 않았다. 통행금지도 전면 폐지되었다. 1975년 1월 15일 용태영 변호사의 분투로 석가탄신일이 법정공휴일로 정해지면서 크리스마스의 희소성을 희석시켰다. 연말만 되면 그렇게 오래 동안 골목을 떠들썩하게 하던 소음성 캐럴이 없어졌다. 젊은이들의 올 나이트도 없어지고 동성로의 뿔피리도 없어졌다. 사는 게 각박해서 마음이 허전한 날엔 루돌프 탄 산타가 보이고 귀에는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부르는 빙 크로비의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 잊힌 그 환각이 그나마 구겨진 희망을 잠시나마 되살려 줄 뿐이다.전 대구적십자병원 원장

2019-03-20 14:18:03

박용욱 대구가톨릭대 의대 윤리학교실 주임교수

[종교칼럼]기도 단식 자선

미세먼지 때문인지 가슴이 답답하다. 며칠 쾌청한 하늘이 마음을 들뜨게 하더니 다시 시야가 어두워진다. 때맞춰 세상일이 성에 차지 않던 이들은 미세먼지를 빌미로 누군가를 탓하고 꾸짖는다. '이웃 나라가 문제다'로 시작해서 '정부 대응이 엉망이다'까지 힐난의 목소리는 다양한데, 사실 그다지 공감 가지는 않는다. 그 많은 비난과 비평 속에 유독 '내 탓'은 빠져 있기 때문이다.미세먼지는 답답하지만 큰 디젤 SUV는 몰고 다녀야 하고, 환경은 걱정되지만 소비는 멈출 수 없는 욕망의 전성시대다. 제철도 아닌 음식을 먹겠다고 화학비료와 비닐을 땅에 퍼부어 대고, 부화한 지 두 달도 되지 않는 어린 닭을 공장식 축산으로 살찌워 도축하는 탐욕의 일상을 살면서 국제 관계와 국가 정책을 탓하는 것은 얼마나 쉬운 일인가. 내가 실천하고 바뀔 것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남 탓만 하면 되는 편리함은 또 얼마나 유혹적인가. 여전히 공사판은 벌어져야 하고, 에너지 과소비는 지속되어야 하며, 마음껏 '쓰면서' 살기를 바라는 동시에 환경은 좋아져야 한다는 이율배반을 남 탓으로 돌리는 것만큼 편리한 해법이 또 있겠는가.가톨릭교회가 지금 보내고 있는 사순 시기는 부활절의 영광에 앞서 삶의 태도를 전환하는 회개의 때다. 전통적으로 유대-그리스도교 문화에서 회개의 때를 보내는 방법은 기도와 단식과 자선이었다.우선 기도는 차안대(遮眼帶)를 끼고 달려가는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치닫던 시야를 넓히는 일이다. 머리 위로 하늘을 우러르고 아래로 땅을 굽어보는 넓은 시야는 욕망의 굴레에 매인 자신의 한계를 바로 보게 한다. 또 단식은 욕망을 어르고 다스려 일상 속에 덕지덕지 붙은 군살들을 떼어내는 일이다. 없으면 안 될 것 같았던 것들도 결국 '흙으로 돌아갈'(창세 3, 19 참조) 것이고, 판매대 위에서 자태를 뽐내던 '신상'과 새롭게 열었다는 '맛집'도 결국 거기서 거기일 뿐이다. "있던 것은 다시 있을 것이고 이루어진 것은 다시 이루어질 것이니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이란 없다."(코헬 1, 9)기도와 단식을 통해 달뜬 욕망을 가라앉힌 사람은 옆을 돌아보게 된다. 내 욕망에 눈이 멀어 있던 동안 보이지 않던 형제의 고통과 수난이 말을 건넨다. '보라, 이 고통 속에 구세주가 계신다.' 그리하여 사람은 자신의 것을 나누기 시작한다. 자선의 시작이다.이렇게 기도와 단식과 자선을 통해 세상의 십자가를 함께 지는 사람은 고통의 의미를 재발견한다. 욕망이 가렸던 삶의 진실, 그러니까 세상의 악과 고통에 자신도 한몫하고 있으며 이 악과 고통은 내 욕망을 다스리고 변화시키는 회개 없이는 나아지지 않는다는 진실을 알아보게 된다. "제 탓이오, 제 탓이오, 저의 큰 탓이옵니다"라고 고백하며 제 가슴을 두드릴 줄 알게 되는 것이다.물론 환경 문제 같은 광범위한 문제가 개개인의 각성과 윤리적 실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법과 국가 정책 같은 제도적 장치와 사회윤리가 존재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그 어떠한 제도적 개선도 개개인의 책임과 무관하지 않다. "제 탓이오"를 외면하고 '남 탓'만 하는 것은 위선일 뿐이다.

2019-03-20 13:05:18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매일춘추]분노에서 벗어나기

대한정신건강의학회 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 절반 이상이 분노조절장애를 겪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도 우리는 도로 위, 직장, 가정 등 일상 생활 속에서 분노에 사로잡혀 스스로 감당이 안 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물론 흔히 화병이라고 부르는 증상처럼 분노를 자신 안에 꽁꽁 싸매어 놓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타인을 향해 분노를 폭발시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의 건강과 사회에 모두 큰 피해를 끼친다. 미국은 한 해 분노로 인한 총기사고로 2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망한다고 한다.화가 나는 상황은 계속 곱씹다보면 더 화가 난다. 분노는 일종의 생각의 습관과도 같다. 특히 가까운 사이일수록 화는 더 절정에 달한다. 그리고 이렇게 타인을 공격하던 화살은 결국 다시 자기를 공격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들은 일관되게 분노가 절정에 올랐을 때는 차라리 그 상황을 벗어나거나 안정을 취하는 감정완화시간을 가져 화를 피하라고 이야기한다.대체 왜 이렇게 분노하는가? 우리는 대개 분노의 원인을 상황과 환경 등의 외부에서 찾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사실 대부분의 원인은 마음속에 있다. 외부의 요인들은 늘 끊임없이 불공평했고, 부당해왔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보느냐하는 내 기준의 판단과 증오심이다. 내 기준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여 타인이 나의 판단에 맞지 않거나 혹은 특정한 누군가에 대한 증오뿐 아니라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불특정한 대상에 대한 내면의 증오심과 같은 것들이 조그만 잘못에도 불같은 분노를 뿜게 한다.결국은 상황이 바뀌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뀌어야 분노는 해결이 된다. 나는 다름을 얼마나 인정하고 있는가? 내가 항상 옳을 수 없든, 타인도 늘 그를 수 없다. 타인의 잘못에 내가 분노를 표출하는 것을 합리화해서는 안된다. 물론 분노의 감정은 누구나 느낄 수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표현하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분노는 어떤 식으로든 건강하게 발산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사람에게 향하게 되면 또 다른 분노와 분쟁을 낳는다. 분노의 표현은 솔직하게 내 감정을 드러내되 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여야 한다.성경에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나으니라.(잠 16:32)'는 말씀이 있다. 사실 돌아보면 분노의 상황은 도처에 깔려 있다. 그러나 거기서 넘어져 다 잃고 상처만 남는 사람이 될지, 분노를 다스리는 깊은 통찰력으로 진정 강하고 용기 있는 사람이 될 지는 나의 선택이다. 오늘 하루, 화에 사로잡히지 않는 것만으로 내 삶이 한층 더 건강해지는 경험을 해보길 권해본다. 김은혜 이화아동가족연구소 부모교육전문가

2019-03-20 11:19:52

실직자에게 희망을 주는 메시지를 담은 공익 광고. 빅아이디어 아카데미 수료생의 작품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나의 꿈을 이루어 준 제자들

"소장님 저 BBDO 코리아에 합격했어요!"제자의 전화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미국 유학 시절, 광고대행 전문업체 BBDO 애틀랜타에 입사하는 것이 필자의 꿈이었기 때문이다. 필자의 꿈을 제자가 대신 이루어주었다. BBDO는 한국에도 지사가 있었고 빅아이디어 아카데미 1기 수료생인 친구가 입사한 것이다.BBDO는 필자에게 꿈같은 회사였다. 유명 광고제에서 상을 휩쓸다시피 했고 JWT, 오길비와 같은 대형 광고 회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정말 가고 싶었던 회사라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찾아갔던 적도 있다. 회사 건물에 들어가 우연히 마주친 비서 앞에서 더듬거리며 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My dream is to work for here. Can I look around?" (여기에서 일하는 것이 제 꿈입니다. 좀 돌아봐도 될까요?) 짧은 영어를 더듬거리며 허락을 구했다. 비서는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약간의 시간을 허락해주었다.잠깐의 시간이 필자에게는 더 짧은 시간이었다.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그들의 모습을 눈에 담으려 노력했다. 그들의 근무 환경은 역시 자유분방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었고, 열심히 노는 사람도 있었다. 한쪽에선 광고를 만들고, 한쪽에선 탁구를 치고 있었다. 거기서 일하면 아이디어가 절로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필자는 BBDO에 입사하는 꿈을 이루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다.한국에 돌아와서는 백수 생활이 시작되었다. 정체성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시간이 계속되었다. 영어 학원 강사, 자동차 영업 사원 등의 일을 했지만 이내 그만두고 말았다. 결국 돌고 돌아 다시 광고를 하게 되었다. 광고회사를 창업하며 광고 아카데미까지 열게 되었다. 백수 시절의 필자처럼 돈은 없어도 광고 공부를 하고 싶은 친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시작은 소박했다. 대구 내 대학교를 돌며 교수님들을 만났고 학생들을 구했다. 그렇게 여섯 명의 학생을 모집했고 빅아이디어 아카데미 1기가 탄생했다.그때는 몰랐다. 학생들을 위한 무료 교육 활동의 보답이 이렇게 클 줄은. 아카데미 2기는 미국 Creativity International Awards에서 26개의 상을 휩쓸어 전 세계 광고 교육 기관 중 최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4개를 수상한 뉴욕의 한 광고 아카데미를 제친 기록이었다. 또 어떤 수료생은 서울의 유명 디지털 광고회사에 입사하기도 했다. 필자의 노력에 비해 제자들은 훨씬 큰 선물로 보답했다.빅아이디어 아카데미 설립 5년이 지난 지금, 수료한 친구들은 80여명에 달하고 그들은 전국에 진출해있다. 서울 출장이 잡힐 때면 꼭 수료생 중 한 친구를 만나고 내려온다. 그 재미가 쏠쏠하다. 대구에 있는 필자에 비해 서울의 제자들은 트렌드에 더 밝다. 빠르게 변화하는 광고 시장에 변화에도 잘 대처한다. 그래서 이제는 스승과 제자가 바뀌어 오히려 필자가 배우게 된다.필자는 창업한 이후 가장 잘 한 것이 빅아이디어 아카데미의 설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좋은 인연도 많이 만났고, 그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하지만 막연한 두려움도 든다. 나이가 들수록 꼰대가 되어 가는 게 아니겠느냔 두려움, 일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여 광고 공부를 더 해야 된다는 부담감이 그것이다. '광고에는 정답이 없어'라는 말로 자신을 위로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면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끝으로 아카데미 교육을 함께하며 학생들이 만든 작품 몇 개 더 올리며 글을 마무리한다.

2019-03-20 10:02:43

고양이와 실은 상극 (출처: https://en.thecatsociety.org)

고양이에게 털실 매우 위험해…독성 이물 삼킨 경우엔 구토 유도해야

바니(6·고양이)가 내원했다. 며칠 전부터 입안이 불편한 듯 혀를 날름거리며 얼굴을 비비는 행동을 보였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소장이 겹쳐지는 증상(소장 중첩) 확인되었다.고양이는 선상이물(Linear foreign body·실 형태의 이물)을 먹고 소장 중첩이 발생해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바니의 혀 아래에 걸린 긴 실은 위를 지나 소장을 길게 중첩한 상태였다. 수술을 통해 실을 제거하였는데, 원인은 뜨개질용 실이었다.고양이가 먹지 말아야 할 음식을 먹고 위험해지는 경우가 있다. 백합과 식물, 독성이 있는 화초, 어린이 감기 시럽 약, 초콜릿, 자일리톨, 커피, 양파와 마늘이 포함된 음식 등은 중독 증상과 빈혈을 유발할 수 있다.독성이 있는 이물을 먹었다면 보호자는 곧바로 수의사에게 연락해 구토를 유도해야 할지 상담받아야 한다.가정에서 고양이를 구토시키기 위해서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과산화수소수(3%)를 체중 kg당 1cc (체중 5kg당 1티스푼) 먹인다. 거부감이 심한 고양이는 담요를 몸에 감싸서 주사기 또는 투약 병을 이용하여 송곳니와 어금니 사이에 주입하면 쉽게 먹일 수 있다.급여 후 몸을 천천히 흔들어 주면 위 내에서 거품 포말이 더 잘 형성돼 구토가 빨라진다. 구토하더라도 음식물의 일부가 위 내에 남아있으므로 추가로 구토하지 않는다면 10분 뒤 동일 양을 한 번 더 급여할 수 있다.하지만 이미 몸을 겨누기 힘든 고양이는 무리하게 구토를 유도하기보다는 신속하게 응급치료센터를 내원하여 집중치료를 받아야 한다.고양이가 이물을 먹어서 수술을 받는 경우는 개보다는 적다. 하지만 고양이는 선상이물을 특히 주의하여야 한다.털실의 감촉을 좋아하고 실을 헝클어뜨리는 걸 즐기는 고양이에게 털실은 신나는 장난감이다. 하지만 실이 고양이의 까칠한 혓바늘에 걸리면 쉽게 뱉어내질 못하고 끊임없이 삼키게 된다. 실이 소장을 통과하게 되면, 허리끈을 조였을 때 바지 주름이 잡히듯 소장을 중첩해 장이 파열되는 심각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털실, 뜨개질용 실, 현악기 줄, 장난감에 달린 끈, 바느질용 실과 바늘, 옷에 부착된 탄력 밴드 등이 선상 이물이 될 수 있으며 고양이가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하여야 한다.고양이가 선상이물을 먹은 것이 의심되고, 고양이가 입안을 불편해하거나 맛있는 음식 앞에서 머뭇거리는 행동을 보인다면 수의사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란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3-20 09:36:35

서영완 작곡가

[매일춘추]DCDC의 DCDC

얼마전 러시아의 발레단체가 우리 대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방송에서도 연신 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려 갔다. 많은 시민들은 신선한 느낌으로 그리고 기대감으로 관람했을 것이다. 하지만 초대한 단체에 의해 공연이 얼마나 무성의하게 준비되었고 또 실망스럽게 마무리 되는가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더 값진 보물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걱정했던 기억이 있다.DCDC는 Daegu City Dance Company의 이니셜을 딴 약자이면서 또한, 지난주 금요일(15일) 있었던 대구시립무용단의 제75회 정기공연 제목이기도 했다.이번 작품의 구상은 김성용 예술감독에 의해 작년 12월부터 시작되었다. 아이디어는 '대구시립무용단의 모습 그대로를 무대에 올린다'였다. 이는 대구시립무용단 자체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그래서 이 단체를 대구시민들이 사랑하고 아끼고 응원하는 단체로 만들고 싶은 의도였을 것이다. 그래서 공연의 제목이 단체 이름 그대로인 'DCDC'이다. 이 작품은 각 단원들 사이에서의 관계, 그리고 그 관계로부터 나오는 긴장감과 유기적 밸런스, 전체적 DCDC의 다양한 분위기를 하나의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었다. 예를 들면 가장 오래된 단원과 가장 신입단원의 미묘한 긴장을 작품으로 가져온다든지, 아니면 연습실에서 생길 수 있는 미묘한 다툼이 싸움으로 번지는 장면을 과감하게 작품 속으로 끌어들였던 것이다.이번 작품의 특징은 세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대학생 서포터즈 '몸짓's'를 모집, 운영했다는 점이다. 이는 블로그와 페이스북 등의 SNS의 활용도가 높은 젊은이들과 일반시민을 DCDC와 조금 더 가깝게 호흡할 수 있게 만들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들만의 젊은 아이디어를 최대한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들의 다양하고 산뜻한 아이디어와 노력들은 수성아트피아 대공연장의 1,2층 매진에 크게 작용하게 된다.두 번째로는 퇴직한 단원들의 귀환이다. 이번 공연의 오프닝을 장식한 그들의 움직임은 DCDC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선배들이 연습실 바닥에 뿌린 땀방울 또한 소중한 자산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그들 또한 분명히 존재하는 DCDC의 모습이다.세 번째로 DCDC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한 무대에 집약했다는 점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만족시켰다는 점이다. 작품의 제목 그대로 DCDC의 모든 단원들 하나하나의 반짝이는 실력과 개성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게 완성했다. 이는 비단 김성용 예술감독의 역할 뿐만 아니라 단원들 자신들의 열정이 쏟아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앞으로의 DCDC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영완 작곡가

2019-03-19 11:00:17

[김현남의 행복한 풍속인테리어] 복과 에너지를 부르는 나무

봄이 되면 집 안팎으로 나무와 꽃을 심기 위해 분주하다. 정원에 나무를 심을 경우에는 나무가 지닌 의미와 잘 어울리는 방위가 있고, 또한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수목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목에서 발생하는 근원적인 에너지를 약처럼 복용하는 복기법(服氣法)이라는 기법이 있다. 따라서 아무리 작은 정원이라 할지라도 흙이나 식물로부터 얻어지는 자연의 에너지(氣)를 우리 인체가 흡입한다고 할 것이다.크고 아름다운 이상적인 정원을 만들 수는 없어도 작지만 자연의 상태를 마당의 한쪽 구석이나 집안에 만드는 것으로 땅의 정기를 받을 수 있으므로 가능한 한 정원을 만들고, 식물․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받는 것은 중요하다. 정원을 만들 때 심는 나무가 지닌 의미를 한 번 정도는 생각하고 심는 것이 바람직하다.집을 중심으로 동쪽 방향에는 동백이나 구기자나무를 심으면 형제들이 입신출세하고, 살구나무를 심으면 바람을 많이 피운다고 하는 속설이 있다. 동남쪽 방향으로는 곧게 성장하는 나무가 있으면 그 집에서 유명한 사람이 많이 태어지만, 만약 이 방향으로 대나무를 심으면 자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남쪽 방향으로는 매실이나 대추, 벽오동과 소나무를 심는 것이 좋고, 키가 큰 대형의 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것은 오히려 흉이다. 서남쪽 방향으로는 모란이나 작약 등을 심고, 이 방향으로 큰 나무를 심어 가지 등이 지붕을 덮을 때는 집안에 환자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나무 주위에 등나무 등을 심어 덩굴이 감겨있을 때는 가족에게 소송과 시비가 자주 발생하니 주의해야 한다. 서쪽 방향에는 치자나무나 느릅나무 등을 심으면 좋고, 이 방향으로 붉은 꽃이 피는 초목을 심으면 술을 매우 좋아하게 되어 건강이나 재산을 잃게 된다. 서북쪽으로는 감나무나 밤·은행나무·대나무 등을 심으면 좋고, 만약 이 방향으로 집의 안팎으로 버드나무가 있을 때는 정신계통의 질환자가 자주 발생하니 주의해야 한다.북쪽 방향에는 회화나무나 대나무를 심는 것이 좋고, 만약 이 방향으로 붉은 꽃이 피는 나무를 심으면 화재가 일어날 염려가 있고, 복숭아나 살구나무를 심으면 여난(女難)이 일어나는 가정이 된다. 동북쪽 방향은 어떤 나무라도 큰 나무를 심으면 흉이 되고, 매화나무를 심으면 학문을 좋아하는 자손들이 태어난다.정원에 나무를 심을 때 땅을 50cm이상 파는 경우에는 나무가 가진 의미와 방향을 잘 살펴서, 장소와 방위에 적합한 나무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 정원에 나무를 심을 때는 나무가 다 자랐을 때의 높이를 생각하고, 그 높이만큼 건물에서 멀리 심는 것이 좋다. 또한 수종으로 일반 가정에서 흉이 되는 것은 집을 덮을 정도의 큰 나무, 버드나무처럼 늘어지는 나무는 음수(陰樹)로 흉의 나무이기 때문에 적합하지 못하다. 김현남 철학박사

2019-03-18 18:30:00

김구철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4조와 6천억, 스타의 민낯

4조가 큰가 6천억이 큰가? 사람을 뭘로 보고 이런 질문을 하나? 답이 뻔한 이 질문을 다시 던진다. 4조가 큰가, 6천억이 큰가? 당연히 4조가 크다. 6배 하고도 3분의 2배가 남는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몇 달째 하루 종일 6천억을 화제로 삼고, 언론도 4조보다 6천억을 훨씬 큰 비중으로 다룬다.먼저 4조, 현대경제연구원이 추산한 지난해 미세먼지의 경제적 손실이다. 우리는 여태껏 공해 문제를 다루면서 수질, 토질, 대기질, 지구온난화 순서로 대응해 왔다. 미세먼지는 우선순위에서 맨 아래였다. 그러나 최근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미세먼지를 줄이려는 노력이 크게 강조되고 있다. 나아가 미세먼지는 우리 경제에 하나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미세먼지를 낮추는 '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키면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4조는 크지만 작게 느낄 수 있다.다음 6천억,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 승리와 정준영 등 아이돌 스타들의 범법 행위로 날아간 엔터테인먼트 회사 주식의 시가총액이다. 사건은 법에 따라 처벌하고, 탈세에 대해 세금을 매기면 그만일 것이다. 그런데도 왜 마음이 헛헛해지는 것일까? 우리를 즐겁게 하던 스타들의 민낯이 드러났기 때문일 것이다.그건 일탈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명성과 부를 양손에 거머쥔 것으로 모자라, 어둠의 권력까지 휘두른다. 매춘과 마약, 집단강간, 탈세, 도박은 하나같이 중대한 범법 행위다. 범죄 조직이 거액의 검은돈을 모으는 방식이다. 집단적, 반복적, 일상적으로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면, 그들은 범죄 조직에 지나지 않는다. 정체를 알고 나니 4조가 6천억보다 6배 이상 크지만은 않다. 정체를 알고 보니 6천억이 더 크게도 느껴진다. 그게 인간 심리에 영향을 주고받는 경제와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한 수학의 차이다. 우리의 일상과 경제생활은, 자원과 숫자라는 변수에 인간 심리라는 복잡한 함수가 적용되는 고등수학이다.

2019-03-18 18:30:00

김준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唯才是擧(유재시거)와 唯親是任(유친시임)- 관료 임용의 두 가지

관료를 임용하는 데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다. 능력을 위주로 하는 경우와, 능력이나 도덕성과는 관계없이 임명권자와의 개인적인 관계를 중시하는 경우이다. 유재시거는 오로지 능력(唯才)을 관료 등용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며, 유친시임은 오로지 자기와 친한(唯親) 사람을 중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유재시거는 서력 210년 조조(曹操)가 반포한 '구현령'(求賢令)에서 유래했다. 세습과 파벌이 성행했던 후한(後漢) 말 조조의 능력 위주의 관료 임용은 파격적이었다. 능력 있는 많은 인재들이 조조의 휘하에 모였고, 위나라를 세우게 된다. 당시 조조와 대척 관계에 있었던 손권과 유비도 조조 못지않았다. 황실의 후손인 유비가 몸을 낮추어 초가집(草廬)에 은거하고 있는 제갈량(제갈공명)을 세 번이나 찾아가서(三顧) 모셔온 삼고초려는 대표적이다.그런데 유비의 책사로 촉나라를 세우는데 능력을 발휘했던 제갈량 자신의 관료 등용 방식은 이와 크게 달랐다. 그는 자기와 친하거나 말을 잘 듣는 사람들을 요직에 앉히고, 유능한 장수라도 자신을 잘 따르지 않는 자는 배척했다. 유비가 죽은 후 위나라 원정에 나선 제갈량은 부하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신을 아버지처럼 잘 따르는 마속(馬謖)을 선봉으로 삼았으나, 참패했다. 제갈량은 참패의 책임을 물어 마속을 처형했다. 여기에서 읍참마속이라는 말이 나왔다(揮淚斬馬謖).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결국 유친시임을 한 제갈량의 촉나라는 유재시거를 한 조조의 위나라에 패배해서 망했다.얼마 전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의 부인 유명희 씨가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임명되었다. 야당의 인재를 모셨다는 점에서 유재시거라 하겠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개편을 위한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곧 시작된다. 유재시거일까, 유친시임일까. 곧 밝혀질 것이다.

2019-03-18 18:30:00

이지선 살롱 드 메이페어 대표

[뷰티라이프] 얼굴은 거짓말을 못 해요.

그리스 신화의 탐욕스러운 왕 미다스가 모든 것을 황금으로 바꾸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 선행의 결과였다. 술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스승 실레노스가 술에 취해 길을 잃었을 때 자신의 왕궁에서 극진히 대접한 뒤 안전하게 돌려보내자 디오니소스는 미다스의 소원대로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신통한 능력을 가지게 된 미다스는 나뭇가지, 조각상, 책상 등 모든 것을 황금으로 변하게 했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만지는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는 바람에 음식은커녕 물 한 모금 마실 수가 없게 되었고 사랑하는 가족들마저 황금으로 변해버리자 자신의 손을 저주했다. 결국 미다스는 디오니소스에게 다시 옛날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간청했고 팍톨로스 강물에 손을 씻음으로써 원래의 미다스로 돌아갈 수 있었다.어리석은 욕심을 가진 사람에게 신이 깨우쳐 주고 싶었던 것은 '마음을 비우라'는 것이었다.조물주는 생명체를 정성으로 만들면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골고루 갖추어 주었다. 사람에게 불편한 것이 있으면 스스로 발전시키라는 생각으로 남다른 지혜와 뛰어난 능력을 주었고 인류는 놀라울 만한 발전을 이루어냈다.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욕심이 없으면 발전이 없다며 욕심을 권장하였고 우리는 그것이 정답인 것처럼 밤새워 글을 읽고 성공하기 위해 불철주야 일을 하며 부를 축적해왔다. 그 덕분에 우리는 풍요로운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적당한 욕심은 생명력의 원천이자 살아가는 힘이 된다. 하지만 바다는 메워도 사람의 욕심은 못 메운다는 속담처럼, 욕심은 아무리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와 같다.경제적으로 풍족해진 만큼 우리는 행복해졌는가? 우리나라가 전 세계 자살 순위 최상위라는 통계 앞에서 삶의 근본은 어디에 있는지, 사람이 추구하는 것, 꿈꾸는 것들은 정말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물어야 한다.불행하게도 오늘날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돈과 명예, 권력을 추구하고, 이를 얻기 위해 타인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병, 특히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다. 마음의 건강이 망가졌다면 몸에 생긴 치명적인 질병만큼이나 눈여겨보아야 한다.마음을 건강하게 가꾸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중 가장 근본적인 것을 꼽자면 탐욕을 줄이는 것이 아닐까? 지나친 욕심에서 기인하는 수많은 생각들을 의심하고 점검하여 우리는 중도의 길을 가야 한다.중도란 이쪽과 저쪽이 어중간한 위치를 의미하는 말이 아니다. 가령 휴가는 반드시 산이나 바다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중도를 택해 결국 집에 있기로 결정한다면 불행해질 것이다. 휴가지를 선택할 때 '중도'란 내 마음과 몸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이지, 산 혹은 바다라는 특정한 장소의 중간이 아닌 것이다.중도의 삶은 현재에 머물지 않고 새로워지는 데 목적이 있다. 새로운 삶은 자기 반성과 성찰로 이루어진다. 반성적 사고를 거듭하다 보면 이기심과 욕심이 지혜로 바뀌면서 마음속의 지나친 욕심들을 내려놓게 되고 궁극적으로 평온해진다.삶의 중도를 지키는 것은 얼굴을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 화장을 하는 방법과도 일치한다. 완벽하게 보이려는 욕심에 공을 잔뜩 들인 두꺼운 화장은 과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나이가 들어 보인다. 자연스럽게 얼굴 전체에 생기와 화사함을 더해 깔끔하게 포인트만 줄 때 더 맑고 깨끗한 동안을 완성할 수 있는 것이다.욕심 없는 마음에서 나오는 평화는 사람의 얼굴에 고스란히 축적되고, 한 폭의 풍경이 되어 밖으로 드러난다. 하얀 도화지와 같은 얼굴에 폭풍우가 몰아치는 거친 바다를 그릴 것인지, 색색들이 향기 나는 꽃과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버들강아지의 편안함을 그릴 것인지는 내 마음에 달려 있다.

2019-03-18 18:30:00

김차진 대구 수성고 교장

[김차진의 분필과 지우개]우리는 왜, 어떻게 수업을 바꾸고 있는가?

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를 외면할 수는 없다. 대학은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를 통해 학생이 무엇을 배웠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지적 성장을 이루었는지 평가하겠다고 한다. 따라서 고등학교에서 학생부를 잘 적어줘야 공교육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게 하자면 우선 적을 거리가 풍부해야 각 학생의 장래 진로, 진학에 도움이 되는 요소를 추출해서 맞춤형 기재가 가능할 것이다. 이를 지어낸다거나 다른 학생이 해놓은 것을 그대로 베낄 수는 없는 노릇이다.교사들이 학생들로 하여금 지식, 기능, 태도를 갖출 수 있도록 하려는 수업의 도달점이 성취기준이다. 예전에는 주로 교과별 교육과정이 지식만으로 진술되어 있었지만 지금은 지식, 기능, 태도가 함께 어우러져 진술되어 있다. 따라서 교사의 수업설계도에는 학생으로 하여금 성취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어떤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가르칠 것인지, 그리고 학생을 어떤 대목에서 어떻게 수업에 참여시킬 것인지 나타나 있다.또한, 학생들이 수업 도중에 교사의 안내에 따라 개념과 현상에 대해 느끼고 깨우친 바를 표현하게 하는 등 과정형 평가를 할 것인지, 수업이 끝난 후에 필답고사를 통해 지식을 평가할 것인지 나타나 있다. 즉 수업 준비-과정-평가-기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살펴보는 노력이 중요하다. 학생이 어떤 현상이나 원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학생에게 질문을 던져보면 학생의 사고와 이해의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교사는 성취기준에 입각해 학생 활동을 소신껏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전 과목에 걸쳐 한 학기 또는 연간 반복적으로 일어난다. 학부모 입장에서 교사의 수업이 의심스러우면 학교에 와서 수업을 관찰하면 된다.예를 들면 아래와 같이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을 살펴보면 교사의 수업 설계, 학생의 참여도와 학생이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확률과 통계] '작은 수학 도서관'에서 실시한 "이항분포 체험기", 수학 실험을 직접 체험하여 구슬이 이루는 모양을 확인해봄으로써 파스칼의 삼각형, 독립시행의 확률, 이항분포의 확률질량함수 사이의 관계 등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설명함.[법과 정치] 범죄의 성립 요건 중 '책임'과 관련된 형법 제10조 ②항(심신미약), 소년법 제4조 ②항(촉법소년)에 대한 보고서에서 현행법 조항의 수정 입장을 적절한 사례와 대안을 제시하여 논리적으로 주장함.교사는 학생이 내면에서 꿈틀대는 불완전한 지식, 개념, 원리를 끄집어내어 본인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함으로써 더 확연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도록 도와주는 노력을 하는 전문가이다. 이 과정을 존중해주면 교실수업은 빠른 속도로 바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이 수업을 학생 활동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학부모와 시민들이 이해하고 격려해주어야 한다. 대입 공정성은 그 이후에 걱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2019-03-18 18:30:00

전재경 동구 부구청장

[기고] 대구공항 통합이전, 대구경북 상생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영남권 신공항 무산의 뼈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대구경북의 지도를 바꿀 대역사다. 동구 부구청장으로 발령을 받고 8개월간 지역을 돌아보니 그동안 얼마나 영혼 없는 공감만 하고 있었는지 절실히 깨닫게 됐다.공항 인근에 가면 귀가 어두운 어르신들을 많이 만나 뵙는다. 일상적인 전투기 소음에 만성이 되어 굉음이 울려도 무덤덤한 모습이 의아하면서도 마음 한쪽이 저려온다.이뿐인가. 비행기 소음에 노출된 학교에서는 수시로 수업이 중단된다. 학교는 '아이들이 가장 안전한 가운데 걱정 없이 다니는 곳'이어야 한다. 전투기 소음으로 심각한 학습권을 침해받는 것은 곧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받는 일이다.1961년 문을 연 대구공항은 당시만 해도 외곽지에 있었으나, 도시 발전에 따라 주변이 개발돼 지금은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그 결과 전국에서 가장 시끄러운 공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도시 발전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심각한 소음에 귀를 틀어막아야 하는 주민이 공항 주변 지역에만 24만 명에 달한다. 대구 전체 면적 883㎢의 13%에 달하는 114.32㎢ 지역이 비행안전 고도제한 구역으로 묶여 각종 개발 행위가 제한됨으로써 재산권 침해도 심각한 수준이다.대구의 청약시장은 재개발, 재건축 단지에 집중돼 있다. 동구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 동구는 K2의 고도제한으로 아파트 규모가 15층 이하로 규제된다. 순풍이 불던 신암뉴타운은 역풍을 맞고 있으며, 도심 개발의 걸림돌로 인식돼 동구의 부동산 가치는 평가절하된다. 이는 대구는 물론 대구경북 전체의 낙후와 침체로 이어진다. 그 악순환의 연결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더구나 지금 대구공항은 여객터미널 한계 수용 능력 375만 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해 이미 이용객 406만 명을 돌파하면서 갖가지 문제점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공항 안팎의 주차 공간 부족, 계류장과 편의 시설 부족 등으로 시설 확장에 대한 목소리가 높지만, 공항 주변은 이미 주거지로 둘러싸여 사실상 확장이 불가능한 상태다.또한, 현재의 활주로 여건으로는 중대형기 취항이 아예 불가능하다. 대부분 항공 물류로 처리해야 하는 경박단소형 제품의 수출입 또한 모두 인천공항까지 옮겨 처리해야 하는 실정이다.가장 기본적인 항공 물류 처리 기반을 갖춰 놓지 않은 도시에 대기업을 유치하거나, 해외 투자자들이 찾아오게끔 할 방법은 없다.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자 대구경북 전체가 대기업 유치에 힘을 쏟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공항이 없다면 미래가 암담할 수밖에 없다.구미의 전자산업과 포항의 철강산업 등 대구경북 전체가 잘 짜여진 하나의 경제권으로 상생 발전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통합신공항 건설이 반드시 필요하다.이제 우리는 소모적 논쟁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국방부는 최종 이전 부지 선정을 기다리는 시도민들의 염원을 더 이상 방관해선 안 된다. 국토교통부도 이전하는 대구공항의 시설 규모를 빨리 확정해 지역 갈등을 없애고, 대구경북 시도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줘야 할 것이다.

2019-03-18 11:15:56

채형복 경북대 로스쿨 교수

[세계의창] 전두환은 역사에 독재자로 남기를 원하는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광주지법에 출두한 前 대통령시민들을 무표정하게 바라보며끝내 한마디 사과나 사죄 않아지난 11일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이 광주지법에 출두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불현듯 유학 시절 프랑스 TV 뉴스에서 본 화제의 인물이 떠올랐다. 모리스 파퐁. 그는 프랑스의 나치 부역자로 1997년 87세의 나이로 법정에 섰고, 그 이듬해 반인도적 범죄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반민특위가 무산됨으로써 일제 부역자를 척결하지 못한 우리와는 달리 전후 프랑스 정부는 철저하게 나치 부역자를 척결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파퐁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그 이유는 바로 그의 '기회주의적인 변신 능력' 덕분이다.파퐁은 비시 정부에서 유대인을 포로수용소로 보내는 업무를 맡아 나치에 적극 협력하였다. 그러다 독일의 패전이 가시화되자 레지스탕스에 나치의 활동을 보고하였다.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샤를 드골 정권 아래서 파리 경찰국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쳐 재무부 장관까지 지냈다. 1962년에는 프랑스 정부가 수여하는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까지 받았으나 1998년 그가 반인도적 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이 훈장은 박탈되었다. 2002년 파퐁은 질병을 이유로 석방되었고, 2007년 사망하였다. 파퐁 측은 훈장과 함께 그를 무덤에 안장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프랑스 정계와 시민단체들은 파렴치한 행위라며 강력하게 규탄하였지만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1995년 12월 21일 검찰은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군형법상 반란수괴 등 혐의로 기소했고, 이어 5'18 내란사건에 대해서도 추가 기소하여 재판에 넘겼다. 1997년 4월 대법원은 2심 재판부가 전두환에게 내린 무기징역과 추징금 2천205억원을 확정했다. 1997년 12월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그를 특별 사면했다.전두환이 대통령으로 재임 중 조성한 불법비자금은 무려 1조원으로 추정된다. 검찰이 자신을 기소하자 그는 "가진 재산은 국가를 위해 헌납하겠다"고 약속했다.하지만 정작 법원이 추징금을 확정하자 전두환은 자신이 가진 전 재산은 '29만원뿐'이라고 발뺌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기염을 토하게 만들었다. 검찰에 따르면, 현재 추징금 총 2천205억원 중 53.5%에 해당하는 1천175억원가량만을 확보했다고 한다. 아직 1천3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 남아있는 셈인데, 추징금 환수는 22년째 진행 중이다.전두환의 안하무인식 모르쇠 전략은 광주지법 출석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발포 명령을 부인하십니까"라는 어느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이거 왜 이래"라며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전두환은 사과하라"고 절규하는 광주시민들에게 사과는커녕 그저 그들을 무표정한 모습으로 바라볼 뿐이었다.이날 어른들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하면서도 부끄럽게 만든 광경은 광주지법 맞은편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이었다.어린 학생들은 교실 창문을 통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전두환은 물러가라" "전두환은 사과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전두환은 5'18의 영령과 시민들 앞에 끝내 한마디의 사과나 사죄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변호사에게 모든 답변을 내맡기고 마치 남의 일인 듯 재판 중에 꾸벅꾸벅 졸기까지 하였다.프랑스 작가 아네트 레비-윌라르는 파퐁의 죽음을 맞아 아래 제목으로 일간지 '리베라시옹'에 그의 삶을 평가하는 글을 썼다."존경스럽도록 치졸한 자의 기나긴 생애."(La si longue carriere dun salaud respectable)전두환에게 이보다 딱 들어맞는 말이 있을까. 앞으로는 그는 얼마나 더 존경스럽도록 치졸한 삶에 연연하며 구차한 목숨을 연명할 것인가. 그에게 묻고 싶다. 정녕 조국을 위해 목숨 마친 명예로운 군인이 아니라 국민을 학살한 독재자로 역사에 남고자 하는가.

2019-03-18 11:15:25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매일춘추]석조(石彫)유물에 대한 단상

조선조의 석조유물 문인석(文人石) 한 쌍이 해외로 불법유출된 지 36년 만에 고국의 품으로 돌아온다. 문인석이란 바윗돌에 조각한 문신(文臣) 형상의 미술품. 왕이나 왕후의 무덤을 지키기 위해 석조물로 세워두는 일종의 능지기이자 수호신의 상징이다. 하지만 우리는 귀중한 문화유산인 문인석은 물론 무인석(武人石)과 망주석(望柱石)도 대수롭잖은 돌조각품으로 여겨왔다.그러나 독일 로텐바움 세계문화예술박물관의 눈길은 달랐다. 최근 동아시아문화재 수장고의 미술품을 점검하던 중 16∼17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문인석 한 쌍을 발견했다. 반입과정을 조사한 결과 1983년 한국에 주재하던 독일인 사업가가 서울 인사동 골동품상에서 이 문인석을 매입해 이사용 컨테이너에 숨겨 밀반입한 것을 1987년 박물관에서 구입한 사실을 밝혀냈다.로텐바움박물관은 "남의 나라 귀중한 문화재가 불법유출된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점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반환키로 결정해 한국국립민속박물관이 인수하게된 것이다. 세계 각국의 문화재 불법반출과 양도를 금지한 유네스코협약 정신을 살린 독일 정부와 로텐바움박물관의 모범사례로 알려지고 있다.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은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귀중한 우리 문화유산을 수집하는데 혈안이 되었으나 석조유물에도 관심이 높았다는 얘기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석조유물은 아직도 전국 곳곳에 흔하게 널려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일본인들은 우리 민속미술품에 유달리 눈독을 들여 정원석으로 사용해 왔다고 한다. 1970년대엔 일반 묘지의 망주석까지 뽑아 일본으로 밀반출하려다 적발된 일도 있었다.일본 열도는 고온다습한 섬나라여서 습기를 빨아들이는 한국의 석조유물이 정원을 가꾸는데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때문에 집을 지켜주는 벽사수복(辟邪守福)의 상징인 데다 정원의 운치를 높여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던 연유다.도쿄의 일부 특급호텔 정원에는 아직도 조선시대 문인석과 무인석, 석등을 장식용 석물 조각상으로 버젓이 전시하고 있다. 강자의 논리로 남의 나라 역사까지 바꾼 일본 정부가 독일 정부의 문화재 반환 결정을 본받아야 얼어붙은 한·일 관계가 제대로 풀려나갈 것이다. 이미애 대구미술협회 사무처장

2019-03-18 11:08:57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기고] 이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 봤어?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중 한 구절이다. '대구의 봄'은 언제였을까? 20여 년 전 IMF를 알기 전 동성로에 봄꽃이 볼만했었다.그 시절, 재계 30위권으로 성장한 지역 건설사는 방송사까지 설립하고, 경쟁관계의 또 다른 건설사는 하늘을 찌를 듯한 랜드마크를 짓고, 그 아래 테마파크에서 청춘들이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서울 백화점을 무색하게 할 유려한 조형미의 대형 백화점이 주말마다 고객 차량으로 인근 도로를 마비시키던 그때 대구의 봄향기가 아련하다.화려한 대구의 '모란'은 모두 떨어지거나 거의 시들어 서럽게 연명하고 있으니, 대구의 봄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대구의 꽃놀이가 한창이던 1993년 즈음, 당시도 대한민국 최정상이던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세계 주요 도시를 둘러본 임원들과 독일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꾸자"며 '신경영'을 선언했다. 대구의 봄보다 몇 배는 화려한 꽃놀이 중에도 그들은 혁신과 도전을 선택하고 실천한 결과 꽃이 지기는커녕 100배 더 화려한 꽃을 전 세계에서 피우는 중이다. 오늘도 그들은 혁신을 외친다.우리는 그들을 고향 기업이라며, 위로한다.성장은 멈추고 순환 경쟁이나 상호 비판이 없는 동종 교배의 도시라는 비아냥이 들릴 법도 한데, 우리에게 혁신이나 변화는 그저 귓전에 맴도는 선언에서 한 걸음도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모란이 피던 20세기에 머물러 '대구병'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이런 대구병을 치유해 나갈 시정부의 현안은 어떠한가?10년 전부터 낡고 비좁아 터진 시민의 일터가 빈 사무실을 찾아 이리저리 이사를 밥 먹듯 하면서도, 타 도시들이 자랑하는 시민전망대와 문화공간 그리고 화려한 홍보전시관을 바라보기만 할 뿐 대안은 그저 '검토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이제 비워둔 경북도청 이전터에 세를 마련한 정도로 숨통은 열어 두었다니 반갑다 할지 다행이라 할지 고민스럽다. 이제 꽃이 피지 않는 봄을 대구는 익숙해한다. 소박한 현실, 낮은 포부에 안주하려면 또 다른 영웅을 찾아보자.대한민국 번영의 주역 중 한 사람인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은 "이봐 해봤어?"라는 명료한 화법으로 도전 의식을 일깨우고 자동차와 조선 강국으로 대한민국을 이끌었다. 초일류 도시 대구의 꿈은 현대의 도전처럼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지 않은가? 내리막에 안주하는 사회는 중력을 이길 수 없고, 가속력과 함께 나락으로 향한다. 하락을 전환할 혁신적 계기가 필요한 대구의 신청사는 모든 가능성을 두고 열린 사고로 미래를 위한 최선의 결과를 향해 도전해야 한다. 중심, 역사, 전통이 아니라 혁신과 도전이 유일한 대안이다.일류에서 초일류가 되려는 혁신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없었다. 무에서 출발한 세계 최고를 향한 기업가의 도전이 없었다면 무역 강국 대한민국도 없었다. 세계 최고를 향한 혁신과 도전으로 새로운 대구를 위한 과감한 출발을 해보자. 조선소 설계도만 들고 전 세계의 선주들을 찾아 세일즈하던 심정으로, 꿈의 청사진을 들고 대구의 구석구석을 찾아 희망의 터를 닦아 세계 무대에 내놓을 수 있는 걸작을 준비하자.대구 땅 어디라도 꿈과 희망의 자리라면 혁신적 설계를 하고, 벽돌 한 장마다 대구시민의 정성을 담아 초일류 도시를 향한 도전의 신청사를 지을 때까지 대구시민은 '아직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찬란한 대구의 봄을'.

2019-03-17 15:35:12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트럼프를 움직이는 나경원?

김정은'트럼프의 하노이회담 결렬나경원 원내대표 탓이라는 민주당北美 잘못 없음을 강변하려다 보니만만한 야당 대표를 표적으로 비판문정인 대통령 외교안보특보가 특이한 발언을 내놓았다. 미국과 북한의 하노이 2차 정상회담 결렬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문희상 국회의장과 미국을 방문해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등과 만나 '종전선언은 안 된다, 평화선언은 안 된다'고 얘기했다"며 "그런 것들이 워싱턴에서 (하노이 회담 결렬) 분위기를 만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문 특보의 발언에 앞서 정의당 김종대 의원 역시 비슷한 말을 했다. 김 의원은 "한반도 주변 정세가 '나경원 프레임'으로 짜여지고 있다"며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벌인 나 원내대표의 방미 외교 활동을 비난했다.글머리에 '특이하다'고 표현한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이들의 발언이 비난인지 칭찬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을 나 원내대표 탓으로 돌리려는 두 사람의 의도는 분명하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나 원내대표의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의미도 된다. 한국의 야당 원내대표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움직이고 미국의 외교 정책을 바꿀 수 있을 정도라니. 급기야는 한반도 주변 정세가 '나경원 프레임'으로 짜여지고 있다니. 역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미국에 이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 대한민국에 있었던가 의문이 아닐 수 없다.문 특보와 김 의원은 현 정부 여당과 궤를 같이하는 인사들이다. 빅딜이든 스몰딜이든 하노이 합의를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충격적인 회담 결렬 상황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었을 것이다. 이들의 입장에서 북한 책임론은 처음부터 내놓기 어려운 분석이다. 완전한 핵 폐기를 약속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최선희의 공언은 안 들은 걸로 하고 싶은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의 강공을 탓하기는 힘에 부친다. 미국이든 북한이든 당사자들을 거론하다가는 자칫 우리가 판을 깨는 데 앞장설 수도 있는 형국이다. 미국도 북한도 잘못이 없음을 강변하려다 보니 결국 만만한(?) 야당 대표를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문제는 이들의 인식과 분석이 초래할 후과이다. 나는 두 사람이 진심으로 나 원내대표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사실이라면 맥을 잘못 짚어도 한참 잘못 짚었다. 북한 문제에서 이른바 최고의 전문가를 자처하는 인사들 아닌가. 대통령과 정부의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입장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거대한 게임의 판세를 그처럼 단순하게 읽을 정도로 수준 이하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결국 북한 (핵) 문제에서 이성적·객관적 분석보다 감성적·주관적 희망을 앞세워 온 평소의 시각이 차가운 현실의 벽에 부딪힌 것이다.북한은 우리가 말하는 '북한 핵 문제'가 '조선반도 핵 문제'임을 줄기차게 주장해 오고 있다. 국내외 많은 전문가가 지적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 정부만 외면하고 있을 뿐이다. 트럼프가 정면으로 '북한 핵 포기'를 압박하는 순간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트럼프가 김정은과 마주 앉은 이유는 한 가지다. 그것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이 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궁지에 몰린 국내 정치 상황에서 숨을 돌릴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재선에 도움이 되는 정치적 이벤트라고 생각했다. 북한이 고집하는 어정쩡한 합의로는 효용 가치가 없을 것으로 본 트럼프의 판단 역시 당연지사다.문재인 대통령은 여전히 우리가 미북 간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한다. 미국과 북한이 상대방 최고지도자에 대한 직접 비난을 자제하는 상황은 아직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중재자를 넘어 당사자인 우리 정부도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트럼프를 움직이는 나경원' 식의 공허한 수사부터 그쳐야 한다. 특히 북한에 대한 낭만적이고 주관적인 희망 대신 냉정하고 객관적인 분석이 우선되어야 한다. 양쪽으로부터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라는 신뢰를 받아야만 우선 중재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03-17 15:34:34

김충섭 김천시장

[특별 기고] 사람이 바뀌면 도시가 달라진다

이 세상에 수명이 100년 이상인 동물들은 그렇게 흔치 않다. 인간의 수명은 최장 125년이라는 얘기가 있다. 인류 문명의 진보와 함께 인간의 수명도 늘어났지만, 시대와 장소 그리고 종족과 문화에 따라 평균수명에는 차이가 많은 게 사실이다.사람의 나이 일흔이 되는 때를 고희(古稀)라고 한다. 두보(杜甫)의 '곡강시'(曲江詩) 중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는 구절에서 생긴 말이다. 예전에는 70세를 넘겨 사는 이가 드물었다는 것이다. 요즘은 어떤가? 남성의 평균수명이 78세, 여성은 80세로 고희를 훌쩍 넘기고 있다.따라서 60세 환갑이나 70세 고희 개념이 희박해진 지 오래다. 70년은 2만5천550일이다. 생물학적 통계로 보면 머리카락이 563㎞ 자라고, 손톱은 3.7m 자라는 시간이라고 한다. 심장에서 피를 퍼 보내는 양으로 따지면 3억3천100만ℓ나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수많은 나날을 살아온 세월이 무의미한 것일까?중장년기를 넘어 완숙의 단계라고 할 수 있는 고희에 이르렀으니 한층 더 성숙해지고 안정적인 연륜이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무리일까? 지난 70년 시간을 되돌아보면 우리는 모두가 불가능하게 여겼던 일들을 성취하였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보릿고개 등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오랜 세월 우리는 어려운 시기를 숱하게 이겨냈고, 지금 우리는 당장 먹고살기에 급급하지 않을 만큼 성장했다. 미국 심리학계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제임스'는 금세기의 위대한 발견은 물리학이나 우주 공간에 로켓을 쏘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생각을 바꿀 때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바뀐다'고 했다.김천은 시로 승격된 지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그 장구한 역사 속에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작금의 현실은 아직도 그리 녹록지 않다. 김천에는 혁신도시가 있다. 남부내륙철도라는 초대형 사업도 가시화되고 있다. 메가시티의 기반도 조성되었다. 그러나 무언가 2%의 아쉬움이 있다. 그것이 바로 메가시티로 가기 위한 사회 구성원의 성숙한 의식이다.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시민의 정신 혁명인 '의식 개혁'이다.김천은 시 승격 70주년을 맞이하여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 시민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 부족한 무언가를 채우기 위해 'Happy Together 김천' 운동을 시작했다. 모두들 고개를 갸웃거린다. 무언지 딱 느낌이 오지 않는다고 한다.'성숙한 시민의식'은 과연 무엇일까? 거창한 것이 아니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다. 단순하다. '먼저 미소로 인사하자'는 것이다. '남이 보지 않을 때도 신호등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남이 버린 쓰레기를 줍고 나는 버리지 않아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갖자는 것이다.쉬운 일이지만, 막상 실천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안 된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먼저 해보자'는 운동이다. 의식이 변화되면 도시가 바뀐다. 김천의 작은 날갯짓이 경북을 바꾸고 나라를 바꿀 수 있다는 꿈은 실현 불가능한 것일까. 누군가는 시도해야 한다. 먼저 미소 짓자. 우리 모두 '미인이 되자' '환한 미소로 인사하는 당신은 아름답다'.

2019-03-15 13:03:32

김형준 명지대 교수

[춘추칼럼] 선거제도 개혁의 해법은 없나?

비례·조화·국민 공감 세 가지 원칙각 당 주장만 고집한다면 물건너가중앙선관위 개혁위 발족 합의 도출중립적 외부 전문가 과반수 구성을여야가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위해서는 최소한 세 가지 원칙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첫째, 비례성의 원칙이다. 정당이 얻은 득표만큼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그런데 '소선거구제 단순 다수제'를 근간으로 하는 현행 선거제도는 거대 정당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지난 2016년 총선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정당 득표에서 각각 25.5%와 35.5%를 득표했고, 실제 의석률은 41.0%와 40.5%였다.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44석, 새누리당은 18석을 더 많이 획득했다.한편, 소수 정당인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정당 득표에서 각각 26.7%와 7.2%를 얻었지만 의석률은 12.7%와 2.0%에 불과했다. 국민의당은 무려 45석, 정의당은 17석 적게 배당받았다.이런 맥락에서 소수 야 3당은 표의 등가성을 높이기 위한 최적의 수단으로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준연동형'과 같이 연동의 수준을 낮추자는 입장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정당 투표로 총의석을 결정한 후, 당선인은 지역구 의석을 먼저 배당한 뒤 그 나머지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둘째, 제도의 조화성이다. 무엇보다 권력구조와 선거제도 간의 조화성은 정국 운영의 안정성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대통령제를 채택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제도 궁합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채택되면 필연적으로 다당제가 되기 쉽다. 내각제 국가에서는 통상 여러 정당들이 참여하는 연립 내각이 보편화되어 있어 정국 운영에 별로 문제가 없다.반면, 대통령제에서 다당제는 여소야대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고 이념이 다른 정당들 간의 연정이 쉽지 않아 늘 정국 불안정의 요인이 된다. 또한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한데 야당이 여러 개로 쪼개져 있으면 제왕적 대통령을 견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권력구조 개편과 선거제 개편을 동시에 추진하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셋째, 국민 공감의 원칙이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접근할 경우 선거제도 개혁의 효과성에 대한 논의가 실종될 위험성이 크다. 가령,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 비례성은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지만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의원 정수의 과다한 증가다. 지역구 의석이 정당에 배분된 의석보다 많을 경우, 초과 의석이 발생되기 때문이다. 의원 정수를 기존의 300석으로 유지한다고 해도 필연적으로 초과 의석이 발생해 의원 정수는 최소 350명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이 제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독일에서 지난 2017년 9월에 치러진 연방 의회 선거 결과, 명목상 의원 정수는 598명이었지만 초과 의석이 무려 111석이 발생해 총 709명이 선출되었다. 더욱이 지역구에서는 단 한 석도 얻지 못한 정당이 비례구에서만 80석을 배당받았다. 과연 이런 결과를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한국당이 주장하는 비례대표제 폐지도 국민들이 공감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정치적 약자인 여성의 국회 진출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는 비례대표제 폐지는 여성 대표성 제고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이 세 가지 원칙을 함께 고려하지 않은 채 오직 자신들에게 유리한 원칙만을 고집한다면 합의를 통한 선거제도 개혁은 물 건너간다.게임의 룰인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보다는 헌법기관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제도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켜 개혁안을 도출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다. 국회 의석을 가진 정당은 의석 규모와 상관없이 단 1명만 위원회에 참석시키고 과반수 이상은 중립적인 외부 전문가로 구성해 국민이 공감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도출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2019-03-14 12:01:23

천영애 시인

[매일춘추]환경의 공습

물을 사먹게 되었을 때 머지 않아 공기도 사서 쓰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치부했다. 공기야 보이지는 않지만 세상에 흔하디 흔한게 공기이고, 도대체 공기를 어떻게 사 쓸 것인지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공기를 사서 쓰고 있다. 미세먼지가 대기를 강타하면서 공기청정기 없이는 견디기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외보다는 공기청정기가 있는 실내를 더 선호하게 되고, 미세먼지가 가득한 하늘을 올려다보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런 현상은 봄에 더 심하니 춥고 지루한 겨울을 견디고 맞이하는 봄치고는 잔인한 봄이다.공기가 부족해서 사서 쓰는 것이 아니라 오염된 공기 때문에 맑은 공기를 사서 쓰게 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는가. 예전에도 황사라고 해서 봄이면 흐린 날들이 지속되곤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처음 미세먼지를 제대로 실감한 날은 서울에 갔을 때였다. 서울에 들어서자 한강변이 흐릿했다.무슨 안개가 오후까지 이렇게 짙은가 싶어서 처음에는 오히려 그 풍경을 즐기기까지 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그것이 미세먼지라는 것을 알게 되자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숨이 막힐 것 같아 부랴부랴 대구로 돌아왔다. 대구 역시 서울 정도는 아니었지만 미세먼지의 공습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엄청난 일이 대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그런데 더 엄청난 것은 그 미세먼지를 막을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사실이다. 미세먼지라는 것이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한 국가가 아무리 애쓴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그러니 국민들이야 속수무책으로 견디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문명의 수준은 올라갔을지 모르나 인간이 근본적으로 기대고 살아야 하는 환경의 질이 떨어지면서 삶의 질도 하락하고 있다. 물을 사먹은지는 이미 오래 되었고, 이제 공기까지 사서 쓰는 시대가 되었으니 과연 문명의 발달만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인지 되돌아 봐야 할 시점이 되었다.인간은 자연과 떨어져 살 수가 없다. 자연은 인간이 기대고 살아가야 하는 근원적인 터전과 같은 것이어서 자연이 건강을 잃으면 인간 역시 건강해질 수 없다. 아무리 의학의 수준이 높아진다고 해도 자연의 공습 앞에서는 속수무책인 이유이기도 하다. 맑은 공기를 위해서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들을 포기해야 할 때가 온 게 아닌가 싶다. 천영애 시인

2019-03-14 11: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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