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김형준 명지대 교수

[춘추칼럼] 총선의 본질은 정권 심판이다

야당 심판 여론 도취 위기 자초 여당연일 정권 심판 매 버는 행위 일삼아꼼꼼히 따져 후회 없는 소중한 한 표이제 유권자의 시간 다가오고 있다총선이 8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이례적으로 정권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높게 나왔다. 하지만 총선의 본질적 속성은 정권 심판론이다. 대통령 임기의 중반기에 치러진다는 점에서는 정권의 중간 평가 성격도 갖는다. 국민은 정부의 정책성과 도덕성, 그리고 책임성을 토대로 잘했으면 지지하고 못했으면 응징하는 회고적 투표를 한다.1988년 이후 여덟 차례 총선 동안 집권당이 단독 과반 승리를 한 것이 단 세 차례에 불과했다는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 속에서 실시된 2004년 총선 때 열린우리당(152석), 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치러진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153석), 대선이 있는 해에 치러진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152석)이 각각 과반 승리했다.2016년 총선에선 야권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으로 분열되어 새누리당은 압승을 기대했지만 제2당(122석)으로 전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깊숙이 개입하면서 촉발된 막장 공천 파동 때문에 완패했다.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보여준 선거였다.최근 정부 여당이 허황된 '야권 심판론'에 도취되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인사 대학살과 검찰 직제 개편 추진', 이해찬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 청와대 정무수석의 '부동산 매매 허가제 도입 주장', 신임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의 '조국 무혐의 의견 개진', 문희상 국회의장 아들의 지역구 세습 논란 등 연일 악재가 터져 나왔다. 이런 와중에 진보 성향 검사가 최근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를 두고 "대한민국 헌법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공개 비판했다. 한때 진보 논객이었던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공직에 적합한 사람인지 근본적 회의가 든다"고 날을 세웠다. 이런 정부 여당의 악재와 비판이 쌓이면 정권 심판론은 순식간에 확산될 수 있다.최근 정부 여당을 향한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 리얼미터·tbs의 1월 셋째 주 조사(13~15일)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 긍정 평가는 45.1%인 반면, 부정 평가는 51.2%였다. 같은 조사에서 부정 평가가 절반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3주 차(50.8%) 이후 8주 만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민심의 풍향계라고 할 수 있는 중도층에서 긍정 평가가 40%대 초반으로 하락(42.2%)한 반면, 부정 평가는 50%대 중반(55.2%)을 상회했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37.0%, 자유한국당은 32.4%를 각각 기록했다. 두 정당 간의 지지율 격차가 4.6%포인트로 오차 범위 내로 좁혀졌다. 더구나 한국당과 새보수당 지지도(5.3%) 합이 37.7%로 민주당보다 높게 나왔다. 중도 진보가 이탈하고 정통 보수가 결집하고 있다는 방증이다.이런 민심 변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당과 새보수당 간의 합당 논의가 본격화되고, 안철수 전 바른미래당 대표도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 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정치 복귀를 선언했다. 이들 중도·보수 세력의 공통점은 여권 독주 저지다. 이제 유권자의 선택 시간이 다가온다. 문 대통령이 "국민 모두의 대통령"인지 아니면 '열혈 지지층만의 대통령'인지,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는 대통령"인지 아니면 '외골수 오기를 부리는 대통령'인지,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인사를 했는지" 아니면 '캠코더(문재인 캠프·코드 인사·더불어민주당) 낙하산 인사에 치중했는지'를 냉정하게 평가해서 심판할 것이다. 또한 '소득주도 성장'을 했는지 아니면 '소득주도 빈곤'을 가져왔는지, 검찰 개혁을 한 것인지 아니면 검찰 장악을 한 것인지,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축한 것인지 아니면 북한에 질질 끌려다닌 것인지를 놓고 심사숙고해 후회 없는 선택을 할 것이다.만약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청와대 참모 출신을 대거 영입해 문 대통령 친위 체제 구축에 앞장선다면 스스로 정권 심판론의 매를 버는 것이다. 단언컨대, 보수 통합이 되면 총선 판도가 야권 심판론에서 정권 심판론으로 급전환될 것이다. 그래서 선거는 청와대가 아니라 민주당이 주도권을 갖고 치러야 한다.

2020-01-23 15:49:04

김종협 (사)팔공산문화포럼 이사

[기고] 새로운 징비록 청탁 소

조선조의 명재상이던 류성룡은 관직에서 퇴임하고 낙향하여 국보 제132호로 지정된 징비록(懲毖錄)을 썼다. 징비록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격렬하고 피해가 컸던 임진왜란 7년 전쟁을 회고하고 반성하여 다시는 이 같은 낭패스런 참화가 없도록 조심하고 대비하자는 데 큰 뜻이 담겨있는 책이다.류성룡은 징비록에서 "나같이 불초한 사람이…지난날을 생각해보니 황송하고 부끄러워…용납할 수가 없다. 한가한 틈을 타서 내가 보고 듣고 한 임진(1592)년으로부터 무술(1598)년에 이르기까지의 일을 대강 기록하였다. 비록 보잘 것 없는 것이나 모두 당시의 사적이므로 버릴 수 없으며…이로써 내가 전원에 있으면서도 나라에 충성하고자 하는 뜻을 표시하기로 하고, 또한 어리석은 내가 나라에 보답하지 못한 죄를 나타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진실로 국정의 중요 책임자로서 능력의 한계와 직무수행 중의 잘못을 통감하고 나라와 백성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징비록을 썼다고 본다.봉건시대에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의 영의정 벼슬에 있던 사람이 고향에서 근신하면서 재임 중 수행한 국정의 주요 사항에 대해 사실을 기록하고, 과오를 자성하고, 시행착오를 거듭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 있음은 참으로 훌륭한 일이다. 징비록을 통해 국민의 공복으로 막중한 권한과 책무를 부여받은 고위 공직자들은 재임 중은 물론 퇴임 뒤에도 올바른 처신과 진중한 언행으로 국민 신뢰를 두텁게 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야 할 것이다.봉건시대의 역사는 흘러간 과거사라 하더라도, 우리가 혼을 쏟고 피땀 흘려 열어온 격동의 현대사를 더듬어 보면, 지도자로 받들었던 많은 고위 공직자들의 처신과 언행에 안타까움을 숨길 수 없다. 피아(彼我)를 따지는 진영논리나 국론분열상을 지켜보면, 정부의 고위직에 있던 사람들이 과욕을 추구하는 모습은 마음을 무겁게 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며 공동체에 혼돈을 더하게 하고 있어서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특히 대한민국의 불행이 된 탄핵정국에서 정부를 통괄하던 사람은 자성과 근신보다 '내가 아니면 안 되겠다'며 정치권의 앞장에서 투쟁하고, 당장의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에 있던 사람도 총선과 대선 준비 관련 언행으로 민망하기 그지없다. 지난 날, 국무총리 취임사에서 한분은 "모든 국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국정의 최우선 가치로 삼고, 국가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한분도 "지난 정부의 무능과 불통과 편향에서 유능하고 소통하는 새 정부를 통괄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2020년 벽두에 두 전직 총리 취임사를 반추해볼 때 과연 국민에게 한 약속들이 지켜졌는지? 어떠한 성과를 거두었는지? 과거보다 나아졌는지? 국민에게 밝은 비전을 제시하고 큰 희망을 주었는지? 모두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싶다.두 분은 스스로 평가하여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켰고, 임명권자를 잘 보좌하였으며, 국민의 마음을 읽고 수렴하여 밝은 비전을 제시하고, 큰 희망을 성취할 수 있는 의지와 봉사의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할 때에만 또 다른 공직을 담임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 이전에 국무총리의 직무를 수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소상히 회고하여, 새 시대 밝은 선진사회와 통일의 과업을 성취시켜 가는데 보탬이 될 보람과 가치가 있는 새로운 징비록을 써서 후세에 길이 남겨줄 것을 정중히 공개 청탁해 본다.

2020-01-23 15:34:58

박천 독립큐레이터

[매일춘추} 당신 속의 마법

고등학교 시절, 대학 입시를 위해 미술학원에 등록했다. 연필 잡는 법, 선 긋기, 원근법, 명암조절 등 기본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두 달 뒤 입시 과제인 석고상과 조우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지만 생각처럼 그려지지 않았다. 당시 선생님은 "이 부분은 시원하게 그려야 돼!", "여기서는 부드럽게!"라며 조언했다. 하지만 도대체 '시원하게', '부드럽게'가 무슨 말인지 몇 달간 그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채 헤매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마법처럼 이해하게 되었고, 이후 학원 강사를 하게 되면서 학생들에게 "시원하게!"라고 주문을 하는 나를 보게 되었다.타인에게 나의 생각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은 무척이나 힘든 일이다.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일상적인 대화에서조차 가치관이나 뉘앙스 등의 이유로 오해 혹은 곡해되어 소통에 차질을 겪는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 이는 언어가 가지는 불안정함에 기인한다. '1+1=2'와 같이 명료한 수학적인 기호들로 언어가 구성된다면 특별히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단어 하나에도 여러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 문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정확히 판단해야 정상적인 소통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의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속성 덕분에 메타포라는 형식이 생겨났고, 이로 인해 우리는 문학, 공연, 시각예술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사유를 확장시키고 지적 유희를 할 수 있게 되었다.시각 예술에 있어 메타포는 은유적이기도 하지만 직관적이기도 하다. 대체로 20세기 이전의 예술은 각각이 지니는 의미나 상징은 다를지라도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시기의 조각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 등의 작품들이 그러하다.20세기 이후의 예술은 은유적 표현을 통해 더 많은 메시지를 담기 시작한다. 르네 마그리트는 '이미지의 배반'이라는 작품을 통해 대상과 이미지, 언어와 사고 사이의 관계를 전복시켰고, 마르셀 뒤샹은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예술의 새로운 개념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기존의 제도권 예술계를 은유적으로 비판하였다. 이후 동시대로 이어지는 예술은 다분화되었고, 작가 개인의 표현방식에 따라 각각 다른 형식으로 나타나게 되었다.대구미술관의 전시 '당신 속의 마법'은 동시대 작가들의 다양한 형식과 메타포를 압축하여 구성되었다. 전시에 참여하는 류현민, 박정기, 배종헌, 안동일, 안유진, 염지혜, 윤동희, 이완, 이혜인, 정재훈, 하지훈, 한무창 작가는 예술, 사회, 일상, 관계 등의 주제로 각자가 응시하는 세계를 직관적으로 혹은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스마트폰, SNS 등을 통해 범람하는 기호들은 우리의 바쁨을 방패 삼아 숨 쉴 틈 없이 날아들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작가들은 전시를 통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기호들의 방공호로써 관객들에게 마법 같은 상상을 제공한다.

2020-01-23 11:25:45

칵테일

[이희수의 술과 인문학]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칵테일은 어떤 칵테일일까?

술 중에 가장 맛있는 술은 입술이며, 두 번째로 맛있는 술은 공짜 술, 세 번째로 맛있는 술은 외상술, 네 번째로 맛있는 술은 낮술이다. 혹자는 비가 부슬부슬 오거나, 눈발이 조금씩 내리는 궂은날 낮에 여자가 사주는 술(여자는 남자가 사주는 술)이 제일 맛있다고 한다. 입술이 가장 맛있는 이유는 입이 고급이기 때문이다. 모든 술은 고급 비싼 술이 더 맛있다. 스카치위스키 발렌타인(Ballantine) 12년보다 발렌타인 30년이 더 맛있고, 코냑 VSOP 보다 코냑 Extra가 더 맛있다. 십만 원짜리 양주보다 백만 원짜리 양주가 백만 원짜리 양주보다 천만 원짜리 양주가 더 향이 뛰어나고 맛있다. 사람 입맛은 사람 마음과 같다. 사람 마음은 정말 간사하다. 첫사랑이 나보다 잘살면 배가 아프고 첫사랑이 나보다 못살면 가슴이 아프고 첫사랑이 다시 와서 살자고 하면 머리가 아프다. 사람 입맛이 그렇게 까다롭고 간사하고 고급이기 때문에 외식업이 어렵고, 입술이 가장 맛있다고 한다. 단 예외의 술이 와인이다. 색깔별 와인의 종류는 레드 와인(Red Wine), 화이트 와인(White Wine), 로제와인(Rose Wine)으로 나뉘며, 레드 와인은 적포도의 씨와 껍질을 다 넣어서 만들고, 화이트 와인은 청포도로 만들거나 일부는 적포도의 씨와 껍질을 제외한 알맹이만 가지고 만든다. 로제와인은 레드 와인에 비해 짧게 발효 후 압착 하기 때문에 엷은 핑크색과 가벼운 향을 가지게 된다. 와인 초보자들은 비싼 고급 레드 와인이라도 씨와 껍질 속에 있는 탄닌(tannin) 성분으로 떫고 텁텁한 쓴맛 때문에 오히려 상큼하고 약간의 감미가 있는 싼 화이트 와인을 더 선호한다. 그래서 와인은 절대로 비싸고 고급이라고 해서 다 맛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칵테일은 무엇일까? 각얼음 대신에 다이아몬드를 넣어서 주는 수천만 원짜리 마티니 온더락(Martini On the Rock) 칵테일일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마시는 백만 달러의 애칭만큼 달콤한 밀리언 달러(Million Dollar) 칵테일일까? 오늘날 각자의 삶을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는 어쩌면 삶이라는 시험지를 앞에 두고 오늘도 정답을 찾으려고 허겁지겁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시험을 보고 얼마만큼의 성적을 내는가는 각자의 몫일 테지만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할 때에는 일하는 만큼의 휴식도 필요하다. 기분 좋은 행복한 추억을 담은 칵테일 한잔으로 잠시 쉬어가는 여유를 즐겨보자. 휴식은 곧 회복이며, 열심히 노력한 사람만이 휴식의 맛을 알 수 있다. 이희수 대한칵테일조주협회 회장(대구한의대 글로벌관광학부 교수)

2020-01-22 18:00:00

김은아(그림책 칼럼니스트)

[북돋움] 52년생 엄마의 취직

"딸, 나 취직했다." 엄마 밥이 생각나 무작정 친정으로 향한 어느 날, 여태 점심도 안 먹고 다녔냐는 걱정 섞인 타박과 함께 들려 온 엄마의 취직 소식에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엥? 정말? 어디에요? 하는 일은? 근무 일수는? 시간은? 시급은?"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딸의 질문에 엄마는 위풍당당하게 대답하셨다."가지 하우스, 가지 따기, 주5일 근무, 1일 3시간, 아침 9시 30분부터 낮 12시 30분까지, 시급 대략 9천원." 즉시 계산기를 두들기고는 이렇게 말했다. "엄마, 그 돈 내가 줄 테니까 그냥 편하게 지내면 안 돼요? 우리 집 농사만 해도 힘든데.""야야, 그런 말 마라. 요즘 같은 세상에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 취직시켜 주는 데가 어디 있다고. 힘든 일은 주인이 다 하고 우리한테는 편한 일만 시켜서 오히려 미안하구만은. 오후에는 집안일 하면 되고 친한 아줌마랑 같이 다니니까 지겹지도 않고 좋은 점이 참 많다."그렇다. 엄마는 돈벌이를 떠나 밖에서 온전히 당신만의 일을 하고 싶으셨던 게다. 텃밭 농사를 짓지만 거기서 나오는 건 가족의 양식이 되므로 수익과는 거리가 멀다. 40년 남짓한 세월을 아버지 가게 일을 거들며 비서처럼 사는 동안 엄마가 받은 월급은 최소한의 생활비였고 엄마의 시계는 아버지의 24시간에 맞춰져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일터까지 오가는 시간을 포함해 하루 4시간을 집에서 벗어나 그녀만의 세상으로 나아간다.4개월이 지난 지금, 엄마는 여전히 직장인이다. 비 오는 날과 농약 치는 날은 휴무인데 꿀맛 같은 휴가라고 좋아하신다. 그렇게 엄마는 직장에 대한 애정과 나이 든 사람을 일꾼으로 써주는 농장 주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매달 통장으로 들어오는 월급이 주는 기쁨을 즐기고 있다.'55년생 우리엄마 현자씨'(책들의 정원)를 봤다. 작가이자 출판사 대표인 딸(키만소리)이 엄마의 홀로서기 에피소드를 만화와 에세이 형태로 엮은 책이다. 그런데 엄마를 주제로 한 여느 책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주인공인 현자 씨는 딸이 여행을 하느라 해외에 있는 2년 동안 컴퓨터를 배웠다. "딸, 엄마 이제부터 컴퓨터도 배우고 영어 공부도 해서, 혼자 비행기 타고 너 있는 곳으로 놀러 갈 거야." 첫 메일은 서툰 솜씨로 써내려간 고작 다섯 줄에 불과했지만 딸은 엄마가 행복해하고 있음을 느꼈다. 1시간씩이나 걸려 완성한 메일은 엄마의 두 번째 인생 일기나 다름없었다.현자 씨는 블로그 기자가 되었고 영어를 배우고 춤추러 다닌다. 환갑이 훌쩍 지난 그녀의 인생이 빛나기 시작했다. "내 나이가 어때서"를 외치는 현자 씨는 이렇게 말한다."환갑이 넘도록 살아보니 하고 싶은 일만 해도 인생이 모자라더라. 살면서 깨달으면 그땐 이미 너무 늦어. 그러니 지금이라도 나로 살아 봐. 살아 보니 그게 맞더라. 별일 없는 하루도 내가 나로 살면 그게 맞아."52년생 우리 엄마 정임 씨의 히스토리에도 그 시절 대한민국 여성들이 두루 겪어야 했던 보편적인 사연이 녹아 있다. 가난, 결핍, 희생, 헌신, 양보, 인내라는 단어로 압축 가능한. 결혼 후 새로 형성된 가족 체계의 특수성은 정임 씨의 삶을 전투적으로 바꿔 놓은 것 같다. 곳곳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왕년에 그 정도 고생 안 하고, 그 정도 사연 없이 산 사람이 어디 있냐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누가 나에게 그 시절을 살라고 하면 손사래 치며 도망갈 테다.결혼 전까지만 해도 정임 씨는 서울서 타이피스트로 일하는 직장인이었다. 결혼 후에는 어린 두 딸을 앉혀 놓고 과거 엄마가 얼마나 일을 잘했고 인기가 많았는지 종종 얘기하곤 했다. 그런데 딸들은 "또 옛날 얘기"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지금도 시골집 창고에는 오래된 타자기가 있다. 여태 그걸 보관하고 있다니. 젊은 시절을 함께했던 타자기를 볼 때마다 정임 씨는 어떤 상념에 잠길까.알면서도 딸은 외면했다. 엄마의 펼치지 못한 꿈과 헛헛한 마음을. 그래서 이제는 엄마의 삶을 무조건 응원해야 하는데 머릿속에는 여전히 전통적인 엄마상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확실한 건 엄마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정임 씨는 지금 빛나고 있다.

2020-01-22 18:00:00

이도수 경상대 명예교수

[불가사의 인도] 세계 최대 신화 발생지라고 자랑하는 인도인들

필자와 토론을 즐기는 인도인 동갑내기 친구 토마스 싱 박사는 동북아시아 역사 전공자로 동양 문명 발상지 중 하나인 인도 출신임을 자랑한다. 싱 박사가 "인도는 무려 3억3천 개나 되는 신화가 탄생한 곳이야"라고 자랑하기에 내가 이렇게 반문했다. "그 많은 신화가 다 어디에 기록되어 있는데?"라고 하자 싱 박사는 "고대 힌두 경전에 실려 있어. '베다'는 지식이라는 뜻이야. 말하자면 선사시대부터 인도 조상들이 축적해온 지식의 보고인 셈이지"라고 했다."그게 화석화된 구닥다리 지식이 아닐까 싶은데." 발끈하는 그를 논리적으로 설득시키기 위해 그리스신화 얘기를 들려줬다. "그리스는 유럽 대륙 변방에 위치한 조그만 나라이지. 그 작은 나라에 자리 잡은 올림포스산은 인도의 히말라야산에 비하면 규모가 100분의 1에도 못 미쳐. 그 올림포스산에서 발생한 수많은 신화가 오늘날 전 세계인들에게 인류 보편 문화재로 인정받고 있어. 그런데 세계 최대 거산 히말라야에서 발생한 3억3천 개나 된다는 인도신화가 인도 바깥 세계에는 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지 알아?"라고.싱 박사가 묵묵부답으로 나를 응시하기에 이렇게 말했다. "그리스에서 발생한 신화를 로마제국에서 받아들여 신화 주인공들 이름을 로마 언어인 라틴어식으로 바꾸어 로마제국 전역에 확산시킨 사실을 아는가?" 싱 박사는 그거야 알지. "올림포스산의 주신 제우스를 라틴어식 주피터로, 사랑의 신 에로스를 라틴어식 큐피드로 고쳐 부르는 등 완전 번안했지"라고 하기에 필자는 "중요한 사실은 그리스신화 주역 신들의 이름만 바꾸었을 뿐, 내용은 전혀 바꾸지 않았단 말이야". 왜 그랬겠어?그리스인들이 로마인들보다 지적으로 더 많이 깨친 걸 인정한 때문이지. 그뿐만 아니라 로마제국은 그 후에도 로마 통치 아래 소아시아에서 발생한 기독교에 대해 위협을 느끼며 박해했지만 끝내는 기독교 교리를 인정하여 국교로 삼았어. 로마제국 멸망 후 로마제국 영향 아래에 있던 유럽 여러 나라들의 기세가 세계 6대륙으로 뻗어가면서 인류에게 인류의 보편 지식을 보급시켰어. 그 결과 오늘날 세계 베스트셀러 도서 1위를 성경이 차지하고, 2위를 그리스로마신화가 차지했어.잠자코 듣고 있던 싱 박사가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반격을 시작했다. "그리스로마신화는 인류문명사를 반영하는 인류보편신화이고, 인도고대신화는 화석화된 구닥다리 신화란 말인가?"라고 하기에 필자는 그에게 솔직히 말했다. "동양문명 발상지인 중국과 인도처럼 역사가 오래된 만큼 인류 여명기 이전부터 전해온 낡은 신화들이 겹겹이 쌓이기만 했지 로마제국처럼 객관적인 가치판단 기준에 따라 걸러지고 수정되는 일이 없었거든. 나의 유년 시절만 해도 주변에 온갖 신들이 득실거렸어. 동구 밖 고목에는 마을수호신, 공동우물에는 우물지킴이신, 장꼬방신 등이 도처에 있다고 믿었다"고 했다.이처럼 원시시대에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수많은 신들이 있었지. 지금도 후진국에서는 별의별 신화가 있다더군. 솔직히 말해 3억3천 개 신화가 수록된 힌두 경전을 신주단지 모시듯 하는 인도인들이 의식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고대 동양문명 발상지였던 인도가 한때 변방이었던 일본이나 한국의 관광객들에게 후진 문명의 찌꺼기를 보여주는 구경거리 신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봐.이에 발끈한 싱 박사가 "인도가 뭐 일본이나 한국의 구경거리 나라라고?" 따지고 들기에 내가 이렇게 말했다. "그래. 주인 없는 비쩍 마른 소가 대도시 거리를 어슬렁거리다가 어떤 집 문간에 이르면 집주인이 전생의 인연 운운하며 반겨 들여 칙사 대접해 보내는 기현상이 외국 관광객들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아니고 뭔가? 또 인도인들이 성스러운 강이라고 여기는 갠지스강변 화장터에서 시체 태우는 광경을 바라보며 강 건너편에서는 집단 목욕을 하고, 그 바로 아래서는 오염된 강물을 성수라며 담아가는 모습이 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아니고 뭔가?"라고 필자는 말했다.

2020-01-22 18:00:00

김동규 영남대 명예교수

[기고]적막강산 대구시 겨울 스포츠

선진도시의 평가에 있어 스포츠의 중흥은 이미 중요한 요소가 된지 오래다. 과거 군사문화시절에는 올림픽을 비롯한 국제스포츠대회의 성적으로 국가의 위상을 매기곤 했으나, 오늘날에는 오히려 프로스포츠의 활성화가 도시는 물론 국가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참여로서의 스포츠 못지않게 관람으로서의 스포츠도 문화의 한 축이 된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우리나라도 1982년 야구를 필두로 1983년 축구, 1997년 농구, 2005년 배구 등이 프로스포츠로 출범해 자리를 잡고 있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야구나 축구, 겨울철이 되면 추위를 피해 실내스포츠인 농구와 배구장으로 팬들이 찾아 즐기곤 한다.프로스포츠는 우리나라도 예외 없이 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다. 구단의 입장에서는 관중동원이 용이하고, 팬으로서는 연고 팀에 대한 애정으로써 관람의 묘미를 더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업의 홍보에 민감한 재벌들은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스포츠구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자체에서도 시민들에게 문화적인 서비스차원에서 프로스포츠 팀을 보유하고 있다.그러나 대구시는 아쉽게도 야구와 축구 외에 겨울 스포츠종목과는 연고를 맺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민의 입장에서는 겨울철의 놀이공간이 그만큼 제한될 수밖에 없다. 물론 핸드볼 등 즐길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제한된 경기 등으로 시민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에는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국내 겨울 프로스포츠의 지역연고를 보면, 서울은 남자농구와 남녀배구 등 3팀이 있으며, 부산도 남녀농구 2팀, 인천은 남녀 농구 및 배구 등의 4팀, 대전은 남녀배구 2팀과 연고를 맺고 있다. 이외에도 울산, 창원, 전주 등도 남자 농구팀을 두고 있다. 250만 광역시인 대구에만 겨울철 프로 스포츠시장이 적막강산이다. 이에 대한 책임을 대구시에 전가할 수만은 없겠으나, 기존의 연고 팀을 떠나보내고 그에 대한 사후대책에 관련 부서가 무심하다면 시민들로서는 섭섭한 일이 아닐 수 없다.대구시가 겨울 프로스포츠 팀을 유치하려면 우선 경기장시설을 보완해야 한다. 1971년에 건설된 프로 스포츠경기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경기장인 대구체육관이 노후로 철거되어야 한다고는 하나, 이에 대한 재차 정밀검사를 통해 보완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게 옳다. 사정이 같을 수만은 없겠으나 1963년에 국내 최초의 체육관으로 건립된 장충체육관은 아직도 건재하지 않은가?이와 함께 대구시민의 복지차원에서 겨울 프로스포츠 팀의 유치에 대구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프로스포츠 팀에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의 정비도 필요하다. 사계절 대구시민의 다양한 놀이공간을 제공하겠다는 지자체의 서비스정신이 보다 절실한 것이다. 시 당국의 관심표명 없는 상태에서 체육인들만의 열성으로 프로스포츠 팀의 유치를 기대하는 건 난센스다.

2020-01-22 15:10:06

오정일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새론새평]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비일관성(非一貫性)

월성1호기 영구 정지 승인 비난 빗발안전성으로만 판단내렸다는 원안위사고관리계획서는 왜 검토 안 했나지금은 맞고 그땐 틀렸다는 것인가2019년 12월 24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월성1호기 영구 정지를 승인했다. 이 결정에 대한 비판이 많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2018년 6월 월성1호기가 안전하지만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원안위에 영구 정지를 신청했다. 현재 감사원이 한수원의 경제성 분석이 타당한지 조사하고 있다. 감사원이 월성1호기가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하면 한수원의 신청이 잘못된 것이므로 원안위의 승인은 효력을 잃을 것이다. 다른 비판은 원안위의 승인으로 한수원이 월성1호기 개보수(改補修)에 지출한 7,000억원이 사라진다는 것이다.원안위의 입장은 "원안위는 경제성이나 매몰(埋沒)비용을 고려하지 않는다. 한수원이 영구 정지를 신청했으므로 영구 정지의 안전성만을 판단했다"이다. 이는 재미있는 논리이다. 한수원이 영구 정지를 신청할 때 월성1호기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고려했으나 원안위는 '영구 정지'의 안정성만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면 원안위는 별로 할 일이 없는 기관이다. 정말 그런가? 원안위법을 보자. 제11조에 원안위의 사무는 원자력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이라고 되어 있다. 또한 제12조에 의하면 원안위의 의결 사항은 원자력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의 종합·조정이다.원안위법 제11조와 제12조에서 눈에 띄는 단어는 '안전관리'와 '종합·조정'이다. 원안위는 원전의 안전을 관리하고 관련 사항을 종합·조정하는 기관이다. 제11조의 안전관리는 원전사고의 위험을 관리한다는 의미이다. 위험관리는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 아니다. 적은 비용으로 위험을 최소화(最小化)하는 것이 위험관리이다. 관리라는 개념에는 경제성이 내포되어 있다. 제12조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의 종합·조정은 원전의 안정성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원전의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종합·조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현재 원안위의 인적 구성을 보면 이 기관의 기능이 명확해진다. 8명의 위원 중에서 원전전문가는 3~4명이다. 나머지 위원들의 전공분야는 다양하다. 원안위의 기능이 원전의 안전성만을 판단하는 것이면 원전전문가들로 원안위를 구성하면 된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로 원안위를 구성한 이유는 이 기관이 원전의 안정성, 경제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상충(相衝)하는 사회적 가치를 조정해서 원전 관련 의사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원전을 운영하는 한수원이 영구 정지를 결정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독립적인 원안위가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한 번 더 평가하기 위해서이다. 일종의 더블 체킹(double checking)이자 권한 분산이다. 원안위는 한수원의 보조기관이 아니다."원전은 안전하다"라고 말할 때 그것이 원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0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적은 비용으로 원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한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원전은 위험하다"는 원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이 비경제적이라는 뜻이다. 원전의 안전성은 그 자체로 경제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원전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0인 원전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물리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므로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 안전성이 중요한 가치이지만 그것이 절대적이고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경제성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무시할 수 없다. 모든 정책적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2020년 1월 10일 원안위는 4년 전 한수원이 신청한 월성1~4호기의 '사용 후 핵연료 보관시설(맥스터)' 증설(增設)을 승인했다. 이번에는 원안위가 사고관리계획서도 검토하지 않았다. 원안위는 「사고관리계획서」 검토와 증설 심의가 별개라고 했다. 월성 2~4호기는 연간 136억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맥스터가 증설되지 않으면 2021년 11월 월성 2~4호기가 멈춘다. 월성 2~4호기가 멈추면 전력 공급이 감소하므로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원안위가 경제성도 고려한 것인가? 원전의 안정성만 판단하는 원안위라면 「사고관리계획서」를 검토했어야 하지 않은가? 원안위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인가?

2020-01-22 14:48:28

포스터로 아이들과 소통하는 인천시교육청의 모습. 사진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의 광고이야기] 말하면 실패한 광고, 들으면 성공한 광고

우리는 하루 평균 5,000여 개의 광고에 노출되어 있다. 그중에서 사람들이 기억해내는 광고는 5개 미만이다. 그만큼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과잉의 시대에 숨 쉬고 있다. 여기서 창업가들의 한숨이 들리는 듯하다. '그럼 광고해봤자 소용없네. 5,000여 개의 광고와 경쟁해 어떻게 기억에 남게 하냐고!'라는 불평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하다. zero to one의 저자 peter thiel의 말처럼 경쟁하지 않는 영역에서 싸우는 것이 비즈니스에서는 옳다. 하지만 경쟁이 불가피하다면 필자의 칼럼을 찬찬히 읽어보길 바란다. 그런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자 시작한 칼럼이다.유튜브를 켜면 수많은 광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면 기다렸다는 듯이 브랜드의 장점을 쏟아낸다. 출발점이 잘못된 것이다. 브랜드와 소비자는 동상이몽일 수밖에 없다. 브랜드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해 돈을 주시오!' 소비자는 '내 지갑 속에 돈을 훔쳐갈 생각 하지 마!'라는 생각으로 버틴다. 손가락에 온 힘을 다해 광고 스킵 버튼을 누른다.여기서 실패하는 광고와 성공하는 광고가 나뉜다. 실패하는 광고는 그 중심이 자신들의 브랜드에 있다. 즉,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성공하는 브랜드를 살펴보자. 그들은 철저히 고객 중심이다. 고객이 무슨 말을 듣고 싶을까를 연구하고 그 워딩을 찾아낸다. 그리고 그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 광고에서 그 말을 토해낸다. '너 지금 치즈 케이크 먹고 싶지? 그래서 준비했어'라고 말한다. 짜장면이 먹고 싶은 사람에게 절대 탕수육 얘기를 하지 않는다.지난해 가을, 인천시교육청에서 광고 의뢰가 들어왔다. 매스컴에서 쏟아진 안 좋은 워딩으로 인천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었다. 그것을 지워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슴에 간직한 채 아이들이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천의 아이들이 어떤 말을 듣고 싶은지 고민해봤다. 요즘 아이들과 관련한 뉴스를 보면 안타까운 것들이 주를 이뤘다. 성적을 비관한 나머지 생을 마감하는 아이들, 왕따로 고통받는 아이들이 뉴스 속에 있었다. 동시에 필자의 학창시절을 되돌아봤다. 우수한 성적으로 명문대를 입학한 친구들이 사회에선 실패한 모습을 보았다. 반대로 반 평균을 깎아 먹던 아이들은 일찌감치 창업해 매출 10억 원의 창업가가 된 모습도 보았다. 즉, 학교의 기준이 세상의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학창 시절엔 성적이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자존감이 낮아지기 마련이다. 학교라는 작은 세상의 기준이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아이는 천재로 태어난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아이들이 세상에 꼭 필요한 존재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사실 그건 내가 하고 싶은 말이기 전에 아이들이 간절하게 듣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그렇게 써 내려간 글이 '세상에 필요하기에 네가 왔다'이다. 너는 꼭 세상에 필요한 존재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이 광고를 보고 자존감을 회복하길 바랬다. 인천시교육청은 이 광고를 곧바로 신문에 게재했는데 신문사에서 연락이 왔다. 제대로 낸 광고가 맞냐고. 기존의 교육청 광고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전라도의 한 학교에서는 포스터를 보내줄 수 없냐고 문의가 왔다. 아이들이 이 광고를 보면 좋아할 것 같다고 말이다. 인천시교육청은 기쁜 마음으로 포스터를 내주었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20-01-22 11:14:42

이지영 교육극단 아트피아 대표

[매일춘추] 행복한 상상, 'Magic if~'

예전 대구 자갈마당 옆 금수세탁소를 배경으로 한 연극 '동화세탁소'에서 안젤라 역을 맡게 되었다. 안젤라는 사창가에서 일하는 여성이었다. 도움이 될 만한 자료들을 찾아 읽고 보기를 반복했다. 결국 선배에게 생각을 나누었고, 선배는 차를 몰아 어디론가 급하게 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골목에 들어 선 순간 눈앞에는 영화 같은 장면이 펼쳐져 있다.그곳은 작품의 배경인 자갈마당이었다. 찰나였지만 그날 보고 느꼈던 모든 감각들을 동원해 역할에 대한 여러 가지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극중 배역이 처한 상황과 정서를 파악하기 위해 '만약에 내가~' 라는 가상의 세계를 상상하며 캐릭터를 구축해 나갔다. 러시아의 연극 연출가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만들어낸 연기법 중 하나인 'Magic if~'는, 배우가 '만약에 내가 ···라면' 이라는 식의 상상의 마술을 발휘해 내면과 외면적 행동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Magic if~'를 통해 안젤라 내면의 강한 의지와 사랑, 하지만 하루하루를 피폐함으로 살아 갈 수밖에 없는 외면적 행동 속에서 안젤라의 삶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치열하게 살아갈수록 밀려오는 정서적 갈등과 성적 수치심, 불안한 심리의 상처투성이 안젤라의 쓸쓸했던 삶은 이십대 초반의 나이에 감당하기에 벅찼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역할에서 벗어나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길이 너무 멀고 아픈 시간들이었다.실제로, 영화 배트맨에서 조커 역을 열연한 잭 니콜슨은 그 광기어린 배역 때문에 스트레스와 정신적 불안이 폭발하여 촬영장에서 온갖 히스테리를 부렸다. 하루 만에 그만두는 보조 연출자들이 10명이 넘게 나왔다. 영화촬영이 끝난 후 2년 동안 여기저기를 떠돌아다니면서 익명으로 정신상담을 받고 정신을 가다듬었다고.긍정적인 상상은 사람을 행복하고 흥분되게 만들고, 부정정인 상상은 앞선 걱정과 불안감을 준다. 선택하지 않은 또 다른 길에 대한 상상은 생각의 방향에 따라 때로는 후회를 때로는 위안을 주기도 한다.가끔 사람들은 '우리나라는 이래서 안 된다', '이러니까 헬 조선이지' 라는 식의 부정적인 말들을 많이 한다. 그런 말을 들을 때 마다 마음이 이상하다. 우리가 이렇게 좋은 세상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우리 선대의 헌신적인 힘이 아닌가. 생각하고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허물이 있다고 해서 부정적인 말과 행동들로 에너지를 몰아간다면 더 팍팍하고 더 살기 힘든 세상이 될 것이다.인정하고 이해하며 긍정적인 의지로 에너지를 모아 험난한 길을 함께 극복해 나간다면 더 좋은 세상을 추구할 수 있지 않을까. 부정적인 생각에 맞서 긍정적인 상상으로 필터링하고 채우고 믿어보자. 그리고 어떤 상황에 대해 의구심이 생기고, 사상과 감정이 침묵 할 때 '만약에'라는 행복한 '상상'을 펼치고 외쳐보자.'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노래하듯이.

2020-01-22 11:12:35

유재경 영남신학대학교 기독교 영성학 교수

[종교칼럼]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트렌드 코리아가 선정한 2020년 10대 키워드 중 하나는 '업글인간'이다. 성공보다 성장에 집중하는 트렌드를 '업글인간'으로 표현한 것이다. 다른 사람과 경쟁하고, 성취하는 데 몰입하기보다는 자신의 발전과 변화를 추구한다는 의미가 그 속에 담겨 있다. 이처럼 현대인들은 단순한 스펙이 아니라 삶 전체의 질적 변화를 갈구하고, 어제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싶어 한다.새해가 시작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난해와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자신을 바라보며 조바심을 느낀다. 무엇이 나를 바꾸어 놓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올해는 변화를 경험하며 살 수 있을까. 변화는 먼 곳에 있지 않다. 작은 습관을 바꾸는 데서 변화를 경험하자.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는 "우리의 삶이 일정한 형태를 띠는 한 우리 삶은 습관의 덩어리일 뿐이다"고 했다. 우리는 매일 결정하는 선택들이 신중한 판단의 결과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선택은 습관의 산물이다.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지만, 사소한 사건들이 하나둘 쌓이면 세상은 물론이고, 역사도 바뀐다. 큰돈을 벌고, 권력을 쟁취하고, 좋은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사실, 믿지 못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은 지극히 작은 습관이다. 돈이 복리로 불어나듯이 습관도 반복되면 그 결과가 곱절로 불어난다. 일상의 작은 습관들은 우리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 매일 운동을 하는가, 매일 책을 읽거나 새로운 것을 배우고 있는가, 내면의 평안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있는가. 사소해 보이지만 작은 습관이 우리의 미래를 결정한다.습관은 인간에게 유익을 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철학은 덕(virtue)을 '하나의 습득한 인간의 성질'로 본다. 덕도 결국 좋은 도덕적 습관이 아닌가. 좋은 도덕적 습관이 선을 지향하는 성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자녀들이 옳은 일, 선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선한 사람이 되고 올바른 사람이 된다는 것은 덕을 내면화시켜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살도록 하는 것이다. 습관이 제2의 천성이 되어 우리가 숨을 쉬듯 생활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누가 올바른 사람으로 태어나고, 사랑이 가득한 사람으로 태어나는가! 그렇게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올바른 행동을 함으로써 올바른 사람이 되고, 사랑함으로써 사랑의 사람이 되는 것이다.습관은 잊힐 수도 있고 변할 수도 있으며 대체될 수도 있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습관은 우리의 뇌 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다. 심지어 기억은 사라져도 습관은 남는다. 그만큼 우리에게 습관은 중요하다. 그래서 종교와 철학도 '훈련' '수행' '실천'이라는 말을 하는 것이다. 영혼의 훈련은 탁월한 종교인을 낳고, 지성의 훈련은 뛰어난 철학자를 배출한다. 위대한 사도였던 바울은 사랑하는 제자 디모데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경건한 사람이 되도록 훈련하시오. 육체의 훈련은 약간의 유익이 있으나 경건은 모든 일에 유익이 있으며."(디모데전서 4: 7, 8) 우리 인생의 변화도, 아름다운 신앙의 삶도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작은 습관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작은 경건의 훈련이 쌓여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는 것이다.

2020-01-22 10:05:18

홍순만(연세대 행정대학원 부원장)

[경제칼럼] 저출산·고령화와 정부의 재정정책

연금·복지 지출 빠르게 늘어나는데근로 인구 줄어들며 세수입은 감소정부는 저금리 시기 재정투자 확대중장기 성장 견인할 유망 사업 발굴한국 사회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고령화는 한국 경제의 활력에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여러 문제 중에서도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재정건전성이다. 노인 인구가 증가하며 연금과 복지지출은 빠르게 증가하지만 그러한 지출을 감당할 세수입은 근로인구 감소로 인하여 줄어들 것이다.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전문가들은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상반된 처방을 제시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금 및 복지지출 증가를 감당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충분한 재정여력을 확보할 것을 주문한다.이 관점에 따르면 정부는 지출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고 국가채무비율을 적정선에서 관리해야 한다.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여 정부가 부채 증가를 두려워하지 말고 중장기 성장을 위한 과감한 재정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정지출을 통하여 출산을 장려하고 선진국 수준의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여 새로운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연 어느 쪽 주장이 맞을까?이 두 주장을 이해하기 위하여 나라살림을 가계 살림에 비유해 보자. 여러분들이 은퇴 이후에 자녀 교육비 등으로 지출이 크게 증가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여러분들은 은퇴 이후 예상되는 지출증가에 대비하여 현재시점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한 가지 대안은 지금부터 지출을 줄이고 절약한 돈으로 적금에 가입하는 것이다. 현재 아끼고 저축한 돈으로 은퇴 이후의 지출을 감당하는 방법이다. 또 다른 대안은 은행에서 과감히 빚을 내서 은퇴 이후 고정소득을 보장해줄 수 있는 유망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다.위 사례에서 보듯이 여러분들이 은퇴 이후를 대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어느 대안이 꼭 옳다고 말할 수도 없다. 다만 두 대안의 타당성을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있다. 바로 금리 수준이다.금리가 낮을수록 적금에 가입하는 대안은 불리해지고, 은행 대출을 받아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는 대안은 유리해진다. 나라살림도 마찬가지이다. 금리가 낮을 경우, 정부가 적은 비용에 부채를 늘리고 재정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정부의 투자가 결실을 맺게 되는 시점에는 경제소득 증가로 큰 폭의 증세 없이도 불어난 국가채무의 상환이 가능해질 수 있다.현재 전 세계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두 대안 중 후자, 즉 재정투자 확대가 유리하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국제통화기금(IMF) 신임 총재가 한국을 지목하며 정부지출을 적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이러한 주장도 저금리 상황의 경제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다만 정부의 재정투자 확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첫째, 정부 지출이 국가의 중장기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분야에 투자되어야 한다. 가계 살림 사례에서는 유망한 사업을 발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정부라고 다를 리가 없다. 정부예산의 규모에 대한 논쟁보다는 과연 정부가 미래 성장을 견인해줄 수 있는 분야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국가예산이 현금 살포성 복지지출에 집중된 것은 아닌지, 정부가 최소 10년 후의 미래를 내다보며 공공인프라 구축, 과학기술 분야의 인재양성에 투자하고 있는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둘째, 정부의 재정투자는 민간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마중물로 활용되어야 한다. 정부가 사회의 모든 문제를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하고 가능하지도 않다. 결국 시장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정부는 재정지출 확대를 통해 시장에 낙관적 기대를 확산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기대가 있어야만 기업은 신규 투자를 추진하고,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될 수 있다. 정부는 최근 벌어지고 있는 기업들의 투자 감소와 '탈(脫)한국' 현상의 심각성을 인지해야 한다.마지막으로 재정지출 확대와 함께 관련된 정부기능도 정비되어야 한다. 우선 재정지출의 성과를 측정하고 평가하는 기능이 강화되어야 한다. 또한 성과 정보에 근거한 지출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정부가 5년 단위로 편성하고 있는 중기재정계획과 실제 예산편성간의 연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2020-01-21 15:20:00

독일은 각 도시마다 매년 강아지세(Hundesteuer)를 부과한다. 뮌헨의 경우 소형견이 100유로 정도다. 해당 세금은 애견이 방문하는 공원의 잔디관리, 대소변처리, 동물보호경찰관 운영 등에 사용된다. 셔터스톡 제공.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반려동물 보유세 논란의 본질

동물병원 로비에서 보호자들 사이에 '개 보유세가 부당하다', '아니다, 필요하다'며 언쟁이 일어났다. 발단은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2차 동물복지종합계획(2020~2024년)에 개 보유세를 언급하면서부터다.동물복지종합계획에 따르면 10월4일을 동물보호의 날로 지정하고,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와 동물등록에 비문홍채 인증제를 도입하는 등 국민정서에 부합하는 정책들을 제시했다. 하지만 동물보호와 관련된 재원 확보를 위해 반려인에게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를 부과하려는 방침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독일의 경우 대부분의 도시에서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은 등록을 의무화하고 소형견 기준으로 매년 100유로(13만원) 정도의 강아지세(Hundesteuer)를 내야 한다. 돌보는 동물이 많을수록 개체마다 부과되는 세금이 높아진다.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은 애견이 방문하는 공원의 잔디관리, 대소변처리, 동물보호경찰관 운영 등에 사용된다. 독일은 반려동물에 대한 배려과 책임감이 매우 모범적인 나라이며 일부 발생하는 유기동물마저도 안락사 없이 보호받으며 대부분 재입양되고 있다. 생명을 배려하는 시민 의식과 제도가 합리적으로 잘 융합돼 있다.농림축산식품부도 이러한 사례를 근거로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를 언급한 듯하다. 하지만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의 취지와 용도를 잘못 이해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는 2015년도 15억원에 불과했던 동물보호 예산이 2019년 136억원으로 급증하였음을 예로 들며 향후 급증할 동물보호 사업에 소요될 재원을 반려인에게 부과시키고자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를 고려한다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언뜻 합리적인 주장같지만 이 주장은 동물 학대와 유기에 대한 책임 주체가 반려인임을 전제하고 있다.그렇다면 반려인은 유기동물을 발생시키는 원인 제공자일까? 반려인은 유기동물을 발생시키는 주체가 아니다. 반려인은 동물을 가족으로 대하며, 동물등록과 중성화수술, 동물의 건강 유지에 만전을 기한다. 이에 반해 개를 축산동물로 이해하고 하루종일 묶어두거나, 개와 고양이를 집 밖으로 배회시키는 소유주는 당연히 동물을 유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사람들은 동물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며 동물등록조차 하지 않으려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후자의 사람들까지 다 같은 반려인으로 묶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또 하나 더 의문을 제기해 보자. 반려인은 국가동물보호사업에 무임승차하고 있을까? 2019년 정부가 조사한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3조 원 정도로 추정한다. 반려인이 동물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에는 10%의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으며, 반려동물 사업장은 수익의 20~30%를 소득세로 납부하고 있다. 동물의료비 마저도 10%의 부가세가 국가로 귀속된다. 반려동물 산업 규모의 10%의 세원이 확보되더라도 국가는 반려인을 통해 연간 3천억 원 이상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마지막 의문은 '동물보호 사업은 정부 재원으로 감당하고 있었을까?'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동안 15억 원의 동물보호예산을 지출했다는 사실은 부끄러운 현실이다. 매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출한 예산의 수십배 이상이 동물보호활동에 필요하며 이러한 재원은 반려인들의 자발적인 봉사와 모금에 의존해 왔음을 돌이켜보아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주장처럼 반려인이 그동안 국가 재원을 축내 온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해 선량한 반려인들이 그 짐을 나누어 지고있었음을 명심해야 한다.동물복지정책을 주관하는 동물복지정책위원회는 이해 당사자들 간에 타협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된다. 생명을 구하는 정책을 생명을 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들과 조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보유세(반려동물세)가 결정되어진다면 마땅히 반려인과 반려동물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 옳다. 이런 목적의 반려동물세라면 반려인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유기동물과 학대받는 동물을 위한 재원은 마땅히 동물을 유기하거나 그 책임을 다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엄중히 물어야 한다. 처벌이 강력하게 집행되어야 함과 동시에 무엇보다도 철저한 동물등록이 시행되어 사전에 책임감 없이 동물을 키우는 여지를 주지말아야 할 것이다.

2020-01-21 14:39:32

이응규 EG 뮤지컬 컴퍼니 대표

[매일춘추] 맥가이버칼 

새빨간 저녁노을 새털구름 가득 물든 시골 가을 하늘엔 큐피드 화살을 쏘기 위해 연신 불빛을 밝혀대는 반딧불이 장관이다. 새빨간 경운기 짐칸에 나란히 걸터 앉은 남녀 주인공은 사과꽃향기 가득한 과수원에서 사랑을 속삭인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의 한 장면이 소년의 꿈속에 나타난 모양이다. 다시 잠을 청하려 노력해보지만 마치 현실 세계에서 만난 듯한 그들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헤쳐 놓은 터라 도통 잠을 들 수 없다.초록색 형광 시침이 숫자 3을 가리킨다. 꿈에서 깬 후로 몇 시간째 잠 못 이루며 뒤척였더니 째깍거리는 시계 소리마저 요란하다. 좁은 방에 나란히 자고 있던 스승이 깨지 않도록 쥐 죽은 듯 이불을 빠져나와 책상에 앉는다. 손가락 마디 마디를 꺾어 '딱-딱' 소리를 내는 걸 보니 뭔가 대단히 비장하다.'영화를 뮤지컬로 만드는 거야. 한국 최초 무비컬!'새하얀 모니터 위에 새까만 커서만 깜빡 거린다. 무대 보조원에게 글쓰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나 보다. 아무것도 써나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듯, 초롱 하던 소년의 눈동자는 어느새 초조한 듯 모니터 위에 힘없이 깜빡인다. 칠흑 같은 새벽녘, 소년의 검지가 키보드를 '톡톡' 두드리는 소리만 단칸방의 정적을 깨우는 가운데, 수면 중 무의식 세계에 계신 스승이 성악 발성으로 한마디 던지곤 이내 코를 곤다. "음~ 뮤지컬이란 말이지"스승은 늘 맥가이버와 같다. 음악과 대본을 만들 때도, 무대를 만들 때도 적재적소 본인의 재능을 꺼내 보란 듯 마침표를 찍는다. 이른 나이에 벌써 여럿 뮤지컬을 만들어내며 뮤지컬인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스승을 따라다니다 보니 이젠 트럭 운전도, 조명 달기도 제법 능숙해진 건 사실이지만 창작에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난재다.'딸깍 딸깍'뮤지컬 작곡가 조나단 라슨은 푸치니의 '라보엠'을 가지고 어떻게 '렌트'를 만들었을까? 뮤지컬 거장 앤드루 로이드 웨버는 미스터리 소설을 가지고 어떻게 '오페라의 유령'을 만들었을까? 기존의 이야기를 차용하는 여러 사례들의 분석을 통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시점과 시대를 변화시킨 점.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해 낸 점. 또 하나,'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투영하여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 넣은 점'해 질 녘 소를 몰고 가는 마을 친구들, 경운기 벨트와 소여물 작두에 손가락을 잃어버린 아버지와 고모, 눈이 수북이 오는 날엔 총을 들고 꿩 사냥을 나가신 작은 할아버지, 경운기를 몰고 다니는 장가 못 간 뚱뚱한 아저씨, 베트남 국제결혼이 걸린 현수막 등 산골 소년의 유년시절은 온통 뮤지컬 소재였다.스승에게 받은 맥가이버 칼을 든 소년은 40여 명의 동료들과 함께 이듬해 2007년 제1회 DIMF에서 산골 총각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You Are My Sunshine'으로 대학생 부문 인기상을 차지하며 뮤지컬 인생 서막을 알린다.

2020-01-21 11:37:05

손수민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의창] 나이 마흔 일곱에 깨달음

친정어머니는 년초만 되면 신수를 열심히 보러 다니신다. 어릴 때는 그만그만하시더니 생각지 않게 내가 대학입시에 떨어지고, 또 한 점쟁이가 그걸 용하게 예언한 후로는 맹신하다시피 점이며 사주를 보시는 듯 했다.나는 어머니의 그런 습관 혹은 취향에 대해 흔한 젊은이들이 그렇듯, '역시 어른들이란…' 조금은 무시하는 태도였다. 책임질 것 없고, 1+1이 2로 딱 떨어지는 세상에 살았던 어린 날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생각하는 대로 세상이 펼쳐질 줄 알았다. 세상의 일들에 대해서는 정작 침묵하고, 신수를 보며 걱정을 만들어 사는 것 같은 어른들이 바보같아 보였다.하지만 '멋있는 어른으로 살겠노라' 자신만만하던 내게 펼쳐진 세상은, 1+1이 10도 되고 100도 되고, 때로는 –100도 되는 게 다반사였다. 그랬다. 어른들의 세상은, 딱 떨어지는 하나의 해석이 불가능한 그런 거였다. 책임을 지는 어른으로 산다는 것은 힘들고 때로는 버거웠다. 신수를 보러가는 어머니를 빈정대던 나도, 결혼을 하고 생각지 않은 일들이 뻥뻥 터지는 하루하루를 살면서는 불안한 마음에 '뭔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하고 신수를 보러가게 되었다.어제도 아이 학원 선생님이 사주를 잘 본다는 얘기를 듣고 봐주십사 졸랐던 참이었다. 건강은 어떨지, 사고는 없을지. 1시간쯤 사주에 대한 얘기를 끝내면서, 심하게 다친 적도 있고, 걱정되는 일도 있어 여쭙게 됐다는 말을 하는데, 선생님이 그런 말을 툭 던지시는 거였다. "그런데 어머님, 일어나지 않은 일이예요. 일어날 수도 있고,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사주는 통계지 100%는 아니예요. 우리 인생이 그렇죠. 인생에 100%라는 게 어딨겠어요." 갑자기 머리를 한방 얻어맞은 것 같았다. 일어나지 않은 일. 일어날 지 확실하지 않은 일.나는 소아재활을 전공으로 하는 의사라서 보호자들에게 이 질문을 제일 많이 받는다. "교수님, 치료하면 100% 좋아질까요?"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이를 키우는데 100%의 확률이 없듯이 아이의 치료 또한 100%라고 장담할 수 없다고.나도 그랬다. 나도 그렇게 말했었다. 그런데, 나는 나에게는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려워 하고, 플랜(plan) B, C, D를 세워가며 실패없는 100%의 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러면서 나의 시간은 가고 있었다. 일어나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대비하느라, 나의 시간은 흘러가고, 나의 현재도 저멀리 지나가고 있었다.많은 어른들이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아이 성적 걱정을 하고, 남편 직장 걱정을 하고, 부모 건강 걱정을 하고, 나의 노후 걱정을 하고.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일어난 일은 없다. 내가 다칠 수도, 아이가 아플 수도,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게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만 그것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 더구나 일어날 지도 확실치 않은 일. 그러기엔, 오늘의 햇살은 너무 보드랍고, 하늘은 너무 파랗지 않은가.오늘, 숙제부터 하고 노느냐고 아이에게 다그치기보단, 이번에는 승진할 수 있냐고 묻기보단, 책임지고 대비하느라, 정작 소중한 오늘을 흘려보냈던 내 가족에게, 사랑한다고, 오늘 하루도 행복하라고 하트를 날려보는 건 어떨까.그리고, 우리 스스로에게도 하트를 날리자. 나의 마흔 일곱, 1월의 오후는 소중하니까. 나는 살아있고, 그거면 됐다. 하늘도, 바람도, 햇살도 그리고 어쩌면 나와 친한 부엌의 밥통도 모두 그대로인 오늘이니까. 참 행복한 오늘이네 ㅎㅎ손수민 영남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2020-01-21 09:37:36

[세월의 흔적] <57>설 세시풍속

설이란 음력으로 한 해의 첫날을 두고 이르는 말이다. 다른 말로 원단(元旦),원일(元日),세수(歲首),정초라고도 한다. 설이란 말이 언제부터 사용되었는지는 확실한 근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정월 초하루를 뜻하는 '설'이라는 말이 고대부터 널리 쓰였을 뿐 아니라, 새롭게 출발한다는 신선한 의미로 전해져 내려왔다.설날 음식으로는 일반적으로 떡국을 꼽을 수 있다. 설날의 세찬(歲饌) 가운데서 어느 집이나 만드는 것이 흰떡이다. 떡국은 차례상에 오를 뿐 아니라 설날 아침에 먹는 음식이므로 나이를 대신하여 "떡국 몇 그릇 먹었느냐?"고 묻기도 한다. 떡국은 원래 꿩고기 국물에 끓이지만, 꿩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닭이나 쇠고기의 국물로 끓이기도 한다. 그로 해서 '꿩 대신 닭' 이란 속담이 생겼다. 또한 우리나라의 북쪽지방에서는 떡국 대신 만둣국을 먹기도 한다.설날 이른 아침에 웃어른들께 큰절을 한다. 이를 두고 세배(歲拜)라 하는데, 윗사람을 존경하고 예의를 귀중하게 여기는 데서 생긴 풍습이다. 그리고 난 다음에는 마을의 웃어른들을 찾아다니며 세배를 하고, 그 자리에서 덕담을 주고받는다. 또한 섣달 그믐날에 묵은세배를 다니기도 하는데, 웃어른들이 계시는 집에 찾아가 "과세 평안하십시오" 하면서 큰절을 한다. 우리네 고유의 미풍양속이다.어느 집 없이 아이들의 관심은 세뱃돈에 있다. 그런데 세뱃돈이란 돈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예절교육이라는 차원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뱃돈은 봉투에 넣어서 주는 게 좋고, 교훈이 될 만한 짧은 글귀를 적어서 함께 넣어주면 더욱 좋다. 더러는 가게에서 물건 값을 치르듯 돈을 주~욱 나누어 주는데, 이런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리고 며느리에게는 마땅히 주어야 하고, 출가한 딸에게도 주는 게 좋다. 그러나 성년이 된 자녀들에게는 주지 않아도 무방하다.집집마다 섣달 그믐날 밤에 쌀을 이는 조리를 새로 장만하였다. 그것을 '복조리'라 하며 붉은 실을 꿰매어 부엌이나 문 위에 걸어두는 풍습이 있었다. 한 해 동안 많은 쌀을 일 수 있을 만큼 풍년이 들기를 바라는 데서 비롯되었다. 그믐날 자정 이후부터 초하룻날 아침 사이에 조리장수들이 "복조리요, 복조리∼" 하고 외치며 다녔다.설날 놀이로는 남녀노소가 대중적으로 즐기는 윷놀이,연날리기,널뛰기 같은 게 있다. 윷놀이는 척사(擲柶) 또는 사희(柶戱)라고도 하는데, 나무토막 넷의 뜻인 윷과 놀이라는 말이 합쳐진 것이다. 삼국시대 이전부터 농사의 풍·흉을 점치거나 개인적으로 한 해의 길흉을 점치는 점술도구로 시작되었다. 그 뒤 고려와 조선시대로 이어지면서 점차 놀이로 변화하여 우리 고유의 민속놀이로 자리 잡았으며,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날까지 즐기는 놀이다.연날리기는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아이들의 세시풍속 놀이로 발전하였다. 연을 날리는 시기는 정월 초하루부터 보름까지가 제철이라 할 수 있는데, 연의 종류로는 꼭지연,반달연,치마연,동이연,박이연,발연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일반적으로 가오리연․방패연 같은 것이 널리 알려졌다. 김 종 욱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2020-01-20 18:05:25

김태선 경일대 디자인학부 부교수

[김태선의 디자인, 가치를 말하다] 디자인, 참 운이 좋다

올해는 어떤 운이 있나? 누군가에게 새해는 신년 운세를 따져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 운세가 꼭 맞아서가 아니라 잘 준비하기 위한 바람일 것이다. 같은 바람에서, 나의 새해는 새 다이어리의 준비로 시작된다. 그런데 이번 해는 열흘 늦게 시작되었다. 2020년이 시작되고도 열흘이나 지나서 다이어리를 샀기 때문이다. 2020년도 열흘만큼 익숙해졌지만, 포장에서 다이어리를 꺼내는 순간 나는 가슴속에서 묘한 설렘을 느꼈다. 왜 그랬을까? 새 거라서? 처음 쓰는 브랜드라서? 아니면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 사실 나는 매년 새 다이어리를 처음 꺼낼 때마다 비슷한 경험을 한다.경험이란 무엇일까? 경험과 비슷한 체험도 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경험은 '자신이 실제로 해 보거나 겪어 봄, 또는 거기서 얻은 지식이나 기능'이며, 체험은 '자기가 몸소 겪음, 또는 그런 경험'으로 정의된다. 사전적 정의에서 차이를 읽어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심지어 영어에선 모두 'Experience'로 번역된다. 하지만 독일어에도 이 두 단어는 존재하고,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그 차이를 이렇게 설명한다.'체험'(Erlebnis)은 '원자화되고 불연속적인 일련의 순간'이며, '경험'(Erfahrung)은 '의식조차 되지 않는 자료들이 축적되어 하나로 합쳐지는 기억의 산물'이다. 즉 체험이 일상에서 겪어내는 수많은 순간의 자극이라면, 경험은 그런 체험들이 응축된 산물로, 내면화 과정을 거쳐 주관적으로 기억되는 내용이다.'경험'은 디자인에서도 중요 이슈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디자인 하면 '예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경험이 상품의 핵심 가치로 인식되면서, 디자인은 '차별적인 경험'의 창출을 위한 포괄적인 활동으로 변화했다. 그래서 디자인은 주어진 상황에 따라, 시각 요소나 브랜드 이미지를, 또는 프로세스를, 혹은 이 모두를 활용해 경험을 창출한다.디자인은 사물의 외면을 다루는 스타일의 디자인에서, 디자인적 사고 과정을 통한 문제 해결의 디자인으로 외면을 확장, 진화하고 있다. 이제 디자인의 대상은 유형적 제품, 시설 환경은 물론 무형적 서비스와 정책을 포함한다. 우리는 매일 제품·서비스의 구매·사용자로서, 그리고 정책의 수요자로서 수많은 디자인을 체험하고, 무의지적으로 동반된 체험의 파편들이 수렴된 디자인 경험을 소유한다.내가 겪어낸 하루, 한 해가 모여 내 삶이 되는 것이면 제품과 서비스 그리고 정책 등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의 내용이 내 삶의 정체성을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디자인 영역이 확장됨은 삶에 대한 영향력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이것은 단지 '경험 창출의 도구로서의 디자인'이 아닌 '디자인의 디자인' '디자인에 대한 디자인'이라는 성찰적 차원의 디자인이 필요함을 시사한다.지금의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보는 메타인지적 디자인은 결국 '가치'의 문제이다. 디자인은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가. 디자인은 무엇을 향한 '진정성'을 담아야 하는가. '디자인 가치에 대한 논의'는 순간의 관계들을 더 특별하게 인지시켜, 미래를 열어가야 할 이 시대에 요구되는 디자인의 방향을 제대로 읽어낼 수 있게 할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미래는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거라고, 참 운이 좋게도 말이다. 김태선 경일대 디자인학부 부교수

2020-01-20 18:00:00

신병주 건국대 사학과 교수

[신병주교수의 역사와의 대화] 세종, 출산 휴가를 부여하다

최근 조카가 아이를 출산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 요즘처럼 출산율이 떨어지는 시대에 큰일을 했다며 아낌없는 축하를 해 주었다. 조카의 남편은 출산 휴가를 받아서, 아내의 산후 조리를 지원해 주고 있었다. 조카와 그 남편에게, 출산 휴가를 부여한 원조가 세종이라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지금부터 거의 600년 전에 관청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출산 후에도 일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겨 출산 휴가를 제도적으로 보장해 주도록 했다. 『세종실록』의 1426년(세종 8) 4월 17일의 기록에는 "형조에서 전지(傳旨)하기를, 경외공처(京外公處)의 비자(婢子)가 아이를 낳으면 휴가를 100일 동안 주게 하고, 이를 일정한 규정으로 삼게 하라"고 한 기록이 보인다.중앙과 지방의 관청에서 일하는 여성들에게 100일 동안의 출산 휴가를 지시한 내용으로 세종의 의지가 정책으로 구현된 것이다. 비자(婢子)는 조선시대 여성 노비들을 지칭하는데, '노비'는 남자 종인 노(奴)와 여자 종인 비(婢)를 합한 용어이다.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 여성들은 직업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관청에서 일하는 여성 대부분은 노비의 신분이었다. 그래서 노비 여성의 휴가 규정을 만든 것이다.세종은 출산 한 달 전에 미리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기도 하였다. 옛적에 관가의 노비에 대하여 아이를 낳을 때에는 반드시 출산하고 나서 7일 이후에 복무하게 하였다. 이것은 아이를 버려두고 복무하면 어린아이가 해롭게 될까봐 염려한 것이다. 일찍 100일간의 휴가를 더 주게 하였다. 그러나 산기에 임박하여 복무하였다가 몸이 지치면 곧 미처 집에까지 가기 전에 아이를 낳는 경우가 있다."만일 산기에 임하여 1개월간의 복무를 면제하여 주면 어떻겠는가. 상정소(詳定所)에 명하여 이에 대한 법을 제정하게 하라"는 1430년(세종 12) 10월 19일의 기록에서는 현실에 맞게 출산 여성들에게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 세종의 배려를 읽어 볼 수가 있다. 1434년(세종 16) 4월 26일에는 아내의 출산을 도와야 하는 남편에게도 휴가를 부여하라는 세종의 지시가 기록되어 있다.중앙과 지방의 여성들이 아이를 배어 산삭(産朔)에 임한 자와 산후(産後) 100일 안에 있는 자는 사역(使役)을 시키지 말라 함은 일찍이 법으로 세웠으나, 그 남편에게는 전연 휴가를 주지 아니하고 그전대로 구실을 하게 하여 산모를 구호할 수 없게 되니, 한갓 부부가 서로 구원하는 뜻에 어긋날 뿐 아니라, 이 때문에 혹 목숨을 잃는 일까지 있어 진실로 가엾다 할 것이다."이제부터는 사역인(使役人)의 아내가 아이를 낳으면 그 남편도 만 30일 뒤에 구실을 하게 하라"고 한 내용이 그것이다. 출산 여성의 남편에게도 휴가를 부여하여 아내를 돕게 한 세종의 조치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시대를 앞서간 탁월한 정책이었다. 세종 시대에 그 틀을 완성한 출산 휴가 규정은 성종 때에 완성한 조선의 헌법인 『경국대전』에 아예 법으로 확립되었다.『경국대전』의 형전에는 "입역(入役)하고 있는 비(婢)는 산기(産期)를 당하여 30일, 산후에 50일 휴가를 준다. 그 남편은 산후에 휴가 15일을 준다"고 규정하여, 출산 여성에게는 80일의 휴가를, 남편에게는 15일의 휴가를 보장했음을 기록하고 있다.훈민정음의 창제 서문에서도 잘 드러나듯이 세종은 자주, 민본, 실용이라는 시대정신을 표방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간 왕이었다. 사회적 약자인 천민 여성들에 대한 배려 정책으로 출산 휴가 정책을 처음 실시했고, 이것이 조선의 헌법에까지 기록된 점은 현재에도 큰 의미를 주고 있다. 30년 전까지만 해도 널리 유행했던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가, 먼 옛날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2020년의 오늘. 저출산 문제는 21세기 한국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고민 중의 하나다. 세종이 600년 전에 선구적으로 취했던 출산 장려 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해 나갈 수 있는 적절한 방안들이 수립되었으면 한다.

2020-01-20 18:00:00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日常중국] 위조지폐가 사라졌다

중국에 갈 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요즘엔 놀람을 넘어 당황스러울 때가 많아졌다.원래부터 중국에선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없는 곳이 많아 중국에 갈 때마다 위안화로 환전해서 '현금'을 갖고 다니는 일이 불편했다. 그런데 수년 전부터 모바일페이 결제가 일반화되면서 편리해진 반면, 난감한 경우를 당하게 된 것이다.현금을 받지 않는 상점이 하나둘씩 생기더니 아예 모바일페이로만 결제하는 가게가 부쩍 늘어났다. 아예 현금을 받지 않다 보니 모바일페이에 익숙하지 않거나 '위챗페이'(微信支付)와 '알리페이'(支付寶) 같은 중국 모바일페이 앱을 설치하지 않은 외국인들은 적잖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게 요즘 중국이다.우리나라에선 신용카드보다 현금을 더 선호하는 곳이 많지만 중국에선 아예 현금을 받지 않는 곳이 많다 보니 음식을 주문할 때나 물건을 살 때 결제수단을 물어보는 것이 버릇처럼 되고 있다. 물론 필자는 오래전부터 '위챗'과 위챗페이를 사용하고 있어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요즘 중국'을 만끽하고 있었다.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결제은행 계정 인증 문제로 페이 계정이 갑자기 정지됐고, 그걸 모른 채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다가 결제가 되지 않았다. 오전에도 결제했는데 점심 때에 정지되다니, 심각한 금융사고가 아닐 수 없었다. 그 식당은 신용카드와 현금으로는 결제할 수 없는 모바일페이 전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종업원의 모바일 계정으로 결제를 마치고 현금을 대신 주는 방식을 찾아낼 수 있었다.그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치엔먼'(前門)이 있는 베이징 시내로 나갔다가 '루이싱'(瑞幸·Lukin coffee)이라는 커피 전문점에 들어갔다. 여기서도 위챗페이와 알리페이 등 두 가지 모바일페이로만 주문을 받았다. 결국 커피를 주문도 하지 못한 채 돌아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하긴 거지들도 QR 코드를 걸어 놓고 구걸하는 곳이 중국이다. 이미 길거리 음식이나 과일을 파는 노점상들도 QR 코드로 결제한 지 오래다. 공항이나 기차역, 터미널 등의 공공장소에 설치된 음료 자판기나 짧은 시간 동안 안마를 받을 수 있는 자동안마기도 동전 투입구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QR 코드가 차지하고 있다.중국의 위챗페이 시스템은 소비자가 현금을 페이 연결계좌에 먼저 예치시켜 놓은 후, 상품을 소비할 때 결제하면 이를 판매자나 상점에 즉시 대금을 이체해 준다. 신용카드 결제의 경우, 밴회사와 카드사가 각각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떼어 수익을 확보하지만, 중국의 경우에는 소비자와 판매자의 계좌를 운용하고 있는 은행의 수익은 거의 확보할 수 없는 구조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 은행의 눈치를 볼 필요도, 각자의 신용도를 고려할 필요 없이 즉시결제를 하는 것이다.결국 해외 신용카드를 등록해서 충전할 수 있는 알리페이 계정을 새롭게 개설, '난관'을 돌파할 수 있었다.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위조지폐가 사회문제화될 정도로 골칫거리였다. 100위안짜리 위안화를 받으면, 지폐에 인쇄된 마오쩌둥의 옷깃을 이리저리 만져보면서 '위폐' 여부를 감별하곤 했다. 은행에서도 '위폐감별기'를 통해 두세 번 검사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현금을 찾더라도 위폐 여부를 확인해야 할 정도로 위폐에 대한 불안감이 팽배했다.모바일페이 결제가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위조지폐가 거의 사라졌다.위폐에 대한 공포감이 사라지면서, 중국인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모바일페이를 사용해온 것처럼 생활화됐다. 중국의 모바일결제 이용률은 71.4%. 우리나라 26.1%의 2.7배에 이른다.(2019년 한국무역협회 상하이지부 자료) 중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9.0%로 우리나라 94.1%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스마트폰 사용자는 모두 모바일페이 결제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중국 내 위챗페이 계정은 8억 개(2019년). 사용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알리페이까지 감안하면 텐센트의 모바일메신저 위챗과 모바일결제 앱은 위폐까지 사라지게 하면서 중국인의 일상을 혁명적으로 바꾸는 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지금까지 우리가 알던 중국은 없다.'

2020-01-20 18:00:00

이성환(계명대학교 일본학전공 교수, 국경연구소 소장)

[세계의 창] 새로운 길, 평양에 갈 수 있을까

정부 대북 개별 관광 정책 성공 위해북 호응·미 협조·국민 지지 맞물려야남북 관계 개선 북미대화 견인 기대올해 미지의 땅에 한번 가보고 싶다해리 해리슨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 16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의 남북협력 구상에 대해 제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먼저 협의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의 발언이 미국 정부의 의향을 담은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현지 외교관의 자율성이 거의 없는 현대 외교의 환경을 고려하면 개인적인 견해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면 대사가 주재국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외교관의 기본 자세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정부 여당이 그를 향해 비판을 쏟아낸 것도 이 때문이다."외교관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외국에 파견되어 거짓말을 하는 정직한 인사이다." 17세기 초 베니스 주재 영국 대사 위튼 경의 메모에서 나온 말이다. 달리 표현하여 외교관은 '명예로운 간첩' 또는 '공식적인 거짓말쟁이'라고 한다. 영국의 니콜슨 경은 직업 외교관의 필독서인 '외교론'(Diplomacy)에서 자신의 경험을 담아 외교관의 자질을 이렇게 말했다. 강경한 내용도 상대를 흥분시키거나 실례가 되지 않게 신중한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하며, 본국뿐 아니라 주재국에도 충성해야 하는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은 자라야 한다고. 그래서 외교 사절의 파견에는 반드시 사전에 상대국의 의향을 확인하는 아그레망(agrement)이 관례화되었다.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해리슨 대사는 니콜슨 경이 말하는 바람직한 외교관과는 거리가 멀다. 그가 명예로운 간첩이나 공식적인 거짓말쟁이의 역할에 충실하려면 한국 정부와 친밀성을 유지하면서 한국의 정책 의도를 파악해 본국에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해리슨은 40여 년간 해군에 복무하면서 이라크 전쟁 등 8개의 전쟁에 참전했다고 한다. 외교보다는 군사전략에 익숙해서 북한 문제를 피아를 구분하는 군사적 관점에서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정부는 해리슨 대사의 발언을 비판하면서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북미대화만 바라보지 않고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방도로 북한에 대한 개별 관광 의지를 더욱 분명히 했다. 그러면 정부는 왜 지금 개별 관광을 들고 나왔을까. 김정은 위원장이 작년 신년사에서 조건 없이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고 했을 때에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때 개별관광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면 남북 및 북미관계가 달라졌을지 모른다.정부의 의도는 두 가지로 읽힌다. 하나는 4월 총선을 앞두고 남북관계에서 점수를 따자는 것이다. 민주사회에서 외교는 여론이다. 아무리 훌륭한 외교도 여론의 반대에 부딪히면 쓸모가 없다. 정부의 남북협력론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4월 총선에서 나타날 것이다.또 하나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교착상태에 있는 북미관계를 견인하려는 것이다. 북미대화에 올인한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서 1년 반이나 속고 시간을 잃었다"(김계관 외무성 고문 발언)며, '새로운 길'이라는 고난의 행군을 시작했다. 한국 정부도 북미관계가 풀리면 남북관계도 개선된다는 수도거성(水到渠成)의 자세로 전적으로 미국에 보조를 맞추어 왔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2월의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이후 아무 성과가 없다. 대통령 선거에 정신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관계에서 올해 안에 현상 유지 이상의 성과를 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통령 선거 결과에 따라 북미관계가 요동칠지도 모르는 유동적 상황이다.성과 없음과 불확실성에 대한 조바심 속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것은 남북한이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렇다고 김정은이 트럼프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며, 한국도 안보의 축인 미국을 벗어나려는 것은 아닐 것이다. 관건은 제재라는 미국의 대북정책 틀 속에서 남북한이 자주적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느냐, 그리고 남북한의 관계 개선이 북미대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인가이다.모름지기 외교뿐 아니라 모든 일에는 상대가 있다. 정부의 대북 개별 관광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호응과 미국의 협조, 그리고 국민의 지지라는 삼자가 맞물려야 한다. 어느 하나 쉽지 않은 한국 외교의 '새로운 길'이다. 실패하면 북한 미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받는다. 올해 평양에 갈 수 있을까, 미지의 땅에 한번 가보고 싶은 호기심은 있다.

2020-01-20 11:22:43

김선칠 계명대 교수

[기고] 병원 찾기 Vs 맛집 찾기

국내 정보통신 산업계의 숙원이었던 데이터3법이 통과되었다. 이로 인해 개인정보 등의 활용으로 질 높은 정보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예전에 가정집 냉장고 벽에는 동네 음식점 스티커가 가득 붙어 있었고, 개업을 알리는 전단지는 주인이 없는 틈에 출입문에 늘 붙어 있었다.이러한 과거 아날로그식 정보 제공과 저장의 한 방법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서 맛집 정보를 넘어 배달까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며, 지갑을 가득히 채웠던 각종 쿠폰과 현금도 스마트폰으로 결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지난 2018년 정부는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선언하고 데이터 경제 활성화 정책을 적극 펼쳐 왔다. 아울러 세대 간 또는 사용자 간 디지털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디지털 포용 정책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이러한 정보 서비스 변화는 삶의 질을 높이고 정보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좋은 기회로 해석할 수 있다. 정보의 격차와 불균등이 가장 심한 의료 분야도 중심추가 병원에서 고객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방대한 의료 지식은 인공지능(AI) 기술로 보완되고 있으며, 개인의 건강도 빅데이터를 이용한 정밀의료로 더 정확한 예측과 치료로 변모하고 있다.다시 말하면 의료 서비스의 주체와 선택권이 병원에서 고객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인터넷 정보 검색과 매체를 통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와 검사 과정을 사전에 이해하며, 관련 전문의와 최첨단 의료기기 및 치료 후기를 검색하여 병원을 선택하는 환자가 늘어가고 있다. 또한 의료진도 과거 유사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해당되는 의료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통한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지표로 환자를 상담하고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동네 맛집을 찾는 소비자는 음식 종류, 전문성 여부, 음식점과의 거리, 위치, 리뷰 평가, 가격, 예약 유무, 주차장 유무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해 취사선택한다. 정보의 오류나 리뷰의 문제점이 있다면 온라인을 통해 음식점 또는 다른 고객과 소통하면서 적절한 피드백 조정을 하고 있다.우리가 방문하는 병원도 예약 여부, 전문의, 항생제 사용 분석, 의료기기 보유 여부, 가능한 진료 시간, 평균 치료 기간, 수술 후 평균 회복 기간, 동일 질환 치료비, 건강검진 항목, 예방접종 항목, 병원 위치, 거리, 주차장 유무 등 사전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앱들이 최근 많이 출시되어 사용되고 있다.더 나아가 사용자는 개인이 평생 어떤 약을 먹었는지, 어떤 진단을 받았는지 등과 같은 개인의 의학 정보를 금융 정보처럼 기록 저장하고 검색하고 싶어 한다. 이것이 개인의 평생 의무기록이 될 것이다. 아직 원격의료처럼 제도적인 제약이 있는 것도 있고, 개인 의료정보가 병원별로 분산되어 있는 면도 있어 정보의 활용이 쉽지 않지만, 올해부터 방문 왕진 의료, 당뇨 환자의 관리 데이터 전송 등 다양한 의료 시범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다.국내 의료 데이터의 생성과 보유량, 질적인 면에서는 우수하지만, 의료 데이터의 활용은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 이제 관련 법의 통과로 의료사회와 고객의 요구 사항을 잘 파악해서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의료 데이터 산업이 활성화된다면 우리의 삶의 질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물론 민감한 정보의 보안과 운영, 사용자 간 정보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디지털 포용 정책도 함께 발전되어야 할 것이다.

2020-01-20 11:22:20

김득주 대구예술발전소 운영팀장

[매일춘추] 색으로 쓰는 감정노트

여러분은 하루에 몇 가지 감정을 느끼나요? 아침에 일어나서 바쁘게 출근 준비로 서두르다 차까지 막히면 혹여나 지각할까봐 소심해지기도 하고, 여유롭게 사무실에 도착해 따뜻한 커피 향을 맡으면 순간 짧은 행복에 젖기도 한다. 하루 종일 숨 가쁜 업무에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실망감에 힘들어하다가도 누군가 건네는 말 한 마디에 피곤함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감정과 마주하지만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에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을 그리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가기 일쑤다.하지만 여행을 가거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면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행복감이 물밀 듯 밀려온다. 새해 떠오르는 태양을 기다리며 새로운 다짐과 각오로 희망에 부풀어 오르고, 지는 석양을 바라보면서 자연의 위대함에 감동한다. 매일 마주하는 일출과 일몰도 그저 지나가는 일상에 불과하지만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감사하고 행복한 일들로 가득 찬 하루가 펼쳐진다.유명한 철학자 스피노자가 '에티카'에서 정의한 48가지 인간의 감정을 세계 문학작품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감정으로 풀어 쓴 '감정수업'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서 흥미롭다.몇 년 전 머릿속에 사는 다섯 감정들이 주인공 라일리의 감정을 컨트롤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인사이드 아웃'이 인기를 끌었다. 기쁨이, 슬픔이, 소심이, 까칠이, 버럭이의 다섯 감정이 머릿속에서 벌이는 놀라운 일들로 하루에도 몇 번씩 변하는 감정을 재미있게 풀어낸 영화다. 매 순간 느끼지만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감정을 이해하고, 알아가면서 이 모든 것이 나에게 꼭 필요한 감정이라는 것을 영화는 이야기해준다.어린 아이들은 기쁘거나 슬프거나 혹은 화가 나는 순간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자연스럽게 표현한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화나고, 슬프고, 실망스러운 감정을 표현하기 보다는 혼자 속으로 삼키는 경우가 흔하다.하지만 머릿속에서 울리는 감정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받아들이면 내면의 감정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고, 나 자신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내가 느끼는 감정의 범위에 따라 삶은 더욱 풍요해질 것이다.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색으로 표현하는 나만의 감정노트를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누군가 건넨 공감의 말 한마디에 행복의 노란색, 나와 발맞추어 일상을 함께 해준 동료에게는 감사함의 파란색, 어제보다 오늘 더 열심히 하루를 보냈다면 열정의 빨간색, 힘들고 지친 하루였다면 회색 등 나만의 감정색깔로 일상을 기록한다면 나의 감정을 잘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감정이 색으로 채워질수록 나의 하루가 색으로 드러나고, 지난 하루를 들여다보면서 내일은 행복과 기쁨이 가득한 핑크색으로 채우려는 바람도 생기지 않을까 한다.

2020-01-20 11:11:04

박민석 계명대 산학인재원 교수

[매일춘추] 내겐 값진 기억 '고물'  

나에게 고물이란 오래된 가치를 먹고 배부를 수 있는 값진 양식과도 같다. 예전 우리가 익숙하게 보았던 골목을 누비며 외치는 고물장수의 고물 소리! 그 소리를 듣고 집에 있는 고물을 이것저것 챙겨서 강냉이와 바꿔먹을 수 있는 정도의 가치를 가졌던 고물! 우리 일상에서 고물이란 그 언젠가 새 박스에 예쁘게 포장되어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줬던 것들이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을 때 우리에게 고물은 빈 공터에 몰래 버려야 하는 쓰레기와 같지는 않았는가!우리나라에서는 오래 전부터 중고 물건들은 누가 사용했는지 알 수 없기에 재사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문화가 있었다. 이러한 특유한 문화로 인해 아마 우리나라에는 벼룩시장이 우리생활 속에 가까이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예전 독일 유학시절 매주 수요일이면 길거리에 버려진 다양한 가구, 전자제품 등을 지나가던 독일인들이 자연스럽게 가는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골라가는 것을 보았다. 말로만 듣던 독일인들의 검소함을 직접 체험했다.누구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어 버려진 물건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가지고 싶은 소중한 물건이 되는 것이 아마도 중고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한다.독일에서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게 되면서 나에게 남는 고물, 중고에 대한 깊은 추억은 바로 벼룩시장을 다녔던 기억들이다. 매주 주말에 열리는 벼룩시장을 가기 위해 일주일을 어린아이와 같이 기다리며 새벽에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 그것으로 향하던 그때의 기억이 지금도 아득하고 행복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독일의 벼룩시장은 다양한 냄새를 가지고 있다. 구수한 닭고기 굽는 냄새, 터키인들의 향신료 냄새가 기억으로 남는다. 그 속에 줄줄이 열을 맞춰 들어서 있는 가판대와 다양한 물건들이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깔끔하게 정리되어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물건과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채로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 그 속에서 눈을 크게 뜨고 보물 찾기를 하는 사람들!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들! 또한 지나가다 눈이 마주치면 환하게 서로를 격려해주는 동질감의 문화! 이렇게 다양한 색깔이 존재하는 곳이 바로 벼룩시장의 풍경들이다.그때 나에겐 벼룩시장은 모자란 유학 생활비를 벌게 해 준 좋은 친구와도 같은 곳이었다.귀국 후 한국에서 아프리카인들이 고물상에서 TV, 냉장고 등의 고물을 사기 위해 고물상을 드나드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는 것은 아마 이런 경험 때문이다. 나는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귀한 보물을 다시 한국 또는 독일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 팔아 마련한 생활비가 나에게는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들이었는지 지금까지 잊을 수가 없다. 이런 소중한 고물에 대한 기억은 세상살이가 힘들고 외로울 때 나를 지탱하는 귀한 경험의 선물이 되고 있다.

2020-01-20 06:30:00

노동일 경희대 교수

[이른 아침에] 모든 권력은 절제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우리 헌법은 제1조에서 이를 명확히 하고 있다. 조문이 없어도 대의민주주의의 당연한 원리를 이처럼 명시해 놓은 이유가 있다. 국민만이 모든 국가권력의 정당성의 근거가 되며 국민으로부터 유래된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 등은 제한적이고 상대적 권력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자가 자신의 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최대한 절제해야 한다는 원리가 이에서 나온다. 국민의 위임 범위 내에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권력을 행사해야 하는 것이다. 대통령이든, 검찰이든 다를 바 없다. 무절제한, 자의적 권력 행사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나오는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도, 검찰의 수사권도 본래 그들의 권력이 아닌 국민의 권력이기 때문이다.대통령제의 원조인 미국에서 지금까지 헌정 체제의 기본 골격을 유지할 수 있는 비밀이 바로 권력 행사의 절제와 관용이라는 분석이 있다. 대통령제 헌법은 입법, 사법, 행정권의 상호 견제와 균형을 기본으로 한다. 헌법에 담긴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상호 관용과 자제라는 불문율이 필요하다. 헌법 체제의 이상과 그 체제가 작동하는 현실 사이의 괴리를 메우는 규범이 상호 관용과 자제라는 말이다. 대통령제 기반의 민주주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권력기관이 그들에게 주어진 제도적 특권을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자제의 규범이 무너질 때 권력균형도 무너지며, 권력자들이 아무런 제약 없이 힘을 행사할 때 민주주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정부의 검찰 인사를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대폭적인 검사장 인사에 이어 중간 간부급 인사가 있을 경우 더 큰 파열음이 예상된다. 검사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맞다. 헌법과 법률에 규정된 대로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행한다. 하지만 실제 인사권 행사 과정은 상당한 정도의 자제와 관용의 정신이 필요하다. 헌법의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메우기 위해 자제와 관용이라는 불문율이 필요하듯 말이다. 정기인사철도 아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취임 직후 업무도 제대로 파악하기 전이다. 거의 모든 검찰 지휘부를 한꺼번에 '유배 보내듯' 한 것은 맨주먹의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이다. 권력층 관련 사건 수사를 못하게 하겠다는 노골적인 권력남용 행태이다.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인사를 해야 한다는 규정 준수 여부에 대한 논란도 마찬가지다. 형식적 의견 청취가 아닌 실질적 협의를 위해 전임 장관까지 지켜온 관행을 '초법적 권한 행사'라는 말로 일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몇 줄로 규정된 헌법과 법률의 정신을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권력 행사의 자제와 상호 관용이라는 불문율이다.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취임사를 내놓았다. 권력 행사에 자제와 관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언급이다. 먼지털이식 수사, 무분별한 압수수색, 별건 수사, 망신주기식 소환 조사. 그동안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인권보호에 소홀했던 점은 반성해야 할 일이다. 추 장관의 언급처럼 정밀하게 칼을 휘두르는 명의가 되어야 한다. 절제된 검찰권 행사가 수사권 행사 과정에 대한 반성이라면 당연하다. 일부의 관측처럼 현재 권력에 대한 수사 자체를 절제하거나 자제하려는 것이라면 문제가 크다. 범죄 혐의가 있어 진행 중인 수사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절제가 아니다. 검사의 직무유기로서 그 자체 범죄를 구성하게 된다.흔히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한 권한이라고 한다. 현재의 청와대만이 아니라 과거 모든 대통령들의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사실이 아니다.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국민을 위해 행사하도록 국민으로부터 대통령의 임기 동안 잠시 위임받은 권력이다. 검찰권도 국민이 권력의 원천이다. 대통령이든 검찰이든, 적극적이든 소극적이든 마찬가지다. 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관용과 자제를 잃을 경우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다시 상기시키고 싶다.

2020-01-19 15:45:07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

[기고] '청년희망공동체'로 나아가야

1971년 '이코노미스트'는 시애틀을 '절망의 도시'라고 표현했다. 보잉은 1980년대 초반까지 여러 차례 불황을 겪었고, 스타벅스는 당시 점포 세 곳을 가진 작은 현지 기업에 불과했다. 하지만 현재 시애틀은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손꼽힌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애틀 지역에서 4만여 명을 고용하고 있고, 아마존은 전체 종업원 5만여 명 가운데 3분의 1이 시애틀에 있다.마이크로소프트는 빌 게이츠와 폴 알렌이 1975년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서 창업했고, 1979년 1월 1일 시애틀로 이사했다. 회사 이전 결정은 사업상 내린 결정이 아니었다. 게이츠와 알렌은 둘 다 시애틀 출신이었는데, 두 사람 모두 그들이 배우고 자랐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 비록 당시에는 매출 100만달러, 종업원 13명의 창업기업이 시애틀로 이전한 것이 대수롭지 않아 보였지만, 시애틀을 미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혁신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변모시키는 데 도움을 주었다. 게이츠가 회사를 이전한 지 15년 뒤 앨버커키 출신의 베조스가 아마존을 시작할 때 시애틀은 기업과 인재를 유치하는 자석이 되어 있었다.도시는 인재를 키우고, 인재는 도시의 운명을 바꾼다. 어떤 도시가 희망이 있는가? 청년과 지역이 함께 희망을 키우는 곳이다. 대구는 지난해 12월 19일 '청년희망공동체 대구'를 선언했다. 지역사회가 청년과 함께 밝은 미래를 열어가자는 전국 최초의 사회적 협약이다. 청년이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찾고 맘껏 실험하고 도전할 수 있는 지역만이 미래가 있음을 재확인하고 범사회적 차원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청년에게 희망을 주는 공동체 대구로 혁신할 것을 선포한 것이다. 2020년에는 사회주체별 실천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하며 매년 추진 사례를 공유하고 확산하고자 한다.'청년희망공동체 대구'는 이미 여러 곳에서 움트고 있다. 지역 대학과 연구 기관, 지역 기업들이 함께 휴스타(Hustar)사업으로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한 혁신 인재를 양성하고 있다. 또한 생활실험실인 리빙랩(Living Lab)을 통해 청년들은 도시를 실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소통과 협업,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우고 있다.지역사회도 함께 하고 있다. 한 신문사는 '청년응원기업'을 발굴하고, 기업의 임직원들은 청년들의 진로 탐색과 취업 준비를 위한 일대일 맞춤상담에 나섰다. 지역의 몇몇 라디오 채널은 '청년응원라디오'로 청년들에게 본인의 삶과 도전을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참여한 청년들은 우리 공동체에 대한 소속감과 따뜻한 격려를 느꼈다고 한다.한국의 1990년대생은 공무원을 선택하고, 중국의 1990년대생은 창업을 선택한다. 중국의 창업 문화에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성공한 선배 기업가가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지원해 주는 문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 청년들의 롤 모델인 알리바바 마윈 회장이 대표적이다. 중화권에 100만 창업자를 양성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창업사관학교인 '후판대학'을 설립했다. 중국의 민간 기업들이 후배들을 이끌어 주는 이유는 '공동체주의' 때문이다.이제 지역사회와 국가는 청년들에게 다양하고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공정한 보상의 사다리를 놓는 '청년희망공동체'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청년은 스스로 삶의 주체이자 공동체의 미래를 실현하는 주역임을 인식해야 한다. 새해에는 '청년희망공동체'가 대구에 정착되고 전국으로 확산되길 소망한다. 여러분이 함께 하면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2020-01-19 15:34:15

[금융칼럼] 새해 바뀌는 주택임대 소득 사업자 등록

2020년 새해 들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주택임대 소득자의 사업자등록과 관련한 질문이다. 그동안 세금신고를 하지 않던 집주인들에게 새로운 의무가 부과되면서 본인이 과세대상인지 알쏭달쏭해하는 이들이 상당수다.이번 주택임대 소득자 신고는 이달 21일까지 세무서에 사업자 신고를 하고, 다음달 10일까지 사업장 현황신고를 마쳐야 한다. 이후 5월에 개인소득세 신고 및 납부를 해야 한다. 사업장 현황신고는 부가세 면세 사업이기 때문에 매년 신고해야한다.문제는 지난해 이미 임대사업 활성화를 위한 민간임대주택특별법이 시행되고 있다보니, 소득세 부과를 위해 올해 새롭게 시행하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과 차이점을 헷갈려하는 이들도 많다.쉽게 표현하면 지난해 주택임대 사업자 등록은 전문적으로 임대업을 하시는 '전문가 리그'였다. 주택양도와 관련된 세제혜택(취·등록세, 양도세, 소득세 등)을 받고 제도권내에서 임대사업을 하게 하기 위한 입법이다.반면 이번 주택임대소득자의 사업자등록은 '아마추어 리그'라 할 수 있다. 전문적으로 임대업을 하지 않더라도 세제형평을 위해 임대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기 것이다.전문가 리그는 지방자치단체의 주택과와 세무서 두 곳에 등록해야 하지만, 아마추어 리그는 세무서나 국세청 홈텍스를 통해 한 곳에만 등록하면 된다.이 때 모든 월세 소득자와 주택전세 보증금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아니다. 1주택자(부부합산)이면서 기준시가가 9억 이하의 주택을 소유하고, 2019년 한 해 동안 월세합산 소득이 2천만원 이하면 비과세 된다. 3주택자 이상이 아니면 전세보증금을 받고 있다고 해도 비과세다.아마추어 리그인 임대소득 사업자는 세금 납부 시 분리과세와 종합소득세 신고를 선택해서 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간 임대소득 금액이 2천만원이라고 가정할 경우 그 50%를 필요경비로 인정해 주고 기본공제금액 2백만원을 차감한다.결국 나머지 800만원이 과세표준금액이 되고, 이에 15.4%의 세금을 납부하게 되는데 대략 123만원 정도를 내게 된다. 임대소득 외에 다른 소득이 있을 경우에는 대부분 분리과세 신청을 하는 경우가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반면 같은 금액을 전문가 리그인 임대주택 사업자에게 적용할 경우 필요경비와 기본공제가 60%와 400만원으로 크기 때문에 세금측면에서 조금 유리해 보이지만, 단기와 장기의무임대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과태료를 납부해야 하고 월세인상 상한선도 지켜야 하는 등 단점이 있다.이번에 바뀐 임대소득 사업장 신고는 앞으로의 주택가격과 투자성향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임대소득이나 연금자산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싶다면 재무전문가와 상의해보길 권한다. 이미 지도에 나와 있는 섬이 암초가 되어선 안된다.박동훈 인투자산관리&재무설계 대표

2020-01-19 14:42:27

[이인숙의 옛 그림 예찬] 최북(1712-1786?) '서설홍청'

2020년 경자년 쥐해이다. 옛 그림에서 쥐가 단독 주연으로 나오는 그림으로 쥐 한 마리가 붉은 순무를 갉고 있는 '서설홍청(鼠囓紅菁)'이 있다. 쥐, 다람쥐, 햄스터 등 '이를 가는 부류'인 설치류(齧齒類) 동물은 앞니가 계속 자라므로 어떤 물건이든 갉아 이를 닳게 하는 생태적 특징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갉아대는 쥐를 굳이 그림으로까지 그린 까닭은 그 소리가 돈 세는 소리와 비슷하다고 해서 부를 가져다준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쥐는 평생 이를 가는데, 평생 돈을 세시라는 뜻을 그림으로그린 것이다. 십이지(十二支) 중에 1등인 쥐는 재물을 상징한다. 부지런히 먹이를 모아놓는 습성과 새끼를 많이 낳는 번식력 때문일 것이다. 붉은 무는 홍복(紅蔔)인데 큰 복인 홍복(洪福)과 발음이 비슷해 큰 복을 누리시라는 뜻이 된다. 심사정도 이런 그림을 남긴 것을 보면 어떤 본(本)이 있었던 것 같다.작은 그림인데 인장을 4방이나 찍었다. 오른쪽 위에 주문타원인 '호생(毫生)'이 있고, '좌은재(坐隱齋)'로 서명한 아래로 '반월(半月)', '최씨(崔氏)', '칠칠(七七)'이 일렬로 찍혀 있다. 붓으로 먹고산다, 붓이 생동한다는 호생은 최북의 잘 알려진 호이고, 반월은 애꾸눈이었던 최북이 눈이 반 밖에 없다는 뜻을 이렇게 나타낸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칠칠은 이름인 북(北)을 둘로 쪼개 파자(破字) 해 스스로 못난이, 바보라고 한 것이다. 북으로 이름을 바꾼 것, 자(字)를 칠칠이라고 한 것은 자신을 온전히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과의 불화를 나타내는 것일 테다. 신분을 앞세우는 사회였고, 군자라는 윤리적 인간형 이외의 타입은 인정받기 어려웠던 시대였다.이 그림은 최북의 호 좌은재를 알려준다. 옛사람들은 고상한 소일거리인 바둑을 손으로 하는 말 없는 대화라고 해서 수담(手談)이라고 했고, 바둑 두는 일을 좌은(坐隱)이라고 했다. 최북은 바둑 고수였다. 남공철(1760-1840)의 '최칠칠전(崔七七傳)'에 최북이 서평공자(西平公子)와 백금(百金)을 걸고 바둑을 두다 공자가 한 수 물러달라고 하자 바둑돌을 흩어버리고 다시는 그와 대국하지 않았다는 일화가 전한다. '성여도봉화염(性如刀鋒火焰)'이라고 한 칼끝 같고, 불꽃같은 뻣뻣한 성품은 왕실의 종친인 귀인(貴人)이라고 해서 물러서지 않았던 것이다.12지는 원래 고대 천문학에서 시간을 표기하기 위해 만든 별자리 단위로 중국, 일본, 인도, 베트남, 네팔 등 여러 나라에 있다. 12마리 동물이 우주동물원을 구성하며 십이지의 징표로 대입된 것은 불교의 십이신장(十二神將), 도교 방위신앙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더 멀리는 인간이 동물을 숭배하던 토템사회의 흔적이라고 한다. 곰을 숭배하는 부족은 곰이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믿었고, 다람쥐를 신으로 모시는 부족은 다람쥐를 조상으로 여겼다. 띠는 "그 사람의 심장에 숨어있는 동물"이다. 미술사 연구자

2020-01-19 06:30:00

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종문의 한시산책] 진시황 묘를 지나며(途經秦始皇墓) - 허혼

기세등등 산 같은 무덤 나무만 수북하니 / 龍盤虎踞樹層層(용반호거수층층)권세가 구름을 찔러도 아 결국은 죽는구나 / 勢入浮雲亦是崩(세입부운역시붕)푸른 산 가을 풀에 묻힌 것은 같지마는 / 一種靑山秋草裏(일종청산추초리)길손들은 한 문제의 무덤에만 절을 하네 / 路人唯拜漢文陵(로인유배한문릉)전국칠웅(戰國七雄)! 전국시대에 중국의 패권을 놓고 맞장을 떴던 7개의 강대국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 가운데 하나였던 진(秦)나라의 시황제(始皇帝)는 나머지 여섯 나라를 순식간에 각개격파하고, 중국 최초로 천하 통일의 대업을 이루었던 인물이다.천하의 문자를 통일하고, 천하의 도량형을 통일하고, 천하의 수레 궤도까지 통일한 것도 바로 그였다. 한 마디로 말하여 진시황은 오늘날 거대 중국의 초석을 다진, 중국사 전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다. 그가 아니었다면 세상 사람들이 중국을 '차이나(China)'로 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차이나(China)'라는 말 자체가 중국 최초의 통일 왕조인 진(Chin) 나라에서 유래한 것이니까.하지만 진시황은 분서갱유(焚書坑儒)로 사람들의 입에다 재갈을 물렸고, 기분 내키는 대로 그 막강한 권력을 마구 휘둘렀던 희대의 폭군이기도 했다. 어디 그뿐이랴. 그는 아방궁과 만리장성 축조 등 어마어마한 토목 공사를 일으켜, 백성들의 삶을 완전 도탄에 빠뜨렸던 몹쓸 황제이기도 했다. 자신의 무덤을 조성하는 일도 상상을 초월하는 파천황(破天荒)의 대공사였음은 현재 발굴 중인 그의 무덤의 입이 딱 벌어질 규모를 통해서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문경지치(文景之治)! 한나라 문제(文帝)와 그를 이어받은 경제(景帝) 시대의 이상적인 정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 마디로 말하여 문제는 진시황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태평성대를 구가한 사람이었다. 그는 농업을 장려하는 데 솔선수범했을 뿐만 아니라, 각종 세금을 대폭 삭감하고, 가혹한 형벌을 폐지하여 백성들의 삶을 편안하고 풍요롭게 한 현군(賢君)이었다. 검소한 생활이 몸에 밴 사람이었으므로 그의 무덤이 진시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지나가는 길손들은 문제의 무덤에만 절을 하고 간다.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있는 독재자가 한둘이 아니듯이, 폭군이면서 현군의 탈을 쓴 통치자도 많다. 그러나 살아서 펄펄 뛰던 권력이 무덤 속으로 이사를 하고 나면, 그 때는 죄다 판명 날게다. 백성들이 무덤에 절을 하고 가면 현군이고, 그렇지 않으면 아닐 테니까.이종문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2020-01-18 06:30:00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광장] 케렌시아, 마음의 고향

작가 류시화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 수록된 첫 작품이 '퀘렌시아'(Querencia)인데 '자아 회복의 장소를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국어사전엔 '퀘' 대신 '케'로 등록되어 있으므로 '케렌시아'로 부르기로 한다. 이 말은 스페인어로 피난처, 안식처를 뜻하며 투우장에서 투우가 투우사와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잠시 쉬는 곳을 가리킨다.'케렌시아'를 '자아 회복의 장소'로 번역하면 너무 길고, '피난처'나 '안식처'로 해석하면 다소 건조하게 들린다. 김형석 교수는 '고향'이라는 수필에서 고향이라는 단어를 케렌시아처럼 썼는데, 고향은 '태어난 곳'이라는 뜻이므로 그것을 케렌시아로 보는 데도 문제가 있다. 그래서 고심 끝에 '심향'(心鄕), 즉 '마음의 고향'으로 옮기기로 했다.심향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곳에선 홀로 있어도 외롭지 않고, 마음은 편해지고, 몸엔 힘이 솟으며, 없던 자신감도 생겨나고, 선택의 기로에서는 가야 할 길이 보인다. 심향이라 해서 특별한 곳이 아니라 집 안의 작은 방일 수도 있고, 거실 내의 소파일 수도 있다. 주택에 거주하는 지인이 그 집의 반지하 공간을 소개한 적이 있다. 독서·음악·영화 등을 즐길 수 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이었다. 그분이 방의 이름을 고심하고 있어서 '심향'을 추천해 주었다.필자에겐 심향이 많다. 셋만 꼽으면, 첫째는 경북대 꽃시계 옆의 숲, 둘째는 문경새재, 셋째는 영천호(湖)다. 학교에서 시간이 나면 백양로를 따라 걷다 꽃시계 옆의 숲속 벤치에 앉는다. 고개를 들면 나뭇가지 사이로 하늘이 보이고, 주변엔 소나무와 물푸레나무가 에워싸고 있으며, 바닥에선 부엽토의 온기가 전해온다. 복잡한 일도 이곳에 앉으면 단순하고 수월하게 느껴진다.종일 시간이 나면 새재로 간다. 1관문인 주흘관에서 2관문인 조곡관을 거쳐 3관문인 조령관으로 이어지는 길은 명품이다. 소나무, 잣나무, 박달나무가 조화롭게 숲을 이루고 곳곳엔 역사와 전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좌측의 조령산과 우측의 주흘산으로 난 등산로도 일품인데 특히 주흘산의 주봉, 관봉, 영봉과 6개의 부(釜)봉은 비경이다. 그간 수도 없이 방문했지만 갈 때마다 몸과 마음이 새 기운을 얻는다.세 번째는 영천호다. 공식 명칭은 영천댐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영천호'라고 부른다. 순환로가 산기슭을 따라 나 있으므로 자동차로 굽이굽이 도는 것만으로도 휴식이 된다. 전망 좋은 곳에 차를 세우고, 호수 안으로 내달리다 멈춰선 듯한 키 낮은 산 능선, 이어 놓은 표주박처럼 물 위로 봉긋봉긋 솟은 봉우리들을 바라본다. 호수의 동쪽은 운주산, 북쪽은 꼬깔산과 기룡산이 있는데 서너 시간의 산행 코스로 아주 멋지다. 4월 초순엔 순환로를 따라 벚꽃이 끝없이 만발한다. 벚꽃이 질 때 눈송이가 되어 흩날리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위의 심향들과는 달리 우리 모두가 갖는 마음의 고향이 있다. 명절이면 찾아가는 곳이다. 부모님이 계신 집일 수도, 큰집이거나 작은집일 수도 또는 시가나 처가일 수도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좋은 시간만을 보내면 좋겠지만, 너무 반가운 나머지 예기치 못한 사소한 일로 마음이 상한 채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이번 설에는 형편이야 각기 다르겠지만 '동근생'(同根生)끼리, 즉 '같은 뿌리에서 나온 형제자매들'끼리 따뜻한 정을 나누는 명절이 되길 바란다. 자신을 찾고 소중한 추억 하나 만들 수 있길 기원한다.

2020-01-17 19:47:53

김영환 준비하는 미래 대표

[시대산책] 이란과 북한에 대한 차별 대우

핵개발 뚜렷한 증거가 없는 이란 트럼프, 솔레이마니 암살 무리수 노골적으로 핵보유 선언한 북한 경제제재 외 일체의 강경책 없어연초에 미군의 솔레이마니 암살로 촉발된 중동 사태가 싱겁게 일단락되었다. 이 과정에서 미국도 어느 정도 체면에 손상이 있었지만 이란이 입은 상처는 엄청나게 컸다. 일단 솔레이마니의 암살은 무리수이자 불필요한 일이었다는 지적이 많다. 그가 이란에서 가장 유명한 장군인 것은 맞지만 낡은 전술과 불필요한 강경책을 고집하는 등 그를 제거하는 것이 이란에 타격을 가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명분에서도 밀리고 필요성도 의문이 들고 오히려 이란인들의 결집을 가져오면서 역효과만 큰 공격으로 끝날 뻔했다. 이란 정부의 더 치명적인 실수들이 아니었다면.이란은 미국의 이런 공격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는 듯했다. 내정의 실패와 심화되는 제재 때문에 이란인들의 불만이 고조되어가는 와중에 이란에서 가장 유명한 장군이 오랜 적인 미국에 의해 암살되는 사태가 터지자 갑자기 국민적 단결 분위기가 마련되었다. 솔레이마니 딸의 등장과 그녀의 선동은 이런 분위기를 더욱 달구었다.솔레이마니의 암살을 보복하기 위해 이란이 미군 기지에 가한 미사일 공격이 이란과 미국이 짜고 친 쇼였다는 것이 드러났다. 오랜 기간 반미투쟁의 선봉장을 자처해 오고 불과 몇 시간 전까지 미국에 대한 처절한 보복을 외치던 이란 정부가 이란 국민을 속이기 위해 쇼를 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그런데 이보다 더 큰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란이 보복 공격 쇼를 하는 와중에 미사일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격추시켜 176명이 사망했는데 승객 대부분은 이란인이거나 이란계 캐나다인이었다. 보복 공격을 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미군은 한 명도 죽이지 않고 자국인이나 자기 민족만 대거 죽인 것이다. 이 사건 직후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태도 때문에 더욱 심각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 사건으로 이란 정부는 국제적으로도 유구무언이 되고 국내적으로는 반정부 분위기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솔레이마니 암살을 계기로 국민적 단결을 기대했던 이란 정부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하고 말았다.최근의 이런 사태들을 보면 영화 제목 '덤 앤 더머'(dumb and dumber: 어리석은, 그리고 더 어리석은)가 생각난다. 누가 더 바보인지 경연대회를 하는 것 같다.최근의 이란을 둘러싼 사태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갖는 것이 있다. 북한은 노골적으로 핵무기 개발을 하고 핵보유를 선언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노골적으로 개발하는데 미국이 북한에 대해서는 아주 부드럽게 대하고 핵개발을 하고 있는 것인지 뚜렷한 증거가 없는 이란에 대해서는 아주 거칠게 대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사람들이 많다.그 이유는 첫째, 한반도는 서울, 도쿄, 베이징, 상하이 등 세계 경제의 중심적인 도시들이 바로 그 주위에 즐비한 곳이고 이곳에서 벌어지는 군사적 충돌은 동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전 세계에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줄 것이지만 이란 이라크는 경제 중심지와는 거리가 먼 곳이다. 이란이나 이라크에서 전쟁이 벌어지거나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국제유가에 매우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예상도 있지만 미국 셰일가스의 시장 탄력성이 매우 높아 큰 충격은 없으리라는 예상이 더 많다.둘째, 이란은 종교적 이유 때문에 미국이 아무리 관대하게 대하고 공을 들여도 결국 미국 편으로 돌아오거나 최소한 중립화될 가능성도 없다고 보지만 북한은 제2의 베트남이 될 가능성이 꽤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종교적 배경이 없고 6·25전쟁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이 대부분 사망하면서 미국에 대한 원한도 점차 그 깊이가 얕아지고 있다.셋째, 이란 이라크 등에 전쟁이나 전쟁에 준하는 사태가 벌어지더라도 중국이나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이 낮지만 북한은 중국의 핵심이해지역으로 보기 때문에 북한에 어떤 사태가 벌어지면 중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치권이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외치고는 있지만 중국과 전쟁할 엄두를 내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이러한 사정들을 미국 지도부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는 경제제재 이외에는 일체의 강경책을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한은 그동안의 태도로 볼때 경제제재 외의 그 어떤 강경책을 사용하더라도 절대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은 없지만.

2020-01-16 15: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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