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한만수 국장

[기고]경북관광 세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세계로 열린 경북관광, 관광 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올해 우리 도정의 최고 화두다. 최근 관광 산업을 이야기할 때 일본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을 것 같다.요즘 사람들은 '스미마셍' '곤니치와'를 몰라도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편리한 대중교통(철도, 지하철), 생각보다 비싸지 않고 다양한 맛집, 크고 작은 쾌적한 쇼핑시설, 다소 좁지만 양적질적으로 선택의 폭이 넓은 숙박시설에다가 일본 특유의 친절함까지 더해지니 일본에 가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최근 일본은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오히려 오버투어리즘을 걱정하고 있을 정도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엔고 기조로 전년 대비 약 28%까지 감소했던 방일 외국인 관광객은 2012년부터 엔화 약세 전환과 더불어 실시된 적극적인 관광 정책과 함께 지난해에는 3천119만 명을 기록하는 등 6년 동안 5배 이상 증가하였다.일본은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제도의 정비는 물론, 지역 인바운드 관광 통계를 강화하여 외래 관광객 실태를 분석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시선으로 환경을 정비하는 노력을 해왔다. 특히 지역관광 관련 정책은 지역이 주도하고, 중앙정부는 이를 집중 지원하는 형태로 지역관광 진흥의 역할을 분담하였다. 중앙정부가 DMO(지역관광 추진 조직) 플랫폼 구축을 집중 지원하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상황에 맞게 조직을 구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대표적인 성과라 할 수 있다.우리는 더 이상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메르스 사태, 북핵 문제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 감소를 정당화할 핑곗거리로 삼아서는 안 된다. 그간 우리의 관광 정책이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의존한 외형적인 성장만을 목표로 하고 있지 않았는지, 질적 성장을 위한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다행히 정부에서도 최근 우리나라 관광 산업 혁신을 통한 새로운 도약을 위해, 국제관광도시·관광거점도시 육성, 국가별 마케팅, 한류 투자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한민국 관광 혁신 전략'을 발표하였다.물 들어 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정부의 혁신 전략에 대응하고 일본의 성공 사례를 본받아 이제 경북관광 활성화의 답을 찾아야 한다.먼저 여행객들의 불편 제로를 목표로 도와 23개 시·군이 경상북도문화관광공사와 협업을 통해 주방, 좌식 탁자, 메뉴판 등 관광지의 식당 환경과 화장실 개선, 안내판 정비 등을 실시하여 지역관광의 기초 체질부터 개선하고자 한다. 그리고 대구시와 공동으로 관광상품을 개발판매하고 해외 홍보사무소도 운영할 것이다.특히 우리 도는 부족한 여행자 센터(Visitors Center)를 확대하고 유튜브 등을 활용한 마케팅, 시군 대표축제를 육성하는 얼라이언스 프로그램(품앗이)을 준비하고 있다.비록 경북관광의 현주소는 녹록지 않지만, 우리에게는 전국 최대의 문화재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낙동강, 백두대간, 동해, 울릉도와 독도 등 천혜의 환경자원이 있다.환골탈태의 정신으로 세계로 열린 관광경북 실현을 목표로 학계와 관광 산업계, 그리고 공공부문이 함께 노력하여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행복한 미래를 상상해 본다.

2019-05-19 15:31:36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브랜드, 그게 뭐라고?

브랜드는 이름이다. 정확히는 세상 유일한 것에 붙는 단 하나의 이름이다. 사람의 이름도 그렇다. 하나의 이름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다. 내 아이의 이름처럼 말이다. 그래서 둘은 닮았다. 내친김에 나란히 놓고 정리해 보자.아이가 태어나 이름을 지었다. 즉, 브랜드의 탄생이다. 아이의 부모가 "개구쟁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고 했다. 이건 브랜드 슬로건, 혹은 도시로 치면 정책 슬로건이다. 아이의 할머니가 "어이구! 우리 강아지"라고 했다. 강아지는 어쩌면 이 브랜드의 캐릭터가 될지도 모른다. 아이가 자라 조금씩 '자기만의 것'을 찾기 시작했다. 옷 하나를 고를 때도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집한다. 이른바 브랜드의 정체성 확립이다. 갈수록 아이를 알아보고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이건 브랜드의 확산이다. 훌륭히 자란 아이가 어른이 되어 세상에 이름을 떨친다. 그 이름 하나에 사람들의 마음이 움직이고 세상이 바뀐다. 다름 아닌 '브랜드 파워'다. 이게 전부다.다시 풀어 보면 이렇게 된다. 맨 처음 브랜드는 단지 하나의 이름일 뿐이었다. 브랜드의 전개, 즉 브랜딩은 부모가, 할머니가 그 이름을 불러주는 것으로 시작된다. 브랜드의 비전은 한 가족의 문화와 그 구성원들의 생각과 바람으로 설정된다. 브랜드의 정체성은 부모의 영향과 아이의 노력이 모여 만들어지고 '자기다움'을 지켜 가는 것으로 유지된다. 브랜드 파워는 아이의 이름을 불러주면 솟아나고 정체성을 지켜낼수록 세지며 아이가 세상과 소통하는 만큼 커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성공한 브랜드의 모든 전개 과정에는 손자를 부르는 할머니의 목소리,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눈빛처럼 지극한 사랑이 녹아 있다. 그건 아이디어를 곧 창의성으로 여기는 사이비 전문가들의 얄팍한 기술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일이다.그렇다면 이쯤에서 브랜드와 그 정체성에 관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 대구로 가져와 보자.지난 2015년 11월 2일, '대구 도시 브랜드를 만드는 시민모임'의 출범식이 있었다. 그때, 대구시는 '도시의 핵심 가치와 비전을 반영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담아내며 시민의 집단 지성과 공감을 이끌어내 긍정과 희망의 공동체 의식을 회복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도시의 100년 가는 브랜드'를 만들겠노라 천명했다.일단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건 없다. 설사 있다 해도 이런 정도의 것이 무슨 시민모임에서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었다 치자. 그게 뭐라고? '로고 타이프'와 '심벌마크', 기껏해야 글자 몇 개에 약간의 이미지가 다가 아닌가! 그건 정말이지 아무것도 아니다.브랜드는 만드는 게 '1'이라면 그다음에 있을 과정이 '99'이다. 다만 그 '1'이 중요한 건 그것이 '99'를 방해하거나 제한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그래서 필요한 거다. 전문가는 그 이름이 진짜 '사람의 이름'으로 적합한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이다. 전문가는 그 뒤에 올 '99', 즉 브랜드의 운용 및 전개 과정에서 제약이 될 요소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미리 찾아내 고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문가는 상징이 아니라 합리적 운용이 가능한 '상징 체계'를 만드는 사람이다.'99'에 선행하는 '1'을 만드는 작업, 이건 우주선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전문적인 영역에 속하는 일이다. '시민모임'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아마추어 프로축구선수'가 없듯이 '시민전문가'라는 말도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컬러풀대구'를 대신할 브랜드가 필요하면 전문가를 찾아야 한다. 진짜 전문가라면 한동안 미친 듯이 대구를 사랑할 테고 가짜 전문가는 뉴욕은 어떻고 코펜하겐은 어떠니 하며 낡은 이야기를 하려 들 것이다. 진짜 전문가라면 하염없이 시민을 바라보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할 테고 가짜 전문가는 시민에게 대구의 정체성을 가르치고 일깨우려 들 것이다. 그러니 대구 도시 브랜드, 할 거면 전문가 그룹에 맡겨 제대로 하고 아니면 말아야 한다. 그다음에 진행될 '99'는 시와 시민의 몫이다.

2019-05-19 14:58:31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광장] 신천(新川) 지명에 대한 오해

신천은 비슬산 북동사면에서 발원하는 용계천과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우미산 남서쪽 밤티재 부근에서 발원하는 또 하나의 지류가 가창면 사방산 부근에서 만나 북쪽으로 흘러 침산 부근에서 금호강으로 유입한다. 신천은 금호강(대구권) 최대 지류로 길이 27㎞, 유역 면적 165㎢에 달한다. 비교적 큰 하상경사 탓에 유속도 빨라 가창교에서 상동교까지는 초속 4∼5m, 상동교로부터 침산교까지는 초속 2∼3m를 보인다.신천의 활발한 침식작용은 신천변 곳곳에 수려한 지형 경관들을 많이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지난 시절 개발 과정에서 정겹고 흥미로운 전설과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던 신천의 풍광이 하나둘씩 사라져, 남아 있는 자연경관이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나마 앞산 용두골∼고산골 구간에 남아 있었던 용두산(앞산)의 하식애(강가의 바위 절벽)와 문화 역사적 가치가 큰 문화 지형조차도 신천 좌안도로 공사와 앞산터널 공사로 인해 상당 부분 훼손돼 안타깝다.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신천은 항상 대구의 중심 하천으로 자리매김해오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큰 금호강이 있음에도 대구지역민에게 있어 신천의 의미는 거의 절대적 가치로 인식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민 대부분은 신천의 정체성과도 같은 지명 유래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설령 알더라도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신천 지명과 관련하여 대구지역민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구 한가운데를 흘러가는 신천이 자주 범람하여 많은 피해를 주었다. 그러자 1778년 대구 판관 이서가 주민의 기부금과 자신의 사재를 들여 신천 물줄기를 지금의 유로로 변경시킨 탓에 새로 낸 물줄기, 즉 신천(新川)이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판관 덕에 대구지역민들은 수해로부터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어 그 보답으로 이공제비(李公堤碑)를 조성하였다는 것이다. 대체로 맞는 말이지만 신천 지명 유래와 관련하여서는 잘못된 부분이 있어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판관 이서가 신천의 물길을 돌렸다고 전해지는 시기인 1778년 이전에 발간된 해동지도(18세기 초)와 동국지도(18세기 중기)에 표시된 신천의 위치는 현재 신천 위치와 동일하다. 경상도지리지(1425년), 세종실록지리지(1454년), 신증동국여지승람(1530년) 등의 고문헌 대구편에는 이미 신천이라는 지명이 나오고 있다. 신천(新川) 지명이 존재하는 지역으로 경남 창원, 경북 성주, 전남 진도, 경기 시흥, 서울 잠실 등이 있다. 창원의 경우는 동쪽의 의미를 가지는 '새'가 '신'(新)으로 한자화 되었고, 서울은 샛강의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대구 신천의 지명 유래를 판관 이서가 물길을 돌려 새로 조성했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못하다.신천은 수성현과 대구현(달구벌) 사이를 흐르는 하천이라는 뜻에서 '사이천', '새천'(샛강)으로 불리다가 한자로 표기되는 과정에서 '신천'(新川)으로 오기되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달구벌 동편에 있는 하천이라 '새내'로 부르다가 한자화 과정에서 '신천'으로 바뀌었다는 해석도 고려해볼 만하다. 상동교 동편에 위치하는 '이공제비'에 새겨진 글에는 신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았다는 기록은 있어도 신천의 물줄기를 돌렸다는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다.

2019-05-17 06:30:00

이광수 _무정_ 1회(매일신보, 1917. 1. 1.)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무정'의 이형식이 결혼에 성공한 이유

이광수 '무정'(1917)은 신데렐라이야기이다. 통용되는 신데렐라 이야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신데렐라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점이다. '무정'의 주인공 이형식은 가난한 고학생 출신에, 외모 역시 보잘 것 없다. 그런 이형식이 어느 날 갑자기 조선의 권력자 중 한 사람인 김장로의 사위로 낙점된다. 그렇다고 김장로의 딸 김선형이 남다른 결함이 있는 것도 아니다. 김선형은 미인으로 진명여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한 재원이다. 이 정도면 분명히 이형식은 남자 신데렐라이다.물론 이형식이 가진 능력이 하나 있기는 하다. 고학으로 도쿄 유학을 마친 엘리트에 순수하고도 빛나는 이상을 지녔다는 점이다. 그러나 조선인들에게는 취업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던 1910년대 말 식민지 조선에서, 인문학을 전공한 도쿄 유학생 타이틀로 손에 죌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이형식의 조건은 조선의 권력자인 김장로의 사위로 낙점받기에는 턱 없이 부족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형식이 아름다운 아내, 부유한 처가, 미국유학 기회까지 한 번에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장로의 귀하디귀한 무남독녀 선형의 출생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선형은 김장로와 기생 부용 사이에서 난 딸이다. 물론 본처가 죽고 난 후, 김장로가 기생 부용을 정식 아내로 맞기는 하지만 기생이라는 부용의 전력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말인즉, 선형은 기생의 딸이었던 것이다. 철저한 신분사회였던 전통적 조선에서 기생의 딸은 기생이 되거나, 첩이 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었다. 새로운 세상이 오지 않는 한 그들의 삶은 변할 리가 없었다. '무정'이 발표된 1917년은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지만 전통적 관습이 여전히 힘을 발휘하고 있던 때였다. 변혁이 시작되었지만 속도는 더뎠다.기생의 딸이었던 소설가 김명순이 1914년 일본 육사 생도 이응준으로부터 데이트 강간을 당했을 때, 조선사회는 모든 책임을 김명순의 '부정한 혈액' 탓으로 돌렸다. 1910년대 조선에서 기생은 여전히 '춘정을 파는 아름다운 동물'이었고, 기생의 딸 은 어미의 '나쁜 피'를 물려받은 부정한 동물이었다. 이런 사회에서 김선형이 제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기생의 딸이라는 신분의 한계를 넘어서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낙인은 아버지 김장로의 권력과 돈으로도 없앨 수 없는 것이었다. 김장로가 가진 것 하나 없는 이형식을 사위로 결정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이형식이 결혼에 성공하여 신데렐라가 되는 그 지점에서 '무정'이 지향하는 새로운 세계의 문이 비로소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그 세계는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곳이다. 선형과의 결혼으로 그녀 신분의 한계까지 짊어지게 된 이형식으로서는 자신 뿐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서 목숨을 걸고서라도 그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어야 하는 것이었다. 시대의 그늘이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근대소설 '무정'에 주어진 사명이었다. 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05-16 16:27:47

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춘추칼럼]지역문화와 학습공동체

한국 사회는 다양한 영역에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인구의 급격한 변화, 기술 발달에 따른 사회 환경의 변화, 압축 근대화와 도시화에 대한 대응 등은 단순한 국면 전환을 넘어 사회의 근본적인 전환으로 다가온다. 특히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담론은 우리 인생의 노화처럼, 알고 있지만 인정하기 싫은 '사실'이다. 물론 중앙정부 차원에서 '도시재생'이라는 사업에 50조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준비함으로써 위기에 대한 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남는 의문은 특정 지역이나 계층이나 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라는 공동체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그 가운데 주목하는 것으로 대학과 지식사회의 풍경이 있다. 현실은 '풍경'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는 처참하고 가혹하다. 작년 대비 올해 대학의 강좌 수는 6천655개나 줄었다. 그 수업을 담당하던 시간강사들의 비명 소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나는 이러한 문제가 기본적으로 대학의 문제이자 국가 학문 정책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그 영역에서 대안을 강구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동시에 여러 대안 중 하나로 지역문화 차원에서 지식연구 네트워크와 같은 공동체를 모색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식사회의 문제를 지역문화 생태계 관점에서 바라보고 대안을 찾자는 말이다.지역사회는 교육과 복지, 문화, 환경, 의료 등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현안들이 펼쳐지는 곳이라는 점에서, 파편적이고 전문화된 지식만 넘치는 사회에서 총체적 지식의 향연을 지역사회에서 만들어 보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지식의 문제를 대학과 지식인 등 특정 주체에 '위탁'해 왔던 게 사실이다. 이제 지식 생산의 구조와 방법을 지역문화 생태계 구조에서 고민할 때가 되었다.지역문화 생태계 관점에서 그동안 마을 만들기와 마을공동체 복원사업 등은 혁신적인 사례뿐만 아니라 무너져 가는 공동체를 살리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현실은 피로감에 물들어 있음을 보게 된다. 아무리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된다고 하더라도 그 안에서 하는 활동과 주체는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이에 대한 대안이 '학습'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활동을 넘어 학습공동체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때 학습공동체의 물리적 토대는 도서관과 동네 책방, 카페 등 다양한 공간을 생각할 수 있다. 특히 도서관은 공공도서관뿐만 아니라 사립작은도서관 등이 촘촘하게 되어 있는 곳도 많다. 평생학습기관도 중요한 공간이자 자원이다.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이자 학습의 공간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서로가 배우는 공간이다. 지식인과 대중, 전문가와 일반인, 예술가와 주민 등의 구분은 이제 의미가 없다. 우리는 서로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가 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지역사회라는 특정한 시공간적 경험을 공유하는 공동체에서 발휘될 수 있는 일종의 '선한 영향력'이다.다음으로 지역마다 편차는 있지만 대학과의 연계를 통해 인적 자원과 물적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다. 대학과의 연계는 대학에 갇혀 있던 교수와 연구자, 학생들이 실제 지역을 경험할 수 있게 되고, 지역사회에서는 지역과 아무 관련성이 없는 외부의 전문가를 불러 일회성 행사를 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문화체육관광부와 출판문화진흥원은 '인문활동가 지원사업'을 전국 단위로 수년째 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지식 전문가들이 지역사회 차원에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활동과 성과가 지금 하는 것처럼 개인 연구자에 대한 일시적 인건비 지원 형태로 그친다면 '인문활동'은 지역의 자원으로 축적될 수 없을 것이다. 인문활동가 사업을 통해 발굴된 지식 연구자들을 지역의 도서관과 독서 동아리, 시민교육, 평생학습, 예술가 등 다양한 자원들과 연계할 수 있는 출구 전략이 절실하다.지식인의 역할과 임무를 묻는 시대는 끝났다. 지식인이 아니라 연구자로서 혹은 전문가로서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호흡하고 삶의 공간에서 일상의 문제를 고민하는 차원의 실천이 필요하다. 대학이라는 공간을 넘어 지역문화 차원에서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지역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짜 지식이 필요한 시대이다. 마을공동체, 시민 자산화, 사회적경제, 공공미술, 문화예술 교육 등 할 일이 태산이다. 지식이 필요한 곳은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이다.권경우 성북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2019-05-16 13:40:01

장석수 작 '파이프를 그린 그림을 들고 있는 소년' 1971

[김영동의 시대와 미술]새로운 구상미술의 시작

언제부터인가 우리 주위에는 내놓고 담배를 피우는 광경이 사라진 듯하다. 그러나 아직 노상 흡연자들이 흔하게 눈에 띄는 외국에 비하면 우리 풍속이 빠르게 변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장석수 선생은 파이프를 손에 들고 한 모금 연기를 뿜어내는 멋진 사진이 있다. 본인의 수집품으로 보기엔 좀 많지만 수십 종류의 파이프를 모아 둥글게 펴놓은 그림도 있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대에도 개인의 작은 호사 하나쯤 누린다고 누가 탓했으랴마는 선생의 파이프 사랑은 각별했던 듯하다. 앙티미즘 작가들이 주변의 작은 사물에 정을 느끼고 애착 가는 물건들을 곧잘 작품의 소재로 그렸다. 일상 속에 신변잡기를 주제로 삼은 그림들이 향수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장석수 선생의 1971년 작품이 결코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은 아니다.장석수 선생은 1958년부터 대학 강단에 서며 (당시 대구대학에 출강) 서구 현대미술에 관한 지식을 소개하는 글들을 자주 지상에 게재했다. 전시와 작품 논평을 포함해서 동시대 추상미술의 이미지들을 이론적 배경과 함께 해설하는 신문 연재도 많았다. 조선일보 현대미술전에 출품한 그의 작품들은 엥포르멜이라고 부르는 비정형 비대상 추상회화의 전형적인 예다. 그런 작품들의 특징은 어두운 물감 자국과 얼룩 등으로만 구성되어 어떤 다른 형상도 연상시키지 않는다. 야만적인 전쟁이 남긴 깊게 파인 상처들인 양 인간의 실존과 자아의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이미지들이다. 결연하고 비장한 각오로 안이한 일상을 뛰어넘고자 했던 고통이 느껴진다.화가들은 달콤한 소재 대신 고통스러운 주제를 추구해야 했다. 감각적 즐거움이 그렇게 두려웠던지 신체적 인내가 곧 작업 내용이 되던 시대였다. 힘들게 방법 자체에서 개성적인 독자성을 확보하고 거기서 쉽게 나오려 하지도 않았다. 장석수 선생은 1966년 거의 10년 가까이 그렇게 실험한 결과들을 100호 이상의 대작들로 개인전을 가졌다.미술사가 뵐플린의 주장이었던가 모든 양식이 모든 시대에 가능하지 않았다. 서구에서는 다시 신구상주의가 일어나고 포스트모던 시대 회화의 복귀가 명백해졌다. 선생은 감각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변화를 자각했던지 1970년대가 되면서 전혀 새로운 구상적 작품을 내놓았는데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은 그의 전환은 예술가 특유의 자유나 용기에서 나왔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선생은 새로운 추구의 귀추를 다 드러내기 전 55세의 너무 이른 나이에 타계한 것이 너무 아쉽다.미술평론가

2019-05-16 13:00:44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매일춘추]마음의 병을 어쩔 것이냐

인간은 육체적으로 그리 강하지 못하고 정신적으로도 그리 완전하지 못한 존재다. 그래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나약한 존재이며 불완전한 존재다. 이런 존재가 살아오면서 억울한 일, 예상치 못했던 사고, 원치 않았던 이별, 양심이나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 등 여러 가지를 경험하면서 스스로나 혹은 타인으로부터 상처를 받고 죄를 짓고 그로 인해 고통 속에 갇혀 살게 된다. 마음의 병인 상처와 죄, 그리고 고통은 사람에 따라 작은 불행이 되기도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큰 불행이 되어 자신의 삶을 통째로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사람은 마음에 상처를 받으면 곧바로 해결하려고 든다. 죄를 짓고도 도망부터 치려고 한다. 고통을 단번에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마음의 상처와 죄와 고통은 부정이나 도피나 탈피와 같은 방법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정신적인 장애를 해결해주는 것은 숙련된 의사의 도움도 필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원인과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의사도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았으므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내면을 제대로 아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내면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나도 상처와 죄와 고통 때문에 힘들게 지낸 적이 있다. 나도 처음에는 부정이나 도피의 방법을 써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자신의 상처와 죄와 고통을 극복하는 길은 이것들을 직시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먼저 고통을 주는 원인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한다. 이 세상에 상처 없는 자가 어디 있으며, 죄 짓지 않은 자가 어디 있으며 고통 없는 자가 어디 있느냐, 모두가 힘들게 사는 중생이며 이들이야말로 진실로 부처가 아닌가, 이런 식으로 말이다.나만 고통 받는 존재가 아님을 자각하고 나서 상처와 죄와 고통을 깊숙이 들여다보며 자신이 살아온 삶을 떠올리며 반성하고 참회하고 용서를 구할 것은 구하고 속죄하면서 자기성찰을 해 보라. 그러면 조금씩 가슴이 열리고 세상이 보이고 우주가 보이게 되고 마침내 자신의 존재에 대한 경이로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니 먼저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볼 일이다. 이 세상으로부터 받는 사랑에는 상처까지 내포되어 있지만 자신이 자신을 사랑하는 곳에는 사랑뿐이다. 내 안에 있는 나를 사랑하고 상처 받는 마음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스려야 한다. 아프다는 마음, 밉다는 마음, 두렵다는 마음, 괴롭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남이 밉지도 않고 세상이 두렵지도 않고 자신이 괴롭지도 않게 된다. 손상호 경북대 교수·시인

2019-05-16 11:31:20

글을 잘 쓰고 싶지만 지름길이 보이지 않는다. 연필을 괴롭히는 수밖에. 사진: pixabay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SNS에서 광고 카피 쓰는 6가지 방법-2

지난주 칼럼에서 광고 카피 쓰는 세 가지 방법을 공개했다. 오늘 나머지 세 가지 방법도 독자와 공유하려 한다.넷째, 글에도 아이디어가 있어야 한다. 이것은 카피 쓰는 재능이 없는 사람이라도 따라 할 수 있다. 당신의 글이 무미건조하고 재미가 없는 이유는 글 속에 별다른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필자는 부동산 공인중개소를 지나칠 때마다 글의 무미건조함을 느낀다. 24평이 몇억, 35평이 몇억, 전세, 월세, 매매 이 단어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넣어보면 글이 재밌게 바뀐다.'장미꽃을 사세요. 집은 공짜로 드립니다'집은 항상 억대에 거래되고, 장미꽃은 싸다는 인식을 뒤엎는 것이다. 아파트 상가의 공인중개소들이 열이면 열 똑같은 카피를 쓰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 장미꽃을 파는 공인중개소가 있으면 어떨까? 게다가 집은 공짜로 준다니. 필자도 언젠가 책에서 읽었던 사례였는데 실제로 일본에 있었던 마케팅이라고 한다. 글을 잘 쓰는 재주가 없다면 글 속에 아이디어를 담아보자. 당신의 카피 한 줄로 시장의 강자와 약자가 바뀔 것이다.다섯째, 당연한 것의 순서를 바꿔 써라. 사람들이 당연한 순서로 받아들이는 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성경의 데살로니가후서 3장 10절에 이런 구절이 있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하지만 이 문장의 순서를 바꾸면 음식점의 멋진 카피가 탄생한다. '먹지 않는 자여, 일하지도 마라'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굉장히 새롭게 느껴진다.당연하게 인지했던 인과 관계를 뒤집었기 때문에 우리 뇌는 이것을 색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해장국을 맛있게 먹기 위해 술을 마신다'라는 카피도 마찬가지다. 이미 음식점에서는 이런 법칙을 잘 활용하고 있다. 당신의 업계에서도 자주 쓰이는 카피가 무엇인지 찾아보라. 그리고 그 인과관계를 뒤집어 봐라. 독특한 카피가 나올 것이다. 여섯째, 속담을 활용하라. 속담은 그 문장을 인지시키기 위해 광고를 한 적이 없다. 사람들에게 속담을 외우도록 전광판, 신문, 버스 광고를 한 적이 없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속담을 외운다. 그 이유는 속담엔 조상들의 엄청난 통찰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통찰력에 공감해 후대들에 전달한다.좋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데 어떤 글을 써야 할지 모를 때는 속담을 가져와라. 예를 들어 소상공인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대학생들에게 할인 이벤트의 포스터를 올렸다고 가정하자. 이때 '가재는 게 편이다'라는 카피를 써보면 어떨까? 마치 "학생들이 무슨 돈이 있어…. 우리 같은 소상공인은 늘 너희 편이야"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그리고 속담을 센스 있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의 브랜드명이 속담에 들어가 있는 운 좋은 경우(?)도 있다. 당신의 브랜드 네임이 '태산만두'라고 가정하자. 그런데 이 태산이라는 단어는 속담에도 자주 등장하는 단어다. 바로 그 점을 활용하는 것이다.'갈수록 태산'즉, 태산 만두에 오면 올수록 태산 만두밖에 없다는 걸 센스 있게 활용하는 것이다. 속담을 잘 이용하면 마치 그 카피가 진리인 듯 느껴진다. 우리 조상의 지혜가 담긴 카피를 공짜로 쓰는 것이다.좋은 글을 쓰고 싶은가?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그것은 신의 영역이다. 우리는 이미 있는 것을 잘 발견하면 된다. 그리고 종이로 옮겨 적으면 된다. 쓴다는 생각을 버리고 발견한다는 생각을 가지자. 그럼 당신도 어느새 훌륭한 광고 카피라이터가 되어 있을 것이다.㈜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05-16 11:21:21

윤석호 한국산업인력공단 대구본부장

[기고]전략적 인적자원 개발을 통한 미래 대응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할 경쟁력을 세계에 알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5G 상용화 기념사에서 세계 최초의 의미는 대한민국 표준이 세계 표준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며, 이제는 세계 최고라는 목표를 향해 도전해야 할 때임을 강조하였다. 앞으로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사회·문화적 변화는 더욱 빠르고 거세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하지만 전략적으로 인적자원 개발 계획을 수립하여 미래형 인재를 확보하지 않는다면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 대한 대비와 글로벌 기술 경쟁력 강화를 약속할 수 없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신기술 및 융복합 기술 등장에 따른 직업군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자동화에 따라 단순 반복 업무 직군은 점차 축소되고 고숙련 신산업 분야가 그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견된다.맥킨지는 한국이 4차 산업혁명을 제대로 준비한다면 오는 2030년 460조원의 경제효과를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미래의 경제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융복합 고숙련 인재 양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는 전략적 인적자원 개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또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시장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책도 필요하다. 지난 3월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 3천757만 명에서 2067년에는 1천784만 명까지 줄어든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고령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대에는 생산연령인구가 연평균 33만 명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인구절벽'이 2020년대부터 본격화된다는 의미이다.이렇듯 고령화와 저출산 심화로 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수준보다 몇 배 더 높은 1인당 노동생산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도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세대별 맞춤형 인적자원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결국,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직업교육, 평생교육의 기회를 확대하여 생애 주기에 맞는 전략적 인적자원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전략적 인적자원 개발을 통한 노동생산성 향상 말고는 저출산·고령화사회 문제를 해결할 다른 해답이 떠오르지 않는다.전 세계 전자상거래의 핵심 기업으로 성장한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회사의 성장은 사람과 조직이 성장하고 발전하는 과정이다. 사람과 조직은 반드시 내부와 외부의 변화가 있으면 따라서 변화해야 한다"며 환경 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원 교육을 위해 2004년부터 '알리학원'을 설립해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오랜 기간 경쟁력을 유지해 온 글로벌 초우량 기업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도 능동적으로 인적자원 혁신을 추구했다는 점이다.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기업과 학교와 정부(지자체)가 삼위일체로 긴밀히 공조하여 융복합, 사람 중심의 인적자원 개발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인적자원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되어, 혁신적인 미래 인재 육성 정책을 통해 경쟁력을 쌓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선도 국가 대열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19-05-16 11:19:35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매일춘추]희망을 품은 여행

보물섬 같은 모험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 같은 공포소설을 집필한 소설가이자 시인 로버트 스티븐슨은 이야기 했다. "희망을 품고 여행하는 편이 도착해 버리는 것보다 낫다."이 명언은 목적지에 도착하기 위해 또는 목적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해 겪는 과정 자체를 즐기라는 것, 희망을 품고 노력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과정은 막연하고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확신하기도 어려울 수 있지 않은가.필자는 생각한다. 언제 다다를지 모를 도착지를 기다리기 보다 더 멀리 여행을 하고 많은 것을 겪고 경험하고 쌓아가며 도착지의 풍경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필자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하며 가끔은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꿈꿔왔다. 떠밀리거나 이끌려 나의 발자취를 남기기보다 보다 능동적으로 결정하고 움직여 후회 없는 과정과 결과를 남기기를 바랐다. 새로운 환경과 자극,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환기를 기대하며 낯선 곳으로의 여정을 상상하곤 했다. 그렇게 떠남에 대한 갈망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낯섦에 대한 두려움 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처한 현실에 부딪혀 그저 갈망으로 끝날 뿐이었던 것이었다.현재 필자는 러시아 동쪽에 위치한 블라디보스토크라는 바닷가 마을에 머물고 있다.대구연극협회의 해외교류공연을 위해 떠나오는 길이며 공연과 함께 짧은 휴식을 하고 돌아가는 4일 동안의 일정이다. 혼자였다면 언제 어디로 가서 얼마를 머물던 크게 개의치 않았을 테지만 가정과 아기도 있는 입장은 그렇지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보았다. 떠날 수 있는 용기. 크고 중대한 일에 비하자면 사소한 결정일지 모르나 나는 떠나왔고 좋은 공연을 고대하며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희망으로 며칠을 보내고 돌아갈 생각이다.오래된 건물들 사이를 걷고 처음 먹는 음식에 도전하고 동료와 지난 추억에 대해 그리고 앞으로의 청사진에 대해 새벽 늦도록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보내는 이곳에서의 시간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나에게 성취의 보람을, 휴식의 에너지를 그리고 가족의 소중함과 그리움을 선물해줄 것 같다. 그것으로 잠시 동안의 일상을 벗어난 나의 여행은 만족스러우며 다시금 충전된 희망으로 잘 하고 있다고 작은 응원과 칭찬을 보내게 될 것이다.목적지를 향해 가는 우리의 인생길. 도착지에 이르는 것에만 집중하기 보다 여행을 위한 여행을 주저하거나 멈추지 않는 것은 어떨까. 그 선택에 뒤따르는 노력과 희생은 더 다양한 색으로 물들 나의 풍경을 상상해볼 때 해 볼 만한 가치는 충분할 것이다. 오늘도 여행하자. 정성들이고 저지르고 부딪히고 꿈꾸며 희망의 여행을 떠나보자. 김수경 국악밴드 나릿 대표

2019-05-16 11:18:48

신복순 작 '장영희 님을 그리워하며'

[내가 읽은 책]문학작품이 주는 풍요로움과 힘 /문학의 숲을 거닐다/장영희/샘터, 2005

따뜻하면서도 강하게 느껴지는 글이다.편안하고 쉽게 읽히고 정확하면서 세심하고, 많은 지식이 녹아 있는 글이기도 하다. 이 책은 신문에 연재되었던 북 칼럼을 모아 엮은 것이다.저자 장영희는 서강대 영문과 교수였으며 수필가, 번역가, 칼럼니스트였고 중∙고교 영어교과서를 집필하기도 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문학 교수로서 작품을 비평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독자로서 그 작품이 어떻게 마음에 와 닿았는지, 어떤 감동을 주었는지, 그 작품들로 인해 삶이 얼마나 풍요롭게 되었는지에 대해 솔직하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밝히고 있다. 저자가 두꺼운 문학 이론서보다 더 마음에 와 닿았다고 한 말은, 문학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문학하는 사람들은 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질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한 어떤 학생의 말이었다.문학의 목적이 결국 사랑이라고 강조하며 이 책은 희망, 용기, 사랑의 메시지를 독자에게 전한다.만약 문학작품과 문학 이론, 작가의 프로필과 의도 등만 설명했더라면 그리 큰 감흥을 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저자가 펄 벅의 '자라지 않는 아이'라는 문학작품을 소개하며 펄 벅이 국적이 다른 아홉 명의 고아들을 입양했으며 펄 벅의 친딸은 중증의 정신지체와 자폐증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펄 벅이 가장 어렵게 쓴 책이 '자라지 않는 아이'였으며 최고의 명예를 누리는 작가로서가 아니라 장애 자녀를 낳아 길러 본 어머니로서의 체험을 마음으로 토로한 책이라고 했다. 신체장애가 있는 저자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펄 벅의 작품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풀어 놓는다. 위대한 이름이 어머니라며, 장애아 자식을 가진 모든 어머니들의 외로운 투쟁에 대해 사랑과 갈채를 보낸다고 써 놓았다.61꼭지의 글이 실렸으니 이 책에서 언급하는 문학작품도 60편이 넘는다.분명 '고전'을 소개하는데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감동을 느끼게 되고 어렵지 않게 그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마치 저자와 문학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쉽게 설명한다는 것은 자유자재로 작품을 인용할 수 있을 만큼많은 지식이 쌓여 있고 작품에 대한 통찰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두 다리가 불편해 겪어야 했던 이야기, 아버지 장왕록 박사에 대한 이야기,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제자들의 이야기 등 수많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며 문학작품을 연결해 설명을 해줘 감동과 함께 읽는 즐거움을 준다. 애석하게도 나중에 쓰려고 아껴 두었다는 '데미안' '파우스트' '햄릿'은 결국 쓰지 못하고 운명했다. 세 차례의 암 투병을 하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문학의 힘을 증명하기 위해 다시 일어날 것이라 썼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해도 살아있는 순간까지 가졌던 저자의 삶에 대한 용기와 사랑을 진정 문학의 힘이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위대한 작품을 남겨준 작가들의 재능이 너무 고맙다고 했는데 그런 작품들을 다시 읽어보게 해주는 이 책도 참 감사하다.신복순 책 읽는 사람들 회원

2019-05-16 11:18:02

신종두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 소장

[기고]소백산 철쭉, 유혹은 계속된다

철쭉의 계절이다.철쭉은 산에 봄이 왔다고 알리는 수많은 봄꽃 중에서도 꽃이 크고 아름다워 예로부터 선조들이 좋아하는 꽃으로 알려져 있다.(그 예로 신라 성덕왕 때 순정공의 부인인 수로가 절벽 위에 핀 철쭉에 반하여 어여쁘다고 하자 그 말을 들은 농부가 꽃을 꺾어 수로부인께 바쳤다는 문헌 기록이 있다.)소백산국립공원은 지리산, 황매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철쭉 명산이다. 지리산과 황매산의 산철쭉은 진달래처럼 짙은 분홍빛으로 유명하지만, 소백산 철쭉은 옅은 분홍빛으로 자연이 적셔 놓은 연분홍 비단치마처럼 은근한 매력으로 소백산국립공원을 찾는 상춘객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무엇보다 소백산국립공원의 연화봉과 비로봉을 잇는 고산 능선을 힘들게 올라야만 이토록 아름다운 소백산 철쭉의 매력을 탐할 수 있으니 아무에게나 그 아름다움을 허락하지 않는 도도함까지 지닌 봄의 여신으로 불림에 손색이 없다.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급속한 진행과 탐방객의 무분별한 훼손으로 철쭉 개체수가 점차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에서는 소백산의 대표 식물인 철쭉을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하고, 훼손된 철쭉 서식지와 개체 보호를 위해 2006년부터 영주시농업기술센터와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가 공동으로 '소백산국립공원 철쭉 복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소백산에 자생하는 철쭉 종자 채취부터 묘목 증식, 서식지 보호 및 소백산 자락 철쭉 식재 등을 통해 소백산 철쭉 복원 및 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소백산국립공원 일원에 식재한 철쭉 70% 이상을 복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2018년에는 소백산국립공원 내 초암지구에 수고 1m 이상 되는 12년생 철쭉 500주를 식재하였고 금년에는 삼가 및 초암지구에 4년생 철쭉 5천 주를 추가 식재함으로써 고산지대뿐만 아니라 소백산 자락의 저지대에서도 누구나 철쭉의 아름다움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꽃길도 조성하였다.또한 양 기관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철쭉 복원사업은 해를 거듭하면서 지역사회의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미쳐, 10여 년이 지난 지금 경북 영주시 등 유관기관, 산악연맹 등 민간단체와 지역 자원봉사단체 등 다양한 기관들이 철쭉 복원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생물자원 보전을 위한 모범적인 지역협력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이렇게 소백산국립공원 철쭉 복원사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소백산국립공원사무소와 영주농업기술센터가 보유한 전문가의 노하우와 더불어 지역 기관 및 자원봉사자의 큰 관심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된다.철쭉 복원사업이 더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관심 있는 기관과 지역 주민, 나아가 국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하다. 직접 철쭉 복원에 참여하고 싶다면 소백산국립공원 자원봉사자 신청을 권하고 싶다. 무엇보다 철쭉을 심고 가꾸는 것뿐만 아니라 철쭉을 훼손하지 않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복원 방법일 것이다.올해도 5월 중순부터 그 연분홍빛 장관을 보기 위해 수많은 탐방객들이 소백산국립공원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쓰레기 되가져오기, 지정된 탐방로 이용과 서식지 보호활동 등 작은 노력으로 국민 참여형 철쭉 복원사업이 성공하길 기대해 본다.

2019-05-16 02:30:00

[권미강의 생각의 숲] 캄비세스왕의 재판

정말 끔찍한 그림이었다. 화가 제라르 다비드의 '캄비세스왕의 재판'을 본 것은 '법원을 법정에 세우다'라는 연극에서다. 두 장의 그림 안에 네 개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이 그림은 끔찍하고 잔혹하며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첫 그림은 재판관이 몰래 돈을 받는 모습과 체포되는 장면이, 두 번째 그림은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지는 재판관과 재판관이 된 아들이 아버지의 벗겨낸 살가죽을 깔고 앉아 있는 그림이다.판사들의 금품 수수를 내부 고발했다가 고초를 겪은 신평 변호사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낸 연극에서 이 그림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치로 사용됐다. 부패한 법관들로 골치를 썩던 브뤼헤시가 화가 제라르 다비드에게 의뢰해 탄생했다는 이 그림은 페르시아 왕 캄비세스가 부패한 판사 시삼네스에게 내린 형벌을 그대로 묘사했다. 재판관이 얼마나 공정해야 하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줬지만 그림 속 행위는 너무나 야만적이다. 그럼에도 법을 집행하고 판결하는 재판관들이 얼마나 엄중하고 엄정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연극에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주인공과 선배 재판관의 설전 중 "성역이 없다고? 성역이 있어. 그게 바로 우리야"라는 말이 다비드의 그림과 겹쳐졌다. 다른 죄목에도 끔찍한 형벌을 내리던 캄비세스가 판결을 내리는 재판관이 스스로 성역이 되는 걸 막으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재판관의 판결에 따라 운명이 바뀌고 공정함을 잃어 갔을 때 사람들의 원성은 곧 왕의 권위마저 위협하는 엄청난 힘이 된다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우리는 역사에서 수없이 잘못된 판결을 봐왔다. 권력, 돈과 결탁된 판결로 역사의 진실이 묻히고 죄인이 되고 직장과 가족을 잃고 평생을 폐인처럼 살았던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도 무수히 많다. 잘못된 판결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은 산 채로 살가죽이 벗겨지는 고통보다도 더한 고통을 받으며 인생을 마감하기도 한다. 법을 집행하는 행위가 전지전능의 권위가 아니라 공정함을 다루는 일이라는 것을 '캄비세스왕의 재판'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작가 권미강

2019-05-15 18:30:00

양동안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새론새평]'임을 위한 행진곡'은 반체제 가요

문재인 정권이 출범 후에 취한 제1호 조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틀 후에 거행될 금년 5·18 기념식에서도 '임을 위한 행진곡'은 더욱 당당하게 제창될 것이다.문재인 정권이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관철한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기로 한 조치는 타당한 것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그 문제를 진지하게 따져볼수록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조치로 판단된다.왜 그런가? 그 노래의 가사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체제를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를 산문체로 정리하면 "새날(새로운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하다가 먼저 죽은 동지의 뜻을 받들어,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목숨 걸고 투쟁하자"가 된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새날', 즉 새로운 세상의 의미이다.'임을 위한 행진곡'을 독재시대인 1980년대에 불렀을 때의 새날은 좌익운동권에게는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혁명이 성공한 세상'(사실상 사회주의 세상)이고 대중에게는 '자유민주화된 세상'을 의미했다.그러나 자유민주주의가 높은 수준으로 실현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그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에서 말하는 '새날'은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과 판이하게 다른 세상'을 의미하게 된다.'대한민국의 현재 상황과 판이하게 다른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대한민국의 현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는 상이한 체제가 지배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그 세상의 구체적인 그림은 노래를 부르는 사람의 사상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대한민국의 기존 국가 상황과 다르고 자유민주주의와는 다른 체제가 지배하는 세상이란 점에서는 공통될 것이다.'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에 내포된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는 그 가사를 빌려온 모시(母詩) '묏비나리'를 분석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는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 중의 일부를 떼어온 것이다. '묏비나리'가 독자에게 주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①남한의 청년 운동가들은 처음부터 목숨을 던질 각오를 하고 운동에 나서서 살인마 구조인 남한 사회구조를 뒤엎어야 한다. ②혁명투쟁을 하다가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죽더라도 부활하여 민중의 혁명의지를 격발시켜 분단의 벽과 미 제국주의를 무너뜨리고 죽어야 한다. ③투쟁하다가 죽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들을 향하여 새로운 세상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목숨 걸고 투쟁하라는 호소가 된다. ④혁명이 일어나면 민중과 힘을 합쳐 가진 자들과 이 세상의 껍질을 깨버리고 해방 세상을 이루어내야 한다.'묏비나리'가 전달하려는 메시지의 ③에 해당하는 부분에서 혁명투쟁을 하다가 먼저 죽은 선배 투사의 영혼이 후배 투사에게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고 목숨 걸고 투쟁하라"고 촉구하는 대목이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이다.'임을 위한 행진곡'과 '묏비나리'가 전달하려는 대한민국과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메시지는 작사가인 백기완의 대한민국의 상황과 통일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면 한층 더 분명해진다.백기완은 그의 저서 '백기완의 통일 이야기'에서 대한민국을 '온갖 나쁜 짓을 해서라도 돈만 거머쥐면 왕이 되는 사회'요, '남의 나라 군대가 지배하는 창피하고 더러운 식민지'라고 주장하고, 자본가들을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존재로 비난했다. 통일에 관해서는 '우리들의 통일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애는 주한미군이다. 우리가 통일을 하려면 주한미군부터 몰아내야 한다' '우리의 통일은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9-05-15 18:30:00

[책마담] 잇다, 있다, 잇다

"신나는 예술여행, 어린이청소년문학순회 '잇다'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 반갑습니다. 5월의 작가, 권정생을 되살려 생생하게 만나는 시간! 권정생 작가의 삶터, 안동으로 달려온 어린이책 작가들이 권정생을 잇는, 지금 어린이 문학을 이야기합니다."지난 토요일, 떨리는 입술을 마이크에 갖다 대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오후 2시를 조금 넘긴 시각, 안동 강남어린이도서관 강당에서였지요. 한가운데 넓게 깔아놓은 매트를 꽉 채운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와 더불어 눈을 깜빡였습니다."반가운 인사도 나눌 겸 곁에 있는 분들과 손을 한번 잡아볼까요? 잇는다는 건 이렇게 닿고 만나는 거겠지요. 어제의 작가-권정생과 곳곳에서 달려온 오늘의 작가, 그리고 여기 모인 미래의 작가인 어린이들이 만나 서로 닿고 이어지는 이 자리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후원, 어린이청소년책작가연대 주최로 마련되었습니다. 첫 순서로 권정생 작가 소개가 있겠습니다."마이크를 건네받은 서정오 작가는 권정생 작가 글씨가 담긴 원고지를 보여주었어요. 두 작가가 주고받은 편지였지요. 원고지에 적힌 글자가 마음에 훅, 들어와 꿈틀거렸습니다. 그림책 '훨훨 간다' 옛이야기 한 자락이 펼쳐지고, 서정오 작가의 옛이야기 책 '멍서방과 똑서방' 소개가 이어졌습니다. 김정미 작가가 신나는 노래와 몸짓으로 '엄마 까투리' 그림책과 자신의 책 '유령과 함께한 일주일'을 잇고, 김태호 작가가 권정생 선생님의 '비나리 달이네 집' 달이 이야기와 자신의 단편 동화집 '네모 돼지'에 나오는 단편 '기다려' 이야기를 엮어 들려주었습니다. 기타를 들고나온 김성민 동시 작가는 권정생 동시집 '삼베 치마'와 자신의 동시집 '브이를 찾습니다'를 이어, 동시 노래를 불러주었고요.나는 '강아지똥' 동화를 낭독했습니다. 애니메이션 '강아지똥'에는 나오지만 조금 다른, 그림책 '강아지똥'에는 빠진, 강아지똥이 감나무 가랑잎과 만나는 장면과 바로 이 장면을요."강아지똥은 눈부시게 쳐다보다가 어느 틈에 그 별들을 그리워하게 되었습니다./ '영원히 꺼지지 않는 아름다운 불빛'/ 이것만 가질 수 있다면 더러운 똥이라도 조금도 슬프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강아지똥은 자꾸만 울었습니다. 울면서 가슴 한 곳에다 그리운 별의 씨앗을 하나 심었습니다."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물결치듯 흔들렸습니다. 하마터면 울음이 터질 뻔했지요. 문장마다 작가 권정생의 삶이 어려 있었습니다.뒤이어 펼쳐진 '시야, 동화야, 놀자!' 시간에는 앞서 소개한 작품 속 단어와 문장이 담긴 색색의 종이를 아이들에게 내어주고, 무대 위 벽면에 마음껏 붙이게 한 다음, 흰 도화지를 한 장씩 나눠줬어요. 그리고 단어와 문장 종이를 떼어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자 했지요. 단어와 문장을 잇는 아이들의 솜씨는 대단했습니다. 좀처럼 이어지지 않을 것 같은 단어와 문장도 뚝딱뚝딱 매만져 하나로 꿰어내고 이어 붙였어요. 이렇게요. "달팽이가 있다. 밤에 있다. 무섭지도 않나보다. 최고다." "오늘은 안동에서 문제를 풀었어요. 벅차오르는 기쁨에 숨이 막혔다."단어와 문장 종이를 징검다리 삼아 '나'의 이야기로 건너가는 아이들 모습에 잇는다는 건, 마음 길 내어 또 다른 시간으로 한걸음 내딛는 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조금씩 나아가며 끝없이 이어지는 것, 그리하여 사라지지 않고 우리 곁에 내내 머물러 있도록 하는 것. 순간, '있다'로 다가오는 잇다! 여기, 잇다, 있다, 잇다….돌아오는 길, 권정생 생가에 들렀습니다. 자그마한 흙집 마당에 들어서 맑은 하늘을 우러러 바라보았어요. 권정생 선생님,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 잘 계신지요? 아이들이랑 놀면서 선생님 생각 많이 났어요. 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이숙현 동화작가.구미금오유치원 원장

2019-05-15 18:00:00

[전영평의 귀촌한담] 풍수와 귀촌

시골에 살다 보면 저마다 마을, 집터, 묏자리 풍수에 대해 한마디씩 한다. 대부분 해석이 달라서 반풍수 사람 잡는 모양새다. 풍수는 '바람을 막고 물을 얻는다'는 뜻인 장풍득수(藏風得水)를 줄인 말로, 생명을 불어넣는 지기(地氣·땅 기운)를 살피는 것이라고 한다. 요즘은 서양에서도 풍수 인테리어가 유행이라고 한다. 주거지를 쉽게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의 건강 발복 기원이다. 중국 전국시대부터 유행한 풍수는 산세(山勢), 지세(地勢), 수세(水勢)를 인간의 길흉화복과 연결시키는 고대 입지론이다. 북풍을 막아주는 뒷산이 떡 버티고 있고, 앞은 툭 터져서 먼 산이 줄지어 보이고, 농사짓기 좋도록 논밭과 강이 어우러져 있는 곳은 당연히 살기 좋은 곳일 수밖에 없다.사실 풍수는 농경시대 프레임에 맞는 명당 입지론이다. 귀촌은 농경 프레임에 맞추는 행위이기 때문에 귀촌인은 풍수를 염두에 두게 마련이다. 문제는 풍수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다 보니 그런 땅을 찾기가 어렵고, 찾더라도 교통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풍수 선생이 와서 하는 말이 '잠 잘 오고 깰 때 개운하면 명당'이라는데, 남의 땅에서 먼저 자보고 땅을 고를 수도 없으니 참 낭패스럽다.이참에 내가 체득한 풍수를 알려드릴까 한다. 대도시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 햇빛이 온종일 잘 드는 곳, 되도록 산과 인접한 곳, 가축 농장과 소음이 없는 곳, 함께할 마을 주민이 있는 곳이면 될 것 같다. 귀촌 귀농 인구는 계속 늘어나고 땅덩어리는 좁은 데 무슨 명당자리가 그리 많이 남아 있겠는가. 악취와 소음을 피하고 바람과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면 된다. 지인들과 파티를 할 수 있는 멋진 별장, 가족과 편히 지낼 수 있는 집도 좋지만 혼자서 조용히 휴식·명상·농사짓기에 편한 곳이 우선이어야 할 것 같다.요즘은 산골에도 TV와 인터넷이 잘 보급되어 전 세계 소식과 실시간 연결이 가능하다. 세계화와의 기술과 귀촌이 병존하는 '세귀화시대'가 확 열려 있다. 좌청룡 우백호의 기존 풍수 관념에 너무 묶이지 말자. '자연과 인간을 관찰하면서 조그만 지혜를 얻어가는 귀촌, 세속적 탐욕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질 수 있는 귀촌, 세계와 연결되고 해외여행도 가끔 꿈꿀 수 있는 귀촌'을 상상해보자. 소망이 영글 수 있다고 느껴지는 곳이 바로 자기만의 명당이며 귀촌 풍수의 행복이 발현되는 곳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구대 명예교수

2019-05-15 18:00:00

[종교칼럼] 가족사랑

사람에게는 첫 경험이 중요하다. 생후 처음 부모와의 만남, 처음 어린이집에 간 경험, 입학식, 첫사랑, 첫 입사 경험, 초보 엄마와 초보 아빠의 경험은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첫 경험은 그 이후의 모든 경험과 기억을 방향 지우는 결정적인 요소다.사람은 가정에서 모든 것을 처음으로 경험한다. 생명의 태어남과 만남, 성장과 쇠퇴, 죽음과 이별이 가정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가정에서의 경험은 가장 중요하다. 사람에게는 사회생활이 중요한데, 사회생활은 대부분 가정에서의 경험 확대다.매스컴에서 가정폭력 사건을 들으면 마음이 섬뜩해진다. 희생당한 어린이가 가정에서 사랑받지 못한 모습이 너무나 안타깝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존재다.배우 김혜자 씨가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 부문 대상을 받았다. 그녀는 시상식에서 드라마 '눈이 부시게'의 마지막 대사를 읽었다."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이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지나고,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모든 사람은 태어난 이상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인생을 사랑 안에서 마무리하려면 아이들이 가정에서 사랑받아야 한다. 사랑받는 아이가 자라서 사랑하는 어른이 되기 때문이다.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이 중요하다. 사람은 교육을 통해서 비로소 온전한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동물은 성장 기간이 짧다. 태어나자마자 걷고 금방 성숙한 동물이 된다. 동물들은 본능과 약간의 경험으로 환경에 온전하게 적응한다. 그러나 사람은 육체적으로도 오래 성장해야 하고 배워야 한다. 축적된 문명을 이해해야 사회생활이 가능하다. 사람은 교육의 양과 질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우리 한국처럼 교육에 대한 열정이 뜨거운 나라가 지구상에 또 있을까?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도 부러워했다. 우리는 빚을 내서라도 아이를 가르치는 나라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다른 나라 아이들보다 엄청난 양의 지식과 정보를 교육받으며 자라난다. 그런데 교육의 내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육의 방향 즉 목적이다. 불행하게도 우리 시대 사람들의 행동은 돈을 많이 버는 목적을 향해 있다. 교육의 목적도 돈을 많이 버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사람들은 가족보다 직업을 더 소중하게 여긴다.옥동자, 마빡이 캐릭터로 유명한 개그맨 정종철 씨는 수년간 전업주부를 한 후에 '옥주부' 캐릭터로 변신하였다. 그가 인기 절정에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우울증으로 인해 고통당하는 아내를 본 그는 아내 곁에 있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는 세 자녀를 양육하며 가장 행복한 인생의 순간을 맛보고 있다.우리는 직업보다 가족, 아내, 자녀를 더 사랑해야 한다. 행복한 삶을 가정에서 경험하고 행복한 삶의 방법을 가정에서 익혀야 하지 않을까? 인생에서 행복한 순간을 가족과 함께하면 기쁨이 더욱 커지고, 고통의 순간도 가족과 함께하면 소중한 시간이 된다. 인생의 감격적인 순간에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지는 것은 왜일까?대구중앙교회 대표목사

2019-05-15 10:34:14

현동헌 테너

[매일춘추]남다른 가치와 믿음

신대륙 발견의 쾌거를 이루고 돌아온 콜럼버스에게 몇몇 이들은 그의 업적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이라며 폄훼했다. 그러는 그들에게 콜럼버스는 달걀을 책상위에 세워 볼 것을 제안한다. 한참동안 아무도 해내지 못하자, 콜럼버스가 달걀의 끝을 살짝 깨뜨려서 책상위에 세웠다. 사람들은 "그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지 않은가?"라며 비아냥거릴 때 콜럼버스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보기 전에는 누구도 하지 못했다. 처음이 어려운거다. 그 후에는 그저 아무나 하는 일일뿐이다"라는 유명한 명언을 남겼다.필자가 대표로 있는 지트리아트컴퍼니에서 지난 주 재단의 공식지원비 없이 단독으로 오페라 '춘향전'을 제작하여 아양아트센터에서 올렸다. 거기다 날짜나 환경마저 불리한 상황에서 올리는터라 다들 "대단하다!"고 격려는 했지만 걱정과 의심의 눈초리가 많았던게 사실이었다. 관객 동원마저 쉽지 않은 상태에서 공연의 결과는 우려와는 달리 공연장을 찾은 많은 관객들로 성황리에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필자는 무모하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그도 그럴것이 때론 무모하리만큼 끝을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공연들을 나의 고집에 의해 추진될 때가 있다. 내가 공연을 올리는 기준은 그 공연의 가치를 먼저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확신이 들면 그대로 밀어붙였다. 지금까지는 다행히 좋은 성과를 내며 성장하고 있다. 성공한 모험가들의 공통점은 가치의 발견과 그것에 대한 믿음이 아닐까. 필자는 결국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한다.현대그룹의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가장 유명한 일화인 다리건설에서 당시의 기술로는 모두가 불가능했을 시기에 사람들과 직원들에게 그는 "해봤어? 해보구선 하는 이야기야?"라고 호통을 치며 특유의 뚝심 하나로 밀어붙인 결과 다리가 기적적으로 완공되고 그는 "거봐, 해보니깐 되잖아!"란 유명한 말을 남겼다. 된다는 믿음 하나로 기업을 키운 정주영 회장의 믿음의 결과가 아닐까.처음에는 길이 아니지만 그 곳을 걷고 또 걷다보면 언젠가 사람들이 그 곳을 길이라 부르게 된다는 말처럼 지나고나면 아무나 할 수 있는 그 뻔한 길을 만들기위해 남다른 가치관과 믿음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오늘도 가치를 좇아 비포장길 위에서 잡초와 돌뿌리를 일일이 걷어내는 수고로움을 기꺼히 감당하며 꿋꿋이 걸어가고 있는것이 아닐까.현동헌 테너

2019-05-15 10:23:40

이정호 변호사

[경제칼럼] 공유경제의 바람직한 방향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원리나 그에 기한 각종 설비, 재화, 서비스 거래 체계가 사회적으로 제법 익숙한 현상이 되었다. 스마트폰을 통해 출퇴근 시간에 차량을 나눠 타거나, 차량과 기사를 즉석에서 함께 호출해 운전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에 쏠쏠한 만족을 느낀다. 그런데 기왕이면 트렌드로 여겨지는 공유경제가 시장에 더 정착하기 전에 그 의미나 경제에 미칠 파장을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는 게 좋을 듯하다.공유경제란 말의 의미 자체는 사실 새로울 게 없다. 내가 가진 유무형 자원을 보편적 거래 조건보다 유리하거나 효과적으로 타인이 빌려 사용하도록 제공하는 거래일 뿐이다. 기업가가 판매하거나 전문적으로 대여하는 물건이나 서비스에 관해 특정한 공급자와 수요자가 적절한 시스템을 통하여 연결되도록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임대라는 법률상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공유경제는 물건을 여러 사람이 나눠 쓸 수 있도록 하는 협력 소비를 기반으로 한다. 경제 침체기에 소비자가 갖는 구매력의 한계를 나눠 쓰기로 해결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공급자 측면에서는 수요자에게 필요충분한 최적의 물건을 제공하도록 해 공급의 불균형이나 과잉을 해소하고, 동시에 수요자로서는 구매 비용을 임대로 대체하거나 종래의 임차 비용을 절감시켜 준다는 데 그 편익이 존재한다.기업 간 거래이든, 소비자 대상의 거래이든, 수요자 측에 적절한 소비 혜택을 주는 것 이외에도 보편적 시장에서는 단순 소비자에 불과하지만 공유경제의 틈새시장을 통해 소비자에게도 공급자의 기회를 부여하고 거래의 부가가치를 얻도록 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같이 유휴자원이나 설비를 공유하게 됨으로써 민감한 수요를 충족시켜 주고, 가계가 때로는 기업처럼 부가가치와 이윤을 창출해 내도록 한다는 측면은 대단히 긍정적이다.그러나 공유경제는 필연적으로 수요 공급을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을 필요로 하고, 이러한 플랫폼은 기본적으로 인터넷이나 거대한 무선통신 체계를 기반으로 한다. 즉, 공유경제에 해당하는 정보 시스템의 속성상 시장지배력을 가진 플랫폼을 이미 확보한 거대 기업에 의존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안 된다. 공유경제라 하지만 그 면면을 보면 직거래를 알선하는 방식과 다를 바 없고, 따라서 서비스 플랫폼업체만이 안정적이고 확실한 수익을 가져가는 측면은 거의 유사하다.또한 개인의 유휴자원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영세한 자산가나 개인 소비자들이 더 공급을 주도하게 함이 적절할 것이나 실상은 대기업이 보유 자산을 보다 전문적으로 가격 차별의 경우처럼 틈새시장에 공급할 수 있도록 시장을 확충해 주는 역기능을 할 수도 있다.예를 들어 이른바 공유오피스는 겉으로는 공유경제의 이름을 쓰고 있지만 어떤 점에서는 가격 차별을 통해 임대 수요를 더 흡수하고 확보하려는 방법의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 공유오피스 기업들에 글로벌 거대 기업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GM과 같은 자동차 제조업체가 '카셰어링' 사업 전략을 펼치려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나아가 이러한 공유경제 개념이 소득 이동과 재분배를 가져오면서 오히려 경제성장에 부담을 줄 우려가 있다. 공유경제는 상당 부분 전통적 임대나 리스 시장, 관련 법령들과 연관돼 있다. 최근 크게 문제로 대두된 것처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 강행법규와의 충돌 이슈가 있다.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법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개정하고, 경제 트렌드를 반영하자는 단순 논의 속에 갇혀서는 안 된다. 공유경제의 확장으로 인해 영향 받는 기업은 대체로 전통적 산업에 속해 있고, 성장 침체로 기업가와 근로자 모두 어려움을 겪는 추세다. 소득이 소비로 연결돼 경제 선순환 구조에 주는 영향을 중요시한다면, 전체 근로자 임금을 최저임금제 등으로 안정시키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정 산업에 속한 근로자 소득을 안정시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공유경제는 분명 소비자에게는 선택의 폭을 넓혀 효용이 보다 큰 대상에 소비를 집중할 기회를 보장하는 매력이 있다. 공유경제 원리를 통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고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향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그러나 공유경제에 의해 역설적으로 또 다른 대기업의 시장지배력을 강화시키는 부작용이 없으리라는 법이 없다. 전통산업이 무너져 경제 전체가 진통을 겪게 될 우려도 있다. 시장 원리를 통해 자연스레 도입되거나 정착되지 않은 공유경제는 거시경제적 관점에서나 장기적으로 볼 때 그 효과가 어떠할지 여러 각도에서 신중히 검토되길 기대한다.

2019-05-14 16:42:44

김동훈 연극 배우

[매일춘추]참된 스승

참된 스승이란 무엇일까? 단순한 지식과 앎의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닌 더 나은 인격체로서의 길을 제시해주는 스승이 참된 스승일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참된 스승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 과도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스펙과 점수를 쌓기 위한 지식의 전파자로서의 선생만을 추구하기 때문이다.학문을 흔히 공부라고 바라본다면 보통 사람들은 신분 상승을 위한 도구나 부의 창출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학문'은 단순한 부귀영화를 누리거나 재물을 축적하기 위한 수단이 아닌 스스로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올바르게 설 수 있게 하는 것이 학문이 지닌 몫이라 본다. 때문에 학생에게 스승의 역할은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감사하게도 나에게는 과거와 다른 새로운 삶의 관점을 제시해주신 스승님이 계신다. 거대 담론과 지식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소박하고 꾸밈없는 모습으로 학생들을 맞이해주셨는데 당시 선생님의 강의 방식은 인상적이었다. 학생들의 질문과 대답이 설령 다르거나 틀려도 끝까지 경청하시고 문제점에 대해 학생들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길러주셨으며, 수동적이고 일방적인 지식의 전달이 아닌 책을 읽고 가치관을 공유하여 건전한 토론의 장을 만들어주셨다. 이러한 그의 가르침은 글과 멀었던 나를 서점으로 인도하게 하였고, 언제나 책을 가까이 하는 작은 습관을 지니게 되었다.새롭게 시작된 나의 습관은 연기에 대한 관점에서 변화를 주었다. 배우로서 인물창조를 할 때 연출자가 요구하는 수동적 방식에 익숙해져 단조로웠다면 선생님을 만난 이후 스스로 배역에 대해 질문을 던져봄으로써 능동적이고 입체적으로 구축하려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예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있었기에 변화할 수 있었고, 책이 가져다주는 앎의 의지와 미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가끔 선생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선생님께서는 스스로에 대해 이렇게 자문하신다. '내가 평상시 학생들에게 말하고 주장하였던 것을 나는 몸소 실천하며 살고 있는가?' 그리고 이에 대해 '말과 허울뿐인 가르침이라 책임지지 못하는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다'고 말씀하신다.진정으로 자신의 언행에 대해 책임지려는 그의 자세를 나는 공경할 수밖에 없다. 배움에 있어서도 책임지지 못하는 가르침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언젠가 나 역시 누군가를 가르칠 수 있게 되겠지만 만약 그때가 된다면 단순한 지식의 전달이 아닌 선생이라는 사명의식을 가지고 내가 한 주장에 대해 몸소 실천하며 살아가고 싶다. 고단할 것임을 알지만 나는 그것이 스승이 지녀야 할 덕목이라 생각한다.스승의 날(5월 15일)이다. 나에게 더 나은 인격체로서의 변화를 이끌어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안부전화 드려야겠다. 김동훈 연극배우

2019-05-14 11:27:40

개와 고양이 방광결석의 종류(출처: https://www.semanticscholar.org)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소변 볼 때 아파해요"…개와 고양이의 방광결석

아라(치와와·8)의 소변에서 피가 나고 통증을 호소하여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보호자는 감짝 놀랐다. 방광 전체에 돌(방광 결석)이 가득차 있었다.아라는 수술로 방광 결석을 제거했지만 방광염이 심해 장기간 방광염 치료와 결석 재발을 예방하기 위한 처방식 사료를 처방했다.방광 결석의 발생 원인은 식습관, 배뇨습관과 관련이 높다. 영양은 과다 섭취하면서 상대적으로 수분 섭취가 부족해지면 소변은 농축된다. 농축된 소변에 과량의 무기질이 정체되면서 세균과 방광슬러지와 응결하는데 이는 결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방광 결석 중 스트루바이트 성분의 결석은 처방식 사료를 급여하면 예방할 수 있지만 최근 발생율이 증가하고 있는 옥살레이트 성분의 결석은 식사 습관과 배뇨 습관이 개선되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방광 결석을 예방하기 위한 식생활 습관을 알아보자.1. 물을 많이 먹어야 한다.수분 섭취가 많아지면 소변은 묽어지고 자주 배뇨하므로 방광 결석을 예방할 수 있다. 하지만 개와 고양이에게 강제로 물을 먹이기는 쉽지 않다.사료를 물에 불려서 잘 먹는다면 효과적인 수분 공급 방법이 될 수 있다. 불린 사료를 기피한다면 풍미를 자극하는 최소량의 고기나 간식을 섞어 야채를 먹도록 유도한다. 야채는 95% 이상이 수분이며 포만감을 지속시켜 간식을 줄이는 데에 따르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 야채는 살짝 데쳐 주는 것이 좋지만 생야채를 잘 먹고 소화를 잘 시킨다면 생야채를 급여해도 된다.고양이의 경우 수분함량이 높은 습식 사료를 추천한다. 사료를 물에 불려주거나 좋아하는 습식 사료에 물을 첨가할 수도 있다. 기호성이 높은 간식을 물에 담가 주는 방법도 권장된다.고양이마다 독특한 식습관을 가지므로 보호자는 여러 가지 방법을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고양이가 받아들이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2. 소변을 참지 않아야 한다.산책 시에만 배뇨하는 개의 습관을 개선시키기는 어렵다. 이러한 개는 산책 횟수가 줄어들면 스스로 수분 섭취를 줄여 소변을 참는다. 산책 배뇨 습관이 잡힌 개는 최소한 하루 2회 이상 산책을 시켜주어야 한다.또 실내 배뇨를 유도하기 위해 집안 곳곳에 신문지나 패드를 자주 교체해준다. 개는 새로운 패드나 신문지에 자신의 흔적을 남기려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고양이는 통증이 있거나, 불결한 화장실 스트레스가 배뇨를 참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화장실 가기를 기피하는 고양이에게는 자연의 모래 촉감과 유사한 천연 벤토나이트 모래를 넓은 박스에 부어 화장실을 만들어 주면 좋다.고양이 배뇨장애증(FLUTD)의 원인이 되는 플러그 또한 스트루바이트 성분이 많으며 수분 섭취와 건강한 배뇨습관이 질병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3. 과영양 대사(미네랄 과잉섭취)를 개선하여야 한다.사료, 간식, 개껌 등을 많이 먹으면 신체 내 무기질이 많아지면서 신장에서 방광으로 걸러보내지는 노폐물도 많아진다. 개의 경우 고구마, 개껌, 육포, 간식, 과일 등이 과영양대사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대사에너지가 줄어든 성견에게 과영양 섭취는 비만을 초래하며 대사성 질환을 촉발시키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수의사와 상담하여 적절한 체중 감량과 식이 다이어트를 반드시 실행하여야 한다.가정에서 관찰할 수 방광결석 초기 증상은 아래와 같다.▷소변의 색이 짙고 냄새가 많이 난다.▷소변이 마르면 반짝이는 결정체가 발견된다.▷배뇨 끝에 혈액이 보인다.▷소변을 볼 때 통증을 호소한다.▷소변을 여러 번 나눠 배뇨하는 경향이 있다.마지막으로 미네소타 수의과대학 방광결석센터(Minnesota Urolith Center)에서 2018년 한해 동안 분석한 개와 고양이의 방광결석 성분을 소개한다.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05-14 09:55:29

[최진석의 새 말, 새 몸짓]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높이에서 새로 살자

멈춰야 하는가, 달려야 하는가. 버려야 하는가, 가져야 하는가. 계속 붙잡고 있어야 하는가, 그만 내려놓아야 하는가. 쉼 없이 근면해야 하는가, 이제 그만 소위 힐링을 구해야 하는가. 지지부진한 삶 속에서도 이런 질문들은 종횡무진 파고든다. 이 질문다발은 결국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로 합쳐진다. 참 어려운 일이다. 누구는 이렇게 해야 옳다 하고, 다른 누구는 또 저렇게 하라고 한다. 이렇게 살라는 사람이나 저렇게 살라는 사람 모두 틀리지 않아 보이니 선택은 더욱 어렵다. 모두 틀리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이쪽이나 저쪽이나 다 맞아서라기보다 필시 자기만의 각성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뭘 모르기 때문인 것이다. '무명'(無明)에 빠져있으면 돌고 도는 윤회의 틀을 못 벗어나는 것과 같다. 당연히 삶의 무대를 알아야 한다. 어떻게 살아야 되는지 말하기 전에 어디서 사는지를 알아야 한다. 연극배우도 연기를 잘하려면 자기가 서는 무대의 정체에 밝아야 한다.인간이 사는 무대는 두 덩어리로 되어 있다. 하나는 인간이 만든 덩어리, 다른 하나는 인간이 안 만든 덩어리. 이 세계의 모든 존재는 인간이 만든 것 아니면, 안 만든 것이다. 인간이 안 만든 덩어리는 인간과 별 관계없이 자기가 가진 원칙에 따라 자기 알아서 스스로 돌아간다. 자기 알아서 스스로 돌아가는 것을 '자연'(自然)이라고 한다. 다른 한 덩어리는 인간이 만들었다. '문명'(文明)이다. '문명'(文明)이라 할 때의 '문'(文)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면 다 인간의 손이 닿았다는 뜻이다. 인간이 만든 것이다. 문자(文字)는 인간이 '만든' 기호이고, 문학(文學)은 인간이 '만든' 이야기에 관한 지적 활동이다. '문명'은 '문화'(文化)라고 하는 인간의 독특한 활동이 만든 결과이다. 인간은 무엇인가 '하거나 만들어서'[文] 변화를 야기[化]한다. 이런 의미로 인간은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화적 존재다. 인간으로 존재하는 한 무엇인가를 하거나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는 일을 가장 근본적인 사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만년필을 만들었다 치자. 만년필이 없던 세상과 만년필이 새로 등장한 세상은 다르다. 어찌 되었건 이제 세상은 만년필이 있는 세상과 없던 세상으로 갈라진다. 달라진 것을 변화라고 한다. 만년필을 만든 사람은 이 세상에 변화를 야기한 격이다. 변화를 야기함으로써 인류의 삶은 더 넓어지고 편리해진다. 인류에게 하는 중요한 공헌이다. 만년필을 만든 사람은 인간 삶에 변화를 야기하였고, 만년필을 만들지 않고 사용만 하는 사람은 야기된 변화의 결과를 그저 수용했다. 물론 만년필을 수용하여 사용하면서, 자신만의 다른 변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 이것도 문화적 활동이다.인간은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화적 존재다. 즉 무엇인가를 하거나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는 존재다. 이 정의가 내려지는 순간, 인간은 두 층으로 격이 나뉜다. 누군가는 변화를 야기하고, 누군가는 야기된 변화를 받아들인다. 변화를 야기하는 문화적 활동을 하는 사람을 '자유롭다', '주체적이다', '독립적이다'고 표현하고, 야기된 변화를 받아들이는 사람을 '종속적이다'고 칭한다. 인간이 근본적인 의미를 잃지 않고 활동하면, '자유롭다-독립적이다-주체적이다'는 말을 듣게 되는데, 이것은 결국 문화적인 높이로 산다는 뜻이다. 만년필을 만든 사람은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이고, 누군가 만든 만년필을 수용하기만 하면 종속적이다.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이 하는 활동이 창의적 활동임은 매우 자명하다. 그래서 '자유-독립-주체-창의'는 같은 차원에서 하나로 모여질 수밖에 없다.문명은 세 개의 층으로 이루어진다. 가장 낮은 층을 이루는 것이 물건들이다. 물건은 보이고 만져지는 것들로서 분명하고 구체적이다. 대포, 컴퓨터, 군함, 연필 등등이다. 물건은 물건 자체의 역량으로 그냥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는 길과 돌아다니는 길이 잘 만들어져 있어야 좋은 물건이 나온다. 물건이 나오고 돌아다니는 길을 제도라고 한다. 도시, 농촌, 민주제, 공화제, 사회조직 등등이다. 이것은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이다. 좋은 제도는 좋은 물건이 등장하도록 보장한다. 그런데 제도는 또 좋은 세계관이나 생각의 방식, 즉 철학에서 비롯된다. 철학은 추상적이다. 좋은 철학이 좋은 제도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구체적인 일상의 삶은 좋은 물건으로 보장되고, 구체적인 좋은 물건은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좋은 제도가 만들며, 좋은 물건들과 좋은 제도는 추상적인 좋은 철학이 책임진다. 한 사회 구성원들의 시선이 '물건'에만 가 있으면 후진국, 물건과 제도에 가 있으면 중진국, 물건과 제도와 철학에 모두 가 있으면 선진국이다.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선진국이라 불러도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단계에 와 있지만, 아직은 중진국이다. 우리 사회의 격렬한 논쟁들은 여전히 제도의 차원에 머물러 있다. 공수처를 만드느냐 안 만드느냐, 내각제로 바꿔야 하나 아니면 대통령 중심제를 유지해야 하는가, 대학입시에서 수능을 몇 퍼센트로 하고 자사고를 폐지하느냐 유지하느냐, 선거제를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재벌을 개혁해야한다 말아야 한다 등등 수준 높은 거의 모두가 제도와 관련된 것들이다.의식도 매우 제도 의존적이다. 자녀들을 교육 시키고 싶은 방향은 이런데, 교육 시스템 때문에 그렇게 못하고 어쩔 수 없이 따라간다고 하는 말이나 나는 이렇게 살고 싶었는데 내 삶이 사회구조 때문에 이리 되었다고 하는 한탄들도 결국은 모두 제도에 깊이 의존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은 자신과 사회를 독립적으로 책임질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다. 여기서는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가, 어떤 사람을 만드는가가 당연히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다. 그런데도 우리의 교육은 입시 제도에 함몰되어 있다. 고등학교라는 제도에서 대학이라는 제도로 이동하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대학이나 고등학교라는 제도를 이용해서 어떤 사람을 만드는가나 어떤 사람이 되는가는 옆으로 밀쳐져 있다. 교육 현장의 황폐화는 교육의 정신과 철학이 사라지고, 제도를 지키려는 종속적 습관에서 비롯된다.우리 사유의 높이는 제도까지는 도달했으나 문화나 철학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이는 중진국 상위 단계까지는 왔으나 선진국으로 진입은 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종속적 단계로는 가장 높지만 자유롭고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 이 모든 말들을 다 묶으면 결국 우리는 아직 문화적이지 않다는 말로 귀결된다.우리는 어느 단계에 사는가. 자유롭고 독립적인가. 아직 아니다. 우리 삶을 채우며 편리와 풍요를 제공하는 거의 모든 물건 가운데 우리가 만들기 시작한 것은 거의 없다. 우리가 독립적으로 만들어 가지고 있는 것으로는 '한글'이 거의 유일하다. 우리는 제조업 강국이라 물건을 잘 만들고 또 수출해서 먹고 산다. 그러나 아무리 잘 만들어 수출까지 하는 물건이라 해도 우리가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만들기 시작한 것을 들여와 따라 만들었을 뿐이다. 물건만 그런 것이 아니다. 우리 삶을 지배하는 제도를 우리가 만들어서 쓰고 있는가. 그렇지도 않다. 우리 삶의 구체적 구성물인 물건과 제도 모두 외부에서 들여왔다. 독립적이기 보다는 종속적인 구조 속에서의 번영과 발전이다. 지금 단계에서 우리가 시도해야 할 새로운 도전은 매우 분명하다. 제도적인 차원이 아니라 문화적인 차원에서 진정한 독립을 쟁취하는 일이다. 정치적이고 감성적인 독립이 아니라 삶의 독립, 생각의 독립, 과학적이고 철학적인 높이의 독립이다.인간을 규정하는 말들은 적지 않다. 호모 하빌리스, 호모 에렉투수, 호모 파베르, 호모 루덴스, 호모 이코노미쿠스 등등. 무엇인가를 하거나 만드는 일을 기준으로 한 분류들이다. 이런 모든 분류를 하나로 통합하여 가장 근본적인 차원에서 말하면, '인간은 문화적 존재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본다면, 무엇인가를 하거나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는 도전에 나서지 않는 인간은 인간적이지 않다. 문명은 인공적이고 조작적인 것이며, 이런 문명을 쌓는 인간은 인공적이고 조작적인 활동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철저하게 인식해야 한다. 인공과 조작을 거부하고, 그냥 아무렇게 하거나 내버려 두는 것을 자연이라고 하면서 높은 차원의 것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있는데, 이는 인간적이라기보다는 패배적인 자세일 뿐이다. 문명을 건설하는 사명을 가진 인간에게 '자연적'이라는 말은 인위와 조작적 활동의 결과를 원래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경지까지 끌어올린 것이지, 인위와 조작을 거부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가장 인간적인 삶은 무엇인가를 하거나 만들어서 변화를 야기하는 삶이다. 다시 말해, 자유롭고 독립적이고 주체적이고 창의적으로 사는 삶이다. 이런 삶의 태도는 있던 곳에서 없던 곳으로 나아가게 한다. 즉 변화를 야기한다. 아직 인식되지 않은 곳, 아직 경험된 적이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 그래서 근본적인 의미에 닿아있는 인간이라면 머무르지 않는다. 혁명의 깃발을 완장으로 바꾸지 않는다. "지속 부정"과 "새말 새몸짓"으로 무장한다. 지금 우리에게 "새말 새몸짓"은 무엇인가. 제도의 높이에서 멈춘 상태를 넘어서서 삶의 태도와 관점의 혁신을 감행해야 한다. 철학과 과학과 문화적인 높이로 상승하는 일이다.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나 선진국 높이로 올라서는 도전을 감행해야 한다. 바로 문화적이고 철학적이고 과학적인 단계로 상승하는 일이다.건국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신화는 물건과 제도의 높이에서 이룬 발전이다. 후진국과 중진국 정도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이제 이런 성공 신화를 뒤로 물리치고 한 단계 더 높고 새로운 신화를 써야 한다. 산업화 세력이 건국 세력을 도태시키고 새로워졌듯이, 민주화 세력이 산업화 세력을 밀어내며 나라를 새롭게 했듯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새말 새몸짓'으로 무장한 새로운 세력이 민주화 세력을 도태시키는 도전이다. 민주화 단계까지 올라서면서 하던 얘기와 주장을 아직도 계속하면서 그것을 지키려고만 하고 있다면, 당신이 아무리 높은 자리에 있다하더라도 아직 인간적이지 않다. 권력과 재력으로는 어쩔지 모르지만, 인간으로는 미성숙 상태에 있다. 깃발을 완장으로 바꿔 차고 그저 그렇게 살고 있는 사소한 사람일 뿐이다. 건명원 초대원장·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

2019-05-13 18:30:00

[김구철의 富의 비밀수학] 희박한 확률을 극복한 스포츠의 기적

스포츠에는 수학적 확률만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사건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우리는 이런 사건을 기적이라 부른다. 바로 며칠 전 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영국의 토트넘이 기적을 연출했다. 네덜란드의 아약스에 0대2로 뒤지고 있다가 후반에 3골을 연속으로 넣어 3대2로 역전승하고 결승에 진출했다. 영국의 리버풀도 현존 세계 최고의 클럽으로 평가되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를 4대0으로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토트넘이나 리버풀이나, 0대3으로 뒤져 '확률, 사실상 0'인 상태에서 결승 진출을 이뤄냈다.지난 4월 PGA 골프 마스터스대회, 타이거 우즈가 우승할 것이라고 전 재산 8만5천달러를 베팅했다가 119만달러를 챙긴 우즈 팬이 있었다. 참가선수 87명이니 우즈의 우승 확률은 단순 계산하면 87분의 1, 즉 1.15%. 내친김에 그는 라스베이거스의 스포츠 도박회사를 찾아 10만달러를 베팅했다. 우즈가 올해 PGA챔피언십, US오픈, 브리티시오픈의 3대 메이저 대회를 석권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 1천만달러를 받기로 했다. 확률은 '사실상 0'다. 우즈가 전성기에도 달성한 적 없는 '사건'이니. 그래도 그는 우즈를 믿는다.8일 류현진 선수의 완봉승도 수학적 확률만으로는 불가능한 사건이었다. 류현진은 지난 2015년 어깨 관절와순 부상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 재기한 투수는 16%에 불과하다고 한다. 류현진도 지난 3년 동안 겨우 12승에 그치는 등 악전고투 했다. 완봉승은 언감생심, 확률 '사실상 0'이였다. 하지만 32세의 류현진은 2천170일 만에 완봉승을 이뤄냈다. 희박한 확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의지와 노력으로 기적을 일군 영웅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렵다 어렵다 하며 좌절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인생과 사회에서도 수학적 확률보다 인간의 의지와 감정, 노력이 더 중요하다. 난관에 봉착한 북한 핵 문제와 어려움에 처한 한국 경제도 마찬가지 아닐까?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2019-05-13 18:30:00

[김준의 시사로 읽는 한자 ]疑隣盜斧(의린도부)-이웃이 도끼를 훔쳤다고 의심함

한 사람이 도끼를 잃어버렸다. 이웃집 아들을 의심했다. 그 애의 걸음새나 얼굴 표정, 말투도 꼭 도둑놈 같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있던 도끼를 찾았다. 다시 이웃집 아들을 보았다.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 어디를 봐도 도둑 같이 보이지는 않았다. 인간의 눈에는 보고자 하는 대로 보인다. 마누라를 예쁘게 보면 처갓집 말뚝도 아름다워 보인다. 눈이라는 렌즈는 보이는 대로 비추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의 조종을 받는 것이다.의린도부(疑隣盜斧)는 이웃(隣)이 도끼(斧)를 훔쳤다(盜)고 의심(疑)한다는 말이다. 실부의린(失斧疑隣도끼를 잃어버리고 이웃을 의심한다)과 같은 말이다. 중국 춘추 전국시대의 '여씨춘추'(呂氏春秋), '열자'(列子) 등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현재는 근거도 없이 의심하는 것을 빗대 이르는 말로 쓰인다. 따져보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괜찮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왜 이웃집 아들을 의심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아마 항상 가까이 보는 이웃이기 때문일 것이다. 멀리 있는 모르는 사람을 의심할 수는 없으니까. 그는 의심의 눈초리로 이웃집 아들을 관찰했을 뿐 섣불리 찾아가 야단을 치거나 소문을 내지는 않았다. 도끼를 찾은 뒤에는 이웃집 아들에 대한 생각도 바꾸었다.이유 없는 의심이 집단적으로 나타나면 마녀사냥이 된다. 판결도 받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그를 범죄자 취급한다. 무죄 추정이라는 합리적인 사고가 작동을 멈추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이 출범한 지 꼭 2년이다. 출범 초기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던 대통령이 요즘은 미워 보이는가 보다. 하기야 백성이 대통령 욕이라도 실컷 해야 살 맛이 날지 모른다. 대통령이 치매 환자라는 둥 뜬금없는 말들도 있다. 치매 장모를 둔 대통령은 치매 환자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대통령이 치매 환자다"고 등식화하는 것은 왜곡된 의린도부가 아닐까. 고려대 사학과 초빙교수

2019-05-13 18:30:00

[뷰티라이프] 행운을 부르는 얼굴

노력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운'(運)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어떤 시대에, 어떤 땅에서 태어나느냐, 어떤 부모를 만나느냐는 문제에 당사자가 개입할 여지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나마 자신이 어찌해볼 여지가 있는 얼굴 가꾸기(관상적 요소)에 많은 관심을 갖는다.잘생긴 얼굴이 아님에도 끌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잘생겼지만 호감보다는 꺼림칙한 느낌을 주는 사람도 많다. 이는 우리가 단순히 어떤 사람의 이목구비가 아니라 얼굴 전체에서 풍기는 분위기를 통해 그 사람을 파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사람들은 자신의 얼굴을 통해 인생에서 성공할 수 있는지 혹은 연인이나 상대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지 알아내고 싶어 한다. 몇몇 과학자들도 얼굴이 성공의 열쇠라는 증거를 제시한 바 있는데 1996년 시라큐스대 마져(Mazar) 교수는 사관학교인 미국 육군웨스트포인트 졸업생이 20년 뒤 장성으로 진급하는지 여부를 얼굴의 돌출성으로 추적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이마에서 눈썹 윗부분이 돌출되면 될수록 장군으로 승진할 확률이 높다는 상관관계를 밝혀냈다.얼굴은 신체적 능력이 중요한 군인뿐만 아니라 정치인, 기업인, 심지어 일반인들에게도 중요한 성공 요인이다. 특히 대중의 인기를 먹고사는 정치인들이나 연예인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다.얼굴이 성공을 가져오는지 아니면 인생에서 성공이 얼굴 모습을 미묘하게 변하게 하는지는 정확하게 판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보편적으로 본다면 사람들은 타인에 대한 정보를 얼굴에서 추론한 뒤 이를 토대로 그 사람의 이미지를 결정짓고 대화한다. 하루에도 수십~수백 명의 얼굴을 보는 사람이 상대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자기 얼굴에 호감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그래서인지, 요즘은 좋은 관상을 얻기 위해 '관상성형'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단순히 잘생기고 예쁜 얼굴을 넘어 재물운, 관운, 수명, 배우자운 등 운이 좋은 얼굴을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이다.몇 해 전 한재림 감독의 '관상'이라는 영화가 흥행했는데 그중 재미있는 장면이 있었다.남자에게 인기가 없어 고민하는 기생에게 "둥그스름한 것이 고운 얼굴이나 남들에 비해 눈에 띄지 않으니, 이러면 사내들이 줄줄 따를 것이니라"며 기생의 코 위에 수박씨 하나를 뱉는 장면이다.굳이 여기서 해석을 하자면 코에 있는 매력점은 얼굴을 또렷하고 작아 보이는 효과를 준다.그리고 점의 위치에 따라 콤플렉스를 커버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휜 코를 바르게 보이게 한다거나 짧은 코를 길게 혹은 긴 코를 짧게 보이게 하는 착시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관상을 바꾸기 위해 성형외과를 찾는 것도 방법이기는 하겠지만, 수박씨의 예처럼 생활 속에서 간단한 메이크업이나 스타일 연출만으로도 평범한 얼굴을 매력 있는 얼굴로 바꿀 수 있다. 필자는 고객으로 오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단점으로 나타나는 부위를 포커스로 잡아 헤어스타일을 연출하고 직업과 분위기에 따라 헤어컬러를 권장한다. 행운을 부르는 얼굴에서 메이크업도 예외는 없다는 말이다.행운을 부르는 얼굴은 아마 좋은 인상일 것이고, 정확히 따지자면 따뜻한 느낌을 풍기기에 내가 다가갔을 때 상처를 받지 않을 법한 얼굴일 것이다. 얼굴은 그 사람의 심성과 감정, 생각과 욕구 등 내적 요인에 의해 나타나므로 일단 '마음밭'을 곱게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는 것이 우선이고 긍정적 마인드를 위해 마음을 다스리는 영혼부터 맑아 있어야 한다.매일 아침 세심하게 외모를 가꾼다는 것은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다. 정성을 다하면 내가 변하고, 내가 변하면 상대도 변한다. 행운을 초대하고 싶다면 일상의 작은 것부터 가꾸어 나가야 한다. 먼 곳에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매일 만나는 가족들, 출근하면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먼저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행운의 열쇠일 것이다.이지선 살롱 드 메이페어 대표

2019-05-13 18:30:00

[김차진의 분필과 지우개] 정규수업이 답이다.

우리 학생들은 주당 34시간 내외를 학교에서 생활한다. 거기다가 방과 후 수업에 2시간가량 참여한 후 학원으로 달려간다. 온종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공부에만 매달리다 보면 지칠 법도 하지만 각자 미래의 꿈을 개척하기 위해 힘든 나날을 참아낸다.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서 배워야 할 개념이나 원리를 사교육을 통해 미리 학습해오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공교육정상화법에서는 초중고등학교 교육 과정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교육 관련 기관의) 선행 교육 및 선행 학습을 유발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그렇다면 이러한 수업 간 우선순위를 학교 수업 내에서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은 정규 수업과 방과 후 수업 중에서 어느 것에 힘을 쏟아야 할까? 정규 수업은 모든 학생이 필수 과목이든 선택 과목이든 참여하여 수강하게 된다. 그에 비해 방과 후 수업은 학생이 들을 수도 있고 안 들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학생도 교사도 당연히 정규 수업에 온 힘을 다 쏟는 것이 공정성 측면에서 더 타당할 것이다.왜냐하면 지금은 정규 수업 이후에 이루어지는 수업은 대부분 학생 선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선생님의 정규 수업이 부실하면 방과 후 수업 자체를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규 수업에서 가장 많은 개념과 원리를 익혀야 하고, 또래들과 협력 학습을 열심히 하도록 선생님도 수업을 학생 중심으로 설계하고, 그들을 수업 주체로 내세우려고 노력하고 있다.공교육과 사교육을 비교해보아도 별반 크게 다르지 않다. 내신 성적 대비나 난이도 측면에서 살펴보자. 가르치는 사람은 분명 학교 선생님인데 학원 가서 학교 내신 성적에 대비한다는 학생이 많은 까닭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교사들이 정규 수업 시간에 가르칠 것을 빠뜨렸거나, 평가 문항이 어려운 경우일 것이다. 또 수능 고난도 수학 문제를 학교 수업만으로는 지도가 어렵다면 누구나 학원에 가는 것이 맞다.그런데 학생의 에너지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교육 과정 교과별 성취 기준과 수업 평가와 기록이 일치하도록 열심히 가르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면 공교육 기관에서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고, 학원 보충 수업이 더 필요하다면 굳이 선행 학습을 시킬 것이 아니라 배운 내용 위주로 복습을 통해 학생이 자기 실력을 향상시켜 나가는 균형 잡힌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또 모든 학생이 학원에 가서 비싼 돈을 내고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수능 수학 4점짜리 문제는 학원에 가서 단순히 수업을 많이 듣는다고 해결할 수가 없다고 한다. 결국 공정성 및 타당성 측면에서 살펴봐도 개념과 원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다양한 응용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많이 한 학생이 그 문제를 풀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학교 선생님들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수업을 개선하여 사고력을 신장하는 것이 답이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그때 학원에 가도 늦지 않을 것이다. 대구 수성고 교장

2019-05-13 18:00:00

채형복 경북대 로스쿨 교수

[세계의창] 한반도선언을 남북평화체제의 출발점으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남북 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염원하는 '한반도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을 계기로 남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기로 약속했다. 또한 개성에 공동연락사무소가 설치되는 등 남북 화해와 협력을 통한 평화 통일 시대가 열리는 듯했다.하지만 평화의 길은 멀고 더디기만 하다. 남한은 보수와 진보로 갈려 여야 정치권의 입장이 다르고, 북한은 단거리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엇박자의 길을 걷고 있다. 현재의 복잡한 상황을 타개하고, 한반도의 평화 체제 구축을 위한 대안적 모델을 유럽 통합에서 찾을 수는 없을까.오늘날 EU로 대변되는 유럽 지역 공동체 설립을 통한 평화 체제의 구축은 '장 모네 구상'에서 시작된다. 만약 국가 주권의 기반 위에 국가를 재건설한다면 유럽에 평화는 영원히 없을 것이다. 유럽의 국가들은 공동경제를 중심으로 한 단일 통합체를 건설해야만 한다는 것이 그 요지다.세계대전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1945년 모네는 먼저 프랑스와 독일의 협력을 요구한다. 양국이 석탄 철강 분야에서 협력함으로써 더 이상 전쟁이 없는 유럽 지역 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그의 구상은 로베르 슈망을 비롯한 유럽 통합론자들에게 강한 영향을 미쳤고, 급기야 유럽 공동체의 결성으로 이어진다.1950년 5월 9일 슈망은, "유럽은 한순간에, 또 한꺼번에 건설되지는 않을 것이다. 유럽은 우선 핵심 사항에 대해 연대함으로써 확고하게 실현될 것이다"라며 유럽 통합을 실행하기 위한 보다 구체적인 선언을 발표한다(슈망선언). 이 선언에 따라 프랑스와 독일을 비롯한 6개국은 유럽석탄철강공동체(1953년), 유럽경제공동체 및 유럽원자력공동체(1958년)를 설립한다. 그 결과 유럽 대륙에서는 더 이상 서로 군사적으로 대립하고 총칼로 죽고 죽이는 전쟁 위험이 사라지고, 평화롭게 상호 공존하고 협력하는 유럽 공동체가 출범하였다.유럽 통합 과정에서 회원국들은 철저히 기능주의적 접근 방법을 선택하였다. 슈망은 "행위의 연대를 창설하는 경제적 관계를 통한 정치적 관계를 준비함으로써 유럽의 기능적 건설에 주력하자"고 제안하였다. 이를 수용한 유럽은 이념적으로 전쟁 없는 평화 체제 구축을 지향하면서도 현실적으로는 사람과 상품, 자본과 서비스의 자유 이동이 보장되는 경제 중심의 지역 공동체를 설립하였다. 이 전략은 주효하여 유럽은 점진적·지속적인 통합과 확대를 거듭하였고, 자유무역지대'관세 동맹'단일시장(공동시장)'경제 통합을 거쳐 현재 연방 설립을 향한 정치 통합의 단계로 나아가고 있다.일 년 전 남북 양 정상은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을 것이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8천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하였다. 지금 읽어도 가슴 벅찬 한반도 선언이 그저 꿈이나 바람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남북 통일과 평화 정착으로 실현될 수는 없을까? 유럽 통합은 그 현실적 대안 모델이 될 수 있다.역사적으로 유럽은 국가와 국가, 민족과 민족 간의 갈등과 분열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유럽 공동체가 출범한 1958년부터 6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오늘까지 적어도 EU 회원국 간에는 한 차례의 전쟁이나 내전도 일어나지 않았다.이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한반도에도 남북경제공동체를 넘어선 정치평화공동체가 필요하다. 현실이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평화를 향한 꿈마저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남북은 문호를 활짝 열고 우선 경제 협력을 위한 정치 대화를 전격 재개해야 한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의 장 모네와 로베르 슈망이 되기를 바란다. 평범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사는 한반도의 미래를 여는 그의 역사적 역할을 기대한다.

2019-05-13 11:04:59

양진오 대구대 교수

[기고]대구 원도심, 이런 골목은 없다

대구는 골목의 도시이다. 그 골목의 뿌리는 원도심이다. 원도심에서 발원한 대구의 골목들이 대구 종로를, 진골목을, 북성로를 탄생시켰다. 이 원도심 골목들은 대구를 부흥시킬 도시재생의 상징들이다.필자는 수년 전부터 지역 원도심을 답사하고 있다. 직전 겨울에는 향촌동 골목을 수차례 답사했다. 향촌동은 한국 전시문학의 산실이다. 피란 문인들이 우정과 눈물로 전쟁의 공포를 달랜 휴머니즘의 장소가 바로 향촌동이다. 학교 지원으로 향촌동 맵북을 발간했다. 학생들과는 전국 최초로 '북성로대학'이라는 제호로 원도심 기반 매거진을 발간했다. 대구 원도심의 매력은 이렇게 크다.대구 원도심은 보행 친화적이다. 경사지가 거의 없다는 말이다. 대구 원도심의 장점이다. 대구 원도심은 남녀노소 장애인 비장애인 누구나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다. 부산은 원도심을 문화적인 장소로 기리는 기획력이 대구보다 한 수 위이다. 그런데 부산의 원도심은 산복도로를 왕래하거나 계단을 오르는 경사가 제법 있다. 이에 비해 대구의 원도심은 경사가 거의 없다. 대구 원도심의 경쟁력은 이렇게 분명하다. 대구 원도심은 더 성장할 수 있다.대구 원도심은 사통팔달의 세계이다. 대구 근대골목은 동서남북으로 이어져 있다. 어디든 출발점이 될 수 있고 어디든 도착점이 될 수 있다. 이런 원도심은 없다. 대구 원도심의 장점이다. 북성로 꽃자리다방에서 출발해 달성공원을 경유, 서문시장을 구경하고 청라언덕으로 오를 수 있다. 아니면 반월당에서 출발해 종로를 거쳐 향촌동으로 향할 수도 있다. 이도 아니면 청라언덕에서 출발해 계산성당과 약전골목을 거쳐 남산동으로 향해도 괜찮다. 보행의 창의성을 허락하는 자유로운 조합은 무궁무진하다. 대구 원도심은 오전에 출발해 어딘가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 전에 답사를 마무리하기에 최적의 조건이다.대구 원도심의 이러한 장점이 당장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서울 부산 대전 전주 군산 인천의 원도심을 다녀오고 나니 대구 원도심의 장점이 뚜렷했다.장점은 살려야 한다. 살리지 않는 장점은 결국 단점이 되고 만다. 대구 원도심이 보행 친화적이라고 해서 걷기에 용이하다는 말은 아니다. 아직까지는 그렇다. 보행을 끊는 차량들이 원도심에 수시로 출몰하는 까닭이다. 아직은 차량들이 원도심의 주인공 같다. 보행 친화적인 차량 흐름 유도, 원도심의 장소성을 구현하는 앵커 마련, 경상감영공원의 특단적인 재창조, 도심 빈집의 문화적 재활용, 장소와 골목에 축적된 스토리 발견과 재구성 등 과제도 만만치 않다. 과제는 해결할 수 있다. 원도심 보행이 지역 문화와 지역 경제를 그리고 궁극적으로 대구를 살린다는 마음을 우리가 잊지 않는다면 과제는 해결된다.대구 원도심이 동아시아의 명품 원도심이 될 그날을 상상한다. 대구시·구청·지역 대학·지역 시민 모두 이 즐거운 상상과 프로젝트에 동참하면 좋겠다. 오는 10월에는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일본인 문학 독자들이 향촌동을 방문한다. 준비를 착실히 해 이분들에게 향촌동의 빛나는 스토리를 말씀드릴까 한다. 그리고 그분들과 함께 가을이 물든 대구 원도심을 걷고 싶다.

2019-05-13 11:04:06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매일춘추]텅장이어도 좋아

5월 달력은 빨갛다. 올해는 일요일이랑 겹쳐 덜하지만.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부부의날, 부처님오신날. 기념일 총출동이다.주식 호가 창과 직장인은 빨간색이 많으면 좋지만 가계는 적신호가 켜지면 팍팍해진다. 시집 장가가는 사람도 많다. 필자는 딸 생일에 자동차 보험 갱신일도 5월이라 통장이 텅장(텅빈 통장)이란 말이 실감난다. 오죽하면 '메이(5월) 포비아(공포)'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을까.그래도 이왕 쓰는 김에 만족한 지출을 하려니 선물 품목이 늘 고민이다. 여기저기 '잇템' '꿀이득' 등을 내세우며 고민을 덜어주는 척 마케팅들이다. 받는 사람의 심장을 저격할 선물 찾기가 쉽지 않다. 기념일마다 센스 있는 이벤트로 감동을 줬던 딸아이의 노력이 새삼 가상하다. 최근 몇 년간 뉴스 보도나 인터넷 매체의 설문자료 결과를 보면 어버이가 선호하는 부동의 선물 1위는 '현금'이었다. 반면 올해 빅데이터에는 어버이 날 싫은 선물 1위가 '책'으로 조사됐다. 어르신들은 돈을 쥐고 있어야 힘이 난다더니. 책 선물을 기피하는 것은 의외였지만 노안으로 선호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선물이라는 것은 받으면 기분이 좋다. 값비싼 선물은 뇌물이 될 수 있지만 부담없는 선물은 새록새록 정을 만든다. 더군다나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선물은 감동이 배가 된다. 선물을 고를 때도 받는 사람을 떠올리며 기분 좋은 상상을 더한다. 주는 기쁨을 아는 사람이 늘 기분 좋게 산다는 말이 맞는 말 같다.지난 달 '나훈아 콘서트' 티케팅을 부탁받아 시도했다가 4분만에 매진되는 바람에 실패한 일이 있었다. 관련 보도기사에 '엄마 미안해' 같은 댓글이 달린 것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지극한 효심이 빚은 티케팅 전쟁이었다. 콘서트 티켓을 선물하는 것도 훌륭하다. 이왕이면 우리 지역 예술인들과 관련된 거라면 더 좋겠다. 어린이날에는 어린이 손을 잡고 공연을 관람하거나 아트 투어는 어떨까? 어릴적 문화적 체험은 창의력과 감성지수를 팍팍 올려 줄 것이다.가정의 달은 버겁긴 하다. 하지만 내 시계 속도보다 부모님 시계는 더 빨리 간다. 요즘 경제가 어렵다는 걸 부모님들도 아신다. 그래서 딱히 특별한 걸 원하지는 않는 느낌이다. 영화 어벤저스의 명대사 "3000만큼 사랑해"같은 따뜻한 말 한마디로도 충분할 지도 모른다. 거기에 보태어 함께 공연장을 찾아도 반기실 듯하다. 받고 싶은 선물이 용돈이라고 답한 부모들에게는 민망하지만. 고기는 금방 소화되고 돈은 어디론가 새어나가 버리지만 자식들과 함께 한 예술 작품의 감동은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고마운 스승에게도, 부부와도. 어찌하다보니 늘 기승전 예술이다. 인생은 독한 술, 그래서 예술이라고 노래한 가수 싸이처럼 말이다. 김윤정 대구예총 편집장

2019-05-13 11:03:01

[권영재의 대구음악유사] 박정희 작사·작곡, 새마을 노래

영천 임고면 우황리에 가면 포은 정몽주 선생의 고향이라고 적혀 있는 팻말이 있다. 포항시 남구 오천읍 사람들은 그곳이 포은 선생의 고향이라고 한다. 원조 국밥집 싸움과 흡사하다. 대구 따로 국밥집 원조가 '벙글벙글'이다, '진고개 식당'이다. 아니다 '실비 식당'이다며 서로가 원조 타령을 한다. 중앙통 네거리에 오면 계네들은 다 짝퉁들이고 '국일 따로', '대구 따로', '교동 따로'야 말로 진짜다. 우리끼리 진검승부를 해야 된다고 기염을 토한다.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이라는 말이 있다. 옛날에는 애를 친정에 가서 출산한 뒤 좀 키우다가 시댁으로 돌아오던 풍습을 일컫는 말이다. 포은 선생은 포항시 남구 오천 사람이다. '신증동국여지승람'이나 '포은문집', '연보고이'를 보면 포은은 1337년 외가인 영천 임고면 우항리에서 출생하고 고향 오천으로 잠시 돌아갔다가 다시 영천 외가로 돌아와 살았다고 되어있다. 양쪽이 서로가 고향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겠는데 영천이 선점하여 영천이 고향인 것으로 사람들은 알게 되었다.목화 이야기도 비슷하다. 삼우당 문익점 선생이 1363년(공민 왕때)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경남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에서 그의 장인 정천익과 함께 시배를 하였다. 그러나 남평 문씨네들은 경북 의성군 금성면 제오리가 목화시배지라고 주장한다. 삼우당 선생의 손자 문승로 선생(조선 태종 때)이 금성면에서 현령으로 근무할 때 목화씨를 뿌려 재배에 성공하였다는 것이다. 산청 시배는 첫해는 단 한그루가 살아나고 그 후 3년 동안 애를 먹으며 목화재배를 시도하였다는 기록을 보면 금성면 시배지 주장도 영 엉뚱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새마을 운동 발상지도 시비가 있다. 대체로 경북 청도군 신도1리가 발생지로 굳혀져 있는데 포항시 북구 기계면 문성동 사람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실제로 기계면에 가면 그곳에도 기념관을 만들고 발상지임을 주장하는데 들어 보면 별로 억지스럽지 않다.1969년 8월 4일 박 대통령이 경남의 수해지역을 현장시찰 갔다 오던 중 청도를 지나게 되었는데 그 마을에서 스스로 지붕도 개량하고 담장도 정리하고 마을길도 넓히며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여기서 박 대통령의 새마을 운동의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1971년 9월 박대통령이 전국 시·군수 '비교행정회의'를 하고 귀경길에 기계면에 들려 동네를 시찰한 뒤 이 마을 사람들이 자조, 자립, 협동하며 사는데 이 것이 내가 구상하고 있는 새마을 운동 정신의 원형이라고 지적해주었다고 한다.1972년 4월 21일 새마을의 노래가 발표되었다. 처음에는 박정희 대통령 작사, 작곡으로 알려졌으나 작곡은 박대통령의 둘째 딸 근령(서울음대 작곡과 졸업)이 하였다는 학설도 있다. 새마을 노래는 새마을 운동의 배경음악이다."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 너도 나도 일어나 새마을을 가꾸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푸른 동산 만들어/ 알뜰살뜰 다듬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서로서로 도와서 땀 흘려서 일하고 소득증대 힘써서/부자 마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우리 모두 굳세게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워서/ 새 조국을 만드세, 살기 좋은 내 마을 우리 힘으로 만드세."박정희 대통령은 생전 두 곡을 작곡하였는데 또 하나의 노래는 '나의 조국'이다. 우리 오천년 역사 이래 이 나라를 처음으로 반석 위에 올린 지도자, 문무를 겸비한 매력적인 독재자였다.전 대구적십자 병원 원장

2019-05-12 20: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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