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컬럼

 
전창록 경상북도경제진흥원 원장

[기고]로컬 크리에이터와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

지난 10월 11, 12일 제1회 '2019 로컬 크리에이터 페스타'가 서울 성수동에서 열렸다.지역 공동체 복원과 도시 재생의 중요한 동인으로 로컬 크리에이터가 화두가 되면서 이날 행사에는 전국에서 3천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했다.최근 유행하고 있는 힙지로 열풍에서도 로컬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찾을 수 있다. 힙지로는 새롭고 개성이 강하다는 뜻의 영어 단어 '힙'과 '을지로'의 합성어로, 뉴트로 문화에 열광한 밀레니얼들이 인스타에 경쟁적으로 사진을 올리면서 유명해진 을지로 3·4가 일대를 얘기한다.을지로만이 가진 '낡았다'가 몇몇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노력으로 '그래서 새롭다'로 재 해석되면서 낡고 쇠락해가던 을지로 일대가 다시 활기를 찾게 된 현상이다. 로컬 크리에이터는 지역 자원·문화·커뮤니티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내거나, 잊히거나 버려진 지역 자원을 발굴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덧입혀 새 생명을 불어넣는 창의적 소상공인들을 말한다.지금 지방은 지방소멸이 큰 화두이다.지난해 6월 기준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 위험 지역'은 89곳으로 전체 대상의 39%를 차지한다. 특히 경북은 지난해 9천970명의 청년이 순 유출됐고, 23개 시군 중 19곳이 위험지역일 정도로 지방 소멸에 대한 위기감이 크다.지방 소멸의 대안은 청년의 유입과 정착이다. 청년들이 좋아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광주·군산 등 일부 지역에선 지역 상생형 일자리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나 생존을 위한 일자리 문제의 해결은 필요조건이다. 여기에 라이프 스타일이 살아 있는 살고 싶은 도시, 매력적인 도시·지역이라는 충분조건이 충족되어야 젊은이들이 지역에 머물게 되고 정착하게 된다.그렇다면 누가 그 일을 할 것인가? 볕 잘 드는 마을이라는 뜻의 산양면 현리라는 마을이 경북 문경시에 있다. 이 마을은 신라 시대 근암현으로 시작해 고려 초 산양현이 된 천 년이 넘은 마을로 비단 같은 금천(錦川)변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에 지난해 8월부터 부산에 살던 20대 청년들이 '리플레이스'란 회사를 만들어 '화수헌(花樹軒)'이란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를 열었다.20대 대표는 "리플레이스는 낡고 손상된 것을 대체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지금의 청년들은 도시생활과 삶에 지쳐 있다"며 "그래서 그 허물어진 청년들의 마음을 이곳에서 희망으로 대체하고 싶다"고 했다.젊은이들의 감각으로 공간을 꾸미고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디지털로 소통하고 알린 결과 주말에는 예약이 차고, 마을이 다시 활기를 찾고 있다. 이 리플레이스팀이 바로 로컬 크리에이터인 것이다. 이들은 바로 경상북도가 시행하는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의 시범 사업팀이다.조심스럽지만 이들의 작은 성공에 고무돼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 사업은 지난해 1기 100명을 선발하는 사업으로 확대 시행되고 있고, 올해 2기 선발 중에 있다.1기 사업팀 중엔 경북 의성에서 때묻지 않은 시골을 배경으로 예술성을 강조하며 웨딩사진을 촬영하는 노비스르프 사진관이 있다. 이 사진관은 의성에 새로운 문화를 더하고 있다.지방소멸의 대안인 지역공동체 복원은 일자리만을 말하는게 아니다. 생존을 위한 일자리 문제 해결은 지역공동체 복원의 필요조건이고, 매력적인 지방도시의 존재는 충분조건이다. 도시청년 시골 파견제 창업팀들이 각자 하나의 성공을 넘어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지역의 상생과 부활을 엮는 마중물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

2019-10-23 11:14:51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매일춘추] 사람의 향기(하)

암이었던지 여자는 병원에 가서는 석 달이 못 되어 죽었다고 한다. 길지 않았지만 파란만장한 인생이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참으로 반듯하게 잘 키워 놓았다. 심성들이 착하고 인사성도 밝다고 소문이 나 있다. 형제는 둘 다 좋은 일자리를 얻고 참한 색시를 만나 일찍 가정을 이뤘다. 청년백수의 시대에 돋보이는 경쟁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는 저들 어머니의 엄한 교육 덕택이라고 볼 수가 있다. 물론 일손이 딸려서겠지만, 초등학생도 되기 전부터 새벽 일찍 깨워 고추를 따러 데리고 다니는 등 자립심을 길러줘 근면 성실이 몸에 배였던 것이다.다소 공격적이고 도발적인 행동도 신체적 콤플렉스 때문이 아니었을까싶다. 여자는 사시(斜視)였다. 그 시절 시골에서는 비교적 많이 배웠고, 눈만 아니면 미인 편에 속했던 그녀는 자신의 처지 때문에 만난 시답잖은 남편 때문에 속이 상했을 것이다. 또, 어려서부터 편견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에 상처를 입었으리라. 그 때문에 폐쇄적인 성격이 되었는지 몰라도 마을 사람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지극히 제한된 사람들과만 소통하며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따지고 보면 가여운 여인이었다. 남편을 잃고 홀몸으로 농사를 지으며 어린 아이들을 키우던 세월도 짧지가 않다. 마을 사람들과는 교류가 없었으니 당연히 도와주는 이도 없었다. 남자를 만난 것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였다. 몸도 마음도 참 고생이 많았다. 그러나 잘 자란 자식들이 그녀가 떠난 후에도 마을 사람들의 칭찬을 한 몸에 받는 것을 보면 그만하면 성공적인 삶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 어렵다는 자식농사를 제대로 지어놨으니 말이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한둘이던가.자식들은 어머니 사후에도 홀로 남은 의붓아버지를 잘 모신다고 한다. 여자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도 "아버지 잘 모셔라!"였다고 한다. 신산한 세월을 바람처럼 떠돌다가 여자의 집에 둥지를 틀었지만 다시 짝을 잃고 빈집을 지키고 있는 남자는 그래도 자주 찾아오는 아들 며느리들이 있어 외롭지가 않다. 직접 지은 농산물을 바리바리 싸서 보내는 등 친부자간 못지않은 정을 나눈다. 그 풍경이 얼마나 살가운지 마을 사람들이 부러워할 지경이라고 한다.꼭 피를 나누어야만 가족이던가. 비록 남남으로 만났지만 사랑과 보은을 통해 유대감을 다지며 끈끈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사람의 향기'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라는 말이 있다.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고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 는 뜻이다. 꽃이 아름답기로서니 어찌 사람만 하겠는가! 온갖 살벌한 뉴스가 판치는 세상에 모처럼 듣는 훈훈한 이야기에 가슴이 따뜻해져 온다. 장삼철 삼건물류 대표, 수필가

2019-10-23 11:13:19

필자는 CEO에게 남다른 DNA를 목격한 적이 많다. 사진: PIXABAY 제공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광고인이 만난 CEO의 DNA

CEO라는 단어는 참 짧다. 고작 3음절이다. 하지만 그 무게는 한없이 무겁다. 경험하지 않고서는 그 무게에 대해서 말하기 힘들다. 필자는 법인 창업자이지만 개인 창업까지 합치면 8년이란 세월을 CEO로 보냈다. 그 시간은 8년이 아니라 마치 80년과 같았다. 아니, 80년 동안 할 일을 8년 만에 압축해서 해버린 느낌이다. 그 정도로 CEO의 삶은 치열하고 고단했다.남들이 내게 "광고인이란 직업의 최고 장점은 무엇인가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고 답한다. 다른 직업과는 달리 광고인은 CEO와 미팅할 기회가 많다. 기업의 브랜드에 관해 가장 깊이 있게 고민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CEO와의 미팅은 늘 긴장감과 놀라움이 공존한다. 기업의 최고 수장을 만난다는 긴장과 동시에 무언가 특별한 CEO만의 DNA에 놀라움을 느낀다. 이번 칼럼에서는 광고인이 만난 CEO의 DNA에 대해 독자와 공유하려 한다.첫째, CEO는 돈보다 시간을 중요하게 여긴다. 4년 전 필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모 회장님과 미팅할 기회가 있었다. CEO를 거쳐 회장님이 되셨는데 테헤란로에 본인 소유 빌딩이 있을 만큼의 부를 축적하신 분이셨다. 그때 후배 창업가인 필자에게 해주신 시간에 대한 말씀은 지금도 생생하다. "창업하면 집과 회사와의 출퇴근 시간이 5분이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일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는 거예요."미팅 내내 필자는 선배 창업가 앞에서 작아지고 있었다. 그리고 자투리 시간을 아껴 쓰지 못한 필자의 모습이 초라해 보였다.둘째, CEO는 틀 밖에서 생각한다. 얼마 전 전기차 관련 CEO분과 미팅할 기회가 있었다. 그분의 고민은 전기차와 관련된 법규가 너무 보수적이라 사업을 팽창시키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기술이 핵심이 되는 4차 산업 시대와는 맞지 않은 법규가 너무 많았다. 여기서 대부분 사람은 푸념하며 중단한다. 그리고 틀 안에서 최대한 적합한 방법을 찾으려 한다.하지만 그 CEO는 달랐다. 그는 법을 바꾸려고 했다. 법을 바꾸는 방법을 찾고 실제로 법을 바꾸려 전국으로 출장을 다니는 모습을 봤다. 안 되면 되게 만드는 것, 즉 틀 밖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들만의 DNA였다.셋째, CEO는 에너지의 법칙을 이해한다. 올해 여름 필자는 25살에 학원을 인수해 수십억대의 매출을 올린 CEO와 미팅을 했다. 필자는 어떤 브랜드를 광고하기 전에 그 창업가의 인생에 대해서 궁금해하는 버릇이 있다.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길래 이런 비즈니스를 하게 되었을까를 알면 광고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그 CEO의 경우, 학창 시절 집이 너무 가난해 창업할 수밖에 없었는데 엄청나게 몰입해 학원 경영을 했다고 한다. 그 몰입이 어느 정도였나 하면 토하고 병원에 실려 가서 링거를 맞고 다시 일하고 토하고 다시 일하는 생활의 반복이었다고 한다. 물론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일하는 것이 CEO의 DNA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하지만 필자가 감동한 건 그녀가 에너지의 힘을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평범한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노력이 결과를 맺지 못한 채 사라지곤 한다. 100도의 끓는점이 되기 전에 포기하기 때문이다. 그 CEO는 그 끓는점이라는 에너지를 이해하고 있었다. 즉, 남들보다 두, 세배가 아닌 열 배를 더해버린 것이다. 그 결과 그 CEO는 젊은 나이에 슈퍼카 여러 대를 구입할 만큼 엄청난 부를 이루게 되었다.필자가 만난 CEO들의 DNA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남들과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CEO는 평범한 생각과 삶을 거부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세상에 남들과 같게 태어난 사람이 있을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일지 모른다.어쩌면 그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고 그대로 살아가려 한 것이 아닌지 모른다. CEO가 이루어낸 사회적인 성공과 부를 보며 부러워하지 말자. 다만, 자신에 대한 이해와 삶을 충분히 사랑한 그들의 모습을 부러워하자.㈜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이야기'를 연재한다.

2019-10-23 10:44:19

민경석 대구시수돗물평가위원회 위원장

[새론새평]비점오염원

생산자인 식물은 광합성으로 무기탄소인 CO₂를 이용하여 유기물질을 생산하며, 사람은 이를 섭취하고 이용하고, 산업에서는 합성물질을 사용하면서 하·폐수를 발생하게 된다. 하·폐수의 주 성분은 유기물질로 COD(Chemical Oxygen Demand,화학적 산소요구량)로 나타낸다. 이 중에는 자연계 미생물이 분해할 수 없는 난분해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2,000년대 이후 4대강의 평균 수질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난분해성 물질을 대표하는 COD는 다소 증가하고 있다. 주요 원인으로는 가축분뇨의 부적절한 관리와 도시화로 인한 불투수면 증가에 따른 비점오염물질의 발생 증가 등으로 알려져 있다. 점오염원(Point Sources)은 하수와 폐수와 같이 발생원이 확실하고 하수관거로 이송·처리할 수 있어, 지금까지 지속적인 투자를 하여 하천의 수질개선 효과를 어느 정도 보였으나, 비점오염원(Non-point Sources)은 점오염원과 달리 발생원이 분산되어 있어 차집·처리가 쉽지 않고, 오염물질 발생량도 예측하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주로 강우시 발생하여 지역 및 강우 특성 등에 큰 영향을 받는다. 또한 투자 대비 오염물질 저감효과의 상관관계가 일정하지 않아 지자체의 투자를 유도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점오염원 및 도시 위주의 오염원 관리에는 한계가 있고, 하천에서의 비점오염원의 기여율이 계속 증가하여 약 80%이상에 이르고 있어, 비점오염원관리는 적극적으로 수행하여야 할 필수 요소이며, 강우유출수 저감과 같은 사전 예방적관리가 중요한데, 저감계획 수립 시 하수관거, 토지이용, 녹지 등의 계획과의 연계가 매우 중요하다. 하천은 상수원으로의 역할뿐만 아니라, 건강한 수생태 복원 및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비점오염원 관리에 지금까지의 수준을 뛰어 넘는 투자정책이 절실하다. 환경부는 물환경보전법에 비점오염관리지역 지정제도,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 비점오염 설치·신고제도 등의 비점오염원 관련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2012년에 제2차 비점오염원관리 종합대책을 수립하였다. 2005-2014년 4대강 비점오염저감시설 설치 및 모니터링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도시 비점오염과 강우유출수의 저감을 위해 2013년부터 그린빗물인프라 조성사업과 청주시 및 전주시의 빗물유출제로화 사업을 비롯하여, 2016년부터는 물순환선도도시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비점오염원은 도시 및 농촌에서 발생한다. 도시 비점오염 저감은 오염된 강우유출수인 초기빗물을 차집·처리하여야 하는데, 하수관거계획과 함께 하여야 하며, 초기빗물만을 차집·저류하는 분산형 저류시설을 곳곳마다 마련하여 청천시 하수관거를 통해 하수처리장으로 이송·처리하여야 한다. 또한 현장에서 투수성 포장, 잔디블록, 침투도랑 등의 침투시설과 빗물정원과 같은 저류시설을 이용하여 바로 처리해야 한다. 대구시는 이러한 비점오염원 관리시설이 전무한데, 강우시 발생하는 비점오염물질을 하수처리구역별로 모니터링하고, 우선대상 지역을 선정하여, 환경부 비점오염관리지역 지정을 위한 신청부터 시작해야 한다. 농업 비점오염 저감은 도시의 경우보다도 어렵지만, 녹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현하여야 한다. 농촌에서의 비점오염원은 주로 축산과 농지로부터 발생한다. 가축분뇨는 발생량이 적은 반면 고농도의 유기물 및 고형물뿐만 아니라, 녹조의 원인 물질인 질소와 인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수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 가축분뇨는 대부분 퇴·액비로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에 가장 큰 문제점이 있다. 농가에서의 퇴·액비의 사용과 노천방치로 인해, 강우시 다량의 오염물질이 유출하여 녹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농지로부터 발생하는 비점오염원은 비료에 의한 것인데, 우리나라 는 질소,인 및 카리 비료사용량이 연간 약 백만톤으로, 화학비료 약 60만톤, 가축분뇨 퇴·액비 약 40만톤 정도이다. 이중 작물이 흡수하는 양은 약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농지에 과잉 축적하거나 지하로 침투하여 지하수 오염의 원인이 되며, 강우시 유출되어 수질오염과 녹조의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수막재배, 밭경작, 시설재배 등의 농업구조변화를 반영할 수 있는 물관리정책이 필요하며, 양분총량제와 농약 및 화학비료 대신에 유기질비료를 사용하는 유기농으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 할 수 있는 농업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2019-10-23 10:26:58

이장우 경북대 교수

[경제 칼럼] 미래 일자리 전쟁에서 승리하는 지역이 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조장되는 양극화 국가뿐 아니라 도시 간 격차 더 벌려지방정부 새로운 성장 선점할 기회 기득권보다 혁신가 목소리 경청을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역시 일자리 문제다. 미래 기술 변화가 가져올 가장 큰 영향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새로이 생기는 가운데 촉발되는 사회적 갈등인 것이다.그러나 이 문제가 기술혁신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은 아직 충분히 체감하고 있지 못하는 것 같다. 이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변방에 머물고 있는 지역에도 큰 위기가 걱정되지만 기회가 함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산업화와 정보화 물결에서 추격자 전략으로 성공 신화를 일구어낸 우리는 기술 변화에 대해 대부분 낙관적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변화하는 기술이 일자리도 만들어주고 소득도 높여주었으니 당연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에서 선진국과 대등하게 경쟁해야 하는 현 위치에서는 기술 변화의 어두운 면도 함께 고려해야 할 입장이 됐다.옥스퍼드대학의 칼 프레이 교수는 '기술 함정'(Technology Trap)이라는 저술에서 산업혁명의 기술 변화가 가져오는 부정적 패턴을 강조했다. 즉 장기적으로 보면 기술혁신은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부를 축적하게 했지만 단기적으로는 기계화와 자동화에 대한 저항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야기한 것이 분명하다. 이를 극복하지 못한 사회는 궁극적으로 낙후되는 역사적 패턴을 설명하고 있다.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신기술이 기존 일자리를 위협하는 만큼 이에 대한 저항이 큰 것은 21세기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인들의 58%는 로봇에 의한 자동화를 금지시키는 데 찬성하고 있다. 미주리주의 트럭 운전사들은 자율주행차 금지를 위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LA 근처 부둣가에서는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라는 파업이 일어나고 테네시주에서는 머리 감기는 서비스도 자격증이 없으면 할 수 없게 만들었다.1차 산업혁명에서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에 비해 낙후된 과학기술을 가지고도 영국이 앞선 것은 영국 정부가 신기술을 극렬하게 반대하는 기득권층보다는 힘없는 혁신가 편에 섰기 때문이다. 19세기 초 러다이트라는 폭동 수준의 기계파괴운동을 극복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기계파괴금지법을 만들고 나폴레옹과의 전쟁 때보다도 더 많은 군대를 파견할 정도였다.그러나 역사는 돌고 도는 법. 2차 산업혁명에서는 마부들의 기득권 때문에 '붉은 깃발'로 상징되는 규제에 묶여 자동차 등 산업화 주도권을 미국에 넘겨주고 말았다. 쓰라린 역사적 경험을 한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이번에는 주도권을 놓지 않기 위해 절치부심하고 있다. 기존 경제 패권을 지키려는 미국, 영국에 1차 산업혁명 주도권을 내준 독일, 정보화 시대에 성장을 멈춰버렸던 일본, 그리고 전 세계 GDP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영광을 뒤로하고 모든 산업혁명에서 낙오했던 중국 등이 미래 주도권 다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그렇다면 한국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일자리와 관련된 변화에 대한 저항이 다른 나라에 비해서 결코 작지 않다. 그리고 정치권은 경제성장보다는 정치적 안정을 더 원하는 것 같다. '타다' 관련 공유자동차 논쟁이나 원격의료를 반대하는 의료계의 저항에서 보듯이. 따라서 산업혁명이 단순히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고 새로운 과학기술을 개발하는 것만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 서로 타협하고 투명하게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는 고도의 정치적·제도적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4차 산업혁명은 파괴적이고 공평할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손해와 피해가 반드시 따르기 때문에 갈등을 감추기보다는 먼저 투명하게 드러내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손해를 보상하는 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조용하고 무탈한 산업혁명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역사적으로 보아도 불가능한 일이다.특히 산업혁명으로 조장되는 양극화는 국가 간 차이뿐만 아니라 도시 간 격차를 더 벌릴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중앙정부가 못하는 제도 혁신을 지방정부가 창조적으로 먼저 추진한다면 새로운 미래 기회를 지역이 먼저 차지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득권보다는 혁신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19-10-22 15:27:03

임창아 시인, 아동문학가

[매일춘추] 받아쓰기

시는 자연의 말을 그대로 '받아쓰기' 하는 것이므로 시인은 결국 받아쓰는 사람입니다. 따라서 시인의 글쓰기 대부분은 받아쓰기라고 할 수 있지요. 받아쓰기를 잘 하려면 시각보다 청각을 앞세워야 합니다. 눈이 아무리 밝아도 귀 담아 듣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르셀 푸르스트는 '항해 중의 발견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것에 달려 있다'고 했어요. 여기서 '눈'이란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 후각, 촉각, 미각을 아우르는 하나의 '상징'입니다.사실 귀는 우리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고 해요.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어떤 큰소리라도 들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들으려고 하지 않는 사람한테는 아무 소리도 들려주지 못하게 되는 것이지요.꽃과 바람의 말이 들려옵니다. 이건 비밀이라며 구름과 바위가 귓속말을 합니다. 강아지와 고양이가 시끄럽게 수다를 떱니다. 그러나 걸어오는 말을 엉뚱하게 알아들을 때도 있습니다. 벌레의 웃음을 울음으로 듣고, 새의 울음을 웃음으로 듣기도 합니다. 착각은 자유니까 용서할 수 있다고 하네요. 뿐만 아니라 지렁이의 머리를 꼬리라고 하고 문어의 몸통을 머리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즐겁다며 온 몸으로 표현하는 것들이야말로 진정한 시인이 아닐까요.받아쓰는 것 보다 받아쓰지 못하는 것들이 많아 괴로울 때도 있습니다. 음식물이 쌓이고 쌓인 냉장고의 인내심도 받아쓰지 못했고, 뒹구는 돌의 잠꼬대도 받아 적지 못했고, 나팔 부는 나팔꽃의 노래도 받아쓰지 못한 무능한 시인입니다. 반면, 물고기는 바다의 말을 받아쓰고, 풀들은 바람의 말을 받아쓰고, 지렁이는 빗물의 말을 받아씁니다. 온 몸으로 받아쓰는 시인들이지요. 언젠가는 이런 말들을 다 받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어떤 시인은 '아무리 받아쓰기를 잘해도 그것이 상식의 선'을 넘지 못한다면서 '백일홍을 받아쓴다고 백일홍 꽃을 다 받아쓰는 것은 아니'라고 하소연 합니다. 또한 '햇빛의 참말을 받아쓰는 나무며 풀, 꽃들을 보며 나이 오십에 받아쓰기 공부를 다시 한다'고 하였지요. 뻔히 보이는 말이 아닌 '모과나무가 받아 쓴 모과 향' 같은 말을 모과에게 배워 받아쓰는 것이야말로 모든 시인의 소망일 것입니다.꽃이 꽃향기를 받아 적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해 봅니다. 씨앗을 맺기 위해 꿀을 나누어 주는 꽃의 마음이며, 꽃가루를 얻기 위한 벌들의 수고로운 받아쓰기를요. 교과서적 지식만 받아쓰라고 강요하는 우리의 사회와는 다른 모습이지요. 행복한 삶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받아 써야 하는 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임창아 시인, 아동문학가

2019-10-22 11:40:12

우동화 대구 올곧은병원장

[척추관절 클리닉] '내로남불'

예전에 내로남불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선 내가 몰랐던 사자성어인줄 알고 사전을 찾아본 기억이 요즘 들어 자주 난다.여러분들도 신문이나 TV에서 요즘들어 자주 쓰여지는 말이라 그 의미를 잘 아시리라 생각된다. 내로남불은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을 줄여서 쓰는 말이다.아마도 1990년대 정치권에서 가장 먼저 사용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쪽 분야에서 사용되어질 적절한 표현이란 생각이 든다. 같은 상황이라도 자신과 타인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중적 잣대를 가진 경우, 남은 비난하지만 자신에게는 너그럽게 합리화 하려는 경향에서 이런 현상이 생긴다.이런 자기중심적 사고에 대하여 독일 쾰른대학교의 호프만 교수는 한 실험을 실시하였다.실험참가자들은 직전 1시간 동안 자신이 행한 선행과 잘못된 행동을 적고 평가하게 하고, 이어 자신이 관찰한 다른 사람의 선행과 잘못에 대해서도 적어보게 했다. 그 결과 타인의 선행과 악행의 보고 비율은 1대1 정도였던 반면, 자신에 대한 평가에서는 선행과 악행의 비율이 2대1 정도로 선행을 많이 보고하였다. 타인을 평가할 때와 달리, 자기 자신을 평가할 때는 선행의 비율이 악행의 비율보다 배나 높게 보고가 된 것을 알 수 있다.세상이 빠르게 바뀌면서 의학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그래서 예전에 알고있던 사실이 변하는 경우도 허다하고 기존 학설에서 살이 더 붙어 발전된 이론이 만들어지기도 한다.예를 들면 무릎 관절염의 경우를 살펴봐도 이전에 비하여 치료방법도 다양해졌고 각각의 치료결과들이 상당히 우수한 성적을 보인다. 이 무릎 관절염의 치료방법 중 인공관절 부분치환술은 무릎관절의 내측이나 외측구획(부분) 등 한 부분에만 관절염이 심하고 하지정렬이 괜찮을때 등 특수한 조건에서 사용되어지는 인공관절 치환술의 한 방법이다.이 인공관절 부분치환술은 1950년경 그 원형이 시작되어졌으나 그동안 수술결과가 전치환술등에 비하여 우수하지 않다는 보고가 있어 1990년경 초반까지도 보편화된 수술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절개의 범위가 작아지고 치환물의 디자인의 발달하고 무릎관절의 기능도 보다 정상에 가까우므로 술기가 정확히 이루어진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보고가 많이 발표되고 있다.인공관절 반치환술은 한쪽 구획에 국한된 관절염이 심해서 일상생활이 힘들정도의 통증이 있는 경우, 15~20도 정도의 변형(내반, 외반변형)이 쉽게 교정되어지는 경우, 즉 변형이 심하지 않은 경우, 굴곡 구축이 심하지 않은 경우가 좋은 적응증이 된다. 하지만 슬관절 내 두 부분 이상 관절염이 있는 경우나 무릎의 두 부분 이상에서 통증이 심할 때, 불안정성이 있을 때(전방십자인대 파열 등), 변형이 심하고 활동력이 많은 환자나 감염성 관절염 등을 앓았던 경우에는 이 수술을 시행해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이렇듯 세상이 바뀌면서 의학도 바뀌고 있고 나보다 더 유능한 후배의사들도 많이 배출되고 있는데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결국 내로남불의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주위를 둘러봐도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종종 만나게 되는데 성숙되지 못한 인격을 좀 더 갈고 닦도록 노력해야 될 것이다. 잘못된 결과에 상처받지 않고 자존감을 유지해서 모든 면에서 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을 위한 방어기제라면 어느정도의 내로남불이 허용될 수 있지만, 이중적 잣대를 가지고 유·무형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의 방어기제라면 곤란할 것이다.

2019-10-22 10:44:05

조이 헤니(미국)씨가 구조한 3마리의 새끼악어 중 한 마리였던 왈리(악어)는 마치 강아지처럼 주인을 따른다고 한다. (사진출처: AP통신)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고양이를 부탁해? 이제는 악어를 부탁해!

반려동물 가구가 증가하면서 돌보는 동물의 종도 다양해지고 있다. 악어와 같이 특이한 매력을 가진 야생동물과 함께 사는 경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반려동물 악어가 감기로 내원했다. 악어는 몸길이가 150cm 정도 되는 두 살 령의 어린 개체였다. 평소에는 이틀에 1번 닭고기 등의 생고기를 즐겼지만 2주 전부터 밥을 안 먹고 히싱(파충류의 기침 증상)이 나타난다고 했다. 폐렴은 아니었지만 비강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위 안에서 많은 돌이 발견됐다. 야생동물을 진단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사육 환경에 대한 정보가 매우 중요하다. 보호자는 악어 입양 당시 몸 길이 80cm에 부합하는 대형 수조(150cm)와 일광욕을 대신할 수있는 UBV등과 보온을 위한 자동 히터를 갖추고 있었다.하지만 몸길이가 160cm로 자라 버린 악어에게 기존의 공간은 협소했으며 일광욕을 즐기며 휴식할 수 있는 육지 공간이 너무 부족했다. 더욱이 10월 말 겨울을 앞두고 낮아진 기온은 열대성 동물인 악어가 감당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악어와 같은 변온동물은 기온이 27도 이하로 떨어지면 체온이 낮아져 신체 대사가 억제되는데 이때 소화가 힘들어지며 장기화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특히 수조 환경은 일순간 히터 작동이 멈추었을 때 급격한 체온 저하를 피할 수 없다.악어 치료를 위해서 약물치료와 더불어 환경 개선이 시급했다. 실내 환경을 30도 이상으로 유지하고 사육장의 크기를 몸길이(160cm)의 3배 이상으로 넓혀주고 따뜻하게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육지 공간을 충분히 마련해달라고 조언했다.상담을 마치면서 보호자가 악어의 성별에 대해 물었다. 어린 악어는 외관상 성별 구분이 어렵지만 대신 알을 부화시킨 브리더는 성별을 알 거라 귀띔했다.매우 특이하게도 동물 중에는 성염색체가 없는 종이 있다. 악어를 포함하여 일부 파충류와 일부 거북 품종에서 관찰되며 알이 부화하는 과정의 온도에 따라 TRPV4라는 유전 단백질에 의해 성별이 결정된다.부화 과정에서 알의 온도가 32~34도일 땐 수컷으로 태어나며, 32도 이하이거나 34도 이상이 되면 암컷으로 태어나기 때문에 악어알을 인공적으로 부화시키는 브리더는 온도를 조절해 악어의 성별을 결정할 수 있다.실제로 미국과 유럽에서는 악어를 비롯하여 특이한 야생동물들을 반려동물로 기르기도 한다.하지만 야생동물을 가정에서 잘 돌보기 위해서는 투자와 헌신이 필요하다. 해당 동물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서식 환경을 자연에서의 서식지와 최대한 유사하게 갖추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특히 사계절이 존재하는 우리나라는 실외에서 열대지방이나 한대지방의 야생동물을 키우기엔 부적절하다. 그나마 작은 개체라면 서식지 환경과 유사한 인공 사육장을 마련해 줄 수 있겠지만, 체형이 큰 야생동물을 제대로 보살피기 위해서는 상상 이상의 넓은 공간과 유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희귀 동물을 키워보겠다는 갈망으로 입양을 결정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동물을 위험에 빠트리고 학대하는 우를 범할 수 있음을 상기하자.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2019-10-22 10:33:11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심리치료사

[이은주의 잉여현실] 시를 훔친 아이

열일곱 살 한 아이가 시를 쓰겠다고 선언했다. 3년 전 아이는 이모네 책장에서 빛바랜 시집 한 권을 훔쳤다. 이모가 아껴 버리지 못하고 책장에 오래 잠자던 시집이었다. 아이는 다시 두 권을 훔쳤고 또다시 다섯 권을 훔쳤다. 아이는 시에 빠졌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빨리 대학에 가 제대로 시를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문제는 아이의 엄마다. 시를 쓰겠다는 아이를 인정할 수 없다며 펄펄 뛰었다. 이유는 시를 쓴다는 일이 얼마나 고단할지 그것이 걱정이고, 사고도 행동도 평범하지 않고 튀는 것이 걱정이었다. 시를 훔친 지 3년인 지금 아이는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비판적이며 자기 목소리를 강하게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가 쓴 시를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고 반대만 했다.지난 토요일 안동 만휴정(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촬영지로 유명해졌다)으로 들어가는 외나무 다리에는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만휴정으로 들어가지 않고 좀 더 위쪽으로 오르면 너럭바위가 나온다. 오후 4시, 청명한 바람과 세차고 맑은 물소리가 햇살에 붉게 물들어갈 때 안동 '놀봄'이 기획한 자연힐링 프로그램 "참 좋다-작가와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생전 처음 만나는 10여 명의 사람들. 인사를 나누고 지금 여기에 있게 된 사연을 나누었다. 서로 등을 마주 기대고 높고 푸른 하늘을 보았고, 각자 마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들어주었다. 그리고 그리운 사람들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잡고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춤을 추었다.어둠이 내려와 묵계종택 보백당으로 자리를 옮겨 몇 편의 가을 시를 읽었다. 그들 중 한 사람이 바로 시를 훔친 아이의 엄마였다. 환한 너럭바위에서는 딸이 답답하다 했는데, 어둠에 싸인 보백당에서는 딸에게 미안하다고, 돌아가면 아이의 시를 읽어 보아야겠다고 했다. 어둠은 낮에 보지 못한 것을 보게 하는 마술사 같다. 시도 그렇다.

2019-10-21 18:00:00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流言蜚語(유언비어): 헐뜯는 말은 삼가야 한다

떠돌아다니는 말(流言), 날아다니는 말(蜚語, 飛語)이다. 근거 없이 헐뜯는 말이 세상을 현혹시킨다는 뜻이다. 유언은 '상서'의 금등(金滕) 고사에서, '비어'는 '사기'의 위기무안후열전(魏其武安侯列傳)에서 나왔다.주나라 무왕(武王)이 중병에 걸리자 주공(周公)은 선왕의 제단을 만들어 제사 지내면서 대신 자기가 죽겠다고 기도했다. 기도문을 함에 넣어 놓으니 무왕의 병이 나았고 주공은 신임을 얻었다. 뒤에 어린 성왕(成王)이 즉위하자 무왕의 부탁을 받은 주공이 섭정을 했다. 무왕의 동생 관숙(管叔)은 "주공이 섭정하면 성왕이 위태롭다"는 소문을 퍼뜨리고(流言於國) 반란을 꾀했다. 주공은 관숙의 난을 평정하고 '치효'(鴟鴞, 솔개와 부엉이)라는 시를 지어 충정을 표하여 성왕의 신임을 얻었다.한나라 경제(景帝)때 외척 두영(竇嬰)은 반란 진압의 공으로 위기후(魏其侯)의 작위를 받고 권력자가 되었다. 두영의 집에 들락거리던 전분(田蚡)은 누이가 황후로 발탁되고 높은 벼슬을 얻었다. 무제(武帝)가 즉위하자 무안후(武安侯)로 봉해지고 권세가 두영을 눌렀다. 두영을 추종하던 대신들도 전분에게 가고 호걸풍의 관부(灌夫)만 남았다. 전분이 연나라 공주를 첩으로 맞는 잔치에서 두영이 푸대접을 받자, 관부는 "어찌 이리 무례하오. 권세는 10년을 못 간다 했소"라며 화를 냈다. 두영과 관부는 주군기망(主君欺罔)죄로 옥에 갇혔다. 관부의 일족은 죽임을 당했고 두영은 사면(赦免)을 기다렸다. 도성에는 두영이 황제를 헐뜯었다는 유언비어가 떠돌았다(有蜚語爲惡言). 비어(蜚語)를 들은 무제는 두영을 죽였다. 사마천은 "슬프다, 유언비어가 아까운 장수를 죽였구나"고 한탄했다.유언비어는 사람을 죽인다. 뜬금없는 기사나 악플이 아까운 생명을 앗아간다. '예기'(禮記)는 잘못된 말은 거듭하지 말고(過言不再), 헐뜯는 말은 극히 삼가야 한다(流言不極)고 가르치고 있다.

2019-10-21 18:00:00

신병주(건국대 사학과 교수)

[신병주교수의 역사와의 대화] '징비록'의 산실, 하회마을

한국관광공사는 10월에 걷기 좋은 길로 유교문화길 제2코스인 '하회마을길'을 선정했다. 2010년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한 안동 하회마을은 조선시대 고택의 향기가 가장 잘 남아 있는 곳이다.하회마을은 풍산(豊山) 류씨 동족 마을로 마을 앞에는 넓은 들판인 풍산들이 펼쳐져 있다. 민속적 전통과 건축물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낙동강 줄기가 마을을 싸고돌면서 'S'자형을 이루고 있어서 '물동이동', 한자로는 '하회'(河回)로 칭해진다.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인문지리서 '택리지'를 저술한 이중환은 '복거총론'에서 "무릇 시냇가에 살 때는 반드시 고개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이 좋다. 그러한 다음에야 평시나 난시(亂時)나 모두 오랫동안 살기에 알맞다. 시냇가에 살 만한 곳으로는 영남 예안의 도산과 안동의 하회를 첫째로 삼는다"고 한 다음 "하회는 하나의 평평한 언덕이 물웅덩이 남쪽에서 서북쪽으로 향하여 있는데 서애(西厓)의 옛 고택이 있다. 웅덩이 물이 휘돌아 출렁이며 마을 앞에 모여들어 깊어진다"고 하회마을이 살기에 최적의 곳임을 소개하고 있다.하회마을을 대표하는 인물은 임진왜란 때 영의정으로서 전시 정부를 이끌었던 서애 류성룡(柳成龍)이다. 1542년 의성 사촌마을의 외가에서 태어난 류성룡은 본가가 있는 하회로 옮겨왔다.충효당(忠孝堂)은 그의 종택으로 현판은 조선 후기 전서(篆書)의 대가인 허목의 글씨이다. 충효당 안에 자리 잡고 있는 영모각(永慕閣)은 1966년 류성룡과 관련된 유물을 보관하기 위해 세운 전시관이다. 내부에는 '징비록'(懲毖錄)을 비롯하여 류성룡 종손가 문적, 류성룡 종손가 유물, 필첩, 영의정 임명 교지(敎旨), 도체찰사 교서(敎書) 등이 보관되어 있다.양진당(養眞堂)은 아버지 류중영과 형님인 겸암 류운룡의 종택으로 사랑채 정면에는 한호의 '입암고택'(立巖古宅)이라는 글씨가 걸려 있다. 양진당이라는 당호는 류운룡의 6대손 류영의 호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외에도 하회마을을 구성하는 하동고택, 북촌댁, 남촌댁 등은 조선시대 양반 가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삼신당(三神堂)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뻗은 마을길은 흙담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징비록'은 1598년 11월 류성룡이 관직에서 물러난 후에 쓰기 시작했다. 1599년 2월 귀향 이후 형 류운룡과 뱃놀이를 하는 등 오랜만에 여유로운 생활을 하면서 집필했다. 류성룡이 노후에 학문을 닦기 위해 부용대 아래에 세웠던 정자, 옥연정사(玉淵精舍)는 '징비록'을 구상하고 집필하는 중심 공간이 되었다.제목인 '징비'는 '시경'(詩經) 소비편(小毖篇)에 나오는 문장인 '여기징 이비후환'(予其懲 而毖後患·나는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조심한다)이라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류성룡은 스스로 쓴 서문의 첫머리에서 "'징비록'이란 무엇인가? 임진왜란이 발생한 후의 일을 기록한 것이다. 그중에서 임진왜란 전의 일을 가끔 기록한 것은 그 전란의 발단을 규명하기 위해서이다"라고 저술 목적을 밝히고 있다.'징비록'은 전쟁의 경위와 전황에 대한 충실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조선과 일본, 명나라 사이에서 급박하게 펼쳐지는 외교전을 비롯해 전란으로 극도로 피폐해진 일반 백성들의 생활상, 이순신, 신립, 원균, 이원익, 곽재우 등 전란 당시에 활약했던 주요 인물들의 공적과 평가까지 포함하고 있어 자료로서의 매력을 더하게 한다.이러한 자료적 가치를 인정받아 '징비록'은 국보 제132호로도 지정되어 있다. 오늘 국무총리가 일왕의 즉위식에 참석한다. 한일관계에 대한 논의들도 오갈 것으로 보인다. '징비록'에서 제시했던 내부의 철저한 반성과 일본에 대한 냉철하고 정확한 인식은 시대를 초월하여 여전히 의미 있게 다가오고 있다.

2019-10-21 18:00:00

인수일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 노벨상을 향한 도전

해마다 10월이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소식이 있다. 바로 노벨상 수상자 발표다. 노벨상이 세인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스웨덴 출신 발명가인 알프레드 노벨은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재산을 상금으로 주라는 유언을 남겼고 1901년부터 물리학, 화학, 생리의학, 문학, 평화 5개 분야에 수여하기 시작했다. 노벨상은 인류를 위한 학술적인 기여와 사회 문화적인 기여를 오랜 시간 검증함으로써 수상자가 선정되기 때문에 죽기 전에 받고 싶은 가장 영예로운 상이라 할 수 있다.최근 들어 노벨과학상은 공동 수상 증가와 수상자의 고령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최초의 발견이 기술을 넘어서 문화로 자리 잡았을 때 수상한다고 봐야 한다. 우리의 일상에 혁신을 가져온 연구가 문화로 자리 잡기까지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절대로 조급해서는 안 된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전무한 우리 현실에서 과학교육이 인류에 공헌할 수 있는 인재를 키우고 있는가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과학 정책과 교육이 정쟁과 포퓰리즘에 희생되어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핵심 소재 국산화로 무역 제재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있는 한국 과학계에 올해도 수상자 이름은 없었다. 반면에 일본에 또다시 노벨상을 안겨준 요시노 아키라 교수는 인터뷰에서 '쓸데없는 일을 잔뜩 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은 태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요시노 교수는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리튬 이온 전지 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화학상을 공동으로 수상했다.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죽음의 계곡'을 넘어서 상용화에 이르는 기술이 절실한 지금 바다 건너 일본에는 올해도 노벨상을 받았다는 소식으로 축제 분위기다.필자는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에 방문교수로 머물고 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칼텍에 어렵사리 온 이유는 칼텍을 롤 모델로 세워진 우리나라 공과대학이 왜 칼텍을 따라잡지 못하는지, 근본적인 차이점이 무엇인가 찾고 싶어서다. 칼텍은 학부 학생 수가 1천여 명에 불과한 매우 작은 학교다. 그럼에도 세계대학 순위에서 줄곧 10위 안에 드는 명문대이며 몇 개의 종합대학을 제외하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공과대학이다. 외형적으로는 적은 예산으로 설립 가능한 학교처럼 비쳐 정치인들이 표심을 자극하기에 딱 좋은 규모다. 하지만 칼텍이라는 작은 학교에서는 38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리나라에 칼텍을 모방해서 세운 공대가 무려 5개나 있음에도 그 목표를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없다. 공대의 성공은 설립의 당위성보다 세계적인 수월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경영 능력에 있다.노벨 과학상 수상자 발표가 있던 그 주에 한국에서 과학고 학생 80명이 다녀갔다. 선배 과학자로서 이역만리 칼텍까지 방문한 학생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주면 좋을까 고민하고 연구했다. '사고의 유연함을 가져라, 튀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라,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규모의 과학에 눈을 떠라, 체력을 키워라, 국제 분업을 하라', 리더가 될 준비를 하라 등 많은 주문을 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기성세대가 이러한 후배들의 도전을 수용할 수 있도록 문화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2019-10-21 18:00:00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매일춘추] '자낳괴'를 향한 위로

지하철에서 여대생 두 명의 대화를 의지와 상관없이 듣게 된 것은 목소리가 컸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독특한 웃음소리와 자극적인 단어들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대화내용은 최근에 소개받은 남자에 대한 이야기였다."너 정도 만나려면 그 정도는 되어야지", "조건은 나쁘지 않다", "차는 뭐야?" 돈과 조건을 따지며 부러워하는 한 여자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수단이 되어 자신을 상품화하는 또 다른 여자에게 책 한권을 소개 시켜주고 싶다.'위대한 개츠비'(저자: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준수한 연기력이 돋보였던 영화도 좋았지만 나는 소설이 더 재미있었다. 이 소설은 등장인물은 닉의 1인칭 관찰자 시점이다. 주변 환경과 인물에 대한 은유와 묘사는 독자가 상상할 필요도 없이 단번에 눈앞에 펼쳐진다. 특히 처음으로 톰의 집에 방문하여 데이지와 베이커를 만날 때 방안의 몽환적인 분위기 묘사는 나를 그곳의 커튼처럼 펄럭이게 만들었다. 간략한 줄거리는 개츠비의 옛사랑 데이지를 향한 순수하고 뜨거운 사랑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미 지역의 재력가와 결혼한 데이지를 되찾으려 노력하는 개츠비의 사랑이 어리석고 답답하게 보이는 것은 나 뿐만은 아닐 것이다.개츠비는 밤마다 만을 사이에 두고 있는 데이지의 집을 향해 선다. 부두의 경계를 알리는 초록불빛을 향해 뻗은 두 팔은 가질 수 없는 사랑을 암시한다. 그 초록불빛은 개츠비의 저택에서 밤마다 열리는 파티의 형형색색의 조명과 닮아있다. 재력을 과시하는 화려한 조명을 따라 불나방처럼 모여드는 사람들의 말로와 재력으로 사랑을 되찾으려는 개츠비의 말로는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신대륙을 향한 콜럼버스의 열망과도 닿아있을지도 모른다. 그 물길은 아메리칸드림의 지도를 그려줬을 테니까.이 이야기를 흔한 러브스토리라고만 보고 싶지 않다. 물질주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발하고 싶었던 작가의 의도가 숨 쉬고 있다. 저자 피츠제럴드는 실제 자신의 재력 때문에 파혼을 겪기도 했다. 롤리(John Henry Raleigh)는 "피츠제럴드의 개츠비가 미국 역사의 아이러니와 '미국이 꿈'의 타락을 나타낸다" 라고 했다. 비단 미국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오늘도 형형색색의 자동차들이 도로를 누빌 것이다. 도대체 남녀가 사랑하는데 차종이 무슨 연관인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만이 위대한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아직은 '위대한 개츠비'의 '위대한'이 비아냥이나 반어적 표현이 아니기에, 아직은 '자낳괴'(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에서 괴물이 부정적인 의미라면 말이다. 김현규 극단 헛짓 대표, 연출가

2019-10-21 11:14:41

이성환 계명대 교수 (일본학전공)

[세계의 창] 천황과 한일 관계

이낙연 총리 日 새 천황 즉위식 참석살얼음 양국 관계 돌파구 될지 관심日에 천황은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한국, '뇌관' 건들지 않는 절제 필요오늘은 일본의 새 천황(일왕의 일본 호칭)의 즉위식 날이다. 190개 이상의 국가와 기관을 초청한 일본 최고의 축제일이다. 한국에서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사절로 참석한다. 즉위식을 계기로 한일 관계가 개선될지에 관심이 크다.한일 관계의 결정적 변곡점은 2012년이다. 일본 내각부가 매년 가을쯤 일본 국민을 상대로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11년까지는 '한일 관계가 양호하다'는 평가가 약 60%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2012년에는 '양호하다'가 18.5%, '양호하지 않다'가 78.8%로 급변하고 우익들의 혐한 활동도 본격화했다.그 후 계속해서 '양호하다' 30% 대 '양호하지 않다' 70% 정도가 유지되면서 한일 관계는 악화 일로였다. 지난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도 이러한 상황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의 조치는 돌발적이 아니라 누적된 불만의 폭발이라는 견해도 있다. 그러면 2012년의 무엇이 한일 관계를 파국으로 몰았을까.그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일본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독도를 방문했다. 며칠 후에는 식민지 지배에 대한 천황의 사죄를 요구하는 발언을 했다. 일본 국민들은 격앙했고 "한국을 적국으로 보자" "천황 폐하에 대한 모욕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등 우익 성향 정치인의 발언과 기사가 일본 언론을 장식했다. 일본 국회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천황의 사죄 요구를 비난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독도 방문과 천황의 사죄 요구 중 어느 쪽이 한일 관계에 더 크게 영향을 미쳤을까. 둘 다 민감한 문제이나 후자가 일본 국민의 감성을 더 자극했다는 평가가 많다. 외국에서도 천황의 전쟁 책임을 추궁하는 경우가 있으나, 국가원수가 직접 천황을 겨냥한 적은 없다. 한국을 비롯해 외국에서 볼 때 천황은 여느 나라의 왕에 지나지 않으나, 우익 성향의 일본 국민들은 천황에 대한 비난을 일본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으로 여긴다. 그들에게 천황은 침범할 수 없는 신성한 존재인 것이다. 과거 식민지였던 한국으로부터의 비난은 그들에게 더욱 충격이었다.천황을 빼고 일본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이번에 즉위하는 나루히토(徳仁)는 126대 천황(25대까지는 신화의 영역)이다. 일본은 그동안 천황가의 대가 끊기지 않은 만세일계(萬世一系)라 한다. 한 번도 왕조 교체가 없었다는 의미에서 안정의 표상으로 해석을 하나, 반대로 변화의 동력이 없는 정체(停滯)로 보는 시각도 있다.그렇다고 천황이 늘 일본 정치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794년부터 시작되는 헤이안(平安) 시대에 들어오면 천황을 대신해 귀족이 실권을 장악했다. 뒤이은 가마쿠라 막부, 무로마치 막부, 에도 막부 등은 장군 중심의 무가(武家) 지배체제였다. 지배체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천황은 있어도 없는 듯 명맥을 이어갔는데, 수수께끼이다. 유명무실하기 때문에 굳이 그 존재를 없애거나 바꿀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천황이 정치의 중심에 복귀한 것은 메이지유신을 전후해서다. 하급 무사들이 중심이 된 유신세력은 천황을 막부 타도의 상징으로 삼았다. 그 연장 선상에서 그들은 메이지 헌법에서 천황을 신성불가침한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주권과 대권을 부여했다. 이로써 천황은 신과 같은 절대적 존재(現人神)로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일본 역사의 전체적인 맥락에서 보면 지금과 같은 상징 천황제는 지극히 정상적인 것이며 메이지유신 이후의 근대 천황제는 오히려 예외이다. 그러나 현재 일본 국민들에게는 근대 천황제가 각인되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민주주의가 도입되고 천황의 권력과 권한은 사라졌으나, 그는 여전히 일본 국민의 심저(心底)에 절대적 존재로 남아 있다. 1945년 8월 15일 천황이 항복 방송을 할 때 일본 국민들은 황궁을 향해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절대적 존재에게 굴욕적인 항복 방송을 하게 한 죄스러움 때문이었다.천황이 한일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친 적은 없으나, 뇌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한국이 이를 신성시할 필요는 없으나 국가 간 절제는 필요하다. 양국 관계를 위해서도.이성환 계명대 교수 (일본학전공)

2019-10-21 10:28:00

이점찬 대구미술협회 회장

[기고] 도시 브랜드 가치, 100년 앞 내다봐야

대구시의 도시 브랜드 개선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있다. 대구시가 도시 브랜드 슬로건인 '컬러풀 대구'의 로고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예산 대비 디자인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예산 낭비라는 비판이다.우리나라는 지방자치단체의 집행부가 교체될 때마다 새로 선출된 자치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슬로건이나 로고 를 새것으로 바꿔왔다. 관습처럼 그래왔던 것 같다. 도시도 그대로 시민도 그대로인데 도시 브랜드만 교체되는 현재 이 상황이 바람직한 현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여기에다 많은 예산을 들여 지역의 모든 슬로건이나 사인(Sign)물을 교체하며 지자체 브랜드 리뉴얼 붐을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지금까지 문제 삼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유독 대구시의 '컬러풀 대구' 로고만이 왜 논란의 대상이 되는 걸까? 앞서 언급한바 기존의 동일한 로고에 동그라미 색상만 바뀌었기 때문에 예산 낭비라는 말이 나오고 비난 여론이 일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러나 디자인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르다.1988년에 탄생한 서울올림픽 엠블럼과 로고는 고대 단군조선의 설화에서 전해진 '삼태극'의 형상에 대한민국 전통미를 입힌 브랜드로 찬사를 받았다. 미국 디자인계의 거장 밀턴 글레이저는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역대 올림픽 중 한국의 삼태극 엠블럼이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가 고안해 유명세를 탄 '아이러브뉴욕'(I♥NY)도 단순히 하트 기호(♥) 하나만 따와 미국 시민들의 선풍적인 호응을 받았다.한번 정해진 이후 굳어진 이미지의 전체적인 변경이란 자칫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이 따른다. 특히 자주 바뀌는 브랜드는 그만큼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마련이다. 나이키, 코카-콜라,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는 수십 년 내지 100년 이상 지나도 오리지널리티를 버리지 않는다. 코카-콜라는 1888년 양산에 들어갔지만 곧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독보적인 음료수의 자리를 굳혔다. 어떤 마케팅을 했기에 그런 걸까?빨간 배경색 위에 하얀 필기체의 'Coca-Cola' 글씨는 코카-콜라의 대표 이미지 중 하나다. 정교한 스펜서체로 만들어진 로고는 코카-콜라가 만들어질 때부터 원래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온 건 아니지만 계속 비슷하게 부분적으로 고치고 발전해오면서 소비자들에게 코카-콜라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것이 주효했다. 코카-콜라의 병 모양 역시 브랜드 가치 상승에 큰 힘이 되었다. 허리가 좁고 밑이 퍼진 코카-콜라 병은 1915년 최초의 특허를 받은 다소 통통한 모양새에서 오늘날의 한 손에 꽉 잡히는 슬림한 디자인으로 정착하기까지 여러 차례 리뉴얼을 거쳤지만 1955년 산업 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Raymond Loewy)가 리뉴얼한 것이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호응을 받으며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다.코카-콜라는 이처럼 애초부터 꾸준히 일관된 디자인과 메시지를 유지하며 그 어떤 브랜드보다 자신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전 세계에 글로벌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으로 거듭나게 했던 것이다. 전통과 고객의 로열티를 누릴 자격은 코카-콜라처럼 오래 유지되는 브랜드에만 주어진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대구시의 대표 브랜드인 '컬러풀 대구' 로고도 타 도시와는 달리 차별적 가치를 구축하고 다양한 활용 방법과 산업화 모델 방안을 찾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100년 후의 대구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2019-10-21 10:20:42

곽병진 전 한국산업단지공단 감사. 전 대구도시공사 감사

[기고] 정의와 공정이 의사결정 잣대다

'지금이 임진왜란 때와 뭐가 다른가'라고 필자는 묻고 싶다. 임진왜란은 총칼전쟁이고 지금은 경제전쟁 중이다. 거기다 군사안보 측면에서 독도 도발 등 북'중'러'일 주변국들에 사면초가적인 군사안보 위협이 위험수위까지 도달하여 2중적인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무감각 패닉 상태로 안중에도 없다.눈에 보이는 총칼전쟁만 전쟁이고 눈에 덜 보이는 경제전쟁은 무감각 도외시하고 당권 당파전쟁에만 혈안이다.불붙은 당파싸움도 임란 중에는 애국정신으로 똘똘 뭉쳤다. 지금은 어떤가? 수출은 10개월째 뒷걸음질 지속 중에, 친노조, 기업 소외정책으로 국내외 기업들의 국내 투자는 급감하고 우리 기업들의 자본은 해외 이탈이 사상 최대치로 가속되고 있는데도 정치권은 좌우이념 설전, 시위군중 세대결 양상과 당권, 정권 쟁취 전쟁 양상을 방불케 한다.지금이 임란 때보다 더 위중한 2중적 전쟁을 맞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성찰해야 한다.문제 인식이 있어야 실마리가 보이는데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난 몇 달간 진영논리로 논쟁에다 전쟁을 방불케하는 심각한 상황이 날로 가속됐는데도 결국 뒤늦은 처방만 나왔다. 불의와 불공정이 정의와 공정으로 바뀔 수도 없고 오로지 정의와 공정만이 의사결정 잣대다.양극화가 심각한 이 시대 경쟁대열에서 탈락해 허탈감에 휩싸인 수많은 청소년, 학생들, 극빈소외자들은 공직자의 불공정에 기가 막혔다.법은 만인 앞에 평등해야 한다. 비공개 소환도, 건강 등 온정적 수사 부탁도 수많은 의혹에 대한 수사 방식도, 만인 앞에 평등 공정해야 특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검찰개혁이 국민의 뜻이란 데는 재론의 여지가 없지만 사람들이 검찰개혁 때문에 거리에 뛰쳐나왔었다고는 볼 수 없다.검찰개혁과 조국 사퇴는 별개 문제였다.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는데 앵무새 노래하듯 반복하여 '검찰개혁' 만 외친다. 강조하고 연계할수록 개혁을 지연 희석시킬 뿐이다.이미 국회에 상정돼 있는 안을 주무 부처와 검찰이 보다 구체화된 안을 입법기관인 국회와 협의 추진토록 하면 될 사항이다. 전혀 무관한 개혁과 사퇴를 연계해 추진해야만 하는 뉘앙스를 풍겨서, 국민들은 혼돈스러웠다. 국민적 손실이 도대체 얼마였나? 하루에 몇 조원이 달아난 것으로 보인다.앞으로 수신제가 없는 공직 후보는 공직을 꿈도 꾸지 말아야한다. 장관, 법무장관이 아니라도 모든 공직 후보자는 법보다 사회규범, 규례, 상식과 도덕성이 더 중시되고 있음은 이 사회의 합의된 공감대가 형성된지 이미 오래다.기초의원, 이장의 덕목 잣대도 보편화된 상식이다. 그보다 더 지극히 기초적 필연적 덕목이 수신제가다. 일반 공직 사회부터 내로남불, 조령모개, 오비이락, 이율배반 행위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명제다. 임란 중에 의병을 일으켜 나라 수호에 몸 바친 이 지역 출신 홍의장군의 생즉사사즉생, 구국 정신을 이 시대에 재조명해 계승하길 바란다.문제 해결은 심각한 문제 인식을 성찰할 때만이 해결 실마리가 보이며 의사 결정 잣대는 정의와 합리형평, 공평, 공정의 잣대가 명확한 해결책임은 너무나 자명하다. 향후 모든 공직 후보는 반드시 이 정신을 깊이 새기고 국민 앞에 엄숙히 다짐하길 간청한다.

2019-10-20 15:49:16

권은태 (사)대구콘텐츠 플랫폼 이사

[이른 아침에] 시월단상

예전엔 상대의 행위를 욕했지만지금은 인간의 존재 자체를 부정대의민주주의 보완 기능 있다며대통령 권한을 광장에 던져버려우린 그렇게 컸다. '어떤 사람이 될까?'는 상상했어도 '어떤 나라를 만들까?'는 꿈꿔 보지 않았다. 그런 건 대통령의 일이었고 국민이 할 일은 따로 있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제1차부터 2차, 3차까지 연이어 성공시킨 나라, 10월 유신으로 장밋빛 미래를 약속받은 나라, 어디에도 우리처럼 승승장구하는 나라는 없었다. 우린 위대한 나라에 살고 있었고 그건 오로지 뛰어난 대통령의 특출한 영도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만에 하나, 그것이 우리 부모가 열심히 일해서이거나 이웃집 누나가 공장에서 쏟은 땀과 눈물 덕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같은 건 꿈에도 하지 않았다. 아무쪼록 정부의 지침을 잘 따르고 더 열심히 노력하는 것, 그게 국민이 할 일이었다.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주어진 삶의 지표는 '나라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라가 부르면 언제든 나아가 싸우고, 싸우면 이기는 어른이 되어야 했다. 학교에선 그런 각오를 담아 시시로 노래도 불렀다. "우리들은 대한 건아 늠름하고 용감하다.(중략) 이기자, 이기자, 이겨야 한다."대통령의 말과 나라의 정책은 언제나 옳기에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이기자 대한 건아'를 목청껏 부르게 한 힘도, 길고 어려웠던 국민교육헌장을 외우게 만든 열의도 그런 믿음에서 나왔다.그러던 어느 날, 지금 같은 가을 이달에 그토록 믿고 따랐던 대통령이 갑자기 떠났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둑길 위에서 아이들은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글썽였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이대로만 가면 곧 우린 최고(선진국)가 되는데, 애타는 마음 그지없었다. 그리고 그땐 몰랐다. 백억불 아니라 천억불 수출을 달성한다 해도, 암만 고속도로를 닦고 국산 자동차를 만들어낸다 해도 그런 것만으론 선진국 되기가 어렵다는 건 알 길이 없었다.민주주의가 없으면 다양성이 없고 다양성이 없으면 문화가 쇠락한다는 것, 그러므로 선진국이 되려면 민주주의도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것, 그런 건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았다. 일찍이 김구 선생이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준다"고 역설했음에도 말이다.내 삶의 방식을 결정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것,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며 주인은 그 나라를 바꿀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권리는 어디서 나오고 또 행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둑길 위의 아이들 누구도 배워보지 못했다.차차 시간이 흐르고 아이들의 꿈도 조금씩 변해 갔다. '나라를 위해 무엇이 될 것인가'에서 '나라에서 무엇이 될 것인가'로,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다름과 공존의 가치는 생각해 본 적 없는 어른, 더 나은 내가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은 꿈 꿔본 적 없는 어른들이 자꾸자꾸 생겨났다.저 '높은 자리'에 오르기까지 세상은커녕 타인의 삶에는 아무 관심조차 없던 자들이 그 자리를 발판 삼아 국민을 위한다며 금배지를 달았다. 세상을 어떻게 바꿀 건지 고민해본 적이 없으니 국민에게 내놓을 철학도 비전도 딱히 없다. 잘하는 거라곤 싸움질하거나 싸움을 부추기는 것뿐이다. 그 옛날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로 기초를 닦아서 그런지 대체로 그건 잘한다.한동안 3김 시대가 끝나야 우리 정치가, 역사가,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발전할 거라고들 했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던 YS도 가고 대통령 각하를 대통령님으로 바꾼 DJ도 가고 기자들에게 '몽니'란 단어를 선사한 JP도 갔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얼마나 더 나아졌는가?대통령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기능이 있다며 자신이 위임받은 권한을 증오와 혐오로 가득한 광장에 던져버렸다. 권력의 언저리엔 얄팍한 자들이 자기들 먹을 것만 챙기느라 여념이 없다. 지난 시절 윗사람의 눈치만 살피던 이들은 이제 서로 자기가 대장이 되겠다며 저열하게 다툰다.예전엔 그래도 상대의 행위를 비난하고 욕했지 지금처럼 인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저주하고 증오하지는 않았다. 그때는 그래도 서로가 그리는 나라, 꿈꾸던 세상이 달라서 싸웠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 나라는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끄떡없는 철옹성이 아니다. 대통령은 책임져야 하고 주권자인 국민은 더 늦기 전에 공존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2019-10-20 15:48:07

김현정 NH농협은행 대구영업본부 WM 차장

[금융칼럼] '정답'을 찾을수는 없지만 '최선책'은 찾아야 한다

투자해서 손해를 보면 어떤 사람들은 끝까지 버티겠다며 장기투자를 하겠다고 한다. 반면 일부 전문가나 은행 PB( Private Banker·자산운용사)는 손절매하고 상승이 예상되는 새 상품으로 갈아탈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손해가 이익이 될 때까지 버틸 것인가? 손해를 받아들이고 상승이 예상되는 자산으로 갈아탈 것인가?참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머리로는 갈아타야 할 것 같고, 가슴으로는 버티고 싶다. 갈아탄다면 갈아탄 자산은 상승할까? 기다리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투자상품이 대세인 요즘 모두 한 번쯤은 이런 경험과 생각을 가져봤으리라 생각한다.결론은 '정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최선책'은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와 물가를 보면 시장이 보인다. 시장에서는 경기와 물가가 핵심 요인이기 때문이다. 경기 자료와 물가 자료를 제대로 읽는다면 앞서 걱정했던 부분을 아마도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날마다 우리는 어지러울 정도로 숫자와 정보로 가득한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숫자나 정보에 대한 해석이 개인마다 다르고 상황마다 차이가 나지만, 결국 우리는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해야 한다.봄, 여름, 가을, 겨울 등 사계절이 있듯이 경기에도 경기순환주기라는 패턴이 있다. 겨울에 봄 상품을 준비하고 봄에 여름 상품을 준비하듯이 한 발 두 발 앞서서 계절을 준비하는 것처럼 경기 사이클을 분석한다면 적어도 어디가 '무릎'이고 어디가 '어깨'인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고, 패턴도 발견할 수 있다.경기와 물가를 어떻게 읽고 어디서 정보를 찾고 또 그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고 분석하면 되는지 스스로 학습이 필요하다. 덧붙여 말하자면 최초의 학습은 원시 데이터에서 유용한 정보를 찾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그 다음은 그 정보를 지식에 따라 결합하는 것이다.마지막으로 지식에 경험이 더해지면 세상을 보는, 즉 시장을 보는 지혜를 가지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찾은 정보와 함께 생각하고 실행해본다면 가장 좋은 투자방법이 될 것이다.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 변화무쌍한 시장 속에서 남과 같은 생각으로 투자한다면 남들 만큼만의 수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많은 정보를 가공해서 남들과 다르게 보고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기술을 길러보자. 앎의 수준이 깊어질수록 손실은 감소하고 수익은 증가한다. 또 투기횟수는 줄고 투자횟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확신한다.

2019-10-20 14:53:16

채명 무용평론가

[매일춘추] 소통으로 다가서는 춤의 힘

요즘 공연예술은 고유한 자기 영역만 고집하지 않고, 다른 장르와의 컬래버레이션 무대를 더욱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관객과의 소통에 좀 더 관심을 갖는 공연자의 경우, 특히 춤의 도움을 받으려는 노력이 적극적이다. 그렇게 춤은 타 예술장르에서 인기가 있지만, 정작 춤 자체 공연은 대중으로부터 크게 환영 받지 못하고 있다. 아이러니 하지 않은가?타 장르 퍼포먼스에서 춤이 본연의 주된 장르만큼 중요하게 인식 되는 경우도 많다. 가수인 아이돌들은 춤을 추지 못하면 큰 결격사유이고, 보컬 연습만큼 춤 연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뮤지컬 배우들은 노래만큼 춤에도 능력이 있어야 뮤지컬 배우의 길을 갈 수가 있다. 연극과 오페라 등에서도 점점 춤의 역할이 커져 간다. 대사와 노래로 그들의 주제를 전하기보다 몸짓과 춤을 사용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노래만으로는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하였을 것이다. 세계적 열풍으로 많은 패러디가 만들어질 만큼, '말춤'은 유래 없는 폭발적 관심을 받았다. 쉽고 중독성 있는 노래의 멜로디와 더불어, 누구나 따라 하고 싶어 하는 재미있는 춤으로 인해, 이 노래는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요즘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는 케이팝 가수들의 노래는 춤과 하나가 되어, 노래에 따른 그들의 고유한 춤이 곧바로 연상이 된다. 언어적 장벽을 받지 않는 춤은 세계적 소통이 더욱 용이하고, 한류열풍의 중심에는 한국가수들의 환상적인 춤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춤을 보라! 그들의 자유로운 춤을 따라 추는 외국인들에게는 노래는 따라 부르기 힘들지만, 춤은 쉽게 그들에게 다가감을 알 수 있다. 주객전도로 노래가 오히려 춤의 백 뮤직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이러한 춤을 보고 관객들은 어렵다고 하지 않는다. 리듬에 따라 즐기는 춤이거나 적재적소의 재미를 위해서, 또는 길지 않게 그들의 의도가 분명히 감지되게 춤을 이용하기 때문이다.그런데 한 시간 이상의 긴 공연을 춤으로만 안무자들이 주제를 표현하려는 무용공연을 관객들은 대체로 어려워한다. 관객들은 춤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춤 내면의 깊은 뜻을 찾고자 골몰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용공연도 가볍게 다가가 관람하면 어느새 나만의 감상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춤 한 장면의 아름다움에 도취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한 것이다.그리고 안무자들은 춤 공연의 소통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그들의 리그에서 진일보 할 수 있다. 관객에게 다가가는 춤이야말로 더 큰 호소력으로 관객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채명 무용평론가

2019-10-20 06:30:00

종이에 담채, 각 127×24㎝,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정종여(1914~1984) '가야산 10폭 병풍 중 2폭'

청계(靑谿) 정종여가 1941년 그린 '가야산 10폭 병풍' 중 마지막 두 폭이다. 20대의 나이에 가야산이라는 큰 주제와 대결한 기개와 이만한 대작으로 그려낸 실력이 놀랍다. 가야산 곳곳의 풍광을 한 폭 한 폭 짜임새 있게 완성하면서도 마치 10폭이 연결된 연병(連屛)처럼 각 폭을 배열해 필력 뿐 아니라 구성력도 대단하다는 감탄이 나온다.오른쪽의 제9폭에는 해인사를 그렸다. 화면 중간쯤 삐죽 솟은 고목(枯木) 두 그루 사이로 해인사 당우를 그려 넣었고 일주문 아래에는 소매 넓은 장삼과 적갈색 가사를 '수'한 스님 두 분도 보인다. 제10폭은 해인사 산내 암자 중 한 곳일 산등성이 암자와 밭에서 일하는 사람, 그 옆 둔덕에 스님과 갓 쓴 양반 등 세 명이 그려져 있다. 화제는 "신사하일(辛巳夏日) 가야산하(伽倻山下) 청계도인 사(靑谿道人寫)"이다.가야산 봉우리 아래 큰 나무들이 우뚝 우뚝한 산자락에 자리 잡은 집과 절을 그린 실경산수이면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점경인물로 그려 넣어 산수와 풍속을 결합했다. 나머지 8폭에도 산촌의 남녀노소와 승속(僧俗)의 인물이 각자의 일을 하고, 볼 일을 보는 모습으로 그려져 주변에 대한 화가의 관심어린 시선을 보여준다. 한 때 해인사에 살았던 정종여에게 익숙한 가야산이고 안면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산수와 인물, 국토와 현실이 함께 화폭에 담겨있어 삶의 배경이자 터전으로서 가야산이 생생하다.정종여는 가야산에서 멀지 않은 거창 읍내에서 태어나 16살에 거창공립보통학교를 졸업했다. 어떤 이유인지 어린 나이에 집을 떠나 살았는데 그림 재주가 뛰어나 해인사 주지스님의 후원으로 일본으로 그림 유학을 갈 수 있었다. 25살 때 6미터가 넘는 진주 의곡사 괘불 '석가여래좌상'(652×355㎝)을 그렸고, 이 '가야산 10폭 병풍'을 그린 28살 때 팔공산 부인사에 3칸 규모 벽화를 그렸던 것이 '선덕부인 존영 봉안식' 기념사진 속에 남아 있다. 화가로서 금어(金魚) 역할을 하며 대구에도 필적을 남겼던 것이다.1942년(29세) 오사카미술학교를 졸업하고 두 차례 개인전을 여는 등 왕성하게 활동 했지만 육이오동란 중인 1950년 북쪽으로 납치되어 한 때는 남한에서 지워진 인물이었다. 동란 중에는 해인사가 없어질 뻔 했던 일도 있었다. 1951년 8월 지리산 공비토벌작전 중 해인사 폭격 명령을 받았지만 김영환(1921-1954) 준장이 끝내 폭격하지 않았기 때문에 팔만대장경을 비롯한 문화재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정부는 2010년 해인사와 팔만대장경을 지킨 그의 공적을 기려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김영환 준장은 대한민국 공군 조종사의 상징인 '빨간 마후라'를 최초로 착용해 이를 제도화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전쟁기념관이 선정한 2019년 '10월의 호국인물'이다. 미술사 연구자

2019-10-20 06:30:00

'바스커빌 가의 개' 원작 삽화 (1901년)

[정혜영의 근대문학을 읽다] 마견(魔犬)의 전설과 '백백교 사건'

'셜록 홈즈' 시리즈의 탐정 셜록 홈즈는 인간적 매력이라고는 손톱 끝만치도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이다. 오만하고, 자아도취적이며, 타인에 대한 배려도 없다. 쉽게 말해서 그는 일반인들이 중요시하는 인간적 품성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오로지 과학과 이성만을 신뢰하며,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초자연적 세계란 존재할 리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다.셜록 홈즈 시리즈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 '바스커빌 가의 개'(1901)는 셜록 홈즈의 이런 기질을 충분히 활용한 소설이다. 마견(魔犬)의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바스커빌 가문의 주인 찰스 바스커빌 경이 어느 날 시체로 발견되고, 전설 속 '개'의 저주, 즉 초자연적 세계가 범죄의 주범으로 제시된다.이 사건이 합리주의자 홈즈의 전투 의지를 들쑤신 것은 당연한 일. 홈즈는 치밀한 추론과 조사를 통해서 초자연적 존재가 일으킨 듯한 이 사건이 실제로는 돈을 차지하기 위한 인간의 기획이었음을 밝혀낸다. 마침내 범죄가 해결되어 세계는 평온을 되찾고, 홈즈는 합리적 세계에 대한 자신의 믿음을 확인한다.초자연적 세계의 허구성을 과학과 이성으로 폭로해낸 셜록 홈즈의 모험담, '바스커빌 가의 개'는 1941년 조선에서 '바스커빌의 괴견'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소개된다. 원작이 발표된 지 40년이나 지난 때였다. 이 무렵 조선사회는 '백백교 사건'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합리적 세계에 대한 믿음이 절실하게 요청되고 있었다.'백백교 사건'은 사이비 종교 교주 전용해가 300명이 넘는 신도를 무차별적으로 살해, 암매장한 사건이다. 1937년 조사가 시작되고, 4년 후인 1940년 법원이 12명 모두에게 사형 판결을 내리며 사건은 일단락된다.그러나 법적 정리와는 별개로 이 사건이 조선 사회에 남긴 상처는 컸다. 미신에 빠진 수 백 명이 살육당한 야만적 사건은 조선사회의 근대성을 단숨에 허물어뜨릴 만한 것이었다. 미신이 쉽게 파고들 만큼 사회, 문화적 기반이 취약한 조선 사회에 대한 한탄과 자조가 도처에서 흘러나왔다. 심지어는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손기정이 조선인에게 심어준 자부심을 백백교 사건이 한순간에 없애버렸다는 절망적인 말까지 나왔다.여기에 교주 전용해의 머리를 '범죄형 두뇌 표본'으로서 포르말린에 보관한다는 일제의 엽기적 결정까지 더해지면서 조선사회의 야만성은 극화됐다.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이 조선사회를 덮쳤다.'바스커빌 가의 개'가 조선어로 번역, 출판된 것은 이 시기였다. 몇 글자 간단한 주문만으로 천국이 문이 열리는 초자연적 현상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합리적으로 가르쳐줄 만한 무언가가 필요한 때였다. '바스커빌 가의 개'의 조선어 번역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낯선 서양 소설 한 권이 무슨 힘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만 작은 빛이라도 모아서 희망을 만들고자 했던 조선 사회의 열망이 이 책 한권에는 들어있었던 것이다.대구대학교 인문교양대학 초빙교수

2019-10-19 06:30:00

최지혜 작 '낙조'

[내가 읽은 책]나를 키우는 말/이해인/시인생각/2013년

갈림길에서 멈추었다. 산허리를 휘감는 가을바람에 나뭇잎이 흩날린다. 어디로 가야하나? 두리번두리번 표지판을 찾았다. 소나무 앞에서 나를 보고 있던 표지판과의 대화로 답을 얻었다. 파삭파삭 마른 잎 밟히는 소리에 생각이 열린다. 내 인생길의 길잡이는 무엇이었나? 문득, 돌이켜 보았다.스무 살, 돌도 씹어 먹을 것 같은 그 나이에 나는 이빨 다 빠진 사람처럼 우물우물 희망을 못 찾고 체념이라는 옷을 입고 살았다. 가을 깊은 어느 날, 발길 닿는 대로 들어간 서점에서 '민들레의 영토'를 만났다. 술술 읽히는 시어, 진실로 위로하는 시들에 사로잡혔다. 표현 기교가 뛰어난 어떤 글보다 시인의 단순하고 순수한 시들에 감동 받았다. 그리고 나는 희망의 옷을 입었다. 예방접종하듯 다시, 시인의 책을 읽었다이해인은 수녀이며 시인이다. 1964년 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 수녀회에 입회해 1976년에 종신서원 하였다. 1970년 '소년'지에 동시 '하늘은', '아침' 등이 추천 완료되어 등단하였다.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와 '내 혼에 불을 놓아''시간의 얼굴'등 시집들 외에 산문집 '꽃삽' 등과 옮긴 책으로 '모든 것은 기도에서 시작됩니다', '마더 테레사의 아름다운 선물' 등이 있다. 시인은 30여 년 동안 따뜻한 서정의 작품들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나를 키우는 말' 은 시인이 그동안 발표한 시들 중 60편을 골라 실었다. 시집의 첫 장에 "나에게 있어 시는 삶에 대한 감사와 그리움을 기도로 피워낸 꽃이 아닐까 생각해 보곤 합니다."라고 자신의 작품세계를 말하고 있다.내가 돌보지 못해/묘비처럼 잊혀진/너의 얼굴. /미안하다 악수 나눌 때/나는 떳떳하고/햇살은 눈부시다//슬픔에 수척해진/숱한 기억들을 지워 보내며/내일을 향해 그네 뛰는/ 오늘의 행복//문을 열어라//나는 너를 위해/한 점 바람에도/흔들리는 풀잎//새 옷을 차려입고/떠날 채비를 하는/나의 오늘이여//착한 누이의 사랑으로 너를 보듬으면/올올이 쏟아지는 빛의 향기//어김없는 약속의/내일로 가라//-p28 '오늘의 얼굴' 전문운명론자처럼 주어진 대로 흘러갔던 어제를 지우니, 내일을 향해 뛰는 오늘은, 행복이었다.우산도 받지 않은/쓸쓸한 사랑이/문밖에 울고 있다//누구의 설움이 비 되어 오나/피해도 젖어오는/무수한 빗방울//땅 위에 떨어지는 /구름의 선물로 죄를 씻고 싶은/비 오는 날은 젖은 사랑//수많은 나의 너와/젖은 손 악수하며/ 이 세상 큰 거리를/한없이 쏘다니리//우산을 펴주고 싶어/누구에게나/우산이 되리/모두를 위해//-p31 '우산이 되어'전문이토록 진실하고 따뜻한 위로를 받은 적 있었던가? 나도 누군가에게 우산을 펴 주는 사람이 되리라. 시인의 시는 나를 다시 태어나게 했다.가을이 깊다. 책들이 좋아하는 계절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아 책들이 신났다. 그중에 눈에 띄는 책을 읽어보자! 당신이 찾는 길잡이일지 모르니.최지혜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2019-10-19 06:30:00

이상일 시인, 수필가

[광장]가장 위대한 진리는 가장 단순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진리는 가장 단순하다. 이미 유치원에서 배운, 정직하라, 성실하라, 사랑하라 이 세 마디다. 뜻은 모두가 잘 알고 있지만 문제는 실천이다. 개인적으로 이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를 다시 뽑으라면 誠(정성 성)이라고 말한다. 誠을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言+成으로 즉 말대로 행동한다는 언행일치를 뜻한다. 이것은 또한 우주철학과 관련된 덕목이다.동양철학을 명쾌하게 정리한 中庸(중용) 20장에서도 誠者(성자)는 天之道也(천지도야)요 誠之者(성지자)는 人之道也(인지도야)라 하고(정성이란 하늘의 도요, 정성되게 하는 것은 사람의 도리다), 誠者(성자)는 物之終始(물지종시)니 不誠(부성)이면 無物(무물)이라(誠이라는 것은 만물의 마침과 시작이니, 진실이 없으면 어떠한 사물도 없다) 했다. 이 세상의 처음과 끝도 결국 부지런하지 않으면 생성도 멸함도 없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부지런해야 존재가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다시 곧 至誠感天(지성감천)과 至誠無息(지성무식)과 연결되어 지극한 정성은 하늘도 감동시키고, 誠(성)은 결코 쉼이 없다고 했다.생활에서 가장 기초적인 민법에서도 권리의 행사나 의무의 이행은 '신의'를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기본 원리로 성실을 바탕에 두고 있다. 이를 자연의 이치에 적용시켜 보면, 천지는 이때까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부지런히 돌아가기 때문에 밤낮과 계절이 생기어 모든 만물들은 이 환경에 맞추어 살 수 있다. 만약에 천지가 한 번이라도 멈추거나 계절의 순서가 바뀌면 세상이 뒤죽박죽이 되어 모든 생물들이 멸할 것이다. 이것은 오직 변하지 않으면서 성실하게 쉼 없이 돌아가는 우주의 자연법칙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사랑도 한 번이 아니라 열 번 아니, 백 번이라도 찍으면 안 넘어가는 사랑이 없듯이, 지극한 성의에는 하늘이 감동해서라도 사랑이 이루어진다. '근면과 성실로 재산을 모은 것은 신의 섭리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종교개혁자 캘빈이 말하여 자본주의 탄생에 기여했고, '성실 하나로 살아가는 사람이 남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는 예는 이제까지 하나도 없고, 성실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 남에게 감동을 주었다는 예도 이제까지 하나도 없다'며 맹자도 성실에 대해 언급했다. 나의 평소 철학은 '바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이다.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길만이 인생의 의미를 알고 허무를 이기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삶에서 경험하듯 生于憂患 死于安樂(생우우환 사우안락:어려운 상황은 사람을 분발하게 하지만 안락한 환경에 처하면 쉽게 죽음에 이른다)과 같이 시간이 많고 여유가 있으면 공부도 하고 무엇이든 잘할 것 같지만, 막상 시간과 여유가 많으면 오히려 더 나태해져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지는 이치다. 진정한 행복은 꾸준한 일이나 행동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본다. 요즘 세상은 너무 빠르고 편리한 것에만 올인하는 가치와 논리 속에 때론 느리고 여유롭게 사는 지혜도 필요하지만, 몸과 생각의 기본 바탕은 늘 끊임없이 노력하는 성실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삶이란 성실하게 사는 것만이 이 세상의 존재 가치를 찾을 수 있고 의미를 남길 수 있기에, 3대 액체(피, 땀, 눈물)를 흘리지 않는 사람은 결코 승리의 월계관을 쓸 수 없다. 그러기에 그 어떤 가치보다 숭고한 誠을 바탕으로 노력하다 보면 사랑도 사람도 재물도 다 이룰 수 있다. 지극한 정성은 하늘도 사람도 미물도 감동시키며 존재 가치를 부여하기에 끊임없이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2019-10-18 19:15:21

장세용 구미시장

[기고] 'TK패싱'이란 용어를 경계한다

'TK 패싱'이라는 말이 아무런 근거 없이 나돌고 있다. TK에 속한 기초지방자치단체장의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용어가 거론되는 것은 심히 유감스럽다. 이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자극하려는 의도의 표현이나 다름없다.필자는 TK 패싱이라는 용어, 그 이면에 깔린 지역 홀대론 혹은 소외론을 경계한다.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관철하겠다는 뜻으로 읽혀 지역민을 허탈하게 만든다. 또한, 그에 대한 진위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구미시는 올해 상생형 구미일자리에 이어 2020년 스마트산업단지 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며 든든한 성장기반을 다졌다. 올 상반기에만 국비와 도비 공모사업에 1천억원을 돌파했고, 생활 SOC 복합화 공모에 국비 149억원을 확보하는 쾌거도 이뤘다. 주요 사업 추진을 위한 든든한 재정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야 국회의원과 모든 공직자가 한마음으로 전방위 노력을 펼쳤기 때문이다. 인구 43만 명의 지방 중소도시 구미가 굵직한 국책사업을 유치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첨단 신산업을 모색하는 대전, 인천 등 쟁쟁한 광역지방자치단체와 경쟁해야 한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마찬가지다.산업통상자원부가 공모한 스마트산업단지만 놓고 보더라도 막판까지 구미와 경쟁을 벌인 도시는 인구 200만 명을 훌쩍 넘는 광역시였다. 경상북도의 전폭적인 지원과 구미공단의 긴밀한 협조 없이는 힘든 일이었다.TK에 속한 다른 지자체는 어떨까. 대구시는 10년 연속 3조원 이상의 국비를 확보했고, 권영진 대구시장은 여야 지역 국회의원들이 한뜻으로 노력한 결과라며 감사를 표했다. 경상북도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 이철우 도지사는 더 이상 TK 패싱이라는 말을 하지 말자고 선언했다.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하자는 이 지사의 발언에 필자 역시 전적으로 공감한다.이제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패권정치는 끝났다. 급변하는 시대는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새로운 산업 지형을 파악하고 내부 역량을 키워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은 민생의 절박한 과제다.구미시는 노사민정의 산고 끝에 상생형 구미일자리를 성사시켰다. 스마트 산단에 최종 선정된 구미국가산업단지는 재생을 통해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구미와 경북의 발전,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을 바라는 마음에 여야의 구분,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 갈등과 반목을 부채질하며 편을 가르는 TK 패싱이란 말 놀음은 고질적인 병폐다. 무능한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호도하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자 기득권을 지키려는 눈속임에 지나지 않는다.챙겨야 할 현안이 얼마나 많은가. 적어도 우리 구미는 그렇다. 상생형 구미일자리는 이제 첫발을 뗐고, 위축된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 외에도 2020년 제101회 전국체전의 성공을 위해 본격적인 준비도 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사안이 없다.국내외 정세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지역 홀대론을 부추기는 이들은 자신들의 책임을 외면하고 무능력을 자인한 게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보기 바란다. 그로 인한 피해는 오롯이 대구경북의 시도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무능하고 오만한 권력은 결국엔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허투루 듣지 말기 바란다. 바라건대, 각자의 역할과 책무를 다할 때다.

2019-10-17 11:06:51

김종광 소설가

[춘추칼럼] 진솔하지 않은 책들

필수 스펙 쌓고 자금 걷고 '일석이조'정치인들 너도나도 출판기념회 극성대필자가 썼는데 자신이 한 듯 '위선'그 책이 부메랑 돼서 날아올 것인데… 대개의 작가는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에 시큰둥하다. 행사를 준비해본 분은 알 테다. 바쁜 사람 모시는 게 얼마나 힘든지. 또 작가는 부조(책값)를 받는 일이 거의 없다. 오히려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차비를 드려도 시원치 않다. 뷔페 정도는 불러야 한다. 가난한 이로 소문난 작가는 출판기념회를 누가 열어준다고 해도 기피할 수밖에 없다.무슨 선거가 되었든, 선거를 앞두고 4~6개월 전에, 소리 소문 없이 줄기차게 열리는 행사가 있다. 정치인이 출판기념회를 열지 않으면 정치인이 아닌 것처럼 출판기념회가 극성을 부린다. 정치인은 왜 그렇게 출판기념회에 열성적일까?여러분이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첫 번째 이유. 정치자금을 걷기 위해서. 출판기념회는 정치자금법 제한을 받지 않는다. 금액 한도, 모금 액수, 횟수에 제한이 없다. 돈을 준다고 해도 안 갈 분도 있겠지만, 돈 내러 가야 할 분도 많은가 보다.돈 때문이 아닌 정치인도 있을 테다. 아무리 모금 액수에 제한이 없다지만, 출판기념회로 거둬들일 수 있는 돈이 얼마나 되겠는가. 돈밖에 없는 정치인에게는 돈은 별로 상관없는 문제일 것이다. 책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할 수도 있다.알다시피 우리나라는 책이 어마어마하게 나오지만 책 읽는 사람은 드물다. 독자는 거의 없지만 책을 쓴 사람에 대한 존경심이 크다. 책을 내야 인격을 갖춘, 지식을 겸비한, 소양이 높은, 한마디로 훌륭한 정치인 같다. 즉 책은 정치인의 필수 스펙 혹은 아이템 혹은 보증수표로 자리 잡았다. 책도 안 낸 자는 정치인 자격 자체가 없어 보인다. 정치인이 책 내는 것을 꼴 같지 않게 보는 유권자도, 정작 책이 없으면 책도 못 내는 무식쟁이 후보라고 깔볼 테다. 그래서 정치인은 울며 겨자 먹기로, 혹은 꿩 먹고 알 먹기로 책을 내게 된다. 안 낼 수가 없으니 내고, 필수 스펙 쌓고 정치자금도 얻는 것이다.그런데 책은 정치인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대개의 정치인은 책을 낼 때 당당히 밝힌다. 내가 썼다고. 그 책이 자서전이든 회고록이든 대담록이든 정치활동 자랑담이든 대중 교양서든 수필집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가 쓴 척 한다. 진실로 자기가 다 쓴 분도 있다. 심지어 지난한 수정 작업도 스스로 하신 분도 있다. 그런 분은 '저자' 맞다.이런 경우는 어떤가. 정치인은 인터뷰만 했다. 그 인터뷰를 바탕으로 어떤 작가가 원고를 써주었다. 텔레비전에서 보셨다시피 말 되게 말하는 정치인이 드물다. 그 말 되지 않는 말을 읽을 수 있는 글로 변환하는 것은 청계천 복원사업 못지않다. 정치인이 자료(메모, 회의록, 신문기사 등등)만 주고 대필자가 다 썼다. 정치인이 A4 용지 10장의 원고를 주었는데 대필자는 100장 분량으로 늘려 썼다. 이렇게 정치인이 말이나 자료, 일부 원고를 제공했지만 대필자가 거의 다 쓴 책이 숱하다.하나같이 '정치인 아무개 지음'으로 출간된다. 제1저자는 분명 대필자다. 정당한 책이라면 '아무개 작가가 쓴 정치인 아무개 이야기'라는 식으로 나와야 한다. 정치인은 말할 테다. 내 이야기인데 뭐가 문제야! 그게 더 문제일 수 있다. 책에 나오는 내용이 그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내세울 만한 것은 엄청 자랑하고, 꺼림칙한 것은 전혀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위 기억'과 '자기모순'과 '위증'이 난무하는 것이다. 대필자의 교언영색을 '진짜'로 착각해버리면 더욱 답이 없다.저자 표기 문제와 책에 담긴 의심스러운 문장들만으로도, 검찰과 언론이 누구네 파듯이 하면 도무지 안 걸릴 재간이 없을 테다. 정치인에게는 책이 계륵이 돼버린 셈이다. 정치인의 절대 스펙인 책을 안 낼 수는 없다. 책을 내니 뿌듯하고 돈도 생기고 좋기는 하다. 하지만 그 책이 언제 부메랑이 돼서 날아올지 모른다. 작가로서 조언을 드리자면, 가장 후환이 두렵지 않은 방법은 진솔하게 자료를 제공하고, 진솔하게 저자 표시를 하라는 것이다.선거일 90일 이전에 무수히 쏟아지는 정치인의 책 중에 그나마 읽을 수 있는 책은 진솔하려고 노력한 책뿐이다.

2019-10-17 10:20:09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매일춘추] 감정 스포일러, 라이트모티브

어떤 음악은 매우 상징적이라 그 음악을 듣는 것만으로도 극 전체나 캐릭터를 떠오르게 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특정한 멜로디를 들으면 해리포터나 인터스텔라 혹은 죠스 등의 영화를 떠올리게 된다. 죠스 OST는 영화는 보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음악이다. 드라마나 광고 등 무수한 매체에서 사용 되어져 대중들의 귀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빠밤- 빠밤- 빠바빠바빠바빠바빠-'로 기억되는 이 음악은 원래의 영화를 넘어 많은 작품에서 긴장되는 상황이나 무섭고 두려운 캐릭터의 등장에 쓰이게 되었다. 그리고 역으로 이 음악을 사용하여 긴장감을 유발시킨 뒤 정반대의 상황을 보여주며 반전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처럼 내용과 분위기, 감정을 미리 알려주는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이야기 해 보고자 한다.영화나 드라마 등 음악이 들어간 극을 보다보면 들려오는 음악만으로 다음 장면이나 캐릭터의 등장을 예상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자막 없이 외국어로 된 극을 보거나 전체가 아닌 특정 장면만 본 경우에도 음악을 통해 장면의 내용이나 감정, 분위기 등을 유추할 수 있다. 이는 우연이 아니라 특정 작곡 기법에 의한 효과이며 이러한 음악 기법을 '라이트모티브(LeitMotiv)라고 한다.라이트모티브는 독일어 어원을 가지고 있는데 Leiten은 이끌다, motiv는 동기를 뜻한다. 이 두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로 유도동기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이 작곡기법은 낭만파 작곡가인 바그너를 통해 그 정의가 확립됐다.인물이나 특정 장면이 반복해서 나타날 때 그 인물 혹은 장면을 상징하는 선율이나 화성을 재현함으로써 청중이 다음에 이어질 내용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환기하는 기법으로 음악적 기능과 극적 기능을 동시에 지닌다. 이 기법은 현대의 극음악에서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를 잡았고, 오페라,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뮤지컬 등 음악이 들어간 거의 모든 극장르에서 활용되고 있다. 필자 역시 극음악을 작곡할 때 이 기법을 사용한다. 등장인물이나 시대 상황에 어울리는 특별한 테마를 사용하기도 하고, 인물의 관계나 특정 장소에 대한 감정 등을 반복되는 선율이나 화성 혹은 특정한 악기로 표현하고자 했다. 창작 뮤지컬의 경우 관객은 공연 내내 새로운 음악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긴 시간동안 관극을 하는 것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라이트모티브를 활용해 관객들이 극의 내용을 유기적으로 파악하고 조금 더 쉽고 효과적으로 장면의 감정이나 정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줄 수가 있다. 감정을 미리 알려주는 스포일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다가오는 주말에 영화나 뮤지컬 등의 문화를 즐기며 숨어 있는 라이트모티브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 문화예술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면 더 많은 재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2019-10-17 10:14:06

작가 권미강

[권미강의 생각의 숲] 도시재생의 길을 묻다

'낡거나 버리게 된 물건을 가공해 다시 쓸 수 있게 만든다'는 뜻의 '재생'(再生)이 도시와 나란히 붙어 회자된 지도 꽤 됐다.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으로 사람들이 모이면서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이 되는 '도시'와 '재생'은 이제 한 단어처럼 익숙해졌다. 도시도 사람과 같아서 세월이 갈수록 늙어가기 때문이다. 처음엔 최신식 건물이 들어서고 도로가 생기고 자동차와 다양한 가게들이 생겼던 도시가 어느새 세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쇠락의 길을 걷는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민들을 중심에 두고 문화예술의 옷을 입혀야 도시를 살릴 수 있다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며 예술가를 입주시키고 마을 벽화를 그리고 다양한 행사와 마을 축제를 열며 낡은 도시를 심폐소생하려고 시도했다. 어느 정도 주목을 받고 도시가 활기를 띠기도 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발목이 잡혔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그 아픈 예가 김광석거리다. 몇몇 예술가들의 열정으로 시작된 방천시장 김광석거리가 이제는 자본의 냄새만 풍기는 골목으로 변했다. 김광석의 가치는 낡은 벽화와 카페, 고깃집 연기 아래에서 겨우 허우적댄다. 김광석의 노래와 추억은 낭만이라는 포장에 싸여 이곳을 찾는 연인원 방문객 수를 부풀리는 데 이용될 뿐이다.독일의 베를린은 분단에서 통일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 받은 도시다. 통일 후 충분히 빌딩 숲의 화려한 도시로 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베를린은 2차 세계대전의 과오를 그대로 노출시켰다. 건물은 고도를 제한하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시민들이 활용하고 싶은 공간이 곳곳에 있다. 전쟁 당시 나치에 의해 끌려간 사람들의 이름과 날짜를 적어 놓은 동판이 있고, 사람들은 전쟁의 기억을 지우지 않고 반성하고 추모한다. 어떤 형용사도 없이 담백하게 쓰인 기록 앞에서 사람들은 전쟁이 아닌 평화로운 공동체적 삶을 체득한다. 베를린에서 도시재생의 중심은 '인간 존엄'이다. 도시재생이 필연이 된 지금, 깊이 고민할 부분이다.

2019-10-16 18:00:00

신창환 경북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같이&따로] 독자 전상서(前上書)

독자 여러분 안녕하셨습니까? 그러나 요즘은 안녕하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이 좀 무색합니다. 일본의 무역 보복에 이어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둘러싼 논란까지 지난여름부터 대한민국의 정국은 그야말로 총칼 없는 전쟁이 따로 없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혼돈스럽고 어지럽기까지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떠신가요?여길 가도, 저길 가도 다들 현 정국을 둘러싸고 정치 논쟁이 벌어집니다. 술집에서도 커피숍에서도 동네 목욕탕에서도 뜨거운 논쟁이 이어집니다. 각자의 프레임을 지지하는 유튜브 방송으로 열심히 학습하신 양쪽의 논객들은 사실과 논리로 무장하고, 상대방의 주장을 무너뜨리기 위하여 치열하게 논쟁을 벌입니다. 논쟁이 절정에 다다르면 목소리는 커지고, 얼굴은 달아오르고 정말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과 서로에 대한 불신만 남습니다. 혹자는 해방 이후 새로운 국가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좌우익 분열만큼이나 현재의 상황이 심각한 정도라고까지 말하더군요.그도 그럴 것이 동일한 사안을 두고 같은 날 서울 광화문에서, 서초동에서 서로의 주장과 프레임을 광장과 거리에서 표현하는 특이한 현상이 현재 대한민국에서 벌어졌으니 말입니다. 광장의 정치가 의회 정치를 대체하고, 광장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를 대체하는 특이한 사건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과거 독재와 부패와 싸웠던 여당과 야당의 단일한 대결구도가 아닌 국민들 간의 대결 구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1987년은 우리 사회가 산업화에서 민주화로 시대정신이 변화한 중요한 변곡점의 시기였습니다. 과거 보릿고개를 걱정해야 했던 시대를 지나 산업화를 통해 경제성장을 이룬 만큼 새로운 시대정신은 민주주의의 정착이었습니다. 직선제를 통해서 우리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전의 형식적인 민주주의가 아닌 실질적인 민주주의가 도래할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러나 1987년 헌법 개정 이후 대통령의 자살, 대통령 탄핵과 투옥까지 우리의 민주화라는 시대적 과업은 여전히 제자리인 것 같습니다.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면서 모든 이슈는 대통령에 의해 빨려 들어가다 보니, 정권이 바뀌면 전직 대통령은 모두 비참한 말로를 걷고 말았습니다. 우리의 민주화라는 시대정신은 아직 요원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는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2차 세계대전 중 영국을 이끈 지도자였던 그 유명한 정치인 처칠의 이름을 한두 번은 들어보셨겠지요? 아시다시피 2차 세계대전의 말기까지도 영국을 비롯한 연합군은 독일군에 무력하게 패배를 이어갑니다. 그런데 처칠 정부는 하나의 보고서를 발표합니다. 그 유명한 '베버리지 보고서'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최소한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겠다는 베버리지 보고서는 전쟁이 한참 진행되던 와중인 1942년에 발표된 정부의 보고서입니다.전쟁 와중에, 그것도 유가지로 판매했던 정부의 보고서가 당시에 60만 부 가까이 팔렸다고 합니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서 60만 부가 유료로 판매되었다는 것은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한국전 와중에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보건복지백서를 국민들이 유료로 구매해서 읽었다는 것이지요. 베버리지 보고서는 각종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사회복지학에서는 현대 복지국가의 출발점으로 평가합니다. 이 보고서를 가지고 군대 내무반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는 기록도 있다는 것을 보면, 구체적인 정책 내용은 차치하고 전쟁 이후 영국의 국가재건에 대한 청사진을 국민들에게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저는 평가하고 싶습니다.정치는 이런 것이 아닐까요? 국민들에게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과 희망을 주는 것, 대의민주주의를 통해서 국민들이 바라는 바를 실현시켜 나가는 과정, 그런 것이 정치의 본질이 아닐까요? 안타깝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그런 정치는 실종된 듯 보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래에는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요. 독자 여러분의 건강과 각자 생업에서의 안정을 기원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2019-10-16 18:00:00

김경덕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진흥단 단장

[김경덕의 스타트업 스토리] 테크 셀레스터

20년 전만 해도 음악 마니아들의 관심은 음반 수집에 집중되어 있었다. LP, LD, CD 등을 구입해 고가의 오디오로 감상하는 것이 지구상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듣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매월 CD 한 장 가격의 사용료만 결제하면 스트리밍 앱을 통해 수천만 곡에 달하는 방대한 음원을 무손실로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특히, '타이달'(tidal)은 CD 음원 이상의 음질을 제공하며 국내외 음악 마니아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북유럽 합작회사로 출발한 스타트업 '타이달'을 2015년 인수한 이는 미국 최고 힙합 가수인 '제이지'다.팝 스타 저스틴 비버는 세계 최대 음악 앱 '스포티파이'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천재 래퍼 닥터 드레는 헤드폰 업체 비츠를 천문학적 금액으로 애플에 매각한 것으로 유명하다.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부를 축적하는 유명인들을 '테크 셀레스터'라고 지칭한다. 테크 셀레스터 중 가장 유명한 이는 제시카 알바일 것이다. 친환경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어니스트 컴퍼니'를 창업한 그녀는 뛰어난 경영 활동으로 17억달러(한화 약 2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대기업인 유니레버와 매각 협상까지 벌였다.그 밖에도 리어나도 디케프리오, 비욘세, 레이디 가가 등이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테크 셀레스터로 알려져 있으며, 이웃나라 중국에서도 유명 연예인들이 출자한 벤처캐피털 '스타VC'가 활발한 투자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도 배우 배용준이 유명 액셀러레이터 주주로, 전 메이저리그 야구 선수 박찬호, 배우 이제훈과 최시원, 축구 선수 이동국 등이 활발한 스타트업 투자를 진행하며 테크 셀레스터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한 유명인들이 부동산 투자에서 벗어나 유망 스타트업에 모험심 가득한 초기 투자를 진행하는 트렌드는 간접적인 홍보 효과 말고도 스타트업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재)대구디지털산업진흥원 문화콘텐츠진흥단 단장=

2019-10-16 17:57:01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문화부

[종교칼럼] '산은 산이고 …'와 '색즉시공 …'

작고하신 지 제법 됐으나 여전히 우리의 기억 속에 큰스님으로 남아 있는 성철 스님께서 오랜 기간 수행하신 후 도달하신 큰 깨달음을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라고 정리하여 말씀하셨다. 당시 '그게 무슨 큰 깨달음이야?'라는 의문과 빈정거림의 경박한 말을 했던 사람도 다소 있었지만, 오늘날까지 이 말씀은 큰 공감과 더불어 필요할 때마다 회자되고 있다.지금도 창밖에 보이는 산은 산이고, 학교 옆 조산천을 흐르는 물은 물이다. 그런데 마음이 혼란하여 산을 산으로 못 보는 사람이 있고,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면목은 아니기에 성철 스님께서 그런 말씀을 하신 것이다.반야심경에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란 말이 있다. 사람에 따라 다소 다른 의미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 말의 핵심은 '보이는 모든 것은 실체가 아니라 보는 사람의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형성된 모습이다. 따라서 늘 생성 소멸되는 임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니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말라'는 뜻이다.누구나 맑고 순수한 어린 시절에는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또렷하고 정확하게 보다가, 나이 들면서 육체적 정신적 욕망과 사회적 의무와 성취 욕구 때문에 점점 왜곡하여 보면서 혼란한 시기로 접어드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다가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의 원인을 찾는 노력을 하여 그 고통으로부터 차츰 벗어나면서 산과 물을 포함한 주변 모든 사물과 사람 그리고 사건을 다시 깊고 또렷하게 보게 되는 사람은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또한 산과 물의 표면만 보는 미성숙한 상태에서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단계를 거치면서 사물들과 사건들이 대단히 복잡한 관계 속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성숙한 생각과 몸동작으로 매사를 신중하게 하여 하는 일마다 성공시켜 자신과 타인에게 큰 도움이 되는 사람도 참으로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이런 문제는 결국 내가 지금 인식하고 있는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와 일치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각 종교의 경전에는 이런 인식의 문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이것은 소크라테스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를 원조로 삼아 오늘날까지 이어온 서양철학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은 서양철학의 두 큰 산맥인 관념론과 경험론을 종합한 것으로서, 오감을 통해 받아들인 외부 세계에 관한 감각 정보들이 우리의 정신세계 안에 종합되어 인식되는 과정과 한계를 알려준다.서양에서 발달시킨 자연과학이 우리의 인지 세계에 기여한 공로도 대단히 크다.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이 실제로는 둥글고, 지구가 서에서 동으로 자전하며 해를 중심으로 공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인식의 대단한 전환이었다.뉴튼의 만유인력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오감에 와 닿는 세계 안에 든, 오감을 초월한 원리에 대한 설명으로서 우리 인류가 오늘날과 같은 문명을 누릴 수 있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여기서 더 나아간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에 대해서는 인류가 아직 제대로 소화하지도 활용하지도 못 하고 있다.오늘날 발달된 천체물리학과 관측 기구 덕분에 가시광선으로는 존재 사물의 4%밖에 볼 수 없고, 적외선이나 자외선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거나 이들로도 관측할 수 없는 암흑물질이 22%나 되며, 나머지 74%는 에너지 상태로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사실들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오감으로 통교하면서 살아가는 이 세상의 모든 현상은 참으로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란 말 그대로인 것 같다.하지만 우리의 삶은 보이는 사물 이면의 복잡성을 감안하면서도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인지하는 것을 존중해야 맑고 청아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래저래 정신을 차리고 겸손하게 살아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살이다.

2019-10-16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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