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외국인 계절근로자 격리시설 갈등

엄재진 경북부 기자

엄재진 경북부 기자 엄재진 경북부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올해 농촌 들녘 일손 부족이 최악이다.

전국 농촌을 끼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수확철 최대 숙원이 '농촌 일손 구하기'다.

게다가 외국인 근로자들이 아니면 해결하지 못할 지경까지 온 상태다.

올해 상반기 농업 부문에 배정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는 전국 42개 시·군에 5천342명이다.

6월 들어 경북 영양군에 112명, 강원도 양구군에 193명의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왔다.

지난해에는 단 한 명의 외국인 근로자도 들어오지 못한 데 비하면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지난 4월 법무부가 '농어업 외국인 계절근로 활성화 방안'을 마련, 송출국 귀국 보증 주체를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완화했다. 이 때문에 하반기 근로자 초청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국내 입국 후 격리해야 할 임시 생활시설 확보에서 불거지고 있다.

격리 비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격리에 필요한 대규모 숙박시설이 없는 지자체는 격리시설 확보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녀야 한다.

영양군 경우 지난해 380명의 베트남 근로자 입국을 추진했지만, 격리시설 확보에 실패하면서 무산됐었다.

인근 지역 온천 숙박시설을 확보했지만, 상인들과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단체장이 사실상 꺼리면서 물거품이 됐다. 오매불망 외국인 근로자만 기다리던 농심들이 무너져 내렸다.

올해 112명의 우즈베키스탄 근로자 입국은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당초 영양군은 인근 지자체에 있는 대규모 리조트와 임대차계약을 끝냈다.

PCR 검사 시설과 공무원 근무지, 근로자 이동 동선 등 방역 대책까지 세웠지만 민원을 핑계로 한 해당 단체장의 반대 때문에 무산됐다.

당시 이 리조트 주중 예약률은 15%에 불과해 숙박업체 측은 2억 원 이상 매출을 기대하며 적극 반겼다. 이 시설은 주민 생활권과도 거리가 있었지만 단체장은 손사래를 쳤다.

이후 영양군은 강원도 홍천의 또 다른 리조트와 임차 협의를 했다. 여기서도 민원을 핑계로 한 지자체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인천의 평소 입국자 격리시설로 활용되던 원룸을 빌려 지난 10일부터 우즈베키스탄 근로자 112명과 통역 1명의 격리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격리시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하면서 인천 중구청은 영양군에 공문을 보내 퇴실을 통보해 오기도 했다. 영양군은 이들 가운데 20여 명을 우선 영양으로 옮겼다.

한마디로 눈물겨운 사연이다. 이들은 "이맘때 농촌 일손 부족은 몇몇 지자체에 국한된 일이 아니다. 어렵게 외국과 협의해 근로자들을 초청해도 격리시설을 기피하는 단체장들 때문에 또 한 번 좌절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특히, 일손 부족을 겪고 있는 같은 처지의 농촌 지역 지자체조차 소지역 이기주의에 매몰돼 격리시설을 반대하는 현실에 영양군수는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영양군은 당장 다음 달 베트남에서 240여 명의 근로자 입국을 추진하고 있다. 격리시설을 확보하지 못하면 농민들은 또다시 발을 동동 구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들은 "이 문제는 이제 특정 지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앙정부나 광역지자체가 적극 나서 지자체 간 갈등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영양군 사례에서 보여주듯 경상북도 차원의 격리시설 마련 노력도 있었지만, 갈등을 빚고 있는 지자체가 먼저 협력과 지원 요청을 통해 갈등 요소를 없애는 노력도 필요하다.

홍천군의 반대로 격리시설을 못 구해 애를 태우던 인제군의 상황을 강원도가 중재에 나서 속초시와 홍천군에 격리시설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 사례에서 보듯이 중앙정부나 광역단체 차원의 중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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