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 당선만 되면 없던 소양이 생기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 방침을 밝힌 뒤 의견이 분분하다. 지방선거를 1년 앞둔 국민의힘 소속 지방의원들은 "국민 투표로 검증받는데, 선출직에 무슨 시험이냐"며 불만을 토로한다고 한다. 이들은 "주민들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공천조차 못 받게 된다면 말이 되느냐, 공부를 떠나 주민 애환에 공감하고, 지역 정치에 반영할 수 있다면 좋은 정치가(政治家) 아니냐"고 말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부 머리와 정치 머리는 다르다. 무슨 과목으로 시험을 치겠다는 건가?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정치학, 컴퓨터, 체력장, 논술, 일반 상식?"이냐고 묻고 "시험만능주의는 황금만능주의를 닮았다. 인성이 어떻든 시험 점수만 높으면 되고 과정이 어떻든 돈만 잘 벌면 장땡인가? 아무리 훌륭해도 피선거권을 박탈하겠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들은 대체로 '공직 후보자 자격시험'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시험 성적으로 줄 세우기'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조차 "적어도 정치인만큼은 일정한 자격시험을 통과해야 출마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그만큼 정치인의 자질에 대해 국민의 불만이 크다는 말이다.

이 대표가 말한 '자격시험'은 누군가를 공천에서 배제하기 위한 덫이 아니라,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소양을 검증하는 장치라고 본다. 그러니 '자격시험' 과목이 국어, 영어, 수학, 과학 같은 대입수능식일 리 없고, '공부 머리'를 검증하는 차원일 리도 없다. 공직자로서 도덕성, 정강 정책에 대한 이해, 예산 심의나 행정사무감사 기법, 자료 요구 방법과 시정 혹은 구정 질문 기법, 민원에 접근하는 방법과 자세, 그리고 컴퓨터 사용 기초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는 정도일 것이다.

사실 국민이 직접 투표로 의원이나 단체장을 선출하지만, 해당 후보에 대해 깊이 있게 알거나 제대로 평가해서 투표하는 경우는 드물다. 선거는 구도와 바람, 지역색에서 대부분 승패가 갈린다. 그런 면에서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자신들이 내놓는 후보의 자질을 일정 수준 담보할 의무가 있다. 자격시험이라는 절차를 둠으로써 '밀실 공천' 같은 '구태'도 조금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자격시험에 한 번 떨어졌다고 공천에서 영구히 배제되는 것도 아니다. 운전면허 시험이 누군가를 떨어뜨리기 위한 시험이 아니라, 운전 자격을 부여하기위한 절차인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니 '시험만능주의'니 '아무리 훌륭해도 피선거권을 박탈하겠다는 거냐' '국어, 영어, 수학 시험이라도 치겠다는 말이냐?'는 식의 반응은 공중 부양에 가까운 논리 비약이다.

국민은 언변과 스킨십만 있을 뿐 기본 인격과 소양, 소명감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을 원하지 않는다.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의 집사 노릇을 잘해 정당 공천을 받는 후보도 원하지 않는다. 표만 된다면 어떤 공약이라도 내지르는 거짓말쟁이, 표만 얻을 수 있다면 국민 분열과 분노를 서슴지 않고 자극하는 모리배를 원하지 않는다. 기초의회, 광역의회 의원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몇몇 정치인들의 언행을 보노라면, 기본 자격시험이 아니라 심층 시험, 압박 면접을 해도 시원치 않다. '저런 자가 어떻게 선출직 공직자가 됐나' 싶은 자가 하나둘이 아니다.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다른 정당들도 공천 자격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고 공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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