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물류센터 화재를 통해 드러난 쿠팡의 안전 불감증

쿠팡 이천덕평물류창고 화재의 후폭풍이 거세다. 소방 구조대원 순직을 초래한 이번 화재의 원인이 조사되는 과정에서 쿠팡 작업장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속속 폭로되고 있다. 게다가 화재 사고 이후 회사 측의 대응이 도리어 시민들의 분노를 부채질하고 있다. 불매 운동 조짐 및 회원 탈퇴가 잇따르는 등 기업 이미지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역시 안전 불감증이었다. 이 물류창고에서는 스프링클러가 8분간 작동하지 않았다는 소방 당국 관계자의 전언이 있었다. 근무자들이 여러 차례 화재 위험성을 제기했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최초 신고자보다 10분 정도 일찍 화재 발생 사실을 발견한 직원이 있었지만 쿠팡이 근무 현장에 휴대폰 반입을 금지한 탓에 신고하지 못했다는 폭로도 노조를 통해 나왔다. 물류창고가 무슨 대단한 보안 시설이라고 근무자들의 휴대폰 반입을 금지한단 말인가.

화재 당일 김범석 창업주가 쿠팡의 국내 직책을 사임한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창업주가 글로벌 사세 확장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게 회사 측 해명이지만, 내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을 앞두고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김 씨는 쿠팡 국내 법인 직책을 이제 갖고 있지 않지만 쿠팡 지분 100%를 소유한 미국 상장법인(쿠팡아이엔씨)의 주식 76.7%를 보유하고 있다. 사실상의 지배권은 갖되 국내 법인 운영과 관련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의심이 나올 만하다.

쿠팡은 국내 간판급 이커머스 회사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1% 늘어난 13조 원을 기록했다. 올 3월에는 뉴욕 증시 상장마저 이뤄낼 정도로 잘나간다. 하지만 외형에 걸맞은 근무 환경과 운영 방식을 갖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부천물류센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때와 칠곡물류센터 직원 과로사 문제에 대한 회사 측 대응과 관련해서도 말들이 많았다. 쿠팡이 대한민국 간판 이커머스 기업 위상에 걸맞은 근무 환경을 구축하고 사회적 책임도 다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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