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규직·비정규직·사용자 모두가 투쟁하는 나라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고객센터(콜센터) 직원들이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파업 농성 중이다. 그 옆에서는 정규직 직원들이 이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콜센터 노조는 파업을 중단하고, 정규직 노조는 고객센터 직영화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며 단식 투쟁 중이다. 사용자와 정규직, 비정규직 직원이 모두 투쟁에 나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방문, 비정규직 직원들과 만나 "임기 내에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전광석화같이 추진되었다. 2017년부터 작년 12월 말까지 중앙·지방정부·공공기관 등 853개 기관에서 19만2천698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2020년 공공기관 360곳의 신규 채용(일반 정규직)은 2만7천309명으로 떨어졌다. 2017년(2만1천994명) 이후 가장 적다.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면서 공공기관 취업문이 더 좁아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한 데 따른 불만에서 시작된 '인국공 사태'나 '정규직 채용 규모 감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태'는 문 정부가 실력은 없이, 따뜻함만으로 정책을 밀어붙인 결과다. 한쪽의 기회를 넓히느라 다른 한쪽의 기회를 박탈했으니 이것은 공정이 아니다. 한쪽의 소득을 늘리느라 다른 한쪽에는 소득원에 접근할 기회를 차단했으니 소득주도성장도 아니다. 모두가 투쟁에 나서도록 했으니 화합도 아니다.

문 정부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추진한 이래 공사, 공단 등에서 노사갈등, 노노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사태는 하나의 예일 뿐이다. 그럼에도 공공 부문 임금과 처우에 관한 노노 간 및 노사 간 갈등은 결국 합의점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부담은 결국 국민이 져야 한다. 생색을 낸 것도 문 정부이고, 실책을 범한 것도 문 정부인데, 국민이 그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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