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즐기면서 돈 번다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LPGA나 KLPGA 투어 대회 참가 선수들의 인터뷰를 듣다 보면 "경기를 즐기겠다"는 말이 많이 나온다. 상금을 벌고 좋은 성적으로 스폰서에 대한 몸값을 높이기 위해 골프를 치는 만큼 '즐기면서 돈 벌겠다'는 얘기다. 너나없이 이런 말을 해 상투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이런 인터뷰를 접할 때마다 참으로 아리송하다. 눈앞에 큰 상금이 아른거리는데 경기를 즐길 수 있을까. 실제로 즐긴다기보다는 심리적인 안정을 찾으려는 하나의 주문일 것이다.

대구 영신고 출신의 지한솔이 최근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한 뒤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이젠 '지한솔식 골프'를 하겠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1천295일 만에 투어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그는 2017년 첫 우승 이후 상금에 대한 부담 때문에 자신의 강점을 살린 경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또박이 골프'를 했다면서 상금을 벌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떨치면서 골프를 치는 게 즐거워졌다고 했다.

지한솔도 여느 골프 선수들처럼 백을 메고 캐디 역할을 하며 뒷바라지한 아버지를 두고 있다. 안동이 고향인 그의 아버지는 투병 중이다. 지금은 그의 오빠가 캐디 역할을 하는 골프 가족이다. 그가 돈을 벌어야 하는 심리적인 부담을 떨치고 더 큰 선수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지난 7일 끝난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미국의 렉시 톰슨은 우승을 눈앞에 두고 스스로 무너졌다. 한때 5타 차 선두를 달린 그는 마지막 17, 18번 홀 보기로 3위에 머물렀다. 베테랑의 멘털이 무너진 사이 필리핀의 19세 신예 유카 사소가 겁 없는 도전으로 연장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톰슨은 우승 상금만 100만 달러가 걸린 대회에서 돈의 무게감에 무너진 게 아니었을까. 2017년 메이저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도 톰슨은 우승이 확실시됐으나 3라운드에서 공을 마크 지점보다 앞당겨 놓았다는 이유로 4벌타를 받아 유소연에게 우승 트로피를 넘기는 비극을 맛봤다.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골프 선수의 바람만은 아니다. 좋아하는 일에 즐거운 마음으로 시간을 투자하고 땀을 흘렸음에도 미련이 남을 때가 있다. 마음속에 자리 잡은 돈에 대한 셈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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