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백신 공포'를 넘어서려면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우여 곡절 끝에 코로나 백신 접종이 궤도에 오른 모양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100일여 만에 1차 접종자수는 1천100만 명을 넘어서 전 인구의 22.0%가 완료를 했으며, 2차 접종 완료자도 5.6%에 달한다. 이에 따라, 최근 "백신을 접종해도 되느냐"는 문의를 하는 환자들도 부쩍 늘었다.

정부의 거듭되는 백신접종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것일까?

백신에 대한 불신의 역사는 뿌리가 깊다. 홍역, 볼거리, 풍진에 대한 예방접종이 자폐증과 관련이 있다든지, 소수 인종 집단에 대해 백신으로 생체실험을 하려고 한다든지 등은 오래된 논쟁이다.

코로나19 백신도 접종 초기, 백신을 맞으면 오히려 코로나19에 감염된다, 유전자 변형이 일어난다, 면역력이 약해진다, 불임이 된다 등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지면을 채우기도 했다.

백신접종이 한창 진행 중인 지금도 백신 접종을 주저하는 이유는 이상반응과 안정성에 대한 의문, 백신 불신, 정부 불신, 종교적 신념, 심지어 의사가 권하지 않아서 등도 포함돼 있다.

이런 '백신 공포'의 대부분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비전문가들에 의해 가짜뉴스, 음모론의 형태로 만들어져 확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백신에 의한 이상반응이 지극히 낮다는 사실 전달 하나만으로 그들의 건강행태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참'과 '거짓'이 섞여 넘쳐나는 정보 가운데 사람들의 건강행태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일까?

최근 몇 년간 환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건강식품'을 복용해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이러한 문의를 받을 때마다 놀라는 것은 별다른 효과에 대한 근거 없이 해마다 문의하는 건강식품의 종류가 늘고 있고, 유행도 바뀐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인이나 TV 광고, 건강관련 '쇼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건강식품을 소비하는 행태이다. 본인이 직접 구매를 했든 지인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든 구매직후 바로 복용하지 않고 외래로 들고 와 복용해도 되는지 확인을 하는 분들이 많다. 많게는 서너개의 약통을 꺼내 놓는데, 이럴 경우 질병에 대한 상담보다 건강식품에 대한 설명이 더 길어지기 일쑤이다.

건강식품의 효능을 찾아 보면 거의 만병통치약에 가깝다. 환자도 그렇게까지 좋을리 없다는 것을 모를리 없다. 하지만 굳이 건강식품을 가지고 와서 의사에게 문의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환자의 말 속에 답이 있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일단 샀는데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결정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어요. 먹어도 괜찮을까요?" 즉, '신뢰'하는 사람으로부터 답을 듣고 싶기 때문이다.

이처럼 건강행태를 결정하는 데는 신뢰가 중요하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유례없이 빠른 기간에 백신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과학적 성과에 대한 신뢰를 갖기 전에 접종이 시작됐다. 당연히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생기기 마련이다.

중요한 것은 '백신공포'가 지속되는 한 '집단면역'에 도달하는 길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의 백신 접종률이 40%대에서 둔화되고, 백신에 듣지 않는 델타변이로 인한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인의 약 27%정도가 다양한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예상보다 높은 백신접종 예약률에 섣불리 안도하기보다 '백신 불안'에 공감하고 백신을 '신뢰'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장훈 경북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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