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모여봐요, 물건의 숲

이나리 소설가 이나리 소설가

내 집은 항상 어수선하다. 위생 문제는 없는데(청소를 좋아한다. 특히 화장실 청소)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지 않다. 종류별로, 크기와 열을 맞춰서 혹은 색깔별로 분류하는 일은 내게 너무 어렵다. 정리정돈에는 어느 정도 강박증적인 증세가 수반된다고 나는 믿는다. 고로 난 그리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사람이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변명해본다.

사실 나는 물건을 좋아한다. 약간의 수집벽이 있어서 사 모으는 걸 즐긴다. 물건이 많으니 정리정돈이 되지 않을 수밖에.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삶에 물건 없는 생활이 포함되어 있었던 걸 떠올려보자. 삶과 생활을 단순화시키는 방법은 결국 '덜' 가지는 것이다. 그게 욕심이든 물건이든.

고백하자면 나는 그게 잘 안 된다. 미니멀리즘이 한창일 때, 불필요한 물건을 처분하고 인증하는 일이 유행했다. 나 역시 인증 미션에 동참했다. 미션 내용은 '2주간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였다. 나는 2주간 열심히 버렸다. 지난 1년간 사용하지 않았으면 버려도 되는 물건이라는 미니멀 지침을 잘 따랐다. 그 후에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현재 나는 버렸던 물건을 죄다 다시 사 모았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새 것을 가지기 위해 버리는 게 미니멀리즘이구나!"

물론 진짜 미니멀리즘의 지향점이 그게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다. 미니멀한 삶에 미련을 버린 나는 곧이어 곱창밴드의 유행과 마주쳤다. 내가 중학교 시절에 유행했던 아이템인데 다시 유행하다니. 무척 반가웠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샀다. 문제는, 50개를 샀다는 것. 왜 50개를 샀냐고 많이 묻던데, 그냥 50개를 묶어서 팔길래 별 생각 없이 50개를 샀다고밖에 할 대답이 없다. (이 곱창밴드는 내 집 방문 기념 선물로 나눠주고 있다. 물론 거부권은 없다)

내 집에 물건이 많은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취미 부자이기 때문이다. 오랜 취미인 미니블럭 조립, 작년 말부터 시작한 뜨개질, 최근에 시작한 피포페인팅(유화) 등을 비롯해서 등산, 달리기, 킥복싱으로 이어지는 운동의 역사들. 취미에는 물건이 따른다. 각각의 취미활동에 진심을 담아 구입한 물건들은 집안 곳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여기까지 미루어 짐작건대 내 집이 물건의 숲이라는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물건이 좋다. 내가 사 모은 물건에는 그때의 기대와 결심 같은 게 묻어있다. 그런 기억의 역사가 좋다. 이렇듯 미니멀리스트와 정반대의 생활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나는 스스로를 맥시멈리스트라고 부른다. 물론 물건의 숲이라는 별칭도 내가 지었다. 나는 자아성찰에 능한 편이니까.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라는 제목의 닌텐도 게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제목을 흉내 내어 나는 친구들을 집으로 부른다. 물론 '모여봐요, 물건의 숲'에 걸맞게, 헤어질 때 그 손에는 곱창밴드가 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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