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종로에 스며들다

'종로에 스며들다' 행사 포스터. 더나은세상을위한공감·자원봉사능력개발원 제공 '종로에 스며들다' 행사 포스터. 더나은세상을위한공감·자원봉사능력개발원 제공
장성현 경제부 차장 장성현 경제부 차장

사단법인 더나은세상을위한공감(이하 공감)이 운영하는 대구 중구 라온학교에는 한국 사람이지만 한국어를 모르는 청소년 10명이 있다. 중국과 베트남, 터키 등에서 온 이들의 나이는 18~26세. 고등학교를 졸업했을 나이지만 한국어를 모르고 정규 교육 과정도 거치지 않아 학교를 다닐 수도, 직업을 구하기도 어렵다.

이들에게 라온학교는 유일한 희망이다. 1주일에 3차례 등교해 오전에는 한글을 배우고 오후에는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미용, 바리스타 등 직업 훈련을 받는다. 현재 이들과 같은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교육 시설'은 대구에서 이곳이 유일하다.

라온학교가 문을 연 건 지난해 8월. 공감 측은 기존에 운영되던 중도입국 청소년 교육 시설 2곳이 모두 문을 닫게 되자 이들을 위한 학교를 마련했다. 공감은 2017년부터 북한이탈주민 자녀를 위한 '발개돌이 학교'도 운영 중이다.

그러나 라온학교는 출범 초기부터 운영비 부족에 시달려 왔다. 지난해 8월 카카오의 사회 공헌 플랫폼인 같이가치를 통해 680만 원을 마련, 어렵게 교실을 구했고 올해는 여성가족부 소관 이주배경청소년지원재단의 '레인보우 스쿨' 위탁으로 1천만 원을 지원받았지만 교육 시스템을 갖추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정부 지원이 부족한 소규모 비영리 법인은 늘 운영비가 빠듯하다. 피후원자를 직접 도우려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운영비 후원은 받기 어려워져 대부분 지인을 기반으로 후원을 받아 충당하는 형편이다. 그나마 예전에는 일일호프나 작은 음악회 등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했지만 코로나19가 덮치면서 그마저도 중단된 상태다.

주거 취약계층을 위한 자원봉사능력개발원(이하 개발원)도 기금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대구쪽방상담소를 운영하는 개발원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다행히 많은 물품을 지원받았다. 마스크나 식료품 등의 지원은 굉장히 많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개발원은 올해 대구경북권의 쪽방이나 고시원, 여인숙 등에 사는 주거 취약계층을 임대주택으로 옮겨 주는 비주택 거주자 주거 상향 사업을 수탁했다. 올해 250명을 옮기는 것이 목표지만 이불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 마련에 드는 수천만 원을 구할 길이 없다.

고심하던 공감과 개발원은 역시 코로나19로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고 있던 대구 종로상가번영회와 손을 맞잡았다. 종로의 소상공인들도 끝 모를 코로나19 사태로 신음하고 있었다.

당장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예전처럼 손님들로 북적이기만 해도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텅 빈 가게를 홀로 지키다가 애써 마련해 둔 식재료를 내버리는 상황이라도 벗어나면 좋겠다는 심정이라고 했다.

모두의 마음이 하나로 모인 '종로에 스며들다'는 이렇게 탄생했다. 공감과 개발원이 판매하는 후원 티켓을 종로 맛집 46곳에서 사용하면 매출의 22%를 상인들이 후원하는 행사다. 어려운 사람들 마음은 역시 어려운 이들이 공감하는 법이다.

20일부터 한 달간 지속되는 이번 행사를 앞두고 노란색 바탕의 포스터도 하나둘씩 나붙기 시작했다. 포스터는 최근 '준며들다'(최준에 스며들다)로 유튜브를 달구고 있는 카페 사장 최준(개그맨 김해준)의 쉼표 머리가 도드라진다.

앞으로 한 달간 닭살 돋는 느끼한 최준의 말투처럼 자꾸자꾸 종로를 찾게 되는 '종며들다'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고난의 파도를 넘는 힘은 결국 공감과 배려에서 나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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