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묻고 트리플로 가

정세균 전 총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정세균 전 총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최창희 디지털뉴스 부장 최창희 디지털뉴스 부장

"돈이 없나, 빚이 없나." 오랜만에 만났던 지인의 알쏭달쏭한 한마디가 며칠째 머릿속을 맴돈다. 고교 졸업 후 일찍 도회지로 나와 고생 끝에 자영업으로 자기 나름 자수성가한 지인은 평소 자신감이 넘쳤고 주위에 베풀기를 좋아하는 호인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넘지 못했던 것일까. 어려운 경제 상황에 빚을 내서라도 업(業)을 영위해야 하는 절박함이 담겨 있는 것 같아 마음이 개운치가 않다. 빚이 내 돈일 리가 없고 이자를 갚는 것도 벅찰 터이다.

이 정부 들어 유독 빚에 허덕이는 이들이 많아졌다. 코로나19나 경기 침체로 내는 '생활대출'이면 어쩔 수 없다. 가장이라면 빚을 내서라도 가족들 밥은 먹여야 한다. 문제는 부동산이나 주식·가상화폐에 투자하려고 내는 투자 대출이다. 실제 많은 이들이 투자에 빚을 짊어지고 뛰어들고 있다. 2030세대들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에 나서고 있다.

그래서일까. 가상화폐 투자 광풍이 온 나라를 달구고 있다. 투자 계좌가 300만 개에 육박하고 하루 거래 금액이 20조 원을 넘는다. 가상화폐에 이어 '가상 부동산'에까지 돈이 몰리고 있다. 이들의 영끌 투자는 엄밀히 말하면 정부·여당의 실정 탓이다. 집값 등 자산 가치의 상승으로 소득 격차가 갈수록 양극화되면서 '뭐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에 내몰린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절박함이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에게는 표를 얻을 기회로 보이는 모양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대학에 못 간 청년들에게 세계 여행비 1천만 원을 주자고 나섰다. 이에 질세라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역 군인에게 사회출발자금 3천만 원을 주자고 나섰다. '묻고 트리플'을 외친 셈이다. 정세균 전 총리는 한술 더 떠 스무 살이 되는 사회 초년생에게 1억 원을 지급하겠단다. '묻고 더블로 가'를 유행시킨 영화 '타짜'의 곽철용도 대선 주자들과 고스톱을 한다면 호기롭게 '고'를 외치긴 어려울 것이다.

대차대조표는 기업의 재정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게 할 수 있도록 수치화한 것이다. 손익계산서와 함께 재무제표의 핵심으로 기업에서는 공식적으로 이를 계량화하여 발표한다. 왼쪽은 자산의 영역이고 오른쪽(우변)은 부채와 자본이 자리한다. 왼쪽에는 부동산(주택, 땅)과 금융(저축, 펀드, 보험 등) 등을 적고 반대편은 부채를 기재한다.

이를 국가나 개인에 대입해 재무제표를 만들어보면 지금까지 경제 성과는 물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정부 들어 국가나 개인이나 우변이 너무 무거워졌다. 지난해 기준 공적 연금 충당 채무(1천44조 원)를 합친 광의의 국가 부채는 1천985조 원으로 연간 국내총생산(1천924조 원)을 넘어섰다. 대차대조표가 마침내 우변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우리 경제 전반에 빨간 경고등이 켜진 것을 의미한다. 가계 부채 역시 1천726조 원, 기업 부채도 1천233조 원으로 나라 전체가 빚잔치를 할 판이다.

국가 부채는 과세를 유발하는 등 고스란히 개인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융 당국이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 금리가 올라가면 주가 등이 내려가게 되고 금리 부담과 투자 수익 하락으로 개인은 이중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다. 빚을 내 투자한 영끌족들의 고통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빚이 아무리 많아도 돈을 잘 벌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돈 벌기는 돈 쓰기보다 훨씬 어렵다. 늦기 전에 정책을 완전히 뜯어고쳐서라도 나라 곳간을 채울 궁리를 해야 한다. 대선 후보들로부터 세상에서 제일 쉬운 돈 뿌리기보다 어떻게 나라 곳간을 채울지 그것이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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