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선생님이 너무 많아요

지난해 스승의날인 2020년 5월 15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남동초등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학생들이 없는 교실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스승의날 행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스승의날인 2020년 5월 15일 대구 달성군 논공읍 남동초등학교에서 한 선생님이 학생들이 없는 교실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스승의날 행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상황 속에 학교 선생님들은 하루하루를 긴장 속에 보낸다. 수업 시간이나 쉬는 시간 가릴 것 없이 학생들을 일일이 지도하느라 늘 신경이 곤두서고, 점심시간 급식 지도에 정신을 쏟다 보면 느긋한 식사조차 쉽잖다. 다음 수업을 위해 종이 치기도 전에 교무실을 나서 3, 4층 계단을 올라 교실에 들어서면 마스크 안쪽으로 습기가 가득 찰 만큼 숨이 가쁘고, 수업 시간 내내 마스크를 쓴 채 목청을 높이는 것도 여전히 적응하기 어렵다. 연이어 세 시간을 수업하고 나면 기진맥진이다.

인근 학교의 확진자 발생 소식이 들리면 등골이 오싹할 만큼 놀란다. 같은 학원에 다니는 학생은 없는지 일일이 조사해서 수업 시간이 겹치면 제때 검사받도록 신경 써야 하고, 확산세가 잦아들 때까지 잠시도 방심할 틈이 없다. 재량휴업일이면 스트레스는 극에 달한다. 차라리 등교할 때면 괜찮지만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 개별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가 진단'을 해야 하는데 제시간에 자가 진단을 마치는 학생이 학급 인원의 절반도 채 안 된다. 그럴 때면 한 명씩 다 전화를 걸어서 자가 진단을 독려해야 한다. 통화가 가능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늦잠을 자거나 휴대폰을 꺼 놓은 경우에는 난감해진다. 결국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를 깨워서 자가 진단을 꼭 하라고 부탁해야 한다.

얼마 전 A교사는 부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난처한 상황을 만났다. "여보세요. ○○ 학생 선생님입니다"라는 말에 학생 어머니는 "어느 선생님?"이라고 되물었다. 학교 담임이라는 말에 다소 귀찮다는 듯 무슨 일이냐고 물었고, 자가 진단을 해야 한다는 당부에 "알았어요"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끊기 직전 들려오는 한마디가 A교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선생이 어디 한둘인가. 처음부터 담임이라고 하던가…."

통화를 끝낸 A교사는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딱히 뭐라고 표현하기 힘든 감정이 밀려왔다. 아이를 오롯이 돌봐야 하는 학교의 교사라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힘들어도 버텼는데, 자신이 그저 여러 '선생들' 중에 한 명일 뿐이라는 어머니의 혼잣말은, 물론 A교사가 듣고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만 무척이나 아프게 다가왔다.

아이에게 학원, 과외, 특별 활동 선생님이 있겠지만 어느 누구도 '자가 진단'을 해야 한다고 아침부터 수십 통이 넘는 전화를 거는 사람은 없다. 학교 밖에서도 행여 사건·사고에 휘말리면 발을 동동거리며 수습에 나서는 이는 담임 선생님이다. 그것이 책임이자 의무이며, 자신에게 부여된 소임이라고 여기며 아이들을 지도했는데 학생들에게,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학교 선생님은 그저 여러 선생님들 중 한 명일 뿐이다.

선생님이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수도 있게 됐다. 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특정 분야 전문 지식 보유자를 교사로 채용하도록 법을 바꾸자는 제안이 나왔기 때문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인천 연수갑)은 특정 분야 전문 인력을 기간제 교사로 임용토록 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지난달 9일 발의했다.

이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사의 95%가 반대했다"는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반대 교사들은 '전문 지식을 가진 것만으로 교사 역할을 할 수 없다' '정규 교원 자격이라는 최소한의 검증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고 한다.

15일 스승의 날을 앞두고 아이들은 과연 누구에게 카네이션을 달아줘야 할까? 고민할 필요는 없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따르면 학교 선생님에게는 꽃 한 송이조차 건넬 수 없다. 이게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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