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농어촌 빈집, 도시민과의 공존 어렵다

빈집 많지만 팔지 않는다…자연부락 재개발로 도농 상생 모색

농어촌 마을에 빈집이 늘고 있으나 소유자들이 팔거나 정비를 외면하면서 흉물이 되고 있다. 사진은 예천군 용궁면의 한 마을 모습. 매일신문 DB 농어촌 마을에 빈집이 늘고 있으나 소유자들이 팔거나 정비를 외면하면서 흉물이 되고 있다. 사진은 예천군 용궁면의 한 마을 모습. 매일신문 DB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논과 밭을 묵히면 1년도 채 되지 않아 야산으로 바뀐다. 집도 마찬가지이다. 폐가, 흉가가 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리지 않는다. 공포영화에 나올 법한 을씨년스런 농어촌 빈집이 넘쳐나고 있다.

농촌 고향 집을 떠올려 본다. 앞집과 뒷집은 모두 비었다. 옆집도 사람이 살지 않는다. 자연부락 10여 가구 중 절반 이상이 빈집이다. 빈집 일부는 물려받은 자식들이 가끔 들리거나 외지인이 임대해 살기도 한다.

현재 거주하는 도심 아파트는 예전 농촌 마을에 자리 잡고 있다. 아파트에 입주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인근에 빈집이 서너 채 있다. 도시 미관이 나쁠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범죄 장소가 되지 않을까 항상 우려스럽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면서 학교까지 들어섰지만, 흉물이 된 빈집은 당당히 제 자리를 지킨다.

은퇴한 한 지인은 귀농을 생각하면서 농촌 마을의 빈집을 구매하려고 했다. 조금 낡았지만 고쳐 쓰면 괜찮은 한옥이라 계약하려고 했으나 고민 끝에 포기했다. 뒷집이 흉물스러운 폐가로 변해 있어 겁이 났기 때문이다. 수소문해 뒷집의 처리 방안을 알아봤지만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바닷가 어촌 풍경도 비슷하다. 얼마 전 찾은 포항 구룡포 바닷가에 접한 어촌 마을. 인기척 없는 빈집이 곳곳에 있다. 하지만 인근 부동산에 나온 빈집은 없다. 바닷가에 조그마한 전원주택을 마련하려는 도시민들의 문의가 많지만 팔려고 내놓은 집이 없다고 한다. 이곳은 외진 농어촌 마을과는 달리 대지 거래 가격이 3.3㎡당 200만원 가까이 됨에도 매물을 찾기가 쉽지 않다.

경상북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도내 빈집은 1만3천404호다. 지난 2018년 6천968호에서 2019년 1만1천876호로 느는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경북 지역 23개 시군별로 빈집 비율을 보면 청송군이 4.95%로 가장 높고 군위군(4.93%)과 의성군(4.37%), 예천군(4.12%)이 뒤를 이었다. 울진군은 3.75%, 영양군은 3.73%. 고령군은 3.57%, 상주시는 3.38%로 조사됐다. 빈집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0.27%의 경산시였다.

그러나 빈집은 경북도 통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이 살지 않음에도 세금이나 소유권 이전 등 법적인 문제로 통계에 잡히지 않은 빈집이 더 있을 것으로 부동산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또 조사 결과 경북의 빈집은 활용보다 철거해야 할 곳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기준 경북의 빈집 1만3천404호 중 철거형은 8천591호, 활용형은 4천813호였다.

빈집은 외지에 사는 집주인이 살지 않으면서 팔지도 않아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여가 생활이나 귀농 등 거주 목적으로 농어촌 빈집을 찾는 도시민들이 불만을 표시하는 이유다. 고쳐서 살만한 활용 가능한 빈집을 구하기는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폐가조차도 팔려고 하지 않는 게 현 실정이다.

빈집을 팔지 않는 이유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고향 집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부모님이 없고 1년에 한두 차례 가보는 집이더라도 언젠가 돌아갈 곳이라는 생각에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집값도 영향을 미친다. 대도시 인근이나 조망이 좋은 빈집은 개발에 따른 특수를 노리고 외진 곳의 빈집은 헐값이라 팔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정부나 지자체는 빈집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빈집 신고제' 등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농어촌정비법 개정안이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지만, 빈집 활용에 동의하는 소유주가 거의 없는 등 현장에서는 정책이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

도시민과의 공존으로 농어촌 빈집 문제를 해결하는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시행 중인 '농촌 빈집 정비 활성화 대책'으로는 부족하다.

농어촌 원주민과 귀농인, 전원주택을 마련하려는 도시민들의 생각이 각기 다름을 잘 고려해야 한다. 이들이 어울려 살 수 있는 주변 환경 조성과 공동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흉물이 된 폐가는 더 적극적으로 매입해 정비하고 활용 가능한 빈집에는 도시민을 유치하면 좋을 듯하다. 근본적으로 빈집 소유자들이 활용방안을 찾도록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고 소규모 자연부락을 재개발하는 사업도 검토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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