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은 백신 급한데 북미 대화 앞세우는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을 조속히 확보하라는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이 한 발언은 문 대통령이 지금 가장 화급한 일이 무엇인지를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케 한다.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 "(미국과 북한이) 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간의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북핵 문제의 선결 없는 북미 대화는 없다는 것이 출범 이후 지금까지 조 바이든 행정부가 견지해 온 원칙이다. 트럼프의 보여주기식 대화 '쇼'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고'라는 단어까지 사용한 문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공개적 비판으로 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엇박자가 코로나 백신 확보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다. 정부는 오는 5월 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미국 내 여유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그 선두에는 대통령이 서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 대통령의 인터뷰 발언은 이해할 수 없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20일 중국 주도의 '보아보 포럼' 개막식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중국을 말 그대로 찬양했다. 미국과 유럽을 겨냥해 "백신 선진국들의 자국민 우선을 내세우며 수출을 통제하려는 이기주의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중국에 대해서는 "개발도상국에 백신 기부와 같은 활동을 펼치는 중국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한국 대통령이 이렇게 하고 있는데 미국이 선선히 백신을 내줄지 의문일 수밖에 없다. 이미 그런 조짐이 보인다. 문 정부가 제안한 백신 스와프에 대해 미국은 국내 사정을 들어 난색을 보인다. 사실상의 거부다. 바이든 대통령이 우선 지원을 시사한 국가에서도 한국은 빠졌다. '동맹'도 잃고 '백신'도 잃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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