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곡우와 입하

서종철 논설위원
서종철 논설위원

봄의 마지막 절기인 곡우(穀雨·20일)도 지났다. 글자대로 곡우 무렵 내리는 비는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데 '곡우에 가물면 땅이 석 자나 마른다'는 속담은 진실에 가깝다. 다음 달 5일이 입하(立夏)로 지금은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시점이다.

춘하추동 흐름이 뚜렷했던 우리나라의 사계절도 갈수록 계절적 특성 변화가 심해지고 그 균형도 무너져가는 느낌이다. 짧은 봄과 가을, 긴 여름과 겨울의 특성이 굳어지고 있는 것이다. '봄, 여어어름~, 갈, 겨우우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이런 변화는 비단 우리 주변에서만 벌어지는 특이 현상은 아니다. 이번 주 필리핀 북동부에 몰아닥친 제2호 태풍 '수리개'로 큰 피해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매우 강' 등급의 태풍으로 발달한 수리개는 22일 동쪽으로 진로를 틀어 한반도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예보다. 하지만 "4월에 이 정도로 강하게 발달한 태풍은 없었다"는 기상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4월 태풍은 우리에게는 낯설다. 수리개는 2015년 4호 태풍 '마이삭'(3월 28일~4월 5일)을 넘어선 슈퍼급 태풍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4월 폭설도 화제다. 미국 북동부 뉴욕주는 그제 낮 최고 기온 20℃를 넘기며 다소 덥게 느껴지던 날씨가 급변해 최고 15㎝의 눈이 내렸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상 이변에 어디든 예외가 아님을 말해준다. 지난해 4월 22일 서울에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늦은 눈이 내렸다. 대관령 등 강원 산간 지방은 지형 특성상 5월 초까지도 늦은 눈이 내리지만 1911년 4월 19일 서울의 가장 늦은 강설 기록을 109년 만에 갈아치웠다.

대구경북 지역도 이번 주 낮 최고 기온이 연일 28℃까지 치솟았다. 이는 예년의 6월 중순에 해당하는 기온이다. 게다가 건조한 대기와 미세먼지, 꽃가루 때문에 모두들 만만찮은 봄날을 보내고 있다. 그동안 이맘때 한 번씩 나타나는 이런 갑작스러운 이변을 우리는 '봄의 심술' '불청객'이라고 표현하며 흘려 넘겼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의 잘못으로 자연에 탈이 생긴 것으로 이해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달라지지 않으면 기후도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짧은 봄기운이 빠르게 흩어지는 곡우 무렵, 우리가 배우게 되는 또 하나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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