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학교정원은 교육정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장병관 대구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산림청을 중심으로 정부의 6개 관계 부처가 환경생태교육을 위해 가칭 '탄소중립 시범·중점학교'를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정부 여러 부처에서 학교정원의 변신 또는 축소 사업을 시도하였다. 대표적 사례가 1996년 '담장허물기사업'이었다. 당시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은 수십 개 학교의 담장을 허물면서 지역사회와 소통하고자 학교정원을 지역민을 위한 휴게 공간으로 내주었다.

그러나, 7년 후인 2013년 학생들의 안전 문제, 학생 관리 등을 이유로 무너뜨린 학교 담장을 다시 쌓는 해프닝을 일으켰다.

2007년 서울시의 경우, '지역사회와의 열린 학교 만들기 정책'을 내걸고 학교의 일부 토지를 공원화하여 지역 주민에게 베푸는 시책을 내놓으면서 학교정원을 축소하는 정책을 폈다.

또한 산림청은 학교정원을 '학교숲'이라 칭하면서 관련 법을 제정하여 학교정원의 변신을 도모했으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지방 교육청은 학교정원을 치유 정원 또는 텃밭 정원 등 주제별로 나누어 대중의 이목을 끄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학교정원은 여러 정책의 실험 무대가 되면서 본질과 무관한 다양한 형태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변화의 주체들이 학교정원을 교육정원이 아니라 정부 부처나 지자체의 정책 사업의 한 장소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변화의 미래는 상당히 우려스럽다.

학교 교육은 교실에서뿐만 아니라 야외에서도 이루어져야 하는 종합 교육이며, 학교정원은 바로 이와 같은 교육과 학습을 위한 창조적인 교육 장소이다.

아이들은 정원에서 자라는 다양한 식물을 관찰하며, 꽃가루받이와 결실에 대해 알게 되고, 우리가 먹는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정원 가꾸기에 직접 참여함으로써 일의 가치와 친구 간 협력의 의미를 마음에 담게 된다.

또한 자연을 관찰하면서 글을 쓰기 위한 영감을 얻을 수도 있다. 이처럼 학교정원은 아이들의 전인적인 교육을 담당하는 소중한 장소이다.

학교정원은 거의 모든 교육 분야의 학습 기회를 포함하여 실습 및 탐구의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학교정원은 부수적인 프로젝트가 아니라 이미 진행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의 야외 교육 장소로 간주되어야 한다.

미국 버몬트주 한 대학에서 정원과 자연, 국어, 수학, 사회 과목을 연결하는 '정원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한 것은 그 단적인 예이다.

필자는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역사 체험 교육 프로그램 중 정원 가꾸기에 참여한 적이 있다. 아이들이 정원 활동을 통해 '서부개척시대'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아이들이 3주 동안 미국 드라마 '초원의 집'에 등장하는 복장으로 정원 가꾸기 체험을 하면서 굉장히 재미있어했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이들은 조상들의 생활을 몸소 실천하면서 '서부개척시대'를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학교정원을 교육 건물과 운동장, 그리고 주차장을 제외한 여분의 녹지 공간으로서 인식했다. 그래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학교정원을 필요시에는 휴게 공간으로, 아니면 숲 공간으로 조성하려고 했다.

이제라도 교육부는 학교정원을 확실한 교육 목표를 담은 교육정원으로 인식하여야 한다. 그래서 학교정원이 아이들이 자연의 소중함과 환경의 가치를 인식하며, 역사와 사회성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인 교육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완독률이 좋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