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언제까지 ‘백신 굼벵이’가 돼야 하나

모현철 사회부장

문재인 대통령,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모현철 사회부장 모현철 사회부장

"한국은 언제부터 마스크를 벗을 수 있나요?"

이스라엘은 지난 18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했다. 마스크를 벗고 예루살렘 도심 거리를 활보하는 뉴스를 보면서 부러워하는 사람이 많다. 이스라엘은 전체 인구의 53%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마쳤다.

'백신 접종 후발국'인 한국은 어떤가. 한마디로 암울하다. 지난 2월 26일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1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20일까지 177만1천407명이다. 국내 인구(5천200만 명) 대비 접종률은 3.41%에 불과하다. 국민 100명 중 3명 정도가 1차 접종을 마친 셈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한국, 일본, 호주 등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우수 대응 국가로 꼽혔지만 현재 백신 접종이 지연되고 있다"며 백신 '굼벵이들'(laggards)이라고 꼬집었다.

미국, 유럽 등은 백신 접종률에서 한국을 월등히 앞섰다. 미국은 인구의 4분의 1 가까이가 백신 접종을 마쳤고, 영국은 국민의 거의 절반이 1차 접종을 했다.

한국에서는 '11월 집단면역'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드라이브스루' 같은 창의적인 방역을 선보여 전 세계로부터 극찬받은 것과 비교하면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다. 백신 접종 속도는 '굼벵이'처럼 느리고 백신 수급 전망은 어둡지만, 정부는 11월까지 충분한 백신을 확보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다고 큰소리만 친다.

특히 대구경북의 백신 접종률은 전국에서 최하위권이고 접종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만 75세 이상 어르신들의 접종이 이달부터 시작됐지만 상당수가 접종을 받기 위해 대기 중이다. 대구 각 보건소와 예방접종센터 등에는 백신 접종 시기를 묻는 문의 전화가 줄을 잇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확보한 백신은 4월 3주 차까지 6만5천520명분으로, 전체 75세 이상 대상자 16만4천 명의 40% 정도에 불과하다. 모의 접종 훈련만 각 구·군별로 진행돼 "백신을 맞지도 못하는데 모의 접종 훈련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가장 많은 계약을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고, 정부가 올해 2분기에 들어올 것이라고 했던 모더나 백신 도입도 하반기로 지연됐다. 올해 안에 공급받기로 한 얀센 백신도 안전성 문제가 제기돼 수급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부는 올 상반기 국민 1천200만 명 이상에 대해 접종을 완료하고 3, 4분기 접종분을 더 늘려 11월 안에 전 국민의 70% 이상이 항체를 갖는 집단면역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백신 접종이 늦어지면 다른 국가들보다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은 백신뿐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달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백신 확보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략을 짜야 한다.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국민들이 접종하지 않으면 집단면역 형성은 요원하다. 대구에서는 최근 백신을 맞지 않은 보건의료인이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보건의료인도 맞지 않으려고 하는데 일반인들은 오죽하겠는가. 대구경북 시도민도 백신 접종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내야 한다. 보건의료인들이 솔선수범해서 백신 접종에 나서야 한다. 자신이 백신을 맞지 않으면 가족이나 이웃이 위험해진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전 세계로부터 극찬 받았던 'K-방역'의 영광을 'K-백신'으로 이어가자. 언제까지 '백신 굼벵이'라는 조롱을 받아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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