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sight] 대권 넘보는 검정고시 동문 정치인

내년 대권 후보 정세균은 중졸, 이재명은 중·고졸 검정고시 패스… 역경 이겨낸 성공 스토리로 약점 보완

검정고시 출신으로 주목받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정고시 출신으로 주목받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이임식을 마치고 직원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오늘은 올해 첫 번째 검정고시 시험이 있는 날입니다. 지금쯤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르고 계실 테지요. 저 역시 검정고시 출신입니다. 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했습니다. 초등학교 졸업 후 1년 넘게 나뭇짐하고 화전을 일구며 집안일을 도왔습니다."

정계 복귀를 앞둔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지난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이날 전국적으로 2021년도 제1회 초·중·고졸 학력 인정 검정고시가 실시됐다.

정 총리는 "이제 시작이다. 희망을 놓지 않고 당당하게 앞날을 헤쳐나가길 바란다"고 수험생들을 격려했는데, 대권 도전을 향한 자신의 의지를 표현한 것은 아닐까.

차기 대통령에 도전하는 여권의 유력한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검정고시 출신으로 고난을 이겨낸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정 전 총리는 중학 과정을 검정고시로 졸업했으나 이 지사는 중·고등 과정을 모두 검정고시로 마쳤다.

이 지사는 검정고시의 본질인 주경야독으로 뜻을 이뤘다. 그가 쓴 일기를 옮긴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에는 애절함이 담겨 있다.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그가 초등학교 졸업 후 경기도 성남으로 이사하면서 가난과 절망을 이겨내는 모습을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이 지사의 험한 인생사는 훌륭한 성공 스토리로 정치 행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형수에게 내뱉은 욕설과 불륜(?) 행위 등 이 지사의 도덕적인 결함을 묻어주고 싶을 정도로 그의 삶은 드라마틱한 면이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일기를 옮긴 책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 책자.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일기를 옮긴 책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 책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정 전 국무총리나 이 지사와는 다른 형태의 검정고시 출신이다. 박 장관의 자서전 '내 인생의 선택'에는 고교 시절 폭력 서클에서 패싸움을 하다 학교를 그만둔 내용이 담겨 있다. 가정 형편 때문이 아니라 청소년기 방황으로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검정고시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17년 한때 대선 후보로 주목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도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안 지사는 고교 시절 학생 운동을 하다 제적당했고 학교를 옮긴 뒤 자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좌파'로 불리는 현 여권 인사들이다. 순탄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만큼 이들은 비교적 분별하기 쉬운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좌파 인사가 많은 데 대해 민주적인 투사 기질이 깔려있기 때문이란 평가도 있다. 이들 정치인을 바라보는 유권자들의 호불호는 극명하게 드러나는 편이다.

'검정고(시)' 동문은 전국적으로 200만 명이나 된다. 우리나라 사회가 서열화된 출신 고교에 영향받는 점을 고려하면 검정고시 동문은 정치 세력으로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전국 각계의 검정고시 출신 114명이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주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에 대해 지지 선언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정고시 출신자들의 이질적인 요소로 결집 고리가 약해 세력화는 어려워 보인다. 기자는 검정고시 출신이지만 검정고시 동문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전국검정고시총동문회가 결성돼 있지만, 검정고시 출신 다수는 이를 모른다.

주위를 보면 '흙수저'로 어려움을 이겨낸 검정고시 출신들은 비교적 자부심이 높다. 앞의 정치인 사례에서 보듯 정 전 국무총리와 이 지사는 검정고시 출신임을 당당하게 여기며 이를 알리고 있다. 반면 청소년기 일탈로 검정고시를 택한 이들은 이를 알리는데 소극적이다. 숨길 필요는 없지만 자랑할 일로 여기지 않는다.

기자가 비자발적인 동기로 고교 중퇴 후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1980년대 초, 독서실의 풍경이다. 어린 나이의 학교 부적응자, 공단 섬유공장에 다니던 여직원, 군 복무를 마친 청년, 삼청교육대 퇴소자, 시골에서 도시로 공부하러 나온 아저씨 등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이때만 해도 경제적 어려움이나 학교 부적응 등 비자발적인 환경이 검정고시를 보는 주요 요인이었다.

이후 검정고시는 영재들의 조기 졸업, 학교 성적이 나쁜 특수목적고 학생들의 대학입학, 공교육 회피 등 다소 자발적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검정고시 동문의 이질성은 더 확대됐다.

우리 사회는 검정고시 출신을 인정하면서도 아웃사이더로 여기며 견제한다. 검정고시 출신이라면 사회 활동 과정에서 이를 체감했을 것이다. 정치인들은 더 민감하게 느끼지 않을까. 대권에 도전하는 검정고시 출신의 행보가 어느 때보다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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