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태우의 새론새평] 대구·영남 비하의 본질은 대한민국 정통성 비하

도태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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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초선 의원 56명이 보궐선거 직후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라는 지적과 한계를 극복해나가겠다"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특정 지역'이란 영남을 지칭한다. 대구경북 지역 의원 9명도 이 발표에 동참했다.

때를 맞춘 듯이 일부 언론은 '영남당으로 되돌아가 청년층이 혐오하는 모습으로 원점 회귀하면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몰락할 것'이라며, 이번 시장 당선자들이 영남당으로 각인된 기존 야당 이미지와 거리가 있는 사람들로 합리적인 중도 정치를 강조해 왔다고 분석했다. 이들의 논의에서 '영남당'은 비합리의 상징이고 청년층이 혐오하는 대상으로 낙인찍혀 있다.

이에 더하여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거슬러 올라가면 대통령 정당이다.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 그래서 이 정당은 자생력이 없고 결속력도 없다. 그저 자기네끼리 우리는 산업화 세력이라는 헛소리나 한다"고 노골적으로 본심을 드러냈다.

국가기관을 주축으로 나라 발전을 견인해 온 국민의힘 계열이 운동권에 바탕한 더불어민주당 계열보다 정당 차원의 결속력과 자생력이 약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정치세력으로 어떤 가치 흐름을 대변하고 어떤 존재 의미를 지니는지는 완전히 별개 문제이다. '헛소리'란 말이 그리 쉽게 나오나.

돌이켜 보면 김부겸 전 의원은 민주당 대표에 출마했던 작년 8월 언론 인터뷰에서 "영남의 정치 성향이 문제"라며, "영남은 보수당이 무슨 짓을 해도 '묻지마 지지'한다"고 했다. 하지만 대구는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인 김 전 의원을 선출했다. 그런데도 김 전 의원은 4년간 민주당의 파행에 제대로 된 견제 없이 오히려 민주당이 '안보를 지키는 정당'이라 강변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그가 대구에서 다시 선출되지 않은 것은 민주당 후보이기에 '묻지마 낙선'된 것이 전혀 아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회의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강원도지사를 지낸 민주당 이광재 의원이 "41년간 박정희·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지금 대구 경제는 전국 꼴찌인데 왜 그럴까. 사람을 보고 뽑은 게 아니라 당을 보고 뽑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과 마찬가지로 이 의원 또한 대구와 영남의 '가치 지향 투표'를 '묻지마 투표'로 주저없이 왜곡했다.

이들이 무시했던 대구·영남이 지향해 온 가치의 밑그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1967년 대통령 취임사에 잘 나타나 있다. "경제 건설 없이는 빈곤의 추방이란 없을 뿐 아니라, 경제 건설 없이는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는 실업과 무직을 추방할 수 없습니다. 또 그것 없이는 공산주의에 대한 승리, 즉 자유의 힘이 넘쳐흘러 북한의 동포를 해방하고 통일을 이룩할 수 없는 것입니다"라는 호소이다.

이 연설은 '잘살아 보세'의 경제개발이 단지 물질적인 부를 추구한 것이 아님을 잘 드러내 준다. 경제개발은 자유를 계승하고 공화로 힘을 키워 빈곤, 부정부패, 공산주의라는 3대 공적(公敵)을 극복하고 북한 해방 자유통일을 이룩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정통 흐름이다.

대한민국 헌정은 1단계 자유민주 건국과 6·25의 호국, 2단계 낮은 단계의 법치와 민주주의 및 산업화의 동시 추진, 3단계 1987년 개헌을 통한 높은 단계의 법치와 민주주의로의 평화적 이행이라는 과정을 거쳐 발전해 왔다. 이제 대한민국은 마지막 4단계 헌법적 과제인 한반도 전역에 천부인권과 적법 절차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자유통일을 실현할 수 있을지 갈림길에 서 있다.

대구·영남은 역사의 각 고비마다 대한민국 정통 가치와 비전의 정수를 공유하며 그 기적의 발자취를 함께 일구어 온 불후의 원동 기관이었다. 미운 오리 새끼는 자신의 정체를 알 때까지 놀림과 고립, 핍박을 피할 수 없다. 대한민국이 세계의 선도 국가로 비상해 오를 때까지 대구·영남의 목마름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우린 아직도 배가 고프고 아직도 배울 것이 너무나 많다.' 누가 영원한 청년 정신의 영남을 노쇠하다고 손가락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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