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칼럼] 그 많다던 백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문재인 대통령,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연합뉴스
정창룡 논설주간 정창룡 논설주간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의 명운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접종률이 높은 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치솟고, 아닌 나라는 낮아진다. 높은 나라는 마스크를 벗어던지기 시작했다. 조심스럽게 대중 공연도 재개하고 있다. 코로나 극복은 '백신이 최고의 방역'임을 깨닫고 대비한 나라순이다. 발 빠르게 백신을 확보한 나라 지도자의 혜안은 돋보인다.

이스라엘이 가장 먼저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 이미 두 차례 접종을 끝낸 국민이 54.3%에 이른다. 백신 면역 증명서인 '그린패스'를 발급하고 있다. 이 패스를 가지면 입장할 수 있는 문화 행사의 제한 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실외 행사는 5천 명에서 1만 명으로 는다.

이는 백신을 빨리 그리고 충분히 확보한 덕분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 화이자 등이 임상 1상도 시작하지 않았을 때부터 백신 확보에 나섰다. "웃돈을 주더라도 백신을 사오라"고 주문했다. 그 결과 이스라엘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도 나기 전에 백신을 확보했다. FDA 승인이 나자마자 총리가 제일 먼저 백신을 맞을 수 있었던 이유다. 첫 백신에 대한 팽배하던 불안감은 지도자가 솔선수범해 잠재웠다. 이스라엘이 백신 조기 확보를 위해 들인 웃돈은 '이스라엘 경제를 이틀간 봉쇄할 경우 발생하는 손실'에 불과했다.

미국은 지금 하루 평균 303만 도스씩 접종하고 있다. 1억7천900만 명(블룸버그 자료)이 접종을 받았다. 전 국민의 34.5%가 한 차례 이상 접종했고 두 차례 접종을 마친 비율도 20.5%에 이른다. 3개월 후면 집단면역이 이뤄질 75%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역시 백악관이 주도했다. '백신이 최선의 희망'이란 판단 아래 지난해 5월 '초고속 작전' 팀을 만들었다. 7월 화이자와 1억 도스, 8월엔 2억 도스의 백신 선구매 계약을 맺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집권 후 백신 접종 속도를 높였다.

백신으로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되자 봉쇄 해제 조치도 잇따르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는 곧 봉쇄를 풀기로 했다. 텍사스주는 이미 지난달 10일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를 없앴다. 맨해튼 브로드웨이에선 제한적이긴 하나 공연이 재개됐다. IMF 등은 백신 접종률이 높은 국가들의 경제 전망치를 높여 화답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의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6.3%로 올렸다.

우리나라는 한참을 뒤처졌다. 백신 접종률이 1.1%로 OECD 37개국 중 35위다. 접종도 하루 3만3천 도스로 더디기 짝이 없다. 인구 6배인 미국은 접종에서 우리보다 100배의 속도를 낸다. 우리는 원하는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백신 확보에 실기했다는 비난이 쏟아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5천600만 명분을 확보했다고 해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모더나의 CEO와 화상 통화하는 모습을 공개하며 2천만 명분을 공급받기로 합의했다는 발표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지금 가진 백신이라곤 국제사회의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를 통해 들여온 것이 대부분이다. '대통령이 비밀리에 공을 들여' 확보했다던 모더나를 비롯해 수많은 백신들은 간 곳이 없다.

그 대신 정부는 6인용 백신을 잘 쥐어짜면 7명도 맞힐 수 있다는 주사기를 자랑하고 하루 115만 명씩 맞힐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고서도 2만~3만 명씩 쪼개기 주사를 하며 버틴다. 그 사이 마스크를 쓰고 시름하는 국민들의 고통은 깊어간다. '혜안'은 없고 말만 그럴듯한 정부가 나중에 또 성난 민심을 나랏빚으로 덮으려 들까 걱정이다.

관련기사

AD

오피니언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완독률이 좋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