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 고향서 행복 꿈꾸는 세상 돼야

백선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회장·경북시장군수협의회장(칠곡군수)

백선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회장(경북시장군수협의회장·칠곡군수) 백선기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부회장(경북시장군수협의회장·칠곡군수)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馬)은 제주도로 보내야 한다'는 말이 옛 속담만은 아니다. 아직도 성공과 새로운 기회를 좇아 너도나도 불나방처럼 지방에서 서울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 면적의 불과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국민의 50% 이상이 살다 보니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하며 전국 223개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에 가까운 도시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지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지방분권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은 단순한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의 문제가 아니고 지역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심각해지는 지방 소멸 위기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12월, 32년 만에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법률안은 크게 두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지방분권이다. 지방자치단체에 보다 많은 권한을 주기 위해 지자체의 자치입법권을 강화하고 중앙과 지방의 협력회의를 설치해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주요 정책 결정 과정에 지방의 주요 주체가 참여하도록 했다.

지방의회가 사무국 직원 인사권을 가질 수 있도록 한 것이나 정책 보좌 인력을 두도록 한 것은 지방의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또 다른 하나는 주민 참여 자치권의 강화다.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주민 조례 발안법을 별도로 만들어 주민이 직접 조례를 제정·개정·폐지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 안건을 내놓거나 감사를 청구할 때 발의 및 청구인의 상한 기준도 낮췄다.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운영에 대해 주민들이 투명하게 알 수 있도록 중요한 활동 상황을 다 공개하는 조항도 만들었다.

이번에 통과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 법률안은 지방자치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지만 지방분권을 위한 핵심 요소인 인력과 재정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여전히 미흡한 것 또한 사실이다.

국가와 지방 간 사무 배분의 기준을 명확히 설정해야 하지만 지난해 전부 개정된 지방자치법 제11조 제2항은 사무 배분의 기본 원칙으로 지역 주민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무는 원칙적으로 시·군 및 자치구의 사무로 우선 배분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시·군과 자치구는 재정이 열악해 국비나 도비 지원 없이 자체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다. 따라서 재정분권이 실행돼야만 진정한 지방분권이 완성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지방재정의 획기적 확충으로 늘어나는 복지 수요를 지방정부가 효율적으로 운용하게 해야 한다.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지역 스스로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고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지방에 더 많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

실질적인 지방의 재정 확충이 중요한 것이지 단순히 지방과 중앙의 비율만 높이는 재정분권은 한계가 명확하다.

또 헌법과 법률의 개정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로 규정해 국가와 상호 대등한 협력적 관계를 정립, 지방자치의 권한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

결국 안정적인 지방재원 확충을 통해 지방재정의 자주권을 보장하고 각 지역의 특수성과 그에 필요한 권한을 확대한다면 지방분권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사람도 말도 제 고향에서 행복을 꿈꿀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더 이상 청년들에게 '인(IN) 서울'이 목표인 세상을 물려줘선 안 된다. 지방 소멸은 대한민국의 소멸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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