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스포츠] 스포츠 민족주의 '국뽕', 성적 지상주의 퇴색

엘리트 영역 허무는 스포츠클럽…전문선수반 운영해 지자체 대표, 국가대표 배출

제50회 전국소년체전 대구 배드민턴 대표로 선발된 대구 달서스포츠클럽 배드민턴 선수단. 매일신문 DB 제50회 전국소년체전 대구 배드민턴 대표로 선발된 대구 달서스포츠클럽 배드민턴 선수단. 매일신문 DB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스포츠를 즐기는 우리나라 국민의 시각이 많이 변했다. 스포츠 민족주의를 앞세운 '국뽕'이나 성적 지상주의에서 탈피하는 모습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지난달 25일 일본과의 A매치에서 0대3으로 완패했음에도 전 국민적인 팬들의 비난은 예전 같지 않다. 축구사에 남을만한 졸전이었음에도 선수들에 대한 비난의 강도는 높지 않다. 결정적인 패인이 된 전략 실패로 무능함을 보인 파울로 벤투 감독에 대한 경질의 목소리도 크게 들리지 않는다. 언론에서 벤투의 능력을 꼬집고 불통을 지적하지만, 국민 반응은 미지근하다.

한국 축구의 영웅 거스 히딩크 감독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 앞서 열린 프랑스 등과의 평가전에서 0대5로 대패하자 '오대영 감독'이라고 조롱하며 그를 경질해야 한다고 집단 반응을 보인 팬들은 어디로 갔을까.

'대구 달서스포츠클럽 배드민턴 전문선수반 소속 초·중등 선수 전원이 제50회 전국소년체육대회 대구 대표로 선발되는 쾌거를 올렸다'는 매일신문 기사를 본 독자의 반응이 흥미롭다.

달서스포츠클럽은 지난달 열린 올해 전국소년체전 대구 배드민턴 평가대회 여자중등부 단체전에서 우승했다. 창단 3개월 만의 성과였다. 또 클럽 소속의 중등부 4명과 초등부 2명이 개인전에서 대구 대표로 선발됐다. 달서스포츠클럽은 스포츠클럽을 통한 엘리트 선수 육성을 목표로 배드민턴과 검도 전문선수반을 운영하고 있다.

SNS를 통해 "이 기사에 한국 체육이 나아가야 할 답이 있다"고 기자에게 전한 독자는 올림픽 메달 만들기에 인생을 걸었던 엘리트 체육인이다. 엘리트 운동선수 출신인 그는 외면받는 비인기종목에 도전했다. 정성을 다해 선수를 발굴, 육성한 덕분에 그는 올림픽 메달의 결실을 맛봤다.

이런 대표적인 전문 체육인이 스포츠클럽을 중심으로 한 생활체육에 감탄하는 이유는 엘리트 체육의 폐단에 신음했기 때문이다. 올림픽 등 국제 대회와 전국체육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과 메달에 도전하는 맹목적인 열정에 지도자들은 강도 높은 훈련을 빙자한 폭력 행위에 빠진다. 이를 통해 지도자들은 소망한 목적을 달성하지만, 스타가 되면서 돈의 맛을 알게 된 제자들은 인권을 강조하는 달라진 운동 환경에 힘입어 스승의 권위적인 행위를 비난하고 배신하는 상황이 됐다.

1990년대에 도입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인기 종목으로 떠오른 컬링은 짧은 기간에 엘리트 체육의 결실을 맛본 대표적인 종목이다. 평창 대회 참가국 대부분이 스포츠클럽 소속이거나 동호인 모임으로 국가를 대표했지만, 우리나라 대표팀은 남녀·믹스더블 등 3개 부문 모두 경북체육회 소속으로 꽤 많은 연봉을 받는 전문선수들이었다. 보험사 직원 등으로 구성한 일본 팀과 비교하면 한국이 은메달을 딴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난달 22일 서울역 T타워에서 열린 '컬링 미디어데이·국제대회 출정식'에서 남자 컬링 국가대표팀의 스킵 정영석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2일 서울역 T타워에서 열린 '컬링 미디어데이·국제대회 출정식'에서 남자 컬링 국가대표팀의 스킵 정영석이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3년의 세월의 흘러 우리나라에도 많은 연봉을 주는 소속 팀이 없는 동호인 컬링 국가대표팀이 탄생해 주목받고 있다. 경기컬링연맹 소속의 남자 컬링 국가대표팀이다. 남자 컬링 대표팀은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캐나다 캘거리에서 열리는 2021 세계남자컬링선수권대회에 출전하고 있다. 이 대회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진출권(6위 이내)이 달린 무대다.

남자 컬링 대표팀은 '팀 정영석(스킵)'으로 불린다. 리드 이준형, 세컨드 김정민, 서드 박세원, 서민국 선수 겸 코치 등 5명으로 짜였다. 모두 경기도 의정부 중·고교 선후배 사이다. 이들은 실업팀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경북체육회(스킵 김창민)의 2년 연속 우승을 저지하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들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실업팀 소속이 아니라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군 제대 후 경기연맹에서 컬링을 한 정영석은 팀원이 한두 명 이탈할 때마다 괜찮은 선수를 찾아다녔다, 이준형은 인터넷 의류업체에서 일하면서 운동을 병행했다.

앞으로 '팀 정영석'이 좋은 성적을 내 실업팀 소속이 될 수도 있지만, 컬링뿐만 아니라 모든 종목의 엘리트 실업팀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 기업과 공기업, 지자체, 체육회는 소속 실업팀의 운영 방법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팀을 스포츠클럽 형태로 바꾸고 고액 연봉선수 배제, 성과제, 재능봉사 등에 중점을 두고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구시체육회는 지난 1일 대구시민운동장 내 다목적체육관 2층에서 종합형 스포츠클럽인 달구벌스포츠클럽을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탁구, 요가, 필라테스, 배드민턴, 프리테니스, 아이스하키, 바둑 등 11개 종목이 운영된다.

대한체육회는 2013년부터 공공스포츠클럽 공모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전국에서 169개(대도시형 66개, 중소도시형 45개, 학교연계형 58개)의 공공스포츠클럽이 운영 중이다. 대한체육회는 또 지난 1일부터 53개의 신규 공공스포츠클럽을 모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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