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2월 21일 대구시민의 날

지난 19일 대구시청 별관 앞에 2021 대구시민주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대구시는 대구시민의 날인 21일 기념식을 열고 국가기념일인 28일까지 'K-방역의 중심,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다양한 시민주간행사를 펼친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지난 19일 대구시청 별관 앞에 2021 대구시민주간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대구시는 대구시민의 날인 21일 기념식을 열고 국가기념일인 28일까지 'K-방역의 중심, 대구시민이어서 자랑스럽습니다'를 슬로건으로 다양한 시민주간행사를 펼친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사회부 차장 이창환 사회부 차장 이창환

"애국심이여, 애국심이여/ 대구 서공(徐公) 상돈(相敦)일세// 1천300만원 국채 갚자고/ 보상동맹 단연회 설립했다네// 지금 우리 국가 간난(艱難)한데/ 누가 이런 열성 가질 건가// 경상도 대구의 서공 등/ 사람마다 찬미하도다// 복주관(福州館) 아래 우리 동포여/ 대구 땅만 나라 땅이냐."(이하 생략) 1907년 4월 14일 자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국채보상가다. 국채보상운동을 주도한 서상돈에 대한 찬양과 국채보상운동을 일으킨 대구에 대한 부러움이 느껴진다.

국채보상운동 기록을 살펴보면 대구에 대한 자부심이 생겨난다. 일제가 경제 침략을 위해 대한제국에 떠안긴 나랏빚이 1천300만원. 1906년도 대한제국의 1년 예산에 버금가는 금액이다. 당시 공무원인 주사의 봉급이 15원, 신문 한 달 구독료가 30전 정도임을 감안할 때 현재 금액으로 환산하면 3천300억원가량이다.

서상돈은 1907년 1월 19일 열린 대구 광문사 특별회의에서 국채보상운동을 건의한다. 한 달쯤 뒤인 2월 21일 대구읍성 서문 밖 북후정(대구콘서트하우스 위치)에서 군민대회를 개최했다. 그곳에서 '나랏빚을 갚기 위해 3개월간 담배를 피우지 말고, 그 대금을 수납하자'는 연설이 있었다. 호응한 군중들이 십시일반 내놓은 돈이 500원을 넘었다.

당시 담배는 일본 상인들이 폭리를 취하는 대표적인 상품이었고, 이로 인한 경제적 폐해가 속출했다. 금연을 통해 일본 상인의 상권 침탈을 견제하고 그 돈으로 나랏빚을 갚자는 것이다. '시일야방성대곡'으로 유명한 장지연은 그날 군민대회를 이렇게 기록했다. '달구벌 내외 일향 유지신사 서상돈 등 제씨가 북후정에서 대회하니 모인 사람이 남녀노소 수백 명이라, 신사 박정동 씨가 연단에 올라 국채 문제를 통론하기를… 우리가 일용에 무익한 연초를 석 달 기한으로 끊고 그 돈을 모아 국채를 갚자 하니, 만장일치로 박수 갈채하고 모두가 주머니를 풀어 의연하니… 아, 사람의 마음 감발이 이처럼 굳은 것인가.'

대구를 중심으로 경북 41개 군 모든 지역에 국채보상의연금 수합소가 만들어졌다. 국채보상운동의 파장은 컸다. 언론이 연일 대서특필했고, 대구에서 시작된 지 불과 3개월 만에 전국의 면 단위까지 국채보상회가 조직됐다. 외국인들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라며 돈을 기부했다.

국채보상운동을 IMF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과 비교하지만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금 모으기 운동은 나중에 금을 환율과 국제 금시세로 평가해 원화로 돌려주었다. 국채보상운동은 그야말로 대가 없는 기부였다. 양반 관료와 지식인뿐만 아니라 여성, 노비, 지게꾼, 콩나물 장수, 기생 등 사회적으로 천대받던 백성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구걸한 돈을 기부한 앉은뱅이 걸인도 있었다.

일제의 방해로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국가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분연히 일어났던 '시민적 책임 정신'을 눈물겹게 보여줬다.

국채보상운동은 충(忠)과 의(義)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대구 정신이 발현된 대표적인 운동이다. 대구시는 북후정에서 국채보상운동의 기치를 내걸었던 1907년 2월 21일을 기념해 2월 21일을 대구시민의 날로 새로 정했다. 이미 작년에 결정했지만 코로나19 탓에 미뤘던 선포식을 지난 21일 개최했다.

대구시민의 날이 새로 정해지면서 국채보상운동에 대해 대구시민들이 갖는 의미도 남다르게 됐다. 매년 2월 21일, 100여 년 전 북후정에서 금연을 통해 나랏빚을 갚자며 사자후를 토하던 선조들의 정신을 되새기는 날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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