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서울 택시에는 있고, 대구 택시에는 없는 거

동대구역 앞에서 빈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정차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동대구역 앞에서 빈 택시들이 손님을 태우기 위해 정차해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최정암 서울지사장 최정암 서울지사장

서울 택시에는 '터치패드 단말기'라는 게 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콘솔박스 위에 부착된 카드 결제기이다. 택시비를 낼 때 승객이 택시 기사에게 카드를 건네는 대신 이 패드 위에 카드를 얹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되는 기기이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안성맞춤이다. 남의 물건에 손대는 게 찝찝한 상황에서 '내 카드로 내가 결제'한다면 다소 안심이 된다. 기사, 승객 모두에게 좋다.

이 기기가 서울 택시에 도입된 것은 2007년부터. 서울시가 택시비 결제를 카드로 하는 '사업개선명령'을 택시조합에 내리면서 함께 시행됐다.

대구경북에서만 기자 생활을 하다가 7년 전 서울 생활을 처음 시작하면서부터 이 제도를 대구에도 시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기회 있을 때마다 알고 지내는 대구시 공무원들에게 이런 걸 도입하자는 제안을 했으나 반응이 적극적이지 않았다. '예산 부담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이후엔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대구택시사업조합이 캠페인을 벌인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로부터 기사와 승객을 모두 보호하기 위해 택시비를 카드로 결제하자는 운동이 그것. 아직도 현금 결제 비중이 상당하기 때문이란다.

이왕 할 거라면 이번 기회에 서울처럼 터치패드 단말기를 설치하면 더 낫지 않을까. 문제는 예산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서울시 담당 공무원에게 전화를 해봤다.

기상천외한 답이 돌아왔다. "서울시 예산은 한 푼도 안 들었습니다."

서울시 카드 결제 정산 업체를 선정할 때 가장 중요시한 게 택시 기사·승객 동시 만족이었다. 이에 따라 카드 결제 단말기와 같이 도입된 것이 기사를 위한 공공화장실 앱 및 승객이 많은 곳을 알려주는 수요 예측 기능 탑재, 그리고 터치패드 단말기였다.

머리를 쓰다 보니 예산 절감 방법도 나왔다. 최종 선정된 티머니 회사가 전액 부담해 기기를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 편리하면 사용자가 많아질 것이고 당연히 수수료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선택은 코로나 시대를 내다본 절묘한 대책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K-방역'의 원조인 'D-방역'을 성공시킨 대구시에 혹시 계획이 있는지 물었다. 코로나 때문에 현금 주고받기는 물론 카드를 건넸다가 다시 받는 것도 꺼리는 상황을 모르지는 않을 터. 더욱이 택시조합이 캠페인까지 벌이고 있지 않은가.

애석하게도 대구시는 아직 그런 계획을 갖고 있지 않았다. 단지 사업조합과 카드 결제 정산 업체인 유페이 회사가 대안을 마련하면 그때 가서 예산 지원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모든 승객이나 택시회사가 이를 반길지는 알 수 없으며,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대구택시사업조합과 유페이에도 연락을 취해 봤다. 다행히 유페이는 대구 택시에 터치패드 단말기를 보급하기 위해 개발 업체 2곳과 제휴를 했고, 올 6월까지 택시 일부를 선정해 시범 실시를 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시범 사업을 하는 택시에는 개발 업체가 본인들 비용으로 단말기를 보급할 계획이란다.

행정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민간이라도 움직이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구시가 적극성을 발휘한다면 전면 실시했을 때 맞닥뜨릴 예산 절감 등 '시민이나 택시 기사를 위한 좀 더 나은 서비스 제공이 가능할 수도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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