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법 출금 사건 공수처로 넘기려는 여권, 뭉개기 작정했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가담자로 수사 선상에 오른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해당 사건 공익제보자를 공무상 기밀 유출 혐의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가운데 여권이 이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넘기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친(親)여권 법리(法吏)들이 대거 연루 의혹을 받고 있어 문재인 정권에 치명타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 사건을 뭉개 버리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심을 피할 수 없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건을) 현 상태에서 공수처로 이첩하는 게 옳다"고 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이에 맞장구를 쳤다. 권익위는 26일 "공익신고자가 보호 신청을 했다"며 "관계 법령에 따라 신고자 보호 조치와 공수처 수사 의뢰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란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해당 사건은 현재 수원지검 형사 3부가 수사 중이다. 당초 안양지청에 배당됐으나 한 달이 넘도록 신고인 조사도 하지 않는 등 뭉개다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 부서를 바꾼 것이다. 또 수사 지휘에서도 불법 출금 위법성 논란을 수습하는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을 배제했다.

그런 만큼 검찰의 수사를 지켜본 뒤 공수처로 이첩해도 늦지 않다. 아직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처장만 임명됐을 뿐 3월에나 가동될 예정인 공수처에 이 사건을 의뢰한다는 것은 '뭉개기' 의도 말고는 해석하기 어렵다.

권익위가 공익신고자의 보호 요청과 해당 사건의 공수처 이첩을 연결시키는 것도 요령부득이다. 공익신고자 보호와 공수처 이첩은 별개의 문제다. 권익위는 본래 업무인 공익신고자 보호만 철저히 하면 된다. 신고 내용이 고위공직자 부패와 관련돼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를 의뢰할 수는 있지만, 그 대상이 꼭 공수처여야 할 이유는 없다. 이 역시 검찰의 수사를 보고 판단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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