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권한 키우기 힘써 온 경찰, 이제 스스로 소명 의식 키워야

올해 1월부터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된 가운데 부실 수사, 위법행위 등으로 경찰에 대한 국민 불신이 고조되고 있다. 경찰은 정인이를 입양한 부모에 대한 학대 의심 신고를 3차례 접수하고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사건을 단순 폭행으로 간주,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내사 종결 처리했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운전자 폭행)을 적용할 수 있음에도 사건을 유야무야했던 것이다. 게다가 당초 경찰은 '폭행 장면 영상이 지워져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영상을 확인한 정황이 드러나 비난을 키웠다.

전북 전주에서는 경찰관이 사건을 덮는 대가로 수사 대상자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에서는 경찰이 만취 상태에서 도로에 서 있던 자동차를 훔쳐 음주운전을 하다가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광주에서는 금은방 절도 혐의로 붙잡힌 경찰관에 대한 영장에 '불법도박 혐의'를 제외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일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장 관사에서 1천300만원 현금 뭉치와 황금 계급장 도난 사건이 발생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경찰은 형사사법정보시스템에 도난품과 피해자에 대한 수사 정보를 허위로 입력했다. 이러려고 경찰 권한을 키웠나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수년간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경찰은 자기 권한 키우기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경찰에 1차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것은 '책임 수사'를 하라는 것이다. 1차 수사종결권을 가졌다는 것은 사실상 경찰에 불기소권이 있음을 의미한다. 대한민국 경찰은 군대에 맞먹는 인력 조직이다. 치안, 행정, 수사, 교통, 대공 등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 드물다. 이 거대 조직이 부실 수사,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허점을 보이면 중앙 권력은 폭주하고, 지방 토호는 경찰과 결탁에 나선다. 결국 힘센 자의 비리는 묻히고, 서민은 피눈물을 흘리게 된다. 경찰은 권한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 것처럼 책임 의식을 키우는 데도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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