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읽는스포츠] 국가체육에 대한 지방체육회의 반기

"국가대표 더는 공짜 육성 안한다, 국비 지원해야"…대구·경북 실업팀 영향 미칠 듯

전국 17개 지방체육회 회장들은 지난 18일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앞서 실업팀 운영에 필요한 국비 지원 등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2019년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한 컬러풀대구(대구시청)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전국 17개 지방체육회 회장들은 지난 18일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앞서 실업팀 운영에 필요한 국비 지원 등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2019년 전국체육대회에서 우승한 컬러풀대구(대구시청)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연합뉴스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김교성 디지털 논설위원

2020년 도쿄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열렸다면 우리나라는 어떤 성적을 냈을까.

성과 중심의 국가 체육에 관심이 부족한 문재인 정부 특성을 고려하면 아마도 이전 올림픽 때보다 순위가 하락했을 것이다. 일본은 개최지 장점을 살려 1964년 도쿄 대회에서 거둔 3위 이상의 성적에 도전했을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나라는 2000년 시드니, 2008년 베이징, 2012년 런던 올림픽 때 일본보다 더 좋은 성적을 냈다. 일본이 엘리트 스포츠를 등한시했을 때다. 시드니 대회서는 한국 12위(금메달 8)·일본 15위(금 5), 베이징 대회서는 한국 7위(금 13)·일본 8위(금 9), 런던 대회서는 한국 5위(금 13)·일본 11위(금 7)였다.

일본은 그러나 2020년 도쿄 대회 유치 후 엘리트 체육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면서 전력을 강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6위(금 12)를 차지하며 한국(8위·금 9개)을 다시 앞섰다.

가정이지만 어느 때보다 반일감정이 드센 상황에서 도쿄 올림픽의 '일본 선전, 한국 부진' 소식은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았을까. 도쿄 올림픽이 아직 취소되지 않았기에, 올해 연기된 대회가 치러진다면 우리는 다시 이런 감정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우리나라 스포츠 정책은 기존의 '성과' 중심에서 '과정의 공정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스포츠 관련 토론회에 나온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들은 정부 체육 정책 기조가 바뀌었음을 설파하고 있다.

이러한 스포츠 패러다임 변화는 전국 17개 지방체육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18일 치러진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는데, 선거를 앞두고 전국 17개 시·도체육회장은 후보자들이 지방 체육을 위한 정책을 선거 공약으로 채택할 것을 호소하는 6개 항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국가대표를 육성하고 있는 지자체 실업팀 운영비를 국비에서 50% 지원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예전에도 지방체육회는 사무처장협의회를 통해 국비 지원을 요청한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민간인 체제로 구성한 회장들이 노골적으로 국비를 달라고 선언한 것이다. 입장문에는 돈을 주지 않으면 국가대표 육성의 바탕인 실업팀을 운영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2019년 말 현재 전국 17개 지자체와 지방체육회는 대구 49개(71명), 경북 104개(132명) 등 927개(1천150명) 실업팀을 운영 중이다. 대구·경북은 여자 핸드볼과 컬링 등 실업팀 운영을 위해 매년 각각 150억~200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전국 17개 지방체육회 회장들은 지난 18일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앞서 실업팀 운영에 필요한 국비 지원 등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4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대구·경북 체육 실업팀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인권 교육 모습. 매일신문DB 전국 17개 지방체육회 회장들은 지난 18일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앞서 실업팀 운영에 필요한 국비 지원 등을 요청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4일 대구 인터불고호텔에서 대구·경북 체육 실업팀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인권 교육 모습. 매일신문DB

그동안 한국이 스포츠 강국으로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지자체와 지방체육회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다. 지방체육회는 하나같이 예산 대부분을 엘리트 선수나 팀 육성에 투자해 국가대표 배출의 산실 역할을 했다. 지자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재정상 어려움이 많았지만 우수 선수와 팀 육성에 과도할 정도로 집착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사례다. 남녀 양궁 단체전의 금메달리스트 6명 중 4명이 지자체 소속이다. 여자 대표 윤옥희(예천군청), 박성현(전북도청)과 남자 대표 박경모(인천계양구청), 임동현(청주시청) 등 4명이다. 또 역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장미란(경기 고양시청)과 사재혁(강원도청)도 지자체 소속이다.

'체육 강국' 코리아를 이끈 지방체육회가 국가체육에 반기를 든 시점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서다. 전국 16개 시·도체육회 사무처장협의회는 2011년 11월 "지자체가 열악한 살림살이에도 자체 예산으로 팀을 창단, 국가대표를 육성하고 있는 실정을 설명하고 지자체별로 매년 운영비 50억원을 지원해 줄 것"을 대한체육회에 건의했다.

일부 체육회 사무처장들은 더는 대한체육회의 들러리가 되지 않겠다며 전국체전 보이콧 등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약발은 바로 먹혔다. 대한체육회는 예산 지원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효율적인 국가대표 육성 방안'에 대해 연구용역을 시행했다. 이후 대한체육회는 지방체육회에 대한 보조금을 크게 늘렸다.

2012년 경북체육회에 대한 대한체육회 보조금은 2억6천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경북체육회에 대한 대한체육회 보조금은 40억원을 넘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재선으로 지방체육회의 독립과 국비 지원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기흥 회장이 이런 실정을 잘 알고 있는 데다 지방체육회의 도전 또한 거세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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