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정부, 차라리 놀아라

정인열 논설위원 정인열 논설위원

"노자 노자 젊어서 노자/ 늙어지면 못 노나니/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로 다 나간다."

옛날 경상도에 전해지는 아리랑 노래라고 1930년 대구에 살던 일본인 가와이 아사오는 '대구 이야기'라는 책에 적어 놓았다. 당시 젊은이들과 함께 불렀다는 그가 노래에 대해 듣고 덧붙인 해설 같은 이야기가 씁쓸하다.

"문경새재처럼 깊고 험한 산에 있는 박달나무조차 모두가 베어져 방망이로 나가지 않는가. 우리가 피땀 흘려 일해도 가렴주구당할 뿐이니 젊어서 놀지 않고 무엇하랴라는 뜻이니, 한국의 부국강병은 백년 황하(黃河)의 맑기를 기다림과도 같아서 어찌 할 도리가 없다."

힘없는 백성은 재산을 갖고 있으면 권력자와 관리에게 빼앗기니 어쩔 수 없이 놀고 하루하루 살길만 살폈던 모양이다. 그에 앞서 1910년 '조선대구일반'이란 책을 낸 미와 조테츠도 비슷한 글을 남겼다.

"관리는 민중의 고혈을 짜내는 것 이외에 다른 능력이 없었고, 민중은 관리의 주구(誅求)에 지쳐 저축할 마음을 잃은 채 밤낮으로 비애의 아리랑을 부르며 하루하루가 무사하기만을 빌었다."

고달픈 조선 백성의 삶은 조선 말 지식인 김윤식의 '운당집'에도 나온다. '영장이 잘 다스리는지 물으려면, 문밖의 풀잎이 푸른지 보라'(欲問營將治聲 須看門外草靑)는 속담이다. 문밖 풀이 푸르면 백성을 괴롭힌 출입을 않은 증거이니 노는 게 차라리 잘 다스렸다는 뜻이리라. 대구고보 교장을 지냈던 다카하시 도루도 1921년 '조선인' 책에 이를 인용, 관리의 무능과 부패를 적었다.

조선 관리가 아무 일 하지 않고 놀았더라면 '노자 노자'를 읊는 아리랑은 생기지 않았을까. 마지못해 놀아야 했던 백성들 이야기나, 관리가 문밖을 드나들지 않고 노는 게 칭송되는 속담까지 전할 정도의 나라였으니 조선 백성의 삶은 어땠으랴.

그런데 요즘, 나라 지도자와 관료를 향해 '제발 아무 것도 하지 마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김해신공항 정책 뒤집기, 합의 파기한 가덕도신공항 추진, 갈팡질팡 부동산 정책, 월성원전 경제성 조작과 공문서 대량 파기 등 공직자와 정치인 짓을 보면 '그냥 놀아라'는 외침이 나올 만하다. 어쩌다 이런 경험하지 못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는지 알다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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