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가위, “우리가 해냈소! 이겼소!”

강성환 대구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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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 같아라."(加也勿 減也勿 但願長似嘉俳日) 한가위의 풍성함을 노래했던 김매순(金邁淳·1776~1840)의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 기록이다. 이맘때가 되면 으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말로 농경시대 수확의 기쁨과 넉넉함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느껴진다.

삼국사기(三國史記) 신라본기(新羅本紀)에서 유리왕 9년 이래 7월 16일부터 서라벌 부녀자들이 길쌈대회를 개최해 8월 15일에 위로와 축하연을 베풀었던 것을 '가배'(嘉俳)라 했다고 한다. 신라향찰로 된 '가배'는 현대어로 '한가운데' 혹은 '가장 큰 것'을 의미하며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 가장 큰 날'이 바로 한가위이다.

'가배' 때 길쌈내기에서 진 편이 음식을 마련하여 이긴 편에 사례하고 모두 함께 노래와 춤, 온갖 놀이를 하였는데, 이때 부른 노래 가사에 "회소회소"(會蘇會蘇: 했소! 했소!)라는 후렴구가 나온다. 이와 유사한 문구는 "서라벌 명주 조하주(朝霞綢)가 로마 황제 곤룡포가 되었다네, 해냈소! 해냈소! 우리는 해냈소!"라는 다른 구전 가사에도 보인다. 유추해 보건대 우리 조상들은 '고대의 한류 열풍'의 대표 주자로 손꼽히는 최고 품질의 신라 비단(silk)을 공급하기 위해 길쌈대회를 기획하였고, 가배날(嘉俳日)이 대보름날 민족의 큰 축제가 된 것이다.

신라의 유일한 한가위 풍습을 중국 수서(隋書)에서는 '풍성한 음식과 가무(歌舞)로 화목을 다졌던 명절'로 기록하고, 신라 견당선(遣唐船)을 빌려 타고 불법(佛法)을 배우러 갔던 일본 고승 엔닌(圓仁)은 '입당구법순례행기'(入唐求法巡禮行記)에서 당나라 신라방에서 신라인들만이 유일하게 한가위를 즐겼다고 했다. 그러던 한가위 풍습이 사대문화의 인습으로 중국의 중추절(仲秋節)을 따라 칠석(七夕) 혹은 월석(月夕)을 본받아 '추석'(秋夕)이라고 개칭했다.

우리나라가 추석을 공휴일로 제정한 것은 1949년부터로 당일만 공휴일이었고, 1986년에 추석 다음 날까지 2일간, 1989년에 추석 전후 3일간 공휴일로, 또다시 2014년 9월 7일부터 10일까지 4일 휴일로 하는 대체휴일제도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우리 민족이 즐겼던 한가위의 의미는 점점 사라지고 변해가는 가을 한가운데의 명절 풍경에 씁쓸한 마음이 든다. 오늘날 추석은 며느리들의 명절 스트레스, 고3 및 취업준비생들의 자물쇠학교(학원), 시골 노부모의 역귀성(逆歸省) 등 예전과는 다르게 표현되고 있어 안타깝다.

또한, 최근 추석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보면 1993년 '대전엑스포93'으로 서울~대전의 귀성객 차량까지 가세해 17시간이나 정체, 1994년 추석 연휴에 속칭 막가파인 지존파(살인공장) 사건, 1996년 강릉무장공비 침투, 2003년 추석날 태풍 매미의 습격(약 5조원 피해), 2016년 추석 2일 전인 9월 12일 경주 지진 사태, 2018년 추석 직전 대형마트 의무휴일로 쇼핑 대란, 2019년 추석 6일 전 태풍 '링링'의 상륙이 먼저 떠오른다.

올해는 지난 1월 20일부터 한반도에 엄습한 코로나19에서 아직도 완전히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신라에 살았던 선인들이 '세상 한가운데'에서 "우리는 이겼소! 우리는 해냈소!"라고 노래했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신라인들이 서라벌에서 로마제국까지 연결되는 비단길(silk road)을 만들었듯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도 세계 속에 한민족의 새로운 제2의 비단길을 만들어 '해냈소! 해냈소!'를 다시금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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