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 이상 낙동강 보를 입에 담지 말라

대구·경북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낙동강 8개 보 수문을 일제히 개방한 28일 오전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경북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낙동강 8개 보 수문을 일제히 개방한 28일 오전 대구 달성군 강정고령보에서 물이 방류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전국적인 물난리를 겪었지만 낙동강 보 설치 인근 주민들은 "보 덕분에 살았다"는 일관된 반응을 내놓고 있다. 과거 집중호우가 내리면 낙동강 범람, 제방 유실 등 물난리를 겪었지만 보를 세우고 강바닥을 준설하면서 수해·가뭄 걱정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 학계에서는 보의 유용성을 두고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유례없는 긴 장마와 집중호우를 몸소 겪은 현지 주민들이 내린 결론은 이토록 명쾌하다.

4대강 사업 이후 가뭄과 홍수 피해가 크게 줄었다는 현지 주민들의 평가는 무시하기 어렵다. 낙동강 본류가 지나는 고령군은 지난 7~8월 900㎜에 이르는 기록적인 폭우를 겪었지만 섬진강 유역처럼 물난리를 겪지 않았다. 달성군과 경계에 들어선 강정고령보 덕분이라는 것이 인근 주민과 군청의 입장이다. 상주시 사벌면 주민들은 "기록적인 올해 장마와 폭우에도 논둑하나 터지지 않았다"고 반겼다. 이 역시 '상주보 덕'이라 했다. 폭우 때면 낙동강 물이 역류해 구미국가산업단지 1단지 일부가 잦은 침수 피해를 겪었던 구미지역도 구미보가 생기면서 낙동강 물이 범람하는 일은 더 이상 생기지 않았다.

현장 상황이 이런데도 아직 보의 유용성 여부를 입에 올리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다. 어떻게든 보를 다시 허물 구실을 찾으려는 의도로 의심 받기 쉽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권에서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자 하루도 안 돼 "4대강 보의 영향에 대해 깊이 있는 조사와 평가"를 당부한 것도 그렇다.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환경부는 민관합동 조사단을 꾸려 4대강 보의 홍수 조절 기능을 실증 평가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평가는 이미 여러 차례 했고 정권 입맛에 따라 평가는 엇갈렸다. 그러니 중립적인 조사단 구성이 가능한지부터가 의문이다. 우리는 비슷한 사례를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에 따른 감사원 감사에서 목도한다.

낙동강 보는 완공된 지 7년이 지났다. 보의 유용성 평가는 그동안 이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주민들에 의해 일찌감치 내려졌다. 폐기해야 할 정쟁거리를 이제 와 다시 거론하는 것은 국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정 '사람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면 낙동강을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목소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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