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성철 총장 무혐의…제동 걸린 文 정권 적폐 몰이

지난 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혁신 네트워크 포럼' 출범식에서 신성철 KAIST 총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중소기업 혁신 네트워크 포럼' 출범식에서 신성철 KAIST 총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비 횡령 혐의로 고발한 신성철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총장에 대해 대구지검 서부지청이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과기정통부는 2018년 8월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감사에 착수해 같은 해 11월 신 총장이 2012년 DGIST 총장 시절 미국 로런스버클리연구소의 장비를 사용하면서 연구비 22억원을 이중 지급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20개월에 걸쳐 수사한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다.

연구비 등을 문제 삼아 감사에 나서고, 검찰 고발을 통한 망신 주기는 문재인 정권의 전 정부 인사 '찍어내기'의 전형적 수법이다. 신 총장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문 정권이 과학계에서까지 벌여온 '적폐 몰이'를 앞세운 찍어내기 실상이 또다시 드러났다. 전 정부 때 임명된 신 총장을 적폐로 찍어 몰아내려다 실패한 것이다. 신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초등학교 동문으로 영남대 이사를 지낸 이력 탓에 문 정권 들어 과학계 적폐로 찍혔다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미국 연구소가 "DGIST와의 계약은 미국 법에 따른 정당한 것이며 어떤 이면 계약도 없다"고 했는데도 과기정통부가 고발을 취하하지 않아 이런 의심을 더욱 키웠다.

문 정권 출범 후 1년 만에 연구기관장 12명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그만뒀다. 모두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었다. 임기 2년을 남기고 사퇴한 한 기관장은 "과기정통부 차관한테서 '촛불 정권이 들어섰으니 물러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들었다"고 했다. 학술지 '네이처'가 "한국에서는 정부가 바뀌면 연구 기관장들을 강제로 중도 사임시키는 일이 일반적"이라고 보도하는 등 국제적 망신까지 샀다.

과학계는 장기적 리더십이 필요한 분야다.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무조건 사람부터 자르고 바꾸는 것은 과학 발전을 가로막는 등 문제가 많다. 문 정권은 과학계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자기편 사람으로 싹 바꿨다. 쫓아낼 '적폐 인사'도 거의 없게 됐지만 이제부터라도 적폐 몰이로 사람을 찍어내는 일은 그만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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