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자살공화국에서 벗어나려면

윤봉준 뉴욕주립대(빙햄턴) 경제학과 교수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이동하기 위해 운구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정사진과 위패가 1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을 마친 뒤 박 시장의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이동하기 위해 운구차로 옮겨지고 있다. 연합뉴스
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윤봉준 뉴욕주립대 교수

 

유서를 남기고 실종됐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사인은 자살로 추정된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자살이라는 사회 현상을 생각해 본다. 한국은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이 26.9명으로 183개 국가 중(리투아니아 31.9, 러시아 31, 가이아나 29.2명 다음) 네 번째로 높다. 183개 국가 평균 9.3명의 3배 이상이며 다른 산업국가들인 일본 18.6, 미국 15.3, 독일 13.6, 영국 8.9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중국도 9.7명에 불과하다.(World Population Review 2020) '자살공화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에서 자살률이 높은 그룹은 첫째 고령자이다. 부모 봉양의 전통이 사라지면서 많은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자살을 택하게 되었다. 둘째는 젊은 학생층이다. 부모의 기대에 못 미치는 부진한 학업 성적에 죄책감으로 자살에 이르는 경우이다.

고령층 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스스로 노후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다. 노부모 봉양은 없어졌는데 자식에 대한 과도한 교육 투자, 결혼 자금과 주택 비용 부담은 여전하다. 성인이 된 자녀가 부모의 집에서 기식하는 경우도 흔하다. 미국의 경우 20세 이상의 젊은이가 부모와 함께 산다고 하면 데이트 상대를 구하기도 어렵다고 한다. 자립심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자식에 대한 비용 부담은 노후 생계에 무리가 가지 않는 수준으로 해야 할 것이다.

젊은 학생들의 과도한 학업 성적 집착 문제를 해소하려면 획일화된 평등교육 정책을 개혁해야 한다고 본다. 교육기관의 설립, 교과 내용, 학생 선발을 자유화하여 다양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영수국(英數國)에서 뒤지더라도 기술이나 기능을 습득하는 실용 교육으로 고등학교만 나와도 당당한 사회인이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의 3대 IT 기업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모두 대학 중퇴자들이다. 기업들도 고졸 학력자들을 능력 위주로 대거 채용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노령자와 학생층 외에도 문재인 정부 들어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자살이 두드러진다. 이 역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정권의 부도덕한 횡포에 대한 저항의 표출이다. 문재인 정부는 적폐를 청산한다며 전직 두 대통령을 포함한 120여 명의 전 정부 고위 공직자를 구속한 바 있다. 무리한 수사가 진행되면서 '국정원 댓글 사건 방해' 의혹을 받던 국정원 소속 정모 변호사와 변창훈 서울고검 검사, '방산 비리' 의혹을 받던 한국항공우주산업 김모 임원, 세월호 유족 사찰 의혹을 받던 이재수 전 기무사령관, 경남테크노파크 채용 비리 의혹 수사를 받던 조진래 전 국회의원이 부당한 수사에 항거하여 자살을 택하였다.

다른 하나는 집권 내부 인사의 자살이다. 비리 폭로에 따른 죄책감이나 연루 인사들의 비호를 위해 택한 자살이다. 노회찬 정의당 의원, 울산시장 부정선거 관련 '백원우 별동대'에서 근무했던 청와대 민정수석실 검찰수사관, 그리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이다.

현 정부가 추진해온 적폐 청산은 전 정권 인사, 대기업, 우파 언론인에 대한 보복 정치이다. 이 와중에 나타난 것이 억울한 사람들의 자살이다. 보복 정치는 내부 총질로 이어져 이에 따른 좌파 세력 인사의 자살 사건도 일어날 수 있다. 폭주 기관차가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희정 충남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의 몰락이 좌파 내부의 갈등에서 시작된 것인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좌파의 (계급)투쟁이론은 타도해야 할 적을 필요로 한다. 프랑스 혁명을 이끈 자코뱅파의 지도자 로베스피에르는 왕과 귀족을 혁명의 적으로 처단한 후 당통과 같은 자코뱅 내부의 경쟁자들도 처형해야 했다. 본인 역시 혁명광장의 단두대에 올려져 목이 달아났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거듭 말씀드립니다.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며 도덕 정치를 내세웠다. 적폐 청산과 같은 살벌한 정치를 지양하고 취임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화합의 정치를 시작했으면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같은 안전장치가 없이도 전직 대통령의 안락한 퇴임이 정착되는 것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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