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다 이러니 다를 게 없잖니

이쌍규 영화기획자·작가

이쌍규 영화기획자·작가 이쌍규 영화기획자·작가

맨날 자기 혼자만 소고기 먹는 어느 사장이 있었다. 음식은 개인 취향이다. 그런데 그는 직원 회식 때만 입에 거품 물고 송곳니를 드러내면서, "돼지고기가 소고기보다 더 맛있다"고 열정적으로 설명한다. 일장 훈시 후 직원 인원수만큼 돼지고기를 주문하며, 바로 옆자리로 이동하여 측근 임원들과 함께 마음껏 소고기를 시켜 자기들끼리만 즐겁게 먹는다. 이 광경을 지켜본 회사 직원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사장님의 행동은 과연 상식적인가? 잔머리의 위선이다. 이와 같은 사장님을 닮은 정치인들이 청와대와 국회에 모여 부동산 집값 안정화 대책을 연일 발표하고 계신다. '똘똘 영민'(똘똘한 강남 한 채 남긴 노영민)이 제일 부지런하게 움직인다.

태초부터 인간은 합리적 이성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합리적 이성은 사회적 관계속에서 서로 대립하고, 논쟁하면서 생긴 '사회적 경험진리'다. 이 진리를 이루는 최대의 구성 요소는 사회적으로 축적된 상식이다. 상식은 누구나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사리분별의 지식이다.

조국 사태 이후 내 편 네 편을 서로 가르는 진영논리의 '가치 전쟁'이 새롭게 시작되었다. 모토는 우리 편이 하면 선(善)의 정의이고, 남의 편이 하면 악(惡)의 불의다.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서로 치열하게, 소비적으로 싸우게 하는가? 발단은 오랫동안 존중된 '상식의 가치'를 진영간의 편향된 욕망에 의해 자기 입맛대로 뻔뻔하게 재해석하기 때문이다. 일단 적부터 퇴치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내부의 부끄러운 허물은 중요하지 않다. 심지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공화주의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도 스스로 부정해버린다. 팬덤정치의 아수라장이다. 공적 윤리와 사적 윤리의 구별이 필요 없다. 이기면 무조건 정의가 되는 각자도생의 몰염치 사회를 강요한다. 그러나 역사상 견제와 통제받지 않는 권력의 처참한 말로를 우리는 또렷하게, 너무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상식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정의는 불공정이며, 위선의 거짓말이다.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무서운 것은 우리들 마음속에서 무차별적으로 배양되는 '적대적 확증편향'의 좀비가 조금씩 자라나고 있는 것이 더 문제다. 서로 다양성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이제 폐쇄적인 진영논리를 어쩔 수 없는 현실의 상식이라고 선동하는 자를 두려워해야 한다. 그들의 정치적 선동은 섹시해도, 끝까지 시민들을 책임지지 않는다.


최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부른 안치환 가수의 신곡 '아이러니' 노래가 선명하게 나의 뇌를 강타한다. 성찰의 부끄러운 시간이다.

'눈 어둔 권력에 알랑대니 / 콩고물의 완장을 차셨네 / 진보의 힘 자신을 키웠다네 / … / 쩔어 사시네 서글픈 관종이여 / 아이러니 다 이러니 다를 게 없잖니 / 꺼져라 기회주의자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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