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섭의 광고 이야기] 스티브 잡스는 왜 문법을 틀렸을까?

문법에는 어긋나는 슬로건. 애플의 기업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슬로건이다. 출처 위키백과 문법에는 어긋나는 슬로건. 애플의 기업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슬로건이다. 출처 위키백과

'Think different'.

역사상 가장 성공한 브랜드 슬로건 중의 하나이다. '다르게 생각하라!'라는 애플의 기업 정신을 고스란히 담아낸 카피이다. 사실 이 카피의 문법은 잘 못 되었다. Think는 '생각하다'라는 뜻의 동사이다. 동사가 문장 맨 앞에 오면 '생각하라'라는 명령문이 된다. 그럼 이 동사를 꾸밀 수 있는 단어는 부사가 된다. different라는 형용사로 think라는 동사를 꾸밀 수 없다는 말이다. 즉, 이 문장을 수정하면 think differently가 된다.

왜 애플은 문법이 틀린 슬로건을 썼을까? 잡스는 슬로건까지도 다르게 생각했다. 꼭 '문법을 지켜야 한다'라는 생각조차 다르게 생각했다. 애플의 기업 정신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연스럽지 않은 것에 반응한다. 우리는 늘 틀린 것을 바로잡는 교육을 받으며 자랐다. 수능에는 항상 문법에 틀린 문장을 찾는 문제가 나온다. 토익에도 빈칸에 알맞은 품사를 찾는 문제가 나온다. 정답 찾기가 중요한 교육을 받아왔다. 그런데 문법에 틀린 문장을 보면 우리는 반응한다. 무언가 이상하기 때문이다. 그 문법적인 노이즈가 기억시키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이런 기법을 도시 브랜드 광고를 만들 때 적용한 적이 있다. 당시 대구는 전기차 지원 사업을 통해 거리에서 전기차를 자주 마주하게 되었다. 매연을 뿜지 않는 전기차로 인해 자연스럽게 대구의 공기는 좋아졌다. 대구시에서는 그런 점을 광고해주길 바랬다.

사람들은 어떤 글을 볼 때 상상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한다. 모호한 단어보다는 숫자나 색깔 같은 구체적인 것을 선호한다.

예를 들어, 푸르스름한 색 (X) 녹색 (O)

녹색을 숨쉬다라는 말은 어딘가 이상하다. 색깔을 숨쉬다니. 하지만 이런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충돌이 우리 머릿속에 남는다. 출처 빅아이디어연구소 녹색을 숨쉬다라는 말은 어딘가 이상하다. 색깔을 숨쉬다니. 하지만 이런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충돌이 우리 머릿속에 남는다. 출처 빅아이디어연구소

상상하기 힘든 푸르스름한 색보다는 상상할 수 있는 녹색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우리에게 익숙하기 때문이다. 또한, 친환경을 대표하는 명백한 색감이어서 녹색을 가져왔다. 전기차로 인해 공기가 좋아졌다는 것을 녹색이라는 한 단어로 압축한 것이다. 그리고 녹색이라는 단어에 '숨쉬다'라는 단어를 가져왔다.

'녹색을 숨쉬다. 대구광역시'

사실 '색깔을 숨쉬다'라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맑은 공기를 숨쉬다'가 맞다. 하지만 이런 자연스러운 문장은 전혀 주지 못한다. '대구는 공기가 맑아요!'라는 카피는 전혀 심장을 뛰게 만들지 못한다.

대신 '녹색을 숨쉬다'라고 쓰면 무언가 이상하다. '녹색을'이라는 단어와 '숨쉬다'라는 단어가 노이즈를 일으킨 것이다.

기억에 남는 카피를 쓰고 싶다면 이렇게 노이즈를 일으켜라. 부자연스러운 문장을 써라. 편안한 카피는 편안하게 기억에서 사라진다.

당연히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은 드라마가 새드 엔딩으로 끝나면 기억에 남는다.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뇌와 결말이 노이즈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광고 카피를 쓸 때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단어로 노이즈를 줘라. 소비자의 머릿속에 스티커처럼 붙어 기억될 것이다.

 

㈜빅아이디어연구소 김종섭 소장.

'광고인의 생각 훔치기' 저자

광고를 보는 건 3초이지만 광고인은 3초를 위해 3개월을 준비한다.

광고판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독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김종섭의 광고 이야기]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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