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위기에 발견하는 것들

박민영 대구미술관 교육팀장

박민영 대구미술관 교육팀장 박민영 대구미술관 교육팀장

2020년 2월 19일, 코로나19가 급작스럽게 확산된 대구에서는 모든 것들이 이 날을 기점으로 셧다운 되었다. 그러기를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나 4월의 시작에 도달하였다. 언제 끝날지 모를 재난에 우리는 시간이 멈춘 듯이 숨죽이고, 이 모든 것이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바람뿐이다. 하지만 이 고통스런 시간들을 보내면서도 새롭게 알게 된 것이 있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새삼 알게 되었고, 고난에 대처하는 우리 이웃들의 질서 있는 자세와 성숙한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위기가 닥칠 때 우리는 일상에서는 보지 못했던 전투태세와 잠재력을 발휘하게 마련이다. 아름다운 세계를 추구하는 예술가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과 같은 굴곡 많은 우리나라의 격동기에 예술가들 역시 사회를 걱정하고, 도움을 주기 위해 적극 노력하였다. 지역 화단에 그러한 전형의 표본으로 삼고 존경할 만한 어른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에서는 석재 서병오가 그러하고, 광주에서는 의재 허백련이 그러하다.

석재는 일제강점기인 1921년 교남시서화연구회를 조직하여 대구 근대미술의 전통과 변화를 이끈 예술가이지만 국채보상운동이나 독립운동에도 관여했었다. 의재는 남도 화단의 남종화풍을 정립한 대표 작가이면서도 농촌 근대화를 위해 1947년 청소년을 위한 농업기술학교를 설립하는 등 사회사업에도 열심이었다. 이외에도 서양화가 광주의 오지호의 경우에는 1969년 한국어문교육연구회에서 교육과 민족문화 운동을 하였고, 서동진의 경우에는 한국전쟁 중 쏟아진 고아와 거리의 청소년들을 위한 사회사업에 적극 참여하기도 했다. 어지러운 역사의 현장에서 대구와 광주의 예술가들은 지역사회 리더로서 결코 사회와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대구와 광주의 선구자적인 예술가들의 자세처럼 지금의 위기에 발견한 또 하나의 사실이 있다. 대구와 광주의 우정이 그것이다.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선입견에 서로 대척된다고 여겨졌던 대구와 광주의 우정은 이번 위기에 더욱 빛을 발하였다. 대구미술관에서는 코로나19로 장기 휴관에 들어간 대구 광주 달빛동맹전인 '달이 떴다고' 전이 재개관을 기다리고 있는데, 아이러니컬하게도 2월 중단되어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교류 전시와는 달리 지금 대구와 광주의 교류는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이어지고 있다. 위기를 견디고 이기는 DNA가 유달리 강한 지역이어서일까. 지금 대구와 광주는 어느 때보다 위기를 공감하고, 연대하였고, 굳건한 우정을 지켜나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 미증유의 재난이 우리 사회에 대단히 많은 문화와 사고의 전환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 많은 변화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위기의 시간에 서로를 배려하고, 고통을 나누고, 함께 연대하는 자세만큼은 바이러스에 이기는 면역만큼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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